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수리 바위(좌)와 백암산(우)


백두대간 종주를 마치고, 금남호남정맥 종주에 이어, 두 번째로 시도한 정맥종주가 금남정맥이다. 하지만 2005년 9월, 세 번째 구간인 장군봉을 넘어 작은 싸리재에 이르러, 그만 중단이 되고 만다. 백두대간 종주와는 달리, 정맥종주를 하려는 산꾼들의 수가 적어, 산악회가 채산을 맞출 수 없기 때문이다.


할 수없이 대간을 함께한 사람들끼리 모여, 비교적 교통편이 좋은 가까운 한북정맥의 마루금을 타는 한편, 기맥이고 지맥이고를 가리지 않고, 산악회가 간다는 곳이면 이곳저곳 쫓아다녀 본다. 하지만 스스로 산행계획을 세워, 체계적으로 산행을 하는 것이 아니라, 산악회만을 쫒아 다니는 산행을 하다 보니, 무언가 산만한 느낌이 드는 것이 아쉽다. 다행이 가고파 산우회에서 어려운 '9정맥 종주'를 한 차례 모두 마치고, 계속하여 정맥산행을 이어가고 있다는 반가운 소식을 듣는다.


2007년 4월 8일(일).

가고파 산우회가 안내하는 금남정맥 네 번째 구간을 산행한다. 약 1년 반 전에 세 번째 구간까지를 마치고 중단한 산행을 이어갈 수 있어 무척 반갑다. 오늘의 산행코스는 『작은 싸리재-봉수대 삼거리- 태평봉수대-787.3m봉-신선봉-선야봉 분기봉-백암산-백령고개』로 마루금 도상거리는 약 10Km정도이다. 하지만 진등마을에서 약 3Km 정도 떨어진 작은 싸리재까지, 버스 접근이 불가능하여, 실제 산행은 역코스를 취해 백령고개에서 출발한다. 거리는 길지 않지만 암릉이 계속되는 날등길이 많고, 작은 봉우리들을 수 없이 넘어야하기 때문에 거리에 비해 고된 코스다.


버스가 경유지를 모두 거치자, 참여자는 30여명에 육박한다. '9정맥 종주'라는 슬로건을 내걸고 고집스레 정맥안내를 하온 가고파가 정맥꾼들에게 인정을 받는 모양이다. 안개가 낀 고속도로를 버스는 달린다. 대원들의 아침식사를 위해 망향휴게소에 들른 버스는 상춘객들을 태운 버스들로 주차장이 만원이라 서 보지도 못하고 다시 고속도로로 나와, 천안 휴게소에서 30분간 정차한다. 이어 버스는 금산에서 13번국도 내려서고, 635번 지방도로를 달려, 10시 46분, 백령고개에 도착하여 대원들을 내려놓는다. 버스에서 내리니 안개도 걷힌 따듯한 봄 날씨다.


오늘의 산행기록은 아래와 같다.

『(10:46) 백령고개-(10:48) 육백고지 전승탑-(10:50) 백령성지-(10;55) 헬기장-(10:57) T자 갈림길, 좌-(11:02) T자 갈림길, 우-(11:20) 서암산 갈림길-(11:26) 바위능선-(11:34) 전망바위-(11:44) 헬기장-(11:49) 백암산 정상-(12:02) 절재 헬기장-(12:30) 안부 사거리-(12:46) 바우지대-(12:55) T자 갈림길, 우-(12:56~13:17) 713.5m봉/ 중식-(13:37) 게목재-(13:36) 신선봉-(14:00) 암릉길-(14:14) 안부-(14:51) 787.3m봉-(15:10) 저지대 안부-(15;25) 자연성벽-(15:32) 봉수대 갈림길-(15:36~15:41) 태평봉수대-(15;45) 갈림길-(16:00) 작은 싸리재-(16:40) 진등 마을』중식시간 21분 포함, 총 5시간 54분이 소요된 산행이다.



* * * * *


백령고개 육백고지 전승탑 입구 양쪽에는 '금산 백령성 안내판'과, '육백고지 전승탑 안내판'이 세워져 있다. 후삼국시대 때 견훤이 궁예의 남하를 막기 위해 쌓았다 하는 성이 백령성이고, 6.25 직후 공비토벌을 위해 육백고지 기슭에서 장렬히 전사한 이들의 영령을 추모하기 위해 세운 탑이 전승탑이다. 예부터 백암산이 군사적인 요충지였음을 알리는 유적들이라 하겠다.

