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릉계곡 용 오름길

 

산수산악회가 두타산(1,353m), 청옥산(1,403m), 무릉계곡을 간다. 참여자들은 아래, A, B, C 세 코스 중, 한 곳을 택해, 산행을 한 후 주차장으로 하산을 하라고 한다.

 

- A코스 : 댓재-두타산-청옥산-학등-무릉계곡-주차장(7시간 전후)

B코스 : 댓재-두타산-두타산성-무릉계곡-주차장(6시간)

C코스 : 무릉계곡 주차장 (5시간)

 

200411, 백두대간을 하며, 두타산, 청옥산을 오르고, 고적대에서 멋진 주변풍광에 매혹된 적은 있지만, 유명한 무릉계곡은 아직 구경을 하지 못했다. 선인요산 속인선곡(仙人樂山 俗人選谷)-“선인은 산을 좋아하고, 속인은 골짜기를 찾는다.”라는 말을 신봉(信奉)해서가 아니라, 어쩌다 능선위주의 산행을 하다 보니, 계곡을 찾을 기회가 없었기 때문이다.

 

나이 들어 계곡을 찾는 일이 많아지고, 특히 한여름 심산유곡에서 알탕의 즐거움을 체험한 이후에는 계곡에 대한 관심이 높아져, 유명한 계곡을 하나하나 둘러보아야겠다는 생각을 하게 됐다.

 

2016910()

7, 신사역 6번 출구 부근에서 기다리고 있는 버스에 올라, 엘사라는 여자대장이 안내하는 자리에 앉는다, 710, 출발시간에 버스가 정확하게 출발을 하는데, 45인 승 버스 안의 좌석은 절반 가까이가 비어있다. 내 옆자리도 공석이다. 편하게 갈 수 있어 좋기는 하지만, 산악회에 미안한 생각이 들어, 대장에게 오늘 참여인원 수를 물으니, 26명이라고 한다. 1인당 회비가 22,100원이니, 산악회 총수입은 고작 574,600원이다

 

경부고속도로, 영동고속도로, 중부내륙고속도로를 차례로 달리던 버스는 감곡 IC에서 38번 국도로 갈아타고 제천 방향으로 달려, 1045분 신 제천휴게소에 도착하여 20분 동안 정차한다. 차가 출발하자 엘사대장은 오늘 산행에 대한 개괄적인 설명을 한 후, 버스 출발시간은 댓재에 도착하면 다시 알려주겠다고 한다.

   신 제천휴게소 도착

 

버스는 강원도로 들어서서 계속 동진하여 사북을 지나고, 424번 도로로 진입하여, 한동안 북상하다, 35번 도로로 바꿔 탄 후, 삼척 방향으로 진행한다. 왕복 1차선 좁은 도로가 구불구불 이어지고, 버스는 앞에서 서행하는 화물 트럭 뒤를 하염없이 따른다. 길도 구불거리고 마주 오는 차량도 적지 않은데다, 트럭 앞에 또 다른 화물 트럭이 달리고 있어, 우리 기사양반은 추월할 엄두도 내지 못하고, 트럭 꽁무니에 매달려 답답하게 진행한다.

   창밖으로 본 사북

 

버스가 하장을 지난다, 창밖으로 광동호의 푸른 물이 시원하다. 버스는 여전히 화물트럭 꽁무니에 매달려 서행을 계속하다, 1110분에야, 겨우 댓재(810m)에 도착한다. 엘사대장은 버스가 도착한 후에 비로소 마이크를 잡더니, 별다른 설명도 없이, 버스가 무릉계곡 주차장에서 6시에 출발할 터이니, 550분 까지 하산하라고 당부하며, 버스에서 내리는 대원들에게 산악회 Tag을 건네주며 배낭에 달라고 한다.

   백두대간 댓재 돌 표지와 이정표

 

 댓재 도로개통 기념비

 

 두타산 등산로 입구

 

버스가 고속도로를 버리고, 국도와 지방도로를 타고 돌아, 서울을 출발한 지 4시간 만에야 겨우 댓재에 도착하고, 엘사대장은 버스가 댓재에 도착하고서야, 댓대 도착을 알려, 대원들이 버스 안에서 미리 산행준비를 할 기회를 박탈하더니, 산행시간도 일방적으로 6시간 40분으로 확정하는가 하면, 산악회Tag도 자리에 앉은 채 하차하는 대원들에게 건네준다.

