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립공원에는 출입금지구역이 많다. 필요에 의해서 출입금지구역을 설정했겠지만 백두대간이나 정맥을 종주하는 산꾼들에게는 크나큰 장애가 아닐 수 없다. 이유야 어떻건 특정구간을 빼 먹게 되면 종주의 의미가 없게 됨으로 산꾼들은 감시원들의 눈을 피해 본의 아니게 불법산행을 한다. 국립공원의 입장료가 폐지된 이후, 남는 인원이 생겨서인지, 출입금지구역 에 대한 감시가 한층 심해지고 범칙금 500,000원을 물리는 사례가 빈번히 발생한다.
2007년 6월, 산악회가 금남정맥의 계룡산국립공원, 향적봉 갈림길에서 관음봉고개까지의 출입금지구역을 안내 한다. 산악회에서는 단속에 대비하여 전 대원이 함께 모여 조용히 이동하도록 유도하지만, 천왕봉 갈림길에서 잠복근무를 하던 감시요원에게 적발되어 산악회가 범칙금 500,000원을 내기로 하고 겨우 통과한다. 그뿐 아니라, 산악회의 유도를 무시하고, 혼자서 천황봉을 오르려다 적발된 간 큰 대원 한 사람에게는 산악회와는 별도로 500,000원이 범칙금이 부과된다.
귀로의 버스에서 범칙금 문제로 분쟁이 생긴다. 산악회의 재정 상태를 잘 아는 대원들은 얼마씩이라도 모아 산악회를 돕자는 의견인데, 그럴 생각이 없다는 대원도 적지 않아, 원하는 사람들에게서 일정금액을 갹출하여 산악회에 전달한다. 한데 범칙금을 별도로 부과 받은 대원이 산악회의 책임문제를 제기하며, 자신의 범칙금의 일부를 산악회가 부담하야 한다고 주장하고, 산악회가 요구를 들어주지 않자, 이제까지 좋았던 사이가 졸지에 원수로 변한다.
2009년 4월 28일(화)
오늘은 계룡산국립공원의 남은 구간을 산행한다. 당초 계획은『동학사-관음봉-자연능선-삼불봉-금잔디고개-수정봉-만학골재-널티고개』까지 들머리를 포함, 도상거리 약 13.2Km를 걸을 생각이었지만, 수정봉을 지나, 마루금을 놓치는 바람에 갑사로 하산하여, 수정봉에서 만학공재까지는, 마루금을 걷지 못한다.
오늘 구간에서 금잔디재에서 만학골재까지 약 2.2Km가 출입금지지역이다. 평일이라 감시원이 잠복해 있으리라고는 생각하지 않지만, 그래도 불안한지, 입산금지구역으로 들어서서는 서둘게 되어, 차분하게 지도를 보고 현 위치를 파악하는 것이 소홀해진다. 게다가 국립공원이라, 표지기들이 모두 제거되어 , 표지기들의 도움도 을 수 없다. 이러한 상황에서 수정봉을 지나 10분 후 만나는 갈림길에서 무심코 직진한 것이 알바의 시작이다.
강남고속버스터미널에서 6시 20분 발 대전행 버스에 오르고, (요금 8,700원) 버스는 8시가 채 못 되어 대전 동부고소버스터미널에 도착한다. 이어 터미널 부근의 버스 정류장으로 이동하여 노선표를 보니, 107번 버스가 동학사 행이다. 옆에 있는 아주머니에게 107번 버스가 이곳을 지나느냐고 묻는다. 아주머니는, 최근에 버스노선이 모두 바뀌어 107번 버스는 이제 이곳에 오지 않으니, 대전역에 가서 타라고 알려준다.
대전역으로 이동하여, (버스비 1,000원) 사거리에서, 서쪽으로 약 100여m 떨어진 우리은행 앞 버스정류장에서 107번 버스를 기다린다. 8시 30분 경 버스가 도착하고, 한 시간이 채 못 되어 종점인 동학사에 내려준다. (요금1,400원) 식당가를 걸으며 천황봉을 카메라에 담고, 길가의 관광안내소에 들러 공주관광안내도를 얻는다.
공원입구에서 본 천황봉과 쌀개봉
오늘의 산행기록은 아래와 같다.
『(09:29) 동학사 입구 버스정류장-(09:32) 탐방안내소-(09:42~10;05) 동학사-(10;08) 이정표<동학사 0.8Km>-(10:31) 쌀개봉 전망대-(10:33) 은선폭포-(10:40) 이정표<관음봉 1.0Km>-(11:16) 관음고개-(11:20~11:31) 관음봉-(12:01) 자연성능 이정표-(12:22) 삼불봉 갈림길-(12:32~12;35) 삼불봉-(12:40) 삼불봉고개-(12:50) 금잔디고개-(12:57) T자, 우-(12:59) 수정봉-(13:02) 무명봉-(13:05~13:16) 중식-(13:19) 안부 삼거리, 직진, 알바시작-(15;04) 갑사』들머리 1시간 47분, 중식 11분, 마루금 1시간 52분 , 알바 1시간 45분 , 총 5시간 35분이 소요된 산행이다.
