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이 날 에워싸고
박목월
산이 날 에워싸고
씨나 뿌리며 살아라 한다.
밭이나 갈며 살아라 한다.
어느 산자락에 집을 모아
아들 낳고 딸을 낳고
흙담 안팎에 호박 심고
들찔레처럼 살아라 한다.
쑥대밭처럼 살아라 한다.
산이 날 에워싸고
그믐달처럼 사위어지는 목숨
구름처럼 살아라 한다.
바람처럼 살아라 한다.
공원에 시가 걸려 있는 것은 여러 곳에서 보았지만, 첩첩 산중에 시를 걸어 놓은 것은 처음 본다. 이 시만이 아니다. 통나무 의자에 놓여 져 있는 것도 있다. 아마도 땅바닥에 떨어져 뒹굴고 있는 것을 누군가가 주워, 의자에 올려놓은 모양이다. 오랜 세월동안 비바람에 시달려 싯귀는 뭉겨져 보이지 않는다.
아마도 영양군 산림청 소속 직원의 아이디어로 오래 전에 낙동정맥 마루금에 이처럼 시를 걸어 놓은 모양이다. 시인의 마음을 가진 직원, 그리고 이를 받아들일 줄 아는 사람들이 사는 이곳은 어떤 고장인가? 궁금증이 생겨 영양군청 홈페이지에 들어가 본다.
군수는 "경상북도 동북부에 위치한 영양군은 많은 충의열사와 문인을 배출한 고장으로 민족의 명산인 일월산과 낙동정맥의 힘찬 기운이 살아 숨 쉬는 수려한 자연경관과 독특한 향토자산이 어우러진 살맛나는 곳입니다."라고 소개하고 이어 영양군을 한마디로 '문인의 고장' 이라고 자랑한다.
"청록파 시인 '조지훈' 은 영양군 일월면 주곡리 출생이고 서정시인 '오일도' 는 영양군 영양읍 감천리 출생이며, 소설가 '이문열' 은· 1948년 영양군 석보면 원리리 출생이다. 주실마을, 감천마을, 두들마을에 가면 이들의 생가, 문학관, 시비 등을 볼 수가 있다."
2007년 12월 15일(토).
뫼솔 산악회의 안내로 낙동정맥 여섯 번째 구간을 산행한다. 코스는 『한티재(430m)-555m봉-우천재-636.4m봉-추령-631.4m봉-덕재-683.4m봉-휴림 임도- 휴양림』으로 마루금 도상거리 약 12Km, 날머리 약 1.5Km이다.
중부지방에는 새벽까지 눈이 내리고, 기온이 영하로 떨어져 길이 많이 미끄러울 것이라는 예보다. 아침 6시 15분, 대문을 나서는데, 아직도 눈발이 휘날린다. 다행이 날씨가 춥지 않아 내린 눈은 거의 녹아, 아스팔트가 불빛에 번들거린다. 산행지의 날씨는 어떨까? 설중산행에 대비하여 아이젠을 꼭 챙기라고 집사람이 귀띔을 해준다. 가지 말라고 말려도 들을 것 같지 않으니, 탈 없이 무사히 다녀오라는 소리다.
산악회 버스가 경유지를 지나, 눈 내리는 고속도로를 달린다. 오늘 참여인원은 모두 28명, 불순한 날씨를 감안하면 적지 않은 인원이다. 비가 오나, 눈이 오나, 바람이 부나, 춥거나, 덥거나... 날씨에 개의치 않고 대간 길을 떠나는 날에는 어김없이 모여드는 대원들....백두대간과 9정맥을 모두 답사하려면, 거르지 않고, 매주 산행을 한다 해도, 3년이 넘게 걸리는 대장정(大長征)이다. 눈을 맞으며 새벽같이 집을 나선 대원들! 이들은 모두 틀림없는 중증 환자들이다.
아침식사를 위해 버스가 치악 휴게소에 정차한다. 차가운 날씨에 눈이 펑펑 쏟아진다. 먼 산은 눈발에 가려 보이지 않고, 가까운 곳은 눈에 덮여 온통 흰색이다. 버스가 출발을 하자, 박 대장님이 마이크를 잡더니, 영양군청에 전화를 해 봤다며, 산행지에는 눈이 오지 않는다고 전해준다.
치악 휴게소의 설경
오늘 산행하는 구간은 경북 영양군 수비면(首比面)이다. 수비면은 9할 이상이 크고 작은 산으로 이루어지고, 모든 지역이 해발 430미터가 넘는 고랭지대라고 한다. 울련산과 불기산에서 자라는 황장목은 나무의 재질 이 단단하기로 유명하다. 고도 430m의 한티재에서 남하하다가 추령을 지나 잠시 동쪽을 향하고 이어 북동쪽으로 방향을 바꾸어 검마산으로 향한다.