 

그런데도 불평을 하는 대원 한사람 없다. 산행 경험이 많은 대원들이 보기에는, 고속도로 대신 줄곧 국도로 차를 몰고 온 기사양반, 무신경한 엘사대장의 태도에서 고객을 배려하는 마인드를 찾기 어렵다고 판단하고, 말을 해 보아야 헛수고라는 것을 잘 알기 때문이겠다.

 

버스에서 내려 하늘을 보니, 잔뜩 흐린 날씨에 빗방울마저 후드득 거린다. 서둘러 산행준비를 마치고, 댓재 주변풍광을 카메라에 담은 후, 화장실을 들렀다 나오니, 10분이 훌쩍 지나, 1120분경에야 비로소 산행을 시작한다. 이어 댓재 이정표를 지나, 표지기들이 요란하게 걸려 있는 등산로를 따라 오른다.

    등산로 입구

 

 댓재 이정표

 

빠듯한 산행시간을 의식한 듯, 빠르게 추월하는 대원들 뒤로 쳐져, 가파른 오르막길을 서둘지 않고 천천히 오른다. 1139, 햇댓등에 오르니. 엘사대장이 후미를 기다리고 있다. 본래 이곳은 조망이 좋은 곳으로 알려진 곳이지만, 지금은 나무에 가려 조망은 제로다. 이정표와 햇댓등 돌표지를 카메라에 담은 후, 표지기들이 요란하게 걸려있는 왼쪽 가파른 길로 내려선다.

   햇댓등 이정표

 

 돌표지

 

 횟댓등에서 본 멋진 소나무

 

가파른 길을 내려서면서, 잠시 시야가 트여, 북쪽으로 두타산 정상이 모습을 보이지만, 곧 운무에 가려 그 모습이 사라져 안타깝다. 1150, 이정표가 있는 안부에 내려서고, 앞 봉우리를 오른쪽 사면으로 우회하여 진행한다. 1157<두타산 4.7Km /댓재 1.4Km>를 알리는 이정표를 지나, 가파른 오르막길을 오른다.

   이정표

 

 우회로에서 뒤따라오는 엘사대장

 

울창한 숲 사이로 구불구불 이어지는 가파른 등산로를 따라 꾸벅꾸벅 쉬지않고 오른다. 가파른 오르막 곳곳에서 대원들이 쉬고 있다. 후드득거리던 비는 멎었으나, 여전히 흐린 날씨라 습기가 많아 무덥다. 1221, <두타산 3.Km, 댓재 2.2Km>를 알리는 이정표가 있는 1.028m봉에 오른다. 이곳까지 시간당 도상거리 2.2Km를 걸은 셈이니, 그리 늦은 걸음은 아니다.

   가파른 오르막길

 

 1,028m봉 이정표

 

1224, 커다란 바위를 지난다. 200411, 무박으로 이 바위 옆을 지날 때 랜턴 불빛에 반사되어 튕겨 나오는 야광에 놀랐던 기억이 새롭다. 등산로가 송림 사이로 이어지고. 아름드리 노송이 눈길을 끈다. 오른쪽에 로프 가드레일이 쳐진 절벽 위 길을 지나, 1229, 맨땅이 드러난 1,021m봉에 이른다. 조망이 좋은 곳으로 알려진 이봉우리에서도 운무에 가려 조망은 역시 제로다. 어쩔 수 없이 삼각점만 카메라에 담고 봉우리를 내려선다.

   길가의 큰 바위

 

 로프 가드레일

 

 1,021m

 

 삼각점

 

등산로가 가볍게 오르내리며 부드럽게 이어진다. 길가에 흐드러지게 핀 들꽃이 눈길을 끌어 카메라에 담고, 노송의 사열을 받으며, 호젓한 산길을 기분 좋게 걷는다. 1237, 이정표<두타산 3.3Km, 댓재 2.8Km>를 지난다. 안개가 짙어지며. 앞서 걷는 대원들의 모습이 이내 안개 속으로 사라진다. 1252, 다시 이정표<두타산 2.5Km, 댓재 3.6Km>를 지난다.

