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달산에서 본 바닷가 마을지붕, 해안도로와 신안비치호텔

 

2011년 5월 19(목)
손자 녀석을 보러 보름동안 미국을 다녀오느라 영산기맥 마지막 구간의 산행이 늦어졌다. 이래저래 영산기맥은 내게 무척 어려운 곳이지만 이왕 시작한 것이니 서둘러 마무리를 해야겠다고 생각을 하고 시차증(時差症-Jet Lag)에서 어느 정도 회복된 오늘을 산행일자로 정한다. 마침 현지의 오늘 날씨는 구름이 다소 끼고 바람이 불어 산행하기에 좋은 날씨라고 한다.

 

하지만 감돈재에서 다순금까지는 거리가 24Km에 가깝고 목포시로 들어서서는 소멸된 마루금을 찾아 골목골목을 누벼야하기 때문에 한 번에 마치기가 쉽지 않을 것 같다. 그렇다고 두 번으로 나누어서 하기는 번거롭기도 하고 꼭 그렇게 해야 할 필요가 있을까 하는 생각도 든다.

 

여하튼 한 번에 끝내기로 하고 5월 18일 23시 10분 용산 발 목포행 새마을호(26,000원)와 5월 19일 목포 발 용산행 KTX(26,500원)를 예약하고, 5월 19일, 4시 6분, 목포역에 도착하여 김밥 집에서 새벽밥을 먹는다.(5,000원) 이어 5시 3분, 역전 버스정류장에서 부안 행 200번 버스를 타고,(1,500원) 원청계 정류장에서 내려, 택시를 호출한다. 5시 45분, 지난번 산행을 끝냈던 갑돈재 범천사 입구에 도착한다.(7,000원)

감돈재, 법천사 입구

 

차에서 내리니 새들의 합창이 요란하다. 오랜만에 들어보는 청아한 새들의 노랫소리가 정겹다. 차근차근 산행준비를 마치고, 5시 56분, 길 건너편 나뭇가지에 걸린 표지기들을 따라 묘역으로 들어서며 산행을 시작한다. 산길은 묘 뒤에서 시작된다. 역시 표지기들이 걸려 있다. 어둑한 잡목 숲으로 이어지는 등산로가 비교적 뚜렷하고 간간이 표지기들이 길 안내를 해준다.

산행 들머리를 알려주는 고마운 표지기들

 

완만한 오르막 숲길을 천천히 오른다. 새들의 지저귐은 여전히 즐겁지만 얼굴에 감겨오는 거미줄이 성가시다. 6시 9분, 묘 3기가 있는 고도 118m 정도의 봉우리를 넘고, 이어 안부에 내려섰다 다시 가파른 오르막을 오르자, 몸이 더워진다. 6시 18분, T자 능선에 올라, 바람막이를 벗고, 잠시 쉰 후 오른쪽으로 진행한다.

T자 능선에서 오른 쪽으로 진행하고

 

푸른 잡목 숲 사이로 등산로가 계속 가볍게 오르내리더니, 6시 35분, 씨멘트도로로 떨어졌다, 건너편 숲으로 이어진다. 잘 닦여진 등산로가 가파르게 이어진다. 이정도 길이라면 누가 영산기맥 길을 개떡 같은 길이라 하겠는가?  6시 42분, T자에서 왼쪽으로 진행하고, 6시 44분, 고도 226m 정도의 봉우리에 오르자, 등산로는 왼쪽으로 굽어져 남으로 향한다.

시멘트도로


도로 건너 숲으로 이어지는 통나무 계단길

 

능선이 여전히 가볍게 오르내린다. 아무도 없는 고요한 숲길을 아무생각 없이 꾸벅꾸벅 걷는다. 뻐꾸기 소리, ‘홀딱 벗고, 홀딱 벗고’ 새소리가 들린다. 숲은 어느 사이에 야들한 연녹색에서 짙은 초록으로 변해가고 있다. 로프가 드리워져 있는 가파른 오르막을 올라, 7시 8분, T자 능선에서 오른쪽으로 진행하고, 다시 한 번 로프가 걸린 가파른 오르막을 오르자, 왼쪽으로 이정표와 최근에 세운 듯한 무인 산불감시탑이 보이고, 오른쪽 나뭇가지에 표지기가 걸려 있다. 지도에 국사봉(283m)이라고 표시된 지점이다. 봉우리에서 일로 쪽을 바라본다. 아침 안개 속에 멀리 영산강이 하얀 띠처럼 보인다.

