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군봉>
2005년 9월 3일(토).
6시 30분 대문을 나선다. 잔뜩 흐린 날씨에 구름이 낮게 드리워져 있다. 9월 들어 서울에는 비가 줄곧 오락가락 한다. 덕분에 노염(老炎)의 기세가 한풀 꺾여, 아침, 저녁은 이제 완연히 가을 날씨다. 오늘은 전국이 흐리고, 오후에는 소나기가 내린다는 예보다.
지하철에 오른다. 이른 아침, 서울의 지하철은 깨끗하고 쾌적하다. 가벼운 옷차림으로 나들이에 나선 젊은이들이 많이 눈에 뜨인다. 주 5일 근무제의 영향인 모양이다. 전에는 건설 현장으로 향하는 작업자들이 많았었는데, 요즈음에는 잘 보이질 않는다. 잇달아 내 놓은 정부의 부동산 대책이 민간부문의 건설경기를 크게 위축시킨 모양이다.
서초 구민회관 앞이 썰렁하다. 많은 대원들이 모습을 보이지 않는다. 날씨 탓인가? 그럴 리가 없다. 대간이나 정맥을 하는 산꾼들은 소화해야 하는 산행 일정이 미리 잡혀 있어, 아주 심한 폭우나, 폭설만 아니라면, 날씨 때문에 산행을 포기하지는 않는다. 추석이 가까워, 벌초를 하러 고향엘 갔나? 그럴 가능성이 크다. 정맥산행보다는 조상의 유택(幽宅) 관리가 더 중요하지 않겠는가?
버스가 고속도로에 진입, 남쪽으로 내려설수록 정체가 심해진다. 성묘에 나선 차량들이 줄을 잇기 때문이다. 9시 30분이 되서야 비로소 버스는 인삼랜드 휴게소에 도착한다. 아침 식사시간도 20분으로 단축되고, 9시 50분 휴게소를 출발한 버스는 10경 금산 IC를 내려서서, 금산으로 향한다. 금산에서는 인삼축제가 한창이다. 교통이 차단되고, 축제행렬이 지나간다. 말 탄 장수, 꽃가마 행렬, 농악패, 등이 흥겹다. 버스 안에서 지방축제를 덤으로 구경한다.
이윽고 차단되었던 도로가 풀리고, 버스는 13번 국도를 타고 한동안 남하하더니, 오른 쪽으로 굽어, 55번 국도로 바꾸어 탄다. 버스가 주천면으로 들어서자 주위 산세가 험해진다. "운장산 휴양림 23Km"의 이정표가 보인다. 10시 35분 경 버스는 운일암 계곡을 오른다. 기암 괴석 사이로 맑은 계류(溪流)가 소리를 지르며 내 닫는다. 버스에서 내려 놀다 가고싶은 곳이다. 10시 45분 경 버스는 피암목재에 도착한다.
오늘은 금남정맥 3번째 산행으로, 구체 코스는 『피암목재(1.2K)-675.2봉(2.2K)-787봉(1.8K)-745봉(1.5K)-장군봉(3.5K)-싸리재(1.3K)-작은 싸리재』까지 11.5Km의 마루금을 타고, 진등마을로 하산한다. 작은 싸리재에서 진등마을 까지의 거리는 약 2.5Km라고 한다. 따라서 오늘 총 산행거리는 약 14Km이고, 산악회가 제시한 산행소요시간은 약 6시간이다. 산악회 김두영 등반대장은 귀로에 차량 정체가 예상되니, 산행시간을 최대한 단축 시켜달라고 대원들에게 당부한다.
실제 산행시간은 아래와 같다.
『(10:45) 피암목재 도착-(10:47) 산행 시작-(11:00) 높은 울타리-(11:07) 675.5m봉-(11;25) 외처사동 사거리-(11:52) 성봉(787m봉)-(12:39) 장군봉-(12:58) 중식 후 출발- (13:32) 끝봉-(13:45) 724.5m봉-(13:45) 능선분기 우회전-(14;05) 능선분기 좌회전-(14:48) 싸리재-(15:11) 왕사봉 삼거리-(15:28) 작은 싸리재-(16:10) 진등마을』, 총 산행시간 5시간 23분, 마루금 4시간 21분 , 중식 20분, 날 머리 42분이 소요된 산행이다.
버스에서 내려선다. 날씨는 여전히 잔뜩 흐려있지만 비가 올 것 같지는 않다. 피암목재를 카메라에 담는다. 지난번에는 알바를 해서 반대편, 상검태 쪽으로 하산하느라 지나쳤던 곳이다. 길 한 가운데, 운장산 휴게소 자리를 팔겠다는 광고판이 이채롭다. 산행준비를 마치고, 10시 47분 경 오른쪽으로 난 등산로로 들어선다.
