헬기장에서 본 불갑산
2011년 2월 6일(일).
새벽 5시 반 쯤에 잠이 깬다. 엊저녁에 스트레칭으로 충분히 몸을 풀고 잠을 잔 덕에 몸이 가뿐하다. 어둠 속에서 일어나 요가를 하고, 화장실을 다녀오니, 6시 30분이 가까운데, 옆 자리의 심산대장은 일어날 기미를 보이지 않는다. TV를 켠다.
식당 건너편에 있는 마트가 문을 열었는지 궁금하다. 편의점이라면 당연히 24시간 영업이겠고, 슈퍼는 집집마다 아침에 문을 여는 시간이 다를 것이지만, 마트라는 이름의 상점은 어떤지 모르겠다. 모텔에서 멀지 않으니, 나가서 확인해 보기로 한다. 밖으로 나오니 7시도 안된 시각이라 사방은 아직 어둑한데, 날씨는 추운 줄 모르겠다. 큰길가로 나와 보니, 역시 마트에는 불이 꺼져있다. 혹시 개점시간이라도 계시가 됐나 해서 닫힌 문 앞까지 다가가 보지만 역시 헛일이다.
모텔로 돌아와 빵과 커피로 간단히 아침식사를 한다. 점심이 문제다. 식당이 문을 열지 않으면, 컵 라면과 빵으로 아침과 점심을 때울 생각이었는데, 마트까지 문을 열지 않았으니, 일이 맹랑하게 돼 버렸다. 버스터미널 근처에는 혹시 편의점이라도 있을지 모르겠다는 생각에 배낭을 메고 모텔을 나선다.
엊저녁에는 몰랐는데, 모텔을 나서니, 버스터미널이 지척이다. 헌데 버스 한 대 보이지 않는 휑한 터미널이다. 말이 터미널이지 실제는 정류장 정도다. 대합실로 들어서니, 매표소에 혼자 앉아 있던 아가씨가 얼굴을 내민다. “안녕하세요"FONT-SIZE:12pt;FONT-FAMILY:굴림;">큰길로 나와 이집 저집을 기웃거리며 지나는데, 저 앞에 불 켜진 마트가 보이지 않은가? 어찌나 반가운지 단숨에 달려가, 컵라면, 우유, 생수 등을 구입하고,(3,900원) 보온병에 뜨거운 물을 채운다. 그리고 “형태는 편의점 같은데, 마트는 뭐고, 왜 24시간 영업을 하지 않느냐?”고 점원에게 묻는다. 전에는 24시간 영업을 했으나 외곽도로가 생기고 난 후에는 교통량이 줄어, 지금은 아침 7시 30분에 문을 연 다는 대답이다. 마트에서 어제 탔던 택시를 호출한다.
반갑게 모습을 보인 택시는 8시 2분, 우리들을 밀재 버스정류장 앞에 내려준다. (요금 5,000원). 산행준비를 마치고 8시 4분, 도로 건너 오른쪽 고개마루턱 쪽으로 두어 발자국 옮겨, 입구에 ‘전망 좋은 곳’을 알리는 표지판이 세워져 있는 임도로 들어서고, 이정표가 있는 갈림길에서 오른쪽으로 오른다.
산행코스
밀재
전망 좋은 곳 안내판
오른쪽에 ‘耽羅崔氏 世葬山’ 碑가 보인다. 이비를 오른쪽에 끼고 산길로 들어선다. 어제와는 달리 눈 위에 여러 사람들이 지난 발자국들이 뚜렷하다. 눈길이 점점 가팔라지며 고도를 높인다. 능선을 오르다 잠시 뒤돌아, 22번 국도와 30도 방향으로 멀리 보이는 태청산을 카메라에 담는다.
탐라최씨 세장산 비
뚜렷한 발자국
22번 국도
30도 방향의 태청산
다시 한차례 가파른 눈길을 올라 8시 32분, 갈림길에 이른다. 오른쪽으로 표지기가 보이지만 눈밭이고, 왼쪽은 헬기장으로 이어지는 뚜렷한 길이다. 잠시 후 사방이 탁 트인 너른 헬기장에 오른다. 조망이 좋다. 밀재 도로변에서 본 표지판의 ‘전망 좋은 곳’이 이곳이고, 인근 사람들이 많이 찾는 곳인 모양이다. 잠시 주위를 둘러보고 갈림길로 되돌아와 눈밭 속으로 들어선다.
