왼쪽부터 불암산, 수락산, 도봉산, 사패산그리고 천보산 까지
6월도 중순을 넘어 선다. 남쪽에서는 장마 소식도 들린다. 어느 사이에 벌써 한여름이 되어. 산행하기에 가장 힘이 드는 계절로 접어든다. 특별한 경우가 아니면, 한여름 산행은 산행시간을 짧게 하고, 산행 중에는 물을 많이 마시며, 바람이 시원한 곳에서 자주 쉬는 것이 요령이라 하겠다.
2006년 6월 17일(토). 이사회(二四會)의 잭 대장이 가이드 하는 한북정맥 여섯 번째 산행일이다. 오늘 코스는『덕고개-오리동고개-백석이고개-축령고개-다름고개-노고산-비득재』로 마루금 도상거리는 약 15.8Km이다. 가장 높은 곳이 노고산 380m 정도이고, 나머지는 대부분 200m대의 마루금을 걷는 평탄한 길이다. 소요시간은 약 6시간 정도를 예상한다.
한 낮의 기온이 30도 내외로 무덥고, 쾌청한 날씨지만, 천둥번개를 동반한 국지성 소나기가 내릴 것이라는 예보다. 의정부 북부 역에 모인 이사회 회원은 모두 14명, 여성회원 4명에, 남자 10명이다. 이제 여섯 번째 산행을 하며, 전체 구간의 약 절반을 소화하게 되자, 산행멤버들도 점차 고정이 되는 느낌이다.
당초에는 아파트 부지공사가 한창인 덕고개-오리동고개 구간을 생략하고, 오리동고개에서 출발할 예정이었으나, 오리동고개를 경유하는 버스를 타려면, 30분 이상 기다려야하기 때문에, 길거리에서 30분을 기다리기보다는, 차라리 아파트 공사장을 걷는 것이 낫겠다는 의견에 따라, 덕고개에서 산행을 시작한다.
파 헤쳐진 아파트 부지공사장을 통과하고, 골프장 페어웨이(Fair Way)를 가로 질러, 천보산맥 줄기를 타고 오르다, 축석령 고개에서 국도를 건너, 군 철조망 따라 걷는다. 개들이 요란하게 환영을 하는 축사를 지나고, 공동묘지를 걷는가 하면, 아름다운 송림과 참나무 숲속의 산책을 즐긴다.
솔잎과 낙엽으로 푹신한 부드러운 능선길, 스쳐가는 바람결이 시원한 암릉길, 그리고, 한눈에 들어오는 서울 외곽의 명산들, 그늘진 길가, 바람이 잘 통하는 능선 길에서의 달콤한 휴식, 마을 어귀를 지날 때, 대기에 가득 찬 밤꽃 향기, 키를 넘는 잡목 숲을 헤치며 통과할 때, 맡았던 강렬한 풀 냄새....모처럼 여유 있는 산행을 즐긴다.
몇 차례 짧은 구간, 알바를 하기도 했지만, 뚜렷한 등산로, 요소요소에 붙어있는 산행리본들, 그리고 이정표가 있어 길을 잃을 염려도 크지가 않다.
오늘의 산행기록은 아래와 같다.
『(10:11) 덕고개-(10;55) 형제 공업사-(10:38) 왼쪽 숲으로-(11;06) 오류동 고개-(11;11) 로얄 골프장 4번 페어웨이-(11;30) 능선 삼거리-(11:40~12:15) 중식-(12:26) 성바위-(12:41) 박석이고개-(12:57) 278m봉, 헬기장-(13:14) 축석령-(13:43) 귀락 터널 앞 도로 횡단-(13:56) 능선 분기봉에서 왼쪽으로-(13:58) 군 철조망-(14:07) 철조망 버리고 오른쪽 숲으로-(14:23) 4거리-(2:27~2:43) 알바 후 다름고개-(14:46) 도로 건너 숲으로-(14:29) 군 철조망-(14:57) 망루-(15:03) 부대 후문-(15:18) 철조망 버리고 오른쪽 숲으로-(15:21) 천주교 묘역-(15:31) 다시 숲으로-(16:10) 고모리산성 해설판-(16:11) 노고산 정상-(16:51) 비득재』 중식 약 35분과 중간 휴식 약 60분을 포함, 총 6시간 40분이 소요된 산행이다.
