겨울나무들의 열병식


2007년 12월 29일(토).

뫼솔 산악회가 안내하는 낙동정맥 7번째 구간을 산행한다. 2007년도 산행을 마감하는 날이기도 한 이날, 무박으로 가장 길고, 가장 힘든 산행을 한다.


- 코스 : 검마산 휴양림-검마산-백암산-독경산-창수령

- 거리 : 도상거리 약 27.6Km/ 실제거리 약 36Km

- 날씨 : 흐리고 바람 강함, 11시 경에야 잠시 햇빛을 봄

- 등산로 상태 : 낙엽 위에 내린 서리와 싸라기눈으로 몹시 미끄러움

- 산행시간 : 총 13시간 55분

- 집 떠난 시간/ 귀가 시간 : 28일 22:30/ 29일 23:30, 25시간 만에 귀가

- 기타 : 식수 떨어짐. 마지막 독경산에 오를 때는 다리가 뻣뻣해 오고, 쥐가 날 듯해, 약 5분간 휴식하며 다리를 주물러줌.


한티재(88번 국도 통과)에서 창수령(712번 지방도로 통과)까지의 도상거리 약 41.6Km 구간에는 대형관광버스가 통행할 수 있는 도로가 전무한 오지중의 오지다. 따라서 중간에 적당한 접근로를 찾기가 쉽지 않다. 일반적으로는 구간거리, 접근로, 산행소요시간 등을 감안하여 아래와 같이 나누어 산행한다.


▶ 한태재-검마산 휴양림 : 마루금 14Km+날머리 1.5Km

▶ 검마산 휴양림-아랫삼승령 : 마루금 16.7Km+들머리/날머리 3.5Km

▶ 아랫삼승령-창수령-OK목장 : 마루금 9.9Km+들머리/ 날머리 5.0Km

"검마산 휴양림-아랫삼승령"을 한 구간으로 잘랐을 때는 당일코스로는 넘치고, 무박으로는 모자란다는 단점이 있다. 일조시간이 긴 한여름에는 당일산행이 가능하겠지만 요즘 같은 겨울철에는 무박으로 갈 수 밖에 없다. 하지만 요즘은 웰빙 산행시대라, 무박을 기피하는 경향이 있는데다, 무박으로는 짧다고 할 수 있는 구간을 무박으로 밀어붙일 때, 대원들이 보이는 반응에 신경을 써야하는 산악회의 입장이 딱하다.


뫼솔에서는 궁여지책으로 서울에서의 출발시간을 1시간 앞당겨, 5시 30분에 출발하는 방안도 고려해 보지만, 너무 이른 시간이라 대원들이 지하철이나, 버스 등 대중교통 수단을 이용할 수 없다는 단점 때문에 포기한다. 결국 박 대장은 여러 의견들을 수렴한 후, 이 구간에 아랫삼승령에서 712번 지방도로가 지나가는 창수령까지의 약 11Km를 더한, 총 27.6Km의 무박산행을 과감하게 시도해본다.


결과는 무리였다는 결론이다. 바람이 강하게 불고, 낙엽 위에 내린 서리와 싸락눈으로 등산로가 몹시 미끄러워 한 두 차례 심하게 엉덩방아를 찧지 않은 사람이 없을 정도인데도 부상자나 낙오자가 없이 14시간 가까운 산행을 무사히 마친 것이 다행이다. 하지만 크게 불평하는 소리는 들리지 않는다. 아마도 대안을 찾느라고 많은 고민을 한 산악회의 어려움을 대원들이 충분히 이해했기 때문이리라.


23시 30분이 조금 지난 시각, 양재 서초구청 앞에서 산악회 버스에 오른다. 치악 휴게소에서 잠시 정차한 버스는 어둠 속을 달려, 새벽 3시 40분경, 검마산 휴양림 주차장에 도착한다. 전국적으로 춥고, 바람이 강하며, 지역에 따라서는 많은 눈이 내린다는 예보에 대원들은 스패츠를 착용하는 등 중무장을 하고, 황 대장의 산행 시 유위사항을 귀담아 들은 후, 4시 4분 경, 휴양림 임도를 따라 오르며 산행을 시작한다.


오늘의 산행기록은 아래와 같다.

『(03:40) 휴양림 주차장-(04:04) 산행시작-(04;25) 고개마루/마루금 진입-(04:29) 이정표<정상 2.9Km>-(05:09) 갈미산 정상-(05:20) 임도 삼거리, 우-(05:48) 1014m봉/정상표지판-(06:23) 감마산 정상(1017.2m)-(06:48) 918m봉-(07:10) 임도, 직진-(07:33~07:48) 아침식사-(07:54) 778.9m봉-(08:04) 안부/봉, 오른쪽 우회-(08:23) 표지기봉-(08:35) 청양목봉-(08:50) 백암산 갈림길-(09:05~09:06) 백암산 정상-(09:15) 백암산 갈림길-(09:24)너른 안부-(09:41) 임도-(09;45) 888m봉-(10:31) 950m봉-(10:54~10:59) 간식-(11:05) 매봉산 정상-(11:18) 846m봉-(11:31~11:32) 윗삼승령-(11:29) 굴바위봉-(12;40~12:51) 아랫삼승령/중식-(13;04) 학산봉/668m-(13:14) 안부사거리-(13:40) T자, 좌-(13:49) 쉰섬재-(14:05) 능선분기, 좌-(14:16) 저시재-(14:43) 옷재-(15:08) 능선갈림, 좌-(15;20) 서낭단재-(15:31) 645m봉, 좌-(16:28) 사거리안부-(16;32) 임도-(16:45) 묘 2기-(16:48) 벌목 안부-(17;08) 묘 2기-(17:09) 임도 삼거리-(17:31~17:32) 독경산 정상-(17:59) 창수령』들머리 21분, 식사/간식/휴식 36분 포함, 총 13시간 55분이 소요된 산행이다.


* * * * *


눈이 내린 흔적도 없고, 바람은 강하지만 생각보다 춥지 않아 다행이다. 동이 틀 때까지는 선두, 후미 구분 없이 함께 움직인다고 했지만 어디 그게 쉬운 일인가?  버스에서 내리자마자 선두는 벌써 어둠 속으로 사라져 버린다. 어차피 오늘은 긴 여정이다. 서둘지 않고, 내 페이스대로 어둠을 헤치며 임도를 따라 걷는다.

버스에서 내리고


4시 25분, 고개마루턱에 올라, 왼쪽 마루금으로 들어선다. 이제부터 주봉까지 약 400m 정도의 고도차를올라야 한다. 어둠 속에 가파른 오름세가 이어진다. 밤눈이 어두운데다, 사진까지 찍다 보니, 어느새 최후미로 쳐진다. 백암산엘 오르겠다고 오늘산행에 참여한 원 여사가 앞서 걷고, 후미의 황 대장이 뒤를 받쳐 준다.

고개마루턱에서 마루금 진입


점점 가팔라지는 오르막길이 몹시 미끄럽다, 낙엽에 서리가 내렸기 때문이다. 4시 29분, 감마산 정상 2.9Km를 알리는 이정표를 지나고, 다시 한차례 가파른 오르막을 거쳐, 4시 36분, 고도 약 700m 정도의 봉우리에 오른다. 바람이 하도 거세어 정신이 하나도 없다.

이정표


4시 36분, 급경사 오르막을 오르며, 뒤돌아 남서쪽으로 명멸하는 불빛을 카메라에 담는다. 이른 새벽에 저처럼 불빛이 찬란한 것을 보면 영양이 틀림없겠다. 다시 급 오름이 이어지고 바위지대를 지나, 5시 9분, 헬기장인 갈미산 정상(918.2m) 오른다. 이정표가 있고, 부산 낙동산악회에서 부착한 비닐 표지판이 보인다.

영양의 불빛

918.2m 봉의 이정표

정상표지판


왼쪽으로 급경사 내리막길을 달려내려 안부를 지나고, 이정표가 있는 임도 삼거리에 내려선다. 이어 오른쪽 임도를 따라 조금 오르다. 왼쪽 능선으로 진입하여 감마산 정상을 향한다. 오르막길이 완만해 지면서 비로소 다소 여유를 찾는다. 발밑을 비추는 랜턴 불빛뿐, 보이는 것은 아무 것도 없다. 거세게 부는 바람소리에 야간산행의 정밀(靜謐)함도 느끼지 못한다. 아무생각 없이 꾸벅꾸벅 걸을 뿐이다.

임도 삼거리의 이정표


5시 58분, 1014m봉에 오른다. 검마산 정상표시판(1019.2m)이 있지만, 이곳은 정상도 아니고, 1019.2m봉도 아니다. 1019,2m봉은 이곳에서 동쪽으로 약 1Km 떨어져 있다. 어찌 됐건 사진을 찍고, 잠시 지체하다 보니, 앞서 가던 원 여사가 보이질 않는다. 완만한 내리막길을 서둘러 내려서며, 소리를 질러 봐도 반응이 없다. 혹시나 해서 나침반 방향을 보니, 등산로는 북쪽으로 이어지고 있다. '동쪽으로 가야하는데, 어둠 속에서 오른쪽의 갈림길을 지나친 것을 아닌가? 불안해진 마음으로 다시 소리를 질러 봐도 아무 반응이 없다.

1014m봉의 정상표지판


내려왔던 길을 되돌아 오르다 후미대장을 만난다. 방향이 이상하다고 했더니, 후미대장도 나침반을 확인하고, 봉우리로 되돌아선다. 봉우리에서 찬찬히 주위를 살펴보지만 다른 길은 없다. 뒤 늦게 지도를 꺼내 자세히 들여다 보니, 마루금은 이곳에서 잠시 북으로 향하고 있지 않은가? 이곳을 주봉이라고 착각하고, 방향이 틀리다고 호들갑을 떨어, 공연히 귀중한 3~4분만을 허비한 셈이다. 후미대장은 이미 선두와 30분 이상 시간차가 나니 서두르자며 앞장 서서 달린다. 

 

6시 23분, 삼각점<병곡 401, 2004 재설>이 있는 너른 헬기장인 검마산 정상(1017.2m)에 오른다. 정상에 섰지만, 보이는 것은 아무 것도 없고, 일출이 가까운지, 바람은 더욱 거세고, 춥기만 하다. 서둘러 정상의 사진을 찍고 왼쪽 비탈길로 내려선다. 맨 뒤에 혼자 떨어져 있다는 생각에 나도 모르게 서두른 모양이다. 급한 내리막에서 미끄러지며 엉치뼈가 아플 정도로 크게 엉덩방아를 찧는다. 툭툭 털고 일어나 보니, 다행이 다친 데는 없는 것 같다. 하지만 나중에 보니, 배낭 속의 우유팩이 터지고, 플라스틱 포크의 손잡이가 부려졌을 정도로 큰 충격을 받았다.

검마산 정상


정신이 번쩍 난다. 이런 곳에서 부상이라도 당하면 큰일이다. 완만한 오르막을 지나고, 미끄러운 바위를 조심조심 기어오른다. 6시 48분, 918m봉에 올라, 오른쪽 급 내리막길로 조심스럽게 내려선다. 동쪽 하늘에 붉은 빛이 감돈다. 하지만 날씨가 잔뜩 흐렸는지 붉은 빛이 흐릿하다. 7시 10분, 임도에 내려서서 직진하여 급한 오르막을 오른다.

임도의 차단기


7시 18분, 작은 봉우리 하나를 넘어서니, 사위가 밝아지며, 내리막길에 앉아 있는 원 여사가 보인다. 원 여사도 어둠 속에서 비탈길을 내려서다 한 차례 나뒹굴었더니, 진땀이 나고 어지러워서 잠시 쉬고 있는 중이라고 한다. 원 여사와 함께 안부를 지나 오르막길을 오른다. 길가에서 후미대장과 남자대원 한 사람이 함께 식사를 하고 있다. 봉우리에 올라서면 바람이 심할 터이니 이곳에서 식사를 하라고 후미대장이 권한다.


배낭에서 도시락 가방을 꺼내니, 우유가 줄줄 흘러내려 바지를 적신다. 넘어지는 충격에 우유팩이 터진 것이다. 어한주 겸 반주로 칵테일 두 잔을 마시고 식사를 한다. 엊저녁 집사람이 만들어준 주먹밥은 차갑게 식었고, 보온병의 된장국도 미지근하니, 식욕이 날 리가 없다. 겨우 반 정도만 먹고 도시락 뚜겅을 닫는다. 그래도 원 여사가 마련한 더운 커피를 한잔 마시니 한결 몸이 풀리는 기분이다. 약 15분 동안에 식사를 서둘러 마치고, 7시 48분, 다시 오르막길을 천천히 오른다.

식사를 마치고 오르막길을 오른다.


7시 54분, 커다란 나무가 베어져 누워있고, 삼각점이 보이는 778.9m봉에 오른다. 해가 떠올랐을 시간이지만 짙은 구름에 가려 해는 보이지 않고, 바람만 심하다. 정상 사진만 찍고 서둘러 왼쪽으로 내려선다. 바람이 거세어 여전히 정신은 없지만, 주위가 밝으니 한결 걷기가 편하다. 8시 4분, 안부에 내려섰다, 봉 하나를 오른쪽으로 우회한다.

778,9m봉

삼각점

안부를 지나 봉우리 하나를 오른쪽으로 우회하고


고도 800m대에서 부드러운 오르내림이 계속되며 고만고만한 봉우리들을 수도 없이 넘는다. 표지기들이 무더기로 걸려 있는 봉우리, 거대한 청양목이 지키고 있는 봉우리... 왼쪽 나뭇가지 사이로 백암산이 가까이 보이고, 8시 50분, 후미대장이 기다리고 있는 백암산 갈림길에 이른다.

표지기들이 요란한 봉우리

아름다운 청양목이 지키고 있는 봉우리

백암산 갈림길에서 기다리고 있는 후미대장


마루금은 직진이고, 백암산은 왼쪽이다. 마루금 쪽 방향에 놓인 종이 표지판에는 선두대장의 통과시간이 8시 15분이라고 적혀있다. 50분과의 시간차 35분에 백암산 왕복에 필요한 30분을 합하면, 선두에 약 1시간 정도 뒤지고 있음을 알 수 있겠다. 지금 같이 운무가 가득한 상황이라면 백암산에 올라 가 보아야 조망을 즐기기는 글렀겠지만, 여기까지 와서 그냥 지나친다는 것도 말이 안 된다. 배낭을 벗어놓고 원 여사와 함께 백암산으로 향한다.

 갈림길에서 본 백암산


백암산으로 오르는 도중, 정상을 다녀오는 다섯 명의 대원들과 마주 친다. 낙엽도 없는 맨 땅이 딱딱하게 얼어붙었다. 9시 5분, 너른 헬기장인 백암산 정상(1004m)에 오른다. 동해바다는커녕, 사방이 운무에 덮여 조망은 제로인데, 강한 바람만 미친 듯이 불어댄다. 삼각점<병곡 11, 2004 재걸>과 정상석 그리고 돌 이정표를 카메라에 담고, 서둘러 헬기장을 가로지르다, 고인물이 얼은 붙은 곳을 잘못 밟고, 또 다시 보기 좋게 큰 대자로 나둥그러진다.

백암산 정상,

정상석


9시 15분, 갈림길로 되돌아온다. 백암산 왕복에 정확히 25분이 소요된 셈이다. 이곳에서 윗삼수령까지는 약 4.7Km, 지형도를 보면 중간에 950m봉을 지나야 하지만, 대체로 내리막이다. 벗어 둔 배낭을 둘러메고 완만한 내리막길을 달려 내린다. 이어 너른 안부를 거치고, 급경사 오르막을 올라, 9시 45분, 888m봉을 지나, 능선을 걸으면서 뒤돌아 운무에 싸인 백암산 정수리를 돌아본다.

