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리산 주능선 파노라마 - 노고단에서 천왕봉까지
지리산 서북능선과 철쭉 군락지
정령치 철쭉 군락지, 그 왼쪽 뒤로 바래봉이 보인다.
지리산 천왕봉(1,915.4m)에서 서남쪽으로 흐르던 백두대간은 노고단을 지나 성삼재에서 북쪽으로 방향을 틀어, 만복대(1,433.4m), 정령치(1,172m), 고리봉(1,304m)을 지나, 고기리로 내려섰다, 수정봉(804.7m)으로 이어진다.
백두대간이 지나가는 고리봉은 북동쪽으로 또 하나의 지능선을 분기(分岐)하여, 세걸산(1,216m)-부운치-팔랑치-바래봉(1,165m)-덕두산(1,150m)을 거쳐 인월로 내려선다. 우리들은 백두대간이 북쪽으로 방향을 트는 성삼재에서 시작하여 고리봉에서 지능선을 타고 세걸산, 바래봉, 덕두산을 거쳐 인월로 내려서는 22.2Km에 달하는 능선을 지리산 서북능선이라 부른다.
산을 좋아하는 사람들은 이 지리산 서북능선을 꼭 찾아보고 싶어 한다. 부드럽게 면면히 이어지는 아름다운 지리산 주능선을, 한눈에 바라볼 수 있는 곳은, 이 지리산 서북능선 밖에 없기 때문이다. 그뿐인가? 한겨울에는 칼날같이 매섭게 몰아치는 북서풍을 뚫고, 허리까지 빠지는 눈을 헤치며 나아가야 하는 설산산행의 진수를 맛볼 수 있는 곳이 바로 이곳인 까닭이다.
백두대간을 하면서, 2004년 2월 24일,『성삼재⇒소고리봉⇒만복대⇒정령치⇒고리봉⇒고기리』소구간을 산행한 적이 있다. 2월말이라 남쪽 사면의 눈은 다 녹았지만 북쪽사면의 눈은 여전히 남아있어 소고리봉-묘봉치 구간과 만목대-정령치 구간에서 허벅지까지 빠지는 눈을 경험한 적이 있다
묘봉치에서 본 소고리봉
정령치 부근에 뒤돌아 본 만복대
백두대간은 고리봉에서 왼쪽 지능선으로 굽어져 고기리로 내려선 후 주천리를 지나 수정봉으로 이어진다. 고리봉에 서서, 바래봉으로 이어지는 산의 흐름을 보다 보면, 왜 백두대간이 지리산 서북능선을 버리고, 지능선을 따라 고기리로 내려서는 것일까? 하는 의문이 들게된다.
고리봉에서 본 바래봉
산경표(山經表)에서는 우리나라 산을 1대간(大幹), 1정간(正幹), 13정맥(正脈)으로 체계화하였다. 우리가 교과서에서 배운 지질구조에 의한 산맥체계와는 달리, 지표 분수계(分水界)를 중심으로 산의 흐름을 파악하고, 산이 인간의 생활권 형성에 미친 영향을 고려하고, 자연과 인간이 조화를 이루고 있는 현상을 관찰하여, 이를 체계화한 것이다. 그 1대간이 바로 백두대간이다.
산자분수령(山自分水嶺) - 산은 물을 가르고, 물을 건너지 않으며, 물은 산을 넘지 않는다. 이것이 우리조상들이 본 산이고, 산경표의 핵심개념이다.
그런데 지리산 서북능선이 내려서는 인월에는 광천이란 하천이 흐른다. 이 광천에 걸린 다리가 바로 구인월교이다. 백두대간이 어찌 이 광천을 건널 수가 있겠는가? 결국 백두대간은 광천을 피해, 고기리로 내려서서 덕산리 덕산저수지를 왼쪽으로 우회하고, 수정봉으로 오른 것이다.
2016년 5월 9일(월)
좋은 사람들 산악회에서 바래봉을 간다. 옥타브 대장이 인솔한다. 산행코스를 1코스와 2코스로 나누고, 참여자들이 하나를 선택하도록 한다.