◆ ◆ ◆ ◆ ◆
10시 11분, 버스는 덕고개 덕현 초등학교 앞에 정차하고, 대원들은 하차하여, 아파트 부지공사장 시멘트 길로 들어서서, 기념촬영을 한 후, 선두 잭 대장을 따라 공사장을 가로 지른다. 사방이 탁 트인 공사장 부지에 서서, 사방을 둘러본다. 남쪽으로 천보산(336.8m)이 가깝고, 그 오른 쪽으로 도봉산, 북서 방향으로는 불곡산이 보이고, 동쪽 방향으로 천보산맥이 달리고 있다. 아파트 단지로는 좋은 자리라는 생각이 든다.
아파트 부지를 횡단하는 대원들
남쪽의 천보산, 도봉산
북서 방향의 불곡산
동쪽의 천보산맥
국토가 작은 우리나라에서는 도시 근교의 산림을 택지 등 여러 가지 용도로 개발하는 것은 불가피하다고 하겠다. 하지만 대간길이나, 정맥길에는 우리 조상들의 삶의 지혜가 담겨 있고, 그래서 앞으로도 많은 우리의 후손들이 즐겨 찾을 곳이기에, 어떤 형태로건, 그 마루금이 보존 됐으면 하는 바람이다. 설혹 아파트 단지가 들어서더라도, 아파트 단지 내에도 산책로는 필요할 터이니, 산책로 형태로라도 마루금을 보존하면 어떨까?
햇볕 하나 가려 줄 곳이 없는 땡볕 아래를 걷는다. 선들선들 불어주는 바람결 때문에 심하게 더위가 느껴지지는 않는다. 부지를 정지하다 암반층을 만난 모양이다. 붉은 황토색 대지 위에, 회색 암반층이 노출되어, 황량한 사막을 연상시킨다. 대원들이 다시 모여 기념사진을 찍는다. 10시 35분, 형제 공업사를 오른쪽에 두고, 1분 쯤 시멘트길을 따라 걷다가, 산행리본이 걸린 왼쪽 절개지를 타고 올라, 숲속으로 들어선다.
부지의 암반층
왼쪽 숲으로
왼쪽으로 작은 마을이 보인다. 밭둑길을 건너고, 골재 채취장을 지나, 10시 51분, 잡목이 우거진 숲으로 들어서며 비로소 제대로 된 마루금을 밟는다. 10시 58분, 일행은 등산로가 왼쪽으로 갈리는 갈림길, 그늘에 앉아 10분간 휴식을 취한다.
왼쪽 마을
마루금이 이어지는 잡목 숲으로
11시 6분, 길섶에 개망초가 하얗게 핀, 오리동 고개 아스팔트길을 건너, 맞은 편 숲으로 들어선다. 등산로는 완만한 오름길로 이어진다. 오른쪽으로 티 샷 차례를 기다리는 골퍼들이 보인다. 아마 5번 홀인 모양이다. 조금 지나 4번 홀 그린 부근으로 나온다. 골퍼들이 어프로치를 하고 있다. 우리 일행은 캐디 아가씨의 안내로, 재빨리 페어웨이를 가로 건넌다. 이어서 3번 그린을 왼쪽으로 끼고 다시 숲으로 들어선다.
오리동 고개
4번 홀 어프로치
3번 그린
가파른 오르막이 이어지고, 암릉이 나타난다. 바위 위에 서니, 덕현 초등학교에서부터, 아파트 부지, 골프장까지의 지나온 길이 한 눈에 들어온다. 조금 더 올라 능선 삼거리에 이른다. 산행리본들이 어지럽고, 이정표가 서 있다. 최근에 세운 이정표인 모양이다. 방향 판을 아크릴 판으로 만들어, 모양새는 깔끔하나, 아크릴 판이 어울릴 곳이 따로 있지, 여기는 아니라는 생각에 저절로 한숨이 나온다. 게다가 방향만 있지, 거리조차 표기돼 있지 않다. 누가 이런 이정표를 만들었을까? "공부 좀 하세요!"
