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ategory: 영산기맥 산행기, Tag: 스포츠,여가생활
02/09/2011 10:43 am


분성산 정상

지난해 12월, 영광에 눈이 20Cm이상 내리던 날, 눈보라 속에서 고성산을 오르느라 호된 고생을 한 후 미뤄두었던 영산기맥 산행을 다시 속개한다. 혹독했던 추위도 2월 들어 한결 누그러지더니, 설 연휴 중에는 귀향하는 많은 사람들의 마음을 헤아려서인지 날씨가 많이 따뜻해진다.

설 명절에는 모처럼 일가친척들이 모이다보니 과음, 과식을 피할 수 없고, 그러다보면, 불필요한 지방질만 늘게 된다. 날씨도 따듯하겠다, 늘어난 체중도 줄이기 위해 설 연휴중인 5일(토)과 6일(일)을 택해 1박 2일 일정으로 길을 떠난다. 심산대장은 일요일 귀경할 때 차가 밀릴 것을 걱정하지만 못들은 체 아래 일정대로 밀어붙인다.

2월 5일(토) : 사동고개-밀재, 도상거리 약 7.1Km
2월 6일(일) : 밀재-불갑산-모악산-지경재, 도상거리 약 11.9Km,

산악회라면 무박코스이겠지만, 칠십이 넘은늙은이들이다 보니욕심을 부리지 않고, 여유 있게 일정을 잡은 것이다. 그런데도 영산기맥은 역시 만만치가 않다. 첫날은 눈 속에서 길을 찾지 못하고, 월암산을 넘는 바람에, 마루금 외에 두 시간의 산행이 추가 되어 총 7시간을 걷고, 둘째 날에는 눈과 잡목넝쿨에 시달리느라 도상거리 약 12Km를 9시간에 걷는다. 귀가 후 샤워를 하면서 체중을 달아보니 1Kg이 줄었다.

2011년 2월 5일(토)
첫날 산행은 사동고개에서 밀재까지, 도상거리 약 7Km 정도이니, 12시 경에 산행을 시작해도 충분하겠다. 하여 7시 40분, 영광 행 버스를 타기로 하고, 설 연휴기간이라 혹시 역 귀성 손님들이 많아 몰릴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에, 전날 인터넷으로 예약을 하고 좌석은 2번과 3번으로 지정한다.

산행코스

매표구에서 표를 받고 버스에 오른다. (16,800원/1인) 1번과 2번 좌석에는 노인부부, 3번 좌석에는 중년부인이 자리를 잡고 있다. 아마도 서울 자녀 집에서 차례를 지내고 귀향하는 일행들인 모양이다. 심산대장이 멈칫하다 잠자코 뒤로가 자리를 잡는다. 승객은 모두 12명, 자리가 널널한데, 구지 노인들을 번거롭게 할 필요가 있겠는가"FONT-SIZE:11pt;FONT-FAMILY:굴림;">이윽고 버스가 안개 낀 고속도로를 달린다. 이른 아침인데도 상행선에는 헤드라이트를 켠 승용차들이 많이 보이지만 하행선은 여느 토요일과는 달리 무척 한적하다. 남쪽으로 갈수록 안개가 더욱 짙어진다. 아마도 날씨가 따듯해지면서, 쌓인 눈에서 많은 수증기가 피어오르기 때문인 모양이다. 9시 23분, 버스는 부여백제 휴게소에서 15분 동안 정차한다. 차에서 내리니 안개가 장난이 아니다. 해가 뜨면 안개는 걷히게 마련인데도 오늘 우리가 가야할 산에도 이처럼 안개가 짙으면 어쩌나 하는 부질없는 걱정을 하게 된다.

설 연휴 중의 고속도로


안개가 짙고 한적한 부여백제 휴게소

다시 버스는 고속도로를 달린다. 버스가 호남지역으로 들어서고, 햇살이 퍼지면서, 안개가 서서히 사라진다. 하얗게 눈이 덮인 논 사이사이에 초록빛을 띤 곳이 유난히 눈길을 끈다. 아마도 보리밭인 모양이다. 어제가 입춘. 모르는 사이에 봄은 성큼 우리들 주변으로 다가온 모양이다. 학교 때 배운 현재완료형의 대표적 예문이 문득 떠오른다.

Spring has come.

