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망대에서 본 파노라마- 복계산, 암봉, 촛대봉


2006년 12월 23일(토).

잭 대장이 가이드 하는 한북정맥 마지막 구간을 재도전한다. 지난 12월 9일, 하오현에서 출발하고, 수피령에 도착하여, 한북정맥 종주를 마감하려던 시도가, 강설로 인한 시계불량으로, 눈 덮인 950m봉에서, 북동방향의 마루금을 놓치고, 북서방향의 골짜기를 지나 임도로 올라선다. 다행히 날씨가 개이면서, 가야할 마루금은 뚜렷이 보이지만, 일몰시간이 임박하여, 대원들의 안전을 위해, 무리한 산행을 포기하고, 잠곡리로 탈출한 바가 있다.


잭 대장은 재도전의 산행코스로, 실내고개에서 출발하여, 950m봉에 이르러, 알바를 하게 된 원인을 확인하고, 칼바위, 촛대봉을 지난 후, 복계산을 다녀와서, 수피령으로 하산하는 계획을 제시한다. 오늘 참여한 인원은 모두 14명, 오랜만에 화봉, 그리고 금동무구 대원이 모습을 보인다.


나는 내일 또 산행계획이 있다. S 산악회에서 안내하는 한강기맥의 운두령에서 불발현까지의 산행이 그것이다. 두 구간으로 나누기에는 짧고, 한 구간으로는 긴 곳이다. 1000 미터가 넘는 능선이 이어짐으로, 설원(雪原)을 헤쳐 나가야할 가능성이 크고, 따라서 체력이 많이 필요한 곳이다. 오지에 속하는 곳이라, 한번 결간하면, 땜빵하기가 용이치 않으니, 기회가 있을 때 놓치지 말아야할 곳이다.


내일의 힘든 산행을 생각하면, 오늘은 쉬어야 한다. 하지만 한북정맥 종주를 마감하기 위한 재도전 산행도 포기하기가 어렵다. 그래서 마루금에서 벗어난 복계산은 가지를 않고, 바로 수피령으로 하산하기로 스스로 타협을 하고, 참여를 한다. 설중 산행이 되겠지만, 5시간 정도의 산행은 크게 무리가 되지 않으리라 판단한 것이다.


날씨는 맑고, 다소 쌀쌀한 편이다. 하지만 가스로 먼 곳의 시계는 불량하다. 14명의 대원을 태운 25인승 밴이 47번 국도를 달린다. 차창 밖으로 보이는 논과 밭에는 서리가 하얗게 내렸다. 광덕고개를 넘어, 56번 국도를 북으로 달리던 밴은 10시 5분, 실내고개에 도착한다.


.오늘의 산행기록은 아래와 같다.

『(10:05) 실내고개-(10;07) 산행시작-(10:28) 골짜기에서 오른쪽 사면으로-(10:32) 임도-(11:26) 삼거리-(11:42) 892m봉-(12:07~12:11) 950m봉-(12:15~12;45) 중식-(13;28) 945m봉-(13;38) 안부 갈림길-(13:54) 950m봉-(14:40~14:50) 전망대-(15:23) 수피령 갈림길-(15:40~15:56) 복계산 갈림길 삼거리 공터-(16:16~16:30) 수피령 갈림길 회귀-(16:43) 암벽우회-(16:52) 임도-(17:13) 수피령 』들머리 1시간 19분, 중식 30분, 수피령 갈림길에서 복게산 갈림길 왕복 1시간 7분, 순수한 마루금 4시간 10분, 합계 7시간 6분이 소요된 산행이다.


* * * * *


대원들은 도로를 건너, 눈 덮인 임도에서 산행준비를 한다. 북쪽으로 수피령과 대성산이 보인다. 임도 왼쪽, 골짜기 쪽으로 표지기들이 붙어있다. 아마도 임도를 따라 걷기가 지루한 산꾼들이 골짜기를 거쳐, 산 사면을 타고, 임도로 내려서는 지름길을 개척한 모양이다. 10시 7분 경, 일행은 잭 대장을 앞세우고, 골짜기로 들어선다.