멀리 보이는 덕현 초등학교, 아파트 부지, 골프장
능선 삼거리의 이정표
왼쪽 능선을 따라 걷는다. 어린 소나무들이 늘어선 산책길이 이어진다. 11시 40분 경, 제법 너른 공지에 일행이 모여 앉아, 이른 점심식사를 한다. 30여 분 후, 대원들은 절도 있게 뒷정리를 마치고, 다시 산행을 시작한다. 비탈길을 내려서서 작은 안부를 지나니, 등산로는 오르막으로 이어지고, 앞에 커다란 암봉이 막아선다. 왼쪽으로 우회로가 보이지만, 조망을 보기 위해 암봉으로 바로 오른다. 지도상에 상바위라고 표시된 바위인 모양이다. 암봉 위에 서니 조망이 일품이다. 불암산, 수락산, 도봉산, 사패산이 이어지고 오른쪽으로 천보산과 지나온 능선이 아름답다. 동남쪽으로 먼 산과 골짜기의 마을이 그림 같고. 북서 방향으로 천보산맥이 웅장하다. 대원들과 사진을 찍느라고 이곳에서 10여 분간을 지체한다.
도봉산
불암산, 수락산
천보산과 지나 온 능선
동남방향 조망
천보산맥
왼쪽 급경사 길을 내려서서, 마루금 능선을 달린다. 12시 41분 백석이 고개 4거리에 도착한다. 톨탑이 있고, 이정표가 서있다. 선두의 잭 대장이 착각을 한 모양이다. 오른쪽 골짜기로 내려섰다가 다시 4거리로 돌아와 직진하는 오르막을 오른다.
백석이고개 돌탑
287m봉으로 이어지는 오르막길을 오른다. 암릉길이 이어지고, 가파른 사면에는 로프가 드리워져 있다. 왼쪽으로 불곡산이 가깝게 보인다. 12시 57 분, 287m봉에 오른다. 삼각점이 있는 헬기장이다. 삼각점의 표시는 마모가 심해 읽을 수 가 없다.
287m봉 오르다 본 불곡산
287m봉의 삼각점
헬기장을 내려서서 3분 후 이정표를 지나고, 다시 2분 후, 시멘트 말뚝이 박혀 있는 곳에서 등산로는 오른쪽으로 떨어진다. 1시 14분, 34번 국도가 지나가는 축석령에 내려선다. 축석령은 의정부시와 포천의 경계다. 일행은 포천 쪽으로 도로를 따라 올라, 편의점 24시 플러스 원 앞, 파라솔 아래에서, 냉 막걸리를 마시며, 갈증을 달랜다.
축석령 해태상
축석교회
한동안 휴식를 취한 일행은 1시 31분, 횡단보도를 건너, 맞은편의 가파른 절개지를 타고 능선에 올라, 왼쪽으로 진행한다. 능선 아래로 도로 확장 공사가 한창이고, 그린 하우스 모텔, For You 모텔들이 내려다 보여, 가히 동네 분위기를 짐작할 수 있겠다. 1시 43분 귀락 터널 직전에서 다시 차량 통행이 빈번한 아스팔트길을 건너고, 석축 계단을 올라, 숲속으로 들어선다. 어둑한 산 사면에는 43번국도 쪽으로 총구가 나 있는 토치카가 보인다.
축석령의 조형물
능선길에서 내려다 본 모텔,
귀락 터널
아름다운 참나무 숲길이 이어지고, 1시 56분 경 작은 능선 분기봉에서 왼쪽으로 내려서서 군 철조망을 따라 걷는다. 비릿한 밤꽃 향기에 고개를 들어 보니 어느새 밤꽃이 하얗게 피었다. 2시 7분, 철조망을 버리고, 오른쪽 등산로로 들어선다. 아름다운 능선길이다. 바람결이 시원하여, 10여 분간 휴식을 취한 후 내리막길을 내려서서, 4거리에 이른다.
