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도골에서 올려다 본 백운봉


6번 국도를 타고 달리다 양평이 가까워지면 왼쪽으로 우뚝 솟은 산이 눈길을 끈다. 백운봉(940m)이다. 남한강변에서 바라볼 때 그 뾰족한 자태가 알프스산맥의 주봉인 마타호른(Matterhorn, 4,478m)과 닮았다 해서 '경기도의 마터호른' 이라고도 불리는 산이다.

마타호른(펌)

남한강 쪽에서 본 백운봉(펌)


용문산(1157.2m) 정상에서 남서쪽으로 분기되어 흘러내리는 능선이 약 2Km 거리인 함왕봉(947m)에서 한 번 치솟더니 다시 2Km 쯤 더 내려선 지점에서 또 한 번 불쑥 솟구친 것이 백운봉이다. 정상은 암봉으로, 앞이 탁 트여, 멀리 운악산, 용문산이 보이고 남쪽으로 남한강 줄기가 조망된다. (이상 관련자료 발췌)


서울에서 가깝고 교통도 편리하여, 산행코스, 교통 편 등 필요한 자료들을 정리해 놓고, 언제고 기회가 되면 가보려고 준비해 두었던 산이다. 가고 싶은 산을 정해 놓고 틈틈이 관련자료 등을 정리 해 두는 것도 또한 색다른 즐거움이 아니겠는가?

 

2009년 7월 21일(화).

폭우로 피해가 컸던 올해의 장마도 끝 무렵으로 들어서고, 오후부터는 날씨가 갠다는 예보다. 흐린 날씨지만, 바람이 알맞게 불어, 산행하기에는 덥지 않아 좋겠다. 백운봉만 다녀온다면 어느 코스를 잡아도 산행시간은 5시간 정도라. 오늘 코스는 『연수리-백운암-수득골-정상-사나사-용천 2리』로 잡고, 동서울터미널에서 10시 40분에 출발하는 용문 행 버스를 타러, 9시 55분 경 느지막하게 집을 나선다.

백운봉 등산안내도


10시 25분 경, 동서울터미널에 도착하여 티켓 팅을 하려하니 10시 40분차는 만석이라 11시 10분발 표를 사겠냐고 묻는다. 용문까지 1시간이 걸리니, 11시10분차를 타면 12시에 용문에서 연수리로 들어가는 버스를 놓치게 된다. 택시를 이용할 생각으로 11시10분표를 산다.


평일에 만석이라는 것이 이해가 되지 않는다. 승강장으로 가보니 한 무리의 젊은이들이 용문 쪽으로 야유회라도 가는 지 짐 보따리를 버스 짐칸에 싣느라고 어수선하다. 검표원에게 혹시 빈자리가 없겠냐고 물으니 기다려 보란다. 10시 40분이 다 되어 버스가 출발하기 직전, 검표원의 승낙을 받고 버스에 오른다.


과연 40인승 버스가 만석이다. 맨 뒤 좌석번호가 없는 가운데 자리를 차지하고 앉는다. 정원을 초과한 버스는 양평을 들렀다. 11시45분, 용문버스터미널에 도착한다. 기사양반에게 연수리가는 버스정류장을 물어, 표를 산 후 (1000원), 땡볕 속에서 버스를 기다린다. 흐렸던 날씨가 개어, 햇볕이 강하게 내려 쪼인다. 12시 4분, 시내버스에 오르고, 12시 16분, 연안마을 버스종점에서 내린다. 정류장 옆에 커다란 백운봉 등산안내도가 보인다.

연수1리 입구


도로를 따라 걸어올라 연안삼거리에서 안내판을 보고 왼쪽 길로 들어선다. 오른쪽으로 수도골에서 내린 맑은 물이 넓은 개울을 이루고 흐른다. 동네 아주머니 한 분이 마주 내려온다. "안녕하세요? 이 길이 백운암 가는 길 맞지요?"라고 물으니, 맞다 며 다리를 건너지 말고 똑바로 가라고 친절히 알려준다.