육백고지 전승탑


전승탑을 자나 등산로로 진입하여 오른쪽으로 오르니, 커다란 소나무 아래에 백령성 터임을 알리는 석비 두 개가 보이고, 등산로는 왼쪽으로 굽어 내려 허물어진 성터로 이어진다. 10시 55분, 헬기장을 건너고, 안부를 지나, 10시 57분, T자 갈림길에서 왼쪽으로 진행한다. 11시 2분, 다시 T자 갈림길에서 이번에는 오른쪽으로 진행하여 진달래가 화사하게 핀 능선을 오르며 길가에 핀 노란 야생화를 본다.

백령성 성터

등산로는 허물어진 성터로 이어지고

진달래 능선

길가의 야생화


11시 10분, 왼쪽으로 시야가 트이며, 백암산으로 이어지는 장대한 암릉이 시야에 들어온다. 산행을 시작한지 30분이 못 됐는데도, 대원들은 이미 시야에서 사리지고, 심산대장과 나만 뒤로 쳐져서, 서서히 가팔라지는 오르막길을 오른다. 젊은 후미대장은 4~5미터 떨어진 곳에서 일정한 간격을 유지하며 천천히 따라온다. 11시 20분, 남의의용소방대의 등산 안내판(2)이 서 있는 서암산 갈림길에 이른다. 오른쪽 나뭇가지 사이로 서암산이 뾰족하게 보인다.

서암산 갈림길


서암산이 약 5분 거리라고 하지만, 최후미라 감히 다녀올 생각도 못하고 잠시 바라만 본 후에 백암산으로 이어지는 암릉길을 걷는다. 오른쪽으로 보이는 선야봉(仙冶峰)으로 이어지는 능선이 우람하다. 11시 26분, 작은 바위에 올라 서암산과 멀리 대둔산을 돌아본다. 다시 암릉길을 걷는다. 10시 30분, 이번에는 정면으로 백암산과 가야할 능선, 그리고 독수리 바위를 본다.

서암산과 멀리 대둔산

백암산과 가야할 능선

독수리 바위


사진을 찍다 보니, 발걸음이 더욱 더 늦어진다. 그런데도 후미대장은 일정한 간격을 유지하고 참을성 있게 따라온다. 내가 사진을 찍을 때면, 후미대장도 멈추어 서서 주위를 조망하며 서 있다. 대단한 젊은이다. 11시 34분, 다시 전망바위 위에서 주위를 둘러본다. 아마도 오늘 산행에서 가장 조망이 좋은 곳일 듯싶다. 여전히 선야봉 능선의 흐름이 힘차고, 왼쪽으로 저 아래 백령고개와 전승탑이 가물가물한데, 정면으로는 칼날 날등길 너머로 백암산이 버티고 있다.

우람한 선야봉 능선과 오른쪽의 대둔산

백령고개

암릉길에서 본 백암산


11시 44분, 헬기장을 지나고, 11시 49분, 백암산 정상에 오른다. 좁은 바위정상에는 남의 의용소방대의 안내판(3)과 백암산이라는 붉은색 표지판이 있는데, 소방대 안내판에서는 백암산을 '육백고지 정상'이라고 표기하고 있다. 11시 53분, 백암산을 내려서면서, 뒤돌아 서암봉, 독수리 바위, 그리고 백암산 정상을 본다. 안부로 내려서며, 질재헬기장을 지나고, 12시 2분, 남의의용소방대의 안내판(4)이 서 있는 안부 사거리에 이른다.

백암산 정상- 식사 중인 산꾼들은 우리 일행이 아니다.

뒤돌아 본 서암산, 암릉길, 독수리 바위, 뒤로 멀리 대둔산

뒤돌아 본 백암산 정상

안부 사거리 이정표


진달래 꽃길이 이어진다. 12시 6분, 왼쪽으로 입석을 내려다보고, 진달래가 만개한 고만고만한 봉우리들을 수 없이 오르내린 후, 12시 30분, 남의의용소방대의 안내판(5)이 서 있는 안부 사거리에 이른다. 다시 진달래 꽃길이 이어진다. 진달래의 색감이 참으로 다양하다. 12시 46분 바위지대를 지나고, 12시 55분, T자 갈림길에서 오른쪽으로 진행하여, 1분 후, 삼각점<금산 459, 1988년 재설>이 있는 713.5m의 선야산 능선 분기봉에 오른다. 후미 일행 세 사람은 이곳에서 점심식사를 하기로 한다.

