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종천을 건너며 본 호명산
경기도 가평군 외서면 청평리에 우뚝 솟아 오른 632m의 호명산은 옛날 산림이 우거지고 사람들의 왕래가 적었을 때 호랑이들이 많이 서식하여 호랑이 울음소리가 들려오곤 하였다는 데서 명명되었다.
호명산은 명지지맥에 속한다. 즉 명지산(1,267m)에서 남으로 약 30km 거리인 청우산(620m)까지 길게 이어지는 능선이 청우산에서 동으로 방향을 틀어 불기산(601m)과 주발봉(489m)을 빚은 후, 주발봉에서 다시 방향을 남서로 틀어 뻗어 내리다 마지막으로 빚어 놓은 산이 호명산인 것이다.
명지지맥
높지 않은 산 이지만 산의 남쪽 아래로는 청평호반을 끼고 있고, 서쪽 아래로는 조종천이 굽이쳐 흐르고 있어 정상에 올라서면 마치 사방 이 물로 둘러싸인 듯한 아름다운 광경을 볼 수 있다.
2004년 9월24일 호명호수의 개방에 따라 청평 쪽에서 호명산 정상에 오른 후, 아갈바위봉을 거쳐 장자터 고개에 이르러서, 서쪽 대성사계곡이나 남쪽 호명리로 하산하던 기존의 등산코스도 장자터고개 - 호명호수 - 큰골 능선 - 상천4리로 하산하거나, 또는 이 코스를 역으로 탈 수 있게 됐다. (이상 관련자료 발췌)
2009년 8월 9일(일).
토요일에는 비가 온다는 예보에 일요일 산행을 예약한다. 하지만 비가 온다던 토요일에 비는 내리지 않고, 예약한 일요일 산행은 참여자들이 적어 취소가 된다. 할 수 없이 이런 경우에 대비하여 준비했던 예비 산행지 중에서 호명산을 골라 산행하기로 한다. 오늘코스는『청평버스터미널-안전 유원지-등산로 입구-정상-기차봉-장지터고개-수리봉-호명호-큰골능선-상천역』으로 도상거리 약 10Km에 소요 시간은 점심시간 포함 5시간 30분 정도로 예상한다.
산행지도
호명산 산행의 들머리인 청평으로 가는 교통편은 기차(3,300원), 고속버스(4,500원), 일반버스(카드 1,500원) 등으로 다양하다. 휴가철에다 주말이라 귀로의 도로 정체가 심할 것으로 예상하고, 토요일 오후 인터넷으로 왕복 기차표 예약을 시도해보지만, 상행선은 좌석이 모두 매진되어 실패한다.
동서울터미널에서 8시 35분에 출발하는 청평 행 버스를 타기 위해, 7시 45분, 집을 나선다. 8시 20분에 터미널에 도착하니 다행히 표가 있다. 만석인 버스가 정시에 출발한다. 청평유원지로 물놀이 가는 젊은이들, 가족들, 그리고 등산복 차림의 남녀들이 승객들의 면면이다. 버스는 9시 36분에 청평 버스터미널에 도착한다.
산행준비를 마치고 터미널 출발
터미널 안으로 들어가 귀로의 버스시간을 확인하고 산행준비를 마친 후, 10시 45분, 산행들머리를 찾아 나선다. 터미널을 나와 도로를 따라 오른쪽으로 2분쯤 진행하여, 표지판이 있는 청평역 입구에서 오른쪽의 청평역으로 향한다. 4분 정도 걸어 청평역에 이르고, 이어 도로를 따라 오른쪽으로 내려선다. 길 건너에 청평초등학교가 보인다. 맑고 투명한 날씨다. 시계도 좋아 모처럼 조망을 즐길 수 있겠다.
청평역 입구
청평역
9시 59분, 대수마트에 이르러, 왼쪽 골목으로 들어서서, 유원지로 향한다. 4분 후, 청평천주교회를 지나고, 10시 7분, 유원지 입구로 들어선다. ‘호명산을 사랑하는 사람’이 친절하게 계시한 표지판이 도로 곳곳에 보인다. 유원지를 지나 자전거 전용도로에 올라서서, 왼쪽으로 진행하여 조종천을 따라 오른다.