하지만 검마산으로 들어서면, 도중에 적당한 탈출로를 찾기가 어렵다. 하여 당일 산행을 할 경우에는 검마산 휴양림으로 이어지는 임도에 내려서서, 일단 산행을 마치고, 휴양림으로 내려서는 것이 일반적인 코스다. 제일 낮은 곳이 한티재의 430m, 제일 높은 곳은 휴양림임도 직전의 683.4m봉이다. 도상거리 12Km에, 능선위에 톱날처럼 솟은 수많은 봉우리들을 오르내려야 하지만, 이름이 있는 산은 하나도 없다. 마루금에서 조금 벗어나 있는 왕릉봉은 이를 아쉬워한 산꾼 누군가 임의로 붙인 이름이라고 한다.
잘 정비된 등산로가 뚜렷하고. 잡목의 방해도 없다. 곳곳에 이정표가 세워져있고, 시가 실린 나무판도 걸려있다. 통나무를 이용하여 만든 긴 의자들을 비치한 봉우리들이 여럿 보인다. 고도차는 별로 없지만, 추령을 지난 이후 부터는 600m대의 봉우리들을 수도 없이 오르내려야 하기 때문에 산행거리는 짧아도 체력소모가 비교적 많은 구간이다.
오늘의 산행기록은 아래와 같다.
『(11:58) 한티재-(12:00) 산행시작-(12;04) 첫 봉, 약 460m-(12:17) 안동김씨 합장묘-(12:20) 봉, 약 420m-(12:28) 긴 의자 2개봉-(12:34) 능선분기,우-(길 확인 약 5분)-(12:42) 안부-(12:43) T자, 좌-(12:45) 이정표 봉/시-(12ㅣ51) 봉, 약 580m, 우-(12:54) 봉, 약 540m, 좌-(12;58) T자, 좌-(13:00) 봉, 약 610m-(13:04) 묘 1기-(13:08) 묘 3기-(13:11) 우천재/이정표-(13:14) 봉, 오른쪽 우회-(13:21) 갈림길, 우-(13:28) T자, 좌-(13:33) 이정표/시-(13:34) 청주한씨 합장묘-(13:46) 636.4m봉-(13:47~13:48) 간식-(14:00) 단양장씨 묘-(14:09) 추령-(14:24) 봉, 약 630m, 우-(14:34) 635.5m봉-(14:37) 안동권씨 합장묘-(14:40) 산불지역-(14:45) 안부 사거리-(14:49) 능선분기, 좌-(14:54) 봉, 약 580-(14;58) 봉, 약 600, 좌-(15:02) 봉, 약 610, 좌-(15:05) 봉, 약 630, 좌-(15;09) T자, 우(15:12) 억새 안부-(15;14) 옛 집터-(15:30) 봉, 약 650-(15:35) 631.4m봉-(15:56) 봉, 약 590, 좌-(16:04) 봉, 약 555-(16:10) 봉, 약 615, 좌-(16:16) 덕재-(16:23) 600.5m봉-(16:28) T자, 좌-(16:32) 봉, 얄 615, 우-(16:39) 안부 사거리-(16:13) 봉 약 605, 좌-(16:47) 산불지역-(16:51) 소나무 봉-(16:55) 봉, 약 675-(16:59) 봉, 약 650-(17;03) 휴양림임도』간식 11분 포함, 총 5시간 3분이 소요된 산행이다.
* * * * *
풍기IC에서 국도로 내려서자, 눈 덮인 도로가 미끄러워 버스의 운행속도가 현저하게 떨어진다. 버스는 예정보다 약 1시간이 늦은, 11시 58분에야 비로소, 한티재에 도착한다. 버스에서 내려보니, 현지에는 눈이 내린 흔적도 없고, 바람이 강하게 부는 맑은 날씨다. 대원들은 '낙동정맥 영양 2구간' 안내판 앞에 모여 단체사진을 찍고, 12시 정각, 산행을 시작한다.
낙동정맥 영양 2구간 안내판
안내판 옆, 임도를 걷다가, 표지기들의 안내로 바로 오른쪽 송림 숲으로 들어선다. 송림 숲 사이로 잘 정비된 등산로가 완만한 오름세로 이어진다. 작은 봉우리 하나를 넘고 이번에는 잡목 능선을 오르지만, 잡목들이 갈 길을 방해하지는 않는다. 12시 17분, 통정대부 안동 김씨의 합장묘를 지나고, 아름다운 산책길을 걸어, 통나무로 자연스럽게 장의자를 만들어 놓은 봉우리에 올라 왼쪽으로 내려선다.
