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태천 상류의 진동리와 방동리는 백두대간으로 둘러싸인 데다, 점봉산(1,424m)에서 가칠봉(1,164.7m)으로 뻗은 지맥이 막고 있어, 산 높고 골 깊기로 유명한 인제에서도 둘째가라면 서러워할 정도의 오지중의 오지다.
1990년대 중반 이후 기린면 소재지인 현리로 연결되는 31번 국도와 418번 지방도가 포장되면서 외부에 서서히 알려지기 시작한다. 이어 진동리에 양수발전소 상부 댐이 들어서면서 뚫기 시작한 조침령 터널도 완공 되지만, 가칠봉 일대는 여전히 불편한 교통으로 접근이 어려워 깨끗한 계곡과 원시림 경관이 그대로 유지되고 있다.
최근 진동리 갈터에서 상치전까지의 도로가 포장되자, 비로소 가칠봉에의 접근이 용이해 지고, 한겨울에도 입산허가를 얻어야 하는 곰배령과는 달리 가칠봉은 입산신고를 하지 않고도 오를 수 있는 곳이라, 올 들어 산악회의 안내산행이 활발해 진다.(이상 자료 발췌)
가칠봉 개념도.
2009년 6월 27일(토).
산정산악회의 안내로 가칠봉과 곰배령을 간다. 오늘코스는 『진동리 상치전-물골언덕안부-가칠봉(1165m)-호랑이코빼기(1218m)-1199m봉-곰배령(1110m)-강선리 마을-강선리 입구-설피교』로 도상거리 약 13Km에 산행시간은 약 5시간 30분 정도다.
서초동 구민회관 앞에서 버스를 기다리다 반가운 얼굴을 만난다. 산정산악회 3차대에서 함께 백두대간을 했던 오세형 사장이다. 옛 직장동료들과 함께 가칠봉에 가려고 나왔다고 한다. 뜻밖에 즐거운 동행이 생긴 셈이다. 길 용복 대장이 고맙게도 노병들을 대우하여 1번과 4번 좌석을 배정해준다.
버스가 마지막 경유지인 복정역을 지나자 40인승 버스에는 빈자리가 없어. 길 대장은 조수석에 앉아간다. 6월 마지막의 화창한 토요일이라서 그런가? 아니면 내주부터 장마가 시작된다는 예보 때문인가? 6번국도로 들어서려는 나들이 차량들로 길이 막혀, 양재에서 팔당대교까지 이르는데 1시간이 넘게 걸리고, 6번 국도에 들어서서도 가다 서다를 반목한다.
도로를 가득 메운 나들이 차량
양평을 지나며 비로소 원활한 소통이 이루어진다. 10시 30분 경 홍천 휴게소에서 약 20분 간 정차한 버스는 칠정에서 44번 국도를 버리고, 481번 지방도로를 따라 달리다, 31번 국도로 들어서서 현리로 향한다. 특이하게 북으로 흐르는 강, 내린천이 따라온다. 이어 현리에서 418번 지방도로로 들어서자, 이번에는 도로변에 방태천 맑은 물이 흘러, 내린천에 합쳐진다.
방태천
버스는 진동리 갈터에서 새로 포장된 도로를 따라 상치전으로 향한다. 도로 좌우로 아름다운 펜션들이 보인다. 버스는 '하늘아래 첫 동네'를 지나, 12시 14분, 산행들머리인 상치전 버스 정류장 앞에 도착한다. 도로변에 화사하게 핀 들꽃이 우리들을 반긴다.
상치전 버스정류장
길가의 들꽃
12시 18분, 산행준비를 마치고 시멘트도로를 따라 오르며 산행을 시작한다. 왼쪽으로 흐르는 개울물이 옥 같이 맑고, 오른쪽으로 붉은 지붕의 농가가 보인다. 이윽고 시멘트 도로는 흙길로 변하고, 밭가를 지나 하늘이 보이지 않을 정도로 울창한 숲속으로 들어선다.
산행시작
밭가를 걷고
땡볕 속을 걷다 울창한 숲으로 들어서니 느낌부터 시원하다. 뚜렷한 등산로가 계곡으로 이어지는 곳에 통나무 울타리가 쳐져있고 문이 달려있다. 계곡진입을 통제하려는 의도인 모양이다. 다행히 통나무 문이 잠겨있지 않아 쉽게 울타리를 통과하여 때 묻지 않은 상치전 물골을 따라 오른다.
통나무 울타리
시원한 물소리를 들으며 돌 많은 계곡 길을 걷는다. 간간이 들리는 산새소리가 청아하다. 깊은 계곡은 아니지만 사람들이 드나든 흔적은 거의 없어 보인다. 계곡물이 불었을 때 상류에서 떠내려 온 나뭇가지들이 어수선하게 널려 있고, 계곡을 따라 이어지는 등산로가 이따금 잡목 덤불 사이로 사라진다.
