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일동에서 본 계방지맥 마루금 - 송전탑 쪽으로 오른다.


2006년 9월 12일(화).

"화요맥"의 가이드로 계방지맥 다섯 번째 산행을 한다. 오늘 코스는 『백일동(2.6K)-벽파령(2.2K)-청옥산(3.6K)-삿갓봉(2.5K)-860.8m봉(3K)-조동리』로 도상거리는 들머리 날머리 약 5.6Km, 마루금 약 8.1Km, 합계 13.7Km이다.


이 구간 역시 오지라, 들머리 날머리가 길다, 백파령에서, 청옥산, 삿갓봉 까지는 일반 등산객들의 왕래가 잦아, 등산로가 뚜렷하고, 곳곳에 이정표가 세워져 있어, 길 찾기에 어려움이 없으나, 삿갓봉과 890.8m봉 사이는 "길 없는 길"이 많다. 이런 곳은 무성한 잡목과 잡초를 헤치며 통과해야하기 때문에 시간이 많이 걸린다.


날씨가 맑아, 안개가 걷히면서, 가까운 곳의 조망은 양호하나, 가스가 끼어, 가시거리는 짧은 편이다. 무성한 나무들이 시야를 가려, 청옥산에서 조망을 즐기지 못하고, 조망이 트였으리라고 예상되는 약 900미터 떨어진, 육백 마지기로 향하다가, 내리막이 계속되는 바람에, 다시 오를 걸 걱정하고, 포기해 버린다. 하지만 이후 능선을 걸으며, 왼쪽으로 육백 마지기를 바라보니, 다소 시간이 걸리더라도 다녀오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생각이 든다.

나뭇가지사이로 본 육백 마지기


이제 화요맥도 어느 정도는 홍보가 된 모양이다. 오지 산행을 즐기려는 산꾼들이 모여들어, 버스 안이 제법 그득하다. 육사 출신인 도봉산의 도사, 유원구 씨도 모습을 보이며, 화요맥에 충성을 다 하겠다고 선언을 한다. 버스가 중부고속도로를 달린다. 이른 아침, 낮아진 기온 때문에, 차창 밖으로 보이는 풍광이 온통 안개 속에 희미하다.


문막 휴게소에서 20분간 정차한 버스는, 새말 IC에서 고속도로를 버리고, 42번 국도로 들어선다. 해가 높직해 지자, 안개가 걷히면서, 차창 밖으로 스쳐지나가는 초가을 농촌 풍광이 그림 같다. 버스는 31번 도로로 갈아타고, 북상하더니, 이윽고 지방도로로 들어서서, 10시 5분, 낮 익은 백일동에 도착한다.


오늘의 산행기록은 아래와 같다.

『(10:05) 산행 시작-(10:41) 차단기 설치 지점-(11:02) 벽파령-(11:06) 송전탑-(11:08) 임도에서 우측 숲으로-(11:23) 능선, 우측-(11:47) 남병산 갈림길-(12:04~12:30) 청옥산 정상, 중식-(12:36) 청옥산 0.2Km 이정표-(12:39) 지동리 갈림길 이정표-(12:56) 용석골, 삿갓봉 갈림길-(13:15) 청옥산 2.7Km 이정표-(13:20) 지동리 안부-(13:23) 바위지대-(13:41~13:56)삿갓봉-(14:05) 능선 분기봉-(14:08) 구임도-(14:17) 구임도 버리고, 좌측 숲-(14:37) 안부-(15:14) 770m봉-(15:40) 860.8m봉 정상-(15:51) 조동리로 하산-(16:13) 계곡-(16;42) 임도-(16:52) 아스팔트 지방도로』들머리 58분, 점심 15분, 마루금 4시간 34분, 날머리 61분, 총 5시간 47분이 소요된

산행이다.


