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룡산- 왼쪽 연천봉, 가운데 관음봉, 오른쪽 쌀깨봉과 통신시설이 있는 봉우리


2007년 6얼 17일(일).

가고파 산우회가 안내하는 금남정맥 9번째 구간 산행일이다. 오늘 코스는 『양정고개-향적산 갈림길-용천령-천황문-천황봉 갈림길-통천문-쌀개봉-관음봉-동학사』로 마루금 도상거리 약 11.5Km, 날머리 약 2.6Km, 합계 14.1Km에 이른다


오늘 참여인원은 모두 30명, 출입금지구역의 산행이라 땜방 나온 대원들이 많은 모양이다. 구름이 다소 낀 맑은 날씨다. 엄사리 절개지에서 향적산(국사봉) 갈림봉까지는 공원이고, 향적산 갈림봉에서 관음고개까지는 출입통제구역이다. 두 구간이 극명한 대조를 이루는 코스다.


산악회에서 산행 전에 대원들에게 몇 가지 당부를 한다.

 

첫째 오늘코스가 동학사 주차장까지 도상거리 약 16Km에 달하는 비교적 긴 거리이고, 날씨도 무더우니, 식수를 충분히 준비할 것.

 

둘째 군부대가 있는 천황봉은 출입금지구역이니, 천황봉을 오르지 말고, 갈림길에서 바로 왼쪽 쌀개봉으로 향할 것

 

셋째 오늘이 일요일이라 국립공원 감시요원들이 나와 있을 가능성이 크니, 출입금지구역에서는 반드시 7~8인씩 그룹을 지어 이동하고, 개별행동은 삼갈 것.

 

넷째 관음봉 고개 도착 전에 회장과 통화를 하여 감시요원들의 눈을 피해 출입금지구역을 빠져 나올 것


이처럼 철저하게 사전 대비를 했음에도 결국 선두가 국립공원 감시요원에게 적발되어, 한 시간 가까이 실랑이를 벌인 끝에, 오늘 산행에 참여한 가고파 대원들을 모두 통과시킨다는 조건으로, 산악회를 대표하여 선두대장이 범칙금 50만원을 물기로 합의를 한다. 이것만으로도 복장이 터질 노릇인데, 산악회 당부를 무시하고 개별행동을 하던 대원이 추가로 적발되어, 별도로 개인이 범칙금 50만원을 물어야하는 사태가 발생하고, 그 대원은 자신의 범칙금도 산악회가 책임져한다고 주장을 한다.


상황이 이러니 귀로의 버스 안 분위기가 좋을 리 없다. 백두대간 금남정맥의 마루금을, 자연공원법 제18조의 규정을 적용하여 영구히 출입을 통제하고, 이를 위반한 산꾼들에게, 입법 취지와는 무관하게 거액의 범칙금을 물리는 나라. 이런 나라에서 태어나서 국민의 의무를 다하며 산다는 것이 억울하고, 슬프고, 쪽팔린다는 생각을 떨칠 수가 없기 때문이다.


오늘의 산행기록은 아래와 같다.

『(10:10) 굴다리-(10:13) 신도과선교-(10:18) 엄사초등학교-(10:21) 절개지-(10:29) 무명봉-(10:33) 갈림길, 직진-(10:34) 이정표<엄사리 0.93, 국사봉4.16K>-(10:35) 42번 송전탑-(10:36) 이정표<엄사리 1.02K, 국사봉 3.58K>-(10:42) 군 경고문-(10:44) 갈림길, 좌-(10:47) 공터, 우-(10:48) 임도처럼 넓은 등산로-(10;53)이정표<엄사리2.01K, 국사봉 2.99K>-(11:00) 530m봉(H)-(11;09) 이정표(H)<엄사리 2.98K, 국사봉 2.02K>-(11:14) 사거리 안부, 이정표<엄사리 3.44K, 국사봉 1.56K>-(11:28~11:30) 향적산 분기봉-(11:48) 왼쪽 전망바위-(11:50) 오른쪽 전망바위-(12:01) 513m봉, 좌-(12:12) 헬기장-(12:15) 봉, 465m-(12:19~12:33) 중식-(12:39) 삼거리, 좌-(12:46) 434m봉-(12:54) 용천령-(13:01) 444m봉-(13:05) 신원사 갈림길-(13:10) T자, 우-(13:25) 슬랩구간-(13:27) 봉, 약 575m-(13:45) 봉, 약 700m-(13:52) 천황문-(14:03) 천황봉 갈림길, 좌-(14:10) 통신봉-(14:13) 암봉, 오른쪽 우회-(14:16) 통천문-(14:32) 쌀개봉-(14:48) 안부-(14;53) 갈림길, 직진-(14:56) 관음봉고개-(15;01~15:05) 관음봉-(15:10) 관음봉고개-(15:34) 은선폭포-(15:36) 쌀개봉 해설판-(15:57) 동학사』중식 14분 포함, 5시간 47분이 소요된 산행이다.


