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대 정문 접근


숲으로 들어선다, 내리막 사면에 묘들이 줄지어 자리 잡고 있고, 묘역 오른쪽으로 희미한 길이 이어진다. 길을 따라 내려선다. 안부를 지나, 숲을 벗어나니, 앞에 마을이 보인다. 우회로는 부대 철조망을 따라 가야하는데 논을 건너, 마을길로 들어서면 부대와 너무 멀어지는 느낌이다.

무덤능선

 

숲으로 되돌아 와서 주위를 찬찬히 살핀다. 오른쪽으로 '산들바다' 라는 오래된 산행리본이 보이고, 희미하게 발자국이 이어진다. 발자국을 따라 걸어보지만, 얼마 가지 않아,슬그머니 사라져 버린다. 맹랑하다. 흔적을 찾느라 잠시 머물러 주위를 살핀다. 왼쪽으로 낮은 능선이 보인다. 주위를 살피려고 길 없는 사면을 치고 올라 능선에 오른다. 그런데 이게 웬 일인가? 아까 내려왔던묘역 위로 되올라 온 것이 아닌가? 

오래된 산행리본


할 일 없이, 올라왔던 곳을 되 집어 내려와 , 족적이 사라진 곳에 선다. 개념도를 꺼내 살펴본 후, 이번에는 무조건, 북쪽으로 숲을 가로 지른다. 머지않아. 임도로 내려서고, 왼쪽으로 거대한 탄약고가 보인다. 이 길을 찾느라고 약 15분간을 헤맨 셈이다. 이곳이 이번 구간에서 가장 길 찾기가 어려운 곳이다.

임도에 내려서고, 왼쪽에 탄약고가 보인다.


탄약고가 가까워지자 임도를 버리고, 뱀이 무서워, 스틱으로 누렇게 변한 풀을 헤치며, 철책으로 접근한다. 갑자기 앞에서 푸드득 소리가 요란하더니, 꿩 한 마리가 공중으로 솟구친다. 기겁을 하고 놀란다.

꿩이 날아오른 초지


초지를 건너, 철책에 이른다. 철책 안에 병사 두 명이 순찰을 돌고 있다. 위장을 하지 않은 맨 얼굴이 앳돼 보인다. 이번에는 서슴없이, "안녕하세요?"라고 인사를 건네고, 등산로를 묻는다. 병사 한명이 친절하게 알려준다.


"철책을 따라 올라 가세요. 위에서 초병이 또 안내해 드릴 겁니다."


고맙다고 인사를 하고, 이중철책 사이를 걷는다. 밖의 것은 오래된 철조망이고, 안의 것은 새롭게 만든 철책이다. 철책에 걸린 경고문들이 겁을 준다.


"접근하면 발포한다."


"폭약 설치 및 고압전류 흐름 "


안쪽의 철책과 일정한 거리를 두고 조심조심 걷는다. 초소가 가까워지고, 초병 두 사람이 초소에서 나와 기다린다. 기선을 잡자고, "안녕하세요." 라고 인사를 하고 다가가자. 어디를 가느냐고 묻는다. 한북정맥을 종주하는 중이며, 현달산으로 간다고 대답하고, 개념도를 꺼내, 현재 위치와 현달산의 위치를 보여준다.

이중철책


초병들은 잠시 기다려 달라고 하더니, 초소로 들어가, 전화로 당직 사관에게 보고를 하는 모양이다. 통화 시간이 길어진다. 혹시 되돌아가라고 하면 어쩌나하고 은근히 걱정이 된다. 이윽고 초병 한 명이 다가오더니, 길이 험하니, 조심해 가라고 통행을 허락한다. 아울러 후문초소에서 검문을 하면, 이쪽 초소에서 통행 허가를 받았다고 말하라고 일러준다.


위병과 헤어져, 철책 길을 따라 걷는다. 1시 45분경에 후문초소를 지나는데도, 초소병들은 내다보기만 할 뿐 아무 제지도 하지 않는다. 아마 앞의 초소에서 연락이 있은 모양이다. 바리케이드가 쳐진 시멘트도로를 지나, 임도로 내려서니. 왼쪽으로 현달산이 가깝게 보인다.