철조망길
어느 사이에 만개한 밤꽃
4거리에서 직진하고, 이어서 나타난 갈림길에서 리본을 따라 오른쪽 길로 내려선다. 선두를 섰던 잭 대장이 아무래도 방향이 이상하다고 되올라 온다. 갈림길로 되돌아 와, 이번에는 왼쪽 길로 내려선다. 저 아래로 마을이 보이고, 마을 뒤로 차량들이 빈번하게 다니는 아스팔트길이 보인다. 다름고개다. 하지만 등산로는 밭둑까지 이어지더니 슬그머니 사라져 버린다. 뒤를 돌아보니, 왼쪽으로 이어진 능선이 다름고개 쪽으로 흘러내리는 모양새를 보인다.알바를 확인했지만, 눈앞에 다름고개가 누워있어, 밭두렁을 헤집고 나와, 마을을 가로 지른다.
알바하며 본 마루금
2시 43분 경, 다름고개에 이르니, 4거리까지 후퇴하여, 왼쪽 능선길로 들어서서, 제대로 마루금을 걸어온 일행들이 먼저 와서 기다리고 있다. 이곳에서 잠시 웃으며 휴식을 취한 일행은, 2시 43분, 예쁘게 꽃 장식을 해 놓은 피노꼴레 가든 앞에서 도로를 건너고, 옹벽을 넘어 다시 숲으로 들어선다.
피노꼴레 가든
2시 49분, 군 철조망을 따라 걷는다. 마을 사람이 탄약고라고 하더니 과연 탄약고처럼 보이는 시설물들이 눈에 뜨인다. 가족묘처럼 보이는 묘역을 지나고, 망루를 지나, 3시 3분 경 군부대 후문에 도착하여, 시원한 그늘에 모여 앉아 10분간 휴식을 취한다.
망루
다시 철조망을 따라 오른다. 이윽고 산행리본이 오른쪽 숲길로 유도하는 곳에서 철조망을 버리고 숲길을 따라 오른다. 등산로는 왼쪽으로 가파르게 오르더니, 너른 천주교 묘역으로 이어진다. 또 밤꽃 향내가 풍긴다. 오른쪽 숲에 밤꽃이 하얗다. 높은 묘역을 걸으면서 보는 조망이 일품이다. 서울 외곽의 산들이 파노라마처럼 펼쳐져있다.
천주교 묘역
묘역에서 본 파노라마
이윽고 등산로는 묘역을 벗어나, 아름다운 송림 숲으로 이어진다. 이런 환상의 소나무 숲길이 20여 분간이나 계속되더니, 너른 임도를 건너, 다시 맞은편 숲길로 이어진다. 등산로는 점차 가팔라지고, 가파른 길에는 로프가 걸려 있다. 언덕에 올라, 무성한 잡목 터널을 통과하자, 눈앞에 SK 통신탑이 나타나고, 포천 고모리산성 해설판이 서 있다.
환상의 송림길
잡목숲 터널
고모리산성
산성 해설판을 왼쪽으로 끼고, 커다란 느티나무를 지나니, 노고산(380m-고모리산의 다른 이름) 정상석이 보인다. 잭 대장 이야기로는 전에는 없었던 것인데, 아마도 최근에 세운 모양이라는 설명이다. 일행은 정상석 앞에, 넓게 둘러 앉아, 남은 음식들을 모두 처분하며, 또 다시 즐거운 휴식시간을 갖는다.
노고산 정상석
정상석 뒤, 암봉에 올라, 굽어보는 조망이 좋다. 동쪽 바로 눈앞에 죽엽산(622m)이 버티고 있고, 그 오른쪽으로 천마산, 그 오른쪽 멀리 예봉산, 검단산까지 희미하게 보인다. 4시 30분 경, 충분히 휴식을 취한 대원들이 잡목 숲을 헤치고 가파른 길을 내려서서 하산을 시작한다. 군데군데 허물어진 성터가 보인다. 4시 51분, 비득재 도로에 내려서서 오늘의 산행을 마감한다.
죽엽산
천마산 (좌단)
하산하는 대원들
비득재
뒤풀이
비득재는 완전히 식당촌이다. 시골 밥상집이라는 식당에 연락을 하니, 차량 2대가 마중을 나온다. 식당에 도착, 알탕은 하지 못했어도, 시원한 지하수로 몸의 땀을 닦아내고, 1 시간 30여 분간 계속된 뒤풀이를 즐긴다.
다시 식당차를 이용하여, 무봉리로 나온 일행은, 버스로 갈아타고, 도봉산 역에 도착하여, 귀가 족과 2차 뒤풀이 족으로 갈라진다.
(2006. 6. 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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