무인 산불감시탑과 이정표가 있는 국사봉

일로 쪽 조망, 영산강이 띠처럼 보인다.

 

국사봉에서 오른쪽으로 내려서서, 헬기장과 국사봉 40m를 알리는 이정표를 지나고, 7시 24분, 삼각점<목포 306, 1999 재설>이 있는 봉우리에 올랐다, 로프가 걸려있는 가파른 내리막을 달려 내린다. 안부를 지나 7시 44분, 국사봉 등산로 안내도가 있는 대봉산(259m)에서 다시 로프가 걸려 있는 가파른 비탈길로 내려선다.

이정표

신록이 짙은 녹색으로 변하기 시작하고

대봉산에 있는 국사봉 등산로 안내도

 

7시 48분, 이정표가 있는 죽림마을 갈림길 안부에서 오른쪽으로 진행하여 한동안 잘 뚫린 등산로를 따라 진행한다. 8시 10분, 갈림길에 이른다. 잘 뚫린 등산로는 오른쪽으로 이어지고, 왼쪽 잡목 숲 사이로 희미하게 이어지는 산길 쪽에 표지기들이 걸려 있다. 왼쪽 산길로 들어선다. 표지기들이 더 자주 눈에 뜨이고, 무안 요룡회 손상득 씨 안내문이 눈길을 끈다.

이정표

갈림길 왼쪽에 걸린 표지기들

손상득 씨 안내문

 

비로소 악명 높은 영상기맥 산길이 이처럼 순해진 이유를 알겠다. 손상득 씨의 고향을 사랑하는 마음과 산꾼들에 대한 따듯한 애정이 강하게 느껴진다. 고속도로변까지의 남은 거리를 짐작하기 위해, 오른쪽 바지주머니에 넣어 둔 지도를 찾으나 없다. 죽림마을 갈림길 안부에서 방향을 확인해 본 것이 마지막이었으니까 그 사이 어딘가에서 빠뜨린 모양이다.

정비된 잡목 숲길

약 10분 정도 왔던 길을 되밟아 보지만 지도는 보이지 않는다. 길에 떨어져 바람에 불려 숲속으로 날아갔는지도 모르겠다. 찾기를 단념하고 무거운 발길을 돌려 산행을 계속한다. 지도가 없으니 이제 의지할 것은 고래대장의 산행기록과 표지기들 뿐이다. 8시 30분, 무명봉에서 표지기 따라 오른쪽으로 내려서서, 안부에 이르니, 왼쪽에 집이 보인다. 사람이 살고 있는 것 같지는 않다.

무명봉에서 표지기 따라 오른쪽으로

 

8시 56분, 갈림길을 만나 표지기를 따라 직진하고, 이어서 만나는 갈림길에서는 왼쪽 길로 들어서서. 9시 7분, 절개지 위에 선다. 발아래 서해안고속도로와 채석장이 내려다보인다. 절개지에서 임도를 따라 오른쪽으로 내려서고, 시멘트도로에 이르러, 왼쪽으로 진행하여, 9시 17분, 주자재 지하통로로 고속도로를 건넌다. 이어 백록식품 앞에서 포장도로를 따라 오른쪽으로 진행한다.

서해안고속도로와 채석장, 그리고 오른쪽의 지적산

지하통로

 

9시 22분, 고개마루턱에 있는 선경 폐차장을 지난다. 풀어 놓은 커다란 개가 마구 짖으며 따라온다. 쫓기듯 폐차장을 지나, 왼쪽의 채석장도로를 건너다 본다. 고래대장은 마루름이 엉망으로 훼손 된 이곳에서는 채석장도로를 따라 진행하라고 조언을 하고 있다. 하지만 채석장도로로 건너가는 길이 보이지 않는다. 할 수 없이 넝쿨과 찹초가 무성한 묵은 밭을 가로 질러, 채석장도로에 이르고, 뒤돌아 훼손된 마루금 형태를 그려본다.

선경 폐차장

왼쪽 구조물 아래 묵은 밭을 가로 질러 채석장도로로

채석장도로에서 뒤돌아 본 고속도로 건너편 봉우리 와 폐차장 지붕

 

채석장도로를 따라, 요란한 굉음을 내며 작업이 진행되고 있는 채석장 안으로 들어선다. 바로 영산기맥 마루금에 해당되는 능선이 채석장의 작업장인 모양이다. 덤프트럭들이 먼지를 뿜어대며 연신 드나드는 넓은 도로를 따라 진행한다. 오른쪽으로 너른 황톳길이 보이고 표지기 한매가 나풀댄다.