버스는 11시가 조금 지나 영광시외버스터미널에 도착하고, 차에서 내린 우리들은 지난번에 삼겹살을 먹었던 식당으로 들어서서, 갈비탕을 주문한다.(6,000원/1인) 정육점을 겸하고 있는 식당이라, 갈비탕의 갈비가 국산이다. 역시 맛이 틀린다. 새벽밥을 먹고 나온 내게는 점심이 되겠지만, 빈속으로 나온 심산대장에게는 브런치가 되겠다.

식사를 마치고 나와, 택시를 잡고, 사동고개로 가자고 하니 못 알아듣는다. 연무대 골프장이라고 하니, 월암리에 있는 골프장 말이냐고 되물어온다. 지도를 꺼내보니, 월암리가 맞다. 택시는 11시 49분, 골프장 입구에 도착한다. (요금 15,000원) 택시에서 내려 가야할 능선을 바라보니, 하얀 눈밭에 발자국이 전혀 보이지 않는다. 비장한 마음으로 스패츠와 아이젠을 착용하고, 12시경, 이정표 건너편의 등산로를 따라 오르며 산행을 시작한다.

사동고개 이정표

사각사각 발밑에서 얼은 눈이 부서지는 소리가 요란하다. 나뭇가지에 걸린 표지기들이 들머리임을 확인해준다. 희미한 등산로 윤곽이 이어지고, 그 위로 눈에 덮여 흔적이 아련한 오래된 외줄 발자국이 보인다. 아마도 지난해 눈이 많이 왔을 때 걸어간 홀대간 꾼의 발자국인 듯싶다. 그렇다면 그 뒤로는 누구도 이 영산기맥에 도전한 사람이 없다는 말이 아닌가"600" alt="" hspace="5" src="../images/r0Ap0kgqynzpgE7rDa9BpA.jpg" width="800" vspace="5" border="0">
대나무 숲을 오른쪽으로 우회하고

춥지도 않고 바람도 없어 산행하기에 좋은 날씨다. 12시 12분, 능선으로 진입하여 완만한 오르막길을 오른다. 북쪽 사면이라 쌓인 눈이 제법 깊다. 발밑에서 부서지는 눈 소리를 들으며 아무도 없는 산속을 둘이서 걷는다. 코끝에 와 닿는 공기냄새가 싱그럽다. 12시 23분, 쇠파이프가 폴대처럼 꽂혀있는 봉우리에 올라 오른쪽으로 내려선다.

능선으로 진입하고


쇠파이프가 있는 봉

12시 30분, 갈림길에서 왼쪽으로 진행하고, 1분 후, 정상석과 커다란 느티나무 아래에 벤치가 가 있는 분성산(318m)에 올라 동쪽의 구와산과 대도골을 굽어본다. 이어 갈림길로 되돌아와 표지기를 따라 왼쪽으로 내려서서, 잡목넝쿨지대를 통과하고, 안부를 지나 오르막길을 오르며, 오른쪽으로 보이는 지난 구간에 지났던 장암산을 카메라에 담는다.

분성산 정상석


구와산과 대도골


잡목 넝쿨 아취


장암산

12시 41분, 무명봉을 넘고, 5분 후 또 다른 봉우리에서 직진하여 무덤을 지난다. 능선이 넓어지며 아름다운 눈밭 속을 경쾌한 기분으로 산책하듯 여유 있게 걷는다. 오늘은 바쁠 것이 하나도 없는 일정이다. 12시 52분, 시멘트 말뚝을 지나고, 1시 7분, 표지기들이 요란하게 걸려있는 봉우리에 오른다. 앞장선 심산대장이 직진하여 눈밭 속으로 진행한다. 진행방향 나뭇가지에도 표지기가 보인다.

무덤을 지나고


표지기들이 요란한 봉우리-나중에 알고 보니 이곳이 월암산 분기봉이다.

한동안 널찍한 눈밭은 지난다. 외줄기 발자국 흔적은 있지만 방향이 이상하다. 지금 시각이면 동남쪽으로 진행을 하여야하는데 우리가 가는 방향은 서남쪽이 아닌가"600" alt="" hspace="5" src="../images/ihD07w.Pno9GAmwrn97QAg.jpg" width="800" vspace="5" border="0">
봉우리에서 왼쪽으로 내려서고

1시 37분, 모처럼 표지기들이 보이는 봉우리에 이른다. 아마도 우리들처럼 월암산을 지나 알바를 하면서 걸어 놓은 표지기들인 모양이다. 이제 월암산을 지난 것이 확실하니, 왼쪽에 보이는 능선을 향해 잡목 숲을 헤치고, 눈밭에 빠지며 돌진한다. 가시에 긁힌 손등에는 선혈이 낭자하다. 이윽고 저 아래에 22번 도로가, 그리고 그왼쪽으로 저수지가 보인다. 3시 29분, 겨우 연정재로 이어지는 시멘트도로로 내려선다.