* 1코스 : 정령치-고리봉-세걸산-세동치-부운치-팔랑치-바래봉-용산리 주차장(14K/약 6시간)
* 2코스 : 용산마을-바래봉-팔랑치-바래봉-용산마을(9Km/약5시간)
1코스는 바로 지리산 서북능선의 일부가 아닌가? 바래봉에서 덕두산을 거쳐 인월로 내려서지 않고 용산리로 빠지는 것이 아쉽지만, 이 정도만이라도 그게 어딘가? 두말 않고, 일찌감치 예약을 한다.
지난해에도 두 차례 지리산 서북능선 탐방을 시도했다가 실패한 적이 있다. 지난해 1월 정령치에서 출발하여 바래봉에 오르고 용산마을로 하산하는 산행에 참여했었으나 정령치도로(737도로)의 눈이 그대로 남아 있어 통행을 허가하지 않는 바람에 용산마을에서 시작하여 바래봉에 올랐다 팔령치까지 진행한 후 용산마을로 회귀한 적이 있고, 작년 10월에는 성삼재에서 출발하는 대간 팀이 코스를 둘로 나누어 B팀이 정령치에서 서북능선을 타도록 하는 바람에, 반갑게 참여 신청을 했으나, 당일 비로 인해, 참여자들이 적어, 산행이 취소된 적도 있다.
9시 25분 경, 서초구청 앞에서 출발한 산악회 버스는 마지막 경유지 죽전을 거치고, 휴게소에서 20분 간 정차한 후, 11시 5분, 산행들머리, 정령치에 도착한다. 옥타브 대장의 5시 10분까지 하산하라는 당부를 듣고, 차에서 내려 산행준비를 마치고, 주위를 둘러본다.
정령치 도착
텀방로 안내(사진 클릭하면 커짐)
12년 만에 다시 찾은 정령치(1,172m)이지만 변한 것은 별로 없는 것 같다. 다만 보지 못했던 돌 표지가 눈길을 끌고, “정령치에서 바라본 지리산 봉우리들”이 마련되어 있어 반갑다. 잔뜩 흐린 날씨라 원경은 흐릿해 구름이 살짝 내려앉기 시작하는 가까운 반야봉과 삼도봉, 토끼봉 정도를 카메라에 담고 11시 10분 경, 계단을 오르며 산행을 시작한다.
돌표지
조망 안내판(사진 클릭하면 커짐)
반야봉, 삼도봉, 그리고 토끼봉
계단을 오르며 산행시작
앞에 보이는 고리봉(1,305m)을 향해 천천히 오른다. 왼쪽에 보이는 정령치로 오르는 구절양장의 정령치도로와 덕산리 넓은 들을 카메라에 담고, 11시 12분, 정령치 0.2Km를 알리는 이정표를 지난다.
앞에 보이는 고리봉
정령치도로
덕산저수지와 덕산리
이정표
정령치에서 고리봉까지의 거리가 0.8Km에, 고도차이가 133m이니, 지금은 비교적 평탄한 산길을 걷고 있지만, 앞으로는 제법 가파른 오르막이 계속될 것이다. 반달곰과 관련된 안내판을 지나고, 11시 14분, 고리봉 500m를 알리는 이정표를 지나고 나자, 아름다운 철쭉이 우리들을 반긴다.
반달곰 관련 안내판(사진 클릭하면 커짐)
지리산 철쭉과의 첫 대면
가파른 나무계단, 돌계단이 이어지며, 점차 고도를 높인다. 오른쪽으로 시야가 트이며 만복대에서 정령치로 내려서는 능선이 그림같이 아름답다. 하지만 한 겨울에는 이 능선에 눈이 쌓여 허리까지 빠지고, 북서풍 칼바람이 매섭다.
