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7년 12월 29일(토).
뫼솔 산악회가 안내하는 낙동정맥 7번째 구간을 산행한다. 2007년도 산행을 마감하는 날이기도 한 이날, 무박으로 가장 길고, 가장 힘든 산행을 한다.
- 코스 : 검마산 휴양림-검마산-백암산-독경산-창수령
- 거리 : 도상거리 약 27.6Km/ 실제거리 약 36Km
- 날씨 : 흐리고 바람 강함, 11시 경에야 잠시 햇빛을 봄
- 등산로 상태 : 낙엽 위에 내린 서리와 싸라기눈으로 몹시 미끄러움
- 산행시간 : 총 13시간 55분
- 집 떠난 시간/ 귀가 시간 : 28일 22:30/ 29일 23:30, 25시간 만에 귀가
- 기타 : 식수 떨어짐. 마지막 독경산에 오를 때는 다리가 뻣뻣해 오고, 쥐가 날 듯해, 약 5분간 휴식하며 다리를 주물러줌.
한티재(88번 국도 통과)에서 창수령(712번 지방도로 통과)까지의 도상거리 약 41.6Km 구간에는 대형관광버스가 통행할 수 있는 도로가 전무한 오지중의 오지다. 따라서 중간에 적당한 접근로를 찾기가 쉽지 않다. 일반적으로는 구간거리, 접근로, 산행소요시간 등을 감안하여 아래와 같이 나누어 산행한다.
▶ 한태재-검마산 휴양림 : 마루금 14Km+날머리 1.5Km
▶ 검마산 휴양림-아랫삼승령 : 마루금 16.7Km+들머리/날머리 3.5Km
▶ 아랫삼승령-창수령-OK목장 : 마루금 9.9Km+들머리/ 날머리 5.0Km
"검마산 휴양림-아랫삼승령"을 한 구간으로 잘랐을 때는 당일코스로는 넘치고, 무박으로는 모자란다는 단점이 있다. 일조시간이 긴 한여름에는 당일산행이 가능하겠지만 요즘 같은 겨울철에는 무박으로 갈 수 밖에 없다. 하지만 요즘은 웰빙 산행시대라, 무박을 기피하는 경향이 있는데다, 무박으로는 짧다고 할 수 있는 구간을 무박으로 밀어붙일 때, 대원들이 보이는 반응에 신경을 써야하는 산악회의 입장이 딱하다.
뫼솔에서는 궁여지책으로 서울에서의 출발시간을 1시간 앞당겨, 5시 30분에 출발하는 방안도 고려해 보지만, 너무 이른 시간이라 대원들이 지하철이나, 버스 등 대중교통 수단을 이용할 수 없다는 단점 때문에 포기한다. 결국 박 대장은 여러 의견들을 수렴한 후, 이 구간에 아랫삼승령에서 712번 지방도로가 지나가는 창수령까지의 약 11Km를 더한, 총 27.6Km의 무박산행을 과감하게 시도해본다.
결과는 무리였다는 결론이다. 바람이 강하게 불고, 낙엽 위에 내린 서리와 싸락눈으로 등산로가 몹시 미끄러워 한 두 차례 심하게 엉덩방아를 찧지 않은 사람이 없을 정도인데도 부상자나 낙오자가 없이 14시간 가까운 산행을 무사히 마친 것이 다행이다. 하지만 크게 불평하는 소리는 들리지 않는다. 아마도 대안을 찾느라고 많은 고민을 한 산악회의 어려움을 대원들이 충분히 이해했기 때문이리라.
23시 30분이 조금 지난 시각, 양재 서초구청 앞에서 산악회 버스에 오른다. 치악 휴게소에서 잠시 정차한 버스는 어둠 속을 달려, 새벽 3시 40분경, 검마산 휴양림 주차장에 도착한다. 전국적으로 춥고, 바람이 강하며, 지역에 따라서는 많은 눈이 내린다는 예보에 대원들은 스패츠를 착용하는 등 중무장을 하고, 황 대장의 산행 시 유위사항을 귀담아 들은 후, 4시 4분 경, 휴양림 임도를 따라 오르며 산행을 시작한다.
오늘의 산행기록은 아래와 같다.
