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7년 11월 2일~3일.
뫼솔 산악회가 안내하는 낙동정맥 3번째 구간을 무박으로 산행한다. 코스는 『석개재-용인등봉-문지골 3거리-삿갓재-석포임도-암봉 우회-934.5m봉-진조산-굴전고개-헬기장봉-답운치』로 도상거리는 약 24m이다.
오랜만에 하는 무박산행이다. 무박산행이 조용해서 좋고, 해 뜰 무렵의 분위기가 매혹적이라며 무박산행을 선호하는 사람들도 있지만, 마루금 산행의 가장 큰 매력인 조망을 즐길 수가 없다보니, 특별한 경우 이외에는, 할 것이 못 된다는 것이 내 생각이다. 게다가 밤눈이 어두운 내게는 무척이나 부담이 되는 산행이고, 위험하다고 한사코 말리는 집사람을 걱정시킬 까닭도 없는 터라, 될 수 있으면 무박산행을 피해 온 것이다.
오늘도 3시간 가까이 어둠속을 걷는다. 따라서 마루금에서 멀지 않은 묘봉과 삿갓봉을 들르지도 못하고, 조망이 좋다는 997,7m봉도 허망하게 언제 지났는지도 모르고 지난다. 낮에도 산죽 밭을 지날 때는 바닥에 무엇이 있는지 불안한데, 어둠 속에서야 말 할 것도 없다. 앞길을 인도하는 백 대장님이 여성다운 섬세함으로 험하다고 생각되는 곳에서는 수시로 뒤돌아 발밑을 비쳐주지만(백 대장님! 고맙습니다.), 산죽 밭에 삐죽 솟은 나무 등걸에 허벅지를 호되게 부딪쳐 한동안 다리를 절뚝거리며 걸어야 했고, 하룻밤을 자고 난 지금까지도 통증이 가시질 않는다.
30명이 채 못 되는 대원들을 태운 버스는 12시가 넘어, 치악 휴게소에서 잠시 정차한다. 버스에서 내리니, 방풍재킷만 안 입었을 뿐, 겨울 등산복으로 중무장을 했는데도 냉기가 온몸을 감싼다. 버스가 목적지에 접근하자, 한동안 망설이다. 비상용으로 가져온 내복바지를 꺼내 입는다. 버스에 불이 켜지고, 선두대장은 어두워서 한동안은 임도를 따라 걷겠다고 대원들에게 알려준다. 3시 33분, 낮 익은 석개재에 도착한다. 캄캄한 밤하늘에 별들이 총총하고 반달형태의 하현달이 떠있다.
석개재 도착
오늘의 산행기록은 아래와 같다.
『(03;33) 석개재 도착-(03:35) 산행시작-(03:55) 임도 버리고, 왼쪽 숲-(05:05) 영인등봉-(05:52) 문지골 삼거리-(16:40) 삿갓재-(06:54) 임도 삼거리, 좌-(07:15~07:30) 아침식사-(07:34) 차량통제 안내문-(07:35) 석포 삼거리-(08:20) 능선분기봉, 좌-(08:23~08:39) 암봉 우회-(08:40) 봉, 좌-(09:15) 봉, 90도 오른쪽-(09:42) 속새대 있는 안부-(10:07) 봉, 좌-(10:55) 전위봉-(11;08~11:11) 934.5m봉-(11:26) 봉-(11:55~12:13) 폐 헬기장봉/ 점심식사-(12:24) 한나무재-(12:45) 헬기장-(12:55) 전조산 갈림길-(12:57~12:58) 전조산-(12:59) 전조산 갈림길-(13:25) 갈전고개-(14:29) 헬기장봉-(14:31) 묘-(14:34) 답운치』식사시간 33분 포함, 총 10시간 59분이 소요된 산행이다.
* * * * *
버스가 정차하자. 대원들이 우르르 몰려 내린다. 어두우니 해 뜰 때 까지는 함께 움직이자는 소리도 있으나, 얼마 지나지 않아 선두그룹은 어둠으로 사라져버린다. 산꾼 동호인들이 승합차를 빌어 무박산행을 할 경우에는 들머리에 일찍 도착했더라도 어둠 속의 산행시간을 줄이기 위해 한동안 차속에서 쉬는 것이 보통이다. 오늘 같은 경우라면, 한 시간 반 정도를 쉰 후, 아마 5시 경에 산행을 시작할 것이다. 산행을 빨리 마치고, 빨리 귀가하는 것이 목적이 아니기 때문이다.