탄약부대 후문을 지나면서 본 현달산


1시 49분, 식사동과 사리현동을 잇는 2차선 포장도로에 내려선다. 건너편 모래함 뒤로 등산로가 보인다. 여기서부터, 현달산 까지는 우회로가 아닌 진짜 마루금이다. 도로를 건너, 숲으로 들어선다. 왼쪽으로 무덤 1기가 보이고, 조금 더 올라서니, 오른쪽에 폐가가 보인다. 작은 고개를 넘자, 길이 양쪽으로 갈린다. 산행리본들의 안내에 따라 왼쪽 길로 내려서서, 1시 58분, 광목장(光牧場) 정문에 도착한다. 잠시 안으로 들어가, 정면에 보이는 아담한 현달산을 카메라에 담고, 다시 정문 쪽으로 나와 건너편, '사격시 입산금지' 팻말이 붙어 있는 등산로를 따라, 현달산으로 향한다.

현달산으로 이어지는 등산로 입구.


오른쪽으로 아름다운 광목장을 바라보며, 임도를 따라 걷다가, 임도를 버리고, 왼쪽으로 솔잎이 노랗게 깔린 소나무 숲으로 들어선다. 아름다운 숲길이 완만한 오름세로 이어진다. 왼쪽에 잘 관리된 묘가 보여, 카메라에 담고, 묘역을 벗어나, 다시 등산로를 오르다 뒤를 돌아보니, 봉분이 보이질 않는다.

아름다운 광목장


'괴상한 일도 다 있네.' 라고 속으로 중얼대며, 묘역으로 다시 들어가 묘비를 자세히 본다. '江陵 金氏 支山君 長湍派 望鄕祭壇'라고 음각돼있다. '아하! 묘가 아니라 제단이로구나.' 묘처럼 월성까지 만든 제단은 처음 본다.

망향제단


헬기장를 지나고 다시 송림이 이어진다. 6.25때 격전지라더니, 교통호가 이리저리 어지럽게 이어져있다. 반세기 전에 만들어진 교통호 치고는 꽤나 멀정한 편이다. 아마 지금도 훈련용으로 사용하는지도 모르겠다.

교통호

2시 17분, 정상에 오른다. 흙이 벌겋게 들어난 정상에는 삼각점이 세 개나 있고, '지적 삼각점 인식표' 라는 석판도 놓여 있다. 고도가 131.71M로 표기돼 있다. 정상까지 교통호가 이어지고, 정상 바로 아래 설치한 토치가의 지붕에 해당하는 웅덩이 주변에는 시든 잡초가 무성하다. 정상에서 서쪽으로 고봉산이 가깝게 보이고, 북쪽의 너른 벌판이 조망되나, 날씨가 흐려 문봉동 정도가 확실히 보일뿐이다.

현달산 정상

지적 삼각점 인식표

정상의 토치카

정상에서 본 고봉산


정상에서 망연히 주위를 돌아보며, 10여 분 간 휴식을 취한 후, 서쪽 급경사 비탈길을 달려 하산한다. 교통호가 자주 눈에 뜨인다. 2시 37분, 문봉동 고개 삼거리에 내려선다. 현달산을 내려서면서 다시 마루금과 이별하고 우회로를 걸어야한다.

문봉동 삼거리 교통 안내판 - 풍산동, 동국대 병원 방향으로 들어선다.


길을 건너, 타워 골프연습장이 있는 서쪽 도로로 들어선다. 인도가 없는 2차선 도로다. 좌측으로 인선ENT 페기물 처리장, 신원기업, 신성콘크리트공업(주)등의 기업들이 이어져 있어, 덤프트럭들이 굉음을 내고, 먼지를 피우면서, 질주한다. 길가로 내몰리며, 악명 높은 이 길을, 약 20분간 걸어, 예빛교회에 이르고, 이곳에서 오른쪽 비포장도로로 들어선다.