되돌아 온 갈림길

너른 안부

뒤돌아 본 백암산


9시 41분, 임도에 내려섰다, 바로 임도를 버리고, 왼쪽능선으로 진입하여 오르막길을 오른다. 이어 봉우리 하나를 넘고, 갈림길에서 왼쪽으로 내려서서, 9시 58분, 안부 사거리에 이르러 직진한다. 울진과 영양군의 군계를 따라 이어지는 마루금은 백암산 갈림길을 지나고 나서부터는 점차 동고서저(東高西低) 현상이 뚜렷해져, 능선이 좁아지기 시작하고, 고만고만한 봉우리들이 잇달아 이어진다. 지형도만 보고 막연히 추정했던 진행과는 큰 차이를 보인다.

임도

좁은 능선과 잇달아 오르내려야 하는 봉우리들


몇 개의 봉우리들을 우회하거나 넘은 후, 10시 31분, 950m봉에 오른다. 선두가 깔아 놓은 종이 표지판 위에 서리인지 싸라기눈인지 하얗게 내려 앉아 있다. 아직도 햇빛은 보지를 못했지만 운무가 점차 가시며 가까운 곳의 시계가 트인다. 가야할 방향의 봉우리들과, 오른쪽 산골짜기 사이로 이어지는 임도를 카메라에 담는다.

950m봉의 종이 표지판

220도 방향의 조망

280도 방향의 조망


다시 가파른 오르막길을 오른다. 대원 두 사람이 길가에 앉아 간식을 들며 쉬고 있다. 지금 시각이 10시 56분, 산행을 시작하고 6시간 가까이 지난 시각이니, 이제부터 서서히 피로가 느껴지기 시작하는 시점이다. 우리도 함께 어울려 간식을 즐긴다.

오르막길에서 간식을 들며 휴식을 취하는 대원들


11시 5분, 폐헬기장이 있는 매봉산 정상(921m)에 오른다. 나뭇가지에 비닐 표지판이 걸려있다. 헬기장을 왼쪽으로 내려서서 능선을 지나며, 열병식을 하듯 능선위에 앙상하게 늘어선 나무들을 카메라에 담고, 11시 18분, 846m봉을 내려서며 아름다운 춘양목 군락지를 멀리 본다. 이어 11시 31분, 너른 임도가 지나가는 윗삼승령에 내려선다. 글자를 알아보기 힘들 정도로 비바람에 시달린 등산 안내판이 길가에 떨어져 있다.

매봉산 정상

멀리 본 아름다운 춘양목 단지

윗삼승령


땅에 떨어진 등산 안내판에는 윗삼승령에서 아랫삼승령까지 1시간 10분이 소요된다고 적혀있다. 안내판 옆 등산로를 따라 오른다. 이제야 간간이 햇빛이 보이고 낙엽위의 서리가 녹아 번들거린다. 바람은 여전하다. 다시 고만고만한 봉우리들을 넘으며 지나온 능선을 돌아보고, 12시 9분, 삼각점<병곡 301, 2004 재설>과 정상표지판이 걸려있는 굴바위봉(747.3m)에 오른다. 영양, 울진, 영덕의 3군계가 만나는 곳이다.

윗상승령의 땅에 떨어진 등산 안내판

뒤돌아 본 지나온 능선

'굴아우봉'이라는 표지판이 걸려 있다.


굴바위봉을 내려서서 능선을 지나며 나뭇가지사이로 왼쪽 산세를 보고, 뒤돌아 삼송바위라고 짐작되는 암봉을 카메라에 담는다. 이어 안부를 지나 작은 봉우리 하나를 넘고, 12시 40분, 너른 쉼터가 있는 아랫삼승령에 내려선다. 후미그룹이 점심식사를 하며 쉬고 있다. 산행을 시작한지 벌써 9시간이 가깝다.

140도 방향의 조망

삼승바위

아랫삼승령

쉼터


준비해온 빵으로 간단히 점심식사를 한다. 창수령까지는 아직도 5시간 정도 는 족히 걸어야 함으로, 이쯤에서 임도를 따라 저시 쪽으로 탈출하면 좋겠는데, 그런 눈치는 조금도 보이지 않는다. 서둘러 점심을 마치고, 12시 51분, 앞선 대원들 뒤를 따라 가파른 오르막을 천천히 걸어, 1시 04분, 학산봉(668m)에 오른다. 표지기만 걸려있는 평범한 봉우리다.

학산봉


완만한 오르내림이 이어지며 오른쪽으로 임도가 내려다보인다. 1시 14분, 사거리 안부에 이른다. 오른쪽으로도 표지기들이 걸려있다. 임도로 내려서는 길인 모양이다. 직진하여 봉 하나를 넘고, 아름다운 참나무 숲을 지나, 가파른 오르막을 오른다. 1시 40분, T자 능선에서 왼쪽으로 진행하고, 9분 후, 백청리와 기산리를 연결하는 쉰섬재에 내려선다.

아름다운 참나무 숲

쉰섬재


다시 봉우리 두 개를 넘고, 2시 5분, 능선분기봉에서 왼쪽으로 확 꺾어내려, 2시 16분, 저시재에 이른다. 평범한 안부다. 고도 600m대에서 완만한 오르내림이 계속된다. 2시 43분, 옷재에 내려선다. 선두는 1시에 통과했다는 종이 표지판이 낙엽 위에 놓여 있다.

옷재


다시 오르내림이 계속된다. 3시 8분, 능선갈림길에서 왼쪽으로 굽어내려 안부를 지나고, 봉우리를 넘어, 3시 20분, 서낭단재에 이른다. 양쪽으로 희미한 산길이 보인다. 이어 645m봉에 올라 왼쪽으로 내려선다. 왼쪽으로 마을이 내려다보인다. 능선 왼쪽은 절벽이다. 이런 능선이 한동안 이어지다 오른쪽으로 굽어져 봉우리 하나를 넘고, 왼쪽으로 내려서서 안부를 지나, 능선은 다시 절벽을 끼고 좁게 이어진다. 오른쪽에서 북서풍이 강하게 불어온다. 바람에 날려 몸의 균형을 잃고 절벽으로 떨어질까 겁이 난다.

왼쪽 절벽 아래로 보이는 마을


이처럼 절벽을 끼고 좁게이어지던 능선이 오른쪽으로 굽어 봉우리를 넘어 왼쪽으로 내려서고, 안부를 지나 다시 좁은 절벽 능선으로 이어지는 과정이 거의 한 시간에 걸쳐 수 없이 반복되며 점차 고도가 낮아진다. 한 굽이 돌 때 봉우리와 안부 간의 고도차는 고작 20m~30m 정도다. 묘한 지형이다.

80도 방향의 조망

임도가 보이고

아름다운 춘양목을 지난다.


4시 32분, 임도에 내려선다. 오른쪽이 밤남골로 이어지는 임도다. 마루금은 임도를 건너 C자형으로 굽어, 독경산을 지나 창수령으로 떨어진다. 임도를 건너 완만한 오르막을 오른다. 4시 45분, 묘 2기를 지나고, 3분 후, 벌목지대 안부를 지나며 마루금은 왼쪽으로 굽어지며 고만고만한 봉우리 몇 개를 넘더니, 비로소 오른쪽으로 독경산이 가깝게 보인다.

임도

벌목안부

가까이 보이는 독경산


5시 8분, 오른쪽으로 잘 손질된 묘 2기가 보이고, 이어 임도 3거리에 이르러 직진하여 독경산으로 향한다. 사방이 어둑해 지기 시작하는데 약 200m 정도 고도차가 나는 독경산으로 이어지는 오르막이 몹시 가파르다. 마음은 바쁜데 다리는 한 없이 무겁다. 서둘러 오르다 보니, 왼쪽 다리가 뻣뻣해진다. 쥐가 날까봐, 겁이 덜컥 나, 정상을 눈 앞에 두고, 길가에 주저앉아 다리를 주무르고, 마지막 남은 물을 마시며 한동안 숨을 고른다.

오른쪽의 묘 2기


5시 31분, 너른 헬기장인 독경산 정상(682m)에 오른다. 통신탑이 있고, 삼각점이 보인다. 어둠이 깔리기 시작하는 추운 정상에서 후미대장이 기다리고 있다. 오늘 하루 종일 후미대장은 후미를 기다리느라 고생이 막심하다. 정상을 내려서며 랜턴을 켜고 가파른 내리막길을 달린다. 불빛이 마주 다가온다. 선두대장이 물병을 들고 마중을 나온 거다. 고맙다. 5시 59분, 버스가 기다리고 있는 창수령에 내려서서, 긴 산행을 마감한다.

독경산 정상의 통신탑

먼저 하산한 대원이 후미의 도착을 환영한다.


산악회가 준비한 막걸리로 갈증을 풀고, 국과 밥으로 허기를 채운다. 버스는 6시 25분 경, 서울을 향해 출발한다.

 


(2008. 1. 1.)


















at 11/04/2009 06:30 am comment

아름다운 곳들이네요 감사히 담아갑니다

Posted by Urimahn
,

 시가 있는 산


산이 날 에워싸고

박목월


산이 날 에워싸고

씨나 뿌리며 살아라 한다.

밭이나 갈며 살아라 한다.


어느 산자락에 집을 모아

아들 낳고 딸을 낳고

흙담 안팎에 호박 심고

들찔레처럼 살아라 한다.

쑥대밭처럼 살아라 한다.


산이 날 에워싸고

그믐달처럼 사위어지는 목숨

구름처럼 살아라 한다.

바람처럼 살아라 한다.


공원에 시가 걸려 있는 것은 여러 곳에서 보았지만, 첩첩 산중에 시를 걸어 놓은 것은 처음 본다. 이 시만이 아니다. 통나무 의자에 놓여 져 있는 것도 있다. 아마도 땅바닥에 떨어져 뒹굴고 있는 것을 누군가가 주워, 의자에 올려놓은 모양이다. 오랜 세월동안 비바람에 시달려 싯귀는 뭉겨져 보이지 않는다.


아마도 영양군 산림청 소속 직원의 아이디어로 오래 전에 낙동정맥 마루금에 이처럼 시를 걸어 놓은 모양이다. 시인의 마음을 가진 직원, 그리고 이를 받아들일 줄 아는 사람들이 사는 이곳은 어떤 고장인가? 궁금증이 생겨 영양군청 홈페이지에 들어가 본다.  

 

군수는 "경상북도 동북부에 위치한 영양군은 많은 충의열사와 문인을 배출한 고장으로 민족의 명산인 일월산과 낙동정맥의 힘찬 기운이 살아 숨 쉬는 수려한 자연경관과 독특한 향토자산이 어우러진 살맛나는 곳입니다."라고 소개하고 이어 영양군을 한마디로 '문인의 고장' 이라고 자랑한다.


"청록파 시인 '조지훈' 은 영양군 일월면 주곡리 출생이고 서정시인 '오일도' 는 영양군 영양읍 감천리 출생이며, 소설가 '이문열' 은· 1948년 영양군 석보면 원리리 출생이다. 주실마을, 감천마을, 두들마을에 가면 이들의 생가, 문학관, 시비 등을 볼 수가 있다."

2007년 12월 15일(토).

뫼솔 산악회의 안내로 낙동정맥 여섯 번째 구간을 산행한다. 코스는 『한티재(430m)-555m봉-우천재-636.4m봉-추령-631.4m봉-덕재-683.4m봉-휴림 임도- 휴양림』으로 마루금 도상거리 약 12Km, 날머리 약 1.5Km이다.


중부지방에는 새벽까지 눈이 내리고, 기온이 영하로 떨어져 길이 많이 미끄러울 것이라는 예보다. 아침 6시 15분, 대문을 나서는데, 아직도 눈발이 휘날린다. 다행이 날씨가 춥지 않아 내린 눈은 거의 녹아, 아스팔트가 불빛에 번들거린다. 산행지의 날씨는 어떨까? 설중산행에 대비하여 아이젠을 꼭 챙기라고 집사람이 귀띔을 해준다. 가지 말라고 말려도 들을 것 같지 않으니, 탈 없이 무사히 다녀오라는 소리다.


산악회 버스가 경유지를 지나, 눈 내리는 고속도로를 달린다. 오늘 참여인원은 모두 28명, 불순한 날씨를 감안하면 적지 않은 인원이다. 비가 오나, 눈이 오나, 바람이 부나, 춥거나, 덥거나... 날씨에 개의치 않고 대간 길을 떠나는 날에는 어김없이 모여드는 대원들....백두대간과 9정맥을 모두 답사하려면, 거르지 않고, 매주 산행을 한다 해도, 3년이 넘게 걸리는 대장정(大長征)이다. 눈을 맞으며 새벽같이 집을 나선 대원들! 이들은 모두 틀림없는 중증 환자들이다.


아침식사를 위해 버스가 치악 휴게소에 정차한다. 차가운 날씨에 눈이 펑펑 쏟아진다. 먼 산은 눈발에 가려 보이지 않고, 가까운 곳은 눈에 덮여 온통 흰색이다. 버스가 출발을 하자, 박 대장님이 마이크를 잡더니, 영양군청에 전화를 해 봤다며, 산행지에는 눈이 오지 않는다고 전해준다.

치악 휴게소의 설경


오늘 산행하는 구간은 경북 영양군 수비면(首比面)이다. 수비면은 9할 이상이 크고 작은 산으로 이루어지고, 모든 지역이 해발 430미터가 넘는 고랭지대라고 한다. 울련산과 불기산에서 자라는 황장목은 나무의 재질 이 단단하기로 유명하다. 고도 430m의 한티재에서 남하하다가 추령을 지나 잠시 동쪽을 향하고 이어 북동쪽으로 방향을 바꾸어 검마산으로 향한다.


하지만 검마산으로 들어서면, 도중에 적당한 탈출로를 찾기가 어렵다. 하여 당일 산행을 할 경우에는 검마산 휴양림으로 이어지는 임도에 내려서서, 일단 산행을 마치고, 휴양림으로 내려서는 것이 일반적인 코스다. 제일 낮은 곳이 한티재의 430m, 제일 높은 곳은 휴양림임도 직전의 683.4m봉이다. 도상거리 12Km에, 능선위에 톱날처럼 솟은 수많은 봉우리들을 오르내려야 하지만, 이름이 있는 산은 하나도 없다. 마루금에서 조금 벗어나 있는 왕릉봉은 이를 아쉬워한 산꾼 누군가 임의로 붙인 이름이라고 한다.


잘 정비된 등산로가 뚜렷하고. 잡목의 방해도 없다. 곳곳에 이정표가 세워져있고, 시가 실린 나무판도 걸려있다. 통나무를 이용하여 만든 긴 의자들을 비치한 봉우리들이 여럿 보인다. 고도차는 별로 없지만, 추령을 지난 이후 부터는 600m대의 봉우리들을 수도 없이 오르내려야 하기 때문에 산행거리는 짧아도 체력소모가 비교적 많은 구간이다.


오늘의 산행기록은 아래와 같다.

『(11:58) 한티재-(12:00) 산행시작-(12;04) 첫 봉, 약 460m-(12:17) 안동김씨 합장묘-(12:20) 봉, 약 420m-(12:28) 긴 의자 2개봉-(12:34) 능선분기,우-(길 확인 약 5분)-(12:42) 안부-(12:43) T자, 좌-(12:45) 이정표 봉/시-(12ㅣ51) 봉, 약 580m, 우-(12:54) 봉, 약 540m, 좌-(12;58) T자, 좌-(13:00) 봉, 약 610m-(13:04) 묘 1기-(13:08) 묘 3기-(13:11) 우천재/이정표-(13:14) 봉, 오른쪽 우회-(13:21) 갈림길, 우-(13:28) T자, 좌-(13:33) 이정표/시-(13:34) 청주한씨 합장묘-(13:46) 636.4m봉-(13:47~13:48) 간식-(14:00) 단양장씨 묘-(14:09) 추령-(14:24) 봉, 약 630m, 우-(14:34) 635.5m봉-(14:37) 안동권씨 합장묘-(14:40) 산불지역-(14:45) 안부 사거리-(14:49) 능선분기, 좌-(14:54) 봉, 약 580-(14;58) 봉, 약 600, 좌-(15:02) 봉, 약 610, 좌-(15:05) 봉, 약 630, 좌-(15;09) T자, 우(15:12) 억새 안부-(15;14) 옛 집터-(15:30) 봉, 약 650-(15:35) 631.4m봉-(15:56) 봉, 약 590, 좌-(16:04) 봉, 약 555-(16:10) 봉, 약 615, 좌-(16:16) 덕재-(16:23) 600.5m봉-(16:28) T자, 좌-(16:32) 봉, 얄 615, 우-(16:39) 안부 사거리-(16:13) 봉 약 605, 좌-(16:47) 산불지역-(16:51) 소나무 봉-(16:55) 봉, 약 675-(16:59) 봉, 약 650-(17;03) 휴양림임도』간식 11분 포함, 총 5시간 3분이 소요된 산행이다.


