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 덮인 한북정맥 마루금- 가운데 복주산
2006년 12월 2일(토).
날씨가 꽤 추워졌다. 올겨울 들어 가장 추운 날씨라는 보도다. 지난 밤, 서울지역에는 비가 조금 내렸으나, 강원 산간지역에는 폭설이 내렸다고 한다.
오늘은 잭 대장이 가이드 하는 한북정맥 14번째 산행일이다. 광덕고개에서 수피령까지 단숨에 달려, 한북정맥 종주를 마감하는 것도 방법이겠으나, 해가 짧은 겨울철이라 무리라고 보고, 오늘은 하오현에서 산행를 마친다. 비교적 짧은 구간의 산행이다. 하지만 날씨도 춥고, 연말의 바쁜 일정 때문인지, 참여인원은 오랜 만에 얼굴을 보인 와봉 회장님을 포함하여, 모두 10명뿐이다. 만나기로 한 장소에 모인 대원들은 히말라야 원정을 떠나도 손색이 없을 정도로 중무장을 한 모습들이다. 모두 백두대간 종주를 함께한 대원들이다.
47번 국도를 달리던 15인승 밴이 대원들의 용무를 위해, 잠시 휴게소에 머무는 동안, 우연치 않게, 김안식 대장과 이영하 대장이 이끄는 산정산악회의 한북정맥 종주 팀을 만난다. 모두들 우연한 해후에 놀라고 반가워한다.
다시 밴은 광덕고개를 향해 달린다. 차창 밖으로 보이는 산야에는 잔설이 하얗고, 날씨는 쾌청하다. 오늘은 잔설을 밟으며 광덕산 주변의 멋진 조망을 마음껏 즐길 수 있겠다. 버스는 9시 40분이 조금 넘어, 광덕고개에 도착한다.
오늘의 산행기록은 아래와 같다.
『(9:40) 광덕고개-(9:45) 산행시작-(9:51) 664m봉-(10:28) 첫 번째 전망대-(10:41) 두 번째 전망대-(10:55~10:59) 광덕산 정상-(11;25) 광덕산 기상관측소-(11:23~12:45) 990m 헬기장, 중식, 상해봉 왕복-(13:08) 회목현-(13:13) 헬기장-(13:56) 1023m봉-(14:14) 1025m봉-(14:45) 930m봉-(13:03) 헬기장-(15:10) 헬기장-(!5:19) 임도-(15:36) 하오현』
* * * * *
밴에서 내려서니, 바람이 차갑고, 추위가 장난이 아니다. 길 건너편의 올라가야할 절개지 급사면에도 눈이 하얗다. 추위와 바람에 대비하기 위한 산행준비에 시간이 걸린다. 일행은 늘 하던 들머리 단체사진 촬영도 생략한 채, 길 건너 반달곰 왼쪽의 조금 낮은 시멘트 옹벽을 기어올라, 급경사 절개지를 타고 오른다. 잔설이 내린 절개지가 무척 미끄럽지만, 정맥꾼들이 닦아 놓은 길이 뚜렷하고, 급사면에는 가는 밧줄도 걸려 있다.
미끄러운 급사면 절개지를 오르는 대원들- 잭 대장
절개지를 지나 숲으로 들어선다. 잔설 위로 불어오는 바람결이 코끝에 알싸하니 차갑지만, 대기는 투명하고 신선하다. 완만한 오르막을 거쳐, 9시 51분, 깃봉과 삼각점이 있는 664m봉에 오른다. 깃봉의 윗부분은 사라지고 아랫부분만 남아있다.
아름다운 전나무 숲길이 이어진다. 오른쪽에서 개 짖는 소리가 들리는 걸 보면, 임도가 가까운 모양이다. 10시 15분, "119 구조신고 안내, 광덕 1"을 지나고, 10시 22분 'ㅜ 자형' 능선에 올라, 오른쪽으로 향한다. 10시 27분, 로프가 걸린 암릉지대를 통과하고, 이어서 첫 번째 전망대 위에 선다. 광덕고개, 광덕계곡, 백운산, 도마치봉, 국망봉이 가깝고, 멀리 응봉과 화악산이 뚜렷하다.