대수마트에서 왼쪽 안전유원지로 들어서고
유원지 입구
안내판
자전거 도로를 왼쪽으로
10시 15분, 조종천으로 내려서는 철계단에 이른다. 이정표는 호명산 2.7Km, 호명호수 6.3Km라고 알려준다. 가야할 호명산을 바라보며 징검다리로 조종천을 건너고, 강둑을 따라 오른쪽으로 내려선다. 이어 둑길이 끝나는 곳에서 왼쪽으로 들어서서, 수로를 따라 2분 쯤 걸어올라, 수로에 걸린 나무다리에 이른다. 다리를 건너면 등산로 입구다. 등산안내도, 등산코스, 교통정보 등이 보인다.
철계단을 통해 조종천으로 내려서고
조종천을 건너고
수로를 따라 오르고
등산로 입구
등산 안내도
등산코스와 거리
교통정보
10시 23분, 가파른 통나무계단을 오르며 산행을 시작한다. 이어 잠시 돌 많은 계곡길을 걷다, 계곡을 버리고, 오른쪽 사면 길을 오른다. 등산로는 울창한 잣나무 숲을 지난다. 경사가 가팔라지며 등산로에는 로프가 설치돼 있다. 10시 33분, 운동시설과 식수대가 있는 T자 능선에 오른다. 버스터미널에서 1.5Km 떨어진 지점이다. 왼쪽은 호명산, 오른쪽은 오대골로 내려서서는 길이다.
계곡 버리고 오른쪽 사면으로
로프가 걸린 가파른 오르막
이정표
식수대
호명산 정상을 향해 왼쪽 가파른 통나무 계단길을 오른다. 이정표는 정상까지의 거리가 1,7Km라고 알려준다. 힘들면 쉬었다가라고 가파른 길가에 벤치가 놓여있다. 쉬지 않고 울창한 숲 속을 꾸준히 걷는 앞선 젊은이들의 뒷모습이 보기가 좋다. 왕십리에서 왔다는 젊은이 들이다. 가파른 오르막에는 노약자들을 위해 통나무 계단이나 로프를 설치해 놓았다.
통나무 계단길
11시 전망대와 벤치가 있는 너른 공터에 오른다. 전망대에서 청평댐과 가평 제1경이라는 청평 호반을 굽어보고 서쪽으로 축령산을 조망한다. 전망대에서 내려서서, 벤치에 앉아 여유 있게 휴식을 취하고 있는 등산객들에게 인사를 하고 앞서 나간다. 왼쪽 나무 등걸에 정상까지 약 30분이 소요된다는 표지판이 보인다.
전망대
청평댐과 청평호반
벤치에서의 휴식
표지판
11시 8분, 이정표가 있는 T자 능선에 올라, 왼쪽으로 진행한다. 이곳의 고도가 약 400m이니, 정상까지의 거리가 1 Km도 안 되는 800m 정도인데, 고도차는 230m나 된다. 삼복더위 속에서 앞으로 30분 동안은 땀 꽤나 흘려야겠다. 서둘지 않고 천천히 걷는다. 급경사 오르막이 이어진다. 11시 12분, 돌탑위에 세워진 이정표를 지난다. 앞서 걷던 왕십리에서 온 아가씨가 힘들다며 돌 위에 주저앉는다.
이정표
돌탑과 이정표
날씨가 더우니 무리하지 말고 쉬었다 오라고 이야기한 후 앞서 나간다. 11시 27분, 정상 10분을 알리는 표지판을 지나고, 11시 40분, 정상석, 등산안내도, 정상표지판 등이 있는 너른 호명산 정상에 오른다. 그늘을 만들어 주는 나무 한 그루 없는 정상으로 땡볕이 폭포수처럼 쏟아진다. 사방이 트여 조망은 그만이다.
