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평대교를 건너며 본 호명산

 

화야산은 가평군 외서면과 양평군 서정면에 걸쳐 있는 해발755m의 산이다. 용문산에서 서북으로 뻗어나간 지능선이 곡달산을 일으키고 배치고개를 넘어 다시 한차례 솟구쳐 화야산을 이룬다. 북으로 뾰루봉(709.7m), 남서쪽으로 고동산(600m)을 거느리고, 삼면이 북한강과 청평호로 둘러싸여 경치가 아주 좋은 곳이다. (이상 자료 발췌)

용문산-백암산-곡달산-화야산 줄기

 

2009년 8월 26일(수)

화요일은 집안일로 산행이 불가능하고 목요일은 비가 올 것이라는 예보다. 수요일을 산행일로 잡고 서울에서 가까운 화야산을 가기로 한다. 화야산은 대성리 일대에서는 가장 높은 산이다. 청평 쪽에서 접근하는 들머리의 해발고도가 100m 내외임에 비해, 화야산 높이가 755m이니, 짧은 구간에서 650m 정도의 고도차를 극복해야 한다. 어느 쪽에서 접근하더라도 결코 오르기가 쉬운 산은 아니다.

 

화야산은 뾰루봉과 고동산을 거느리고 있다. 따라서 이왕이면 3곳을 모두 커버하는 연계산행을 하고 싶지만, 한여름에 7시간 이상 걷는 것은 무리인데다. 마침 사촌동생이 동행하겠다고 하니, 산행시간을 5시간 정도로 잡고, 삼회2리 고동산 쉼터에서 출발, 고동산을 오르고, 화야산 정상에서 사기막골로 내려서는 코스를 잡는다.

 

8시 40분, 청량리 발 춘천행 열차에 오른다. 청평 도착시간은 9시 46분이다. 혹시나 해서 전날 인터넷으로 예약을 했더니, 기차표가 핸드폰에 뜨는 것이 신기하다. 붐비지 않고 조용한 열차에서 동생에게 오늘 산행코스를 설명하고 5시간 정도는 걸어야한다고 알려준다. 동생도 공부를 한 모양이다. 뾰루봉을 거쳐 화야산으로 많이들 간다는데 우리도 뾰루봉을 거치면 어떻겠냐고 묻는다.

 

뾰루봉을 거쳐 화야산에 올랐다. 사기막이나, 큰골 쪽으로 하산하려면 7시간 정도는 걸릴 것이라고 설명해도, 뾰루봉에 관심이 많은지, 한번 해보자는 대답이다. 잔뜩 흐린 날씨에 바람도 있어, 산행하기에 좋은 날씨라, 7시간 정도의 산행이 큰 무리는 아니겠고, 진행 상황을 보아 고동산을 거쳐 하산하게 되면 화야산종주도 가능하겠기에 좋다구나 계획을 바꾼다. 오늘산행은 『뾰루봉 식당-뾰루봉(709.7m)-화야산(754.9m)-고동산(600m)-수입1리』로 도상거리 약 13km, 중식 및 휴식시간 약 50분 포함, 총 7시간 17분이 소요된 산행이다.

화야산 개념도

 

기차는 9시 49분, 청평역에 도착한다. 버스터미널로 이동하여 설악 행 버스시간을 알아본다. 10시 20분, 20분 이상을 기다려야한다. 멀지 않으니 택시를 이용하기로 한다. 친절한 택시기사는 10시 8분, 등산안내도, 이정표 등이 있는 등산로 입구에 정차한다. 메타요금 6,800원, 7,000원을 주고 내린다. 산행준비를 마치고, 10시 13분, 울창한 잣나무 숲 사이로 이어지는 등산로를 따라 산행을 시작한다.