『(03:40) 휴양림 주차장-(04:04) 산행시작-(04;25) 고개마루/마루금 진입-(04:29) 이정표<정상 2.9Km>-(05:09) 갈미산 정상-(05:20) 임도 삼거리, 우-(05:48) 1014m봉/정상표지판-(06:23) 감마산 정상(1017.2m)-(06:48) 918m봉-(07:10) 임도, 직진-(07:33~07:48) 아침식사-(07:54) 778.9m봉-(08:04) 안부/봉, 오른쪽 우회-(08:23) 표지기봉-(08:35) 청양목봉-(08:50) 백암산 갈림길-(09:05~09:06) 백암산 정상-(09:15) 백암산 갈림길-(09:24)너른 안부-(09:41) 임도-(09;45) 888m봉-(10:31) 950m봉-(10:54~10:59) 간식-(11:05) 매봉산 정상-(11:18) 846m봉-(11:31~11:32) 윗삼승령-(11:29) 굴바위봉-(12;40~12:51) 아랫삼승령/중식-(13;04) 학산봉/668m-(13:14) 안부사거리-(13:40) T자, 좌-(13:49) 쉰섬재-(14:05) 능선분기, 좌-(14:16) 저시재-(14:43) 옷재-(15:08) 능선갈림, 좌-(15;20) 서낭단재-(15:31) 645m봉, 좌-(16:28) 사거리안부-(16;32) 임도-(16:45) 묘 2기-(16:48) 벌목 안부-(17;08) 묘 2기-(17:09) 임도 삼거리-(17:31~17:32) 독경산 정상-(17:59) 창수령』들머리 21분, 식사/간식/휴식 36분 포함, 총 13시간 55분이 소요된 산행이다.
* * * * *
눈이 내린 흔적도 없고, 바람은 강하지만 생각보다 춥지 않아 다행이다. 동이 틀 때까지는 선두, 후미 구분 없이 함께 움직인다고 했지만 어디 그게 쉬운 일인가? 버스에서 내리자마자 선두는 벌써 어둠 속으로 사라져 버린다. 어차피 오늘은 긴 여정이다. 서둘지 않고, 내 페이스대로 어둠을 헤치며 임도를 따라 걷는다.
버스에서 내리고
4시 25분, 고개마루턱에 올라, 왼쪽 마루금으로 들어선다. 이제부터 주봉까지 약 400m 정도의 고도차를올라야 한다. 어둠 속에 가파른 오름세가 이어진다. 밤눈이 어두운데다, 사진까지 찍다 보니, 어느새 최후미로 쳐진다. 백암산엘 오르겠다고 오늘산행에 참여한 원 여사가 앞서 걷고, 후미의 황 대장이 뒤를 받쳐 준다.
고개마루턱에서 마루금 진입
점점 가팔라지는 오르막길이 몹시 미끄럽다, 낙엽에 서리가 내렸기 때문이다. 4시 29분, 감마산 정상 2.9Km를 알리는 이정표를 지나고, 다시 한차례 가파른 오르막을 거쳐, 4시 36분, 고도 약 700m 정도의 봉우리에 오른다. 바람이 하도 거세어 정신이 하나도 없다.
이정표
4시 36분, 급경사 오르막을 오르며, 뒤돌아 남서쪽으로 명멸하는 불빛을 카메라에 담는다. 이른 새벽에 저처럼 불빛이 찬란한 것을 보면 영양이 틀림없겠다. 다시 급 오름이 이어지고 바위지대를 지나, 5시 9분, 헬기장인 갈미산 정상(918.2m) 오른다. 이정표가 있고, 부산 낙동산악회에서 부착한 비닐 표지판이 보인다.
영양의 불빛
918.2m 봉의 이정표
정상표지판
왼쪽으로 급경사 내리막길을 달려내려 안부를 지나고, 이정표가 있는 임도 삼거리에 내려선다. 이어 오른쪽 임도를 따라 조금 오르다. 왼쪽 능선으로 진입하여 감마산 정상을 향한다. 오르막길이 완만해 지면서 비로소 다소 여유를 찾는다. 발밑을 비추는 랜턴 불빛뿐, 보이는 것은 아무 것도 없다. 거세게 부는 바람소리에 야간산행의 정밀(靜謐)함도 느끼지 못한다. 아무생각 없이 꾸벅꾸벅 걸을 뿐이다.