 

실내고개 임도에서 바라본 대성산과 수피령


잡목들이 뒤엉킨 완만한 골짜기를 10분 정도 오르니, 표지기가 오른 쪽 산비탈에 걸려있다. 정상적인 등산로는 아니다. 가파른 사면(斜面)에 낙엽이 수북하고, 그 위에 눈이 덮여, 몹시 미끄럽다. 10시 32분, 능선에 도착하는가 싶더니, 바로 임도위로 내려선다.

 

임도를 걷는 대원들


이리구불, 저리구불, 고도를 높이며 이어지는 눈 쌓인 임도를 걷는다. 왼쪽으로 시야가 트이며, 지난번에 지났던 복주산과 힘차게 뻗은 능선이 보인다. 임도 주변에는 원시적인 제설 장비인 빗자루와 가래가 비치 돼 있고, 일정한 간격을 두고 번호가 쓰인 나무판이 세워져있다. 임도를 따라 오를수록 숫자가 커진다. 9, 10, 11...


눈 위를 달려온 바람이 차다. 대원들은 재킷의 후드를 뒤집어쓰고 말없이 꾸벅꾸벅 임도를 오른다. 11시 26분, 삼거리에 도착한 대원들은 한숨 돌리며, 아이젠을 착용하는 등 본격적인 설중 산행준비를 한다.

 

갈림길에 이르러 아이젠을 착용하고,


눈 쌓인 타이어 계단을 내려선다. 2주 전 보다 눈은 더 깊어진 느낌이다. 하지만 뚜렷이 이어지는 발자국, 요소요소에 매달린 표지기들, 그리고 가야할 봉우리들을 선명히 볼 수 있어 이제 길을 잃을 염려는 없다. 11시 42분 경, 892m봉에 오르고, 12시 7분, 950m봉 헬기장에 선다. 지난번 알바를 하면서 올랐던 945m봉이 바로 눈앞에 버티고 있다.

 

지난번 눈 속에서 잘못 올랐던 945m봉


바람이 차기 때문인지, 대원들 대부분은 이미 헬기장을 내려가고, 잭 대장, 심천 대장과 함께 주위를 조망한다. 남서 방향에, 회목봉에서 하오현으로 떨어지는 마루금, 그리고 복주산에서 임도를 지나 950m봉으로 이어지는 능선이 한 눈에 들어온다.

 

950m봉에서 뒤돌아 본 한북정맥 마루금


나침반을 준비해온 잭 대장에게 고래 대장의 실전 독도법을 알려주고, 지난번 아무리 시계가 나빴더라도, 950m봉에서 나침반으로 방향만 확인했더라면 쉽게 찾을 수 있었던 북동 방향의 능선으로 내려선다.


12시 15분, 바람을 피할 수 있는 공터에서 대원들이 점심채비를 하고 있다. 버너에 경담 대원이 준비해 온 도가니탕이 데워지고, 어한주(禦寒酒) 잔이 돈다. 30분 정도 식사를 즐긴 대원들은 다시 산행을 시작한다. 식사 후라 작은 봉우리들을 천천히 넘어, 1시 28분 945m봉에 오른다. 정면 나뭇가지 사이로 복계산이 부드럽고, 오른쪽으로 보이는 산세가 웅장하다.

 

945m봉에서 본 오른쪽 조망


1시 38분, 안부 갈림길을 직진하고, 암릉지대를 우회하는데 바람이 거세다. 다시 작은 봉우리를 넘고, 1시 54분, 950m봉에 오른다. 나뭇가지 사이로 칼바위가 가깝게 보인다. 탑처럼 생긴 바위, 커다란 바위덩어리를 지나, 칼바위를 우회한다. 정면으로 촛대봉과 암봉, 그리고 복계산이 나뭇가지사이로 보인다.