* * * * *


버스에서 내리니, 정면으로 멀리 송전탑이 서 있는 계방지맥의 마루금이 펼쳐지고, 그 아래로 임도가 이어진다. 대원들은 삼삼오오 짝을 지어, 임도를 따라 오른다. 일주일 밖에 지나지 않았지만, 임도 변의 풍광에서는 가을 냄새가 더욱 짙게 느껴진다. 바람결에 하늘거리는 억새는 보다 성글어 지고, 조밭의 나락들은 더욱 더 고개를 숙이고 있다.


내려 쪼이는 햇볕을 막아주는 그늘도 없는 땡볕 속을 경쟁하듯 서둘러 걸으니, 몸에 땀이 솟는다. 식수 취수원도 지나고, 갈번지교를 건너, 차단막이 설치된 곳에 이른다. 어쩐 일인지, 차단막이 열려 있다, 우리는 이곳에서 임도를 버리고 왼쪽 절개지를 올라, 숲으로 들어선다.

임도를 걷는 대원들


이곳에는 어제 밤에 비가 내린 모양이다. 가파른 등산로가 무척 미끄러워, 더욱 힘이 든다. 하지만 직사광선을 막아주는 울창한 숲속을 걷는 기분은 그만이다. 급경사가 그치고, 등산로는 완만하게 갈지(之) 자를 그리며 벽파령으로 오른다. 11시 2분, 백파령에 도착하여, 오른쪽으로 마루금을 따른다. 지난 번 벽파령에서 하산할 때는 50분이 걸리더니, 거꾸로 올라올 때는 57분이 걸린다.


곧바로 송전탑을 통과하여, 임도로 내려선다. 차단막 있던 곳에서 헤어졌던 임도다. 이 임도를 계속 따라가면 가리왕산에 이른다. 임도를 건너 숲으로 들어선다.


완만한 참나무 숲을 따라 약 15분 동안, 산 사면을 올라, 능선에 이른다. 이곳에서 오른쪽으로 굽어, 11시 29분, 나뭇가지에 죽천대원의 산행리본이 걸려 있는 1,110m봉에 오른다. 다시 오른 쪽으로 꺾어 내리니, 광활한 평전(平田)이 펼쳐지고, 멧돼지들이 일군 밭들이 여기저기 눈에 뜨인다.

1110m봉


11시 47분, 남병산 갈림길에 도착한다. 땅바닥에 놓인 산악회의 플라스틱 방향판 화살표가 왼쪽을 가르치고 있다. 다시 봉우리 하나를 넘어 오른쪽으로 내려선다. 아름다운 산죽 밭이 이어진다.


12시 2분, 청옥산 정상(1,255.7m)에 오른다. 정상에는 정상석, 삼각점, 그리고 정상임을 알리는 나무 팻말(1,270m)이 세워져있다. 두 곳의 높이가 서로 다르다. 이곳을 관리하는 관서가 분명히 있을 터인데, 서로 다른 표기가 그대로 방치돼 있다. 부끄러운 일이다. 사방이 울창한 나무들로 막혀 있어, 조망이 제로다. 류 회장이 " 힘들여 올라 온 사람들을 위해서라도 정상에는 벌목을 좀 해 놓지...."라고 씨도 안 먹힐 불평을 한다.

청옥산 정상


조망이 트였으리라고 예상이 되는 육백 마지기를 보러, 마루금 진행방향과는 반대로 내려선다. 2분 쯤 걸으니, 청옥산 정상 안내판과 이정표가 서있다. <육백마지기 0.9K, 삿갓봉 3.8K> 이것도 웃기는 이야기다. 정상의 구조물들이 왜 이처럼 멀리 떨어져 있어야 하는지 이해가 되지 않는다. 선답자들의 이야기로는 거리표기도 엉터리이고, 이정표 방향대로 삿갓봉으로 향하다가는 알바하기가 십상이라고 한다.

청옥산 정상 안내판

정상의 이정표


"볍씨 육백 두락의 면적" 이라는 육백마지기로 향하는 내리막길이 길게 이어지자, 오를 때를 걱정해서 포기하자는 의견들이 많아지고, 결국은 되돌아 정상석이 있는 곳으로 와서, 점심식사를 한다. 왕복 약 30분쯤 걸릴 거리지만, 포기하고 되돌아선 것이 아쉽다.