* * * * *


풍기IC에서 국도로 내려서자, 눈 덮인 도로가 미끄러워 버스의 운행속도가 현저하게 떨어진다. 버스는 예정보다 약 1시간이 늦은, 11시 58분에야 비로소, 한티재에 도착한다. 버스에서 내려보니, 현지에는 눈이 내린 흔적도 없고, 바람이 강하게 부는 맑은 날씨다. 대원들은 '낙동정맥 영양 2구간' 안내판 앞에 모여 단체사진을 찍고, 12시 정각, 산행을 시작한다.

낙동정맥 영양 2구간 안내판


안내판 옆, 임도를 걷다가, 표지기들의 안내로 바로 오른쪽 송림 숲으로 들어선다. 송림 숲 사이로 잘 정비된 등산로가 완만한 오름세로 이어진다. 작은 봉우리 하나를 넘고 이번에는 잡목 능선을 오르지만, 잡목들이 갈 길을 방해하지는 않는다. 12시 17분, 통정대부 안동 김씨의 합장묘를 지나고, 아름다운 산책길을 걸어, 통나무로 자연스럽게 장의자를 만들어 놓은 봉우리에 올라 왼쪽으로 내려선다.

산행시작

바람이 다소 강하게 부는 스산한 산책길

통나무 장의자가 있는 봉우리


12시 34분, 통나무 장의자가 놓여있는 약 590m 정도의 능선 분기봉에서 오른쪽으로 급히 꺾어 내린다. 약 2분쯤 완만한 비탈길을 내려서는데 아무래도 방향이 이상하다. 나침반을 보니 북동방향이 아닌가? "600" alt="" hspace="5" src="../images/uFizgXYr.SAij24FuNATKw.jpg" width="800" vspace="5" border="0">

 

능선 분기봉에서 오른쪽으로


할 수없이 비탈길을 다시 달려 내리면서 소리를 지른다. 이번에도 왼쪽에서 반응이 온다. 12시 42분, 안부에 내려서서 보니 왼쪽으로 이어지는 능선이 뚜렷하다. 1분 후, T 능선에 올라, 왼쪽으로 진행하고, 12시 45분, 후미대장님이 기다리고 있는 575m봉에 오른다. 이정표<추령 4.3Km, 한티재 2.3Km>가 있고, 이정표에 박목월의 시, '산이 날 에워싸고'가 걸려있다.

이정표와 시가 있는 봉우리


고만고만한 봉우리 세 개를 넘고, 묘 1기를 지난 후, 다시 묘 3기가 있는 묘역에 서니, 정면으로 우천마을이 내려다보인다. 1시 11분, 우천재 이정표<우천 0.5Km, 한티재 3.9Km, 추령 2.7Km, 해발 496m>를 지나 무성한 전나무 숲으로 들어선다. 이어 봉우리 하나를 오른쪽으로 우회하여 안부에 이르고, 빽빽한 소나무 숲을 거쳐, 참나무 산책길을 걷는다. 1시 28분, T자 능선에서 왼쪽으로 진행한다. 빽빽한 참나무 숲이 운치가 있다.

묘역에서 본 우천마을

우천마을의 논과 밭 사이를 지나고

전나무 숲

아름다운 참나무 숲


1시 33분, 이정표<한티재 5.1Km, 추령 1.5Km>와 통나무 장의자가 있는 봉우리를 지난다. 낙엽이 덮인 의자 위에 시를 적은 나무판이 놓여있다. 오랜 시간 비바람에 시달려 싯귀를 알아 볼 수가 없다. 아마도 이정표에 붙어 있던 것이 떨어져 땅바닥에 뒹굴자, 누군가가 주워 의자위에 올려놓은 모양이다. 봉우리를 지나 아름다운 참나무 숲이 계속이어 진다. 1시 34분, 청주 한씨의 합장묘를 지나자, 왼쪽으로 아름다운 자작나무 숲이 보인다. 조림지역인 모양이다.

장의자 위의 시

자작나무 조림지


1시 46분, 삼각점이 있는 636.4m봉에 올라 잡목 속의 삼각점을 확인하지만, 나무들의 방해로 조망을 즐기지는 못한다. 봉우리를 내려선 등산로 주변에 대원들이 모여 앉아 식사를 하고 있다, 합류하여 간식을 들며 잠시 휴식을 취한다.

636.4m봉의 삼각점

식사한 자리에서 뒤돌아 본 636.4m봉


1시 58분, 간식을 마치고 다시 산행을 계속한다. 처사 단양 장씨의 묘를 지나고 아름다운 춘양목 단지를 거쳐, 2시 9분, 추령에 내려선다. 이정표<저수지 1Km, 한티재 6.6Km, 해발 697m> 표지목, 그리고 표지기 다발이 보인다. 땅바닥에 선두가 깔아 놓은 종이표지판의 통과 시간은 1시 25분이다.

춘양목

표지목

표지기 다발


산판길 같이 너른 등산로가 아름다운 송림 숲 사이로 이어진다. 한 시간 가까이 아름다운 참나무 숲길을 산책하듯 걸어왔는데 이제부터는 송림 숲이다. 파도소리 같은 솔바람소리를 들으며 송림 숲을 걷는다. 2시 34분, 이정표와 삼각점<432 재설, 78.8 건설부>이 있는 635.5m봉에 오른다.

아름다운 송림 숲

635.5m봉의 이정표


2시 37분, 처사 안동 권씨 합장묘를 지나고, 아름다운 송림 숲을 걷는다. 작은 봉우리에 접근하자 불탄 소나무 숲이 시커멓다. 다행이 산불이 크게 번지기전에 진화를 한 모양이다. 화재지역이 넓지 않고, 나무 밑둥은 꺼멓게 탔지만 윗부분은 온전한 나무들이 숲을 이루고 있어 다행이다. 모두 무사히 소생하면 좋겠다. 40도 방향으로 황장목으로 유명한 울련산이 보인다.

산불지역

밑둥은 탔지만 위는 멀쩡한 소나무들 모두 소생하면 좋겠다.

2시 45분, 안부 사거리에 내려선다. 오른쪽 송정으로 이어지는 길은 뚜렷한데, 왼쪽 개심곡으로 이어지는 길은 잡목으로 막혀 있다. 이어 춘양목 지대를 지나자, 소나무 숲 사이로 능선이 좁고 가팔라진다. 연달아 고만고만한 봉우리들을 지난다. 24분 동안에 봉우리 6개를 지났으니, 4분에 한 개꼴로 봉우리를 넘은 셈이다. 가히 톱날능선이다.

춘양목 지대


3시 9분, T자 능선에서 오른쪽으로 진행하여, 3시 12분, 억새가 무성한 안부에 내려서서, 평탄한 길을 걷는다. 오른쪽으로 집터가 보이고 낡은 무쇠 숱이 낙엽 속에 뒹굴고 있다. 능선 여기저기에 참호가 보인다. 이런 벽지에서도 6.25 때 전투가 있었나보다. 능선이 좁아지며 왼쪽 나뭇가지 사이로 오기저수지가 내려다보이고, 오른쪽으로는 장피마을로 이어지는 긴 골짜기가 보인다.

옛 집터와 무쇠 솥


3시 35분, 커다란 소나무가 있는 631.4m봉에 오른다. 선두가 깔아 놓은 종이 표지판에 기록된 시간은 2시 35분이다. 봉우리를 내려선다. 왼쪽에 보이는 춘양목 군락지에 햇빛이 비치니 소나무들이 더욱 아름다워 보인다. 안부로 내려서면서 오른쪽으로 시야가 트이며 검마산, 왕릉봉 등이 깨끗한 모습을 보인다.

631.4m봉 정상

춘양목 단지

검마산

왕릉봉


안부를 지나 급경사 오르막을 올라 봉우리에 이르고, 이후 아름드리 소나무들이 즐비한 능선을 오르내리며 좌우로 보이는 조망을 카메라에 담는다. 긴 통나무 의자가 비치된 봉우리도 두 곳을 지난 후, 4시 16분, 넓은 임도가 지나는 덕재에 내려선다. 이정표<추령 6.3Km>와 비닐 표지판이 보인다.

능선에서 본 320도 방향의 조망

20도 방향의 조망

통나무 의자가 있는 봉

덕재


임도를 건너 통나무 계단길을 오른다. 절개지에 올라, 왼쪽 조망을 카메라에 담고 오른쪽 능선을 따라 올라, 4시 23분, 삼각점이 있는 600.5m봉에 오른다. 이어 아름다운 송림을 지나 T자 능선에 이르러 오른쪽으로 진행하여 봉우리 두 개를 넘고, 4시 39분 안부 사거리에 이른다.

덕재를 건너 통나무 계단길을 오르고

절개지에서 본 230도 방향의 조망


4시 47분, 산불지역을 지나고, 이어 봉우리 3개를 잇달아 넘은 후, 5시 3분, 휴양림 임도에 내려선다. 이정표가 있고, 선두가 깔아 놓은 표지판이 선두의 하산 시간을 알려준다. 4시 50분, 후미와는 1시간 13분의 차이가 난다. 임도에서 검마산을, 휴양림으로 내려서면서 울련산을 카메라에 담는다.

소나무 봉

임도의 이정표

임도에서 본 검마산

선두가 깔아 놓은 방향 표시판

하산하면서 본 울련산


5시 20분 경, 휴양림 주차장에 있는 버스에 도착하고, 5시 40분 조금 지난 시각에 버스는 서울을 향해 출발한다.


언제고 집사람과 함께 이 고장엘 다시 와야겠다. 검마산 휴양림에서 일박을 하고, 주실마을. 감천마을, 두들마을 등을 둘러보며, '문인의 고장'을 두루 구경하고 싶다.


(2007. 12. 17.)



고락산성 at 01/01/2008 11:25 am comment

우림형님~!정말 고생 많이 하시네요.무자년의 새아침이 밝았습니다.금년 한해는 더욱 건강하시고 이루고자 하시는 소망이 이루어지시길 진심으로 기원합니다.아울러 가졍에 행복이 가득 하시길~!

Posted by Urimah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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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혼속의 검마산 줄기


2007년 12월 1일(토).

뫼솔 산악회의 안내로 낙동정맥 다섯 번째 구간을 산행한다. 코스는 『에미랑재(560m)-칠보산(974.2m)-새신고개-깃재-884.7m봉-612.1m봉-길동재-한티재(430m)』로 도상거리는 약 18.5m이다. 당일산행으로는 부담이 되는 거리인데다 겨울철 일몰시간이 빨라 산악회는 서울에서의 출발 시간을 30분 앞당긴다.


애미랑재가 울진군과 영양군의 경계지점이니, 도로를 건너, 남쪽으로 들어서면 영양군이다. 오늘 구간의 지형도를 보면 주황색의 31번, 38번국도와 녹색의 317번 지방도로가 눈에 뜨일 뿐 도로로 둘러싸인 안쪽에는 다른 표시는 없고, 등고선과 계곡(川)만 보인다. 한 마디로 오지중의 오지라는 이야기이다. 그런데도 정맥의 마루금을 따라 등산로가 뚜렷하고, 요소요소에 표지기들이 요란하게 걸려있는 것을 보면 대간꾼들의 열정이 어느 정도인가를가히 짐작할 수 있겠다.


귀경길에 버스가 박달재 휴게소에 잠시 머물 때, 버스에서 내려서는 순간, 나도 모르게 다리가 절름거려진다. 전에 없던 일이다. 오늘산행에 무리가 있었다는 이야기이다. 산행에서 다리나 몸에 큰 영향을 주는 것은 '거리'가 아니고 '속도' 다. 운동 에너지는 속도의 제곱에 비례하기 때문이다. 이런 무리가 반복된다면 무릎이 상하는 것은 시간문제다. 조심해야겠다.


버스는 10시 41분 경, 애미랑재에 도착한다. 애미랑재- 한자어도 아닌 것 같고, 외래어나 순수 한글이름도 아닌 것 같은데 무슨 의미인지 궁금하다.


구름이 많이 낀 날씨에 바람이 강하다. 거의 빈자리가 없는 만원 버스 속에서 배낭을 앞좌석 등받이에 걸어놓으니, 운신하기조차 어려운 좁은 공간이 무척 답답하다. 이런 공간에서 장시간 쪼그리고 앉아 있다가, 버스가 산행지에 도착하자, 차에서 내린 대원들은 앞 다투어 산행을 시작한다.


오늘의 산행기록은 아래와 같다.

『(10:41) 애미랑재-(10:43) 산행시작-(10;50) T자, 좌-(10:59) 봉, 좌-(11:10) 안부 삼거리, 직진-(11:23) 능선분기, 좌-(11:32) 바위봉 우회-(11:38) T자, 우-(11:43) 칠보산 정상-(11;58) 안부-(12:04) 새재고개-(12:11) 철쭉능선-(12:20) 봉-(12:25) 무덤 1기-(12:29) 분기봉, 좌-(12:43) 봉-(12:50~13:07) 10지 춘양목/ 중식-(13;09) 안부-(13:12) 봉, 오른쪽 우회-(13;19) 봉, 왼쪽 우회-(13:22) 봉-(13:25) 깃재-(13:28) 봉, 좌-(13:50) 봉-(14:11) 884.7m봉-(14:27) 봉, 우-(14:35) 봉, 우회-(14:44) 봉, 우-(14:50) T자, 우-(15:20) 봉, 좌-(15:32) 능선, 오른쪽 우회-(15:55) 벌목봉, 우-(16:10) 612.1m봉-(16:21) 길등재-(16;24) 갈림길, 우-(16:27) 묘 1기-(16:43) 봉, 좌-(16:56) 묘 1기-(16:59) 안부 사거리-(17;07) 한티재』중식 17분 포함, 총 6시간 23분이 소요된 산행이다.


* * * * *


고개 마루턱을 지나자, 오른쪽으로 가파른 절개지를 오를 수 있도록 통나무 계단이 만들어져 있고, 표지기들이 바람에 흩날린다. 버스에서 내린 대원들은 선두대장의 뒤를 따라 통나무 계단을 오르며 바로 산행을 시작한다. 급한 용무를 마치고, 주위의 사진을 찍은 후, 최후미로 쳐져 10시 43분, 이들의 뒤를 따른다.

산행시작


통나무 계단이 끝나고, 등산로는 왼쪽으로 굽어지며 급경사 오르막으로 이어진다. 산행을 시작하자마자 만나는 급경사 오르막은 항상 힘겹다. 앞사람과의 거리가 점점 멀어지지만 개의치 않고 내 페이스대로 천천히 오른다. 10시 50분, T자 능선에서 왼쪽으로 진행하고, 9분 후, 고도 약 730m 정도의 봉우리에 올라, 왼쪽 내리막길을 달려 내린다. 대원들은 이미 시야에서 사라지고, 바람소리를 벗 삼아 혼자서 스산한 산길을 걷는다.

텅 빈 뚜렷한 등산로에서 표지기들이 반갑게 맞아준다.


반갑게도 비탈길에서 왼쪽으로 시야가 트이며 칠보산이 깨끗한 모습을 보이고, 그 옆 160도 방향으로 먼 산줄기들이 아득하다. 아마도 검마산 줄기가 아닌지 모르겠다. 이어 작은 봉우리 두 어 개를 넘고. 11시 10분, 안부 삼거리에 내려서서, 직진한다.