 

암릉지대 우회 때 바람 거세고

돌탑같이 생긴 바위도 지난다.


2시 38분 경, 우회로를 벗어나, 심천 대장과 둘이서, 전망대로 이어지는 암릉길을 걷는다. 눈 위에 발자국이 하나도 없다. 우리 일행은 서둘러 우회로로 통과해 버린 모양이다. 좁은 암릉길을 조심조심 걸어, 전망대에 선다. 사방이 확 트인 조망이 일품이다. 사방을 돌아보며, 사진을 찍느라고, 10분 가까이 지체하고, 되돌아 암릉길을 내려서다, 오른쪽 급경사 사면에서 엉덩이 스키를 타고 우회로에 내려선다.

전망대

 

전망대에서 본 상서면 방향 조망

촛대봉과 오른쪽의 대성산

암봉

복계산


이제까지 후미를 보던, 심천 대장이 속력을 내어 앞서 달린다. 아마도 복계산을 다녀 올 모양인가 보다. 복계산을 다녀오지 않기로 한 나는 최후미로 홀로 쳐져 천천히 걷는다. 3시 12분 촛대봉을 우회하며, 뒤돌아 칼바위를 역광으로 카메라에 담고, 3시 23분, 좌우로 표지기들이 요란하게 달려 있는 갈림길에 이른다. 수피령으로 내려서는 갈림길 같은데, 직진방향으로만 발자국이 요란하고, 표지기가 매달린 오른쪽 길에는 사람이 지난 흔적이 전혀 없다.

 

수피령갈림길


발자국을 따라 진행한다. 발자국들이 지난 등산로는 눈 덮인 산 사면을 우회하더니, 급경사 내리막을 거쳐, 밧줄이 늘어진 급경사 사면을 지나고, 다시 한 번 V자 능선을 지나. 3시 40분 경, 삼거리 너른 공지에 이른다. 공지에서 시계가 트인다. 북서쪽으로 복계산이 지척이고, 북동방향에 대성산이 커다랗게 자리를 잡고 있다. 동쪽으로는 수피령이 가깝게 내려다보인다.

 

공지에서 뒤돌아 본 암봉


너른 공지에 복계산을 다녀온 다이아, 금동무구, 덕암, 지헌대원과 잭 대장이 모이고, 심천 대장은 복계산을 향해 홀로 출발한다. 삼거리에서 복계산 왕복까지 30분이면 충분하다고 하니, 준족인 심천 대장의 경우에는 아마 20분도 안 걸릴 것이다. 나머지 대원 7명은 복계산을 들르지 않고 바로 하산했다고 한다. 복계산을 다녀온 대원들과 기념사진을 찍은 후, 다이아 대원과 지헌 대원이 앞서 하산을 한다.

 

 

 

갈림길 삼거리 공터에서 복계산을 다녀 온 대원들과 함께- 잭 대장


다이아 대원과 지헌 대원이 하산하는 하산로가 수상하다. 두 개의 능선 사이의 계곡으로 내려서고 있지 않은가? 수피령은 동쪽으로 보이는데, 계곡은 북동쪽으로 흐르고 있다. 계곡을 따라 내려서는 걸 보면, 우선 마루금을 벗어나는 것이 확실하고, 개념도를 보니, 그래도 계곡 끝 어딘 가에서는 56번 국도와 만나겠지만, 그 곳이 수피령에서 어느 정도 떨어진 곳인지는 짐작하기가 어렵다. 먼저 내려간 대원들이 골짜기에서 헤매는 것은 아닌지? 걱정이 된다.


잭 대장이 서둘러 지헌 대원을 불러 보지만, 이미 멀어졌는지 대답이 없다. 할 수 없이, 잭 대장은 수피령으로 이어지는 마루금 갈림길을 확인하기 위해 암봉을 지나, 온 길을 되돌아 달려 나가고, 나는 복계산을 들르지 않고, 바로 계곡 쪽으로 하산한 심산대원에게 전화를 한다. 다행히 통화가 된다. 심산 대원은 저 아래 수피령이 보이니, 걱정 말고 따라 내려오라고 한다.