청평역

등산안내도

이정표

 

왼쪽은 물이 졸졸 흐르는 작은 계곡이고 오른쪽은 간벌 중인 잣나무 숲이다. 잣나무 숲 뒤로 능선이 보이는데 등산로는 계곡을 따라 이어진다. 간간이 표지기들도 보인다. 계곡을 두 차례 건너고, 10시 22분, 뾰루봉 정상 1.1Km를 알리는 이정표를 지난다. 이어 등산로는 계곡을 버리고 오른쪽으로 굽어져 한동안 가파른 오르막으로 이어진다. 10시 38분, T자 능선에 올라, 왼쪽으로 진행한다. 고도계의 수치는 300m를 넘어선다.

오른쪽 잣나무 숲 뒤로 보이는 능선.

이정표

 

가파른 오르막길을 힘들여 오른다. 등산로에 도토리가 지천으로 깔려있다. 이후 두 차례 T자 능선에 올라, 왼쪽으로 진행하자, 능선은 정남쪽으로 방향을 바꾼다. 작은 봉우리 하나를 넘고, 10시 45분, 안부에 내려섰다, 다시 가파른 오르막길을 오른다. 오른쪽에 토치카가 보인다. 10시 59분, 456m봉에 오르고, 능선안부를 지나 암릉 오르막길을 오른다.

T자 능선에서 왼쪽으로 방향을 유도하는 표지기들

오른쪽에 보이는 토치카

좁은 암릉길

 

11시 8분, 송전탑을 지나, 바위 하나를 오른쪽으로 우회하여 능선에 진입한다. 오른쪽으로 뾰루봉의 머리 부분이 빠끔히 보인다. 1분 후, ‘현위치: 화야4-4, 뾰루봉/ 화야산 갈림길’을 알리는 119긴급연락처 알림판을 지난다. 돌 많은 오르막 경사가 더욱 가팔라지며 경사를 따라 로프가 드리워져 있다. 이런 척박한 땅에 뿌리를 내린 노송 한 그루가 용트림을 하고 있다.

송전탑을 지나며 본 뾰루봉 정상부위

119 긴급 연락처

노송

 

11시 15분, 바위지대를 지난다. 이어 등산로는 암릉을 오른쪽으로 약 7분 동안이나 우회한 후 주능선으로 진입하여, 11시 31분, 550m봉을 넘고, 고목이 울창한 안부에 내려선 후, 모처럼 부드럽게 이어진다. 11시 39분, 뾰루봉 정상 400m를 알리는 이정표를 지난다. 뾰루봉 정상 1,1Km를 알리는 이정표를 지난 시각이 10시 22분 이었으니, 700m를 진행하는데 1시간 17분이나 걸린 셈이다. 쉽지 않은 구간이다.

바위지대


 

암릉 오른쪽 우회

고목이 있는 안부

이정표

 

완만한 오르막길이 이어진다. 고사목이 등산로를 가로 막고 누어있다. 11시 55분, ‘하산로 뾰루봉 식당 2.1Km’를 알리는 표지판을 지나고, 이어 T자 능선에서 오른쪽 암릉으로 오르니, 비로소 정상표지석이 있는 뾰루봉 정상이다. 이번에는 400m를 약 34분 만에 오른다. 좁은 정상에 젊은 부부가 점심상을 펼치고 있다. 시야가 트인 암봉에 서지만 유감스럽게도 보이는 것은 안개뿐이다.

등산로를 가로 막고 누운 고사목

뾰루봉 정상석

 

정상에서 캔 맥주를 마시며 잠시 휴식을 취한다. 젊은 부부도 우리와 같은 코스로 올랐다고 한다. 차를 가져와서, 식사 후, 같은 코스로 하산한다고 한다. 나중에 보니 이들 부부가 오늘 산행 중에 우리들이 만난 유일한 사람들이다. 10분 정도 휴식을 취한 후, 12시 6분, 이들과 작별을 하고, 화야산으로 향한다. 12시 19분, 화야산 4.98Km, 양지말 2.4Km를 알리는 이정표를 지나고, 4분 후, 또 다른 이정표가 있는 소야골 삼거리를 넘는다.