갈림길, 표지기들이 보이는 곳이 마루금, 길도 보이지 않는 눈밭이다.
동천의 해와 전망 좋은 헬기장
흐릿하게 보이는 해보면
30도 방향의 지나온 기맥능선
이제까지와는 달리 눈밭 속에 길은 보이질 않고, 눈에 덮인 희미한 발자국 흔적이 간간이 보일 뿐이다. 정신을 바짝 차리고 마루금이 흐르는 서북방향을 향해 조심스럽게 너른 내리막 사면을 내려선다. 간간이 보이는 표지기들이 많은 도움을 준다. 9시 15분, 마을 앞 시멘트도로로 내려선다. 개들이 요란하게 짖어댄다. 시멘트도로를 오른쪽으로 따라 올라, 녹수산장을 지나고, 9시 21분, 갈림길에 이른다. 왼쪽은 용문사 가는 길이고 오른쪽이 마루금으로 이어지는 고개마루다.
눈밭 속의 표지기들-반갑다.
마을로 내려서서 녹수산장을 지나고
갈림길, 오른쪽이 고개마루로 오르는 길
그만큼 신경을 쓰고 조심조심 내려왔는데도 마루금 능선에서 왼쪽으로 벗어나 마을로 떨어진 것이다. 갈림길에서 잠시 갈등이 생긴다. 오른쪽 고개마루에 올라, 원칙대로 마루금을 탈 것인가"600" alt="" hspace="5" src="../images/rA8kDYPMFA9OjFvNpmmV5Q.jpg" width="800" vspace="5" border="0">
왼쪽 시멘트 도로로 들어서고
9시 25분, 용문사를 잠시 둘러보고, 통신탑으로 이어지는 시멘트도로를 따라 오른다. 오른쪽으로 마루금 능선이 따라 온다. 단조로운 눈 덮인 시멘트도로이지만, 잡목넝쿨에 시달리지 않고, 알바의 위험도 없어 편하고 좋다. 10시 4분, 첫 번째 팔각정을 지나고, 10시 22분, 표지기들이 걸려있는 팔각정에서 가깝게 보이는 첫 번째 통신탑을 카메라에 담는다.
용문사 대웅전
통신탑과 시멘트도로
오른쪽에서 따라오는 기맥 마루금
정자와 표지기
마루금 고수파들은 이곳에서도 통신탑의 철책을 따라 능선을 타지만, 이미 버린 몸인 우리들은 계속 도로를 따라 진행한 후, 10시 29분, 이정표가 있는 노루목에서 비로소 마루금으로 진입한다. 노루목에서 부터는 넓은 일반등산로가 연실봉으로 이어진다. 10시 31분, 위험한 길과 편한 길의 갈림길에서 왼쪽 암릉길로 들어선다. 위험하더라도 조망을 즐기겠다는 생각이다.
노루목의 이정표
영실봉 가는 길
갈림길의 이정표
좁고 날카로운 암릉에 쇠파이프로 안전시설을 해 놓아, 눈길인데도 크게 위험하지는 않고, 많은 사람들이 오간 흔적이 뚜렷하다. 조망이 시원하다. 북동쪽으로 지나온 기맥능선이 한눈에 들어오고, 진행방향으로는 불갑산 연실봉이 지척이다. 우리가 우회한 마루금과 도로가 한눈에 내려다보이는데, 마루금 쪽도 길이 뚜렷한 것을 보면 도로로 우회한 것이 잘한 선택 같지는 않다.
암릉에서 본 지나온 기맥능선
뒤돌아 본 통신탑
마루금 능선과 우회도로-마루금 능선의 하얀 길이 뚜렷하다.
가까이 보이는 연실봉
10시 45분, 이정표가 있는 곳에서 편한 길과 만나고, 5분 후 이정표가 있는 해불암 갈림길에서 직직하여 로프가 걸쳐진 가파른 오르막길을 오른다. 정상이 가까운 모양이다. 가파른 계단길이 이어지고 등산객들이 자주 눈에 뜨인다. 11시, 연실봉 이정표가 있는 곳에서 직진하여 1분 후 정상에 오른다.