칠보산

160도 방향으로 본 산줄기


오르막이 이어지고, 능선이 좁아지면서 급 오르막이 시작된다. 11시 23분, 능선 분기봉에서 왼쪽으로 진행한다. 잎이 다 떨어진 황량한 숲, 꾸준히 오르막으로 이어지는 좁은 능선, 강한 바람... 이처럼 스산한 겨울 산을 꾸벅꾸벅 오른다. 뒤에서 인기척이 난다. 혼자라고 생각했는데, 인기척이라니..., 흠칫 놀라 뒤를 돌아본다. 후미대장이다. 반갑다. 이후 앞서거니, 뒤서거니, 후미대장과 함께 오르막길을 오른다.

황량한 겨울 산, 가파른 철쭉능선을 오르는 후미대장


바위봉을 우회하고, 11시 38분, 고도 약 920m 정도의 T자 능선에 올라 오른쪽으로 진행한다. 이어 마지막 급경사를 지나, 11시 43분, 두 개의 삼각점이 있는 칠보산 정상(974.2m)에 오른다. 대원 몇 사람이 기념사진을 찍고 있다. 나뭇가지들에 가려 조망은 별로다. 삼각점을 카메라에 담고 바로 직진하여 정상을 내려선다. 산행을 시작하여 도상거리 2.3Km, 고도차 약 300m 정도의 길고 가파른 오르막 구간을 1시간 만에 올라왔다. 내 페이스를 지킨 진행이지만 결코 느린 속도는 아니다

표지기들이 요란한 T자 능선

칠보산 정상


급경사 비탈길을 달려 내린다. 작은 봉우리 하나를 넘고도 내리막이 계속 이어지더니, 12시 4분, 너른 안부에 내려선다. 고도 약 720m의 새신고개다. 왼쪽의 신암리와 오른쪽의 새신을 연결하는 고개라고 하지만 요즈음에는 사람들의 왕래가 없는지 좌우로 길이 보이지 않는다.

새신고개


직진하여 비탈길을 오른다. 철쭉이 빽빽한 능선을 지나고, 쭉쭉 뻗은 아름다운 금강소나무들이 여기저기 보인다. 이어 작은 봉우리 두 어 개 넘고, 쇄락한 무덤을 지나, 12시 29분, 너른 능선 분기봉에 오른다. 개념도에 헬기장으로 표시된 봉우리 같은데, 주위에 나무들이 무성하고, 좌우로 표지기들이 요란하다. 마루금은 왼쪽이다.

아름다운 금강 소나무


 

너른 능선 분기봉


급경사 내리막을 지나, 동쪽을 향해 좁게 이어지는 능선을 따라 진행하여, 작은 봉우리 하나를 넘는다. 왼쪽으로 지난 구간에 걸었던 정맥 마루금이 가깝게 보이지만 아쉽게도 나뭇가지에 가려 깨끗한 사진을 얻지 못한다. 오른쪽으로 시야가 트이며 120도 방향으로 아름다운 산세가 펼쳐진다. 12시 50분, 개념도에 표시된 10지 춘양목에 이른다. 대원 몇 사람이 사진을 찍고 있다.

오른쪽으로 시야가 트이며 120도 방향으로 본 산세

십지 춘양목


사진 찍기를 마친 대원들이 이곳에서 점심상을 펼친다. 버스에서 점심식사를 한 나는 술을 한 잔 마시고, 간식을 즐긴다. 황 대장님과 비로소 인사를 나누고 커피도 한잔 얻어 마신다. 황 대장님은 춘양목이 지방에 따라 금강소나무 또는 황장목이라고도 불리지만 같은 나무라고 알려준다. 1시 7분, 식사를 마친 대원들과 함께 산행을 속개한다.

점심식사


1시 9분, 안부에 내려서고, 황량한 산길을 따라 능선을 좌우로 우회한다. 다시 아름다운 춘양목 군락지를 지나고, 봉우리 하나를 넘어선 후, 1시 25분, 왼쪽 신암리로 이어지는 산길이 뚜렷한 깃재에 내려선다.

깃재


황량한 참나무 숲 사이로 이어지는 오르막길을 오르고, 이어 여러 차례 고만고만한 봉우리들을 넘는다, 죽은 나무가 쓰러져 산길을 막고, 봉우리가 전체가 훤히 들여다보이는 헐벗은 능선을 지나. 2시 11분, 삼각점이 있는 844.7m봉에 오른다. 역시 나뭇가지에 가려 조망은 별로다.

죽은 나무가 길을 막고

 

오르막길이 훤히 보이는 헐벗은 능선

844.7m봉의 삼각점


칠보산에서 844.7m봉까지의 도상거리는 약 6.5Km다. 칠보산에서 새신고개로 한 차례 크게 떨어졌다 다시 오르지만, 마루금은 대체로 800m대의 능선을 따라 오르내리는 평탄한 지형이다. 칠보산에서 이곳까지의 소요시간은 2시간 28분이다, 간식시간 17분을 제외하고, 시간당 산행거리를 산정해보면 약 2.9Km에 이른다.


844.7m봉을 내려서며, 오른쪽으로 일월산의 깨끗한 모습을 본다, 급 내리막을 지나 능선이 평탄해지며, 낙엽이 발목까지 빠진다. 이후 여러 차례 능선 분기봉을 만나지만, 계속 오른쪽으로 진행한다. 오른쪽 나뭇가지 사이로 844.7m봉에 오르기까지 지났던 고마고만한 봉우리들이 보인다.

일월산

지나온 능선- 고만고만한 봉우리들의 연속이다.


내리막으로 이어지는 능선이 점차 넓어진다. 등산로 주변에 대원들이 모여 있고, 백 대장님이 커다란 소나무에 기생하고 있는 '노루 엉덩이'라는 묘한 이름의 버섯을 가리키며 사진을 찍으라고 한다. 딴은 노루 엉덩이처럼 생겼다. 사향노루의 앞부분이 최음(催淫)효과가 크다는 소리는 들어 보았지만, 이런 버섯은 처음 본다. 귀한 약재라고 한다.

노루 엉덩이


넓은 내리막 능선을 달려 내린다. 3시 20분, 고도 약 820m정도의 봉우리에 올라, 왼쪽으로 진행한다. 오른쪽으로 줄곧 일월산 능선이 따라 온다. 등산로는 여러 차례 능선을 오른쪽으로 우회하며 고도를 낮춘다. 오른쪽으로 산 하나가 깨끗한 모습을 보인다. 지형도를 보고 738m 무명봉이라고 짐작한다.

능선 분기, 좌

320도 방향의 무명봉


3시 55분, 벌목을 한 봉우리에 오르니, 선두대장이 땅바닥에 돌로 눌러놓은 종이 표지판이 오른쪽을 가리키고, 그 위에 통과한 시간이 적혀있다. '2시 50분', 지금 시각이 3시 55분이니, 선두와 1시간 5분, 차이가 난다는 이야기이다. 요소요소에 종이 표지판을 깔아 놓고, 표지기를 달아 놓은 솜씨를 보고, 무척 노련한 선두대장이라고 짐작은 했지만, 이처럼 시간 차이까지 강조하며 후미를 독려하다니.... 벌목지대를 지난다. 등산로 표지판이 보이고, 방화로 같은 넓은 길을 따라 능선을 오르는 대원들의 뒷모습이 한가롭다.

선두대장의 종이 표지판

등산로 표지

벌목지대를 지나는 대원들


4시 10분, 삼각점이 있는 612.1m봉을 지난다. 오른쪽으로 시야가 트이며 일월산 남쪽 줄기가 보이고, 봉우리를 내려서면서 가까이 아스팔트 도로를 내려다본다. 4시 21분, 아스팔트도로가 지나가는 길동재에 이른다.

길동재를 지나는 대원들

길동재


도로를 건너 갈림길을 만나 오른쪽으로 진행하고. 4시 43분, 봉우리에 올라, 왼쪽으로 내려선다. 시야가 트이며, 왼쪽으로 발리마을과 검마산이 보이고, 320도 방향으로 황혼속의 일월산이 아름답다. 4시 59분, 어둑한 안부 사거리를 지나, 5시 7분, 88번 국도가 지나는 한티재에 내려선다.

발리마을과 검마산 방향

320도 방향의 일월산

한티재


884.7m봉에서 한티재까지의 도상거리는 약 9.7Km이고, 고도 차이는 약 540m 정도다. 이 구간을 2시간 56분에 내려왔으니, 시간당 3.3Km를 달린 셈이다. 결국 일몰 시간에 쫓겨, 무릎에 많은 부담을 주는 내리막에서 무리를 한 것이, 박달재 휴게소에 도착하여 버스에서 내릴 때, 다리를 절름거리게 한 요인이라고 할 수 있겠다.


버스는 5시 30분 경, 서울을 향해 출발한다.


(2007. 12. 3.)


우림 at 08/04/2011 10:54 pm comment

다이아 님 !화이팅!

우림 at 06/23/2008 04:06 pm comment

홀 대간꾼이시로군요. 혼자 산행하는 용기가 부럽습니다.백두대간을 마친 분들 중에서 9정맥을 종주하는 분들이 의외로 많지 않더군요.즐겁고 안전하게 9정맥 종주를 완성하시기 바랍니다.

Posted by Urimah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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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잎을 다 떨어뜨린 황량한 겨울 산, 바람이 거세다.


2007년 11월 17일(토).

뫼솔 산악회의 안내로 금북정맥 네 번째 구간을 산행한다. 코스는『답운치-889m봉-통고산(1067m)-937.7m봉-애미랑재』, 도상거리 약 12.1Km로 비교적 짧은 구간이다.


답운치의 해발고도가 618.9m이고, 오늘 구간에서 가장 높은 통고산이 1067m이니, 표고 차가 400m 이상이지만, 이 표고차가 도상거리 약 6.1Km 정도의 비교적 긴 구간에 걸쳐 희석되어, 통고산까지 완만한 오르막이 이어진다. 애미랑재의 해발고도는 약 560m이다. 따라서 통고산에서 애미랑재 까지는 줄곧 내리막의 연속이다. 결국 오늘 코스는 산 넘어 산, 그 넘어 또 산식의 애를 먹이는 대간이나 정맥의 마루금과는 달리, 마치 큰 산 하나를 올랐다 내려오는 일반 산행처럼 단순한 것이 그 특징이라 하겠다.

고도표


완연한 겨울날씨다. 기온이 뚝 떨어진데다, 바람마저 강하게 불어 체감온도는 영하로 떨어진다. 아침식사를 위해 들른 치악 휴게소의 야외 벤치에 무서리가 하얗게 내려앉았다. 낮이 되어도 기온이 오르는 것 같지가 않다. 참나무와 잡목들은 이미 잎을 다 떨어뜨린 앙상한 모습인데, 이런 을씨년스러운 분위기에 바람까지 강하게 부니, 낙엽이 흩날리고, 나뭇가지들이 큰 소리로 비명을 지른다. 눈만 없지, 완연한 겨울 산이다.

나뭇잎을 다 떨어뜨린 앙상한 산


1000m가 넘으니 역시 큰 산이다. 능선이 인색하지 않고 넉넉해서 좋다. 이런 능선으로 등산로가 뚜렷하고, 잎이 다 떨어진 나무사이로 가야할 방향이 확실하다. 여기에 표지기들 마저 요란하게 길 안내를 하니. 지형도나 나침반을 볼 필요가 없다. 대원들이 바람에 날리듯, 빠르게 진행한다. 후미의 박 대장님 왈,


"오늘은 후미에서 사람 구경을 못하겠네요."

너른 능선

길을 안내하는 요란한 표지기들


양재에서 치악 휴게소까지는 대강 1시간 40분 정도가 소요된다. 그 동안 대원들은 산행을 위해 새벽같이 일어나서 빼앗겼던 잠을 보충한다. 이윽고 치악 휴게소에서 아침식사를 하고, 버스가 다시 출발을 하면 비로소 산악회 대장이 마이크를 잡고 산행개요를 설명한다. 뫼솔은 여러분들의 대장을 확보하고, 산행 시에는 선두대장, 중위대장, 후미대장을 배치하여, 안전산행이 되도록 대원들을 가이드 한다. 오늘 마이크를 잡은 대장님은 산행개요를 간단히 설명한 후 대원들에게 몇 가지 당부를 한다.


첫째 선두대장을 앞지르지 말 것, 부득이 선두대장을 앞지를 경우에는 신고를 할 것. 선두대장을 앞질러 독자적으로 행한 산행에 산악회는 책임을 지지 않는다. 아울러 후미는 후미대장 뒤로 쳐지지 말 것. 이는 선두, 중위, 후미대장들이 수시로 연락을 취하면서 선두, 중위, 후미 간의 간격을 유지하고, 인원을 파악하여, 안전산행을 하고자하는 것이니 적극 협조할 것.


둘째 산악회가 배포한 개념도를 항상 지참할 것, 개념도를 참고하여 산행을 하고, 비상시에는 개념도에 명기된 전화번호로 연락을 할 것.


셋째 차내에서는 음주를 금한다. 아울러 조용한 차내 분위기를 유지하여, 휴식을 취하고자하는 대원들을 방해하지 말 것.


‘내가 정말 알아야 할 모든 것은 유치원에서 배웠다.’ 라는 세계적인 베스트셀러의 제목처럼 우리들은 진짜 소중하고 꼭 실천해야 할 것들은 이미 배워 서 모두 알고 있다. 문제는 안다는 것과 실천하는 것이 별개라는 사실이다. 오늘 대장님이 당부한 사실을 모르는 대원들은 아마 없을 것이다. 번거롭기는 하겠지만 아는 것이 실천에 옮겨질 수 있도록 산악회가 이처럼 수시로 대원들에게 당부를 하는 것은 참으로 고마운 일이다.


버스는 풍기IC에서 중앙고속도로를 버리고, 36번 국도를 동쪽으로 달려, 영주, 봉화, 법전을 지나고 소천을 거쳐, 11시 8분, 답운치에 도착한다.


오늘의 산행기록은 아래와 같다.

『(11:08) 답운치-(11:09) 산행시작-(11:14) 헬기장-(11;19) 안부/산죽 밭-(11:23) T자, 우-(11:24) 봉, 좌-(11:29) 능선 좌로 우회-(11:40) 봉, 직진-(11:45) 능선 우로 우회-(11:49) 봉/폐헬기장-(11:55) 능선분기, 좌-(12:03) 잡목지대-(12:13) 능선 우로 우회-(12:26) 889m봉-(12:31) 안부-(12:32) 금강송 단지-(12:35) 임도-(12:52) 봉, 좌-(13;01) 산철쭉 군락지-(13:03) 이정표 있는 삼거리-(13:14~13:32) 통고산 정상/중식-(13:37) 이정표 있는 삼거리-(13:42) 능선분기, 좌-(13:45) 산철쭉 지대-(13:48) 봉, 우로 우회-(14:03) 임도-(14:19) 938m봉-(14:22) 산죽 밭 우회로-(14;29) 폐 헬기장봉, 좌-(14:37) 봉, 우-(14:43) 봉, 우-(14:48) 능선분기, 좌-(15;03) 안부/능선 좌로 우회-(15:08) 본능선 진입-(15:13) 거목지대-(15:14) 능선분기, 좌-(15:21) 봉 우로 우회-(15:28) 안부-(15:25) 절개지 위-(15:39) 애미랑재』중식 시간 16분 포함, 총 4시간 30분이 소요된 산행이다.


* * * * *


답운치(踏雲峙)- 구름을 밟는 고개. 멋진 이름이다. 이름만 들어도 구름에 싸인 준령이 연상된다. 해발고도 약 620m, 지금은 36번 국도가 지나는 아름다운 고개다. 차에서 내리니 바람이 거세고 몹시 춥다. 대원들은 차에서 내리자마자 '통고산 등산 안내문' 뒤로 이어지는 등산로를 줄지어 따라 오른다. 거센 바람 속에서 주위의 사진을 찍고 서둘러 이들 뒤를 따른다.