채석장 1

채석장 2

갈림길

 

가까이 가보니, 빛 바란 표지기위에 ‘호진이랑/옥자랑’이라는 글자가 보인다. 산꾼들이 걸어놓는 표지기와는 색다른 분위기이지만, 황톳길 뒤로 보이는 송전탑이 있는 봉우리들을 보면, 방향을 제대로 알려주는 표지기 임에는 틀림이 없겠다. 황톳길을 따라 바람이 세차게 부는, 고개 마루턱 절개지 아래를 넘어선다. 오른쪽에 절개지로 오르는 길을 안내하는 표지기들이 보인다.

사랑하는 ‘호진이랑/옥자랑’이 걸어 놓은 표지기

송전탑이 지나는 봉우리들

오른쪽 절개지로 오르는 길을 알려주는 표지기들

 

잡목 숲 사이로 희미하게 이어지는 가파른 오르막길을 이러 저리 오른다. 하지만 묘를 이장한 흔적이 있는 공터에서 길이 끊기고, 주변의 잡목이 무성하여 능선으로 오를 만한 곳이 보이지 않는다. 할 수 없이 능선으로 오를만한 곳을 찾아, 왔던 길을 내려서며, 찬찬히 능선 쪽을 살핀다. 10시 1분, 드디어 올라올 때는 미처 보지 못했던 능선으로 오르는 희미한 길을 발견한다. 안쪽에 표지기도 보인다.

능선으로 오르는 길

 

10시 5분, 송전탑 75번을 지나고, 등산로는 오른쪽 내리막을 지나 왼쪽으로 크게 굽어져 시멘트도로로 내려선다. 오른쪽에 하얀 연기를 내 뿜고 있는 공장이 보인다. 도로를 건너 표지기가 걸린 임도로 들어서고, 묘 뒤편에 걸린 표지기를 따라 숲으로 들어서서 가파른 오르막길을 오른다.

75번 송전탑

시멘트 도로와 흰연기를 뿜는공장

묘 뒤의 숲길

 

10시 22분, 76번 송전탑을 지나고, 6분 후, 77번 송전탑을 통과한 후, 조망이 트인 곳에서 첫 번째와 두 번째 채석장을 카메라에 담는다. 10시 32분, 아무 표시도 없는 삼각점이 있는 지적산 정상(188.7m)에 오른다. 암봉이라 조망이 좋다. 남서쪽으로 통신탑이 있는 양을산과 그 뒤로 멀리 유달산이 보이고, 북동쪽으로는 남양제와 황해바다가 보인다. 잠시 조망을 둘러보고 정상을 내려서서, 바람을 피할 수 있는 바위 그늘에 앉아, 떡과 우유로 간식을 들며 휴식을 취한다.

뒤돌아 본 첫 번째 채석장

두 번째 채석장

지적산 삼각점

아파트 단지, 양을산, 그리고 멀리 유달산

 

20분 정도 휴식을 취한 후, 지적산을 내려선다. 11시 11분, 지적산 1.0Km를 알리는 이정표가 있는 안부 사거리에서 직진하고, 11시 21분, 웅지봉 0.3Km를 알리는 이정표가 있는 갈림길을 거쳐, 3분 후 산불감기초소와 무인 산불감시탑이 함께 있는 웅지봉에 오른다.

뒤돌아 본 지적산

웅지봉

 

11시 26분, 81번 송전탑을 지나며, 대박산(155.4m)을 카메라에 담고, 로프가 드리워진 가파른 내리막길을 달려 내린다. 이어 공터를 지나, 절개지에서 표지기를 따라 왼쪽으로 내려서고, 11시 46분, 육교를 건넌다. 산행을 시작한 지 6시간 가까이 지난 시각이다. 물도 얼마 남지 않고, 덥기도 하여, 편의점을 찾아 코카콜라 공장 주위를 둘러본다.

1번국도와 대박산

코카콜라 공장

육교를 건너고

 

이윽고 편의점을 찾아, 포카리 스웨트와 캔 맥주를 사고, 편의점 앞 평상에 앉아 시원한 맥주를 마시며, 20여 분 간 휴식을 취한 후, 12시 10분 경 코카콜라 공장 앞에 이른다. 고래대장은 산행기에서 코카골라 공장을 오른쪽에 끼고 능선에 오른다고 쓰고 있지만, 다른 선답자는 도로를 따라 대박산을 우회하는 것도 한 가지 방법이라고 지적하고 있어, 편한 길을 택하기로 하고, 천천히 도로를 따라 걷는다. 12시 30분, 목포체육관 교통표지판을 지나고, 5분 후, 체육관으로 내려섰다, 뒤쪽 능선으로 오른다.

