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포의 잡목 가시넝쿨 지대

 

2010년 6월 20일(일)
송암 산악회의 안내로 영산기맥 세 번째 구간을 산행한다. 도상거리 약 17.5Km에, 악명 높은 잡목 가시넝쿨이 장난이 아닌데, 무더위 속에 치진 몸으로 가파른 구황산을 오르다 다리에 쥐가 난다. 아스피린을 복용하여 다리근육을 달래고, 최후미로 쳐져 T자 갈림길에 오른 후, 귀신에 씌었는지 반대방향으로 하산하는 바람에 마루금을 벗어나, 23번국도와 893번 지방도로가 만나는 지점에서 겨우 산악회 버스에 오른다.

 

이제 산악회를 따라 하는 지맥이나 기맥산행이 무리라는 것이 확실해 졌다. 시간에 쫒기는 무리한 산행을 하다보면 몸에 부담이 크고, 판단도 흐려진다. 영산기맥의 나머지 구간은 올겨울 나 홀로 산행으로 마무리하는 도리밖에 없겠다.

 

오늘 코스는 『솔재(7.0K)-문수산(1.7K)-서우치(2.7K)-살우치(3.1K)-구황산(3.0)-암치재』로 도상거리 약 17.5Km에 산악회의 예상 산행시간은 6시간이다. 하지만 무성한 잡목과 가시나무, 그리고 거친 벌목지대 때문에 시간이 걸리고, 무더위로 체력이 많이 소모되어, 선두그룹이 약 8시간, 후미그룹은 9시간 정도 소요된다.

산행코스 - 파란선 알바 후 탈출행적

 

7시 천호역을 출발한 산악회버스가 최종경유지인 수지를 지났는데도 빈 좌석이 많아 대부분이 두 자리를 혼자 차지하고 편하게 앉아간다. 버스는 백제부여 휴게소에 약 20분간 정차한다. 백제부여 휴게소는 처음이다. 눈길을 끄는 몇몇 장면을 카메라에 담는다. 10시 28분, 버스는 지난번 하산하여 뒤풀이를 했던 솔재 고개마루턱에 도착한다. 서울을 출발할 때는 빗방울이 후둑거리더니, 이곳은 잔뜩 흐린 날씨지만, 비는 오지 않아 다행이다.

백제부여 휴게소 1

 

백제부여 휴게소 2

솔재 도착

 

10시 30분, 제일 뒤에 쳐져 들머리로 들어서며, 등산로 왼쪽에 보이는 수준점을 카메라에 담는다. 잠시 후 본 능선으로 진입한다. 무성한 잡목에 가려 등산로가 보이질 않는다. 초장부터 잡목과의 전쟁이 벌어진다. 10시 35분, 이동통신탑을 지나고, 벌목지대를 거쳐, 15분 후 무명봉에 올라 오른쪽으로 진행한다. 이어 10시 56분, 안개가 자욱한 399.8m봉에서 왼쪽으로 내려선다.

수준점

 


등산로를 뒤덮은 잡목

399.8m봉

 

벌목 후 버려진 나뭇가지들이 갈 길을 방해한다. 다시 잡목을 헤치고 안부에 내려서니, 왼쪽으로 시야가 트이며, 안개 속에 정글 같은 산 사면과 북당골의 파란 건물이 눈에 들어온다. 11시10분, 88번 송전탑을 지나고, 표지기가 보이는 임도를 한동안 따라 걷다, 오른쪽 능선으로 들어서서, 11시 20분, 잡목이 무성한 무명봉에 올라 오른쪽으로 내려선다. 이어 안부를 거쳐, 또 다른 봉에서 왼쪽으로 내려서면 임도가 지나가는 검곡치다.

잡목이 가득한 골짜기와 산사면

88번 송전탑

임도

검곡치

 

임도를 건너 나무계단을 지나 가파른 벌목지대를 오르다, 뒤돌아 지나온 능선을 카메라에 담는다. 11시 46분, 정면으로 보이는 438m봉을 왼쪽으로 우회하는데, 봉우리로 오르던 선두가 길이 없다며, 골짜기로 내려선다. 11시 55분, 쌍묘에서 가야할 390m봉을 카메라에 담고 시멘트도로로 내려서서 외딴집을 지나 오른쪽 수량동고개로 향한다.

지나온 능선

438m봉을 왼쪽으로 우회하고

 

쌍묘에서 본 390m봉

외딴집

수량동 고개로 향하는 대원들

 

12시 2분, 이정표가 있는 수량동고개 사거리에 이른다. 오른쪽으로 438m봉에서 내려오는 등산로가 보인다. 이정표는 축령산 3.45Km라고 알려준다. 이곳에서는 문수산을 축령산이라고 부르는 모양이다. 왼쪽의 너른 임도를 따라 오르다, 12시 12분, 갈림길에서 왼쪽으로 진행하여, 울창한 낙엽송 숲 사이로 이어지는 잘 정비된 등산로를 따라 오른다.

