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8년 1월 5일(토).
2008년 새해 첫 산행으로 뫼솔 산악회의 안내를 받아 낙동정맥 8번째 구간을 간다. 코스는『창수령(蒼水嶺)-율치재-맹동산-봉화산(烽火山)-명동산(明童山)-박짐고개』까지 도상거리 약 16.3Km의 마루금을 걷고, 이후 임도를 따라 48분 동안 달려내려, 917번 지방도로가 지나가는 삼의교에서 산행을 마감한다.
버스 운행이 가능한 창수령(918번 지방도로 통과)에서 황장재(34번 통과) 간의 도상거리는 약 31.2Km이다. 무박이라도 단번에는 무리이니, 구간을 나누어야하는데, 어디서 자를 것이냐가 문제다. 오늘은 선두대장의 신속하고 정확한 판단에 의해 박짐고개에서 산행을 마쳐, 마루금 약 16.3Km를 소화한다. 따라서 황장재까지는 약 15Km가 남아, 다음구간 산행에는 전혀 부담이 없게 됐다. 아울러 박짐고개까지의 들머리 임도는 트럭을 이용하여 오르기로 했으니, 봉 따먹기를 좋아하고, 주력이 좋으신 분들은, 왕복 22분 정도가 소요되는 포도산(747m)을 다녀올 수도 있겠다.
오늘 구간에서 하산코스로 (A),(B),(C), 세 코스가 거론된다. 선두대장은 현장상황과 대원들의 진행속도 등을 감안하여 박짐고개에서 하산하기로 결정한다.
구름이 많이 낀 흐린 날이지만, 시계는 비교적 양호한 편이고, 날씨는 따듯하다. 오늘 구간도 지형 상 겨울 내내 바람이 심한 지역인 모양이다. OK목장의 임도를 따르다, 792m봉을 오르는 사면을 걸을 때는 몸의 균형을 잡기가 어려울 정도로 바람이 거세다.
남으로, 남으로 이동거리가 늘어나고, 언제 눈이 올지 모르는 겨울날씨라, 산악회는 3월 말까지 출발시간을 30분 앞당기기로 한다. 첫날인 오늘, 후미가 6시경에 하산을 완료했으니, 그 덕을 단단히 본 셈이다,
6시 30분, 서초구청 앞에서 산악회 버스에 오른다. 치악 휴게소에서 20분간 정차한 버스가 서안동에서 34번 국도로 내려서고, 이어 안동 시내를 거쳐 청송군을 지나자, 차창 밖으로 보이는 임화호의 푸른 물빛이 눈에 시리다. 월전에서 31번 국도로 갈아타고, 영양에 이르러, 918번 지방도로로 들어서더니, 버스는 11시 3분, 창수령에 도착한다.
오늘의 산행기록은 아래와 같다.
『(11:03) 창수령-(11;06) 산행시작-(11;29) 689m봉, 우-(11:32) 울진임씨 묘-(11:35) 안부 사거리-(11:42) 630m봉, 좌-(11:45) 성터 흔적-(11:50) 능선분기, 좌-(11:53) 김해김씨 묘-(11:57) 안동장씨 묘-(12;15) 율치재-(12:22) 527.1m봉-(12:26) 당집 안부-(12:44) 봉, 왼쪽 우회-(12:51) 봉, 왼쪽 우회-(13:13) T자, 좌-(13:14) 730m봉-(13:22) 고랭지채소밭-(13;24) 임도-(13:27) 시멘트도로-(13;31) 목장 입구-(13:34) 이정표-(13;41) 임도 삼거리, 좌-(13:52~14:05) 간식-(14:23) 792m봉 정상 우회-(14:33~14:34) 맹동산 정상-(14:56) 하삼의 삼거리-(15:00) 2000 국유임도 표지석-(15;01) 임도 삼거리, 직진-(15;05) 시멘트도로, 직진-(15;08) T자, 우-(15:13) 710m봉-(15:23) 봉화산 정상-(15:27) 봉수대-(15:54) 650m봉-(16:09) 급오름 철쭉단지-(16:12) T자, 우-(16;32~16:34) 명동산 정상-(16:53) T자, 우-(17:05) 갈림길, 좌-(17;09) 박짐고개-(17:57) 삼의교』간식 13분, 마루금 5시간 50분, 날머리 48분, 총 6시간 51분이 소요된 산행이다.