연안삼거리 교통표지판

백운암 안내판


12시 19분, 이정표가 있는 상원사 갈림길을 지난다. 오른쪽 다리를 건너면 상원사를 거쳐, 장군봉이나, 용문산 정상에 오를 수가 있다. 백운봉 가는 길은 직진이다. 이정표는 백운봉까지의 거리가 4Km라고 알려준다. 갈림길을 지나니 도로는 비포장으로 바뀌어 개울을 따라 이어진다. 감미봉 뒤로 용문산 산줄기가 파노라마처럼 펼쳐진다.

상원사 갈림길

이정표

감미봉과 용문산 산줄기


서울에서 가깝고 수도골 계곡물이 좋아서인지 도로변 여기저기에 예쁜 펜션들이 보이고, 청소년수련원에서는 아이들이 떠드는 소리가 들린다. 이어 철책으로 엄중하게 방비를 한 별장풍의 건물을 지나고, 12시 35분, 이정표가 있는 백운암 입구에 이른다.

백운암 가는 길

첫 번째 별장풍의 건물

백운암 입구


다리를 건너 백운암을 둘러본다. 대웅전, 관음전, 삼성각 등을 갖춘 사찰인데 인적이 없어 경내가 교교하다. 하지만 대웅전과 삼성각 돌난간에는 장마철에 눅눅해진 방석들이 빨래처럼 널려 햇볕바라기를 하고 있다. 삼성각 너머로 세모꼴의 백운봉이 우뚝하다. 12시 38분, 이정표가 있는 곳으로 되돌아 나와 별장 철책을 따라 좁게 이어진 계곡 옆 돌길로 들어선다.

백운암 관음전

삼성각 뒤로 보이는 백운봉

이정표


12시 40분, 징검다리로 계곡을 건너고, 개망초가 하얗게 깔린 잡초 사이로 뚜렷하게 이어진 산책로를 걸으며, 왼쪽 잡목 너머로 아름다운 백운봉을 바라본다. 이어 울창한 낙엽송 조림지대를 지나고, 무성한 잡목을 헤치며 진행 한다. 인적이 없는 호젓한 계곡, 왼쪽에서 들리는 계곡물 소리가 산의 정적을 깬다.

첫 번째 계곡을 건너 숲으로

잡초 사이로 이어지는 산책로

등산로를 뒤덮은 잡목 숲


12시 50분, 두 번째로 계곡을 건넌 후, 계곡가에 자리를 잡고 앉아 점심식사를 한다. 혼자서 식사를 할 때처럼 적적할 때가 없다. 청아한 물소리가 다소 위안이 되는 것 같고, 계곡의 냉기로 더위를 모르겠다. 약 20분 동안 점심식사를 한 후 다시 배낭을 메고 계곡 길을 오른다. 1시 12분, '119 긴급연락처/현 위치 용문산(3-1) 수도골'을 지나고, 울창한 낙엽송 조림지를 거쳐, 세 번째로 계곡을 건넌다.

'용문산(3-1) 수도골' 지점

낙엽송 조림지


1시 38분, 백운봉 2.2Km를 알리는 이정표를 지난다. 계곡을 따라 이어지는 외길이라 길을 잃을 염려는 없지만, 남은 거리가 얼마인지를 알려주는 이정표가 무척 고맙다. 계곡길이 점차 험해진다. 쓰러진 나무 등걸을 허리를 굽혀 통과한다. 길섶에 핀 처음 보는 야생화가 눈길을 끈다. 회색빛 물체가 숲에서 후다닥 튀어 나와 기겁을 하고 놀란다. 산토끼 한 마리가 계곡 쪽으로 사라진다.