약 15분 동안의 식사를 마치고, 서둘러 산행을 계속한다. 200미터의 거리에 이정표가 서 있고, 다시 200미터 쯤 떨어진 곳에 이정표가 또 서 있다. 만약에 청옥산 정상의 이정표가 지시하는 대로 삿갓봉 방향으로 진행하다가 이런 이정표들이 보이지 않으면, 알바라고 판단하고, 바로 원점회귀를 해서 방향을 잡아야 할 것이다.

지동 갈림길 이정표


남서쪽으로 이어지는 능선을 내려오면서, 나뭇가지 사이로 육백마지기를 본다. 시야를 방해할 것이 아무것도 없는 평지 같아 보인다. 다녀오지 못한 것이 다시 후회가 된다. 12시 26분, 이정표가 있는 용수골 삼거리를 지나, 청옥산 정상 2.7Km 이정표를 거쳐, 지동리로 내려서는 안부에 이른다. 역시 이정표가 서 있다. 이제 삿갓봉 까지의 거리는 약 800m에 불과하다.

육백 마지기 하단 부분으로 짐작되는 초지


1시 41분, 삿갓봉 정상에 오른다. 잡초가 무성한 헬기장이다. 이정표가 서 있고. <청옥산 3.8Km> 잡초 사이로 청옥산의 고운 모습이 보인다. 류 회장이 잡초 속에서 삿갓봉 안내판과 삿갓봉 정상 표지판을 찾아낸다. 삿갓봉 정상표지판은 평창군 선거관리 위원회에서 만든 것이다. 아마도 위원 중에 산을 좋아하는 사람이 있었나보다.

삿갓봉 정상에서 본 청옥산

삿갓봉 정상 표지판


삿갓봉을 내려선다. 왼쪽으로 조망이 트인다. 삿갓봉 사면을 타고, 왼쪽으로 돌면서 막힘없는 조망을 즐긴다. 류 회장이 뛸 듯이 반긴다. 정면으로 평창의 명산, 삼방산 능선이 힘차게 흐르고, 남서쪽으로 백덕산이, 그리고 그 오른쪽으로 치악산 줄기가 아련하다. 이어서 동쪽, 남쪽의 조망을 카메라에 담고, 다시 능선으로 되돌아와 1시 56분, 비탈길을 내려선다.

삼방산 줄기

 

 

백덕산과 그 오른쪽 치악산 줄기

동쪽 조망

남쪽조망


앞서 가던 박성태 씨가 되돌아온다. 지나치게 서쪽으로 진행하는 것이 아무리 해도 방향이 틀린 것 같다며, 정상 쪽에 다른 길이 없었냐고 묻는다. 류 회장, 송 선배 등이 모여 의견을 나눈다. 다른 길이 있던 기억은 없고, 산세의 흐름을 보면, 왼쪽으로 크게 꺾여, 남으로 향하는 분기점이 가까이 있을 듯하니, 조금 더 진행해 보기로 의견을 모은다.


2시 5분, 짐작한 대로, 드디어 능선 분기봉에 이른다, 산악회의 방향 표지판이 왼쪽을 가리치고 누워있다. 족적이 희미한 완만한 능선을 내려서고, 임도 같이 보이는 뚜렷한 길을 따라 남쪽으로 향한다. 왼쪽으로 온산을 벌목한 능선이 따라 내려온다. 아마도 지도상의 998m봉이라고 짐작한다. 임도를 따라 약 10분 정도 내려서니, 산악회 방향표지판과 산행리본이 우리들을 다시 왼쪽 숲으로 유도한다.