어둑한 계곡
계곡길
등산로가 계곡과 떨어져서 산 사면을 타고 가파르게 이어진다. 계곡으로 떨어지는 경사가 급하다. 조심스럽게 좁은 사면 길을 걷는다. 산행을 시작해서 약 30분이 지난 시각, 하늘로 쭉쭉 뻗은 낙엽송 조림지를 지난다. 앞선 대원들이 등산로를 벗어나 숲속에서 딸기를 따 먹느라 정신이 없다. 등산로 주변이 야생 산딸기 밭이다. 딸기가 지천이다.
낙엽송 숲 1
낙엽송 숲 2
산딸기 따느라 여념이 없는 대원들
12시 58분, 계곡이 끝나는 물골언덕안부에 이른다. 울창한 숲 사이로 먼저 도착한 대원들이 쉬고 있는 모습이 보인다. 가파른 오르막 능선길이 이어진다. 다시 낙엽송 숲을 지나고, 나무들이 빽빽하게 들어찬 능선을 힘겹게 오른다. 가파르고 거친 길을 오르느라 지친 대원이 물을 마시며 쉬고 있는 공터를 지나고, 1시 22분, T자 능선에서 오른쪽으로 진행하며, 빈틈없이 빽빽한 숲을 내려다본다.
물골 상부
거친 길
공터에서 휴식을 취하는 대원
울창한 숲
능선을 오른쪽으로 우회하여 사면 길을 따라 가볍게 오르내린다. 1시 27분, 주능선에 진입하여 산죽 밭을 지난다. 1시 43분, T자 능선에 올라, 오른쪽으로 진행한다. 왼쪽 공터에 '내무부' 시멘트 말뚝과 빗물이 고인 냄비가 보인다. 1시 50분, 잡목이 무성한 작은 공터에 삼각점<설악 315 2005 복구>이 있는 가칠봉 정상에 오른다.
사면 우회길
주능선, 왼쪽 공터의 시멘트 말뚝과 냄비
정상
좁은 정상 주변에 나무가 무성하여 조망은 별로다. 다만 250도 방향으로 시야가 트여, 왼쪽으로 방태산 일부가 보이고, 멀리 응봉산이 희미하다. 특이한 모양의 야생화가 눈길을 끈다. 강한 햇살에 무방비로 노출되니 금방 더위가 느껴진다. 서둘러 나무들이 빽빽한 왼쪽 능선으로 내려선다.
250도 방향의 조망
정상에서 본 야생화
오늘산행의 첫 번째 하이라이트가 시작된다. 가칠봉에서 곰배령 직전의 1199m봉까지 큰 굴곡 없이 이어지는 능선이 매혹적이다. 약 1시간 동안 계속되는 때 묻지 않은 이 능선의 아름다움은 말 그대로 환상이다. 하늘과 땅이 보이지 않는 울창한 숲, 고산에서나 볼 수 있는 식물들, 여기저기 파 헤쳐진 멧돼지 천국에서는 칙 냄새가 강하게 풍기고, 삶을 다한 고사목들과 의젓한 천년 주목이 시선을 끈다. 그리고 코끝에 맴도는 더덕 냄새,,,,가히 선경 속을 거니는 느낌이다.
뱃속이 드러난 고사목
하늘과 땅이 보이지 않는 울창한 숲
멧돼지 흔적과 칙 냄새
잎 넓은 식물
꽃대
고사리과식물?
주목
커다란 카메라를 든 젊은 대원 한 사람이 이런 선경을 연신 카메라에 담는다. 그러다 보니 앞서거니 뒤서거니 자주 지나친다. 나뭇가지가 천연의 의자를 만들어 놓은 나무 아래에서 젊은이가 기다리고 있다. 막걸리 한잔 하고 가잔다. 달콤한 유혹, 어찌 거절할 수 있으랴? 차가운 냉 막걸리 맛이 기가 막힌다.
선경을 카메라에 담는 젊은이
막걸리를 마셨던 의자목
2시 16분, 고도 1200m를 살짝 넘긴 능선에서 북쪽 안부로 내려선다. 3분 후, 너른 초지 공터에서 310도 방향으로 귀둔리를 굽어보고, 왼쪽으로 지나온 가칠봉을 바라본다. 2시 34분, 등산로가 동쪽으로 방향을 틀어 1214m봉으로 향한다. 그러고 보니 호랑이 코빼기라는 곳은 언제 지난지도 모르게 지나친 모양이다. 능선이 큰 굴곡이 없이 가볍게 오르내리고, 아무 표지도 없다보니 웬만큼 주의를 하지 않으면 모르고 지나치기가 십상이겠다.
