곡릉천 - 오른쪽으로 멀리 오두산


내일은 한북정맥의 종점인 장명산에 가볼 생각이지만, 강한 바람에 기온이 많이 떨어지고, 오전에는 비가 오겠다는 예보를 접하니 마뜩치가 않다. 그렇지 않아도 처량한 구간인데, 지척지척 내리는 초겨울 비를 맞으면서까지 산행을 할 생각이 없어서, 이 일 저 일로 꾸물대다가 늦게야 잠자리에 든다.


2006년 11월 11일(토).

평소보다 다소 늦게 일어나보니, 하늘은 맑고, 날씨만 좋다. 전혀 비가 올 날씨는 아니다. 항상 느끼는 것이지만, 일기예보가 보다 더 정확했으면 좋겠다. 장비가 모자라면, 장비를 보충하고, 요원이 부족하면, 요원을 양성해야 한다. 이런 곳에는 결코 돈을 아끼지 말아야 한다. 기상예보는 농민이나, 어민들의 생명과 재산에 직결되고, 모든 사람들의 생활에 영향을 주기 때문이다.


식사를 마치고, 서둘러 산행준비를 한 후, 9시가 조금 넘어, 대문을 나선다. 사라진 마루금을 따라, 도로를 걷고, 횡단보도를 건너며, 아파트 단지를 통과한다. 파주군으로 들어서니, 대단위 아파트단지 조성공사가 한창이다. 임도로 이어지며, 겨우 명맥을 유지하던 마루금 조차 간 곳이 없어져, 할 수 없이, 방향만을 잡고 무조건 공사장을 가로 지른다.


이처럼 사라진 마루금을 따라, 아직도 곳곳에 걸려 있는 산행리본들을 보면, 산꾼들의 못 말리는 열정에 가슴이 따듯해지는 느낌이다. 자라나는 청소년들에게 나라사랑, 국토사랑을 가르치는 가장 좋은 방법은 자기나라 국토를 직접 걷게 하는 것이다. 우리나라의 국토를 걷는다면, 1 대간, 1정간, 13개 정맥으로 이루어진 백두대간만큼 좋은 곳도 아마 없을 것이다.


오늘의 산행기록은 아래와 같다.

『(11:00) 성동고개, 산행시작-(11:08) 만경사 입구-(11:14) 영천사 삼거리-(11:18) 영천사-(11:32~11:35) 장수바위-(11:46~11:48) 헬기장-(11:54) 중산배수지 갈림길-(11:57) 고봉정-(12:01) 고봉산 삼거리-(12:09) 금정굴-(12:23) 108m봉 정상-(12:30~12:50) 중식-(13:02) 아파트 앞도로-(13:18) 큰마을교-(13:20) 일산가구공단-(13:50) 창건사-(14:00) 택지조성공사장-(14:16) 경기인력개발원 앞 도로-(14:25) 임도-(14:40) 목동 삼거리-(14:49) 월드메르디앙 후문-(14:57) 삼림욕장종합안내판-(15;05) 삼거리 - (15:09) 삼거리 회귀-(15:12) 지하통로-(15:18) 성재암 갈림길-(15:23~15:28) 성재암-(15:36) 파평 윤씨 묘역입구-(15:47) 교하중학교 앞-(15:50) 미건사 앞-(16:01) 산불감시봉-(16:06) 공지-(16:16~16:31) 장명산-(16:44_곡릉천』중식시간 20분 포함, 5시간 44분이 소요된 산행이다.


* * * * *


구파발까지 지하철로 이동한다. 그곳에서 지난 번 귀가할 때, 이용했던 7733 시내버스를 타고, 하사관 아파트 앞에서 내린다. 버스 정류장 의자에 앉아, 등산화 끈을 단단히 매고, 스틱도 늘린 후, 성동고개로 향한다. 날씨는 쾌청하고, 마주 불어오는 바람이 제법 차갑다.


약 15분쯤 걸어, 11시 정각에 성동고개에 도착하여, 만경사로 이어지는 시멘트 길로 들어서며, 산행을 시작한다. 만경사, 영천사와 지인제라는 한정식집의 알림판이 보이고, 입구에 고봉산 안내판이 서있다.