산행시작
바람이 다소 강하게 부는 스산한 산책길
통나무 장의자가 있는 봉우리
12시 34분, 통나무 장의자가 놓여있는 약 590m 정도의 능선 분기봉에서 오른쪽으로 급히 꺾어 내린다. 약 2분쯤 완만한 비탈길을 내려서는데 아무래도 방향이 이상하다. 나침반을 보니 북동방향이 아닌가? "600" alt="" hspace="5" src="../images/uFizgXYr.SAij24FuNATKw.jpg" width="800" vspace="5" border="0">
능선 분기봉에서 오른쪽으로
할 수없이 비탈길을 다시 달려 내리면서 소리를 지른다. 이번에도 왼쪽에서 반응이 온다. 12시 42분, 안부에 내려서서 보니 왼쪽으로 이어지는 능선이 뚜렷하다. 1분 후, T 능선에 올라, 왼쪽으로 진행하고, 12시 45분, 후미대장님이 기다리고 있는 575m봉에 오른다. 이정표<추령 4.3Km, 한티재 2.3Km>가 있고, 이정표에 박목월의 시, '산이 날 에워싸고'가 걸려있다.
이정표와 시가 있는 봉우리
고만고만한 봉우리 세 개를 넘고, 묘 1기를 지난 후, 다시 묘 3기가 있는 묘역에 서니, 정면으로 우천마을이 내려다보인다. 1시 11분, 우천재 이정표<우천 0.5Km, 한티재 3.9Km, 추령 2.7Km, 해발 496m>를 지나 무성한 전나무 숲으로 들어선다. 이어 봉우리 하나를 오른쪽으로 우회하여 안부에 이르고, 빽빽한 소나무 숲을 거쳐, 참나무 산책길을 걷는다. 1시 28분, T자 능선에서 왼쪽으로 진행한다. 빽빽한 참나무 숲이 운치가 있다.
묘역에서 본 우천마을
우천마을의 논과 밭 사이를 지나고
전나무 숲
아름다운 참나무 숲
1시 33분, 이정표<한티재 5.1Km, 추령 1.5Km>와 통나무 장의자가 있는 봉우리를 지난다. 낙엽이 덮인 의자 위에 시를 적은 나무판이 놓여있다. 오랜 시간 비바람에 시달려 싯귀를 알아 볼 수가 없다. 아마도 이정표에 붙어 있던 것이 떨어져 땅바닥에 뒹굴자, 누군가가 주워 의자위에 올려놓은 모양이다. 봉우리를 지나 아름다운 참나무 숲이 계속이어 진다. 1시 34분, 청주 한씨의 합장묘를 지나자, 왼쪽으로 아름다운 자작나무 숲이 보인다. 조림지역인 모양이다.
장의자 위의 시
자작나무 조림지
1시 46분, 삼각점이 있는 636.4m봉에 올라 잡목 속의 삼각점을 확인하지만, 나무들의 방해로 조망을 즐기지는 못한다. 봉우리를 내려선 등산로 주변에 대원들이 모여 앉아 식사를 하고 있다, 합류하여 간식을 들며 잠시 휴식을 취한다.
636.4m봉의 삼각점
식사한 자리에서 뒤돌아 본 636.4m봉
1시 58분, 간식을 마치고 다시 산행을 계속한다. 처사 단양 장씨의 묘를 지나고 아름다운 춘양목 단지를 거쳐, 2시 9분, 추령에 내려선다. 이정표<저수지 1Km, 한티재 6.6Km, 해발 697m> 표지목, 그리고 표지기 다발이 보인다. 땅바닥에 선두가 깔아 놓은 종이표지판의 통과 시간은 1시 25분이다.
춘양목
표지목
표지기 다발
산판길 같이 너른 등산로가 아름다운 송림 숲 사이로 이어진다. 한 시간 가까이 아름다운 참나무 숲길을 산책하듯 걸어왔는데 이제부터는 송림 숲이다. 파도소리 같은 솔바람소리를 들으며 송림 숲을 걷는다. 2시 34분, 이정표와 삼각점<432 재설, 78.8 건설부>이 있는 635.5m봉에 오른다.