수량동고개 이정표

우회한 438m봉

모처럼 잘 정비된 등산로를 걷고

 

12시 24분, 묘가 있는 안부를 지나고, 안개가 끼어 어둑해진 능선을 따라 오른다. 12시 49분, 대원들이 점심식사를 하고 있는 565m봉을 왼쪽으로 내려서서 산죽과 바위들이 듬성듬성한 길을 걸어, 12시 53분, 이정표가 있는 우물터 갈림길을 지난다. 1시 3분, 암릉을 왼쪽으로 우회한다. 마주 내려오던 등산객들이 반갑게 인사를 하며 정상이 얼마 남지 않았다고 격려를 한다.

565m봉

암릉을 왼쪽으로 우회하다 만난 등산객

 

1시 15분, 이정표, 산불초소와 무인산불감시탑이 있는 문수산 정상(620.5m)에 오른다. 안개가 자욱한 너른 정상에 대원들이 삼삼오오 모여 점심식사를 하고 있다. 조망이 좋다는 문수산 이지만 유감스럽게도 지금 보이는 것은 안개뿐이다. 오른쪽의 진행하여 야트막한 바위에 오른다. 문수산 이라고 표기한 상호신용금고에서 세운 스텐 정상판과 한백 산악회에서 설치한 오래된 이정표, 그리고 삼각점이 보인다.

문수산 정상

이정표

무인 산불감시탑

삼각점

 

문수산을 내려선다. 이제까지의 넓게 잘 정비된 등산로와는 달리 산죽과 바위사이로 좁은 등산로가 이어진다. 1시 30분, 전망바위에 앉아, 안개 속에 희미하게 펼쳐진 취암리를 내려다보며 약 15분 동안 간식을 들고 휴식을 취한다. 휴식 후 가파른 비탈길을 조심스럽게 내려서서 1시 46분, 멋진 당산나무가 있는 안부를 지난다. 아래는 고창담양간고속도로가 지나가는 터널이겠다.

전망바위에서 본 취암리

안부

 

1시 56분, 능선분기봉인 550m봉에 오르자. 대원들이 모여 있다. 선두가 직진하여 망월재로 내려서다 알바인 것을 알고 뒤따라오는 대원들을 되돌렸기 때문이다. 선두는 오른쪽의 표지기들을 못 보고 직진했던 모양이다. 오른쪽으로 내려선다. 잡목넝쿨 사이로 희미한 등산로가 급하게 떨어진다. 2시 16분, 서우치에 내려서서, 임도를 따라 왼쪽으로 진행한다.

550m봉에 모인 대원들

서우치에서 왼쪽 임도따라

 

한동안 임도를 따르다 2시 22분, 표지기들이 걸려 있는 오른쪽 산길로 들어선다. 잡목 숲 사이로 가파른 오르막길이 이어진다. 2시 34분, 두루봉(441.5m)에 오른다. 표지기들이 여러 매 걸려있지만 무성한 잡초 속에 숨은 삼각점은 확인하지 못하고 왼쪽으로 내려선다. 잡목 가시넝쿨이 점입가경이다. 그 뿐인가?  벌목하고 버린 나무들이 등산로에 얼기설기 놓여있어 통행을 방해한다. 이래서 극성맞은 산꾼들도 여름철에는 영산기맥을 피한다.

임도 버리고 오른쪽 산길로

 

두루봉 정상

잡목 가시넝쿨 길

벌목지대

 

2시 56분, 오래된 임도를 따라 능선을 오른쪽으로 우회하고, 3시 15분, 무명봉에 올라 오른쪽으로 내려선다. 시야가 트이며, 2시 방향으로 소두랑봉이 보인다. 이어 또 한 번 잡목 가시넝쿨지대를 힘겹게 통과하고, 3시 29분, 임도가 지나가는 살우치에 내려선다. 대원 세 사람이 쉬고 있다. 산행을 시작하고 5시간이 지난 시각이다. 무더운 날씨에, 거친 길을 걷다보니, 많이 지쳤다. 여자대원 한 사람이 탈출을 하겠다며 혼자서 임도를 따라 하통마을 쪽 내려서고, 잠시 후, 550m봉에서 알바를 하느라 뒤쳐졌던 임 교수가 모습을 보인다.

살우치로 내려서다 본 소두랑봉

살우치

 

3시 33분, 박 원장이 앞장을 서서 차단막 오른쪽 사면을 올라 능선으로 진입한다. 박 원장과 임 교수는 전에 화요맥에서 지맥산행을 함께했던 동갑내기 동료들이다. 어제도 산행을 했다는 박 원장의 발걸음이 무거워 보인다. 또 다시 지독한 잡목가시넝쿨을 뚫고 가파른 오르막길을 오른다. 길이 완만해 지나 싶더니, 이번에는 키를 넘는 억새밭이 이어진다. 고약한 길이다. 3시 57분, 소두리봉(470m)에서 왼쪽으로 내려선다.