* * * * *
버스에서 내린 대원들은 일렬횡대로 늘어서서 우선 급한 용무부터 해결한 후, 단체사진을 찍고, 율치재로 이어지는 임도 왼쪽의 절개지를 오르며 산행을 시작한다. 가파른 오르막길이 이어진다. 돌이 많은 좁을 능선길의 군데군데에서 청양목들이 미끈한 몸매를 자랑한다. 바람은 불지만, 강한 편은 아니고, 차지도 않다. 11시 29분, 689m봉에 올라, 오른쪽으로 진행하여, 봉분이 땅에 내려앉은 울진임씨의 쇠락한 무덤을 지난다.
창수고개 이정표
689m봉을 오르는 대원들
급경사 내리막을 달려내려 너른 안부를 지나, 잡목 숲을 오른다. 바람이 많은 곳이 모양이다. 낙엽이 날려버린 맨땅이 꽁꽁 얼었다. 11시 42분, 고도 630m 정도의 봉우리에 올라, 왼쪽으로 내려서서 남쪽으로 향한다. 오르막길에 옛 성터인지, 돌을 쌓아 놓은 곳을 지난다. 11시 50분, 능선 분기봉에 올라, 왼쪽으로 내려서고, 3분 후, 김해김씨 묘를 지나, 울창한 소나무 숲으로 들어선다.
성터길
묘를 지나 소나무 숲으로
등산로는 오른쪽으로 굽어지며 남서방향으로 이어진다. 11시 57분, 인동장씨 묘를 지나고, 능선을 걸으며 왼쪽 나뭇가지 사이로 저수지를 굽어보고, 험준하게 보이는 가야할 능선을 카메라에 담는다. 이어 통나무 계단이 놓여 진 절개지를 내려서서, 12시 15분, 율치재에 이른다. 너른 임도가 지나가고, 이정표가 있다. 창수령에서 이곳까지는 도상거리로 약 3.6Km이다. 이를 69분 만에 걸었으니, 결코 느린 속도는 아닌데도 율치재에는 원 여사와 나 그리고 후미대장만 남아있다. 뫼솔이 빠르다더니, 과연 헛말이 아닌 모양이다.
율치재
이정표
삼각점이 있는 527.1m봉을 향해 오르막길을 오른다. 왼쪽으로 시야가 트이며, 가야할 능선과 창수원의 푸른 저수지가 깨끗한 모습을 보인다. 12시 22분, 527.1m봉에 올라 삼각점을 확인하고, 잠시 직진하여 갈림길을 만나, 왼쪽 내리막길로 달려 내린다. 이어 12시 26분, 당집이 있는 안부에 도착한다.
가야할 능선
창수원 저수지
527.1m봉의 삼각점
당집
작은 봉우리를 넘고 안부를 지나 가파른 오르막을 오른다. 봉우리 두 개를 잇달아 왼쪽으로 우회하며, 등산로는 남동쪽을 향하고, 왼쪽 나뭇가지 사이로 지난 번 힘들게 올랐던 독경산을 반갑게 바라본다. 1시 13분, T자 능선에 올라 왼쪽으로 진행하고, 이어 참나무가 빽빽이 들어찬 고도 약 730m 정도의 넓은 봉우리에 오른다. 평탄한 너른 숲이 한동안 이어진다. 고산 분위기가 물씬 나는 아름다운 곳이다.
지난번 힘들게 올랐던 독경산,
참나무들이 빽빽한 너른 봉우리
1시 22분, 갑자기 숲이 끝나는 가 싶더니, 눈앞에 황량한 고랭지 채소밭과 목장이 펼쳐진다. 회색빛 맨 땅이 드러난 텅 빈 밭 위로 거센 바람이 큰 소리를 지르며 달려든다. 소들은 축사에서 겨울을 나는지 목장도 텅 비었고, 고랭지 채소밭 임도를 따라 바람 속을 걷는 대원 두 사람의 뒷모습이 외롭다. 채소밭을 가로질러 임도를 걷고, 시멘트 도로를 만나 목장으로 들어서며 사방으로 확 트인 주위 풍광을 카메라에 담는다.