능선 분기봉의 산악회 방향 표지판

왼쪽으로 가까이 보이는 벌목지대


지도상으로는 자진구비골 안부로 내려서는 능선인데, 족적이 희미하다. 2시 22분 참나무 숲으로 들어서면서, 왼쪽으로 가야할 770m봉과 860.8m봉을 카메라에 담는다. 2시 34분 안부에 이른다. 동북쪽의 산, 그리고 앞의 770m봉아 온통 벌목되어, 온산에 잡초만 무성하다.

가야할 능선

안부에서 본 998m봉


안부에서 보는 주위의 풍광이 아름답고, 군데군데 무리지어 피어있는 야생화들이 곱지만, 무성하게 자란 잡초를 헤집고, 끊어질 듯 이어지는 족적을 따라 걷기가 몹시 힘겹다. 안부를 지나, 오르막에서 길은 완전히 끊어지고, 이제부터는 길 없는 길을 만들어 나가야한다. 잡초들이 그렇게 거센 줄 미처 몰랐다. 잘못해서 넝쿨 숲으로 들어서면, 빠져 나오는데 진땀을 흘려야한다. 3시14분, 겨우 770m봉 정상에 오른다. 눈앞에 빤히 보이는 봉우리를 오르는데 40분이 소요된 것이다.

안부에서 본 자진구비골

안부의 야생화

안부의 무성한 잡목과 잡초 - 길이 없다.

770m봉 오르다, 뒤돌아 본 998m봉

가까이 본 770m봉


무성한 참나무 숲으로 선두주자들의 족적이 희미하게 이어진다. 군데군데 벌목하고 버린 잔가지들에 다소 신경이 쓰이지만, 지나온 길 없는 길에 비하면 신작로라 할 수 있겠다. 860.8m봉을 향해, 왼쪽으로 완만한 오르막을 오른다. 3시 40분 삼각점이 있고, 거칠게 벌목을 해 놓은 860.8m봉에 오른다. 나뭇가지사이로 청옥산과 삿갓봉이 조망된다.

860.8m봉의 삼각점

860.8m봉에서 당겨 찍은 청옥산


860.8m봉에서 물을 마시고 잠시 쉰 후, 올라 왔던 곳을 되 집어 내려, 철조망을 따라 비탈진 사면을 따라 내린다. 역시 길 다운 길은 보이지 않는다. 3시 51분, 안부에 이른다. 안부에는 산악회 방향표지판이 오른쪽, 조동리로 하산하라고 지시를 하고 있다. 당초에는 조동리까지의 날머리가 길고 험해, 웬만하면 묏둔재까지 진행하자는 의견도 있었으나, 김 대장은 무리할 필요가 없다고 보고, 조동리로 하산하기로 결정을 본 모양이다.

조동리로 하산하라는 산악회 방향 표지판과 산행리본


길 없는 가파른 능선을 조심스럽게 내려선다. 앞뒤에서 대원들이 연달아 엉덩방아를 찧는다. 다음에는 이곳을 어떻게 오르자고 조동리로 하산을 하느냐고 불평하는 소리들이 높아진다. 이런 급경사 사면을 20여분 내려서서, 4시 12분 골짜기에 이른다. 골짜기의 길은 비교적 순탄하다. 4시 42분 골짜기를 벗어나 임도에 오르고, 4시 52분, 아스팔트 지방도로에서 오늘 산행을 마친다. 저 앞 공터에 버스가 보인다.

조동리의 가을 풍경

버스로 향하는 대원 - 저 앞에 버스가 보인다.


버스를 향해 도로를 따라 내려오다, 개울가로 내려서서, 땀을 씻는다. 버스에 도착하여 배낭을 내려놓고, 하산주 파티가 벌어지고 있는 마을 정자로 오른다.

조동리 마을 돌 표지

조동리에서 본 남병산

산골집

(2006. 9. 21.)

뒤풀이

하산 주를 끝 낸 대원들은 5시 23분 경,버스에 올라, 식사를 하러 인근 "산골집"이라는 식당으로 이동한다. 강원도 산골의 취나물, 콩나물, 호박나물과 구수한 된장국 맛이 일품이다


Posted by Urimah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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