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인산 가는 길

 

경기도 가평군 북면 백둔리와 하면 상판리의 경계를 이루는 연인산(1,068m)은 명지지맥에 속하는 산이다. 한북정맥은 강씨봉(830m)과 청계산(849m) 사이의 무명봉(약 890m봉)에서 지맥을 분기하여 귀목봉(1036m)-명지3봉(1199m)-연인산(1068m)-우정봉(906m)-매봉(929m)-깃대봉(706m)-대금산(706m)-불기산(601m)-주발봉(489m)-호명산(632m)을 지나 조종천이 북한강에 합수하는 지점까지 이어지는 약 41km의 산줄기를 형성한다.

명지지맥


 
수도권에서 가깝고, 아름다운 비경과 명소가 많아, 한국의 산하에서 집계한 접속통계에서 69위를 차지할 정도로 인기가 높다. 1,000m 넘는 큰 산이지만 부드러운 육산이라 산행에 큰 어려움이 없고, 정상에 오르면 사방이 탁 트여 조망이 시원하다. 특히 부드럽고 완만한 지능선들이 'ㄷ자' 형태로 감싸고 있는 용추구곡의 빼어난 아름다움이 유명하다.

 

연인산은 2005년 9월13일 남한산성에 이어 두 번째로 경기도립공원으로 지정됐다. 범위는 가평읍 승안리와 경반리, 북면 백둔리, 하면 마일리 일원으로, 면적은 37.5㎢이다. 연인산 정상을 비롯하여 매봉(929m), 우정봉(906m), 칼봉(899m), 장수봉(879m), 노적봉(859m) 등 6개 큰 봉우리와 용추계곡, 연인샘. 장수샘, 수락폭포 등을 포괄한다. 연인산 정상 일원은 매년 봄 연인산 철쭉제가 열릴 만큼 수만 평 넓이에 만발하는 철쭉으로 유명하다. 철쭉 외에도 산자락 곳곳에는 양지꽃, 노란제비꽃, 얼레지, 은방울꽃, 원추리, 붓구슬봉이꽃 등 야생화들로 화사하게 수를 놓는다. (이상 관련자료 발췌)

 

2009년 9월 9일(수).

청명한 가을 날씨다. 매제와 사촌동생과 함께 연인산을 찾는다. 몇 차례 함께 산행을 하더니 재미를 붙인 모양이다. 특별한 일이 없으면 함께 가려고 한다. 나 홀로 산행을 항상 불안해하고, 못마땅하게 여기던 집사람이 제일 반긴다. 오늘코스는『국수당-우정고개-우정봉-정상-소망능선-연인교』로 도상거리는 약 11Km, 산행시간은 중식 및 휴식 시간 1시간 20분을 포함하여 총 6시간 15분이 걸렸다

연인산 지도

 

8시 10분, 청량리 환승 버스장에서 현등사행 1330-44번 버스를 기다린다. 이 버스는 현리를 거쳐 현등사까지 가는 버스다. 만약 두 사람이 연인산을 힘들어한다면 운악산으로 산행지를 바꿀 수도 있어 이 버스를 기다리는 것이다. 끊임없이 버스들이 도착하고 출발한다. 하지만 기다리는 버스는 예정시간인 8시 20분이 지나도 모습을 보이지 않는다. 현리까지만 가는 1330-4번 버스라도 오면 타겠다고 생각하지만 이 버스도 종무소식이다. 8시 38분, 비로소 1330-44번 버스가 도착한다.

 

버스를 타고, 연인산이 힘들겠다고 생각되면 운악산으로 가도 좋다고 하니, 두 사람, 오기가 생기는 모양이다. 군소리 없이 연인산으로 가자고한다. 수도권을 벗어나면서 차창 밖으로 보이는 풍광이 달라진다. 멍하니 차창 밖을 바라보고 있노라면 마치 여행을 떠나는 기분이다. 10시 5분 경, 버스는 현리버스터미널에 도착한다. 마일리로 가는 버스는 10시 20분에 있다. 15분만 기다리면 되니, 구지 택시를 탈 필요가 없다. 여유 있게 산행준비를 하며 시간을 죽인다.