* * * * *


버스는 양정고개를 지나, 10시 10분, 지난번 뒤풀이를 했던 굴다리에 도착한다. 버스에서 내려 다리 아래를 보니, 호남선 철로가 지나가고, 저 앞에 우리가 건너야 할 다리가, 그 뒤로 멀리 계룡산이 보인다. 굴다리를 지나, 오른쪽 도로를 따라 오르고, 신도과선교에 이르러 다리를 건넌다.

굴다리에서 내려다 본 호남선 철로와 멀리 계룡산


10시 18분, 엄사초등학교 정문을 지나고, 학교 담장을 따라 왼쪽으로 돌아, 도로를 따라 오른다. 유난히 음식점이 많은 거리다. 한정식 전문 '국사봉', 일식 '다이묘', 산 아래 보이는 일식 '오대양'은 선답자들이 산행기에서 언급한 '이어도'가 분명한데, 아마도 주인이 바뀌어 상호를 변경한 모양이다.

음식점 골목을 따라 오르고


10시 21분, 절개지에 이르러, 가파른 오르막을 타고 오른다. 절개지 오른쪽에 선답자들이 말한 전봇대는 여전한데, 전봇대에 붙어 있다는 '금남정맥' 팻말은 보이지 않는다. 누군가가 떼어낸 모양이다. 이윽고 능선에 올라 오른쪽으로 진행한다.

절개지를 오른다


향적산 갈림봉까지는 임도처럼 넓은 등산로에, 이정표가 있고 벤치가 놓여있는 공원이다. 실제로 어린이들을 대동한 산책객들을 자주 만난다. 이정표를 따라 국사봉 방향으로 진행하면, 큰 문제없이 향적산 갈림봉에 오를 수 있다. 때문에 이 구간의 자세한 설명은 생략한다. 지형도에 향적산이라고 표기되어 있는 산은, 인근 주민들에게는 국사봉으로 더 많이 알려진 모양이다. 이정표에도 국사봉으로 표기돼 있다. 절개지에서 향적산 갈림봉까지는 약 1시간이 소요된다. 한 가지 이해하기 어려운 것은 이런 공원이 군사시설 보호 구역이라는 점이다.

이정표와 산책객들을 만난다. 국사봉 방향으로 진행하면 된다.

공원 안에 보이는 군사시설 보호 경고문


공원을 지나 가파른 오르막길을 한동안 올라, 11시 28분, 460m봉에 이른다. 조망이 좋은 향적산 분기봉이다. 정상의 이정표는 왼쪽 향적산까지 1Km, 오른쪽 513 고지까지 1.3Km라고 알려준다.

향적산 분기봉에서 본 계룡시

가야할 능선과 천황봉


천황봉으로 가는 길을 통나무로 차단하고, 출입금지구역임을 알리는 알림판이 세워져 있다. 자연공원법 제28조와 군사시설보호법 제7조 및 군사기밀보호법 17조가 근거라고 명기돼 있다. 하지만 이곳은 백두대간의 금북정맥 마루금이고 따라서 산꾼들이 시도 때도 없이 지나는 곳이 아닌가? 범법자가 되어 통나무 차단막을 넘어 가파른 비탈길을 내려선다.

범법자가 되고


이제까지의 공원길과는 완연히 다른 분위기다. 능선이 좁고, 업 다운이 심하다. 등산로는 뚜렷한 편이지만 인적이 없다. 시야가 트인 능선을 지나며, 천황봉과 향적산을 바라보고, 왼쪽, 오른쪽에 있는 전망바위에 잠시 멈춰 서서 조망을 즐긴다.