성동고개 마루턱에 도착, 산행시작


제법 가파른 오르막이 이어진다. 왼쪽으로 지인제로 들어가는 송림길이 갈라지고, 잘 손질된 묘지들이 보인다. 너른 시멘트 길이 제법 울창한 숲 사이로 이어지더니, 커다란 느티나무가 있는 만경사 입구를 지나, 이정표가 서 있는 영천사 갈림길에 이른다. 오른 쪽은 민간인 출입통제 팻말이 세워진 군부대 길이고, 왼쪽은 아파트로 이어지는 길이다. 아파트 쪽에서 산책객들이 줄지어 올라오고 있다. 이정표가 서 있다.

 

만경사의 느티나무


직진하여 내려서면 영천사다. 수덕전 본당과 산신각뿐인 작은 사찰이다. 고봉산(208.8m) 정상에는 군부대가 있어 출입이 통제됨으로, 영천사를 거쳐, 중산배수지 쪽으로 진행하면 되지만, 장사바우라는 이름도 그럴 듯하고, 군부대 근처까지 고봉산 정상에 접근해 보려고, 영천사를 지나, 오른쪽 산 사면을 타고 이어지는 샛길을 따라 장사바우 쪽으로 향한다.

 

영천사


정상의 군부대 주위는 시멘트 담장이 둘러져 있고, 장사바위는 동쪽으로 조금 아래쪽에 떨어져 있다. 커다란 바위 두 덩어리가 덩그마니 놓여 있고, 주위에는 벤치들이 보인다. 장사바위에 올라서니 멀리 도봉산이 보인다.

 

장사바위


고봉산은 고구려, 백제, 신라가 서로 각축을 벌이던 전략적인 요충지로, 일명 테미산으로도 불린다. 고구려 시대에는 달을성현으로 불리고, 봉수대가 있던 곳으로 유명하다. (이상 일산 구청에서 펌). 지금은 작은 산에 교통호가 구불구불 이어지고, 너무 많은 사람들이 드나들어, 산 전체에 무수한 샛길들이 나있어, 몹시 황폐한 산이 돼버렸다.

 

고봉산의 토치카 - 도심 한복판에 있는 이 토치카는 무슨 의미가 있나?


이정표를 따라 중산배수지 방향으로 진행하여 헬기장에 이른다. 어린이들, 강아지를 데리고 나온 인근 주민들이 산책을 즐기고 있다. 고봉산이 가장 잘 보이는 위치라고 한다. 헬기장 주변 풍경을 카메라에 담고, 중산배수지 방향으로 울창한 숲길을 걷는다.

 

헬기장

 

울창한 숲


11시 54분 갈림길에 이른다. 우측 길은 배수장 가는 길이고, 마루금은 산행리본들이 붙어 있는 왼쪽이다. 왼쪽으로 내려서서, 고봉정을 지나, 12시 경, 98번 국도가 지나가는, 고봉산 삼거리에 도착한다. 횡단보도에서 도로를 건너서, 좌측으로 조금 내려서니, 안내판과 장승들이 금정굴 가는 길을 안내한다.

 

고봉정

 

금정굴 입구


금정굴은 9.28 수복 후, 죄 없는 양민들을 학살하여, 매립한 현장이라고 한다. 반세기가 지났는데도 전쟁의 상흔을 마무리하지 못하고, 아직도 고통을 겪고 있다. 푸른 비닐이 현장을 덮고 있다. "산 자들이여, 우리를 기억하라."라는 비통한 외침이 걸려 있을 뿐, 아무도 없는, 으스스한 곳을 둘러본다.

 

피학살자 유족회의 안내문


금정굴을 거쳐, 운동시설이 있는 쉼터를 지난다. 운동을 하는 주민들이 보인다. 이어서 마루금은 군부대 철조망을 따라 이어진다. 12시 22분, 군부대 사격장이니, 민간인들의 접근을 금한다는 경고판이 세워진 곳에 이르러, 산행리본들을 따라, 왼쪽으로 향한다. 곧바로 삼각점이 있는 108m봉 정상이다. 나무들에 가려 조망은 별로다.


무덤들 사이로 희미한 길을 따라 내려선다. 묘에 번호가 붙여진 것을 보면, 아마도 규모가 작은 공동묘지인 모양이다. 12시 30분 경, 양지 바른 묘역에 앉아, 도시락을 푼다. 앞의 능선 너머로, 멀리 아파트 단지를 바라보면서, 망자들의 유택 가운데 혼자 앉아, 천천히 점심을 먹는다. 햇볕은 따듯하고, 사방이 고요하다.