황량한 고랭지 채소밭
30도 방향의 칠보산 능선
240도 방향의 조망
축사
1시 31분, 시멘트도로 3거리에서 왼쪽으로 진행하여, 목장입구의 알림판을 지난다. 왼쪽에 이정표가 보인다. 목장길이 바로 마루금인 모양이다. 목장길을 따라 오르며 더 높아진 고도에서 거센 바람을 무릅쓰고 오른쪽의 조망을 카메라에 담는다.
목장 입구의 알림판
이정표
독경산과 첩첩한 정맥능선
멀리 보이는 일월산
1시 41분, 임도 3거리에서 왼쪽으로 진행하며 가야할 능선을 조망하고, 10분 후, 임도가 크게 왼쪽으로 굽어지는 낙엽 쌓인 길가에 5~6명의 대원들이 모여 앉아 식사를 하고 있는 모습을 만나, 합류하여 함께 간식을 즐긴다. 능선이 바람을 막아주어 아늑한데, 길가에 쌓인 낙엽에 무릎까지 빠진다. 낙엽위에 앉으니 허리가 묻힌다.
792m봉과 맹동산(우)
허리까지 빠지는 낙엽에 앉아 식사하는 대원
2시 5분, 간식을 마치고, 다시 바람 속으로 들어선다. 정면으로 792m봉이 부드럽게 누워있다. 등산로는 오른쪽의 목장과 왼쪽 숲 사이에 쳐진 철조망을 따라 억센 철쭉단지로 이어진다. 오른쪽에서 부는 바람이 어찌나 센지 몸의 균형을 잡기가 어려울 정도다. 792m봉을 오르려면, 철조망을 넘어야한다. 하지만 올라가 보아야 거센 바람에 시달릴 것이 뻔해, 중도 포기하고, 2시 23분, 철조망을 따라 우회하여 임도로 내려서서, 오른쪽에 보이는 맹동산으로 향한다.
792m봉을 향해
뒤돌아 본 지나온 길
맹동산
임도를 따라 올라, 임도가 크게 왼쪽으로 굽어지는 너른 공지에서, 표지기의 안내로, 왼쪽 절개지를 오르니, 곧이어 맹동산 정상(812m)이다. 정상석과 정상목이 있고 사방이 트여 조망이 훌륭하다.
맹동산 정상
칠보산 줄기
220도 방향의 정맥 마루금과 멀리 주왕산 줄기
맹동산을 내려서서 임도를 따라 걷는다. 완만하게 내리막으로 이어지는 임도가 아름답다. 2시 56분, 건너편에 710m봉이 보이고, 천마농장의 너른 고랭지 밭이 펼쳐지는 하삼의 안부에 내려선다. 등산로는 임도를 따라 좌측으로 굽어져 '2000 국유임도' 표지석을 지나고, 3시 1분, 임도 삼거리에서 직진하여 숲으로 들어선다. 이곳에서 임도를 따라 오른쪽으로 내려서면 917번 지방도가 지나는 하삼의에로 탈출이 가능하다.
아름다운 임도를 산책하듯 걷는다.
하삼의 안부, 앞의 봉이 710m봉이고, 마루금은 왼쪽 임도를 따른다.
2000 국유임도 표지석
임도 삼거리의 이정표
바삭 마른 넝쿨을 헤집고 잡목능선을 지난다. 3시 5분, 시멘트도로를 건너 황량한 잡목 숲으로 들어서고, 이어 T자 능선에 올라 오른쪽으로 진행한다. 3시 13분, 710m봉을 지나며 나뭇가지 사이로 봉화산을 보고, 10분 후 시멘트포장이 되어 있는 봉화산 정상(694m)에 오른다. 선두대장이 놓고 간 종이표지판의 통과시간은 48분이 앞선, 2시 35분이다. 봉수산을 내려서서, 4분 쯤 진행하여 봉수대를 만나고, 이어 오른쪽 완만한 내리막길을 달려내려 아름다운 낙엽송 숲을 지난다.
시멘트 도로를 건너 황량한 숲으로 들어서고
봉화산 정상
봉수대
아름다운 낙엽송 숲,
고만고만한 봉우리 몇 개를 넘는다. 명동산 가기 전, 650m봉에서 분기하는 오른쪽 하산로를 지나칠까 걱정이 되어, 오른쪽을 주의 깊게 살피며 진행한다. 왼쪽으로 시야가 트이며 명동산이 깨끗한 모습을 보인다.