좁아진 능선, 군사시설보호 말뚝, 그리고 천황봉

뒤돌아 본 향적산

왼쪽 바위전망대에서 본 280도 방향의 조망

오른쪽 바위전망대에서 본 120도 방향의 조망


12시 1분, 능선분기봉인 513m봉에 오른다. 산꼭대기에 누런 꽃을 매단 밤나무가 이채롭다. 사방이 확 트여 조망이 좋은 곳이다. 정면으로 천황봉이 깨끗한 모습을 보인다. 왼쪽 길로 내려서서 헬기장을 지나고, 작은 봉우리에 올라 점심식사를 한다.

513m봉의 밤나무

정면으로 보이는 천황봉


12시 33분, 식사를 마치고 안부 사거리에 내려서서, 다시 출입금지구역 팻말이 있는 길로 들어선다. 오르막길이 이어지고, 12시 46분, 432m봉에 오른다. 역시 조망이 좋다. 12시 45분, 무덤 1기가 누워있는 용천령에 내려서고, 1시 1분, 능선분기봉인 444m봉에 오른다.

432m봉에서 본 지나온 능선

300도 방향의 조망

용천령


444m봉을 오른쪽으로 바싹 꺾어 내려서서, 신원사 안부 3거리에 이르러, 역시 출입금지구역 팻말이 있는 오른쪽 오르막길을 오른다. 1시 10분, T자 갈림길에서 오른쪽으로 진행하다보니, 바로 다시 갈림길이 나타나고, 땅바닥에 놓인 산악회 종이표지판 화살표는 왼쪽의 '샛길출입제한' 현수막이 걸려 있는 방향을 가리키고 있다.

신원사 3거리


1시 25분, 슬랩 구간을 지나, 바위에 앉아, 발아래 펼쳐진 풍광을 망연히 바라보며, 후미대장과 선두대장의 통화 결과를 기다린다. 이윽고 후미대장이 모습을 보이며, 감시요원에게 걸리기는 했으나, 선두가 문제를 해결했으니 진행하자고 한다. 1시 52분, 양쪽이 바위절벽인 협곡에 이른다. 산꾼들이 흔히 천황문이라고 부르는 곳이다. 이곳에서도 몇몇 대원들이 선두의 연락을 기다리며 쉬고 있다.

슬랩 위에서 본 지나온 능선

논산 벌

천황문


후미대장이 상황을 설명하고, 모두 함께 이동한다. 천황봉 좌측 사면길이 절벽을 따라 이어진다. 험한 길이다. 이윽고 참호가 있는 능선에 오른다. 천황봉 갈림길이다. 오른쪽 천황봉 쪽으로는 갈 생각도 못하고, 참호에 올라서서 잠시 주위를 조망한 후, 왼쪽 통신탑이 서 있는 무명봉을 향한다.

천황봉 갈림길의 참호

정면의 무명봉과 암릉

뒤돌아 본 천황봉


2시 10분, 통신탑이 있는 무명봉에 올라, 천황봉 가는 길을 뒤돌아보고, 쌀개봉을 향해 암릉길을 걷는 대원들의 모습을 카메라에 담는다. 암릉길에서 보는 왼쪽의 연천봉으로 이어지는 능선이 아름답다. 이어 등산로는 내리막으로 이어지고, 거대한 암봉이 앞을 막는다. 안부에 내려서니, "돌아가시오."라는 팻말이 왼쪽을 가리키고 있다.

천황봉 가는 길

 

암릉을 걷는 대원들

오른쪽으로 우회한 암봉


지시대로 왼쪽으로 암봉을 우회하고, 2시 16분, 통천문을 지나, 좁은 능선을 걷는다. 왼쪽으로 좁은 길이 보인다. 로프가 걸린 직벽으로 이어지는 길이다. 이 길을 놓치고 앞으로 조금 더 진행하면 직진하는 길은 끊어지고, 등산로는 왼쪽 바윗길로 내려섰다가, 오른쪽으로 트래버스하여, 로프가 걸린 직벽에 이르게 된다. 하지만 앞의 왼쪽 길보다 더 신경이 쓰이고, 힘이 드는 길이다.

