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암봉 쪽에서 본 관모봉, 태을봉

서울 서남부 일대에는 좋은 산이 많지 않다. 북한산에 올라보면 관악산 오른편으로는 수리산을 제외하고는 별다른 산이 없다. 산이 거의 없는 서울 서남부와 서부, 북서부 등 김포평야 일대로 돌아가기 직전에 우뚝 솟은 마지막 산이 수리산이다.

수리산은 경기도 안양시와 시흥시, 군포시와 그리고 화성군 반월면의 경계에 있는 산으로 울창한 숲과 태을봉(489m), 슬기봉(469m), 관모봉(426m) 및 수암봉(395m)과 같은 영봉으로 이루어져 있어, 조망이 좋으며, 진달래가 특히 많고 교통이 매우 편리한 산이다. 정상으로 이어지는 능선에 올라서면 안양시가 한눈에 내려다 보이고 수원으로 이어지는 고속도로가 주능선과 나란히 뻗어 있다.

수암동에서 본 수암봉

안성 칠장산에서 시작해서 김포 문수산까지 이어지는 한남정맥이 이 수리산의 슬기봉, 수리봉을 지나 목감동으로 이어진다. 그러나 슬기봉 정상을 군부대 레이더기지가 차지하고 있어, 군포시민들은 전위봉인 420m봉에 정상 푯말을 세워 정상을 대신하게 한다.

슬기봉

수리산은 광주 남한산성과 가평의 연인산에 이어 세 번째로 경기도의 도립공원으로 지정된 산이다. 비록 산림청의 100대 명산에는 들지 못하지만 한국의 산하에서 집계한 접속순위 100대 명산 중 45위를 차지할 정도로 인기가 높다. (이상 관련자료 발췌)

2009년 8월 4일(화).

8월 달로 들어섰는데도 장마가 계속된다. 올 여름에는 예년에 비해 비도 많이 오고, 장마도 제일 길다는 기상청의 이야기다. 모처럼 맑은 날씨다. 매제와 사촌동생과 함께 수리산을 찾는다. 오늘 코스는 『안양시 명학동-관모봉-태을봉-슬기봉-군부대 우회-수암봉-안산시 수암동』으로 산행거리 약 10Km에, 산행소요시간은 점심시간 30분포함, 약 5시간 30분이다.

수리산 지도

9시 30분, 지하철 1호선 명학역에서 일행과 만나 간단히 산행준비를 한 후, 성결대학교로 향한다. 9시 42분, 성결대학교 사거리에서 신호를 기다린다. 정면에 관모봉이 우뚝하다. 8분 후, 대학교 정문을 지나 계속 도로를 따라 걷는다. 도로가 오른쪽으로 굽어지고, 9시 53분, 성문여중고 교문 앞에 이른다. 오른쪽 건물 벽에 ‘등산로 입구’를 알리는 표지판이 보인다.

성결대학교 사거리

성문여중고 교문

등산로 입구

건물을 왼쪽에 끼고 등산로가 이어진다. 계단 길을 지나니, 넓은 등산로가 울창한 소나무 숲 사이로 완만하게 오른다. ‘봉정약수터’, ‘명상의 숲’ 등의 위치를 알리는 이정표들이 보인다. 수리산 삼림욕장으로 들어선 것이다. 인근의 산책객들을 자주 만난다. 관모봉 가는 길을 물으니, 이 길을 쭉 따라 오르다, 갈림길에서 왼쪽으로 진행하라고 친절하게 알려준다.

첫 번째 만난 이정표

울창한 송림

명상의 숲을 지나고, 10시 6분, 이정표를 만난다. <성문교 200m, 수리산 정상 1,240m> 도심 가까운 곳에 이처럼 울창한 숲이 있다는 것이 놀랍다. 여기서 이야기하는 수리산 정상은 관모봉을 의미하는 모양이다. 등산로가 오른쪽으로 굽어지며 통나무 계단길이 이어진다. 10시 10분, 이정표가 있는 능선 사거리에 올라, 왼쪽 능선으로 진행한다. <수리산 정상 950m, 만안여성회관 750m, 만남의 광장 1320m>

명상의 숲

통나무 계단길

능선 사거리

10시 20분, T자 능선에 올라, 왼쪽으로 진행하고, 10분 후 전망바위에 선다. 동북방향으로 안양시가지와 그 너머로 관악산과 삼성산이, 남쪽으로는 성결대, 영동고속도로, 그리고 왼쪽 멀리 광교산이 희미하게 보인다. 조금 더 오르니 바위 두 개가 우뚝 선 또 다른 전망대에 이른다. 동네 아이들이 바위에 앉아 주위의 조망을 즐기고 있다.

안양시가지, 삼성산, 관악산

선바위 전망대


 

 

 

 

 

 

철계단

로프가 걸린 가파른 암릉길과 철계단을 지나 10시 45분, 태극기가 계양된 관모봉(426.2m)에 오른다. 성문중고교 정문을 지나, 등산로로 들어선 후 52분이 경과한 시각이다. 정상석, 관모봉 안내판, 119 안내판, 조망안내판 등이 보인다. 남서쪽으로 가야할 태을봉이 커다랗다.