아름다운 송림 숲
635.5m봉의 이정표
2시 37분, 처사 안동 권씨 합장묘를 지나고, 아름다운 송림 숲을 걷는다. 작은 봉우리에 접근하자 불탄 소나무 숲이 시커멓다. 다행이 산불이 크게 번지기전에 진화를 한 모양이다. 화재지역이 넓지 않고, 나무 밑둥은 꺼멓게 탔지만 윗부분은 온전한 나무들이 숲을 이루고 있어 다행이다. 모두 무사히 소생하면 좋겠다. 40도 방향으로 황장목으로 유명한 울련산이 보인다.
산불지역
밑둥은 탔지만 위는 멀쩡한 소나무들 모두 소생하면 좋겠다.
2시 45분, 안부 사거리에 내려선다. 오른쪽 송정으로 이어지는 길은 뚜렷한데, 왼쪽 개심곡으로 이어지는 길은 잡목으로 막혀 있다. 이어 춘양목 지대를 지나자, 소나무 숲 사이로 능선이 좁고 가팔라진다. 연달아 고만고만한 봉우리들을 지난다. 24분 동안에 봉우리 6개를 지났으니, 4분에 한 개꼴로 봉우리를 넘은 셈이다. 가히 톱날능선이다.
춘양목 지대
3시 9분, T자 능선에서 오른쪽으로 진행하여, 3시 12분, 억새가 무성한 안부에 내려서서, 평탄한 길을 걷는다. 오른쪽으로 집터가 보이고 낡은 무쇠 숱이 낙엽 속에 뒹굴고 있다. 능선 여기저기에 참호가 보인다. 이런 벽지에서도 6.25 때 전투가 있었나보다. 능선이 좁아지며 왼쪽 나뭇가지 사이로 오기저수지가 내려다보이고, 오른쪽으로는 장피마을로 이어지는 긴 골짜기가 보인다.
옛 집터와 무쇠 솥
3시 35분, 커다란 소나무가 있는 631.4m봉에 오른다. 선두가 깔아 놓은 종이 표지판에 기록된 시간은 2시 35분이다. 봉우리를 내려선다. 왼쪽에 보이는 춘양목 군락지에 햇빛이 비치니 소나무들이 더욱 아름다워 보인다. 안부로 내려서면서 오른쪽으로 시야가 트이며 검마산, 왕릉봉 등이 깨끗한 모습을 보인다.
631.4m봉 정상
춘양목 단지
검마산
왕릉봉
안부를 지나 급경사 오르막을 올라 봉우리에 이르고, 이후 아름드리 소나무들이 즐비한 능선을 오르내리며 좌우로 보이는 조망을 카메라에 담는다. 긴 통나무 의자가 비치된 봉우리도 두 곳을 지난 후, 4시 16분, 넓은 임도가 지나는 덕재에 내려선다. 이정표<추령 6.3Km>와 비닐 표지판이 보인다.
능선에서 본 320도 방향의 조망
20도 방향의 조망
통나무 의자가 있는 봉
덕재
임도를 건너 통나무 계단길을 오른다. 절개지에 올라, 왼쪽 조망을 카메라에 담고 오른쪽 능선을 따라 올라, 4시 23분, 삼각점이 있는 600.5m봉에 오른다. 이어 아름다운 송림을 지나 T자 능선에 이르러 오른쪽으로 진행하여 봉우리 두 개를 넘고, 4시 39분 안부 사거리에 이른다.
덕재를 건너 통나무 계단길을 오르고
절개지에서 본 230도 방향의 조망
4시 47분, 산불지역을 지나고, 이어 봉우리 3개를 잇달아 넘은 후, 5시 3분, 휴양림 임도에 내려선다. 이정표가 있고, 선두가 깔아 놓은 표지판이 선두의 하산 시간을 알려준다. 4시 50분, 후미와는 1시간 13분의 차이가 난다. 임도에서 검마산을, 휴양림으로 내려서면서 울련산을 카메라에 담는다.
소나무 봉
임도의 이정표
임도에서 본 검마산
선두가 깔아 놓은 방향 표시판
하산하면서 본 울련산
5시 20분 경, 휴양림 주차장에 있는 버스에 도착하고, 5시 40분 조금 지난 시각에 버스는 서울을 향해 출발한다.
언제고 집사람과 함께 이 고장엘 다시 와야겠다. 검마산 휴양림에서 일박을 하고, 주실마을. 감천마을, 두들마을 등을 둘러보며, '문인의 고장'을 두루 구경하고 싶다.
(2007. 12. 17.)
우림형님~!정말 고생 많이 하시네요.무자년의 새아침이 밝았습니다.금년 한해는 더욱 건강하시고 이루고자 하시는 소망이 이루어지시길 진심으로 기원합니다.아울러 가졍에 행복이 가득 하시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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