 

정확히 10시 20분에 출발한 버스는 10시 55분, ‘연인산 도립공원 마일지구/1.6Km’를 알리는 표지판이 있는 등산로 입구에 도착한다. 잘 포장된 도로, 하늘을 찌를 듯 쭉쭉 뻗은 나무들, 멀리 보이 부드러운 산 능선, 뭉게구름이 둥실 떠있는 파란 하늘, 흡사 외국에 있는 공원에 들어선 느낌이다.

들머리 도착

 

투명하게 맑은 초가을 날씨다. 바람까지 살랑 불어주니 더 할 수 없이 상쾌하다. 11시 6분, '연인산 도립공원 1Km'를 알리는 표지판, 연인식당 안내판, 그리고 커다란 등산안내도가 있는 주차장을 지나 임도를 걷는다. 오른쪽에 보이는 매봉(929.2m)이 아름답다. 연인산(우정능선) 5.9Km를 알리는 이정표를 지나고, 차량출입을 막는 차단기를 통과하여 계곡길로 들어선다.

주차장의 표지판들

연인산 등산안내도

매봉

계곡길로 들어서고

 

돌 많은 계곡길을 따라 오른다. 길가에 물봉숭아가 흐드러지게 피어있다. 11시 21분, 연인산 도립공원 경내로 들어서고, 곧이어 오른쪽 등산로를 이용하라는 안내판을 지난다. 11시 36분, 갈림길에서 왼쪽으로 진행하여, 10분 후에는 작은 너덜지대를 지난다. 고개마루턱이 가까운 모양이다. 하늘이 보인다. 11시 54분, 이정표가 있는 너른 우정고개에 오른다. 오른쪽은 매봉 가는 길(2.2Km), 왼쪽 임도는 연인능선을 타고 정상에 오르는 길(3.4Km)이고, 왼쪽 능선길은 우정능선을 지나 정상에 이른다.(4.3Km)

길가에 지천으로 깔린 물봉숭아

연인산 도립공원 경내

고개마루턱이 가깝다.

우정고개

이정표

 

우정능선으로 들어선다. 아름드리 잣나무 숲 옆으로 너른 방화로가 완만하게 이어진다. 새삼 공기냄새도 달라지는 느낌이다. 오르막길이 점차 가팔라진다. 12시 6분, T자 능선에 오른다. 앞서 오른 두 사람이 쉬고 있다. 쉬지 않고 천천히 걷는 내가 앞장을 서서 오른쪽으로 진행한다. 너른 방화로가 가볍게 오르내리며 서서히 고도를 높인다. 길섶의 노란 야생화가 눈길을 끈다.

잣나무 숲을 지나고.

빽빽한 잣나무 숲

야생화

 

12시 26분, 헬기장을 지난다. 이정표는 연인산 정상까지 2.7Km가 남았다고 알려준다. 12시 31분, 작은 오르막을 올라 평탄해진 방화로에 자리를 잡고 점심식사를 한다. 등산화까지 벗어 놓고 퍼질러 앉아 맥주로 목을 축이고, 김밥과 떡으로 식사를 한다. 땀이 식으니 춥다. 배낭에서 옷을 꺼내 입는다. 울창한 참나무 숲 사이로 비치는 햇살이 맑고 곱다. 사과와 포도로 후식까지 즐기고 1시 30분, 산행을 속개한다.

이정표

가을 햇살이 곱게 비쳐 내리는 숲길

 

1시 34분, 두 번째 헬기장을 지난다. 고도계의 수치는 850 이다. 암릉이 나타나며 가팔라진다. 두 차례 전망바위에 올라, 우정능선, 깃대봉(910), 전패봉(709), 매봉, 운악산(936), 그리고 멀리 축령산(876)과 서리산(825)을 바라보고, 1시 54분, 이정표가 있는 우정봉(906)에 오른다. 이제 정상까지의 거리는 2.0Km다.

우정능선

깃대봉, 전패봉

멀리 축령산, 서리산

운악산

우정봉

우정능선과 매봉

 

우정봉에서 내려서서 억새가 우거진 안부를 지나고, 봉우리 두 개를 넘는다. 2시 31분, 정상 800m를 알리는 이정표를 지나고, 2시 34분, 헬기장에 올라 20도 방향으로 귀목봉(1036), 명지산(1267), 명지3봉을 보고, 40도 방향의 연인산을 카메라에 담는다. 이어 안부에 내려서서, 연인산을 우러러 보고, 연인산을 오르다 뒤돌아 우정능선과 운악산을 카메라에 담는다.

