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단산 (黔丹山) 은 한강과 접해 있어 산세의 막힘이 없고 동, 서, 북 3면의 조망이 뛰어 난 산으로 팔당댐은 물론, 북한강과 남한강의 합류 지점인 양수리 일대를 시원하게 내려다 볼 수 있고, 예봉산, 운길산, 도봉산, 북한산 등을 조망할 수 있다. '검단'이란 산 이름은 백제 위덕왕 때 검단 이라는 도인(道人)이 은거하여 유래했다는 설과 각처에서 한강을 이용하여 한양으로 들어오는 물산이 이곳에서 검사를 받고 단속을 하는 것에서 유래했다는 설이 있다.
용마산은 검단산에서 남쪽으로 고추봉(566m)을 지나 한 번 더 솟구쳐 용의 머리 형상을 이룬 산이다. 예전에는 검단산에 속하는 한 개의 봉우리로 보고, 굳이 산 이름을 붙이지 않았던 모양이다. 거문봉, 또는 일자봉(日紫峰)이라는 이름이 남아있다. 용마산은 봄이면 진달래, 가을에는 억새를 즐길 수 있는 산이기도 하다. 사시사철 등산객으로 붐비는 검단산에 비해서 용마산은 비교적 한적한 편이다. (이상 "펌")
2009년 6월 21일(일).
토요일은 비가 내려 산행을 포기하고, 대신 일요일 가볍게 산행할 수 있는 곳을 찾다, 검단산과 용마산의 연계산행을 택하여 매제와 함께 산행 길에 나선다. 코스는 『베트남 참전 기념비-유길준 묘소-전망바위-검단산-고추봉-용마산-430m봉-엄미리 입구』로 도상거리 약 10m 정도다.
8시 20분 경, 지하철 잠실역 1번 출구 버스정류장에서 매제와 만나 버스를 기다린다. 이윽고 30-1번, '검단산 입구' 표시가 있는 버스가 도착한다. 버스에 오르며, "창우동 가지요?" 라고 물으니, 기사 양반이 고개를 끄덕이며 어디를 가느냐고 묻더니, 애니메이션 고교 정류장에서 내리라고 알려준다.
몇 년 전, 노르웨이를 여행하면서, 편의점에 들러 담배를 사려고 하자, 점원이 100m 쯤 내려가면 슈퍼가 있고, 그곳에서 담배를 사면 15% 정도 싼데, 이곳에서 사겠냐고 묻던 일이 문득 떠오른다. 그때 선진국은 과연 다르다고 감탄을 했었는데, 오늘 친절한 버스기사를 보며, 우리도 정치하는 사람들만 변한다면 선진화가 가능하겠다는 생각을 해 본다.
9시 14분, 애니메이션 고교 앞 정류장에서 내려, 횡단보도를 건너 직진하여 등산로 입구로 들어선다. 등산객들이 줄지어 오르고, 골목길 좌우로 유명 아웃도아 대리점들, 그리고 음식점들이 늘어서 있는 것을 보면 들머리가 분명하다. 이런 길을 7~8분 따라 올라 등산안내판 앞에서 안내도를 들여다본다. 아뿔싸! 길이 틀린다. 지금 걷는 길은 능선길이 아니라 계곡으로 가는 길이다.
버스에서 내려 본 애니메이션 고교
등산안내도
속인(俗人)은 골짜기를 찾고, 선인(仙人)은 산(능선)을 좋아한다는 말도 있지 않은가? 마루금을 타는 사람들은 특별한 경우가 아니면 계곡길을 택하지 않는다. 다시 뒤돌아 나와 애니메이션 고교 뒤로 이어지는 도로를 따라 올라, 베트남 참전기념탑을 구경하고, 오른쪽 능선길로 들어선다.