입석방향의 조망

진달래 꿏길

소방대 안내판(5)

진달래 1

진달래 2

진달래 3


1시 17분, 식사를 마치고 남쪽 비탈길을 내려선다. 선야봉 분기봉으로 오를 때부터 그 많던 진달래들이 일시에 사라지고 전혀 모습을 보이지 않는 것이 신기하다. 다시 봉우리 하나를 넘고, 1시 37분, 게목재라고 짐작되는 안부로 내려선다. 하지만 게목재라는 표시는 어디에도 없고, '무릉원'을 소개하는 안내판이 나무 등걸에 매어져 있다.

무릉원 안내판


1시 46분, 신선봉에 오른다. 왼쪽으로 운장산, 무릉원 방향을 알리는 안내판이 보이고, 오른쪽으로는 표지기들이 걸려있다. 지형도를 보니, 정맥 마루금은 오른쪽 북서 방향으로 이어진다. 표지기를 따라 오른쪽으로 내려서서 산죽밭 을 지나고, 얼마 지나지 않아, 과연 예상대로 등산로는 왼쪽으로 급격히 꺾여 내린다.

신선봉


1시 58분, 700m대의 봉우리에 올라 왼쪽으로 내려서서 안부를 지나, 2시에 암릉길을 걷는다. 조망이 트이며, 왼쪽으로 멀리 태평봉수대가 보이고, 북서쪽으로 고당리 넘어 대둔산이 보인다. 오른쪽이 절벽인 날등길을 지나 내리막길을 달려, 2시 14분, 안부에 내려서서, 산죽밭으로 들어선다.

멀리 보이는 봉수대

340도 방향의 조망- 고당리와 대둔산


고만고만한 봉우리를 몇 차례 넘거나 우회하고, 키를 넘는 큰 산죽 밭을 지나, 2시 51분, 787.3m봉에 올라 오른쪽으로 내려서서, 다시 암릉길을 걸으며 사방을 둘러본다. 바람이 거세게 분다. 이어 암릉지대가 끝나고, 봉우리 하나를 우회한 후 급경사 내리막을 달려, 울창한 낙엽송 숲을 지나고, 3시 10분, 임도에 물이 고여 있는 저지대 안부에 내려선다.

서쪽 조망- 헌 누더기처럼 훼손된 오른쪽 산

암릉길에서 본 정북방향의 조망

봉수대와 작은 싸리재로 이어지는 임도


너른 안부를 지나, 가파른 오르막을 오르니, 다시 암릉길이 이어진다. 자연성벽길이라고 하는 곳이다. 암릉길을 걸으며 보는 조망이 훌륭하다. 이어 암릉이 끝나고 3시 32분, 봉수대 갈림길에 이르러, 왼쪽 봉수대로 향한다. 삼국시대에 쌓고, 조선 선조 때 고쳐 쌓았다는 봉수대가 거의 원형 그대로 남아 있는 것이 신기하다.

자연성벽

지나온 787.3m봉

 

태평 봉수대

봉수대 해설판


3시 38분, '진안 태평봉수대'란 나무 말뚝이 꽂혀있는, 사방이 탁 트인 봉수대 위에 올라 후미대장과 함께 주위 조망을 즐긴다. 3시 41분, 봉수대를 떠나, 3시 45분, 갈림길을 지나고, 가파른 비탈길을 달려 내려, 4시 정각, 통신탑이 서 있는 작은 싸리재에 내려선다.

지나온 능선

북쪽 방향의 조망

대불리 방향과 운장산

80도 방향의 조망

하루 종일 행동을 같이 한 후미대장


임도를 따라 내려 진등마을로 향한다. 산악회 표지판이 왼쪽 지름길을 가리키고 있다. 지름길을 따라 내려, 임도를 몇 구비 도는 수고를 던다. 다시 임도에 올라 뒤돌아 봉수대가 있는 봉우리를 바라본다. 아름다운 모습이다.

임도에서 본 봉수대


4시 40분, 최후미로 버스가 기다리는 진등 마을에 도착하여, 산악회가 준비한 음식으로 식사를 한다.

 


(2007. 4. 13.)

 
Posted by Urimah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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