바람이 거세게 부는 아름다운 답운치

거센 바람을 뚫고 산행을 시작하는 대원들


완만한 오르막길이 뚜렷이 이어진다. 절개지를 가파르게 오르고 잡목 숲을 헤쳐야하는 다른 때의 산행시작과는 달리 오늘은 편안하게 산행을 시작한다. 다만 바람이 거세게 몰아쳐 정신이 하나도 없는 것이 흠이다. 산행시작 후 5분이 지나서 너른 헬기장을 지나고 등산로는 오른쪽으로 굽어진다.

헬기장


헬기장을 지나 다시 5분쯤 지나니 키 작은 산죽 밭 사이로 등산로가 이어지며 오르막이 시작된다. 이윽고 T자 능선에 올라 이번에도 오른쪽으로 진행한다. 4시까지는 하산하라는 산악회의 이야기이니 서둘 필요가 없다. 땜방 산행을 나온 원(元) 여사와 쉬지 않고 꾸준히 마루금을 오른다. "화요맥"에서 함께 지맥산행을 하는 원 여사는 일찌감치 2000년에 백두대간을 마치고, 이제 9정맥을 마무리하는 베테랑이다.

T자 능선에 올라 무덤을 지난다.


완만한 오르막을 오르며 봉우리 두 개를 넘고, 편안하게 능선을 좌우로 우회하여, 11시 49분, 고도 약 815m 정도의 봉우리에 올라 직진한다. 옛 헬기장 자리인지 정상이 넓고 평평하다. 봉우리에서 내려서서 바람이 거센 황량한 참나무 숲을 지난다. 11시 55분, 표지기들이 요란하게 걸려 있는 능선 분기봉에 올라 왼쪽으로 진행하여 잡목지대로 내려선다. 오른쪽으로 시야가 트이며 모처럼 웅장하게 흐르는 산줄기를 본다.

표지기들이 요란하게 걸려있는 능선 분기봉, 좌

잡목지대로 내려서며 본 남서방향의 조망


긴 잡목지대가 이어진다. 하지만 겨울을 맞은 잡목들은 그 기세가 많이 꺾여, 진행하는 데 큰 어려움이 없다. 잡목지대를 지나 다시 능선에 오르니, 300도 방향으로 비룡산 산줄기라고 짐작되는 산줄기가 보인다. 이어 능선을 오른쪽으로 우회하고 가파른 오르막을 올라 12시 26분, 889m봉에 오른다. 아무 표시도 없고, 나무에 가려 조망도 별로다.

잡목지대를 지난 능선에서 몬 300도 방향의 조망


안부로 내려서며 울창한 금강송 군락지를 지난다. 앙상한 겨울 산에서 그 푸름이 더욱 돋보인다. 12시 32분, 안부를 지나고 완만한 능선을 오르며 뒤돌아 건너편 산을 바라본다. 앙상한 겨울 산에 금강송 군락지가 푸른 띠를 두르고 있다. 12시 35분, 임도로 내려선다.

금강송 군락지

뒤돌아 본 건너편 산

230도 방향의 조망


임도를 건너 암릉으로 된 절개지를 지나고, 소나무 한 그루가 우뚝 서있는 능선으로 오른다. 능선을 걸으며 남서쪽, 장군봉 방향으로 시야가 트이며 첩첩한 산세가 눈에 들어온다. 이어 넓은 참나무 숲을 지나고 봉우리 하나를 넘어, 안부에 내려섰다, 능선을 오른쪽으로 우회한다. 산철쭉 군락지를 지나고, 땅에 떨어진 이정표가 있는 삼거리에 이른다.

도로를 건너 능선으로 오르고

능선에서 본 230도 방향의 조망

땅에 떨어진이정표가 있는 삼거리


삼거리에서 오른쪽으로 돌아, 황량하게 펼쳐진 넓은 능선을 오르고, T자 능선에서 왼쪽으로 진행하여, 1시 14분, 너른 헬기장인 통고산 정산에 오른다. 삼각점<소천 428, 2004 재설>이 있는 헬기장에는 거센 바람에도 불구하고 몇몇 대원들이 둘러 앉아 점심식사를 하고 있다. 시야가 트이는 북동쪽과 남쪽 조망을 카메라에 담은 후, 헬기장을 가로 질러 커다란 정상석이 있는 곳으로 이동한다.

통고산으로 오르는 너른 능선

통고산 정상인 헬기장

40도 방향으로 가깝게 보이는 무명봉

남쪽 방향의 조망


'들어가지 마시오.'라는 팻말과 함께 금줄까지 쳐진 정상석 자리에 얌체 대원 몇몇이 점심상을 펴 놓고 식사를 하고 있다. 정상석을 카메라에 담고, 뒤로 돌아 "옛날 부족국가 시대 실직국(悉直國)의 왕이 다른 부족에게 쫓기어 이 산을 넘으면서 통곡하였다 하여 '통곡산(通哭山)'으로 부르다가 그 후 '통고산(通古山)'으로 불리고 있다."라는 내용의 안내문을 읽는다. 정상에는 그 외에 정상 표지목도 있고, 산불감시초소, 자동 산불감시탑이 보인다.

정상석

통고산 명칭의 유래를 설명한 설명문

정상목/이정표

자동 산불감시탑


원 여사가 바람을 등지고 길가 소나무에 기대앉아 혼자 식사를 하고 있다. 아침 5시에 새벽밥을 먹고, 10시 경에 버스에서 점심을 한 나 원 여사와 합류하여 간식을 즐긴 후, 함께 산행을 계속한다. 1시 37분, 이정표가 있는 삼거리에 이른다. 왼쪽은 통고산 휴양림으로 하산하는 길이고, 마루금은 오른쪽의 왕피리 방향이다.

이정표가 있는 삼거리


오른쪽으로 달려 내린다. 5분 후, 능선분기봉에서 왼쪽으로 진행하고, 산철쭉 군락지를 지난다. 이어 능선을 오른쪽으로 우회한 후, 너른 능선을 가파르게 달려 내려, 2시 3분 임도에 이른다. 임도에서 오른쪽으로 회색빛 뿌연 겨울 산을 보고, 임도를 건너, 건너편 능선으로 진입하여 완만하게 이어지는 오르막 등산로를 따라 오른다. 시야가 트이며 오른쪽으로 옥방터 방향을 조망하고, 뒤돌아 부드러운 통고산을 본다.

임도에서 본 오른쪽 회색빛 겨울산

뒤돌아 본 통고산


낙엽이 쌓인 임도를 걷는다. 왼쪽으로 능선이 따라온다. 2시 16분, 임도를 버리고 왼쪽 봉우리에 올라 오른쪽으로 진행하여, 3분 후, 삼각점과 안내판이 있는 938m봉에 오른다. 2시 22분, 키 작은 산죽밭 사면을 지나, 안부에 이르고. 긴 오르막을 거쳐, 2시 29분, 폐 헬기장이 있는 봉우리에 오른다. 요란하게 걸린 표지기들이 왼쪽으로 내려서라고 길 안내를 한다.

938m봉

938m봉의 삼각점

키 작은 산죽이 이어지는 사면길

폐 헬기장이 있는 봉우리


서쪽으로 이어지는 능선을 오르내리며, 나뭇가지 사이로 칠보산을 본다, 시원하게 넓은 능선이 부드럽게 이어진다. 2시 58분, 능선분기봉에 올라, 왼쪽으로 진행하고, 안부에 내려서서, 능선을 왼쪽으로 우회한다. 약 5분 동안이나 계속되는 긴 우회길이다. 이윽고 본 능선에 진입하여 내리막길을 달려 내린다.

나뭇가지 사이로 보이는 칠보산


거목들이 즐비한 완만한 오르막길을 오른다. 3시 14분, 능선분기봉에서 왼쪽으로 진행하여 급경사 넓은 능선을 달려 내리고, 봉우리 하나를 오른쪽으로 우회하자, 또 한 차례 급경사 내리막이 이어진다. 안부에 이르러 다시 오른쪽 우회 길을 거쳐 평탄한 능선으로 진입한다.

거목지대


3시 35분, 가파른 절개지 위에서서 북쪽방향을 조망하고, 917번 지방도로가 지나가는 애미랑재가 내려다본다. 이어 왼쪽으로 진행하여 가파른 절개지를 내려선다. 저 아래 버스가 보인다. 3시 39분, 도로에 내려선다.

절개지 꼭대기에서 본 320 방향의 조망

절개지 꼭대기에서 내려다 본 애미랑재

애미랑재


버스에 도착하여 배낭을 내려놓고, 거센 바람 속에서 산악회가 준비한 식사를 한다. 버스는 4시 정각에 서울을 향해 출발한다. 대조영의 열렬한 팬인 산 아줌마는 집에 가서 대조영을 볼 수 있게 됐다고 즐거워한다. 하지만 여주를 지나 이천에 들어서면서 고속도로가 정체하기 시작하고, 한 없이 지루한 시간이 덧없이 흐른다.


(2007. 11. 19.)



우림 at 11/29/2007 05:25 pm comment

아우님도 회갑이 지났군요.자녀들, 손자녀들과 즐거운 나날을 보내시겠군요. 다복한 양반입니다.우리 나이에 산길을 뛰듯이 속보로 걷는 것은 무리죠.9정맥 안 하면 어떻습니까? 무리하지 않고, 즐산하고, 여행도 다니고....여수가 많이 달라지겠네요. 친환경적인 해양도시로 개발하겠다는 계획이 차근차근 이루어져 2012년에 성공적인 EXPO 개최가 이루어지겠네요.다시 한번 축하합니다.

고락산성 at 11/28/2007 05:54 pm comment

우림형님~!뵌지가 꽤나 오레 되였습니다.대단히 죄송합니다. 전 이번에 회갑을 넘겼네요.목적산행도 금남정맥으로 막을 내렸습니다.무릎이 안좋아서 더 이상 속보로 걷기가 어렵네요.낙동정맥을 하고 계시군요. 항상 조심하시기 바랍니다.낙동정맥길이 쉽지 않다고 들었습니다. 하루에 20km~25km를 걷더군요.우리 산악회에서도 한명이 완주하였거든요.12월에도 결혼식이 있어서 당일 서울을 다녀올 예정입니다.편안하시기 바랍니다.

Posted by Urimah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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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답운치의 아름다운 단풍


2007년 11월 2일~3일.

뫼솔 산악회가 안내하는 낙동정맥 3번째 구간을 무박으로 산행한다. 코스는 『석개재-용인등봉-문지골 3거리-삿갓재-석포임도-암봉 우회-934.5m봉-진조산-굴전고개-헬기장봉-답운치』로 도상거리는 약 24m이다.


오랜만에 하는 무박산행이다. 무박산행이 조용해서 좋고, 해 뜰 무렵의 분위기가 매혹적이라며 무박산행을 선호하는 사람들도 있지만, 마루금 산행의 가장 큰 매력인 조망을 즐길 수가 없다보니, 특별한 경우 이외에는, 할 것이 못 된다는 것이 내 생각이다. 게다가 밤눈이 어두운 내게는 무척이나 부담이 되는 산행이고, 위험하다고 한사코 말리는 집사람을 걱정시킬 까닭도 없는 터라, 될 수 있으면 무박산행을 피해 온 것이다.


오늘도 3시간 가까이 어둠속을 걷는다. 따라서 마루금에서 멀지 않은 묘봉과 삿갓봉을 들르지도 못하고, 조망이 좋다는 997,7m봉도 허망하게 언제 지났는지도 모르고 지난다. 낮에도 산죽 밭을 지날 때는 바닥에 무엇이 있는지 불안한데, 어둠 속에서야 말 할 것도 없다. 앞길을 인도하는 백 대장님이 여성다운 섬세함으로 험하다고 생각되는 곳에서는 수시로 뒤돌아 발밑을 비쳐주지만(백 대장님! 고맙습니다.), 산죽 밭에 삐죽 솟은 나무 등걸에 허벅지를 호되게 부딪쳐 한동안 다리를 절뚝거리며 걸어야 했고, 하룻밤을 자고 난 지금까지도 통증이 가시질 않는다.


30명이 채 못 되는 대원들을 태운 버스는 12시가 넘어, 치악 휴게소에서 잠시 정차한다. 버스에서 내리니, 방풍재킷만 안 입었을 뿐, 겨울 등산복으로 중무장을 했는데도 냉기가 온몸을 감싼다. 버스가 목적지에 접근하자, 한동안 망설이다. 비상용으로 가져온 내복바지를 꺼내 입는다. 버스에 불이 켜지고, 선두대장은 어두워서 한동안은 임도를 따라 걷겠다고 대원들에게 알려준다. 3시 33분, 낮 익은 석개재에 도착한다. 캄캄한 밤하늘에 별들이 총총하고 반달형태의 하현달이 떠있다.

석개재 도착


오늘의 산행기록은 아래와 같다.

『(03;33) 석개재 도착-(03:35) 산행시작-(03:55) 임도 버리고, 왼쪽 숲-(05:05) 영인등봉-(05:52) 문지골 삼거리-(16:40) 삿갓재-(06:54) 임도 삼거리, 좌-(07:15~07:30) 아침식사-(07:34) 차량통제 안내문-(07:35) 석포 삼거리-(08:20) 능선분기봉, 좌-(08:23~08:39) 암봉 우회-(08:40) 봉, 좌-(09:15) 봉, 90도 오른쪽-(09:42) 속새대 있는 안부-(10:07) 봉, 좌-(10:55) 전위봉-(11;08~11:11) 934.5m봉-(11:26) 봉-(11:55~12:13) 폐 헬기장봉/ 점심식사-(12:24) 한나무재-(12:45) 헬기장-(12:55) 전조산 갈림길-(12:57~12:58) 전조산-(12:59) 전조산 갈림길-(13:25) 갈전고개-(14:29) 헬기장봉-(14:31) 묘-(14:34) 답운치』식사시간 33분 포함, 총 10시간 59분이 소요된 산행이다.


* * * * *


버스가 정차하자. 대원들이 우르르 몰려 내린다. 어두우니 해 뜰 때 까지는 함께 움직이자는 소리도 있으나, 얼마 지나지 않아 선두그룹은 어둠으로 사라져버린다. 산꾼 동호인들이 승합차를 빌어 무박산행을 할 경우에는 들머리에 일찍 도착했더라도 어둠 속의 산행시간을 줄이기 위해 한동안 차속에서 쉬는 것이 보통이다. 오늘 같은 경우라면, 한 시간 반 정도를 쉰 후, 아마 5시 경에 산행을 시작할 것이다. 산행을 빨리 마치고, 빨리 귀가하는 것이 목적이 아니기 때문이다.

하현달


하늘도 쳐다보고, 주위를 둘러 본 후, 용무를 마치고 3시 35분, 너른 임도를 따라 걸으며 산행을 시작한다. 볼에 스치는 바람이 차다. 하지만 귀마개를 하고 내의까지 입었으니 추위가 느껴질 리가 없다. 약 20분간 임도를 따라 걷다, 왼쪽 숲으로 들어선다.

 임도 버리고 왼쪽 숲으로


어두운 숲속을 발끝만 보고 걷는다. 키 작은 산죽 밭을 지나 봉우리에 오르니 표지기들이 여럿 나뭇가지에 걸려있다. 고도계를 보니 이미 1000m가 넘는다. 봉우리라고 짐작하고, 표지기를 찍으려 잠시 지체하는데, 후미대장의 독촉이 성화같다. 선두와 많이 떨어졌다는 것이다. 뫼솔은 빠르다고 업계에서 소문이 난 산악회다. 하지만 이제는 빠른 것이 결코 자랑이 못된다. 빠르다는 것이 하수(下手)스럽게 들리는 세상이 되 버렸기 때문이다.

키 작은 산죽 밭을 지나고,


어둠 속을 오르내리고 공터를 지난다. 5시 5분, 나무 등걸에 표지판이 붙어있는 용인등봉(1124m)에 오른다. 모르는 사이에 묘봉 갈림길은 이미 지난 것이다. 어두워 묘봉(1167.6m)은 가지 않는다는 선두대장의 설명이 있었지만 오늘구간에서 가장 높은 묘봉을 그냥 지나친 것이 못내 아쉽게 느껴진다.