* * * * *
9시 32분, 탐방안내소 앞에 있는 '국립공원계룡산안내'를 카메라에 담고, 안내소에서 지도 한 장을 얻은 후, 본격적으로 산행을 시작한다. 탐방안내소에서 관음봉까지의 거리는 약 4Km다. 매표소를 지나고, 일주문으로 들어선다. 4월 초 8일, 부처님 오신 날을 경축하는 연등이 전각마다 화려한데, 오른쪽 계곡에서는 물 흐르는 소리가 청아하다. 문자 그대로 옥 같이 맑은 물이다.길상암과 대웅전을 잠시 구경하고 돌 많은 넓은 산길을 오른다.
일주문 현판
맑은 계류, 청아한 물소리
대웅전
대웅전 안
대웅전 밖
아무도 없는 동학사계곡의 아름다운 신록 속을. 청아한 물소리를 들으며, 유장하게 걷는다. 일주일 사이에 산이 더욱 푸르러진 느낌이다. 집사람과 함께 걸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잠시 해본다. 10시 8분, 동학사 0.8Km를 알리는 이정표를 지난다. 쌀개봉 전망대를 지나고, 은선폭포를 바라본다. 낙차가 큰 폭포인데 가뭄 때문인지 수량이 빈약한 것이 아쉽다.
동학사 계곡의 신록
쌀개봉
안내판
은선폭포
은선폭포를 지나자 돌 많은 길이 더욱 가팔라지며 이리구불 저리구불 힘겹게 이어진다. 구름이 조금 낀 맑은 날씨다. 천천히 걸어도 덥게 느껴져 조끼를 벗는다. 인기척이 나며 아주머니 둘이 마주 내려온다. 부지런한 양반들이다. 10시 40분, 관음봉 1Km를 알리는 이정표를 지난다.
이정표
한 무리의 등산객들로 관음고개가 시끄럽다. 11시 20분 , 낮 익은 관음봉에 올라 빼어난 조망을 즐긴다. 남서쪽으로 문필봉, 연천봉이 당당하고, 남쪽으로는 천황봉(845m)과 쌀개봉이 준엄하다. 동북으로 이어지는 자연성능에서 무한한 자연의 신비를, 그리고 유현한 동학사 계곡에서 계룡산의 강한 기(氣)를 느낀다.
관음봉 정상석
문필봉 연천봉
천황봉
자연성능
동학사 계곡
11시 31분, 날카로운 암릉이 좁게 오르내리는 자연성능으로 향한다. 경사가 급 한데는 철 계단이 놓이고 위험한 암릉에는 우회로가 열려있어, 크게 위험하지는 않지만, 자연성능 약 1.6Km의 구간은 내내 조심을 해야 할 곳이다. 자연성능에서는 마주 오는 등산객들을 자주 만난다. 평일이라 그런지 대부분이 아주머니들이다.
관음봉의 이정표
뒤돌아 본 관음봉
가야할 능선
지나온 능선
우회한 암릉
암봉 오르기
암봉에 올라 보는 조망이 일품이다 천황산, 쌀개봉, 관음봉을 지나 자연성능으로 이어지는 정맥 마루금이 한눈에 들어오고, 관음봉에서 갑사 쪽으로 뻗은 산줄기가 멋진데, 바위 덩어리인 삼불봉이 눈앞에 버티고 있다. 12시22분, 삼불봉 갈림길에 이른다. 마루금은 왼쪽이다. 삼불봉은 마루금에서 조금 벗어나 있다. 마루금을 벗어나 삼불봉으로 향한다. 삼불봉 오름길에 노약자는 우회하라는 안내문이 보인다.
한눈에 들어오는 정맥 마루금
문필봉, 연천봉으로 이어지는 아름다운 능선
삼불봉
삼불봉 갈림길
안내문
삼불봉 오르는 길은 가파른 철계단 길이다. 마주 내려오는 사람들과 부딪치지 않도록 조심해서 오른다. 5분 후, 조망안내판, 삼각점, 삼불봉 안내판이 있는 정상에 오른다. 역시 조망이 좋다. 특히 지나온 자연성능이 험하게 다가오고, 문필봉, 연천봉이 날카롭다. 왔던 길을 되 내려가기가 싫어, 삼불봉을 반대쪽으로 내려선다.