12시 50분, 식사를 마치고, 다시 묘역을 내려서서, 너른 임도에 이르고, 1시경, 단풍농원 입구로 나와, 호곡중학교를 왼쪽으로 끼고 걷는다. 이윽고 2차선 포장도로에 이르고, 도로를 건너 아파트 단지로 들어선다. 왼쪽은 현대 아파트, 오른쪽은 큰마을 아파트다. 아파트의 서쪽 펜스가 나올 때까지, 직진한 후, 펜스를 따라 왼쪽으로 내려서면, 도로로 오르는 계단에 이른다. 도로에 올라, 오른쪽으로 조금 이동하여, 탄현 큰 마을교를 건넌다. 다리 아래로 경의선 철로가 지나간다.

 

아파트 단지로 들어서고,

 

도로로 오르는 계단을 오른다.


1시 19분, 서울과 금촌을 이어주는 359번 지방도로에 이른다. 건너편에는 일산가구공단 제1문이 보이고, 그 뒤는 삼호 골프연습장이다. 횡단보도를 건너, 가구공단으로 들어서서, 양쪽으로 가구점들이 늘어선, 공단 길을 걷는다.

 

일산 가구공단 제1문


진혁진 씨의 후기에는 가구공단에 들어서서 7분쯤 지나면, "모드니에" 가구점에 이른다고 했는데, 주위를 유심히 보면서 10분 가까이 걸어도, "모드니에" 가구점은 보이지 않는다. 길가에서 가구를 싣고 있는 인부들에게 물어보니, 가구거리 갈림길에서 왼쪽으로 가라고, 알려준다. 1시 32분, 왔던 길을 되돌아 나와, 3분 후 가구거리 갈림길에 선다. 마침 한 가구점에서 판매원이 손님을 배웅하며 나온다. 판매원에게 "모드니에" 가구점의 위치를 묻는다.

 

가구거리 갈림길- 오른쪽에 "이태리 디자인" 가구점이 보인다.


판매원은 내가 되 집어 내려온 방향을 가리키며, 눈앞의 "이태리 디자인"이 "모드니에" 가구점 자리라고 알려준다. 고맙다고 인사를 하고, "이태리 디자인" 가구점으로 다가서서서, 오른쪽 골목길로 들어서다보니, "모드니에" 가구점 주차장 안내 표지가 아직도 붙어 있다.

 

이태리 디자인 가구점-마루금은 주차장 표시가 있는 골목으로 이어진다.


시멘트 길을 따라 내려선다. 진혁진 씨의 1년 전 산행기가 놀라울 정도로 상세하고 정확하다. 많은 도움을 받았음을 밝히고, 이 자리를 빌려 고맙다는 말씀을 드린다. 도로변 왼쪽에 공장들이 늘어서 있고, 오른쪽으로 골프장이 보인다. 여러 차례 갈림길이 나오지만 신경 쓸 것 없이 직진한다. 시멘트길이 끊어지고 비포장도로가 이어지면서, 도로주변은 폐가구등 쓰레기 천지다. 버려진 폐차도 보인다.


11시 48분, 갈림길에서, 우측 시멘트 길을 따라 골프장 철조망을 끼고 걷는다. 1시 50분, 창건사가 있는 사거리에 이르러, 직진한다. 오른쪽으로 현대파크 아파트 단지가 보이고, 새롭게 조성된 아파트 부지 사이로 마루금이 이어진다. 뒤로 고봉산이 보인다.

 

뒤돌아 본 지나온 길


아파트 단지 조성공사가 한창인 허허 벌판에 이른다. '택지개발 예정지구 변경 지역'이라는 안내문이 세워져 있다. 허허벌판에서 개념도 대로, 북서 방양으로 진행하다 보니, 경기인력개발원 건물이 오른쪽으로 보인다. 진혁진 씨는 왼쪽으로 끼고 진행했다는 기록이 있어, 다시 후퇴하여, 개발원 건물을 왼쪽에 두고, 공사장 절개지를 기어올라, 시멘트 길로 내려선다.