시멘트도로

시멘트도로를 따라 연정재로 오르는 심정이 착잡하다. 아무리 눈에 덮였다 하더라도 이처럼 대형 알바를 하다니... 이제는 어디 가서 독도 한다는 소리도 못하겠다. 3시 45분, 고개 마루턱에 올라, 표지기가 보이는 왼쪽 산길로 들어선다. 분성산에서 이곳 연정재까지는 도상거리로 약 1.9Km 정도다. 1시간이면 충분한 곳을 3시간이 넘게 걸렸으니 맥이 빠진다. 이제 남은 거리가 약 4.8Km... 서둘러야 한다.

연정재

부드럽게 이어지는 길을 빠르게 달린다. 3시 57분, 무명봉에 올라 오른쪽으로 내려서고, 4시 10분, 표지기가 걸린 칠봉산 갈림길에서 왼쪽으로 달린다. 묘가 있는 봉우리와 안부를 지나고, 4시 22분, 대나무 밭을 통과한다. 이어 잡목넝쿨지역과 벌목한 봉우리를 통과한 후, 4시 38분, 뱃재에 이르러 직진한다.

칠봉산 갈림길


뱃재

가시덤불을 헤집고 완만한 오르막을 오른다. 봉우리 직전에서 왼쪽으로 시야가 트이며, 저수지와 마을이 내려다보인다. 이어 고도 약 280m 정도의 잡목 봉에 올라 왼쪽으로 내려선다. 여전히 잡목넝쿨 사이로 능선이 가볍게 오르내린다. 5시 17분, 표지기들이 요란한 가재봉(277m)에 올라 오른쪽으로 진행한다. 길게 이어지는 잡목넝쿨 사이로 발자국들이 이어졌다 사라지기를 반복한다.

저수지와 마을


잡목봉


끊겼다 이어졌기를 반복하는 잡목 길

5시 32분, 흰 바위재를 지나고, 이어 벌목지대를 통과하며 서산에 걸린 해를 보니. 마음이 급해지고 걸음이 빨라진다. 5시 50분, 눈 쌓인 헬기장을 지나고, 고만고만한 봉우리 두어 개를 넘은 후, 6시 6분, 잡목넝쿨이 심한 능선을 왼쪽사면으로 우회한다. 해가 다소 길어지기는 했지만 6시가 넘으니, 사방이 어둑하다.


흰바위재


서산에 지는 해


여전히 심한 잡목, 가시넝쿨


왼쪽 사면 우회

헤드랜턴을 켠 심산대장이 앞장을 서서 고만고만한 봉우리 두어 개를 넘고, 6시 37분, 잡목이 심한 마지막 봉우리을 왼쪽으로 우회하여 능선으로 진입하니, 왼쪽 저 아래에 밀재 마을의 불빛이 환하다. 이어 묘역을 지나고, 묘 길을 따라내려, 6시 51분, 완전히 어두워진 밀재에 도착한다. 버스정류장에 배낭을 내려놓고 문장 택시를 부른다.

캄캄해진 봉우리 푸래쉬가 터진다.


어둠 속의 묘

115 밀재의 불갑사 안내판

스패츠, 아이젠을 벗고, 스틱을 접는 등의 하산 뒷마무리가 끝나기도 전에 택시가 도착한다. 택시기사에게 문장에서 저녁 먹을 곳과 잠잘 곳으로 데려다 달라고 부탁을 한다. 택시는 문장 시외버스터미널 부근의 식당 앞에 우리들을 내려준다.(요금 5,000원). 설 연휴라 대부분의 식당들은 문을 닫았지만 그래도 이처럼 문을 연 집이 있어 다행이다. 낙지가 좋다고 해서 낙지 탕에 맥주와 소주를 주문하여 모처럼 포식을 한다. (식대 38,000원) 아침식사는 9시부터라고 하니, 내일 아침은 맞은 편 마트에서 컵 라면으로 때우는 도리 밖에 없겠다. 식사를 마치고 식당 아주머니가 소개해준 가까운 모텔로 찾아들어 따끈한 온돌방에 투숙한다. (숙박비 25,000원)

(2011. 1. 8.)

Posted by Urimah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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