하현달
하늘도 쳐다보고, 주위를 둘러 본 후, 용무를 마치고 3시 35분, 너른 임도를 따라 걸으며 산행을 시작한다. 볼에 스치는 바람이 차다. 하지만 귀마개를 하고 내의까지 입었으니 추위가 느껴질 리가 없다. 약 20분간 임도를 따라 걷다, 왼쪽 숲으로 들어선다.
임도 버리고 왼쪽 숲으로
어두운 숲속을 발끝만 보고 걷는다. 키 작은 산죽 밭을 지나 봉우리에 오르니 표지기들이 여럿 나뭇가지에 걸려있다. 고도계를 보니 이미 1000m가 넘는다. 봉우리라고 짐작하고, 표지기를 찍으려 잠시 지체하는데, 후미대장의 독촉이 성화같다. 선두와 많이 떨어졌다는 것이다. 뫼솔은 빠르다고 업계에서 소문이 난 산악회다. 하지만 이제는 빠른 것이 결코 자랑이 못된다. 빠르다는 것이 하수(下手)스럽게 들리는 세상이 되 버렸기 때문이다.
키 작은 산죽 밭을 지나고,
어둠 속을 오르내리고 공터를 지난다. 5시 5분, 나무 등걸에 표지판이 붙어있는 용인등봉(1124m)에 오른다. 모르는 사이에 묘봉 갈림길은 이미 지난 것이다. 어두워 묘봉(1167.6m)은 가지 않는다는 선두대장의 설명이 있었지만 오늘구간에서 가장 높은 묘봉을 그냥 지나친 것이 못내 아쉽게 느껴진다.
용인등봉
키가 넘는 울창한 산죽 밭을 지난다. 앞장서서 길을 여는 백 대장님이 길이 험하다고 생각되는 곳에서는 어김없이 뒤돌아서서 발밑을 비쳐준다. 참으로 고맙다. 여자대장이라 역시 섬세하다. 5시 52분, 문지골 삼거리를 지난다.
문지골 삼거리 이정표
여섯시가 넘으니 여명이 가까운 모양이다. 바람이 일고, 기온이 더 떨어지는 느낌인데, 사위는 한 없이 고요하다. 6시 10분 경, 동녘에 붉은 띠가 가로 걸리고, 10분 쯤 지나니. 붉은 띠가 점점 넓어진다. 6시 39분, 나뭇잎이 모두 떨어진 앙상한 참나무 숲을 걷는 백 대장님의 모습을 후레쉬 도움 없이 카메라에 담는다.
여명
날이 밝았다.
6시 40분. 임도로 내려서고, 삿갓재를 지난다. 삿갓봉을 지나려면, 임도를 버리고 왼쪽 능선을 타야하는데, 최후미가 삿갓봉을 다녀오겠다고 혼자서 이탈할 수도 없는 노릇이라 묵묵히 임도를 따라 진행한다. 아마도 선두는 어둠이 가시지 않은 때라 일부러 들르지 않은 모양이다. 6시 54분, 임도 삼거리에 이르러 왼쪽으로 진행하여 작은 봉우리 넘어서며 왼쪽으로 높이 떠 오른 태양을 카메라에 담는다.
삿갓재
임도 삼거리
이후 몇 차례 숲과 임도를 번갈라 드나든다. 너른 임도에 쌓인 낙엽위로 서리가 하얗게 내렸다. 7시 15분, 임도 가에서 태양을 마주 보고 앉아 아침식사를 한다. 어한주(禦寒酒)를 두 어 모금 마시고, 엊저녁 집사람이 싸준 주먹밥을 먹는다. 주먹밥은 벌써 딱딱해져 제 맛을 잃었다. 그래도 보온병에 담아 온 따끈한 된장국물과 함께 먹으니 그런대로 괜찮은 편이다. 15분 정도 식사를 즐기고 다시 임도를 따라 걷는다.