나무계단
돌계단
만복대에서 정령치로 내려서는 능선
11시 30분, 철쭉 꽃밭을 지나, 2분 후, 삼각점과 이정표가 있는 고리봉에 올라 지리산 주능선을 바라본다. 하지만 구름에 가려 천왕봉을 볼 수 없어 아쉽다. 정면으로 가야할 능선과 왼쪽 운봉읍을 굽어본 후, 세걸산을 향해 발걸음을 재촉한다.
철쭉 꽃밭을 지나고
고리봉 정상
고리봉 삼각점
중앙의 움푹 들어간 뒤쪽이 천왕봉 방향인데 구름에 가렸다.
2004년 2월 고리봉에서 본 천왕봉과 그 왼쪽의 중봉
가야할 능선
운봉읍과 그 왼쪽으로 나자막하게 이어지는 백두대간
고산풍모가 완연한 산죽 밭을 지나고 고리봉을 뒤돌아본다. 11시 45분, 고도 1,240m, 정령치 1.5Km를 알리는 지북 19-03/119구조목을 지난다. 12시 3분, 1205m봉을 넘고, 이어 이정표와 지북 19-04/119구조목을 만난다. 정령치에서 2.0Km 지난 지점이다. 정령치를 출발한 시간이 11시 10분경이니, 시간당 도상거리 2.0Km를 걸었다는 이야기이다. 나쁘지 않은 진행이다.
산죽밭길
뒤돌아본 고리봉
지북 19-04/119구조목
1205m봉
이정표
12시 09분 능선 안부에 내려섰다 다시 오르막을 오르는데, 빗방울이 후둑 후둑 떨어진다. 많이 오는 비는 아니지만, 가벼운 옷차림이라, 높은 산에서 옷이 젖고, 바람이라도 불면 저체온증의 위험을 염두에 두어야하기에 배낭에서 방수재킷을 꺼내 입고, 배낭커버를 씌운다. 짧은 시간동안이지만 뒤에 오던 우리일행들이 무더기로 앞서 나간다, 12시 18분, 시야가 트인 암봉에 올라, 지나온 길, 가야할 길, 그리고 반야봉을 가까이 보고 암봉을 내려선다.
만복대, 고리봉 그리고 지나온 길
가야할 길
가까이 본 반야봉과 노고단
12시 22분, 고도1.239m, 지북 19-05/119구조목을 지나간다, 정령치에서 2.5Km 떨어진 지점이다. 12시 31분, 작은 봉우리 하나를 넘고, 이어 정령치 2.8Km/바래봉 6.6Km를 알리는 이정표를 지나 안부로 내려선다. 등산객들 한 무리가 길가에 자리를 잡고 식사를 하고 있다. 우리 팀이 아닌 다른 팀이다. 5시 10분까지 용산리 주차장으로 하산해야하는 우리 팀은 저처럼 유장하게 식사를 즐길 수 있는 시간여유가 없다.
지북 19-05/119구조목
우중식사
빗방울이 오락가락한다. 방수재킷 앞자락을 풀어헤치고, 혼자서 오르막길을 뚜벅뚜벅 걷는다. 12시 49분, 정령치에서 3.5Km 떨어진 곳에 있는 지북 19-07/119구조목을 지난다. 봉우리 마루턱에 핀 노란 꽃이 시선을 끈다. 철쭉도 노란 색이 있나? 집에 와서 인터넷에서 검색을 해보니 황철쭉도 있다고 한다. 1시, 시야가 트인 봉우리에 올라, 세걸산을 당겨 찍는다. 세걸산으로 오르는 등산객들이 점점이 보이는데, 오른쪽으로는 삼도봉과 토끼봉이 가깝다.
지북 19-07/119구조목
황철쭉(?)
당겨 찍은 세걸산
토끼봉, 삼도봉이 가깝게 보인다.
봉우리를 내려서서 세걸산으로 향한다. 등산로 변에 특이하게 생긴 나무가 눈에 띠여 카메라에 담는다. 세걸산을 오르다, 뒤돌아 지나온 능선을 바라본다. 이제는 제법 많이 온 느낌이다. 우리 일행은 좀처럼 보이질 않는다. 그래도 서둘지 않고 내 페이스대로 뚜벅뚜벅 걷는다.