용인등봉


키가 넘는 울창한 산죽 밭을 지난다. 앞장서서 길을 여는 백 대장님이 길이 험하다고 생각되는 곳에서는 어김없이 뒤돌아서서 발밑을 비쳐준다. 참으로 고맙다. 여자대장이라 역시 섬세하다. 5시 52분, 문지골 삼거리를 지난다.

문지골 삼거리 이정표


여섯시가 넘으니 여명이 가까운 모양이다. 바람이 일고, 기온이 더 떨어지는 느낌인데, 사위는 한 없이 고요하다. 6시 10분 경, 동녘에 붉은 띠가 가로 걸리고, 10분 쯤 지나니. 붉은 띠가 점점 넓어진다. 6시 39분, 나뭇잎이 모두 떨어진 앙상한 참나무 숲을 걷는 백 대장님의 모습을 후레쉬 도움 없이 카메라에 담는다.

여명


 

날이 밝았다.


6시 40분. 임도로 내려서고, 삿갓재를 지난다. 삿갓봉을 지나려면, 임도를 버리고 왼쪽 능선을 타야하는데, 최후미가 삿갓봉을 다녀오겠다고 혼자서 이탈할 수도 없는 노릇이라 묵묵히 임도를 따라 진행한다. 아마도 선두는 어둠이 가시지 않은 때라 일부러 들르지 않은 모양이다. 6시 54분, 임도 삼거리에 이르러 왼쪽으로 진행하여 작은 봉우리 넘어서며 왼쪽으로 높이 떠 오른 태양을 카메라에 담는다.

삿갓재

임도 삼거리

 

이후 몇 차례 숲과 임도를 번갈라 드나든다. 너른 임도에 쌓인 낙엽위로 서리가 하얗게 내렸다. 7시 15분, 임도 가에서 태양을 마주 보고 앉아 아침식사를 한다. 어한주(禦寒酒)를 두 어 모금 마시고, 엊저녁 집사람이 싸준 주먹밥을 먹는다. 주먹밥은 벌써 딱딱해져 제 맛을 잃었다. 그래도 보온병에 담아 온 따끈한 된장국물과 함께 먹으니 그런대로 괜찮은 편이다. 15분 정도 식사를 즐기고 다시 임도를 따라 걷는다.

임도를 버리고 숲에 들어서며 본 펑퍼짐한 삿갓봉

임도 위에 쌓인 낙엽 위에 내린 서리

아침식사 자리에서 본 정면 조망


7시 34분, 소나무 재선충병으로부터 금강소나무를 보호하기 위해 차량통행을 통제한다는 안내문을 통과하고 이어 외팔이 이정표가 있는 삼거리에 도착한다. 소강천, 대강천 방향의 팔은 잘리고 석포 방향을 알리는 팔 하나가 달랑 남아있다. 삼거리에서 임도를 버리고 왼쪽 능선으로 타고 오른다. 하지만 곧이어 바로 임도로 내려서고, 약 10분간 임도를 따라 걷다가, 이번에는 오른쪽 숲으로 기어오른다.

차량 통제 안내문

외팔이 이정표

1136.3m봉으로 이어지는 능선을 따라 걷는다. 키를 넘는 산죽 밭을 헤치고, 날등길을 지나 봉우리들을 넘는다. 왼쪽 나뭇가지 사이로 험상궂은 암릉이 길게 이어진다. 8시 20분, 능선분기봉에 올라, 왼쪽으로 내려서며 정면으로 뾰족하게 솟은 암봉을 카메라에 담는다. 이어 안부에 내려서자 등산로는 오른쪽으로 암봉을 우회한다. 긴 우회길이다. 돌 많은 곳을 지나기도 하고, 급격하게 골짜기로 떨어지는 곳을 통과한다. 가파른 사면의 좁은 길을 위태롭게 지나간다. 눈이라도 쌓인다면 우회길 통과도 쉽지 않겠다. 약 16분 정도가 지나서야 겨우 우회길이 끝나고, 다시 능선에 진입한다.

정면으로 보이는 암봉


8시 40분, 봉우리에 올라 왼쪽으로 내려선다. 부드러운 능선길을 걸어 산죽밭 안부를 지나고 미끈하게 자란 금강송을 본다. 편한 길이 이어지 진다. 다시 봉우리 하나를 넘어, 너른 임도에 내려서서 직진한다. 9시 15분, 약 900m 정도의 봉우리에서 오른쪽으로 크게 꺾어내려 남쪽으로 향한다. 다시 가벼운 오르내림이 계속된다. 9시 42분, 낙엽 사이로 파란줄기가 솟아있는 안부에 내려선다. 동행하던 대원이 유명한 속새대라고 알려준다.

미끈한 금강송

봉우리마다 요란하게 걸린 표지기들

속새대가 있는 안부


10시 7분, 고도 약 910m정도의 봉우리에 올라 왼쪽으로 내려선다. 평탄한 능선이 이어지며 정면으로 934.5m봉이 나뭇가지 사이로 보이고, 서쪽으로 비룡산, 북쪽으로 우회한 암봉이 보인다. 나뭇잎이 다 떨어진 앙상한 참나무 숲이 이어지고 낙엽이 발목을 덮는다.

나뭇가지 사이로 보이는 934.5m봉

280도 방향의 비룡산

우회한 암봉

나뭇잎이 다 떨어진 앙상한 산


10시 55분, 934.5m봉의 전위봉에 오른다. 동북 방향으로 시야가 트여, 지나온 임도와 삿갓봉을 당겨 찍고, 320도 방향으로 태백산 줄기를 본 후, 11시 8분, 삼각점이 있는 934.5m봉에 오른다. 모처럼 시야가 탁 트인다. 남으로 진조산, 그 뒤로 멀리 통고산, 북동뱡향으로 응봉산 줄기, 그리고 북서 방향으로 태백산 줄기를 조망한다,

전위봉에서 당겨 찍은 임도와 삿갓봉

934.5m 삼각점

남쪽 조망, 진조산과 멀리 통고산

40도 방향의 응봉산 줄기

300도 방향의 태백산 줄기


11시 26분, 작은 봉우리를 넘어서서 길가의 좁은 공터에 앉아 내복바지를 벗는다. 10시가 넘어서부터 내복이 아랫도리에 휘감기는 느낌이 들던 터라 벗고 나니 날아갈듯 상쾌하다. 계속 작은 오르내림이 이어지고, 왼쪽으로 보이는 골짜기의 단풍이 곱다. 11시 55분, 능선 분기봉인 헬기장에 올라, 점심도시락을 푼다.

단풍이 고운 왼쪽 골짜기


점심을 마치고 왼쪽 등산로를 따라 진행하여, 12시 24분, 임도가 지나가는 한나무재에 내려선다. 주위의 사진을 찍고 도로를 건너 절개지를 올라 능선에 진입한다. 왼쪽으로 시야가 트이며 아쉽게 우회했던 암봉이 멀지만 깨끗하게 보여, 당겨서 카메라에 담는다. 얼마 지나지 않아 이번에는 나뭇가지 사이로 소광리가 내려다보인다.

당겨 찍은 우회했던 암봉


12시 45분, 오래된 헬기장이 있는 봉우리를 지나고, 가파른 오르막길을 올라 진조산 갈림길에서 왼쪽으로 진행한다. 약 2분 후, 삼각점과 커다란 쌍묘가 있는 진조산(908.4m) 정상에 오른다. 잡목에 가려 조망은 별로다. 서둘러 사진을 찍고, 갈림길로 되돌아와 마루금을 따라 가파른 내리막길을 달려 내린다.

전조산 삼각점

전조산 정상의 쌍묘


이어 고만고만한 봉우리 3개를 오르내리고, 1시 25분, 너른 임도가 지나는 갈전고개에 내려선다. 다시 평탄한 능선길이 이어진다. 왼쪽 숲에 하늘로 쭉쭉 벋은 금강송 몇 그루가 시선을 끌고, 이어 지나가는 낙엽송 숲이 아름답다. 다시 봉우리 3개를 넘지만 등산로가 뚜렷하고, 표지기들이 길안내를 하여 알바를 할 걱정이 없다. 울창한 낙엽송 숲을 지나고 임도에 내려선다. 임도는 송전탑 아래로 이어진다.

아름다운 금강송

울창한 낙엽송 숲

 

임도는 송전탑 아래로 이어지고


가파른 내리막길을 달려 내리고, 산죽이 무성한 안부를 지난 후, 완만하게 이어지던 능선이 가팔라진다. 2시 29분, 헬기장이 있는 봉우리에 오르니 차 소리가 가까이 들린다. 2분 후, 커다란 묘를 지나며 정면의 조망을 카메라에 담고, 2시 34분, 봉화와 울진 간을 연결하는 36번국도가 지나는 답운치에 내려선다. 도로변의 나무들이 아름답다. 이어 산악회의 종이표지판의 지시에 따라, 도로 오른쪽으로 진행하여 공터에 머물고 있는 버스에 도착한다.

묘역에서 본 남쪽 조망

답운치


후미로 내려오는 사람들은 식사를 할 생각이 없으니 떠날 준비를 해두라는 후미대장의 연락이 온다. 이윽고 이들이 도착하자, 버스는 바로 서울을 향해 출발한다. 오후 3시 정각이다. 서울로 향하는 버스 속에서 술에 취한 일부 대원들이 보여준 추태는 도(度)를 넘어선 것이다. 이들은 자신들이 괴롭히고 있는 다른 대원들의 침묵의 항변을 들을 줄 알아야하고, 오늘 유일하게 참여한 여성대원인 산아줌마의 절규를 음미해야한다.


"이러니까 뫼솔 손님들이 다 달아나지...."


일부 몰상식한 대원들 때문에 이미 여성대원들은 모두 다 달아난 모양이다. 경쟁이 심하고 기름 값이 많이 올라, 산악회에서는 요즈음 한사람의 대원이 아쉬운 때다.


(2007. 11.4.)


 


 



 

 
Posted by Urimah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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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뒤돌아 본 면산 정상


2007년 10월 20일(토)

뫼솔 산악회의 안내로 낙동정맥 두 번째 구간을 산행한다. 통리에서 시작하여 석개재에서 마감하는 이 구간은 도상거리가 17.1Km나 되고 고도차도 심한 편이라 후미기준의 산행시간은 8시간이 넘게 걸린다. 따라서 해가 짧은 가을철에 당일코스는 무리고, 그렇다고 무박코스로 하기에는 다소 짧은 어정쩡한 구간이다.


지난번 첫 구간을 마치고 귀경하는 버스 속에서 박 대장은 이 구간을 당초 계획대로 당일로 할 것인지, 아니면 여유 있게 무박으로 하는 것이 좋은 지를 놓고 대원들의 의견을 묻는다. 결과는 대부분이 당일로 강행하자는 의견이다. 이에 박 대장은 출발시간을 30분 앞당겨 당일산행으로 결정하면서, 모든 대원들에게 랜턴을 준비하라고 당부한다. 그러고도 박 대장은 불안했던 모양이다. 아무래도 일몰 후 1시간 이상 산행을 해야 하는 상황에서 깜깜한 석개재로 내려서기보다는 불빛이 많은 통리로 하산하는 것이 안전하다고 보고, 뫼솔 홈페이지에 역코스로 산행을 하겠다고 미리 게시를 해 놓는다.


출발시간을 30분 앞당긴 버스가 최종경유지인 복정역을 지났는데도 버스 안에는 빈자리가 이곳저곳 눈에 뜨인다. 지난번 정원초과를 했던 상황과는 딴판이다. 시간을 30분 앞당긴다는 이야기를 몇 차례나 강조했고, 문자 메시지도 보냈다는데도 4사람이나 시간을 잘못 알아 버스를 못 탔다고 한다. 버스는 이른 아침의 고속도로를 달려 8시 10분, 치악 휴게소에 도착한다.


치악 휴게소에서 25분간 (정차시간은 20분, 먼 길을 가니 시간을 지켜달라는 기사 양반의 간곡한 부탁에도 불구하고 5분 늦게 출발한다.) 정차한 버스는 제천IC서 고속도로를 버리고 38번국도로 들어서서 영월로 향한다. 이어 아름다운 남한강을 따라 이어지는 88번 국지도(중앙정부의 지원으로 건설한 지방도로)를 달린다. 도로를 따라 흐르는 옥동천, 왼쪽으로 보이는 두위지맥의 웅장한 마루금이 장관이다. 버스가 예밀마을을 지나자, 지난여름 두위지맥을 하면서 힘들게 올랐던 가파른 덕가산이 왼쪽에서 반갑게 인사를 한다.

88번 국지도를 지나며 본 남한강

예미마을과 덕가산


이윽고 버스는 88번 국지도를 버리고 31번 국도로 진입하여 구부구불 옹고개를 넘는다. 도로가 왼쪽으로 크게 굽어지는 내리막에서 턴을 하던 버스가 마주 올라오던 타이탄 트럭과 접촉사고를 일으킨다. 기사양반이 내려가서 상황을 보더니, 별일이 아닌지, 다시 버스에 오르는 데, 비탈길에 멈춰 섰던 타이탄 트럭이 출발하면서 뒤로 밀리며, 버스 뒷바퀴를 들이 받아, 펑크를 낸다. 농부 같아 보이는 운전수가 타이탄 트럭을 빼서 일단 길을 터주고, 버스로 다가와 기사양반과 상의하여 펑크 수리비를 보상하는 사이에 10분가량이 후딱 지나간다.


두 바퀴 중 한 개가 펑크 난 버스는 제 속력을 내지 못하고 서행을 한다. 김삿갓 휴게소를 지나지만, 주유소뿐이다. 다행이 얼마 지나지 않아 길가에 녹전 종합카센터가 보인다. 이곳에서 펑크 난 타이어를 갈아 끼우는데 다시 20여분이 지난다. 당겨 출발한 30분이 속절없이 날아가 버린 셈이다. 버스는 태백산을 오른쪽에 끼고 봉화를 향해 남진하다, 석포에서 지방도로를 타고 동진하여, 11시 24 석개재에 도착한다.

녹전리에서 본 옥동천과 꼭두봉


비온 뒤 기온이 뚝 떨어진 맑은 날씨다. 바람이 거세게 불어, 체감온도는 영하로 떨어진다. 면산부근 그늘진 곳에 서릿발이 하얗게 솟아있다. 손이 시리고 볼이 얼얼하다. 산길을 달리는 동안 바람이 하도 거세니 정신이 하나도 없다. 산죽밭, 날등 사이로 이어는 등산로가 뚜렷하고 표지기들이 많아 알바를 할 걱정은 없다. 흔히 동고서저(東高西低)라 하지만 이 구간은 서쪽도 가팔라, 날등길이 좁은 편이다. 면산과 백병산 주변의 펑퍼짐한 너른 능선, 그곳에 펼쳐진 산죽 밭과 초지가 고산의 풍모를 자랑한다.


화불단행(禍不單行)이라 했던가? 후미그룹이 8시간 산행 끝에 하산한 후에도 한 사람이 보이지 않는다고 한다. 백병산을 지나 해 떨어지기 전에 하산을 하겠다고 서둘다, 고비덕재 헬기장을 지나면서 직진하지 않고, 왼쪽 샛길로 빠지면서 길을 잃고 헤맨다고 한다. 날은 어둡고, 기온은 자꾸 떨어지는데, 자신의 현재 위치도 모른 채, 혼자 헤매고 있을 대원을 걱정한 박 대장이 119에 신고를 한다. 얼마지 나지 않아 119 대원 세 사람이 모습을 보인다.


박 대장이 119대원들과 구조협의를 하는 사이, 시간은 자꾸 흘러 8시가 넘자, 처음에는 기다려보자던 대원들 사이에서 언제까지 기다려야 하느냐는 불평이 나오기 시작한다. 이를 본 박 대장이 자신이 남아 뒤처리를 할 터이니 버스는 서둘러 출발하라고 기사양반에게 지시를 하고, 다리 부상으로 제대로 걷지도 못하는 박 대장을 혼자만 남겨둘 수 없다고 선두대장이 함께 남기를 자청한다. 8시 20분 경, 두 사람을 남겨둔 채 버스는 서울을 향해 출발한다.