이정표

험해지는 계곡길

 

야생화


1시 29분, 다섯 번째로 계곡물을 건너 돌길을 걷는다. 비바람에 떨어진 퍼런 다래가 여기저기 흩어져 있다. 두 차례 더 계곡을 건넌다. 계곡이 깊어지며 햇빛이 미치지 않아 한 낮인데도 어둑하다. 계곡에 걸린 '타잔넝쿨'을 카메라에 담으려니 자동으로 플래시가 터진다. 해발고도 약 450m 정도의 지점이다. 길가 돌 위에서 다람쥐 한 마리가 불청객을 빤히 올려다보다 카메라를 들여대니 쪼르르 숲속으로 사라진다.

다섯 번째로 건넌 계곡

돌길

계곡의 타잔넝쿨

깊은 계곡 길


돌계단 길을 올랐다. 길을 막고 쓰러져 있는 굵은 나무 아래를 허리를 굽히고 통과한다. 왼쪽 계곡에 잡목넝쿨이 하늘을 향해 치솟고, 조금 지나니 계곡을 뒤 덮은 잡목이 정글을 방불케 한다. 1시 59분, 벤치가 놓여 있는 곳을 지난다. 해발고도 약 615m 지점이다. 오르막길 경사가 심해지며 물소리가 작아진다.

나무 등걸 아래를 지나고

 

하늘로 치솟은 잡목 넝쿨

정글을 방불케 하는 잡목이 계곡을 덮고

벤치


2시 1분, 자연의 아치문을 통과하고, 가파른 로프 길을 따라 오른다. 가파르기는 하지만 위험한 길은 아니다. 아마도 체력이 떨어진 등산객들을 위해 설치한 모양이다. 형제우물에 이르기까지 약 20분 동안 로프길이 계속 이어진다. 2시 28분, 이정표가 있는 형제우물터에 오른다. 성터 흔적이 보이는 너른 공터다. 우물은 이정표 있는 곳에서 왼쪽으로 조금 들어간 곳에 있다.

자연 아치문

로프길

형제샘터


돌탑과 형제우물 표지석이 있고, 석벽에서 떨어지는 물, 그리고 돌확에 고인 물, 두 군데서 물을 받을 수가 있다. 석벽에서 떨어지는 물을 마셔본다. 물맛이 부드럽고 차갑다. 물통의 물을 버리고 석간수로 바꾸어 넣는다. 이곳에서 1.1Km 떨어진 백운산 정상으로 오르려면, 다시 오른쪽 이정표가 있는 곳으로 되돌아 나와, 정면에 보이는 위험 표지판이 있는 곳으로 바로 오르던가. 또는 오른쪽 우회로를 택하게 된다.

석벽에서 떨어지는 물

 

돌 틈에서 흘러나와 고인 물

이정표


샘물을 떠 마시고, 무심코 왼쪽으로 희미하게 보이는 길을 따라 들어선다. 고생길의 시작이다. 낙엽이 덮인 희미한 길이 능선으로 이어진다. 능선에 올라 왼쪽에 보이는 전망대에서 용문산과 용문산 정상에서 서남쪽으로 흘러내리는 웅장한 능선을 카메라에 담고 용문면 방향을 굽어본 후, 바위를 내려서서 능선을 따라 오른다.

용문산 정상방향

서남쪽으로 뻗은 용문산 줄기

용문면 쪽 조망


능선 정면에 암봉이 솟아 있고, 희미한 등산로는 이 암봉을 왼쪽으로 좁게 우회한다. 왼쪽은 깎아지른 절벽이다. 우회로가 오른쪽으로 굽어지며 바위 틈 사이로 이어지다 슬그머니 사라진다. 아마도 많은 사람들이 이곳까지 왔다 되돌아간 모양이다. 길은 사라졌지만 발자취는 이어진다. 발자취를 따라 가파른 암릉을 네발로 기어오른다. 첫 번째 암봉에 오르니, 왼쪽에 또 다른 암봉이 솟아 있고, 발자취가 그 암봉을 오른쪽으로 우회하고 있다. 3시 12분, 두 번째 암봉에 올라, 첫 번째 암봉을 키메라에 담고, 남쪽으로 삿갓봉을 굽어본다.