임도 삼거리의 이정표
5시 58분, 1014m봉에 오른다. 검마산 정상표시판(1019.2m)이 있지만, 이곳은 정상도 아니고, 1019.2m봉도 아니다. 1019,2m봉은 이곳에서 동쪽으로 약 1Km 떨어져 있다. 어찌 됐건 사진을 찍고, 잠시 지체하다 보니, 앞서 가던 원 여사가 보이질 않는다. 완만한 내리막길을 서둘러 내려서며, 소리를 질러 봐도 반응이 없다. 혹시나 해서 나침반 방향을 보니, 등산로는 북쪽으로 이어지고 있다. '동쪽으로 가야하는데, 어둠 속에서 오른쪽의 갈림길을 지나친 것을 아닌가? 불안해진 마음으로 다시 소리를 질러 봐도 아무 반응이 없다.
1014m봉의 정상표지판
내려왔던 길을 되돌아 오르다 후미대장을 만난다. 방향이 이상하다고 했더니, 후미대장도 나침반을 확인하고, 봉우리로 되돌아선다. 봉우리에서 찬찬히 주위를 살펴보지만 다른 길은 없다. 뒤 늦게 지도를 꺼내 자세히 들여다 보니, 마루금은 이곳에서 잠시 북으로 향하고 있지 않은가? 이곳을 주봉이라고 착각하고, 방향이 틀리다고 호들갑을 떨어, 공연히 귀중한 3~4분만을 허비한 셈이다. 후미대장은 이미 선두와 30분 이상 시간차가 나니 서두르자며 앞장 서서 달린다.
6시 23분, 삼각점<병곡 401, 2004 재설>이 있는 너른 헬기장인 검마산 정상(1017.2m)에 오른다. 정상에 섰지만, 보이는 것은 아무 것도 없고, 일출이 가까운지, 바람은 더욱 거세고, 춥기만 하다. 서둘러 정상의 사진을 찍고 왼쪽 비탈길로 내려선다. 맨 뒤에 혼자 떨어져 있다는 생각에 나도 모르게 서두른 모양이다. 급한 내리막에서 미끄러지며 엉치뼈가 아플 정도로 크게 엉덩방아를 찧는다. 툭툭 털고 일어나 보니, 다행이 다친 데는 없는 것 같다. 하지만 나중에 보니, 배낭 속의 우유팩이 터지고, 플라스틱 포크의 손잡이가 부려졌을 정도로 큰 충격을 받았다.
검마산 정상
정신이 번쩍 난다. 이런 곳에서 부상이라도 당하면 큰일이다. 완만한 오르막을 지나고, 미끄러운 바위를 조심조심 기어오른다. 6시 48분, 918m봉에 올라, 오른쪽 급 내리막길로 조심스럽게 내려선다. 동쪽 하늘에 붉은 빛이 감돈다. 하지만 날씨가 잔뜩 흐렸는지 붉은 빛이 흐릿하다. 7시 10분, 임도에 내려서서 직진하여 급한 오르막을 오른다.
임도의 차단기
7시 18분, 작은 봉우리 하나를 넘어서니, 사위가 밝아지며, 내리막길에 앉아 있는 원 여사가 보인다. 원 여사도 어둠 속에서 비탈길을 내려서다 한 차례 나뒹굴었더니, 진땀이 나고 어지러워서 잠시 쉬고 있는 중이라고 한다. 원 여사와 함께 안부를 지나 오르막길을 오른다. 길가에서 후미대장과 남자대원 한 사람이 함께 식사를 하고 있다. 봉우리에 올라서면 바람이 심할 터이니 이곳에서 식사를 하라고 후미대장이 권한다.
배낭에서 도시락 가방을 꺼내니, 우유가 줄줄 흘러내려 바지를 적신다. 넘어지는 충격에 우유팩이 터진 것이다. 어한주 겸 반주로 칵테일 두 잔을 마시고 식사를 한다. 엊저녁 집사람이 만들어준 주먹밥은 차갑게 식었고, 보온병의 된장국도 미지근하니, 식욕이 날 리가 없다. 겨우 반 정도만 먹고 도시락 뚜겅을 닫는다. 그래도 원 여사가 마련한 더운 커피를 한잔 마시니 한결 몸이 풀리는 기분이다. 약 15분 동안에 식사를 서둘러 마치고, 7시 48분, 다시 오르막길을 천천히 오른다.