   들꽃

 

 노송들의 사열

 

 안개가 짙어지고 1

 

 안개가 짙어지고 2

 

 이정표

 

1. 너른 통골재(목동령)에 내려선다, 하산주의 팻말과 돌 표지가 보인다. 왼쪽 등산로는 광동호로 물길이 이어지는 계곡으로 내려서는 길이다. 비가 올 때에는 계곡물이 급속히 불어나 위험하니, 댓재로 하산하라는 하산주의팻말이다. 돌 표지는 이곳이, 댓재-두타산 간의 산행소요시간으로 볼 때 중간지점이라고 알려준다. 하지만 올바른 지적 같지는 않다. <이곳까지 내가 걸은 거리는 3.9Km, 1시간 40분이 걸렸고, 두타산까지 남은 거리는 2.2Km, 1시간 10분이 소요됐다.>

   통골재

 

 하산주의

 

 돌표지

 

가파르게 이어지는 길을 천천히 따라 오른다. 136, 두타산 2.2Km를 알리는 이정표와 의자처럼 생긴 나무를 지나고, 가파른 오르막을 계속 올라, 140, 김해 김씨 묘에 이른다. 12년 전, 한 밤중에도 보았던 묘다. 1,000m가 넘는 두타산 능선 위 너른 묘역에, 잘 손질된 커다란 봉분 아래 외롭게 홀로 누워있는 여인이다. 무슨 사연일까?

  4(), 묘하게 생긴 나무

 

   가파른 오르막

 

 유인김해김씨묘산지묘(孺人金海金氏昴山之墓)

 

묘를 지나 숲속으로 들어선다. 등산로는 한동안 완만한 오르막으로 이어지다, 통나무계단을 타고 가파르게 오르더니, 210분경에, 운무가 자욱하고, 굵은 빗방울이 떨어지는 두타산 정상에 이른다. 댓재를 출발 한 후 2시간 50분 만에 정상에 오른 것이다. 12년 전에 2시간 20분이 걸렸던 것과 비교하면 30분 정도 시간이 더 걸렸다. 나이가 들어 순발력이 떨어지는 것을 어찌 막을 수 있겠는가?

   마지막 오르막 통나무 계단길

 

빗방울이 더욱 굵어지며, 바람까지 불어 정신이 하나도 없다. 128일 저녁, 두타산 정상의 일기예보를 확인 할 때는 비소식이 없었는데, 날씨가 급변한 모양이다. 서둘러 정상사진을 찍고, 나무 아래에서 잠시 비를 피하며, 배낭에서 1회용 우비를 꺼내 입고, 선채로 정상주를 마시고, 간식을 취해, 에너지를 보충한다.

   두타산 정상

 

 정상석

 

 정상 헬기장에서 우중채비를 하는 대원들

 

215분 경, 두타산 코스로 하산을 시작하여. 233, <두타산 코스/1-9> 119표지판을 지나고, 244, 첫 번째 전망바위 위에 서지만, 보이는 것은 온통 운무뿐이다. 1분 후 <두타산 코스/1-8> 119표지판을 지난다.

   무릉계곡 명승지 등산 안내도

 

 로프가 쳐진 가파른 능선 길

 

 첫 번째 만난 전망바위

 

 <두타산 코스/1-8> 119표지판

 

당초에는 두타산 코스로 하산하면서, 전망대에서 청옥산, 고적대로 이어지는 장대한 백두대간의 흐름을 조망하고, 아름다운 무릉계곡을 굽어 본 후에, 두타산성 입구에 이르러서는, 계곡을 따라 올라 장군바위, 선녀탕, 쌍폭포, 용추폭포를 둘러보고 신선봉, 사랑바위를 거쳐 다시 두타산성 입구로 회귀한다.

 

이어 옥류동, 학소대를 지나고, 삼화사를 둘러 본 후, 금란정, 무릉반석을 지나 주차장으로 내려설 생각이었음으로, 산행시간 7시간이 빠듯할 것이라고 걱정을 했었는데 날씨가 이러니, 이제는 무엇보다도 안전하산이 가장 중요한 과제가 돼버렸다.

 

빗발은 다소 가늘어졌지만 여전히 줄기차게 내린다. 가파르게 떨어지는 미끄러운 길을 조심조심 내려선다. 평소에도 급경사 하산 길에서 미끄러져, 크고 작은 사고가 발생하는 곳인데, 지금은 운무로 시계가 짧고, 비가 내려 안경알에 물방울이 맺히다보니, 발밑을 정확히 보기가 힘들다, 손수건으로 계속 안경알을 닦으며 내려선다.