금동무구 대원이 잭 대장에게 전화를 한다. 한참만에야 통화가 된다. 잭 대장은 하산능선의 표지기를 발견했으니, 따라 오라는 대답이라고 한다. 고민이 생긴다. 대부분의 대원들이 하산한 골짜기로 내려설 것인가? 아니면 잭 대장을 따라 마루금을 타고 하산할 것인가? 잠시 논의 끝에, 결국 잭 대장을 따르기로 한다. 덕암 대원이 삼거리에서 심천 대장을 기다리기로 하고, 금동무구 대원과 내가 먼저 출발을 하여, 험한 암봉 우회 길을 다시 조심조심 통과한다.


삼거리의 공지를 출발하고 약 20분이 지난다. 저 앞, 갈림길에서 무구대원이 서 있다. 약 1시간 전에 지나쳤던, 수피령 갈림길이다. 헌데 잭 대장의 모습이 보이질 않는다. 이윽고 심천대장과 덕암 대원이 도착한다. 금동무구 대원이 다시 잭 대장에게 전화를 한다. 전화가 불통이다. 난감하다. 갈림길에 모여서서 잭 대장을 기다린다. 10여분 쯤 지난 후, 금동무구 대원이 잭 대장의 전화를 받는다. 갈림길로 되돌아오는 중이라고 한다.

 

잭 대장의 수피령 갈림길 확인- 3시 23분에 통과했던 곳이다.


4시 30분 경, 덕암 대원이 선두에서서, 정강이까지 빠지는 눈을 헤치고 앞장을 선다. 낡은 표지기들이 능선을 따라 길을 인도한다. 최근에는 사람들 통행이 없는 길 인 듯싶다. 잡목들이 갈 길을 방해한다. 능선을 내려서며, 뒤돌아 촛대봉을 카메라에 담는다.

 

하산하며 뒤돌아 본 촛대봉


4시 43분, 암릉길이 계속되더니, 선두의 덕암대원이 되돌아온다. 앞에 암벽길이 험하고 위험하니, 우회해야겠다는 의견이다. 암벽 아래에 표지기가 팔랑인다. 암벽에서 오른쪽으로 보이는 암봉을 카메라에 담는다.

 

암벽에서 뒤돌아 본 암봉


이번에는 금동무구 대원이 앞장을 서서 암벽을 오른쪽으로 우회하고, 다시 능선을 달려 내린다. 4시 52분, 임도에 내려서고, 5시 6분, 수피령 절개지 위에 도착한다. 2분 후 도로에 내려서서, 기념사진을 찍고, 5시 13분, 밴이 기다리고 있는 고개 마루턱에 도착하여 산행을 마감한다. 수피령에는 표지석과 대성지구 전적비가 서 있다.

 

수피령 절개지

 

수피령

 

대성지구 전적비 앞에서 완주 기념사진- 잭 대장

 

대성지구 전적비

 

 


골짜기를 내려서서 하산한 대원들은 약 1시간 전에 수피령에 도착했다고 한다. 심산 대원의 설명에 의하면, 골짜기를 타고 내리던 등산로는 갈림길을 만난다. 그곳에서 오른쪽 길을 택해, 능선에 오른 후, 잘 뚫린 길을 달려, 수피령에 내려섰다고 한다. 아마도 수피령에서 복계산으로 오르내리는 일반 등산로인 모양인데, 요즈음은 한북정맥을 하는 사람들도 편한 길이라고 생각하고, 많이 이용하는 모양이다.


한북정맥 총 230km 중, 종주 가능한 수피령에서 장명산까지의 거리는 160km다. 완전한 종주를 할 수 없는 분단의 한을 간직한 한북정맥을 이렇게 걸어 본 것이다.


(2006. 12. 27.)


Posted by Urimah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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