식사를 마치고 오르막길을 오른다.
7시 54분, 커다란 나무가 베어져 누워있고, 삼각점이 보이는 778.9m봉에 오른다. 해가 떠올랐을 시간이지만 짙은 구름에 가려 해는 보이지 않고, 바람만 심하다. 정상 사진만 찍고 서둘러 왼쪽으로 내려선다. 바람이 거세어 여전히 정신은 없지만, 주위가 밝으니 한결 걷기가 편하다. 8시 4분, 안부에 내려섰다, 봉 하나를 오른쪽으로 우회한다.
778,9m봉
삼각점
안부를 지나 봉우리 하나를 오른쪽으로 우회하고
고도 800m대에서 부드러운 오르내림이 계속되며 고만고만한 봉우리들을 수도 없이 넘는다. 표지기들이 무더기로 걸려 있는 봉우리, 거대한 청양목이 지키고 있는 봉우리... 왼쪽 나뭇가지 사이로 백암산이 가까이 보이고, 8시 50분, 후미대장이 기다리고 있는 백암산 갈림길에 이른다.
표지기들이 요란한 봉우리
아름다운 청양목이 지키고 있는 봉우리
백암산 갈림길에서 기다리고 있는 후미대장
마루금은 직진이고, 백암산은 왼쪽이다. 마루금 쪽 방향에 놓인 종이 표지판에는 선두대장의 통과시간이 8시 15분이라고 적혀있다. 50분과의 시간차 35분에 백암산 왕복에 필요한 30분을 합하면, 선두에 약 1시간 정도 뒤지고 있음을 알 수 있겠다. 지금 같이 운무가 가득한 상황이라면 백암산에 올라 가 보아야 조망을 즐기기는 글렀겠지만, 여기까지 와서 그냥 지나친다는 것도 말이 안 된다. 배낭을 벗어놓고 원 여사와 함께 백암산으로 향한다.
갈림길에서 본 백암산
백암산으로 오르는 도중, 정상을 다녀오는 다섯 명의 대원들과 마주 친다. 낙엽도 없는 맨 땅이 딱딱하게 얼어붙었다. 9시 5분, 너른 헬기장인 백암산 정상(1004m)에 오른다. 동해바다는커녕, 사방이 운무에 덮여 조망은 제로인데, 강한 바람만 미친 듯이 불어댄다. 삼각점<병곡 11, 2004 재걸>과 정상석 그리고 돌 이정표를 카메라에 담고, 서둘러 헬기장을 가로지르다, 고인물이 얼은 붙은 곳을 잘못 밟고, 또 다시 보기 좋게 큰 대자로 나둥그러진다.
백암산 정상,
정상석
9시 15분, 갈림길로 되돌아온다. 백암산 왕복에 정확히 25분이 소요된 셈이다. 이곳에서 윗삼수령까지는 약 4.7Km, 지형도를 보면 중간에 950m봉을 지나야 하지만, 대체로 내리막이다. 벗어 둔 배낭을 둘러메고 완만한 내리막길을 달려 내린다. 이어 너른 안부를 거치고, 급경사 오르막을 올라, 9시 45분, 888m봉을 지나, 능선을 걸으면서 뒤돌아 운무에 싸인 백암산 정수리를 돌아본다.
되돌아 온 갈림길
너른 안부
뒤돌아 본 백암산
9시 41분, 임도에 내려섰다, 바로 임도를 버리고, 왼쪽능선으로 진입하여 오르막길을 오른다. 이어 봉우리 하나를 넘고, 갈림길에서 왼쪽으로 내려서서, 9시 58분, 안부 사거리에 이르러 직진한다. 울진과 영양군의 군계를 따라 이어지는 마루금은 백암산 갈림길을 지나고 나서부터는 점차 동고서저(東高西低) 현상이 뚜렷해져, 능선이 좁아지기 시작하고, 고만고만한 봉우리들이 잇달아 이어진다. 지형도만 보고 막연히 추정했던 진행과는 큰 차이를 보인다.
