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암정 앞에서 본 불암산
특별한 일이 일이 있으면 몰라도, 그렇지 않으면 나는 일주일에 3번 불암산에 간다. 보통은 월, 수, 금요일에 가지만, 산에 가는 날에 불가피한 일이 생기면, 그 주에는 산행 일을 화, 목, 토로 변경한다. 산행코스도 매번 동일하다. 6코스로 오르고 4코스로 하산한다.
불암산 6코스(2.6Km)와 4코스(1.7km)
대강 아침 8시 30분경 집을 나와, 1시간 20분(왕복) 정도 지하철을 타고, 2시간 40분가량 걸은 후, 12시 30분경에 귀가한다. 심한 폭우나 폭설이 내리지 않는 한, 날씨에 관계없이, 불암산 가는 일을 생활의 일부로 삼아, 어언 2년 가까이 진행하고 있다.
나는 10여 년 전에 은퇴를 한 후, 10년이 넘게 산행을 즐긴, 70대 중반의 ‘신 중년’이다. 노년의 문턱에 있지만 마음은 아직도 청춘인데, 70이 넘어, 허연 머리를 하고, 산악회 버스를 타면서 자주 듣는 소리가, ‘어르신, 어르신’이라는 말이다. 처음에는 무심하게 들었으나, 시간이 지나며 자주 듣게 되자. 차츰 ‘늙은이, 늙은이’라는 소리처럼 들려 거부감이 생기고, 아울러 산악회를 따라 하는 산행도 졸업할 때가 됐음을 느끼게 된다.
일본의 소노 아야코(曾野綾子, 1931년~)는 계노록(戒老錄)에서 “혼자서 노는 버릇 기르기”를 권한다. 나이가 들면서 친구들이 한 사람 두 사람 줄어든다. 살아 있어도 어딘가 몸이 나빠져 함께 놀 수 있는 친구가 점점 적어진다. 아무도 없어도 어느 날 낮선 동네에서 혼자서 산책할 수 있는 고독에 강한 인간이 되라고 권하는 것이다.
앞으로 얼마나 더 산행을 즐길 수 있는지는 모르겠지만, 산행도 계속 즐기고 아울러 건강을 유지하기 위해서는, 산행을 일과로 삼아, 꾸준히 규칙적으로 해야겠다는 생각을 하게 된다. 생각이 이에 이르면, 다음 단계는, 혼자서 계속 다닐 수 있는, 산을 정하는 일이겠다.
약 1년 동안, 서울 근교의 도봉산, 북한산, 수락산, 불암산, 용마산, 관악산 등을 두루 둘러본 후, 불암산의 6코스와 4코스를 정규 산행코스로 정하고, 주 3회 빠지지 않고 다니기로 한다. 불암산의 6코스와 4코스를 일과산행의 대상으로 정한 이유는,
1, 지하철 이용으로 교통이 편하다.
2. 진입로와 하산로가 아파트 단지로 이어져, 모텔, 음식점, 등산용품점 등이 난립하지 않아 조용하다.
3. 서울 근교의 다른 명산들에 비해 등산객들이 적다.
4. 불암산 6코스와 4코스는 안전시설이 잘 된 암릉 코스라 아주머니 부대들이 잘 찾지를 않아, 무척 호젓하다.
5. 산 아래는 소나무가 많고, 산 중턱을 넘어서면, 활엽수들이 무성하다.
6. 중간 중간의 전망대와 정상에서 보는 사방으로 탁 트인 조망이 일품이다.
하지만 무엇보다도 불암산이 의연하고 당당하게 솟은 바위산이기 때문에 그 장한 기상에 매혹된 것이 아닌가 싶다. 2년 가까이 같은 코스를 반복해 다녀도 지루한 줄 모르겠는 것도 이런 까닭이라고 생각한다. 그래서 불암산이 더욱 좋아져, 체력이 뒷밭침해 주는 한, 변함없이 계속 다닐 생각이다.
산 정상에 있는 소설가 박충훈의 “불암의 웅비” 라는 글이 불암산의 기상을 웅변으로 말해 주고 있다.
불암의 웅비
X X X X X
8시 30분경에 집을 나와 강남구청역에서 8시 36분에 출발하는 지하철 7호선을 탄 후, 노원역에서 4호선으로 갈아타고, 9시 15분에 상계역에 도착하여, 1번 출구로 나와, 직진한다. 잠시 좁은 상가골목을 지나고, 덕릉로로 나온다. 이어 신호를 기다려, 횡단보도를 건너고, 하이츠 중계 중앙아파트 단지 길로 들어선다.