귀둔리 방향
뒤돌아 본 가칠봉
2시 41분, 출입금지 표지판을 지난다. 설악산 국립공원 관리소장 명의의 이 표지판은 가칠봉 쪽으로의 출입을 금하고 있다. 2시 51분, 1214m봉이라고 짐작되는 곳에서 왼쪽 나뭇가지 사이로 점봉산을 바라보고 안부로 내려선다. 선두대장이 매어놓은 산악회 표지기가 북쪽능선으로 진행하라고 방향을 알려준다.
출입금지 표지판
나뭇가지 사이로 보이는 점봉산
산악회 표지기
다시 하늘이 보이지 않는 울창한 숲길을 걸으며 커다란 고사목을 카메라에 담는다. 3시 3분, 1199m봉에 오른다. 전면으로 시야가 트이며, 작은 점봉산(1207m), 점봉산(1424m), 그리고 멀리 설악산을 바라본다. 비탈길을 내려선다. 곰배령으로 이어지는 능선과 점봉산이 한눈에 들어온다.
때 묻지 않은능선길
고사목
작은 점봉산
설악산
점봉산
암릉을 왼쪽으로 우회하여 능선안부에 내려섰다. 무명봉에 오르니, 정면으로 곰배령과 작은 접봉산이 눈앞에 펼쳐지고, 왼쪽으로 지나온 능선이 한눈에 들어온다. 멋진 조망이다. 무명봉을 내려서서 곰배령으로 향한다. 오늘산행의 두 번째 하이라이트다. 야생화 천국인 너른 평전이 시원하게 펼쳐진다.
곰배령과 작은 점봉산
왼쪽으로 보이는 작은 점봉산
야생화 1
야생화 2
야생화 3.
3시 28분, 헬기장이 있는 곰배령에 내려선다. 전후좌우 어디를 둘러 봐도 멋진 풍광이다. 250도 방향으로 귀둔리가 내려다보인다. 곰배령 주위의 아름다움에 매료되어 한동안 넋을 잃는다. 3시 35분, 아쉬움을 뒤로하고 강선리로 내려선다.
곰배령
출입금지 팻말
곰배령으로 내려서는 대원들
하산길
잘 정비된 돌길 주변에 고사목과 야생화들이 눈길을 끈다. 왼쪽에서 물소리가 들리며 등산로는 돌 많은 계곡 길로 이어진다. 강선리 입구까지 장장 5Km나 되는 긴 계곡이다. 가벼운 차림의 산책객들과 자주 마주친다. 곰배령으로 오르는 인근사람들인 모양이다.
하얀 꽃나무
야생화
고사목
3시 58분, 강선리 입구 3.7Km를 알리는 이정표를 지나고, 4시 10분, 등산로를 벗어나 너른 계곡으로 내려서서 세수를 하고, 차가운 물에 발을 담가, 땀을 들이며 간식을 즐긴다. 물이 몹시 차다. 한동안 발을 담그기가 어려울 정도다. 약 20분 간 휴식을 취한 후, 신작로 같이 넓어진 길을 빠르게 달린다.
이정표
휴식을 취한 계곡
4시 42분, 강선리마을을 지나고, 요란한 물소리를 내며 떨어지는 소폭포를 카메라에 담는다. 5시 6분, 돌 표지와 너른 주차장이 있는 강선리 입구에 내려선다. 하지만 버스가 보이지 않는다. 약 4분 쯤 도로를 따라 내려, 설피교 앞, '꽃님이네 집 입구'에 주차해 있는 버스에 도착한다.
강선리마을 농가
소폭포
강선리 입구 돌 표지
안내판
버스- 산악회 표시가 없어 일부 대원들은 지나쳐 내린다.
갈아입을 옷을 들고 계곡으로 내려선다. 땀을 씻고 옷을 갈아입은 후 버스로 되돌아와도, 웬일인지 버스 주변이 한가하다. 나중에 알고 보니 일부 대원들은 강선리 입구에 있는 설피집에서 막걸리를 마시고 있고, 선두로 내려온 대원들은 버스를 지나쳐 훨씬 아래에 있는 곰배령 농원까지 내려가 있기 때문이라고 한다. 주위를 돌아보고, 그늘에 앉아 대원들이 모이기를 기다린다.
설피교 부근의 산수갑산 팬션(033-462-3108)
6시가 다 되어 막걸리를 마시던 대원들이 도착하자, 버스는 바로 출발하여, 곰배령 농원 앞에서 기다리던 대원들을 태우고, 일로 서울을 향해 달린다.
(2009. 6. 29.)
팬션 산수갑산 넘 이쁘네용... 살구싶어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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