애니메이션 고교(좌)와 마실 쌈밥집 사이 도로
베트남 참전 기념탑
가벼운 차림의 등산객들이 밤꽃냄새가 가득한 넓은 등산로를 줄지어 오르고 있다. 어제 비가 내려, 습도가 높은 눅눅한 숲길을 걸어 오르려니, 금방 온몸이 땀투성이가 된다. 10시 2분, 유길준 선생의 가족묘를 잠시 들러 보고, 더욱 가팔라지는 등산로를 따라 올라, 10시 10분, 쉼터가 있는 T자 능선에 이른다. 왼쪽은 팔당대교로 내려가는 길이고, 검단산은 오른쪽 오르막이다. 벤치가 놓여있는 넓은 쉼터에 많은 사람들이 쉬고 있다. 이정표, 등산안내도가 있고 감로주를 파는 행상도 보인다.
넓은 등산로
활짝 핀 밤나무 꽃
유길준 선생 가족묘
쉼터
쉼터를 지나 잘 정비된 돌길을 천천히 오른다. 10시 8분, 첫 번째 전망바위에서서 한강, 팔당대교, 미사리경기장를 굽어보고, 예봉산을 바라본다. 훼손이 심한 등산로 주변에는 등산로 보수용 자재들이 쌓여 있고, 일요일인데도 인부들이 작업을 하고 있다. 10시 33분, 외팔이 이정표를 지난다. 검단산 정상 1.42Km를 알리는 팔 한 짝은 떨어져, 도로 보수용 자재 위에 놓여있다.
잘 정비된 돌길
한강, 팔당대교, 미사리 경기장
예봉산
외팔이 이정표
돌 많은 가파른 길이 이어진다. 어제 내린 비로 물기를 머금은 바위길이 미끄럽다. 활짝 핀 나리꽃이 시선을 끈다. 사람들이 많이 다니는 돌 많은 이런 척박한 땅에서도 나리꽃이 고운 모습으로 피어 있는 것이 무척 신기하다. 이어 두 번째 전망바위를 지나, 로프가 걸려 있는 암릉길을 지나며 예봉산, 운길산을 바라보고 두물머리, 하남시가지를 굽어본다.
나리꽃
로프가 걸린 암릉길
예봉산, 운길산
두물머리
11시, 정상 0.98Km를 알리는 이정표를 지나, 멋진 숲길을 지난다. 천만이 넘는 사람들이 모여 사는 수도권에 이런 멋진 길이 남아있다니.... 실로 크나큰 은총이 아닐 수 없다. 작은 둔덕에 오른다. 왼쪽으로 검단산 정상이 보이고, 발아래로 팔당댐과 북한강, 남한강이 모두 보인다.
멋진 숲길
왼쪽으로 보이는 검단산 정상
<전략> 오늘날 한국의 중년남자들이 처절하게 생존에 시달리면서도 그나마 목숨을 유지하는 것은 한국에 산이 많기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해발 1000m 내외의 산들이 등산하기에는 최적이다. 나무와 약초가 있고 계곡물이 흐르는 산들이다. 3,000m를 넘어가는 산은 춥기만 하고 사람을 압도한다. 3,000m를 넘어가면서부터는 '죽은 산'이다. 미국의 로키산맥은 너무 웅장하여 사람을 압도한다. 사람이 놀 수 있는 산이 아니다.
한국은 적당히 놀기에 좋은 '살아 있는 산'이 국토의 70%나 된다. 한국은 세계에서 보기 드믄 등산 천국의 지리를 갖추었다. 이는 천혜의 축복이다. 한국이 아무리 지지고 볶더라도 망하지 않는 것도 이런 축복이 있기 때문이다.
둔덕을 내려서서 안부를 지난다. 중년부부가 조망을 즐기고 있다. 중부고속도로와 톨게이트가 내려다보인다. 이어 헬기장을 지나고, 11시 24분, 검단산 정상에 오른다. 들머리에서의 거리 3.52Km, 2시간 정도 걸렸다. 넓은 정상은 등산객들로 붐비고, 막걸리 장수, 빙과류 장수들이 성업 중이다. 정상석, 이정표, 그리고 조망안내판이 보인다. 하지만 나무에 가려 조망은 별로다.