관모봉 정상의 태극기


정상석


조망안내판


태을봉


노랑바위 갈림길 이정표

암릉길을 내려서서 이정표가 있는 안부에 이른다. 이정표는 태을봉까지의 거리가 630m라고 알려준다. 신작로처럼 넓은 등산로를 산책하듯 걷는다. 10시 55분, 이정표가 있는 노랑바위 갈림길에 이른다. 가벼운 차림으로 산책을 나온 인근 주민들이 벤치에 앉아 쉬고 있다. 소나무 사이로 이어지는 가파른 오르막길을 올라, 11시 10분, 태을봉 헬기장에 오른다. 주변 여기저기에 헬기로 운반된 도립공원 정비용 자재들이 쌓여 있다.

휴식


태을봉 정상 헬기장


정상석

태을봉(489.2m)은 수리산의 최고봉이다. 삼각점, 정상석, 그리고 전망안내판이 보인다. 표지석 뒷면에는 “큰독수리가 두 날개를 펼치고 날아 내리는 모습을 ‘태을’이라 한다.”라는 안내문이 음각돼 있다. 이 설명에서 수리산이란 이름의 ‘수리’는 순수한 우리말로 ‘독수리’를 의미하고 있음을 알 수 있겠다. 울창한 송림이 그늘을 만들어 주지만 한여름에 한 시간이 넘게 오르막길을 오르고 보니, 무척 덥다. 그늘에 앉아 8분 정도 휴식을 취한다.

정상석 뒷면


삼각점


전망안내판


병풍바위

태을봉에서 3분 정도의 거리에 병풍바위가 있다. 암릉길과 우회로, 2개의 길이 나있다. 일행 둘은 곧바로 오른쪽 우회로로 내려서고, 혼자서 암릉을 오른다. 좁고 날카로운 암릉을 네발로 기어서 오르고 내려야한다. 스틱이 거치적거린다. 되돌아, 로프가 걸려 있는 우회 길로 내려선 후, 주능선으로 진입한다. 오른쪽으로 수암봉과 수암터널이 내려다보인다.

119 표지판


주능선 암릉길


수암봉과 터널


전망바위에서 본 산본 아파트단지

11시 30분, 전망바위에 올라 지나온 태을봉을 뒤돌아보고, 남쪽으로 산본 아파트 단지를 굽어본다. 암릉길을 내려서며. 정면으로 슬기봉 정상의 군부대 시설을 바라보고, 오른쪽으로 이어지는 능선과 수암봉을 카메라에 담는다. 11시 58분, 슬기봉 1100m를 알리는 이정표를 지나고, 4분후, 칼바위 부근을 알리는 119안내판을 본다.

암릉길


슬기봉


이정표


칼바위표지

12시 9분, 칼바위에 이르러, 로프가 걸려있는 오른쪽 우회로로 통과한다. 12시 20분, 밧줄바위를 내려서고, 슬기봉 320m를 알리는 이정표를 지난 후, 오르막길에서 오른쪽 전망바위에 오른다. 태을봉과 지나온 능선, 그리고 왼쪽으로 수암봉에서 북쪽으로 이어지는 능선이 멋지게 펼쳐진다.

칼바위


지나온 칼바위


밧줄바위


전망바위에서 본 태을봉과 지나온 능선


삼각점



슬기봉 안내판


12시 36분, 슬기봉에 오른다. 슬기봉 정상(469m)은 군부대가 점유하고 있어, 그 전위봉을 슬기봉이라 하고, 삼각점, 슬기봉 안내판, 전망안내판 등을 마련해 두었다. 바위에 뿌리를 내린 소나무 한 그루가 눈길을 끈다. 군포시청, 수리산역, 감투봉 등이 내려다보이는 위치다.

슬기봉에서 본 조망


통제구역 이정표


군부대 철조망

슬기봉을 내려서니, 앞서 진행하던 일행 둘이 점심상을 차려 놓고 기다리고 있다. 3시간 정도의 웰빙 산행으로 알고 따라왔다가, 무더위 속에서 거친 암릉길을 오르내리다 보니, 많이 지친 모양이다. 시원한 맥주로 목을 축이고, 김밥과 떡으로 여유있게 식사를 한다. 약 30분 동안 식사를 즐긴 후, 1시 20분, 산행을 속개하여, 1분 후, 이정표가 있는 만남의 광장 갈림길에 내려선다.

철조망 옆 나무통로 입구

직진하여 통제구역으로 들어선다. 지난해 한남정맥을 하면서 지났던 군부대의 험한 철조망 길을 떠 올리니 은근히 걱정이 된다. 12시 26분, 군부대 철조망 앞에 도착한다. 뜻밖에도 전에 없던 나무통로와 계단길이 군부대를 우회하여 길게 설치돼있다. 도립공원이 되면서, 관모봉에서 수암봉까지 이어지는 말굽형 능선을 하나로 연결하겠다는 의도로 만들어진 시설인 모양이다. 군부대 시설을 차폐하기 위해 아치형 덮개까지 마련한 나무통로다.