 

택지개발 예정지구 변경 지역 안내문

 

뒤돌아 본 공사장

 

개발원 담을 끼고 이어지는 길


시멘트 도로를 건너, 토치가 옆의 시든 잡초와 덩쿨 사이로 이어진 족적을 따라 진행한다. 저 앞에 산행리본들이 나풀댄다. 메말라 시들어져버린 지금도 진행하기가 힘이 드는 판이니, 한 여름에는 우회할 수밖에 없겠다. 덩쿨지대를 지나, 임도에 내려선다. 좌, 우 어느 쪽으로 진행해야 할지 막막하다. 주위를 둘러보니, 오른 쪽으로 내려서면, 다시 공사장으로 내려설 듯싶다. 왼쪽으로 향한다. 차 소리가 들리고, 이어서 4차선 포장도로 나온다. 입구에 쌍용건설 현장사무실 방향을 알리는 입간판이 서있다.

 

험난한 넝쿨길


도로를 건너, 오른쪽으로 내려서서, 2시 40분, 목동 삼거리에 이른다. 건너편 공사장을 둘러친 철제 펜스에 '파주 운정 택지개발지'라는 표지가 선명하다. 삼거리에서 왼쪽으로 돌아, 월드메르디앙 아파트로 향한다. 왼쪽으로 2차 월드메르디앙 아파트로 이어지는 도로를 건너, 아파트 정문에 이르고, 아파트 담을 따라 후문을 지난다.

 

월드메르디앙 후문


2시 54분, 대신교회와 생명교회 사이를 지나, 광진테크에서 오른쪽 비포장도로를 따라 내려선다. 사거리가 나오고, 직진하는 길 왼쪽 길가에는 '교하읍 고인돌 산림욕장 종합안내도'가 서 있다. 오른쪽으로 HID설악산업개발 팻말이 보인다. 2시 59분, 다시 갈림길에 이르러, 성재암 가는 방향을 가리키는 팻말을 따라 직진한다. 왼쪽으로 56번 국도가 보인다.

 

생명교회와 대신교회

 

산림욕장 종합안내도


다시 갈림길에 이른다. 진혁진 씨는 왼쪽으로 내려서라고 후기에서 쓰고 있지만, 직진방향에 높은산 등 여러분들의 산행리본이 걸려있다. 산행리본의 지시에 따라 직진하여 절개지 위에 서지만. 높고 경사가 급한 절개지를 내려설 곳이 마땅치 않고, 설혹 내려서더라도, 길 건너 절벽 같아 보이는 절개지를 오를 방법이 없겠다.


3시 9분, 다시 갈림길로 되돌아 와, 왼쪽 길로 내려선다. 2분 후 56번 도로로 나와, 왼쪽의 지하도를 통과하여 도로를 건너고, 절개지를 따라 이어지는 오른쪽 시멘트 길을 걷는다. 3시 17분, 고개 마루턱 에서 왼쪽으로 임도가 갈리고, 성재암 방향을 알리는 팻말이 나무 등걸에 박혀있다.

 

모처럼 아름다운 임도를 걸어, 3시 23분, 성재암 갈림길에 이른다. 성재정이란 우물를 설명한 해설판이 서 있고, 오른쪽으로 성재암이 보인다. 이제 목적지도 가깝고, 시간도 충분하여, 성재암으로 내려선다. 본당건물에 석탑과 앙증맞은 종루가 인상적이다. 성재암(聖在庵)의 연혁을 알리는 경내 해설판에 의하면, 세조의 비(妃), 정희왕후가 창건한 가람이라고 한다. 550년 동안 마른 적이 없다는 성재정은 커다란 나무 뚜껑으로 덮여 있다.


성재암을 뒤로하고, 임도를 따라 부지런히 걷는다. 근처에 개 사육장이 있는 지 개 짖는 소리가 요란하다. 3시 36분, '파평윤씨 교하종중 묘역입구'를 지나, 교하중학교에 이른다. 학교 담장을 왼쪽에 끼고 돌아, 정문 쪽으로 나와서, 군부대 담장을 따라 내려선다. 3시 47분, '교하중학교 앞'이란 교통 표지판이 높다랗게 걸려있는 2차 포장도로 나온다.

 

포장도로를 따라 왼쪽으로 조금 이동하여. 핑고개 삼거리에 이른다. 길을 건너, 산행리본들이 잔뜩 걸린, 시멘트 길을 내려선다. 왼쪽으로 유진케미컬 공장이 내려다보인다. 3시 50분, 유진케미컬 정문에 이르고, 포장도로를 건너, 미진사 정문 옆, 주말농장 팻말이 붙은 절개지를 타고 오른다. 절개지에 오르니, 수로를 따라 발자국이 이어진다.