'ㅜ자형 능선에서 오른쪽으로 향하는 대원들
첫 번째 전망대에서 본 남쪽 조망,
10시 37분, "119 구조신고 안내, 광덕 3"을 지나고, 다시 'ㅜ자형' 능선에서 오른쪽으로 올라 두 번째 전망대에 선다. 남쪽 조망이 일품이다. 망연히 조망을 바라보다, 혼자 뒤쳐지고, 10시 55분, 광덕산 정상(1046m)에 오른다. 눈 덮인 정상에는 정상표지판과 119 긴급연락처 팻말이 서 있다. 바람이 강하다, 북쪽으로 트인 조망을 카메라에 담으려니, 장갑을 벗은 손이 시리다. 잭 대장은 이곳에서 오늘의 첫 번째 단체 증명사진을 찍고, 예원대원이 대원들에게 설탕에 절인 과일들을 서비스한다.
산 찾기: 운악산, 명지산, 국망봉, 도마치봉, 삼각봉, 백운산, 화악산, 가리산, 흥룡봉.
광덕산 정상
철원평야 넘어 북녘 땅
11시 5분, 광덕산 기상레이더 관측소를 지나, 눈 쌓인 임도를 걷는다. 도로를 따라 내려서다, 바라보는 상해봉과 그 오른 쪽으로 복계산, 그리고 대성산이 아름답다. 11시 22분 기상관측소 팻말을 지나고, 11시 23분, 눈 덮인 헬기장인 990m봉에 이른다. 직진하면, 마루금에서 한발 비껴선 상해봉으로 가게 되고, 오른쪽으로 내려서면 회목현에 이른다.
당겨 찍은 상해봉, 오른쪽 뒤로 복계산, 대성산이 보인다.
기상관측소 팻말
헬기장으로 들어서는 대원들, 임도에는 눈이 제법 쌓였다.
일행은 헬기장 한 귀퉁이, 눈 위에 배낭을 내려놓고, 이른 점심준비를 한다. 버너를 피워 라면을 끓이고, 청국장을 데운다. 다이아 대원이 가져온 생굴무침을 안주로 막걸리, 산수유주, 소주 등으로 추위를 달래고, 선채로 둘러서 식사를 한다. 바람이 지나가면 춥지만, 바람이 멈추면 햇볕이 따듯하다.
비록 콧물을 흘리면서 하는 식사지만, 주위의 웅장한 산세를 눈으로 즐기며, 보드카처럼 차가운 소주, 따끈한 청국장과 라면국물, 그리고 생굴무침을 하얀 눈 위에서 선 채로 들어 보시라! 틀림없이 먼 옛날, 젊은 시절의 낭만이 되살아나는 느낌이 들 것이다.
한 낮의 설상 파티-잭 대장
마루금에서는 벗어나 있지만, 이름 그대로 망망대해에 떠 있는 것 같은 상해봉을 그냥 지나칠 수는 없다. 도상거리 약 500m 정도지만, 정상에 올라 주위를 조망하고 되돌아오려면, 30분 정도는 필요하다. 먹고 마시느라 정신이 없어서인지, 또는 음주 후 암벽 오르기를 자제하기 때문인지, 이유는 알 수 없지만, 잭 대장을 제외하고는 아무도 상해봉을 오를 의사가 없어 보인다.
얼추 식사를 마치고, 혼자 상해봉으로 향한다. 뒤에서 다이아, 예원, 두 여성대원이 따라 온다. 상해봉을 오르는 데는 마지막 4~5m쯤 되는 직벽 오르기가 다소 부담스럽지만, 로프가 걸려 있어, 눈이 깔려 있더라도 조심만 하면 별 문제는 없는 곳이다. 다이아 대원이 앞장서고, 예원 대원이 뒤따라, 가볍게 암벽을 오른다. 12시 17분, 오른쪽 암봉인 상해봉 정상에 선다.
상해봉 정상
바람이 거세어, 두 여성 대원은 사진만 찍고, 바로 하산하고, 암봉에 혼자 남아 주위를 둘러본다. 회목봉, 복주산, 그 뒤로 복계산 대성산으로 이어지는 능선은 마치 수평선 같고, 기상관측소에서 일행이 있는 헬기장을 거쳐, 상해봉으로 이어지는 눈길이 뚜렷이 이어진다. 실로 호쾌한 조망이다. 한동안 주위를 둘러 본 후, 여성대원들 뒤를 따라, 서둘러 암벽을 내려선다. 저 아래 잭 대장이 혼자 상해봉으로 오고 있다.