임도
좁은 능선과 잇달아 오르내려야 하는 봉우리들
몇 개의 봉우리들을 우회하거나 넘은 후, 10시 31분, 950m봉에 오른다. 선두가 깔아 놓은 종이 표지판 위에 서리인지 싸라기눈인지 하얗게 내려 앉아 있다. 아직도 햇빛은 보지를 못했지만 운무가 점차 가시며 가까운 곳의 시계가 트인다. 가야할 방향의 봉우리들과, 오른쪽 산골짜기 사이로 이어지는 임도를 카메라에 담는다.
950m봉의 종이 표지판
220도 방향의 조망
280도 방향의 조망
다시 가파른 오르막길을 오른다. 대원 두 사람이 길가에 앉아 간식을 들며 쉬고 있다. 지금 시각이 10시 56분, 산행을 시작하고 6시간 가까이 지난 시각이니, 이제부터 서서히 피로가 느껴지기 시작하는 시점이다. 우리도 함께 어울려 간식을 즐긴다.
오르막길에서 간식을 들며 휴식을 취하는 대원들
11시 5분, 폐헬기장이 있는 매봉산 정상(921m)에 오른다. 나뭇가지에 비닐 표지판이 걸려있다. 헬기장을 왼쪽으로 내려서서 능선을 지나며, 열병식을 하듯 능선위에 앙상하게 늘어선 나무들을 카메라에 담고, 11시 18분, 846m봉을 내려서며 아름다운 춘양목 군락지를 멀리 본다. 이어 11시 31분, 너른 임도가 지나가는 윗삼승령에 내려선다. 글자를 알아보기 힘들 정도로 비바람에 시달린 등산 안내판이 길가에 떨어져 있다.
매봉산 정상
멀리 본 아름다운 춘양목 단지
윗삼승령
땅에 떨어진 등산 안내판에는 윗삼승령에서 아랫삼승령까지 1시간 10분이 소요된다고 적혀있다. 안내판 옆 등산로를 따라 오른다. 이제야 간간이 햇빛이 보이고 낙엽위의 서리가 녹아 번들거린다. 바람은 여전하다. 다시 고만고만한 봉우리들을 넘으며 지나온 능선을 돌아보고, 12시 9분, 삼각점<병곡 301, 2004 재설>과 정상표지판이 걸려있는 굴바위봉(747.3m)에 오른다. 영양, 울진, 영덕의 3군계가 만나는 곳이다.
윗상승령의 땅에 떨어진 등산 안내판
뒤돌아 본 지나온 능선
'굴아우봉'이라는 표지판이 걸려 있다.
굴바위봉을 내려서서 능선을 지나며 나뭇가지사이로 왼쪽 산세를 보고, 뒤돌아 삼송바위라고 짐작되는 암봉을 카메라에 담는다. 이어 안부를 지나 작은 봉우리 하나를 넘고, 12시 40분, 너른 쉼터가 있는 아랫삼승령에 내려선다. 후미그룹이 점심식사를 하며 쉬고 있다. 산행을 시작한지 벌써 9시간이 가깝다.
140도 방향의 조망
삼승바위
아랫삼승령
쉼터
준비해온 빵으로 간단히 점심식사를 한다. 창수령까지는 아직도 5시간 정도 는 족히 걸어야 함으로, 이쯤에서 임도를 따라 저시 쪽으로 탈출하면 좋겠는데, 그런 눈치는 조금도 보이지 않는다. 서둘러 점심을 마치고, 12시 51분, 앞선 대원들 뒤를 따라 가파른 오르막을 천천히 걸어, 1시 04분, 학산봉(668m)에 오른다. 표지기만 걸려있는 평범한 봉우리다.
학산봉
완만한 오르내림이 이어지며 오른쪽으로 임도가 내려다보인다. 1시 14분, 사거리 안부에 이른다. 오른쪽으로도 표지기들이 걸려있다. 임도로 내려서는 길인 모양이다. 직진하여 봉 하나를 넘고, 아름다운 참나무 숲을 지나, 가파른 오르막을 오른다. 1시 40분, T자 능선에서 왼쪽으로 진행하고, 9분 후, 백청리와 기산리를 연결하는 쉰섬재에 내려선다.