6코스 들머리
덕릉로 건너 아파트 단지 길
가로수들이 아직 어리다. 신흥 아파트 단지인 모양이다. 조금 더 진행하여 중앙하이츠마트가 있는 사거리에 이르면, 마트 앞에서 버스를 기다리는 노란 유치원생들의 재잘거리는 소리가 귀엽다. 직진하여 한 블록을 더 가서 만나는 덕흥로 82길에서 오른쪽으로 접어들면, 재현중고등학교와 미래 산업고등학교 앞이다.
재현중고교 정문
재현중고등학교 정문에서 불암산 정상과 석장봉이 한 눈에 들어오고, 옛날 봉화대 터가 남아 있는 헬기장 봉(420m)이 미래 산업고등학교를 굽어보고 있다. 수리산 아래, 수리여고에서 김연아양이 배출되었듯, 불암산의 정기를 담뿍 받고 있는 이들 두 학교에서도 걸출한 인물들이 틀림없이 나올 것이라고 확신하며 학교 앞을 지난다.
재현중고교 정문에서 당겨 찍은 불암산 정상과 석장봉
중계 4동 주민 센터 앞에서 좌회전하여 미래 산업고등학교 담과 주공 중계 2단지 아파트 사이로 이어지는 좁은 길을 따라 오른다. 정면으로 헬기장 봉이 우뚝하고, 왼쪽으로는 미래 산업고등학교 운동장과 교사가 들여다보이는데, 오른쪽은 아파트 주차장이다. 특이한 것은 주차장에 가득한 차들 중에 외제차는 한 대도 보이지 않는다. 강남의 들뜬 분위기와는 다른 차분한 느낌을 주는 동네다. 그래서일까? 노원구가 서울에서 가장 안전한 곳(범죄 발생이 적은 곳)이라는 통계를 보았던 기억이 새롭다.
주공 아파트 주차장
테니스장을 지나고 주말농장 터를 지나 숲으로 들어서서 불암산 둘레길로 이어지는 숲길을 걷는다. 배드민턴장이 있고 곳곳에 운동시설이 보이는 아름다운 숲이다.
들머리 숲길 1
들머리 숲길 2
숲길을 지나 불암산 둘레길로 들어서서 오른쪽으로 진행한다. 지금은 곳곳에 둘레길이 많이 생겼지만, 불암산 둘레길 만큼 잘 관리되는 둘레길은 많지 않은 것 같다. 인근의 할아버님, 할머님, 그리고 남편을 출근 시킨 후 산책 나온 주부들이 자주 눈에 뜨인다.
불암산 둘레길 약도
둘레길 1
둘레길 2
상계역에서 나와 약 25분 쯤 걸으면 둘레길과 불암산 6코스 진입로가 만나는 양지초소 사거리에 도착한다. 이곳에서 불암산 정상으로 이어지는 길이 좌우로 나있다. 왼쪽은 계곡으로 들어서서, 천병약수터를 지나 능선으로 오르는 길이고, 오른쪽은 바로 능선으로 오르는 길이다.
양지초소 사거리, 사진 정면 좌 계곡길, 우 능선길
이정표
반대쪽으로 150m 정도 떨어진 곳에 양지초소가 있고 그 곳에서부터 불암산 6코스가 시작된다. 양지초소에서 양지초소 사거리 사이에 불암산 둘레길 전망대가 있고, 이 전망대에 올라 불암산을 바라보면 마치 거대한 바위 하나가 산을 이룬 것 같은 느낌을 받는다. 봄에는 이 길에 진달래, 철쭉, 그리고 신록이 아름답다. 봄철에는 6코스 초입부터 걸어보는 것이 바람직하겠다.
양지초소
양지초소에서 오르는 길
불암산 둘레길 전망대
전망대에서 본 불암산 6코스는 오른쪽 암봉을 남쪽으로 우회하여 오른다
양지초소 사거리에서 오른쪽 능선길로 들어선다. 나는 이 길이 불암산에서 가장 멋진 길이라고 생각한다. 가파른 길을 두어 굽이 따라 오르자 첫 번 째 암릉이 모습을 보인다. 안전시설이 되어 있어 오르내림에 전혀 어려움이 없다. 암릉을 지나면 계단길이 이어지고, 이를 지나면 소나무 사이로 철추가 박힌 완만한 암릉이 이어지데 왼쪽으로 커다란 바위가 보인다.
첫 번째 암릉길
철추가 박힌 완만한 능선
왼쪽 바위에 올라선다, 뜻밖에 삼각점이 보이고, 서쪽 아파트 단지 뒤로 북한산과 도봉산이 하늘 금을 그리고 있다. 바위에서 내려서서, 부드러운 암릉을 지나고, 잠시 가파른 오르막을 오르면, 안전시설이 되어 있는 두 번째 암릉에 이른다.