해불암 갈림길 이정표
계단길
연실봉 이정표
정상석과 삼각점
등산 안내도
정상에는 삼각점(나주 2l, 1990 재설)과 정상석(연실봉 516M) 그리고 등산안내도 등이 보이고 조망이 끝내준다. 불갑산은 인도 승려 마라난타가 배를 타고 법성포에 도착하여, 불갑사를 창건하고, 백제에 처음으로 불교를 전파한 곳으로 유명하다. 부지런한 등산객 두어 사람이 주위 조망을 즐기고 있다.
장군봉과 통신탑
기맥 마루금과 금산제-이 그림을 보면 어제 알바를 한 경로가 보인다.
불갑사 방향
11시 7분, 영실봉 이정표가 있는 곳으로 되돌아와 구수재로 향한다. 11시 14분 구수재 1.1Km를 알리는 이정표를 지나고, 11시 26분, 위험한 길과 안전한 길의 갈리는 곳을 지난다. 그러고 보니 우리들은 모르는 사이에 안전한 길로 내려선 모양이다. 시간이 지남에 따라 등산객들이 줄을 지어 오른다.
이정표
안전한 길 / 위험한 길
11시 44분, 구수재에 있는 정자에서 배낭을 벗어 놓고, 컵라면에 뜨거운 물을 붓는다. 이윽고 라면이 다 익자, 남은 빵과 함께 점심식사를 하고, 과일과 커피로 후식까지 즐긴다. 약 25분 동안 느긋한 식사를 즐기고 산행을 속개하여 구수재에서 직진한다. 여전히 넓은 등산로가 이어진다. 아이젠도 하지 않은 할머니들이 미끄러운 눈길을 위태롭게 내려오신다. 미끄러져 엉덩방아라도 찧으면 큰일인데,...무사히 하산하시기를....
점심식사를 한 구수재 정자
구수재 이정표
눈 덮인 오르막길을 오르다 뒤를 돌아보니 내려온 연실봉이 까마득하게 높아 보인다. 2시 25분, 이정표가 있는 용봉삼거리에서 오른쪽으로 진행하고, 5분 후, 정자가 있는 용봉에서 다시 오른쪽으로 굽어져, 용천봉으로 향한다. 지그재그로 로프난간이 설치된 오르막이지만 남향이라 눈은 거의 다 녹았다. 12시 38분, 이정표가 있는 용천봉(347.8m)에 오른다.
뒤돌아 본 영실봉
용봉삼거리 이정표
용천봉 오르는 길, 지그재그로 로프난간이 쳐져있다.
용천봉 이정표
넓은 등산로는 왼쪽으로 굽어져, 벤치가 놓인 쉼터를 지나고, 이정표가 있는 용출봉에서 왼쪽으로 내려선다. 이어 12시 57분, 이정표가 있는 용천사 갈림길을 지나고, 2시 3분, 한우재로 내려선다. 이제까지 이어지던 넓은 등산로는 왼쪽 용천사로 떨어지고, 마루금인 직진 능선은 또 다시 길의 형태나 발자국이 보이지 않는 눈밭이다.
용출봉 이정표
한우재
눈밭에 발자국을 내며 전진하는 심산대장
나침반의 방향과 끊겼다 이어졌다하는 희미한 족적에 의지하여 앞으로 나아간다. 능선이 서쪽으로 흐르면서 길 찾기가 다소 쉬워진다. 능선의 남쪽은 눈이 녹아 낙엽이 드러났지만, 능선 북쪽은 여전히 눈이 묻혀있어, 낙엽과 눈 사이를 걸으면 되기 때문이다. 1시 18분, 무명봉을 넘고, 6분 후 다시 봉우리에 올라 오른쪽으로 내려선 후, 능선을 오른쪽으로 우회하여 다시 봉우리하나를 넘어서니, 나뭇가지에 걸린 무원마을님의 표지기가 반갑게 환영을 한다.
남북이 확연이 다른능선
반갑게 맞이하는 무원마을님의 표지기
능선이 서북쪽으로 방향을 바꾸며 오른쪽으로 229m 뾰죽봉과 노은마을이 보인다. 진행방향이 서북쪽이다 보니, 능선의 눈이 제법 많이 녹아, 등산로에 설치해 놓은 울무가 눈에 뜨인다. 1시 57분, 산죽 밭으로 들어서서, 봉우리 하나를 넘는다. 산죽은 능선 안부에 내려설 때가지 간헐적으로 계속 이어진다.