악명 높은 우회도로

인선 ENT

예빛교회 건너편 비포장도로


지나온 끔직한 길에 비하면, 무척 아름다운 길이다. 오른쪽은 군부대, 왼쪽은 개발지역인 모양으로, 이제 대지를 조성해 놓은 듯싶다. 군부대를 끼고 있는 호젓한 길, 여기저기 쓰레기 더미가 쌓여있다. 폐타이어, 버려진 가구 등이 쌓인 걸 보면, 개발과 관련이 있는 쓰레기인 듯싶다. 두고두고 전국의 산꾼들에게 욕 먹지마시고, 일산구청에서 청소차 몇 번 동원해서, 대청소를 하심이 여하 하신지요?

아름다운 길에 버려진 쓰레기 더미 - 일산 사람들의 수치.


3시 13분, 삼거리에 이른다. 정면으로 군부대 철조망이 보이고, 산행리본들이 오른쪽으로 가라고 일러준다. 우회로는 마을을 통과하여, 아스팔트 포장 도로로 이어진다. 마을을 통과하며 오랜 만에 재래식 토담집을 본다. 도로로 나서자, 정면으로 통신탑이 우뚝 솟은 고봉산이 보인다.

오랜만에 보는 재래식 토담집


도로를 따라 서쪽으로 이동한다. 길가에 두메산골이라는 음식점이 보여, 캔 맥주를 사 마시려고 들어서 보지만, 병맥주 밖에 없다는 대답에 실망만 하고 돌아선다. 다시 도로를 따라 터덜터덜 걷는다. 오른쪽 콩밭너머로 보이는 고봉산이 아름다워 밭가에 서서 셔터를 누른다. 콩밭에서 꿩 한 마리가 공중으로 푸드덕 날아오른다. 오늘은 꿩 보고 놀라는 운세인 모양이다.

콩밭 너머로 본 고봉산


3시 23분, 왼쪽으로 군부대 철책이 보이고, 산행리본들이 펄럭인다. 도로를 버리고 철책으로 올라붙는다. 도로변에 아그래망이라는 이름에 어울리지 않는 작은 공장이 보인다. 철책을 따라 오른다. 반들반들하게 길이 나 있다. 정맥꾼들이 아니면 누가 이런 길을 갔겠는가?

부대철책

누가 이런 길을 만들었나?

초소가 보이고, 초병 둘이 나와서 기다린다. 역시 선수를 친다고, "안녕하세요?"라고 인사를 한다. 하지만 이들의 반응은 차갑다. 어디를 가느냐고 묻더니, 민간인 출입금지 구역이니, 빨리 나가라고 호통이다. 싸가지가 바가지다. 오른쪽 숲에 산행 리본이 보인다. 나도 한번 째려 봐 주고, 숲속으로 들어선다.

초소 오른쪽으로 보이는 산행리본들


솔잎이 노랗게 깔린 아름다운 송림을 걷는다. 1분쯤 걸었을까? 왼쪽으로 산행리본이 보인다. 역시 송림길이 이어지고, 새로 만든 참호도 눈에 뜨인다. 차 소리가 가까이 들린다. 3시 39분, 2차선 포장도로가 지나가는 성동고개에 내려서서 오늘 산행을 마친다.

성동고개


(2006. 10. 30.)


귀로.

도로를 건너, 고개를 향해 걷는다. 고개 마루턱에 오른쪽으로 만경사로 오르는 시멘트 길이 보인다. 다음 구간의 마루금이다. 아스팔트 도로를 따라 10분 쯤 걸어, 확장공사가 한창인 356번 지방도로에 이른다. 왼쪽이 구파발, 오른쪽은 금촌 방향으로 이어지는 도로다. 주민에게 가까운 버스정류장이나, 지하철역을 물으니. 지하철역은 한참 멀고, 버스 정류장은 구파발 방향으로 걸어 나가면 있다고 일러준다.


공사 중이라 인도도 없는 찻길을 10분 정도 걸으니, '하사관 주택 앞' 이란 묘한 이름의 버스정류장이 나온다. 길을 건너, 반대편 정류장에서 구파발 행 버스에 올라타고, 카드를 찍는다. 이번에는 요금이 1,400원이다. 원당역에서 내려 지하철로 바꾸어 탄다.


Posted by Urimah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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