삼불봉애서 본 자연성능
삼각점
삼불봉 설화 안내문
12시 41분, 삼불봉고개에 내려서서 왼쪽 금잔디고개로 이어지는 넓은 길을 걷는다. 검은 제복을 입은 공원관리인 두 명이 숲 속에서 나물을 찾고 있는 아주머니들에게 나오라고 소리를 치고 있다. 공연히 가슴이 덜컹한다. 출입금지구역을 통과할 일이 걱정스럽다. 12시 50분, 넓은 헬기장인 금잔디고개에 이른다. 여기저기 제법 많은 등산객들이 둘러 앉아 점심식사를 하고 있다.
삼불봉고개
금잔디고개 가는 길
금잔디고개
주위를 둘러보고, 감시요원 같은 사람이 없는 것을 확인 한 후, 본의 아니게 범법자가 되어 경고 안내문이 걸린 로프를 넘어 재빨리 마루금으로 들어선다. 이어 나뭇가지에 몸을 숨기고 뒤돌아 금잔디고개를 카메라에 담은 후 완만한 잡목 능선을 오른다. 12시 57분, T자 능선에서 오른쪽으로 진행하고, 2분 후, 수정봉(622m)에 오른다. 아무 표시도 없는 평범한 봉우리이다.
경고문이 걸린 로프를 넘고,
뒤돌아 본 금잔디고개
1시 소나무가 울창한 능선 안부를 지나 다시 봉우리 하나를 넘고, 1시 5분, 내리막길 바위에 앉아 점심식사를 한다. 1시 16분, 서둘러 식사를 마치고, 비탈길을 내려서서 갈림길을 지난다. 오른쪽 갈림길도 뚜렷한 편이지만, 별 생각 없이 직진한다. 나중에 추정을 해보니, 이곳에서부터 알바가 시작된 것 같다.
갈림길, 직진했으나 오른쪽 내리막이 마루금인 것 같다.
비교적 뚜렷하게 이어지는 등산로를 따라 고도를 낮추고, 암릉을 만나면 등산로는 왼쪽으로 우회한다. 간간이 진행방향을 체크해보지만 별 이상이 없다. 표지기가 하나도 보이지 않지만, 국립공원이기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오른쪽으로 조금 높은 능선이 같은 방향으로 이어지고, 비교적 등산로는 뚜렷한 편이지만 산꾼들이 많이 다니는 정맥길 보다는 덜 매끈하다는 생각이 들기는 하지만 출입금지구역에서 빨리 벗어나겠다는 생각에 계속 달려 내린다.
암봉에서 내려다 본 계룡저수지
1시 56분, 너른 임도에 내려선다. 마침 오른쪽 숲에서 여자 등산객 두 명이 나온다. 반갑게 인사를 하고, 이 길을 따라 내리면 어디가 되느냐고 묻는다. 갑사라는 대답이다. 맥이 풀려, 숲에서 무얼 하느냐고 다시 물으니 나물을 찾는다고 한다. 2시 14분, 내원암에 이른다. 지도상으로는 내원암과 마루금이 가깝고 등산로가 있는 것으로 그려져 있다.
임도
내원암
마루금 능선을 찾으려고 내원암 오른쪽의 희미한 등산로를 따라 오른다. 희미하게 이어지던 등산로가 슬그머니 사라져 버린다. 눈앞에 보이는 능선을 향해 길 없는 가파른 사면을 힘들게 치고 올라 능선에 오른다. 하지만 이 능선 역시 갑사 쪽으로 흐르고, 오른쪽에 또 다른 능선이 보이는데, 그쪽 능선으로 낙엽 쌓인 뚜렷한 산길이 이어진다. 산길을 따라 오른쪽 능선으로 향한다.
하지만 얼마 지나지 않아 산길은 오른쪽으로 굽어지며 계곡으로 떨어진다. 산길을 버리고, 다시 앞에 보이는 능선을 향해 잡목사면을 막 바로 치고 오른다. 악전고투 끝에 능선에 오르지만, 길은 보이지 않고, 오른쪽으로 다시 커다란 능선이 보인다. 맥도 빠지고, 시간도 3시가 가깝다.
갑사 천왕문
포기하고 처음 올랐던 능선으로 되돌아와 능선을 따라 내려선다. 자광암과 민가를 지나, 3시 4분, 갑사 사천왕문에 이른다. 갑사를 구경할 마음의 여유도 없다. 일주문을 지나고, 식당가를 거쳐, 3시 16분, 버스정류장에 이른다. 공주 행, 3시 10분 발 버스는 이미 출발했고 다음 차는 4시 10분이다. 식당가로 되돌아와 맥주를 마시며 시간을 죽인다, 4시 10분차로 공주로 나와, (버스비 1,100원), 운 좋게 4시 45분 발, 남부터미널 행 고속버스를 탄다. (요금 8,200원)
(2009. 4. 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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