특이한 나무
지나온 장대한 능선
세걸산이 가깝다. 1,200m 대 높이의 산록에 자리 잡은 철쭉들은 아직도 꽃 봉우리를 열지 못하고 있다. 1시 16분, 세걸산 정상 직전 전망바위에 올라 주위를 둘러보고, 바위에서 내려, 정상으로 향한다. 1시 18분, 이정표, 조망안내판 등이 있는 세걸산 정상에 오른다. 정상에서 한동안 주위 조망을 즐기고, 부운치로 향한다.
대기만성형 철쭉
전망바위에서 찍은 지리산 능선 파노라마
천왕봉은 구름 뒤에 숨어 모습을 감추고(오른쪽 움푹 파진 부분 뒤쪽)
세걸산 이정표
세걸산 철쭉
지리산의 유래(사진 클릭하면 커짐)
조망안내 (사진 클릭하면 커짐)
만복대, 정령치, 고리봉
빈야봉, 노고단
명선봉. 토끼봉, 반야봉
바래봉
1시 31분, 헬기장을 지나고, 이어 이정표와 탐방로 안내가 있는 새동치를 지난다. 탐방로 안내를 보면 두 세군데 업 다운은 있지만 전체적으로는 내리막의 연속이라 뒤진 시간을 충분히 만회할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든다. 오르막 을 올라, 1시 38분, 무명봉에서 지나온 장대한 능선을 카메라에 담는다.
헬기장
자르기, 이정표
탐방로 안내
지나온 능선
이어 봉우리를 내려서며 소담하게 핀 철쭉과 이름 모르는 한얀 꽃을 카메라에 담는다, 1시 41분, 오른쪽으로 구름을 이고 있는 천왕봉을 가까이 보고, 정면으로 1,140m봉과 그 뒤로 멀리 보이는 바래봉을 카메라에 담는다.
소담하게 핀 한 다발의 철쭉
흰 철쭉(?)
하늘 금을 긋고 있는 지리산 주 능선과 천왕봉
1140m봉과 그 뒤로 바래봉
1시 50분, 1140m봉에 올라, 바래봉을 가까이 본다. 이곳과 바래봉 삼거리 간의 고도차이는 300m가 넘지만, 그 중간에 작은 봉우리들이 많아 업 다운이 심한 편이라, 생각보다 진행속도가 붙지를 않는다. 2시 19분, 고도 1,179m, 정령치 5.9km를 알리는 지북 19-10/119구조목을 지난다.
가까이 본 바래봉
지북 19-10/119구조목
2시 28분, 이정표가 있는 부운치 삼거리에 내려서고, 헬기장터를 지나, 2시 26분, 등산객들이 쉬고 있는 1,122.8m 전망봉에 올라, 가야할 능선과 바래봉을 가까이 본 후, 왼쪽 운봉읍을 굽어보고, 그 너머로 백두대간이 지나는 수정봉을 카메라에 담는다.
부운치 이정표
1,122.8m 전망봉
가야할 능선과 바래봉
운봉읍과 수정봉
전망봉을 내려서며 흐드러지게 핀 연분홍 철쭉과 눈부신 신록에 잠시 마음을 빼앗기고, 정면의 바래봉을 당겨 찍는다. 2시 43분, 고도 1,038m, 정령치에서 6.8Km 떨어진 지점에 세워진 지북 19-12/119구조목을 지나자. 비로소 유명한 철쭉 군락지가 눈앞에 펼쳐진다
흐드러지게 핀 연분홍 철쭉과 눈부신 신록
당겨 찍은 바래봉
철쭉 군락지 1
철쭉 사이로 이어지는 등산로
옥타브 대장은 바래봉 철쭉에 대하여, “바래봉 철쭉은 1969년 박정희 대통령이 한국과 호주 간의 면양시범사업을 위해, 이곳에 목장을 설치하고, 면양 2,500두를 사육하게 했다. 면양들은 바래봉 주변의 잡초들을 모조리 먹어 치우지만, 독성이 있는 철쭉은 먹지를 않아 철쭉만 아름답게 남게 된 것.”이라고 설명을 한다.