도로를 따라 걷고

목포 체육관

체육관 뒤쪽 능선으로 오르고

 

능선에 올라서니, 오른쪽에 레미콘 공장과 바다가 내려다보인다. 너른 등산로에 돌탑과 삼각점이 보이고, 목책길을 따라 오르면 체육시설과 팔각정이 있는 산책로다. 12시 56분, 송신탑 1.5Km를 알리는 이정표를 지나 산책로를 따라 걷는다. 이어 송신탑 560m, 송신탑 350m를 알리는 이정표를 잇달아 지나고, 1시 26분, 도로로 나온다.

레미콘 공장과 바다

돌탑과 삼각점

운동시설과 정자

이정표

도로

 

1시 26분, KT건물 정문에서 오른쪽으로 돌고, 3분 후 스켓타 통신시설 표지석이 있는 곳에 이르러 목포시가지와 유달산을 조망한다. 목포시의 규모가 예전에 비해 엄청나게 커졌다. 이어 정자를 지나 산길을 따라 내려 목포시청 갈림길 이정표가 있는 안부를 지나고, 1시 36분, 통신탑이 있는 봉우리에서 오른쪽으로 내려서서, 2시경에 시가지에 이른다.

통신시설 표지석

목포 시가지와 유달산

압해대교 방향

양을산 정상

 

시가지로 내려섰지만 지도가 없으니 어디가 어딘지 모르겠다. 지나가는 아가씨에게 경찰서 사거리가 어디냐고 물으니, 이곳에서 좀 떨어진 곳에 있다고 한다. 그러면 여기는 어디냐고 다시 묻자, 아가씨는 의아한 표정을 지으며, 용당동이라며, 어디를 가시는데 경찰서 사거리를 찾느냐고 되묻는다. 영산기맥 종주 마무리를 하러 서울서 내려왔고, 유달산이 목적지인데, 산줄기를 따라 가야가야 하기 때문에 경찰서 사거리를 찾는다고 대답하자, 아가씨가 놀란 표정을 지으며, 자기를 따라 오라고 한다.

 

한동안 아가씨를 따라 걷는다. 이윽고 오른쪽으로 새로운 도로가 갈라 지니는 곳에 이르자, 아가씨는 오른쪽 도로에서 경찰서 사거리로 가는 길을 상세하게 가리켜 주며, 조심해서 가시라고 인사를 한다. 참으로 친절한 아가씨다. 목포에 대한 첫인상이 좋다. 2시 20분, 길상사 안내판이 보이는 경찰서 사거리에 이른다. 양을산 정상에서 50분 만에야 겨우 이곳에 도착한 것이다

길상사 안내판

 

길을 건너 목포경찰서 앞에서 자나가는 노인에게 물어 용해동 경로당 골목길을 확인하고, 골목 가까이에 있는 ‘남원 추어탕’ 집을 찾아들어 점심식사를 한다. 음식이 정갈하고 간이 맞는다. 내가 좋아하는 밴댕이젓까지 나와 더욱 반갑다. 우선 맥주로 갈증을 달래고, 천천히 추어탕 맛을 즐기며, 나머지 구간의 진행방법을 궁리한다.

목포경찰서

 

양을산 정상에서 경찰서 사거리까지의 마루금 도상거리가 1Km에 불과한데 길을 찾아 헤매느라, 50분이 나 걸렸다. 3시가 가까운 지금 시각부터 유달산까지의 사라진 마루금을 찾아, 시내 골목골목을 헤매다 보면, 예약한 7시 30분 발 KTX로 오늘 서울 가기가 어렵겠기에. 차라리 시내는 택시를 타고 관통하고, 유달산 아래에서 산행을 속개하기로 작정한다. 비로소 마음이 느긋해지고 여유가 생긴다.

 

3시가 넘어 추어탕 집을 나와(10,000원) 길가에서 택시를 잡아타고, 유달산 산책로 입구로 가자고 한다. 택시는 10분 남짓 후에 유달산 난 전시관 앞 도로변에 도착하여 차를 세운다. 미터 요금 2,700원, 3,000원을 지불하고 내리자, 바로 코앞에 안내판이 보인다. 안내판을 보고 진행 방향을 정한다.