<피암목재 - 휴게소 자리 팔겠다는 입간판이 이채롭다>
등산로는 송림 숲으로 가파르게 이어진다. 8분쯤 올라, 넓은 암반 위에 선다. 뒤로 운장산 서봉과 연석산이 가깝게 보인다. 이어서 등산로는 무성한 산죽 밭으로 이어진다. 11시 "높은 울타리" 라는 팻말이 붙어 있는 나무울타리를 지난다. 산 속에 웬 나무울타리인가? 용도를 모르겠다. 경사가 급한 사면을 허위허위 올라 잡풀이 무성한 헬기장에 오른다. 675.5m 봉이다. 오른쪽으로 삼각점도 보인다. <진안 410, 1984 재설> 주위가 잡목에 가려 조망은 별로다.
<암릉에서 본 운장산>
<높은 울타리>
<675.5m봉 삼각점>
헬기장을 가로질러, 비탈길을 내려선다. 18분 후, 외처사동, 신성 사거리 안부에 도착하고, 이어서 가파른 오름길을 올라 성봉(787m봉)으로 향한다. 성봉을 오르다 왼쪽으로 연석산을 가까이 본다. 날씨는 한결 맑아졌다. 간간이 햇살을 받으며, 오름길을 오르느라 온 몸이 땀 투성이가 되 버린다. 11시 7분 성봉에 오른다. 넓은 헬리포트다. 갈대 뒤로 운장산이 그 위용을 뽐내고 있다. 배낭을 벗어 놓고, 후미 일행과 식염을 함께 나누어 복용하고, 과일을 먹으며 잠시 쉰다.
<성봉에서 본 연석산>
<성봉에서 본 운장산>
성봉을 내려서서 장군봉으로 향한다. 허물어진 성터를 지나, 억새가 무성한 길을 내려선다. 전면에 세 개의 암봉으로 이루어진 장군봉이 한눈에 들어온다. 파란 하늘을 배경으로 그림같이 아름답다. 이윽고 안부를 지나 장군봉으로 이어진 오르막을 걷는다. 왼쪽이 깎아지른 절벽인 암릉길을 거쳐, 암봉에 올라선다. 암봉에서 보는 조망이 일품이고. 장군봉에 모여있는 대원들의 모습이 보인다. 운장산, 연석산이 한 눈에 들어오고, 왼쪽 골짜기에 펼쳐진 마을이 아름답다.
<장군봉 >
<암릉에서 본 서쪽 조망>
<암봉에서 본 성봉과 운장산>
<한눈에 들어오는 운장산과 연석산>
암봉을 뒤로하고 칼날 같은 능선을 지나 장군봉으로 향한다. 오른쪽으로 2봉, 끝봉으로 이어지는 가야할 능선이 발아래 누워 있다. 12시 39분 장군봉에 선다. 해발 735m, 화강암으로 만든 정상석이 바위 위에 세워져 있다. 정상에서는 대원들이 이른 점심을 들고 있다. 당초에는 끝봉 부근에서 점심을 할 생각이었으나, 이곳에서 이들과 합류하여 함께 점심을 즐긴다.
<가까이 본 장군봉>
<2봉과 끝봉>
<장군봉 정상석>
점심을 마치고, 암릉 길을 3-4 미터 되돌아, 왼쪽 급경사 길로 내려서니, 10여 미터 암벽이 앞을 막는다. 로프가 2가닥 매여져 있다. 이 곳에서의 정체를 막으려고, 2군대에 줄을 매어놓은 모양이다. 어느 쪽을 택해도 큰 위험은 없으나, 오른 쪽 로프 쪽이 더 직벽에 가깝다. 여자대원들이 이곳을 내려서면서 스릴을 만끽했다고 즐거워한다.
<암벽 하강>
절벽을 내려선 후 두 번째 암봉를 오른다. 크랙진 바위 사이로 이어지는 암릉 길은 손잡을 곳과 발 딛을 곳이 확실하여 어렵지 않게 오를 수 있다. 2봉에 올라, 바라보는 조망이 또한 끝내준다. 멀리 성봉에서 부터 장군봉까지 이어지는 능선이 한눈에 들어오고, 바로 앞에는 장군봉에서 떨어져 내리는 바위벽이 아찔하게 막아선다. 서북쪽으로 아득히 저 멀리까지 끝없이 이어지는 연봉들이 장엄하다.
<장군봉 후면 암벽>
<서쪽 조망>
<성봉에서 장군봉까지 의 능선>
2봉의 내림길 암벽에도 줄이 2곳에 매여져 있다. 첫 번째 암벽보다는 길이도 짧고, 경사도 심하지 않다. 끝봉 오르막 경사가 심하다. 식사 후라 더욱 더 힘들게 느껴진다. 뒤돌아 눈앞에 펼쳐진 조망을 즐기며 천천히 오른다. 끝봉 바위 끝에서, 서쪽 산세를 즐기며 후미대장이 혼자서 식사를 하고 있다.