살우치에서 산행 속개

키를 넘는 억새밭길

소두리봉

 

가시밭길의 연속이다. 작은 봉우리 두 어 개를 넘고, 4시 33분, 장군봉 갈림봉(513.2m)에 올라, 오른쪽으로 가파르게 내려선다. 4시 45분, 가시넝쿨이 가득한 안부에 내려섰다, 뚜렷한 오르막길을 힘들게 오른다. 4시 48분, 무명봉을 지나고 안부에 내려섰다, 돌 많은 오르막길에서 길을 놓치고, 모르는 사이에 가시넝쿨 속으로 빠져든다. 몸을 움직이기도 어려울 정도로 빽빽한 가시넝쿨이다. 가시들이 바지를 뚫고 허벅지를 찌르고. 긴소매 옷도 말짱 헛것이다. 팔뚝에 깊은 상체기가 생긴다. 한동안 가시밭에서 씨름하다 겨우 사람들이 지나간 길로 나온다. 사지에서 벗어난 느낌이다, 전신이 온통 땀이다. 비로소 선두의 고생이 피부로 느껴진다. 4시 51분, 박 원장과 임 교수가 기다리고 있는 무명봉에 올라 겨우 한숨을 돌린다.

513.2m봉

 

무명봉을 왼쪽으로 내려선다. 안개가 몰려든다. 5시 1분, 안부에 내려서서 어둑한 측백나무 숲을 지나고, 봉우리 하나를 넘어선 후, 5시 7분, 박 원장과 함께 물을 마시며 한동안 휴식을 취한다. 이곳 안부와 구황산의 고도차는 약 170m나 된다. 앞서 치고 난간 임 교수의 모습은 보이지 않는다. 구황산 오르막을 오른다. 처음에는 완만하던 오름길이 점점 가팔라진다. 안개가 자욱하고 습도가 높아 바지까지 흠뻑 젖었다. 온몸이 땀투성이다.

어둑한 측백나무 숲

 

가파른 바위지대를 힘들게 오른다. 5시 50분, 표지기들이 걸려있는 구황산(500m)에 오르지만 보이는 것은 안개뿐이다. 구황산을 내려선다. 잠시 후 진주강씨 묘비를 지나고, 오르막길을 오르는데 오른쪽 다리에 쥐가 난다. 앞서 가는 박 원장에게 잠시 쉬었다 가겠다고 소리치고, 배낭에서 아스피린 2알을 꺼내 복용한 후, 다리를 주무르며 약 5분 정도 휴식을 취한다.

구황산 정상

 

뭉쳤던 다리근육이 풀리자 다시 조심스럽게 산행을 속개한다. 6시 7분, 산악회 종이표지판이 깔려 있는 453m 분기봉에 오른다. 화살표가 오른쪽을 가리키고 있다. 나중에 안 일이지만 서두르다 안개 속에서 화살표의 방향을 잘못 본 모양이다. 앞서간 박 원장을 쫓아 부리나케 달린다. 6시 16분, 갈림길에서 로프가 걸린 왼쪽 길로 내려서고, 6시 25분, 시멘트도로에서 내려선 후, 지도를 꺼내 보고서야 비로소 마루금을 벗어났음을 깨닫는다.

453m 분기봉

시멘트 도로로 내려선 나무계단.

 

맥이 쭉~ 빠진다. 다시 되돌아갈 엄두가 나질 않는다. 배낭을 벗어 놓고, 땅바닥에 주저앉아 지도를 꼼꼼히 살펴본다. 다행히 시멘트도로 건너편에 표지가가 보인다. 서쪽 방향이다. 줄곧 내려가면, 23번 국도에 이를 것 같고, 그곳에서 기다리다, 서울로 올라가는 산악회버스를 타는 것이 방법이겠다는 생각이 든다. 김 회장에게 전화를 하려고 휴대폰을 꺼내 전화번호를 확인한다. 화불단행이라더니 당연히 있어야 할 번호가 없다. 엎어진 김에 쉬어간다고 물을 마시며 잠시 휴식을 취한 후, 6시 44분, 배낭을 둘러메고 산길로 들어선다.

시멘트도로 건너편 산길로 들어서고

 

뚜렷한 등산로가 이어진다. 갈림길을 만나면 무조건 서쪽 길을 택한다. 7시, 신용길과 계당길 갈림길에서 직진하여 23번 국도로 나와, 우선 슈퍼에 들러 캔 맥주를 사 마시는데, 김 회장에게서 전화가 온다. 현 위치를 알려주니, 그곳에서 기다리고 한다. 맥주를 마시고 슈퍼를 나와 893번 지방도로가 분기하는 삼거리에서 산악회버스를 기다리다, 7시 45분 경에 도착한 버스에 오른다.

교통표지판

 

김 회장이 식사도 못한 채, 구황산 쪽으로 찾아 나서고, 박 원장도 왼쪽 하산 길에서 기다리며 걱정을 많이 했다고 한다. 이제 산악회를 따라하는 지맥이나 기맥산행도 졸업을 할 때가 된 모양이다.

 

 

(2010. 6. 22.)

 

 



Posted by Urimah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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