버스가 출발해서 한 시간쯤 지난 시각, 119 구조대원들이 등로를 이탈한 대원을 만나 무사히 하산했다는 연락을 받는다. 버스는 늦은 시간이라 뻥 뚫린 도로를 무섭게 달려 12시가 조금 넘은 시간에 양재에 도착한다. 여러 가지 불상사가 겹쳐 비록 박 대장과 선두대장을 현지에 남겨두고, 12시가 다되어 서울로 돌아왔지만, 계획했던 어려운 산행을 큰 사고 없이 무사히 마친 것이다.


- 접촉사고와 타이어 펑크, 그리고 예상보다 훨씬 늦은 귀경 출발 등 연 이어 발생한 돌발 사태에도 동요하지 않고, 최선을 다한 운행(運行) 대장.

- 상황을 정확히 파악하고 119 구조대에 구조를 요청한 박 대장의 순발력과 결단력. 그리고 뒤에 남아 뒷마무리를 하는 책임감.

- 각자가 모두 한 마디 씩 할 수 있는 상황에서 스스로를 자제하고 박 대장의 결정과 지시에 협조하는 대원들


이정도의 저력이라면, 천리가 넘는 낙동정맥의 당일산행도, 도중에 중단되는 일이 없이 완수할 수 있으리라는 확신이 선다.


오늘의 산행기록은 아래와 같다.

『(11:24) 석기재 도착-(11:25) 산행시작-(11:36) 1009.3m봉-(11:40) 봉, 우 90도-(11;42) 면산 보임-(11:45) 안부-(11:50) 봉, 좌-(11:56) 왼쪽 우회-(12:02) 날등길-(12:14) 봉-(12:20) 안부-(12:26) 왼쪽 우회-(12:43) 바위지대-(13;00~13:01) 면산-(13;06) 안부-(13;10) 봉-(13;14) 봉-(13;18) 급경사 내리막-(13;33) 봉-(13:35) 안부 사거리, 직진-(13;45) 능선 사거리, 직진-(14:01) 구랄산 정상-(14:17) 봉, 좌-(14:21) T자, 우-(14:40) 봉, 우-(14:43) 큰바위-(14:45) T자, 우-(14:46) 수직굴-(15;02) 오른쪽 우회-(15;05~15:20) 간식-(15:22분) 봉-(15:23) 갈림길, 좌-(15;24) 토산령-(15;35) 일출전망대 갈림길-(15;46) 방화로-(15:55) 86번 송전탑-(15;58) 오른쪽 우회-(16;14) T자, 좌-9(16:20) 육백지맥 분기점-(16;26) T자, 좌-(16:56) 백병산 갈림길-((17;03~17:06) 백병산-(17;13) 백병산 갈림길-(17;17) 로프-(17:24) 고비덕재(H)-(16;18) 봉-(18:42) 봉-(18:48) 안부-(18:53) 송전탑-(18;58) 태현사』간식 시간 15분 포함, 총 7시간 33분이 소요된 산행이다.


* * * * *


예정시간 보다 늦게, 강원도 삼척시와 경북 봉화군 석포면의 경계를 이루는 석기재에 도착하여 버스에서 내리니, 바람이 무섭게 불어대고, 추위가 장난이 아니다. 갈 길이 바쁜 대원들은 서둘러 가파른 절개지를 기어오르며 산행을 시작하지만, '하늘이 내린 살아 숨 쉬는 땅 강원도!, 어서 오십시오 삼척시'라는 표지석을 찍으려니, 항상 그렇듯 방해꾼들 때문에 잠시 기다려야한다. 넓은 곳을 놔두고 구지 이런 표지물 앞에서 산행준비를 하거나, 쓸데없이 주위를 어정거리며 사진 찍기를 방해하는 소금장수들은 항상 있기 마련이다.

버스가 도착하자마자 서둘러 가파른 절개지를 오르는 대원들


표지석 사진을 찍고 11시 25분, 가파른 절개지를 오른다. 이어 능선에 올라서고, 등산로는 완만한 오르막으로 이어진다. 비로소 한숨 돌리고 참았던 용무를 보고 나니, 후미대장 마저 앞서 나가 보이지 않는다. 어차피 오늘은 8시간 정도는 걸어야하는 긴 산행이다. 초반부터 오버 페이스를 할 필요가 전혀 없다. 최후미로 처져 점차 가팔라지는 산길을 천천히 오른다.

소금장수들도 사라지고 비로소 텅 빈 표지석을 카메라에 담는다.


11시 36분, 1009.3m봉에 오른다. 좁은 정상의 나뭇가지에 매달린 표지기들이 몸부림을 친다. 거센 바람에 정신이 하나도 없어, 삼각점도 확인하지 못하고 잡목 사이로 이어지는 등산로를 따라 급히 내려선다. 안부를 지나고 다시 봉우리에 올라서서 거의 90도 각도로 오른쪽으로 틀어 내린다. 좁은 날등길이 이어지고 왼쪽 나뭇가지 사이로 면산이 보인다.

날등길을 걸으며 당겨 찍은 면산


이후 무성한 산죽밭과, 거친 날등길을 걸으며 고만고만한 봉우리들을 여러 차례 오르내리거나 우회하면서 서서히 고도를 높인다. 등산로는 뚜렷하나 등산로 주변에 나무가 무성하고, 전망이 트인 곳도 없어, 주위 산들의 깨끗한 모습을 카메라에 담을 수 없는 것이 유감이다.

키를 넘는 산죽밭

키 작은 산죽길

 

날등길의 고목


12시 20분, 면산이 가깝게 올려다 보이는 안부에 이르러 잠시 가파른 오르막을 오르니, 등산로는 봉우리를 왼쪽으로 우회하며 오솔길이 이어진다. 12시 26분, 이번에는 능선을 오른쪽으로 우회하여 급 오름을 피하고 등산로는 산책길로 변한다. 12시 40분, 다시 급 오름이 시작되고, 바위지대를 지나니, 넓은 능선에 아름다운 고산의 풍광이 펼쳐진다.

면산 오르는 길 1

면산 오르는 길 2

면산 오르는 길 3

면산 오르는 길 4

1시 정각, 면산 정상에 오른다. 산행을 시작해서 1시간 35분이 경과한 후다. 나무를 베어낸 너른 정상에는 정상석과 삼각점이 있다. 바람이 여전히 강하게 분다. 서둘러 갈 길을 재촉하여 아름다운 안부에 내려선 후, 1시 10분, 봉우리에 올라 380도 방향으로 진행한다. 오른쪽 숲속에 붉은 단풍이 곱다

면산 정상석

아름다운 안부에 내려서고


1시 14분, 고도 약 1170m 정도의 봉우리에 올라, 날등길을 걸으며 왼쪽 나뭇가지 사이로 구랄산을 본다. 이어 급경사 내리막이 시작되며 왼쪽으로 마을이 보인다. 내리막이 끝없이 이어진다. 10여 분 간을 달려 내려 안부에 접근하니 정면으로 봉긋하게 솟은 봉우리 두 개가 보인다. 그 모양이 남자들의 x알 두 쪽 같아 보인다 해서 구랄산인 모양이다. 이어 급경사 날등길을 올라 봉우리를 넘고, 안부 사거리에서 직진한다.

안부에서 본 두 개의 봉


급경사 오르막이 이어진다. 1시 45분, 사거리 능선 갈림길에 올라 직진하면서 정면으로 다시 구랄산을 보고, 2시 1분, 구랄산 정상(1071.8m)에 오른다. 바람에 흩날리는 표지기와 구랄산 정상 비닐표지판이 보인다. 봉우리를 넘어서서, 오른쪽에 제법 넓은 공터를 지난다.

날등길을 걸으며 본 구랄산

이어 봉우리 두 개를 넘으며, 왼쪽으로 백병산을 보고, 2시 43분 큰 바위를 지난다. (이 부근을 구랄산이라고 하는 이야기도 있다. 면산에서부터 걸린 시간과 거리를 감안하면 일리가 있는 이야기이다.) 2시 45분, 날등길 오른쪽으로 수직갱이 보이고 시야가 트이며 오른쪽으로 면산을 조망한다. 칼날 능선을 지나 등산로는 봉우리 하나를 우회하고, 철쭉단지를 지난다.

 

3시 5분, 등산로가 오른쪽으로 굽어지며, 왼쪽의 작은 바위가 거센 바람을 막아 주는 길가에 앉아 간식을 들며 휴식을 취한다. 새벽 5시경에 아침을 먹고, 10시에 버스에서 점심을 먹었으니 이제 다시 에너지를 보충해 줄 때가 됐다. 혼자 쉬고 있는 모습이 딱했던지, 지나가던 대원 한사람이 같이 합류한다. 이 대원과는 이후 앞서거니, 뒤서거니 하며, 하산 때까지 함께 동행을 한다.
 

약 1015m 정도의 봉우리에서 왼쪽 백병산 방향을 보고

수직갱을 만난다.


약 15분 정도 휴식을 취한 후, 완만한 오르막길을 걷는다. 등산로 주변에 거목들이 즐비하다. 봉우리 하나를 넘고, 3시 23분, 갈림길에서 왼쪽으로 90도 각도로 꺾어 내려, 1분 후 토산령에 도착한다. 이정표 모양이 특이하다.

토산령


 

능선 위의 거목

이후 등산로는 봉우리들을 오른쪽, 왼쪽으로 크게 우회하며 평탄하게 이어진다. 3시 35분, 일출전망대 갈림길에 이르러, 오른쪽 백병산 방향으로 진행하여 평탄한 우회로를 걷는다. 3시 38분, 본 능선으로 진입하고, 이어 완만한 내리막길을 걷는다. 주위의 단풍이 아름답다.

일출전망대 갈림길

아름다운 단풍길


안부에 내려섰다 방화로 넓은 길을 따라 올라, 3시 55분, 송전탑을 지나고, 봉우리 하나를 오른쪽으로 우회하여 급한 내리막을 달려 내린다. 이어 산죽밭을 지나고 왼쪽으로 백병산을 본다. 4시 14분, T자 능선에서 왼쪽으로 진행하다. 오른쪽 숲속에 걸린 중.희 님의 육백지맥 표지판을 보고, 다시 T자 갈림길에서 왼쪽으로 진행하며, 멀리 면산을 바라본다. 등산로는 산죽밭이 펼쳐진 너른 능선을 따라 서서히 고도를 높이더니, 4시 56분, 백병산 갈림길에 이른다. 너른 공터에 작은 표지석이 보인다.

방화로 오르막을 오르다 뒤돌아 본 조망

86번 송전탑

능선길에서 본 백병산

육백지맥 분기점 표지판

당겨찍은 면산


 

낙엽송 숲과 산죽밭

백병산 갈림길


왼쪽으로 진행하여 백병산으로 향한다. 바위지대를 지나고, 왼쪽으로 지나온 능선을 바라본 후, 5시 3분 백병산 정상에 오른다. 삼각점<장성 310, 2004 재설>과 정상석이 있다. 조금 남은 술을 동반한 대원과 정상주로 나누어 마시고 서둘러 하산을 시작한다.

백병산 정상석


5시 13분, 갈림길로 되돌아와 통리로 향한다. 하산까지는 2시간 가까이 소요될 것임으로 어차피 일몰 후 산행이 불가피함으로 서둘지 않는다. 산죽밭을 지나는 넓은 능선의 내리막길이 아름답다. 5시 17분, 로프가 걸린 비탈길을 내려서고, 5시 24분, 이정표가 있는 헬기장인 고비덕재에 이른다.

로프가 걸린 내리막을 지나고

 

고비덕재 헬기장에 이른다.


5시 30분이 지나니. 벌서 숲속은 어두워지고, 지는 해가 서쪽 나뭇가지에 걸려있다. 봉우리 하나를 넘어선 후, 랜턴을 꺼내어 불을 밝힌다. 유난히 밤눈이 어두운 나는 불빛을 따라 조심조심 진행한다. 나무뿌리에 발이 걸리고, 가끔 등산로를 벗어나기도 하다 보니. 진행속도가 절반으로 떨어지는 것 같다.

서쪽 숲으로 떨어지는 해


고만고만한 봉우리 서 너 개를 넘고, 갈림길에서 오른쪽으로 진행한다. 이윽고 송전탑을 지나니 , 저 아래 통리의 불빛이 가깝다. 6시 58분, 태현사를 지나고, 7시 정각, 민박집 공터에 주차해 있는 버스에 도착한다.

태현사


(2007.10. 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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낙동정맥


낙동정맥 은 백두대간 천의봉(매봉산 1303m) 동쪽에 있는 1145m봉에서 분기하여 부산 다대포 앞 몰운대에서 맥을 다하는 도상거리 약 400km의 산줄기다.


백두대간이 낙동강의 서쪽 수원(水源)이라면 낙동정맥은 낙동강의 동쪽 울타리이다. 경상도 전체를 가로 지르는 거대한 산줄기에 1000m급산들이 연출하는 웅장한 산세가 산꾼들을 유혹하여 교통이 불편한 오지임에도 불구하고 많은 산꾼들이 낙동정맥을 찾는다.


백병산(1269.3m), 구랄산(1071.6m), 면산(1245.2m). 용인등봉(1124m), 삿갓봉(1119.1m), 진조산(908.4m), 통고산(1066.5m), 칠보산(974.2m), 주봉(1017m), 침곡산(725.4m), 운주산(806.2m), 고헌산(1032m), 가지산(1240m), 능동산(983m), 간월산(1068.8m), 신불산(1208.9m), 영축산(1058.9m) 원효산(929.2m) 등이 주요 산들이다.


뫼솔 산악회에서 낙동정맥을 당일산행으로 가이드 한다. 당일 23구간, 무박 4구간, 총 27구간으로 나누어 매월 1, 3. 5주 토요일 산행을 한다. 수도권에 근거를 둔 산악회들은 이제까지 호남정맥, 낙남정맥, 낙동정맥의 3개의 정맥은 무박산행으로 안내를 해왔으나, 도로사정이 좋아진 최근에는 낙동정맥을 당일산행으로 안내하는 산악회가 늘어난다. 송암, 백두를 필두로 이제 뫼솔이 시도하고 11월에는 송백도 당일로 낙동정맥을 갈 계획이라고 한다.


남한에 있는 9정맥 중에서도 가장 호방한 산세로 인기가 있는 낙동정맥. 마침 다른 산행일정과 겹치지 않아. 뫼솔 산악회를 따라 낙동정맥을 답사하기로 한다.


2007년 10월 6일(토).

6시 20분, 대문을 나선다. 아직 주위가 어두컴컴하다. 해가 많이 짧아졌다. 6시 30분 경, 지하철을 탄다. 이른 아침인데도 앉을 자리가 없다. 건설현장으로 가는 노동자들이 많이 눈에 뜨인다. 요즈음 경기가 좋아진 모양이다. 하루 벌어 하루를 살아가는 노동자들의 일자리 유무가 바로 눈에 보이는 경기 측정의 바로메타다. 민주화도 좋지만 서민들이 안심하고 살아갈 수 있도록 일자리 마련에 더 많은 신경을 써야할 필요가 있다.


양재역에서 내려 지상으로 올라오니 사위는 이미 훤하게 밝았다. 6시 42분, 아직 이른 시간인데도 양재역 주변에는 이미 벼룩시장이 섰다. 시간이 남아 벼룩시장을 잠시 둘러본다. 의류가 중심이지만, 별의별 물건들이 다 있다. North Face 방수재킷이 보여, 가격을 물어보니 25,000원 이라고 한다. 1/10 가격이지만, 많은 1.000원 짜리 의류에 비해 고가품인 셈이다.


서초구청 앞 마을버스 정류장에는 보도에 나무의자를 마련해 놓았다. 의자에 앉아 이른 아침의 도로 주변을 둘러본다. 우리나라에서 제일 부자인 서초구청 부근은 도로 이곳저곳을 꽃으로 장식해 놓아 아름답고 여유가 있어 보인다. 항상 산악회 버스들로 붐비던 곳 이였지만, 지금은 구민회관 옆에 주차장을 마련해 놓아, 이제는 서초구청 앞에서 버스를 기다리는 산꾼들이 많지가 않다.