상해봉 정상에서 본 파노라마
기상관측소에서 왼쪽 헬기장을 지나, 상해봉으로 이어지는 눈길
하산하는 모습을 잡은 잭 대장 사진
헬기장으로 되돌아오니, 덕암 대장이 내 놓은 족발을 안주로, 설상파티는 제 2 라운드에 들어선 모양이다. 이윽고 발이 시리다는 여성대원들을 앞세우고, 경담 대원이 먼저 회목현으로 향하고, 12시 55분, 내가 그들 뒤를 따른다. 1시 8분, 기상관측소 안내판이 서 있는 회목현에 내려서서, 정면의 계단길를 따라 오른다.
회목현
1시 13분, 헬기장에 서서, 뒤돌아 상해봉을 카메라에 담고, 회목봉과 대성산 복계산을 가깝게 조망한다. 다시 작은 봉우리 하나를 넘고, 1시 22분 안부에 내려선다. 참나무들이 앙상한 오르막 눈길에 앞서간 대원들의 발자국이 뚜렷하고, 헬기장 쪽에서 뒤따라오는 대원들의 소리가 들린다.
눈 쌓인 급경사 암릉길을 로프를 잡고, 조심스럽게 올라, 'ㅜ자형' 능선에서 왼쪽으로 향한다. 이어서 커다란 암봉을 우회하여, 1시 56분, 1023m봉에 오른다. 북서쪽에서 불어오는 바람이 몹시 차고 강하지만 조망은 훌륭하다.
헬기장에서 본 상해봉
가야할 회목봉
암봉 우회
1025봉에서 본 광덕산 능선
왼쪽에서 불어오는 강한 바람을 맞으며, 서둘러 날등길을 걷는다. 꽤 춥다. 답답하지만 재킷의 후드를 등산모 위로 뒤집어쓴다. 1010m봉을 넘고, 안부에 내려서서 선두가 잠시 알바를 한다. 방향이 틀리다는 것을 인식한 잭 대장은 길 없는 왼쪽 사면을 치고 올라 2시 11분, 다시 능선에 오르고, 2시 14분 너른 공터에 선다. 지도를 꺼내 확인해 보니, 1025m봉이다. 알바를 하는 통에 능선길에서 벗어나, 회목봉을 우회 한 것이다.
회목봉을 우회하고, 1025m봉에 선 대원들
1,025m봉을 지나, 다시 바람이 거센 날등길을 걷는다. 안부를 거쳐, 경사가 급한 오르막을 올라, 2시 45분, 산행리본들이 가득 달린 930m봉에 이른다. 나뭇가지에 가려 조망은 별로다. 이어서 홀로 우뚝 솟은 바위를 지나고, 공터를 내려서니, 동북 방향으로 복계산이 가깝고, 그 뒤로 대성산이 흰 눈을 이고 있다. 3시 3분, 헬기장에 모여선 대원들을 굽어보고, 그 뒤로 가야할 능선을 조망한다, 복주산(1152m)이 올돌하다.
복계산과 오른쪽 대성산 머리 부분
헬기장에 모여 있는 대원들 그리고 그 뒤로 가야할 능선과 복주산
폐타이어 계단을 내려서서 3시 10분, 또 다른 헬기장에 선다. 저 아래로 번암동이 내려다보이고, 그 뒤로 응봉과 화악산이 웅장하다. 다시 헬기장을 내려서서, 참호가 있는 공지에 선다. 북쪽으로 멀리 흰 눈을 이고 있는 큰 산이 보인다. 방향으로 보아 북녘 땅, 오성산(1062m)이라고 짐작한다.
번암동과 그 뒤로 응봉과 화악산
눈 덮인 참호 너머로 멀리 보이는 산- 오성산이라고 짐작한다.
3시 19분 임도에 이르고, 3시 36분, 363번 지방도로가 통과하는 하오현에 내려서서 오늘 산행을 마감한다.
아름다운 임도를 걷고,
하오터널
(2006. 12. 3.)
뒤풀이.
하오현 터널을 배경으로 단체 사진을 찍은 대원들은 밴에 올라, 광덕계곡의 식당으로 향한다. '광덕가든', 안내판이 예쁜 통나무집이다. 식당 안으로 들어서니, 난로 위에 통감자가 익고 있다. 예약한 손님들에게 특별히 서비스하는 강원도 감자라고, 식사 전에 맛을 보란다.
광덕가든의 예쁜 안내판
뜨거운 감자를 쪼개니, 더운 김이 모락모락 피어오른다. 오랜만에 맛보는 통구이감자다. 맛이 일품이다. 맥주와 소주로 하산주를 즐기고, 버섯전골로 식사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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