나무통로 1


나무통로 2


시설이 있는 슬기봉 정상

나무통로 끝, 군사도로 입구

나무통로를 따라 널널하게 걷는다. 군부대 시설이 점하고 있는 슬기봉 정상이 눈앞에 가깝다. 12시 36분, 나무통로가 끝나고, 부대 정문으로 이어지는 군사도로로 내려선다. 이어 수암봉 1.85Km를 알리는 이정표를 지난다. 나무통로가 끝나고, 군사도로로 들어서는 곳에서 수암봉까지의 거리가 1,52Km라는 표지를 보았는데 어찌된 것인지 영문을 모르겠다.

이정표


갈림길


수암봉 가는 길

1시 40분, 갈림길에 이른다. 군사도로를 따라 오른쪽으로 내려서면, 안양이고, 수암봉 가는 길은 왼쪽 공터를 지나 산길로 들어선다. 왼쪽으로 진행하여, 정자 옆 계단을 오른다. 산 사면을 따라 산책로처럼 너른 등산로가 완만하게 이어진다. 1시 50분, 너른 평상이 있는 둔덕을 넘어, 사면길을 걷는다. 왼쪽으로 철조망과 접근금지 팻말이 보인다.

접근금지 팻말


군포갈림길 이정표


안부의 주점

1시 55분, 이정표가 있는 군포 갈림길에서 오른쪽으로 철조망을 따라 내려선다. 정면으로 수암봉이 보인다. 이어 간이주점이 있는 안부를 거치고, 안산 갈림길을 지나, 2시 16분, 헬기장에서 수암봉을 가까이 본다. 수암봉 가파른 오르막길에는 로프가 설치돼있다. 2시 26분, 전망바위에 서서, 관모봉에 태을봉을 거쳐 슬기봉으로 이어지는 장쾌한 능선, 그리고 슬기봉에서 수암봉 앞 헬기장으로 떨어지는 멋진 능선을 카메라에 담는다.

헬기장에서 본 수암봉


수암봉 정상석

안양시 부근 조망안내

2시 29분, 수암봉 정상(395m)에 오른다. 안산지방에는 예로부터 수암봉(秀岩峯)이 독수리가 날개를 편 형상이라 해서 독수리봉(취암(鷲岩)이라고 불렀다고 한다. 정상석, 안양시 부근 조망안내도 등이 보인다. 수리터널과 외곽순환도로를 굽어보고, 수암봉에서 북쪽으로 흐르는 능선을 바라본다. 이 능선은 중간의 335m봉에서 좌우로 분기한다. 왼쪽은 한남정맥 마루금이고, 오른쪽은 안양의 장박골로 내려서는 하산로다. 암봉인 정상에는 햇볕을 가려줄 나무 한 그루 없다. 정상에서 내려선 벤치에 앉아 잠시 휴식을 취하고, 2시 50분, 수암동으로 하산을 시작한다.

태을봉과 수리터널


수암봉에서 북쪽으로 흐르는 능선


수암동으로의 하산로


암벽길

정상에서 수암동으로 내려서는 길은 두 가지다. 하나는 왔던 길을 도로 내려서서 헬기장을 지나 오른쪽 골짜기로 빠지는 계곡길, 다른 하나는 정상에서 왼쪽 암릉으로 내려서는 암벽길이다. 암벽길로 내려선다. 가파른 암릉길이지만 그리 위험하지는 않다. 암릉을 내려서면서 보는 조망이 빼어나다. 10분 쯤 내려서니 암벽길이 끝난다.

암벽길에 걸린 로프


암벽길 끝

3시 9분 전망대 갈림길에서 왼쪽으로 내려서고, 3시 21분, 이정표가 있는 갈림길에서 왼쪽 주차장 길로 진행한다. 3시 23분, 길가의 팥빙수 집으로 들어선다. 수암봉이 멋지게 올려다 보인다. 시원한 팥빙수로 더위를 식히고, 개울가로 내려가 땀을 닦고, 젖은 옷을 갈아입은 후, 가뿐해 진 몸으로 도로를 따라 내려선다. 마을버스 정류장에 이르니, 길 건너에 생맥주 집이 반긴다.

하산길에 본 외곽 순환도로


갈림길 이정표

생맥주 집으로 들어선다. 에어 콘이 가동 중인 실내가 천국이다. 뒤풀이를 마치고, 5시 30분 경, 42번 국도변 버스정류장에서 320번 좌석버스에 올라, 광명 사거리 역에서 지하철로 바꾸어 탄다. 귀로의 지하철 속에서 오늘 산행을 반추해 본다. 해발고도 500m도 안 되는 수리산... 하지만 멋진 봉우리들로 산세가 빼어나게 아름답다. 아마도 이런 멋진 산의 기를 받아, 김연아 같은 세계적인 인물이 배출된 모양이다.

(2009. 8. 6.)

Posted by Urimah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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