정상 10분을 알려 주는 표지판
정상석
정상 표지판
뒤 따라 올라 온 왕십리 아가씨는 정상석 앞에서 사진 한 장을 찍고는 땡볕을 피해 숲속으로 뛰어든다. 사방을 둘러본다. 남쪽으로 뾰루봉, 화야산 줄기, 북서쪽으로 운악산, 북으로 연인산, 명지산, 서쪽으로 축령산, 서리산, 남동쪽으로 멀리 용문산을 카메라에 담는다. 땀이 줄줄 흐른다. 식염 두 알을 복용하고 서둘러 기차봉으로 향한다.
뾰루봉, 화야산 줄기
깃대봉, 뒤로 축령산, 서리산
운악산 방향
연인산, 명지산 방향
호명호수 방향
용문산 방향
11시 50분, 산행안내판을 지난다. 기차봉까지 40분, 호명호수까지는 1시간 30분이 걸린다고 한다. 좁은 능선길을 따라 내려, 12시 1분, 이정표가 있는 능선안부를 지난다. 부드러운 능선길이 가볍게 오르내리고 나뭇가지에 표지기들이 보인다. 명지지맥을 산행하는 산꾼들의 표지기인 모양이다. 12시 16분, 기차봉 400m를 알리는 이정표를 지나고, 로프가 걸린 암릉지대를 지나며, 오른쪽으로 청평호를 굽어본다.
산행안내판
표지기
청평호수
12시 32분, 기차봉 정상(619m)에 오른다. 이정표, 정상표지판이 보인다. 북쪽 조망이 터진 암봉이다. 불기산과 그 뒤로 연인산, 명지산 줄기를 바라보며, 돌 위에 앉아 도시락을 펼친다. 그늘에 자리를 잡았지만 바람 한 점 없다. 땀을 줄줄 흘리며 빵과 우유로 식사를 하고, 12시 55분, 산행을 속개한다.
기차봉 정상
정상 이정표
정상표지판
불기산과 연인, 명지산 줄기
인적이 없는 호젓한 산길을 천천히 걷는다. 12시 59분, 호명리 갈림길을 지나자, 로프가 걸린 암릉길이 이어지고, 이어 고도 약 570m 정도의 암봉에 올랐다, 가파른 내리막길을 내려선다. 세줄 로프로 가드레일을 만들어 놓았다. 1시 22분, 호명호수 1.1Km를 알리는 이정표를 지난다. 좁은 능선길이 가볍게 오르내린다. 호젓한 산길에서 모처럼 마주 오는 등산객을 반갑게 만난다.
암릉길
이정표
1시 25분, 이정표가 있는 삼거리에 이른다. 직진 길은 대성사로 내려서는 길이고, 호명호수는 오른쪽이다. 1시 32분, 고도 약 515m 정도의 T자 능선에 올라, 오른쪽으로 진행한다. 등산로 위에 N0.7이라고 쓰인 삼각점이 보인다. 1시 35분, 이정표가 있는 장자티고개로 내려선다. 오른쪽은 범우리로 내려서는 길이고, 열려있는 철문을 지나, 왼쪽으로 내려서면 대성사 계곡길, 오른쪽의 넓은 길이 호명호수가 있는 수리봉 오름길이다.
등산로 위의 삼각점
장자티고개
철책문
1시 46분, 전망대에서 호명호수를 굽어본다. 호명호수는 1979년 우리나라에서 최초로 축조된 양수발전용 저수지라고 한다. 저수지에서 산 동쪽 복장리에 있는 발전소와는 낙차 468m이지만, 발전용 물은 732m 길이의 수압 철관로를 통해 지하발전소로 쏟아져 내렸다가 호명산을 관통하는 2,475m 길이인 방수로 터널을 거쳐 다시 청평호(하부저수지)로 보내진다. 청평호의 물은 전력소모량이 가장 적은 심야에 다시 호명저수지(상부저수지)로 끌어 올려 진다. 현재 호명산 양수발전소에서는 발전기 2기에서 20만kw 전력을 생산하고 있다.(이상 펌)
전망대에서 본 호명호수
전망대에서 오른쪽으로 내려서서, 호수를 오른쪽에 두고, 이정표가 가리키는 상천역 방향으로 땡볕 속을 터덜터덜 걷는다. 1시 57분, 호명호 돌 표지 앞에서 차단기가 내려진 왼쪽 시멘트도로로 내려선다. 왼쪽으로 호명호 댐과 갈매봉을 바라보고, 조금 더 지나니 지나온 기차봉이 가깝게 보인다.