 

핑고개 건너 시멘트 길로

 

미진사 옆 절개지를 오른다.


넝쿨과 잡초가 뒤엉킨 험한 곳을 지나 능선에 서니, 왼쪽에 산불 감시탑이 서있는 봉우리가 보이고, 정면에는 거대한 폐기물 처리장이 솟아있다. 차 소리, 기계 돌아가는 소리가 요란하다. 4시경 산불감시초소를 지나, 왼쪽 가파른 절개지를 내려서서, 트럭 적재함들이 늘어서 있는 너른 공터에 이른다. 정면에 장명산과 폐기물 더미가 나란히 서있다. 폐기물 더미가 조금 더 높아 보인다.

 

폐기물 처리장

 

장명산과 폐기물 처리장


너른 공지를 지나, 정면의 장명산으로 향한 발자국들이 보인다. 장명산 아래에서 발자국은 왼쪽으로 우회하더니, 이윽고 오른쪽의 완만한 산 사면을 타고 철조망을 피해, 정상으로 이어진다. 4시 17분, 깃대봉과 화생방 경보 해제 해설판 그리고 파이프 종이 걸려있는 정상에 오른다.

 

장명산

 

장명산 정상


선답자들의 관례에 따라 파이프 종을 세 번 타종하고, 주위를 둘러본다. 사방이 확 트여 조망이 일품이다. 배낭을 벗어, 술병을 꺼내, 정상주를 마신다. 아무도 없는 정상에서 홀로 앉아, 곡릉천 주변의 너른 들판을 하염없이 내려다본다.

 

오두산 방향의 조망

 

북쪽 방향의 기간봉, 월률산

 

장명산에서 본 북한산

 

추수가 끝난 너른 들

 

곡릉천


저만치 떨어져 있는 배낭도 외로워 보인다. 먼 길을 함께한 배낭과 스틱을 카메라에 담고, 4시 30분 경, 이번에는 동쪽 교통호를 따라 하산을 시작한다.

동반자 배낭과 스틱 - 홀대간꾼들의 심정이 이해되어 흉내를 내 본다,


곡릉천 변에 내려서니, 낚시꾼들이 한가롭다. 차편을 알아보기 위해, 간이매점으로 가 보지만, 철이 지나서인지 매점 문은 굳게 닫혀있다. 할 일 없이, 대로 쪽으로 터덜터덜 걸어 나오는 데, 뒤에서 차 소리가 나며, 봉고차가 달려온다. 오른 손을 들어 차를 세워본다. 몇 발자국 앞에 차가 멈춘다. 달려가 버스 정류장까지 편승을 부탁하자. 40대쯤의 사람 좋아 보이는 양반이 선선히 고개를 끄덕인다.


친절한 분의 덕택으로 교하 사거리까지 차를 얻어 타고 나와, 5시 경, 567번 시내버스에 오른다. 일산 시가지를 경유하여, 고양가구단지에 이르니, 차량정체가 심하다. 6시가 조금 넘어, 원당역에서 지하철로 바꾸어 타고 집으로 향한다.


산행시간이 길지도 않고, 고도차도 없는 평탄한 길을 걸었을 뿐인데도, 무척 피곤하다. 귀로의 흔들리는 차에 몸을 맡기고, 오늘 걸은 길의 10년 후 모습을 상상해 본다.


한차례 혼이난 국민들이 이번에는 제대로 된 지도자를 뽑고,국운(國運)도 따라주어,1인당 DGP규모가 $32,000 정도로, 지금의 두 배가 된다. 광에서 인심 나는 법, 시민의식이 높아지고, 쓰레기 불법투기 같은 얌체 짓이 사라져, 이제는 마루금 주변이 말끔하다.


고봉산의 군부대가 이전을 하고, 고봉산은 시민들의 아름다운 휴식공간이 된다. 장명산 주변도 말끔히 정비가 되어, 전설로만 남아 있던, 약수도 찾고, 구절초 등 고유 식물들이 제 자리를 찾아, 다시 약산이 된다.


도로나, 아파트 단지 등으로 훼손된 마루금 자리에는, 이정표와 안내판이 서 있고, 여름방학 숙제로 리포트를 써야하는 청소년들이 땀을 뻘뻘 흘리며, 대간길을 종주하고 있다. 물론 사나운 개들의 위협도 오래 전에 사라졌다.



(2006. 11. 12.)



Posted by Urimah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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