양지말 갈림길 이정표

소야곡 삼거리 이정표.

 

12시 29분, 화야산 4.1Km를 알리는 이정표를 지나고 나니, 등산로는 멋진 산책로 변하고, 나뭇가지 사이로 가끔씩 햇살이 비치는데, 가볍게 부는 바람결이 싱그럽다. 이런 길을 걸어보지 못하고 바로 험한 길로 하산하여야 하는 두 부부를 문득 떠올리며 아쉬움을 느낀다. 이런 산책길이 고도 600m대를 유지하며 한동안 가볍게 오르내린다. 12시 49분, 화야산 3.3km를 알리는 이정표를 지나고, 1시 8분, 사거리안부에 내려선다. 오른쪽은 삼회리 절골(3.7Km), 왼쪽은 크리스탈 생수공장(1.6Km)으로 이어지는 길이다. 이정표는 화야산 정상까지 2.5Km 남았다고 알려준다.

멋진 산책로

절골 사거리안부

 

등산로는 암릉을 한차례 오른쪽으로 우회하고, 로프가 걸린 가파른 오르막으로 이어진다. 코를 땅에 박고 가파른 길을 힘들게 오른다. 바람이 선들선들 불어 더운 줄 모르겠다. 1시 30분, 고도 약 600m 정도의 봉우리 공터에 자리를 잡고 점시식사를 한다. 땀이 식으며 오싹 추위가 느껴진다. 30분 정도 느긋하게 식사를 하고 왼쪽으로 완만한 능선을 따라 내린다.

중식 채비

 

곧이어 화야산 정상 1,9km를 알리는 이정표를 지나고, 봉우리 하나를 오른쪽으로 우회한다. 아마도 개념도에 표기된 670m봉을 우회하는 모양이다. 울창한 참나무 숲 사이로 등산로가 부드럽게 오르내린다. 여기저기 멧돼지 흔적이 보인다. 고산을 걷는 기분이다. 2시 23분, 화야산 정상 700m를 알리는 이정표를 지나, 3분 후, 사거리 안부에 이른다. 왼쪽은 솔고개, 오른쪽은 절골로 이어지는 길이다. 화야산 정상까지는 이제 500m가 남았다.

670m봉 오른쪽 우회

 

울창한 참나무 숲

솔고개, 큰골 갈림길 안부

 

가파른 길을 힘들여 오른다. 고도계의 수치가 700m를 넘어선다. 오른쪽의 나지막한 봉우리로 이어지는 갈림길에 이른다. 정상이 아닌가? 착각할 수도 있으나, 정상은 직진하는 뚜렷한 길을 따라야한다. 곧이어 정상 0.1km를 알리는 표지판을 지나고, 2시 46분, 너른 헬기장인 화야산 정상(754.9m)에 오른다. 깃대에 태극기가 걸려있다. 한발 먼저 오른 동생이 등산화까지 벗어 놓고 편한 자세로 쉬고 있다.

정상 직전의 오른쪽 나지막한 봉우리

화야산 정상

정상에서 편한 자세로 쉬고 있는 동생

 

정상에는 정상석이 두 개, 삼각점, 그리고 이정표가 보인다. 사방이 나무로 가려 시야를 방해한다. 이정표는 뾰루봉 정상 4.7Km, 고동산 3.6Km, 삼회2리 4,8Km, 상율림 임도 1,0Km 라고 알려준다. 힘이 드는지, 동생은 고동산을 들르지 말고 바로 하산하자고 한다. 아직 3시도 안된 시각, 여기서 고동산을 포기하자니 아깝다. 어디로 가도 2시간 정도면 하산이 가능하고 계곡길보다는 능선길이 걷기 편하다고 설득을 하고, 고동산으로 향하다 계곡으로 빠지는 길이 여러 차례 있으니 일단 가보자고 유도한다.