삼각점이 있는 바위
삼각점
서쪽 조망
두 번째 암릉 1
두 번째 암릉 2
암릉에 올라서면 너른 전망대다. 서쪽으로 북한산, 도봉산이 가깝고, 멀리 서남쪽으로 남산, 그리고 그 왼쪽 뒤로 관악산이 보인다. 남쪽 가까이로는 봉화산, 용마산이 지척이다. 근경으로는 남동쪽으로 영신봉 우뚝하고, 북동쪽으로는 헬기장봉으로 이어지는 암릉이 우람하다.
영신봉
영신봉 오르는 사람
헬기장봉으로 이어지는 암릉
양지초소 사거리에서 이곳까지는 약 15분이 걸린다. 전망바위에서 한동안 주위를 둘러본 후, 완만한 능선길을 5분 정도 오르면, 이정표가 있는 천병약수터 갈림길에 이른다. 계곡에서 올라오는 길이다.
부드러운 암릉을 걷고
이정표
완만한 오르막을 오른다. 흙길, 바위길, 계단길이 번갈라 이어지지만 원래는 바위능선이었던 것이 세월이 흐르면서 부서져 흙이 덮이고 경사가 급한 곳에는 계단을 놓은 모양이다. 등산로는 정면의 암벽을 오른쪽으로 크게 우회한다.
흙길, 바위길, 계단길
등산로는 암벽을 오른쪽으로 크게 우회한다.
마당바위에 이른다. 직진은 암봉을 계속 우회하는 길이고, 왼쪽으로 암봉으로 오르는 암릉길이 보인다. 암릉길은 직벽에 가까운 암봉을 왼쪽으로 우회하여 오르더니, 소나무 몇 그루가 있는 바위 위 전망대로 이어진다.
마당바위
직립한 암봉
암릉길 1
암릉길 2
직벽 중턱의 전망대
등산로는 안전시설이 된 암봉 허리를 가로지르더니, 지그재그로 이어지는 나무계단을 타고 암봉을 오른다. 나무계단 160여개를 오르자, 두 번째 암벽쉼터에 이르고, 이곳에서 부터는 다시 철주와 와이어로프로 만든 안전시설의 도움으로 가파른 암릉을 오른다. 이윽고 암봉 정상이 다가오고, 가까이에 전망대가 보인다.
암봉을 가로질러 나무계단으로
나무계단 길
나무계단 끝
암릉길 1
암릉길 2
암릉길 3
암봉 정상
우리가 어떻게 생긴 암봉을 올라왔는지를 잠시 돌이켜 보기로 하자. 마당바위가 있는 곳에서 직진하면 우리들이 오른 암봉 아래턱에 이르게 되고, 그곳은 암벽타기(Rock Climbing)장으로 훈련된 동호인들이 암벽타기를 즐기는 곳이다. 이어 조금 더 암봉을 우회하여 오르면, 불암산 한성대학교 암벽훈련장이 나오고, 학생들이 암벽 훈련을 하는 장면을 만나게 된다.
동호인들의 암벽타기
불암산 한성대학교 암벽 교육장 개념도
암벽 훈련하는 학생들
학생들을 지도하는 사람들이 쉬고 있는 곳을 찾아가 인사를 하고, 암벽타기를 배울 수 없겠냐고 물었더니, 건강하게 산에 다니시는 것을 보니, 보기에도 좋은데, 왜 위험한 암벽타기를 배우려 하시느냐고 되묻더니, 나이 드신 분이 추락 사고라도 당하면 회복하기가 무척 어렵다며 정중하게 거절한다.
암벽타기 가르치기를 거절하는 숙달된 조교들
다시 암벽 등산로로 되돌아가자. 암봉 바로 아래 전망대에서 보는 조망이 일품이다. 서쪽, 남쪽, 그리고 동남쪽으로 서울의 일원이 한눈에 내려다보인다.
봉화산(중앙)과 용마산(좌), 그리고 관악산
관악산(좌)과 남산
북한산, 도봉산, 사패산
등산로는 암봉 바로 아래에서 오른쪽으로 우회하여 헬기장봉으로 이어진다. 구지 암봉에 오르려면 못할 것도 없다, 크게 위험하지도 않고, 어렵잖게 암봉 위에 올라 암릉을 타고 진행하여, 등산로로 내려설 수가 있다. 해골바위를 지나고, 오른쪽이 터진 암릉길에서 하남 쪽을 굽어보는 조망이 일품이다.