철쭉 군락지 2
2시 54분, 고도 995m, 정령치에서 7.6Km 떨어진 지점에 세워진 지북 10-14/119구조목을 지나고 이어 철쭉터널을 통과한다. 3시 3분, 나지막한 언덕에 올라, 지나온 능선을 뒤돌아본다. 도상거리 8Km에 이르는 긴 내리막 능선이지만, 중간에 봉우리들이 많아, 시간당 도상거리 2Km를 걷기가 빠듯하다. 역시 지리산이다. 이어 몸을 돌려 가야할 능선을 바라본다. 온통 진달래 천지인 팔랑치가 눈 아래 펼쳐지고, 바래봉도 가깝다.
나지막한 언덕에서 뒤돌아 본 지나온 능선
철쭉 천지인 팔랑치와 가깝게 보이는 바래봉
팔랑치를 향해 언덕을 내려서서 철쭉 길을 걷는다. 3시 4분, 고도 1,018m, 정령치에서 7.9m 떨어진 지점에 세워진 지북 19-15/119구조목을 지난다. 철쭉 군락지는 계속 이어지고, 꽃밭 속에서 사진을 찍느라, 등산객들의 발걸음이 자주 멎는다.
철쭉 길
지북 19-15/119구조목
철쭉 군락지와 탐방객들
지나온 능선과 철쭉 군락지
나지막한 언덕 전체가 철쭉 밭이다.
아마도 이지점에서부터 팔랑치까지가 바래봉 철쭉의 노른자위라 할 수 있겠다. 팔랑치를 향해 나무계단을 내려서서, 3시 9분, 이정표와 탐방로 안내판이 있는 팔랑치에서, 지나온 꽃밭을 돌아본다.
팔랑치
이정표
탐방로 안내
팔랑치로 내려서는 길
팔할치를 지나, 3시 28분, 고도 1,060m, 정령치에서 8.5Km 떨어진 곳에 세워놓은 지북 19-17/119구조목을 만난다. 이어 또 다른 철쭉군락지를 지나는데, 웬 아주머니가 나를 보고 웃는다. 무슨 일로 웃느냐고, 물으니 혼자서 최후미로 쳐져 불안했는데, 다행이 일행을 만나 반가워서 웃는다는 대답이다. 모처럼 우리 일행을 만나니, 반가운 것은 나 역시 마찬가지다. 가볍게 서로 인사를 하고 함께 동행을 한다.
마지막 철쭉 군락지
3시 34분, 이정표가 있는 바래봉 삼거리에 이른다. 청령치를 출발한 후, 4시간 24분 만에 8.8Km 떨어진 이곳에 도착한 것이다. 8.8Km/4.4시간 하면, 정확하게 2Km라는 답이 나온다. 시간당 평균 도상거리 2Km를 걸었다는 이야기이다. 이정표는 바래봉 까지의 남은 거리가 600m라고 알려준다.
바래봉 삼거리 이정표
용산주차장까지 남은거리가 4.2Km라고 하지만, 이는 임도를 따랐을 때이고, 도중에 능선을 타고 내리면 3Km가 채 못 될 터이니 바래봉을 다녀와도 5시 10분까지 하산에는 별문제가 없겠다. 하지만 빠듯한 시간이라 능선을 타고 바래봉으로 오르려니, 입구를 목책레일로 완강하게 막아놓아, 어쩔 수 없이, 오른쪽 임도를 따라 바래봉으로 향한다. 3시 38분, 샘터를 지나고, 이어 억새와 주목이 연출하는 멋진 풍광을 카메라에 담는다.
억새와 주목
샘터로 내려선 아주머니가 따라오지를 않는다. 잠시 기다렸다 천천히 너른 임도를 따라 오른다. 3시 42분, 바래봉 200m를 알리는 이정표를 지나고, 가파른 사면을 올라, 조망 안내판 앞에서 구름을 이고 있는 반야봉을 한동안 바라본 후 정상으로 향한다.