통천문


로프가 걸린 직벽에 대원들이 대기하고 있다. 10여 미터는 족히 될 직벽을 로프를 잡고 한 사람씩 내려서야 하기 때문이다. 이렇게 안부에 내려서면, 비교적 완만한 암벽을 타고 쌀개봉으로 오르게 된다. 이곳에는 아무런 안전설비도 없어, 눈 오는 겨울에는 통행이 거의 불가능해 보인다. 2시 30분 경, 쌀개봉에 올라 잠시 주위를 둘러보고, 좌우 절벽사이로 좁게 이어지는 쌀개릉을 걸으며 주위를 조망한다.

로프에 매달려 안부에 내려섰다 암벽을 타고 쌀개봉으로 오르는 대원들

뒤돌아 본 쌀개봉

왼쪽 방향의 연천봉, 문필봉

멀리 본 관음봉


쌀개릉을 지나 2시 48분, 안부에 이르고, 2시 53분, 갈림길에서 직진한 후, 2시 56분 관음봉 고개에 내려선다. 이곳에서 이 회장을 비롯하여, 힘들게 출입금지구역을 통과한 대원들이 쉬고 있다. 대부분의 대원들은 이미 관음봉을 몇 차례씩 올라가 봤음으로 바로 동학사로 하산하고, 나와 같은 초보자 몇 사람만 관음봉으로 향한다.

관음봉 고개


3시, 관음봉에 오른다. 삼불봉으로 이어지는 암릉이 압권이다. 계룡산조망 안내도를 들여다보고, 정상석이 있는 바위에 올라 지나온 암릉을 바라본다. 이어 팔각정에 올라 잠시 휴식을 취한 후, 관음봉 고개로 되돌아와 하산을 서두른다

삼불봉

정상석

지나온 암봉

팔각정


돌이 많은 내리막길이다. 무릎에도 무담을 주고, 신경이 쓰이는 길이지만 시간 내에 산행을 마치려고, 서둘러 달린다. 3시 34분, 물이 없는 은선폭포를 구경하고, 3시 36분, 쌀개봉을 올려다 본 후, 절 가까이에서 잠시 계곡으로 내려가 세수를 하며 땀을 들인다. 3시 56분, 동학사에 이른다.

은선폭포 안내판

올려다 본 쌀개봉

동학사 삼층 석탑.


도상거리 2.6Km의 험한 길을 46분에 달려 내린 셈이다. 일주문을 벗어나, 심산대장과 함께 첫 번째 식당으로 들어서며 맥주부터 주문한다. 식당 아주머니에게 안주를 물으니, 도토리묵과 파전을 추천한다. 파전대신 빈대떡과 도토리묵을 주문한다. 안주가 나오는걸 보니 양이 엄청나다. 두 사람은 고사하고 네 사람이 먹어도 남을 양이다. 맥주 한 병을 더 주문하고 열심히 먹어도 안주는 반 넘어 남는다.


노르웨이 여행을 할 때의 이야기이다. 편의점에 들러 담배를 사려하니, 젊은 점원이 묻는다. "도로를 따라 약 200m 내려가면 슈퍼가 있는데, 그 곳에서는 같은 담배가 이곳보다 15% 정도 싸지요. 그래도 여기서 사실 건가요?"

 

안주 주문은 우리가 했으니, 식당 아주머니 잘못은 없다. 하지만 잘못이 없다고, 이정도의 수준에서 벗어나지 못한다면, 백년이 가도 우리는 결코 선진국이 될 수 없을 것이다.


법 취지와는 무관하게 산꾼들에게 거액의 범칙금을 물리는 국립공원 직원들, 먹을 수 있는 양보다 훨씬 많은 주문을 태연히 받는 식당 아주머니, 손바닥으로 해를 가리고 남의 탓만 하는 정치가들...., 서울로 향하는 버스 속에서 망연히 창밖을 내다본다. 마음이 한 없이 무겁다.

 


(2007. 6. 22.)








at 04/16/2010 03:54 am comment

잘 보았습니다 등산이 운동에 그렇게 좋다고 하는데요 감사히 담아갑니다 건강하세요

Posted by Urimahn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