<2봉쪽에서 본 장군봉>
<2봉에서 본 서쪽 조망>
끝봉을 지나고 나서는 순한 육산 길이 이어진다. 헬기장을 지나, 1시 45분 경 724.5m봉에 오르지만, 좁은 공지에 잡초만 무성하여 삼각점도 발견하지 못하고 지나친다. 이윽고 능선 분기점에 이른다. 등산로는 좌우로 나뉘고, 양쪽에 모두 산행 표지리본이 매달려 있다. 오른쪽에 산정산악회 리본이 보인다. 오른쪽 비탈길을 내려서자, 등산로를 따라 철조망이 이어지고, 안부로 내려서면서 울창한 산죽밭이 펼쳐진다.
<마루금을 오도하는 산행리본>
산죽밭을 지나 오르막길을 오른다. 2시 5분, 오르막에 올라서자 이번에는 등산로가 왼쪽으로 급히 꺾여, 비탈길을 내려선다. 비교적 평탄한 길이 한동안 이어지더니, 다시 오름길이 시작된다. 2시 22분 무명봉을 지나고 길이 완만한 비탈을 내려서자, 오른쪽으로 이어지는 또 다른 등산로가 뚜렷이 보인다. 싸리재인지 알고 지나쳤지만, 2시 28분에야 비로소, 임도처럼 길이 분명한 진짜 싸리재에 도착한다.
<싸리재>
싸리재를 건너 급경사 오름길을 오른다. 오름길은 2 단계로 이어지고, 두 번째 오름 길은 더욱 경사가 급하다. 23분 동안을 허위허위 올라 왕사봉 삼거리에 이른다. 왼쪽 길이 왕사봉으로 이어지는 길이다. 그쪽에도 산행리본이 많이 걸려있다. 조약봉에서 출발하여, 연석산, 운장산을 지나고, 왕사봉을 경유하여 대명산, 오성산을 거쳐, 군산 하구둑까지 이어지는, 소위 제2의 금남정맥이라고 불리우는 산줄기가 분기되는 시발점 바로 이곳이기 때문이다. 요즈음에는 이쪽으로 산행하는 산꾼들도 많다고 한다.
<왕사봉 가는 길>
어찌됐거나, 작은 싸리재로 내려서야 하는 우리들은 오른쪽 길을 택해 비탈길을 내려선다. 또 키를 넘는 산죽밭이 이어지고. 가파른 진흙길이 미끄럽게 계속된다. 3시 18분, 작은 싸리재, 임도에 내려선다. 길가에 이동 통신탑이 하나 서 있다.
<작은 싸리재>
오른 쪽으로 임도를 따라 내서 선다. 정면으로 운장산 줄기가 웅장하게 뻗어 있고, 그 아래로 진동마을이 그림처럼 누워있다. 비탈진 신작로 길을 서둘러 내려선다. 굽이굽이 흘러내리는 임도는 지루하기도 하지만 한편으로는 정겹기도 하다. 마을이 가까워 질 수록 무덤에 벌초하는 모습들이 눈에 뜨인다. 이제는 낫으로 벌초하는 모습은 찾아 볼 수가 없고, 요란한 모터 소리를 내는 기계로 말끔하게 벌초들을 한다. 풀 냄새가 사방으로 흩어진다.
4시 10분 경, 버스가 정차해 있는 국도에 이른다. 국도 가까이로 흐르는 너른 개울에서 앞서 내려온 대원들이 시원하게 알탕을 하고 있다. 개울 속으로 뛰어 들어 이들과 함께 땀을 닦는다. 젖은 옷을 모두 갈아입고 버스에 오른다. 버스는 4시 40분 경 서울을 향해 출발한다. 귀로에 김두영 등반대장이 인사를 한다.
"비가 올까봐 오늘 산행에 참여하지 않은 많은 회원들은 두고두고 후회할 겁니다. 날씨도 좋았고, 암릉 길을 스릴 있게 걸어, 암봉에 오르면, 조망이 끝내 주고, 이어서 로프에 매달려 암벽도 내려서 보고, 다시 부드러운 육산을 걸어 하산했으니, 모처럼 즐거운 산행을 했다고 생각합니다.
다음 산행일인 9월17일은 추석 전날이라 산행을 취소하기로 했습니다. 아쉽지만 한달 후, 10월 1일에야 다시 여러분들을 뵙겠네요. 여러분 ! 오늘 수고 많으셨습니다."
(2005. 9. 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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