귀목봉, 명지산, 명지3봉

연인산

연인산 오르는 길

우정능선과 운악산

 

2시 42분, 정상 300m를 알리는 이정표를 지나고, 2시 57분, 연인산 정상(1068m)에 오른다. 정상에는 삼각점<일동 309, 2006 재설>, 방위각을 새겨 놓은 암반, 정상석, 이정표 등이 보이고, 먼저 오른 등산객들이 주위를 들러보며 열심히 산(山) 공부를 하고 있다. 백둔리에 산 다는 부부, 그리고 명지산까지 간다는 젊은이 두 사람이 주위를 둘러보며 주위에 보이는 산 이름을 대고 있다.

 

정상의 모습을 카메라에 담으로는 데 배터리가 다 됐다는 사인이 나온다. 배낭을 벗어, 예비용 배터리로 갈아 끼운다. 헌데 어쩐 일인지 역시 배터리가 다 됐다는 사인이다. 아뿔싸! 예비용 배터리 충전하는 것을 잊어버린 모양이다. 이후의 사진은 선답자들의 사진을 퍼온 것이다.

정상석(펌)

정상의 이정표(펌)

방위각이 새겨진 반석(펌)

 

사방이 트여 조망이 좋다. 북동쪽으로 명지3봉, 화악산(1468.4m), 그리고 멀리 대성산(1175m)까지 눈에 들어오고, 북서쪽으로는 귀목봉, 그 너머로 한북정맥 산줄기가 아련한데, 남동쪽으로는 칼봉이 우뚝하다. 3시 6분, 백둔리를 향해 연인산을 내려선다.

화악산, 대성산이 보이고(펌)

귀목봉 너머 한북정맥(펌)

칼봉 방향

 

백둔리 발 가평 행 버스가 6시 20분에 있으니 시간이 널널하다. 정상을 내려서서 그늘에 자리를 잡고, 남은 음식으로 간식을 즐긴 후, 3시 31분, 다시 산행을 속개한다. 3시 34분, 이정표가 있는 장수샘 갈림길을 지나고, 3시 47분, 소망능선으로 들어서서, 로프가 드리워진 가파른 내리막길을 달려 내린다.

소망능선 갈림길 이정표(펌)

 

빽빽하게 들어찬 잣나무 숲을 지난다. 이명박 대통령과 동갑인 매제가 대통령이 불쌍하다고 한다. 아이들까지도 쥐박이, 쥐박이 해대는데, 그 수모를 겪으며 왜 대통령을 하는지 모르겠단다. 그렇다고 사명감을 갖고, 소신껏 일 하는 것도 아니고, 이 눈치, 저 눈치를 보며 시달리는 것이 보기 딱하다는 이야기이다. 이처럼 멋진 길을 걷다보니 대통령도 부럽지 않은 모양이다.

 

4시 32분, 묘역에서 왼쪽으로 내려선다. 차 소리가 가깝게 들린다. 산길을 벗어나 임도로 내려선다. 왼쪽으로 맑은 계류가 흐르는 계곡이 따라온다. 오른쪽에는 주차장 확장공사가 한창이다. 다리를 건너고, ‘러브랜드’ 아치를 지나, 펜션단지를 따라내려. 5시 10분, 연인교를 건넌다. 길가에 좌판을 벌려놓고 사과를 파는 아주머니에게 식당을 묻는다.

 

이 근방에는 식사할 곳이 마땅치 않고, 목동까지 가면, 식당도 많고 청량리까지 가는 버스도 자주 있다고 한다. 매제가 사과 한 상자를 사서 세 봉다리로 나누는데, 마침 타이탄 트럭이 멈춰 서더니, 젊은 양반이 내려 사과를 산다. 사과 파는 아주머니가 가는 곳을 묻더니, 이 양반들을 목동까지 태워다 주면 어떻겠느냐고 묻는다.

 

아주머니 덕에 트럭에 편승하여 5시 35분 경, 목동 버스터미널에 도착한다. 시간표를 보니, 6시 15분, 청량리 행 버스가 있다. 인근 식당에 들러 손두부 전골을 주문하고 터미널 화장실에서 땀을 닦고 옷을 갈아입는다. 손부두 전골 맛이 일품인데. 맥주 두 병을 포함한 식대가 21,000원이다. 버스는 정확히 6시 15분에 청량리를 향해 출발한다.

 

(2009. 9. 11.)

Posted by Urimah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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