임도를 버리고 숲에 들어서며 본 펑퍼짐한 삿갓봉
임도 위에 쌓인 낙엽 위에 내린 서리
아침식사 자리에서 본 정면 조망
7시 34분, 소나무 재선충병으로부터 금강소나무를 보호하기 위해 차량통행을 통제한다는 안내문을 통과하고 이어 외팔이 이정표가 있는 삼거리에 도착한다. 소강천, 대강천 방향의 팔은 잘리고 석포 방향을 알리는 팔 하나가 달랑 남아있다. 삼거리에서 임도를 버리고 왼쪽 능선으로 타고 오른다. 하지만 곧이어 바로 임도로 내려서고, 약 10분간 임도를 따라 걷다가, 이번에는 오른쪽 숲으로 기어오른다.
차량 통제 안내문
외팔이 이정표
1136.3m봉으로 이어지는 능선을 따라 걷는다. 키를 넘는 산죽 밭을 헤치고, 날등길을 지나 봉우리들을 넘는다. 왼쪽 나뭇가지 사이로 험상궂은 암릉이 길게 이어진다. 8시 20분, 능선분기봉에 올라, 왼쪽으로 내려서며 정면으로 뾰족하게 솟은 암봉을 카메라에 담는다. 이어 안부에 내려서자 등산로는 오른쪽으로 암봉을 우회한다. 긴 우회길이다. 돌 많은 곳을 지나기도 하고, 급격하게 골짜기로 떨어지는 곳을 통과한다. 가파른 사면의 좁은 길을 위태롭게 지나간다. 눈이라도 쌓인다면 우회길 통과도 쉽지 않겠다. 약 16분 정도가 지나서야 겨우 우회길이 끝나고, 다시 능선에 진입한다.
정면으로 보이는 암봉
8시 40분, 봉우리에 올라 왼쪽으로 내려선다. 부드러운 능선길을 걸어 산죽밭 안부를 지나고 미끈하게 자란 금강송을 본다. 편한 길이 이어지 진다. 다시 봉우리 하나를 넘어, 너른 임도에 내려서서 직진한다. 9시 15분, 약 900m 정도의 봉우리에서 오른쪽으로 크게 꺾어내려 남쪽으로 향한다. 다시 가벼운 오르내림이 계속된다. 9시 42분, 낙엽 사이로 파란줄기가 솟아있는 안부에 내려선다. 동행하던 대원이 유명한 속새대라고 알려준다.
미끈한 금강송
봉우리마다 요란하게 걸린 표지기들
속새대가 있는 안부
10시 7분, 고도 약 910m정도의 봉우리에 올라 왼쪽으로 내려선다. 평탄한 능선이 이어지며 정면으로 934.5m봉이 나뭇가지 사이로 보이고, 서쪽으로 비룡산, 북쪽으로 우회한 암봉이 보인다. 나뭇잎이 다 떨어진 앙상한 참나무 숲이 이어지고 낙엽이 발목을 덮는다.
나뭇가지 사이로 보이는 934.5m봉
280도 방향의 비룡산
우회한 암봉
나뭇잎이 다 떨어진 앙상한 산
10시 55분, 934.5m봉의 전위봉에 오른다. 동북 방향으로 시야가 트여, 지나온 임도와 삿갓봉을 당겨 찍고, 320도 방향으로 태백산 줄기를 본 후, 11시 8분, 삼각점이 있는 934.5m봉에 오른다. 모처럼 시야가 탁 트인다. 남으로 진조산, 그 뒤로 멀리 통고산, 북동뱡향으로 응봉산 줄기, 그리고 북서 방향으로 태백산 줄기를 조망한다,
전위봉에서 당겨 찍은 임도와 삿갓봉
934.5m 삼각점
남쪽 조망, 진조산과 멀리 통고산
40도 방향의 응봉산 줄기
300도 방향의 태백산 줄기
11시 26분, 작은 봉우리를 넘어서서 길가의 좁은 공터에 앉아 내복바지를 벗는다. 10시가 넘어서부터 내복이 아랫도리에 휘감기는 느낌이 들던 터라 벗고 나니 날아갈듯 상쾌하다. 계속 작은 오르내림이 이어지고, 왼쪽으로 보이는 골짜기의 단풍이 곱다. 11시 55분, 능선 분기봉인 헬기장에 올라, 점심도시락을 푼다.