아름다운 참나무 숲
쉰섬재
다시 봉우리 두 개를 넘고, 2시 5분, 능선분기봉에서 왼쪽으로 확 꺾어내려, 2시 16분, 저시재에 이른다. 평범한 안부다. 고도 600m대에서 완만한 오르내림이 계속된다. 2시 43분, 옷재에 내려선다. 선두는 1시에 통과했다는 종이 표지판이 낙엽 위에 놓여 있다.
옷재
다시 오르내림이 계속된다. 3시 8분, 능선갈림길에서 왼쪽으로 굽어내려 안부를 지나고, 봉우리를 넘어, 3시 20분, 서낭단재에 이른다. 양쪽으로 희미한 산길이 보인다. 이어 645m봉에 올라 왼쪽으로 내려선다. 왼쪽으로 마을이 내려다보인다. 능선 왼쪽은 절벽이다. 이런 능선이 한동안 이어지다 오른쪽으로 굽어져 봉우리 하나를 넘고, 왼쪽으로 내려서서 안부를 지나, 능선은 다시 절벽을 끼고 좁게 이어진다. 오른쪽에서 북서풍이 강하게 불어온다. 바람에 날려 몸의 균형을 잃고 절벽으로 떨어질까 겁이 난다.
왼쪽 절벽 아래로 보이는 마을
이처럼 절벽을 끼고 좁게이어지던 능선이 오른쪽으로 굽어 봉우리를 넘어 왼쪽으로 내려서고, 안부를 지나 다시 좁은 절벽 능선으로 이어지는 과정이 거의 한 시간에 걸쳐 수 없이 반복되며 점차 고도가 낮아진다. 한 굽이 돌 때 봉우리와 안부 간의 고도차는 고작 20m~30m 정도다. 묘한 지형이다.
80도 방향의 조망
임도가 보이고
아름다운 춘양목을 지난다.
4시 32분, 임도에 내려선다. 오른쪽이 밤남골로 이어지는 임도다. 마루금은 임도를 건너 C자형으로 굽어, 독경산을 지나 창수령으로 떨어진다. 임도를 건너 완만한 오르막을 오른다. 4시 45분, 묘 2기를 지나고, 3분 후, 벌목지대 안부를 지나며 마루금은 왼쪽으로 굽어지며 고만고만한 봉우리 몇 개를 넘더니, 비로소 오른쪽으로 독경산이 가깝게 보인다.
임도
벌목안부
가까이 보이는 독경산
5시 8분, 오른쪽으로 잘 손질된 묘 2기가 보이고, 이어 임도 3거리에 이르러 직진하여 독경산으로 향한다. 사방이 어둑해 지기 시작하는데 약 200m 정도 고도차가 나는 독경산으로 이어지는 오르막이 몹시 가파르다. 마음은 바쁜데 다리는 한 없이 무겁다. 서둘러 오르다 보니, 왼쪽 다리가 뻣뻣해진다. 쥐가 날까봐, 겁이 덜컥 나, 정상을 눈 앞에 두고, 길가에 주저앉아 다리를 주무르고, 마지막 남은 물을 마시며 한동안 숨을 고른다.
오른쪽의 묘 2기
5시 31분, 너른 헬기장인 독경산 정상(682m)에 오른다. 통신탑이 있고, 삼각점이 보인다. 어둠이 깔리기 시작하는 추운 정상에서 후미대장이 기다리고 있다. 오늘 하루 종일 후미대장은 후미를 기다리느라 고생이 막심하다. 정상을 내려서며 랜턴을 켜고 가파른 내리막길을 달린다. 불빛이 마주 다가온다. 선두대장이 물병을 들고 마중을 나온 거다. 고맙다. 5시 59분, 버스가 기다리고 있는 창수령에 내려서서, 긴 산행을 마감한다.
독경산 정상의 통신탑
먼저 하산한 대원이 후미의 도착을 환영한다.
산악회가 준비한 막걸리로 갈증을 풀고, 국과 밥으로 허기를 채운다. 버스는 6시 25분 경, 서울을 향해 출발한다.
(2008. 1.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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