7시가 다 되는데도 산악회 버스가 나타나지 않는다. 뫼솔 산악회는 처음이기 때문에 전화번호도 핸드폰에 입력되어있지 않아 확인도 못하고 기다리기만 하려니 왠지 불안하다. 이윽고 7시가 조금 넘어, 버스가 도착하고, 기다리던 산꾼 10여명이 몰려들어 좌석표를 확인하고 승차를 한다. 일주일 전에 예약을 했더니 내게 배정된 좌석은 8번이다.


버스가 마지막 경우지인 복정역을 지나자 좌석은 만석이 되고, 자리가 없는 세 사람은 조수석과 통로에 자리를 잡는다. 버스가 중부고속도로에 진입하자. 산악회 박 대장이 마이크를 잡고 인사를 한다. 여자 대장이다. 9월에 1차 백두대간 팀이 2년에 걸린 종주를 마치고, 10월 들어 정맥 중에서도 가장 인기가 높은 낙동정맥을 시작하며 대간 팀을 다시 만나 반갑다는 인사를 서두로 오늘 산행개요를 설명한다.


산행코스는 『피재-1145m봉-매봉산-1145m봉-작은 피재-유령산-느릅재-우보산-통리』로 도상거리 약 11Km. 산행시간은 4시간 30분에서 5시간을 예상한다고 한다.


낙동정맥을 종주할 경우, 1145m봉에서 작은 피재까지의 약 1.1Km의 구간에 개인 소유지인 삼수령 목장이 있어 통과가 어렵게 되자, 많은 사람들이 피재에서 출발, 35번 도로를 따라 내려서다 작은 피재로 들어서거나, 마루금도 아닌 국도를 따라 걷는다는 것이 의미가 없다고 보고, 처음부터 작은 피재에서부터 시작하는 것이 보통이다. 그런데 뫼솔에서는 낙동정맥의 분기봉인 1145m을 경유하고, 원하는 사람들은 매봉산까지 다녀오라고 권한다. 원칙을 지키겠다는 엄격함과 산행을 즐기는 여유로움이 동시에 느껴진다.


정원을 초과하여 48명을 태운 버스는 치악 휴게소에서 20분간 정차하고, 38번, 35번 국도를 경유하여, 11시 24분, 삼수령에 도착한다. 서울에서 4시간이 넘게 걸린다. 생각보다 먼 거리다. 버스에서 내린 대원들은 산악회에서 준비한 '낙동정맥 종주대' 현수막 뒤에 모여 기념사진을 찍은 후 산행을 시작한다.

삼수령

기념사진


오늘의 산행기록은 아래와 같다.

『(11:24) 피재 도착-(11;30) 산행시작-(11;31) 왼쪽 숲으로-(11:36) 아스팔트도로/ 목장입구-(11:38) 왼쪽 숲으로-(11:47) 공터-(11:50) 1445m 분기봉-(11:53) 목책 길-(11:57) 시멘트도로-(12:01) 풍차 구경 가는 길. 좌-(12:15~12:17) 매봉산 정상-(12;24) 창고-(12:35) 1445m 분기봉-(12:37)철쭉단지-(12:43~12:53) 임도/ 알바 후 회귀-(13:01) 목장 철망문-(13:05) 공터-(13:08) 임도 사거리, 직진-(13:13) 작은 피재-(13:05) 묘-(13:17) 890m봉-(13:19) 임도-(13:20) 숲과 초지 사이-(13:21) 임도-(13:22) 임도 버리고 직진-(13:24) 묘-(13:25~13:32) 임도/간식-(13:35) 해바라기 밭, 왼쪽 숲으로-(13:48) 930.8m봉/대박등-(13:52) 묘-(13:53) 임도-(13;59) 118번 송전탑-(14;03) 왼쪽 숲으로-(14;04) 묘 3기-(14:11) 산판길-(14:25) 봉-(14:30) 가선대부 안동 권공 쌍 묘-(14:31) 예당골 안부-(14;31) 절개지-(15;03) 17번 송전탑-(15;11) 유령산 정상-(15:20~15:21) 느릎재-(15:33~15:34) 우보산-(15:41) 능선 분기, 좌-(15:48) 묘-(15:55) 안부 사거리, 직진-(15:57) 고개마루 -(16;02~1610) 통리역-(16:12) 철로-(16:14) 통리 삼거리』알바 12분, 간식 7분 포함, 총 4시간 44분이 소요된 산행이다.


* * * * *


해발고도 920m의 피재는 난리를 피해 넘은 재라는 의미라고 하고, 근래에 들어서는 한강, 낙동강, 오십천의 3개의 물줄기가 나뉘는 곳이라 하여 삼수령으로도 불리는 곳이다. 백두대간을 종주할 때인 2005년 2월, 매봉산 구간의 설산산행을 마치고, 따끈한 오뎅을 먹으며 언 몸을 녹였던 매점도 여전하다. 반갑다. 기념 촬영을 마친 대원들은 11시 29분, 삼수령 목장 안내판이 세워져 있는 도로로 접어들며 산행을 시작한다.

산행시작


1분 후, 도로를 버리고 왼쪽 숲으로 들어선다. 소나무 숲 사이로 통나무 계단이 이어지는 잘 닦인 완만한 오르막길을 지나, 11시 36분, 아스팔트 도로로 내려선다. 왼쪽에 삼수령 목장 입구가 보인다. 11시 38분, 다시 왼쪽 숲으로 들어서서 철조망을 따라 가파른 오르막길을 오른다. 이윽고 너른 공터에 이르러 철조망과 작별을 하고 잠시 오른쪽으로 진행하다, 다시 왼쪽으로 굽어 아름다운 참나무 숲으로 들어서서, 11시 50분, 낙동정맥이 분기하는 1145m봉에 오른다. 부산 건건 산악회의 이정표와 태백시 수복 산우회에서 세운 표지석이 보인다.

삼수령 목장 입구

낙동정맥 분기봉 표지석


분기봉에서 대부분의 대원들은 낙동정맥 마루금으로 바로 내려서고 십여 명 정도의 대원들이 백두대간 길을 따라 매봉산으로 향한다. 오늘은 산행거리도 짧고, 이곳에서 매봉산까지의 거리도 약 1.3Km에 불과하여 매봉산을 다녀오기로 한다. 광활한 고랭지 채소밭도 보고 싶고, 눈이 없는 매봉산 주위 풍광이 어떤지 궁금하기도 하다.


잠시 오르막길을 지나 목책이 쳐진 평탄한 길을 따라 걷는다. 고랭지 채소밭, 발전용 팬 그리고 정상에 통신탑이 있는 매봉산이 보인다. 이어 시멘트 도로로 내려서서 이를 따라 걷다 매봉산을 향해 왼쪽 채소밭 가의 창고를 지난다. 대간을 할 때 하산하는 도중 바람을 피해 잠시 이곳에서 잠시 머물며 어한주(禦寒酒) 를 마시던 기억이 새롭다. 이어 낮 익은 길을 따라 올라, 12시 15분, 매봉산 정상에 선다.

목책길-매봉산, 풍자 그리고 고랭지 채소밭이 그림 같다.

풍차구경 가는 길

매봉산 정상


정상석, 삼각점<307 재설, 77.6 건설부>과 반갑게 인사를 나누고, 주위를 조망한다. 남서쪽으로 함백산, 서쪽의 은대봉, 금대봉, 그리고 그 사이에 싸리재와 싸리터널을 보고, 남쪽으로 태백산의 장쾌한 흐름을 조망한다. 약 2분간 정상에 머문 후 서둘러 하산을 시작한다.

매봉산 정상석

함백산 방향의 조망

은대봉, 싸리재 그리고 금대봉

백두대간길과 풍차

하산길에 본 정북 방향- 멀리 청옥 두타도 보인다.

뒤돌아 본 매봉산

하산길에 본 목책길


12시 36분, 1145m 낙동정맥 분기봉으로 되돌아와 동쪽으로 이어지는 뚜렷한 등산로를 따라 내린다. 이곳에서부터 작은 피재까지의 구간은 박 대장이 산행개요를 설명하면서 걱정을 하던 곳이다. 사전 답사를 하지 못해, 선답자들의 산행기를 수도 없이 찾아보았지만 뚜렷이 참고가 될 만한 기록이 없어, 선두대장이 알바를 할 수도 있으니 양해를 해 달라고 부탁을 하던 곳이다.


등산로는 잡목 숲으로 이어지더니, 무성한 철쭉단지를 지나고, 동남쪽으로 향하는 오솔길을 거쳐, 12시 43분, 임도로 내려선다. 임도에는 오른쪽으로 진행하라는 산악회의 종이 표지판이 놓여있다. 이어 바로 임도 삼거리에 이르고, 다시 산악회의 종이표지판이 왼쪽으로 진행하라고 지시를 한다.

울창한 철쭉단지를 지나고

임도 삼거리의 산악회 표지판은 왼쪽으로 진행하라고 지시한다


임도 왼쪽으로 들어서서, 산악회의 종이 안내판을 따라 왼쪽 초지로 내려서고, 잡목을 헤치며 뚜렷한 등산로를 따라 내린다. 하지만 얼마 지나지 않아 거꾸로 올라오는 한 무리의 대원들과 만난다. 등산로가 왼쪽에 보이는 930.8m봉과 자꾸 멀어져 되돌아오는 길이라고 한다. 12시 53분, 처음 임도로 내려섰던 곳으로 되돌아오니, 후미대장이 모습을 보인다.

처음 임도로 내려섰던 곳으로 되돌아오고


대원들이 함께 모여, 반대편 임도로 진행한다. 약 6분 후, 목장문이라고 짐작되는 철망문을 지나 잠시 진행하다. 철망문으로 되돌아와, 바로 왼쪽에 보이는 너른 내리막 임도로 내려선다. 아마도 이 길이 목장 사유지를 피해 새롭게 만들어진 마루금인 것 같다. 이 길을 찾느라고 약 12분 정도 알바를 한 셈이다. 따라서 올바른 진행은 "임도에 내려선 후 왼쪽으로 진행한다. 약 6분 정도 진행하면 커다란 철망문에 이르고, 그 곳에서 오른쪽의 너른 내리막 임도로 들어선다."라고 요약할 수 있겠다.

잠시 철망문을 지났다 되돌아오고


비로소 표지기들이 보이기 시작한다. 1시 8분, 임도 사거리에서 직진한 후, 철조망을 왼쪽에 끼고 잡목 사이로 이어지는 등산로를 따라 내려서니 35번 도로가 지나가는 작은 피재다. 1시 13분, 도로를 건너 임도로 들어서고, 곧 왼쪽 숲으로 진행하여 묘 1기를 지나고, 고도 890m 정도의 봉우리를 지나, 임도로 내려선다.

작은 피재

임도를 따라 오르는 대원


1시 20분, 임도를 버리고 왼쪽의 숲과 초지 사이로 이어지는 등산로로 들어서고, 오른쪽으로 35번 도로가 내려다보인다. 이어 다시 두 차례 임도에 내려섰다 숲에 들어선 후 묘 1기를 지나 다시 임도에 내려선다. 앞서 진행하던 대원들이 길가에 모여 앉아 식사를 하고 있다. 합류하여 잠시 쉬면서 간식을 즐긴다. 5시 30분 경, 새벽밥을 먹고, 점심은 10시경에 버스에서 이미 했기 때문이다.

임도를 버리고 왼쪽 숲과 초지 사이로

묘역의 억새에서 가을으 느낀다.


1시 32분, 간식을 마치고 다시 임도를 따라 걷는다. 시야가 트이며 정면으로 대박등과 송전탑이 보인다. 1시 35분, 시든 해바라기 밭을 지나며 지나온 매봉산을 본다. 곧이어 임도를 버리고 왼쪽 숲으로 들어선 후, 작은 봉우리를 넘고, 초지를 지나, 가파른 잡목 숲을 헤집고 오르다 뒤돌아 지나온 길을 뒤돌아본다. 이어, 1시 48분, 삼각점 이 있는 930.8m봉인 대박등에 오른다.

지나온 길-매봉산, 1145m봉, 작은 피재로 이어지는 마루금이 뚜렷하다.

대박등의 삼각점


이후로는 정맥길이 뚜렷하고, 곳곳에 표지기들이 걸려있는 외에 요소요소 갈림길에는 선두대장이 깔아 놓은 종이 표지판이 놓여있어 지형도를 확인할 필요도 없고, 따라서 진행 속도가 빨라진다. 1시 51분, 등산로는 오른쪽으로 크게 굽어지고, 곧이어 무덤 1기를 지난다. 이어 다시 임도로 내려서고, 1시 59분, 118번 송전탑을 지난다.

뚜렷한 등산로

임도와 송전탑


2시 3분, 임도를 버리고, 표지기들이 잔뜩 걸려 있는 왼쪽 숲으로 들어서서 내리막길을 달려 내린다. 오른쪽으로 시멘트도로가 보인다. 곧이어 정면에 무덤 3기가 보이고 등산로는 똑바로 무덤 쪽으로 이어진다. 2시 11분, 산판길 같이 부드러운 길을 걸어, 고개 마루턱을 넘고, 참나무 숲으로 이어지는 산책길을 지나, 봉우리 하나를 왼쪽으로 우회한다. 2시 25분, 다시 봉우리 하나를 넘고, 가선대부 안동 권공의 쌍 묘를 지나, 2시 31분, 도로공사가 한창인 예낭골 안부에 이른다.

산판길 같이 부드러운 등산로

 

예낭골 안부


안부에서 작업장 도로를 따라 오르다 절개지를 타고 올라 숲으로 들어서고 급한 오르막길을 오르다 뒤돌아 지나온 능선을 카메라에 담는다. 이어 고만고만한 봉우리 두세 개를 넘고, 17번 송전탑을 지나, 삼각점과 정상석이 있는 유령산(932. 4m)에 오른다.

지나온 능선과 예낭골

유령산 정상

정상석


유령산을 왼쪽으로 달려 내린다. 잔돌이 많은 거친 내리막길이다. 안부를 지나, 송림 숲을 통과하고 전나무 숲을 내려서니 널찍한 비포장도도가 지나가는 느릎재다. 유령산 영당과 유령제 유래문이 보이고 앞서 내려온 대원들 몇 사람이 쉬고 있다. 주위의 사진을 찍고, 도로를 건너 맞은편 능선으로 들어선다.

느릎재

유령산 영당

유령제 유래문


가파른 오르막을 올라, 3시 33분, 봉우리에 도착하여 오른쪽 바위 전망대에서 잠시 주위를 조망한다. 이어 쇠락한 가선대부 묘를 지나다보니 등산로 변에 작은 돌부처가 놓여 있다. 그렇다면 이곳이 우보산 정상(926m)인 모양이다. 거친 날등 길을 내려서서, 3시 41분, 능선갈림길에 이르러 왼쪽으로 진행한다.

태백시

340도 방향

길가의 돌부처

능선분기, 좌


긴 내리막이 이어진다. 아름드리 전나무 숲을 거쳐, 묘1기를 지나니, 등산로른 부드러운 오솔길로 변한다. 3시 55분, 안부 사거리에서 직진하여 작은 고개를 넘어선다. 눈 아래로 통리가 내려다보인다. 4시 2분, 통리역에 도착하여, 화장실에 들러 간단히 땀을 닦고, 젖은 옷을 갈아입는다. 이어 철로를 건너고 38번 도로를 따라 오르다 4시 14분, 통리 삼거리 휴게소에 정차해 있는 버스에 도착하여, 산악화가 제공하는 식사를 한다. 이윽고 모든 대원이 도착하여 식사를 마치자 안전산행을 기원하는 조촐한 시산제가 거행된다.

아름드리 전나무 숲

통리

통리역

철로를 건너고

통리 삼거리

시산제


버스는 6시 20분 경 서울을 향해 출발한다.


(2007. 10. 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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