"가파른 오르막을 올라 (13:51)헬기장을 지나면 곧이어 (13:57)봉수대가 나온다. 돌로 쌓아놓은 성벽 같은 봉수대는 세월을 느끼게 한다. 봉수대를 지나 완만하게 내려가던 산길은 넓은 안부를 지나 잠시 올라서 명동산 으로 향한다. 이번 구간의 하산 길은 명동산 오름 직전 안부가 보이는 작은 봉우리의 (14:27)삼거리에서 오른쪽 능선으로 내려간다. 임도로 내려서는 능선 길은 짧지만 무척 가파르게 이어지다 임도 절개지 오른쪽으로 내려가는데 조심해서 내려서야 한다. 지품면 속곡리로 넘어가는 (14:40)임도는 노면상태가 양호하여 소형차량의 통행은 가능하다. 임도를 따라 약2km정도 가면 917번 지방도가 지나는 삼의교에 닿는다."
대정 알파인클럽 소속 7인의 산행자가 남긴 산행기록이다. 봉수대에서 30분쯤 진행한 후 650m봉에 서니, 오른쪽으로 내려서는 희미한 길 흔적은 보이지만, 표지기도, 표지판도 보이지 않는다. 아마도 알려진 등산로는 아닌 모양이다. 하산 후에 들은 이야기지만 선두대장도 오른쪽 하산로를 찾아 잠시 내려서 보지만, 산세가 워낙 가팔라 포기하고, 명동산을 지나 박짐고개에서 하산하기로 결정했다고 한다.
앞에 보이는 봉우리가 650m봉이라고 생각한다.
명동산을 향해 달린다. 선두대장이 깔아 놓은 종이표지판을 발견하고, 선두가 박짐고개로 향하고 있음을 짐작할 수 있지만, 내가 가지고 있는 지형도는 명동산까지만 나와 있어, 그 이후 산행시간이 얼마나 걸릴지 알 수가 없어 몹시 불안하다. 명동산의 시설물이 보이는 봉우리에서, 버스에 전화를 해보니 선두도 아직 하산하지 않았다고 한다. 선두대장과 후미대장의 전화번호를 물어, 전화를 해보지만, 선두대장은 전화를 받지 않고, 후미대장은 통화 중이다. 귀중한 시간을 더 이상 낭비할 수 없는 상황이라. 통화를 포기하고 다시 명동산을 향해달려, 4시 32분, 명동산 정상(812.4m)에 오른다. 무인산불감시탑과 삼각점이 있고, 사방의 조망이 압권이다.
명동산 정상의 무인산불감시탑
삼각점
북쪽 조망
60도 방향의 조망
선두대장이 정상에 깔아 놓은 종이표지판의 통과시간이 3시 50분이다. 지금시각이 4시 34분이니, 더 이상 조망을 즐길 여유가 없다. 서둘러 하산을 시작한다. 다행히 박짐고개까지는 줄곧 내리막이다. 4시 53분, T자 갈림길에서 오른쪽으로 진행하고, 5시 5분, 갈림길에서 왼쪽으로 달려내려, 5시 9분, 박정고개 임도에 내려선다. 선두대장의 종이 표지판이 방향을 알려준다.
갈림길에서 왼쪽 내리막으로
박짐고개 임도로 내려서는 통나무 계단
삼의교까지 얼마나 걸릴지 알 수 없으나 비로소 마음을 놓는다. 임도를 따라 빠르게 달려 내린다. 도중에 궁금하여 선두대장에게 전화를 해 보지만, 전화 불통지역이라는 메시지만 뜬다. 지는햇빛 속에 명동산이 불타고 있다. 고도가 점차 낮아지며 삼의계곡이 가깝고, 저 아래 불빛이 보인다. 사방은 이미 어두워졌지만, 아직은 랜턴을 키지 않아도 견딜만하다. 5시 57분, 이정표가 있는 917번 도로에 내려서서, 길 건너 '청향소림산장, 블루밸리 쉼터' 앞에 서 있는 버스로 향한다.
917번 도로변의 이정표
산악회가 준비한 음식으로 식사를 한다. 식사를 마칠 무렵, 후미대장이 대원한 사람을 동반하고 도착한다. 이들이 식사를 마치자 버스는 6시 30분 경 서울을 향해 출발한다.
(2008. 1. 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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