오른쪽으로 보이는 노은마을
울무
산죽밭
2시 6분, 육훈 시멘트 말뚝을 지나고, 2시 30분, 230m봉에 올라 왼쪽으로 진행하여 경고판과 깃대가 잇는 봉우리에서 오른쪽으로 내려선다. 저 앞에 우곡저수지가 내려다보이고 그 오른쪽으로 건무산(338m)과 229m 뾰죽봉이 시야에 들어온다.
230m봉
깃봉
우곡제
건무산과 229m봉
2시 42분, ‘불발탄지역/접근금지’ 경고판이 있는 안부에서 직진하여 부드러운 능선을 따라 오른다. 이어 원형철조망을 지나고, 개인호가 있는 무명봉에서 직진하여, 2시 54분, 표지기들이 걸린 봉우리를 넘어 화산재로 내려서면서 정면으로 가야할 능선을 가깝게 바라본다.
경고판
표지기들이 걸린 무명봉
화산재로 내려서면서 본 가야할 능선
3시 1분, 화산재 임도를 건너, 건너편 교육장을 향해 타이어 길을 오른다. 교육장을 지나고, 3시 15분, ‘중대/관측소’ 팻말이 보이는 T자 능선에서 오른쪽으로 진행한다. 다시 잡목넝쿨능선이 가볍게 오르내린다. 표지기들이 걸린 봉우리 두어 개를 넘는다. 이곳 능선에는 눈이 제법 많이 녹아 등산로가 모습을 보이고, 표지기들이 길안내를 하여 알바의 위험은 없으나 잡목넝쿨에 시달리기는 여전하다. 지루한 오르내림이 반복되고 작은 봉우리 3개를 넘는다.
화산재 임도를 건너고
T자 능선에서 오른쪽으로
다시 잡목넝쿨지대
무명봉에 걸린 반가운 표지기
3시 58분, 210m봉에 오른다. 알바하기 쉬운 능선 분기봉이다. 무심코 능선따라 왼쪽으로 진행하면 남쪽의 삼덕리로 빠지게 된다. 마루금은 많은 표지기들이 방향을 알려주고 있는 오른쪽 급경사 내리막이다. 눈에 미끄러지고, 도열한 싸리나무가지에 얼굴을 긁히며 10여분 동안 조심스럽게 내려선 후, 안부에서 내려온 길을 되돌아본다.
210m봉, 많은 표지기들이 오른쪽으로 내려서라고 알려준다.
뒤돌아 본 능선
더욱 더 촘촘한 잡목 사이로 흐릿한 등산로가 이어진다. 4시 18분, 140m 정도의 낮은 봉우리를 지나고, 이어 넓게 펼쳐진 송림 숲으로 내려서니, 등산로가 사라져버린다. 나침반이 가리키는 방향과 간간이 눈에 뜨이는 표지기의도움을 받으며 방향을 정해 전진한다. 오른쪽에서 자동차 소리가 가까이 들린다.
넓은 송림 숲속에서 등산로가 사라진다.
나침반의 방향과
표지기의 도움으로 전진한다.
4시 42분, 드디어 숲을 벗어나 눈 덮인 밭 너머로 도로와 집들을 바라본다. 이어 밭을 건너고 시멘트도로를 지나, 4시 50분, 23번 국도가 지나가는 지경재에 이른다. 영광군과 함평군의 경계가 되는 곳이다. 도로변에서는 방역요원들이 구제역 방역작업을 하고 있다. 영광택시에 전화를 한다.
드디어 숲을 벗어나고
지경재
다음 구간 들머리에 있는 김철 선생 숭모비
이윽고 택시가 도착하고, 5시 20분 경 영광시외버스터미널에 이르러(택시요금 12,000원), 6시 20분 발 서울행 차표를 산다.(16,800원/1인) 이어 기사양반이 소개해준 길 건너 식당에서 영광굴비찌개로 저녁식사를 한다. 해물탕 같은 찌개에 굴비를 넣은 독특한 음식이다. 처음 먹어 보는 것이지만 맛이 괜찮다.(식대, 맥주 한 병 포함 15,000원)
버스 출발 시간이 다 되어 버스에 오른다. 승객은 15명 정도다. 출발 전 기사양반이 승객들에게 양해를 구한다. 버스전용차선 운용시간이 끝나는 9시 전에 서울에 도착하기 위해, 중간에 휴게소를 들르지 않고, 서울로 직행하겠다는 이야기이다. 버스는 3시간도 못되어 서울에 도착한다.
(2011. 1. 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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