단풍이 고운 왼쪽 골짜기
점심을 마치고 왼쪽 등산로를 따라 진행하여, 12시 24분, 임도가 지나가는 한나무재에 내려선다. 주위의 사진을 찍고 도로를 건너 절개지를 올라 능선에 진입한다. 왼쪽으로 시야가 트이며 아쉽게 우회했던 암봉이 멀지만 깨끗하게 보여, 당겨서 카메라에 담는다. 얼마 지나지 않아 이번에는 나뭇가지 사이로 소광리가 내려다보인다.
당겨 찍은 우회했던 암봉
12시 45분, 오래된 헬기장이 있는 봉우리를 지나고, 가파른 오르막길을 올라 진조산 갈림길에서 왼쪽으로 진행한다. 약 2분 후, 삼각점과 커다란 쌍묘가 있는 진조산(908.4m) 정상에 오른다. 잡목에 가려 조망은 별로다. 서둘러 사진을 찍고, 갈림길로 되돌아와 마루금을 따라 가파른 내리막길을 달려 내린다.
전조산 삼각점
전조산 정상의 쌍묘
이어 고만고만한 봉우리 3개를 오르내리고, 1시 25분, 너른 임도가 지나는 갈전고개에 내려선다. 다시 평탄한 능선길이 이어진다. 왼쪽 숲에 하늘로 쭉쭉 벋은 금강송 몇 그루가 시선을 끌고, 이어 지나가는 낙엽송 숲이 아름답다. 다시 봉우리 3개를 넘지만 등산로가 뚜렷하고, 표지기들이 길안내를 하여 알바를 할 걱정이 없다. 울창한 낙엽송 숲을 지나고 임도에 내려선다. 임도는 송전탑 아래로 이어진다.
아름다운 금강송
울창한 낙엽송 숲
임도는 송전탑 아래로 이어지고
가파른 내리막길을 달려 내리고, 산죽이 무성한 안부를 지난 후, 완만하게 이어지던 능선이 가팔라진다. 2시 29분, 헬기장이 있는 봉우리에 오르니 차 소리가 가까이 들린다. 2분 후, 커다란 묘를 지나며 정면의 조망을 카메라에 담고, 2시 34분, 봉화와 울진 간을 연결하는 36번국도가 지나는 답운치에 내려선다. 도로변의 나무들이 아름답다. 이어 산악회의 종이표지판의 지시에 따라, 도로 오른쪽으로 진행하여 공터에 머물고 있는 버스에 도착한다.
묘역에서 본 남쪽 조망
답운치
후미로 내려오는 사람들은 식사를 할 생각이 없으니 떠날 준비를 해두라는 후미대장의 연락이 온다. 이윽고 이들이 도착하자, 버스는 바로 서울을 향해 출발한다. 오후 3시 정각이다. 서울로 향하는 버스 속에서 술에 취한 일부 대원들이 보여준 추태는 도(度)를 넘어선 것이다. 이들은 자신들이 괴롭히고 있는 다른 대원들의 침묵의 항변을 들을 줄 알아야하고, 오늘 유일하게 참여한 여성대원인 산아줌마의 절규를 음미해야한다.
"이러니까 뫼솔 손님들이 다 달아나지...."
일부 몰상식한 대원들 때문에 이미 여성대원들은 모두 다 달아난 모양이다. 경쟁이 심하고 기름 값이 많이 올라, 산악회에서는 요즈음 한사람의 대원이 아쉬운 때다.
(2007. 11.4.)
'낙동정맥 산행기' 카테고리의 다른 글
낙동정맥(6) : 한티재-636.4m봉-추령-631,4m봉-덕재-감마산휴양림 (0) | 2012.12.15 |
---|---|
낙동정맥(5) : 애미랑재-칠보산-새신고개-884.7m봉-612.1m봉-한티재 (0) | 2012.12.15 |
낙동정맥(4) : 답운치-889m봉-통고산-937.7m봉-애미랑재 (0) | 2012.12.15 |
낙동정맥(2) : 석개재-면산-구랄산-토산령-백병산-통리 (0) | 2012.12.15 |
낙동정맥(1) : 피재-매봉산-1145m봉-작은 피재-유령산-통리 (0) | 2012.12.15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