   로프가 걸린 미끄러운 암릉길

 

 암릉길에 흥건히 고인 빗물

 

34, 조난사고 다발지역을 알리는 안내판을 지나, 로프에 매달려 빗물에 젖어 번들거리는 미끄러운 암릉을 내려서고, 너덜지역을 조심해서 건넌다. 버스 출발시간이 6시이니, 산성입구에서 비룡폭포 가는 것을 포기하면, 시간은 충분하다. 뒷사람들에게 계속 추월을 당하지만, 부지런히 안경알에 맺힌 빗방울을 닦아내며, 조심조심 내려선다.

   조난사고 다발지역

 

 로프에 매달려 미끄러운 암릉을 내려서고

 

 너덜지역을 지난다.

 

327, <두타산 코스/1-6> 119표지판과 이정표가 있는 대궐 터 갈림길 삼거리에서 직진하여 햇대등을 지나고, 이어 가파른 깔딱 고개를 내려선다. 이제 비가 부슬비 정도로 약해져 다행이다. 420, 이정표가 있는 깔딱 고개입구를 통과한다.

   대궐 터 삼거리 이정표

 

   비옷 준비가 안 돼, 함빡 젖은 채로 깔딱 고개에서 잠시 휴식 중인 부부대원

 

앞이 여며지지 않는 1회용 우비

 

 깔딱 고개입구 이정표

 

428, 두타산성 0.3Km를 알리는 이정표를 지나고, 2분 후, 산성 12폭포/거북바위 방향표지판을 만난다. 12폭포가 장관이라지만, 가보아야 운무밖에 없을 터이니, 아쉽지만 그냥 통과한다. 산성 터로 내려서는 너덜길이 제법 험하다.

   이정표 1

 

 이정표 2

 

 산성터로 내려서는 길

 

434, 신성 터를 지난다. 주변풍광이 아름답다. 이곳에서 보는 조망 또한 일품이라는데 지금은 운무뿐이다. 440, 돌과 나뭇가지로 잔도처럼 엮어 놓은 특이한 등산로를 지나, 457, <두타산 코스/1-1> 119표지판과 이정표가 있는 두타산성 입구로 내려선다.

   산성 터 풍광 1

 

 산성 터 풍광 2

 

 기암

 

 두타산성 안내

 

 잔도

 

 <두타산 코스/1-1> 119표지판

 

  두타산성 입구 이정표

 

무릉계곡 상류 쪽 탐방을 포기하고 오른쪽 길로 내려선다. 빗속에서 험한 두타산코스를 별 탈 없이 내려서서 다행이라는 감사하는 마음과 아쉽다는 생각이 뒤섞인 묘한 기분이다. 올가을 단풍철에 무릉계곡을 보러 다시 와야겠다고 생가하며 넓은 등산로를 천천히 따라 내려, 다리를 건너며, 옥류동 멋진 계곡을 카메라에 담는다.

   옥류동 계곡 1

 

 오류동 계곡 2

 

57, 학소대를 지나고, 삼화사를 둘러본 후, 다리를 건너며, 용 오름길을 굽어보고, 527, 일주문을 나선다.

   학소대

 

  학소대 안내

 

   삼화사 안내

 

   삼화사 전각 배치도

 

 천왕문

 

 적광전

 

 삼층석탑과 적광전

 

 삼층석탑

 

   안내문

 

 범종각

 

 심검당

 

   석물

 

 다리에서 본 용 오름길

 

 용 오름길 안내

 

 일주문

 

이어 금란정, 무릉반석, 금강 사군첩- 무릉계, 무릉반석 암각서 등을 둘러보고, 관리사무소, 식당가를 지나, 540분 경, 주차장에서 대기하고 있는 버스에 오른다.

   금란정

 

 금란정 안내문

 

 금란계백주년기념비

 

 무릉반석

 

 금강 사군첩

 

 무릉반석 암각서

 

 안내문

 

 관리사무소

 

   식당가

 

하산이 늦은 대여섯 명의 대원들이 잇달아 엘사대장에게 연락을 하는 모양이다. 엘사대장은 버스 안에서 기다리는 대원들과 기사양반에게 양해를 구한 후 하산 중인 대원들을 기다린다. 620분 경, 청옥산까지 갔던 젊은 대원 두 사람이 마지막으로 도착하자. 버스는 서울을 향해 출발한다.

 

 

(2016. 9. 17.)

Posted by Urimah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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