이정표
호명호수 길
표지석
호명호댐과 갈매봉
기차봉
2시 4분, 갈림길에 이른다. 시멘트도로는 왼쪽으로 굽어져 내리고, 등산로가 앞에 보이는 능선으로 이어진다. 등산로로 들어서서, 잡목 숲을 헤치고, 계단 길을 올라 2시 9분, 이정표가 있는 갈림길에 오른다. 오른쪽은 약 2.8Km 떨어진 상천역으로 내려서는 길이고, 직진은 대성사/청평검문소 길이다.
갈림길
상천역 갈림길 이정표
오른 쪽의 급경사 내리막을 지나 안부에 이르고, 이후 줄곧 완만하게 내려서는 호젓하고 순한 길을 산책하듯 부담 없이 걸어 내린다. 2시 23분, 상천마을회관 2.3Km를 알리는 이정표를 지나고, 2시 50분, 송전탑을 통과한다. 차 소리가 가깝게 들린다. 2시 51분, 이정표가 있는 갈림길에서 왼쪽 상천역 쪽으로 진행한다. 나중에 내려서서 알았지만, 공사로 인해, 상천역으로 이어지는 도로가 차단되어 한 동안 애를 먹는다.
송전탑
상천역 갈림길
울창한 잣나무 숲을 지나고, 시멘트도로로 내려서서 마을로 들어선다. 상천교회를 거쳐 상천초등학교 앞에 이르니 굴다리로 통하는 도로를 막아 놓았다. 할 수 없이 오른쪽 길을 따라 철도 공사장으로 들어서서, 작업 중인 인부에게 상천역 가는 길을 묻는다. 공사로 도로를 차단하여 길이 없으니, 위험은 하지만 조심해서 선로를 따라 가는 도리밖에 없다고 한다.
잣나무 숲
선로공사장
3시 24분, 상천역에 도착한다. 역사에는 인적이 전혀 없다. 당초에는 역사 화장실에 들러, 땀을 씻고, 옷을 갈아입은 후 46국도로 나와 버스를 기다릴 생각이었으나. 역 구내에 간이화장실 하나가 덜렁 놓여 있는 것을 보니, 땀을 씻을 만한 화장실도 없는 모양이다.
상천역
역을 나와 국도로 향한다. 그늘도 없는 땡볕 속을 걷자니 죽을 맛이다. 귀가하여 저녁 뉴스 때 안 이야기지만 경상도 일부 지역만을 제외한 전국에 폭염주의보가 내린 무더운 날씨였다고 한다. 3시 31분, 46번 국도로 나온다. 상행차선은 차가 밀려 거북이 걸음이다. 횡단보도를 건너 버스 정류장에서 버스를 기다린다. 10분 도 채 기다리지 않아, 운 좇게 시내버스가 도착한다.
국도에서 신호를 기다리고
시원하게 냉방이 된 버스에 오르니 비로소 살 것 같다. 4시경, 청평버스터미널에 도착하여 4시 30분 발, 동서울 행 버스표를 사려고 하니, 좌석은 없고, 입석뿐이라고 한다. 그럼, 몇 시 차에 좌석이 있냐고 물으니, 그 건 모른다는 대답이다. 맹랑하다. 차표사기를 유보하고, 우선 화장실로 가서 땀을 닦고 옷을 갈아입는다. 편의점에서 캔 맥주를 사들고, 마침 대기 중인 1330번 청량리행 시내버스의 출발시간을 알아본다. 4시 15분이다. 요금은 현금 1,700원, 카드 1,500원이다. 줄을 서서 버스에 올라 서울로 향한다.
(2009. 8. 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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