정상 직전 안부에서 조망을 즐기는 부부
중부고속도로와 톨게이트
정상
조망안내도
정상석
이정표
잠시 정상에서 주위를 둘러보고 11시 30분, 숲속으로 들어서서, 시원한 맥주로 목을 축이고, 느긋하게 식사를 한다. 그늘에 앉아 땀이 식으니, 오싹 추위가 느껴진다. 오늘이 하지(夏至). 낮의 길이가 가장 긴, 한 여름에 추위를 느끼다니...., 과연 천혜의 축복이다. 12시, 식사를 마치고 계단 길을 내려선다. 3분 후, 이정표가 있는 '곱돌약수터' 갈림길을 지나고 완만한 내리막길에서 뒤돌아 검단산 정상을 카메라에 담고, 160도 방향으로 용마산을 바라본다.
뒤돌아 본 검단산
160도 방향의 용마산
12시 13분, 너른 쉼터를 지나고, 부드러운 능선길을 따라 가볍게 오르내린다. 12시 23분, 이정표가 있는 수자원공사 갈림길을 지나고 부터는 인적도 드물어진다. 한적한 능선을 산책하듯 걷는다. 12시 33분, 535m봉을 지나고, 4분 후, 전망바위에 서서 240도 방향으로 남한산성을, 190도 방향으로 용마산을 본다.
수자원공사 갈림길 이정표
남한산성 방향
용마산
12시 46분, 119 구조대 표지판이 있는 고추봉(655m) 을 지나고 삼거리 안부에 내려선다. 이어 T자 능선에 올라 오른쪽으로 진행하여, 1시 25분, 삼각점, 정상석, 그리고 이정표가 있는 용마산 정상에 오른다. 동쪽으로 시야가 트여 광주시 남종면과 퇴촌면을 굽어본다.
고추봉
용마산 정상
정상석과 삼각점
이정표
남종면
퇴촌면
정상에서 조금 내려선 바위에 앉아, 휴식을 취하며, 남은 음식들을 처분한다. 바쁠 것이 없는 느긋한 산행이라 여유가 있어 좋다. 20분 넘게 휴식을 취한 후 하산을 시작한다. 12시 50분, 갈림길을 만나 오른쪽 길로 들어선다. 왼쪽은 과학동으로 내려서는 길이다. 무성한 잡목 숲 사이로 한적한 내리막길이 부드럽게 이어진다. 이어 봉우리 하나를 넘고, 안부삼거리에서 직진하여 430m봉을 오른다.
정상을 내려서자 만나는 갈림길에서 오른쪽으로
2시 12분, 430m봉 직전, 엄미리 버스정류장으로 내려가는 길을 알리는 사철탕집 안내판을 따라 430m봉을 오른쪽 사면으로 우회한다. 이어 송전탑을 지나고 내리막 편한 길을 천천히 따라 내린다. 2시 22분, 주민들이 제사를 지내는 곳이라고 능선을 막아 놓은 곳에 이른다. 좌우로 길이 보인다. 오른쪽 길로 내려서서 임도로 진입하고 농가를 지난다. 개가 요란하게 짖어대며 환영을 한다. 이어 시멘트 다리를 건너, 개울가로 내려서서 세수를 하고, 땀에 젖은 웃옷을 갈아입는다.
사철탕집 안내판
끊긴 능선
땀을 닦고 옷을 갈아입으니 몸이 가뿐하다. 시원한 맥주를 마실 수 있다면 더 바랄 것이 없겠다. 낚시터를 지나고, 두 개의 굴다리를 잇달아 통과한다. 반갑게도 저 앞에 약수가든이 보인다. 맥주를 마시려 다가가보니, 문이 닫혔다. 월세, 전세를 놓는다는 안내문이 붙어있다. 2시 53분, 엄미리 입구 버스 정류장에 도착하여 버스를 기다린다.
낚시터
엄미리 입구버스 정류장
이윽고 13번 강남역행 버스가 도착한다. 버스는 하남, 덕풍시장, 암사시장을 골고루 지나 1시간이 넘어서야 겨우 강변역에 도착한다.
(2009. 6. 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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