삿갓봉


3시 17분, 주능선으로 들어서서, 백운봉 100m를 알리는 이정표를 지나고, 쇠사다리를 올라, 3시 23분, 백운봉 정상에 선다. 형제우물에서부터 약 50분이 지난 시각이다. 비교적 너른 정상에는 전망대, 정상석, 삼각점<용문 11 1988 복구>, 이정표, 등산 안내도등이 보인다. 백두산 천지에서 옮겨왔다는 통일암(統一岩)이 눈길을 끈다.

쇠사다리

정상 1

정상 2

통일암


정상에서 시원한 맥주를 마시며 주위를 둘러본다. 안개에 가려 원경이 보이질 않아 유감이다. 북동쪽으로 용문산 정상에서 흘러내리는 서남능선, 남쪽 의 새수골, 남동방향의 감미봉 등이 비교적 선명하고, 340도 방향으로 가평군의 산들이 흐릿하게 보인다. 3시 41분, 정상을 내려서서, 3시 46분, 사나사 3.1Km를 알리는 이정표를 지난다.

용문산 정상과 서남능선

감미봉

새수골 방향

이정표


로프가 드리워진 가파른 암릉길을 조심스럽게 내려선다. 3시 58분, 이정표를 지난다. 백운봉에서 700m 떨어진 지점이다. 오른쪽으로 연수리로 내려서는 길은 보이는데 왼쪽 사나사로 내려서는 구름재는 아직 인 모양이다. 나 홀로 등산객이 마주 올라온다. 오늘 산중에서 만나는 유일한 사람이다. 반갑게 인사를 하고 사나사에서 오느냐고 물으니 그렇다고 한다.

이정표


4시 7분, 다시 이정표를 만난다. 앞의 이정표가 있는 지점에서 9분이 지난 시각인데도 백운봉까지의 거리는 여전히 700m이고, 장군봉이 2Km 조금 넘는 것으로 표기되어 있다. 오른쪽은 형제우물 0.6Km라고 알려준다. 잠시 망설인다. 시간은 4시가 넘었는데 아직 시나사 갈림길은 보이지도 않는다. 아마도 함양봉까지 가야하는 것이 아닌가 모르겠다. 차라리 형제우물로 되돌아가 수도골로 내려서는 것이 안전하겠다는 생각을 해본다.

이정표


오른쪽 형제우물로 향한다. 이 길은 형제우물에서 백운봉으로 바로 오르지 않고, 오른쪽으로 돌아, 백운봉으로 이어지는 주능선으로 진입하는 우회로인 모양이다. 4시 22분, 형제우물터로 되돌아와 위험 표지판이 있는 직등 길을 확인하고 무모하게 올랐던 왼쪽의 암봉들을 바라본다.

직등길의 위험표지판

무모하게 올랐던 왼쪽 암봉


왔던 길을 되돌아 내려선다. 햇빛이 들지 않는 깊은 계곡 길은 벌써 어둑한 느낌이다. 호젓한 길을 터덜터덜 내려선다. 5시 28분, 별장 옆 계곡에서 잠시 땀을 들이고, 5시 43분, 연수마을 버스정류장에 도착한다. 약 25분 후면 막차가 도착할 것이다. 알맞게 내려선 것이다. 개울가로 내려가서 땀을 닦고 웃옷은 갈아입는다. 시원하게 흐르는 맑은 물에 무릎까지 담가, 수고한 발목과 무릎관절을 식혀준다. 올 가을에는 사나사에서 정상에 오르고, 새수골 로 내려서는 능선코스를 밟아봐야겠다.

연수마을 버스 정류장

연수마을에서 본 백운봉


6시 15분, 버스가 도착하여, 용문으로 나와서, 6시 40분 발, 동서울 행 버스에 오른다.


<참고 : 시내버스 시간표 >


* 용문-연수리

- 7:15/ 9:00/ 12:00/ 15:40/ 18:00


* 연수리-용문

- 7:25/ 9:10/ 12/10 /15:50/ 18:10


* 용천 2리-양평

- 15:15/ 15:50/ 17:10/ 18:50


(2009. 7. 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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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Urimah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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