암봉 정상 우회길 1
암봉 정상 우회길 2
암봉 정상 오르는 길
해골바위
해골바위 우회길(등산로)
한강, 예봉산, 검단산
불암산 능선, 남양주시와 운길산 (중앙)
헬기장봉 가는 길은 여러 갈래가 있다. 오늘 오른 암봉을 뒤돌아보려면 가장 왼쪽으로 이어지는 암릉길을 타고 오른다. 헬기장봉과 그 주변의 옛 성터를 둘러보고 불암산 정상으로 향한다.
우리가 올랐던 봉,- 우리는 남쪽 등산로로 이봉을 지났다
불암 산성 문화재 지정 안내
산성
헬기장
잠시 완만한 암릉을 내려서자, 멋진 오솔길이 이어진다. 이정표가 있는 깔닥고개를 지난다. 불암산 관리사무소에서부터 불암계곡을 따라 올라 온 5코스와 만나는 곳이다. 왼쪽 전망대 의자에 올라 불암산 정상을 카메라에 담는다. 어디서 사고가 난 모양이다. 헬기가 계속 머리위를 맴돈다. 보통 때는 한적한 곳이지만 단풍철이라 제법 사람들이 많이 보인다.
나뭇가지 사이로 당겨 찍은 정상
잠시 암릉길을 내려서고
오솔길
깔딱고개
이정표
깔딱고개에서 본 정상 1
깔딱고개에서 본 정상 2
정상으로 향하는 길이 아름답다, 단풍길, 암릉길, 그리고 계단길이 이어진다, 계단길 층계참에서 본 정상부위와 발아래 산록은 온통 단풍, 단풍, 단풍이다.
단풍길 1
단풍길 2
단풍길 3
거북바위
계단길
층계참에서 본 하계의 단풍
층계참에서 본 정상
암릉길
정상을 향해 긴 계단을 오르며 주위 조망을 카메라에 담는다. 바위타기를 하는 사람들은 계단을 마다하고 가파른 암벽을 오르며 주위사람 들의 시선을 끈다. 이윽고 정상이다. 사방이 탁 트였다
긴 계단길
뒤돌아본 헬기장봉
바위타기 1
바위타기 2
계단 길 옆 쉼터
계단길 마지막 굽이
정상
두꺼비 바위
석장봉과 그 뒤로 수락산
단풍으로 뒤덮인 4코스
정상에서 한동안 조망을 즐긴 후, 나무계단을 내려서서 하산한다. 쥐 바위를 지나고, 안전시설이 된 사면길에서 하계를 굽어 본 후, 나무계단 옆에 있는 이정표를 확인한다. 이어 뒤돌아 불암산 정상을 카메라에 담고, 상계역으로 이어지는 4코스로 들어서서, 가파른 암릉을 내선다.
쥐바위
암벽 사면길
이정표
뒤돌아 본 정상
하강길 1
하강길 2
하강길 3
암릉길을 지나서 단풍 속을 걷는다. 이어 이정표가 있는 능선 사거리를 지나, 불암정에 올라 주위를 둘러본다. 사명대사의 글 판이 여러 곳에 세워져 있고, 사명대사와 노원평 전투 안내판이 보인다.
단풍길 1
단풍길 2
단풍길 3
불암정
불암산의 전설
사명대사와 노원평 전투
청송사
나무계단을 내려서서, 다시 등산로로 진입하여 암릉길을 내려서고, 돌 다방쉼터를 지나면, 이제 거의 다 내려 온 셈 이다. 하지만 아직도 철책이 박힌 암릉 두 개가 더 남아 있고, 이를 지나야, 울창한 소나무 숲에 팔각정과 이정표가 있는 청암 약수터 입구에 이른다. 이곳을 지나, 4코스 안내판이 있는 등산로 입구로 내려서서 산행을 마친다.
나무계단
암릉길 1
암릉길 2
돌다방 쉼터
청암약수터 입구의 소나무 숲
팔각정과 이정표
4코스 입구
이어 등산로 입구 안내판, 어린이 놀이터, 불암산 공원 돌 표지를 지나, 직진하여 덕흥로 94길을 걷는다. 사거리에 이르러 횡단보도를 건넌 후, 중랑천을 따라내려 상계역 1번 출입구에 도착한다.
등산로 안내판
어린이 놀이터
불암산 공원 돌표지
덕흥로 94번 길
사거리
중랑천변 길
이상이 나의 일과 산행 길이다. 단풍철을 맞아 장중한 산이 화사하고 아름답다. 나는 주 3회 일과 산행 이외에, 적어도 분기에 한번 정도는, 설악산, 지리산, 덕유산, 한라산 등 큰 산을 찾아보려고 한다.
(2014. 10.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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