조망안내판과 구름을 이고 있는 반야봉(사진 클릭하면 커짐)
3시 51분, 바래봉 정상에 올라, 정상석을 카메라에 담고 잠시 주위를 두러본다. 바래봉 철쭉이라고 하지만, 바래봉에는 별로 철쭉이 보이지 않는다. 발길을 돌려 서둘러 하산을 하는데 아주머니가 마주 올라오고 있다. 정상까지는 2분 정도의 거리다. 정상에 올랐다 바로 하산하라고 이르고 앞서 나간다.
바래봉 정상석
막아 놓은 능선 길
아름다운 임도 - 삼거리 가는 길
4시 2분, 바래봉 삼거리를 지나 천천히 임도를 따라 내리다, 너른 공터에서 한동안 용산리를 굽어보며, 아주머니를 기다리지만 아주머니는 모습을 보이지 않는다. 4시 16분, 용산주차장 3.2Km를 알리는 이정표를 지나고, 목책레일로 막아놓은 능선입구에서 아주머니를 기다린다.
용산리
이정표
아주머니와의 시간차이가 많아도 10분 이내일 터인데, 아주머니는 좀처럼 모습을 보이지 않는다. 할 수 없이 임도를 따라 오르며, 내려오는 등산객들에게 아주머니 한 분이 내려오는 것을 못 보았느냐고 묻지만, 모두들 고개를 젓는다. 4시 25분, 발길을 돌려, 능선입구로 되돌아와 도로에 능선입구를 화살표로 표시하고, 4시 27분, 능선으로 들어서서 뛰듯이 달려 내린다.
능선을 달려 내리고
4시 51분, 운지사 경내로 들어서서, 5층 석탑을 카메라에 담고, 4시 56분, 통제소 앞에 이르러, 하산하는 우리대원들을 만난다. 이어 데크 길을 걸어내려, 5시 4분, 지리산/운봉 바래봉 철쭉 돌 표지를 카메라에 담고, 주차장을 향해, 식당가를 지난다.
5층 석탑
통제소 앞
바래봉 철쭉 돌 표지
식당 안에서 누군가가 나를 부른다. 식당 안을 들여다보니, 백화산 등산 때 만났던 임금돌 님이 여자대원 두 사람과 함께 하산주를 즐기고 있다. 게다가 여자 한 분은 옥타브대장의 부인이 아닌가? 끌려들 듯 식당 안으로 들어가 함께 하산주를 마시며, 홀로 떨어뜨리고 내려온 아주머니 걱정을 하면서, 옥타브대장에게 전화로 상황을 알린다. 5시 15분경, 하산주 자리를 파하고 함께 주차장으로 내려선다.
하산주 자리에 끼어들고,
주차장에 정차하고 있는 산악회 버스에 오르지만, 옥타브대장은 아직 하산하지 못한 대원들을 기다린다. 후미대원 몇 사람이 도착하고, 5시 30분 경, 뒤쳐졌던 아주머니가 도착하자. 버스는 서울을 향해 출발한다.
주차장에서 대원들 하산을 기다리는 산악회 버스
5시 10분, 버스 출발시간에 늦지 않으려고, 홀로 떨어진 아주머니를 기다리지 못하고, 혼자 내려온 것을 내내 후회하고 있는데, 버스에 오르는 아주머니의 모습을 보자 어찌나 반갑던지... 아주머니는 길 위의 능선 입구 표시를 보지 못하고, 임도를 내내 뛰어내려왔다고 한다.
정령치에서 출발하여 바래봉을 왕복하고 임도 따라 하산했다면 오늘의 산행거리는 도상거리로 14.2Km에 이른다. 이 구간을 올해 55세인 아주머니가 6시간 20분 만에 주파를 했으니, 보통 아주머니는 아니라는 생각에, 큰 박수를 보낸다.
(2016. 5.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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