유달산 안내도

 

잘 다듬어진 돌계단을 올라 특정 자생식물원 앞을 지나고, 계속 이어지는 돌계단을 따라 소요정 갈람갈 이정표을 거쳐, 일등바위와 이등바위 사이의 안부에 올라선다. 이정표가 있다. 이어 왼쪽 일등바위 쪽으로 진행하여, 3시 36분 선유각에서 주위의 조망을 살핀다.

난 전시관 안내석

계단길

이정표

선유각

이등바위

건설 중인 목포대교

 

3시 40분, 일등바위 300m를 알리는 이정표를 지나고 돌계단이 만들어진 암릉을 오르며, 높아진 고도에서 주위 조망을 즐긴다. 3시 54분 일등바위 50m를 알리는 이정표를 지나고, 3분 후, 안내석이 있는 일등바위 아래에 선다.

얼굴바위

고하도와 용머리

일등바위 정상가는 길

목포시가지와 멀리 양을산

이등바위와 압해대교

삼학도 방향

안내석

정상 오르는 길

 

이어 철책이 둘린 돌계단을 지나, 정상석과 삼각점이 있는 정상에 오른다. 탁 트인 조망과 시원한 바람으로 가슴 속까지 후련해지는 느낌이다.

 정상석

 

삼각점

다순금 해안도로와 신안비치호텔


4시 5분, 일등바위 아래로 내려 선 후, 오른쪽에 보이는 가파른 계단길로 진행한다. 험한 암릉길이 이어진다. 사람들이 자주 다니는 길이 아닌 것 같고, 표지기도 전혀 보이지 않는다. 순간 마루금을 벗어낫다는 생각이 들지만, 계속 내려가면, 해안도로일 터이니, 벗어나야 얼마나 벗어나겠느냐는 생각에 하산을 계속한다. 4시 22분, 커다란 바위를 지난다. 바위 아래 음각한 글자가 보이지만 판독이 어렵다. 다만 스스끼(鈴木)라는 글자가 있는 것을 보면 해방 전에 일본인이 새긴 글인 것 갔다.

큰바위

하단 음각

고도가 낮아지며 험한 지역은 벗어났나 싶은데, 3~4m 직벽에 로프가 걸려 있다. 스틱을 아래로 던지고 로프에 매달려 움푹 파인 직벽를 내려선다. 4시 28분, 낙조대 방향을 알리는 이정표가 있는 곳에 내려서서, 낙조대로 향한다. 과연 해질 무렵에 정자위에서 보는 다도해의 풍광이 절경이겠다. 4시 40분 경 해안도로에 내려서서 신안비치호텔 쪽으로 진행하면서 유달산 산세를 돌아보니, 마루금 반대편으로 내려섰음을 바로 알 수 있겠다. 지도를 잃어버려 생긴 해프닝이다.

낙조대

은파

해안도로

시원한 바닷바람을 맞으며 해변도로를 걸어, 영산기맥의 종착점인 “예향 목포”의 커다란 표지석을 찾는다. 유달산 산세의 흐름을 보면 묻지 않아도 그 위치를 짐작할 수 있겠다. 비록 도중에 마루금을 잘라먹기도 하고, 우회하기도 하면서 억지춘향으로 이곳까지 왔지만, 마지막 종착점까지 빼먹을 수는 없지 않겠는가?  4시 50분, 드디어 표지석과 안내문을 카메라에 담고 한동안 망연히 서서, 다도해를 바라본다.

예향 목포

2010년 5월 30일, 송암 산악회를 따라 시작한 영산기맥 종주가, 도중에 산악회에서 일탈하여 잠시 쉬다가, 심산대장과 함께 한 겨울에 속행하고, 이어 심산대장도 도중에 포기하는 바람에, 힘들고 지겨운 데는 적당히 잘라 먹으면서, 거의 일 년여 만에 혼자서 엉터리로 마무리를 한다.

 

70이 넘은 선배가 함께 산행을 하다 적당히, 적당히 요령을 피우며, “70이 넘어 봐라, 하루가 다르게 체력이 떨어지는 것을 느낄 터이니..”라고 변명을 하시던 말씀이 생각나고, 등산을 할 때는 자기 체력의 80%까지를 상한으로 하라는 명구(名句)를 기억한다. 요즘 내 산행시간의 최대한은 7시간 정도인 것 같다.

 


(2011. 5. 22.)

 

 

Posted by Urimah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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