정상석

삼각점

 

2시 58분, 동생이 말 없이 하야산을 앞서 내려선다. 돌 많은 가파른 내리막을 달려 내린다. 이윽고 등산로가 부드러워지며, 3시 28분, 고도 620m 정도의 삼거리 안부에 내려선다. 오른쪽이 삼회2리로 내려서는 길이다. 이후 고만고만한 봉우리 3개를 넘고, 3시 52분, 또 다시 이정표가 있는 삼거리안부에 내려선다. 이제 고동산까지는 1Km가 남았다. 동생에게 계속 가겠냐고 묻는다. 여기까지 왔으니 내쳐가자며 앞장을 선다.

첫 번째 삼거리 이정표

두 번째 삼거리 이정표

 

사방이 어둑해 지고, 바람이 거세진다. 한소나기 쏟아질 기세다. 걸음이 빨라진다. 3시 57분, 헬기장을 지나고, 4시 3분, 고동산 400m를 알리는 이정표를 지나 안부에 내려섰다, 암릉길 오르막을 오른다. 4시 16분, 정상석 2개가 나란히 서 있는 고동산 암봉에 오른다. 비로소 서쪽으로 조망이 트여 북한강이 내려다보인다.

고동산 직전 이정표

고동산 정상석

남서쪽 조망

서쪽 조망

 

고동산을 내려서서 수입1리로 하산한다. 빗방울이 후둑후둑 떨어진다. 안부에 내려섰다, 4시 37분, 돌탑이 있는 전망대에 선다. 고동산과 그 오른 쪽으로 화야산이 보인다. 비가 제법 세차게 내린다. 서둘러 1.85Km 떨어진 수입1리를 향해 가파른 비탈길을 내려선다.

전망대

화야산 방향의 연봉들

 

가파르고 거친 암릉길이 이어진다. 로프가 길게 드리워져 있다. 비에 젖어 미끄러운 길을 조심스럽게 내려선다. 이윽고 암릉을 벗어나 순한 능선길을 따라 내린다. 빗발이 가늘어지더니 어느 사이에 멈춘다. 5시 16분, 갈림길에서 왼쪽으로 내려선다. 흐린 날씨에 울창한 숲에 가려 산행 중에는 보지 못했던 산들을 하산하여 비로소 멀리 가까이 본다. 5시 24분, 수입1리 300m를 알리는 이정표를 지나 시멘트도로를 따라 내린다. 5시 30분, 수입3리 돌 표지가 서 있는 391번 국지도에 내려선다.

암릉 로프길

하산해서 비로소 보는 산들

391번 국지도

 

왼쪽에 보이는 부동산 간판을 보고 도로를 따라 내린다. 하지만 상점은 굳게 닫혀있고 인적이 없다. 우선 개울가로 내려가 땀을 씻고, 옷을 갈아입은 후, 저 아래 보이는 슈퍼로 향한다. 캔 맥주를 사 마시며, 청평 가는 차편을 알아본다. 슈퍼 아주머니는 도로를 따라 북쪽으로 조금 걸어가면 삼거리가 나오는데, 그곳에서 6시 버스를 탈 수 있으니, 서두르라고 독촉이 심하다. 삼거리에 이르니 6시 2분이다. 버스도 버스정류장도 보이질 않는다. 오른쪽 고개 쪽으로 향하다. 뮤직 카페 앞에서 청평 콜택시를 호출한다.

삼거리

약 15분 후에 택시가 도착한다. 공교롭게도 아침에 이용했던 택시다. 기사양반도 흔치 않은 우연이 무척 반가운 모양이다. 청평역에 도착하니, 운 좋게 몇 분 연착한 기차가 막 역으로 들어온다. (택시요금 17,000원) ‘3시간 산행에 3시간 하산주’ 식의 산행에 익숙한 동생이 오늘은 고생이 많았겠지만, 모처럼의 멋진 산행에 보람을 느꼈으면 하는 바람이다.

 

(2009. 8. 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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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Urimah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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