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간길에서 보았기에 반갑게 카메라에 담는다. 하지만 그때 배웠던이름은 잊었다.
올 추석에는 일주일 이상 휴무를 하는 기업들이 많다고 한다. 10월 2일 월요일, 10월 4일 수요일에 휴무를 하면, 9월 30일 토요일부터 10월 8일 일요일까지, 9일간을 쉬게 된다. 휴무를 않는 직장에서는 이틀간 휴가를 내면된다. 이처럼, 흔치 않은 황금연휴에, 해외로 나들이를 가는 사람들이 50만을 넘을 것이라는 보도다.
좋은 일이다. 해외에서 추석 차례 상을 받을 조상님들은 어찌 생각하실지는 모르겠지만, 생전에 하지 못 했던 해외여행을, 혼령이 되어서라도, 할 기회가 생겼으니 나쁘다고 생각하시지는 않을 것 같다. 다시 세월이 흘러, 이제 추석연휴를 이용하여 해외여행을 떠난 이들이 세상을 하직하고, 그 후손들이 추석 차례 상을 준비해야할 때는 또 어떤 모양세가 될까? 부(富)를 쌓기는 어렵지만, 망하기는 쉽다는데, 요즘 세상 돌아가는 꼴이 하 어수선하니, 행여 필리핀 짝이 나는 건 아닌가 걱정이 된다.
2006년 10월 3일(화).
"화요맥"의 안내로 계방지맥 여섯 번째 산행을 한다. 오늘 산행코스는 『조동리-새목재-멧둔재-삼방산분기봉-밤재』로 들머리 약 3Km에 마루금 도상거리 10Km도 채 못 되는 비교적 짧은 구간이다. 산악회의 기준 산행시간은 6시간 30분이다.
오늘 구간에는 이름이 있는 산이나 봉우리가 없다. 삼방산(979.5m)이 마루금에서 약 2Km정도 벗어나 있을 뿐이다. 멧둔재(668m)에서 삼방산 갈림봉(930m)에 오르는 구간에 다소 고도차가 있고, 그 외는 내리막이 많은 구간이지만, 곳곳에 험한 날등길이 산재해 있어 신경이 쓰인다. 오지임에 비해 등산로는 뚜렷한 편이고, 삼방산으로 산나물 채취 산행이라도 왔는지 서울소재의 우정산악회 산행리본이 눈에 뜨인다.
밤재 부근은 옛 탄광지역이라, 땅 표면까지 형성됐던 석탄층이 허물어져 내리면서 생긴 공동(空洞)이 여기저기 기분 나쁘게 입을 벌리고 있고, 땅이 꺼지면서 생긴 침하지역도 눈에 뜨인다. 지금은 이런 지역에 로프를 설치하여 길을 인도하고 있어, 산행에는 큰 어려움이 없다.
오늘 산행인원은 김 대장을 제외하고 27명이다. 5명으로 시작했을 때와 비교하면 많이 늘었다. 고정고객도 손익분기점이라는 25명을 넘어선 느낌이다. 손해를 보면서도 고집스레 일관된 방향으로 몰아가는 김 대장의 뚝심이 산꾼들에게 통한 모양이다.
버스가 영동고속도를 달려 문막에서 잠시 쉬더니, 샘내 IC에서 42번 국도로 내려선다. 차창 밖으로 보이는 산간 풍경은 이제 완연히 가을이다. 버스는 31번 도로로 바꾸어 타고, 지방도로로 들어서서, 지난 번 하산 지점인 시멘트 도로 앞에 정차한다.
오늘의 산행기록은 아래와 같다.
『(10:29) 조동리 도착-(10:30) 산행시작-(11:30) 새목재-(12:04~12:24) 820m봉, 중식-(12:28) 850m봉-(12:56) 능선에서 우측-(13:06) 낙엽송 조림지 안부-(13:15) 산불감시소-(13:18~13:24) 맷둔재-(13:42) 이정표<정상 2.5K>-(14:01) 삼방산 갈림길-(14:03) 918.8m봉 삼각점-(14:30) 810m봉-(15:03) 830m봉-(15:22) 자일 걸린 바위-(15:54) 790m봉-(15:56) 급경사 내리막길-(16:09) 옛 광산, 공동지대-(16:33) 안부-(16:50) 밤재』들머리 1시간, 중식20분, 마루금 약 4시간, 총 6시간 20분이 소요된 산행이다.
* * * * *
버스에서 내리니, 지난 번 아스팔트 포장도로로 걸어 나왔던 곳이지만, 시멘트 길이 생소하고, 주위의 풍광이 낯설다. 2주 전보다도 추색(秋色)이 한결 더 짙어졌기 때문인 모양이다. 버스가 떠나가는 도로 변의 높다란 포플러 나무를 보고서야 비로소 도로를 따라 걷던 생각이 난다. 10시 30분, 시멘트 도로를 걸으며 산행을 시작한다.
일행을 내려놓고 차를 돌리기 위해 조동 쪽으로 향하는 버스
이윽고 시멘트 길이 끊기고, 흙길이 이어진다. 왼쪽 산비탈의 배추밭에는 김장배추가 파랗게 자라고, 개울둑을 따라 걷는 대원들 모습이 한가롭다. 개울을 건너 계곡으로 들어선다. 완만한 계곡 길을 부지런히 걸으니, 금방 땀이 솟는다. 조끼를 벗어 배낭에 챙기고, 앞선 대원들을 뒤 따른다.
산골짜기의 배추밭
이윽고 긴 골짜기가 거의 끝나는 지점에서 왼쪽 산 사면으로 올라붙는다. 잔돌이 많이 깔린 급경사 오르막이다. 사람들이 많이 다니지 않는 곳이라 희미하게 길이 이어진다. "오네 하스트, 오네 라스트 (Ohne Hast, Ohne Last)" 라고 속으로 되뇌며, 쉬지 않고 허위허위 꾸준히 오른다. 내가 좋아하는 슬로건이다. "잘가노라 닫지 말고, 못가노라 쉬지 말라."와 같은 뜻이다.
산행을 시작한 지 꼭 1시간 만에 사유지 철조망이 있는, 새금재에 올라선다. 지난번 내려 갈 때도 1시간이 걸리더니, 올라올 때도 똑 같은 시간이 걸린다. 선뜻 이해하기가 어려운 현상이다.
새목재
사진 한 장을 찍고, 바로 오른쪽 능선으로 오른다. 고도가 700m를 넘는 곳이라, 잡목의 잎새들은 모두 누렇게 변해 버렸다. 두 번째 작은 봉우리에 올라선다. 오른쪽 나뭇가지 사이로 보이는 남병산의 모습이 아름답다. 날등길이 이어지고, 좁은 길에 간벌을 하고 버린 나무토막들이 어지럽게 널려 있어, 발걸음을 방해한다. 다시 작은 봉우리를 하나 넘고, 안부로 내려서는 길에 정면으로 보이는 820m봉을 카메라에 담는다.
나뭇가지 사이로 보이는 남병산이 아름답다.
안부로 내려서며 본 820m봉
11시 53분, 야생화가 아름다운 안부를 지나, 급경사 오르막을 오른다. 거의 절벽에 가까운, 돌 많은, 산 사면을 나무와 돌 뿌리를 잡으며 네발로 기어오른다. 왼쪽을 내려다보면 저 아래 골짜기가 까마득하여 오금이 저려오는 느낌이다. 조심조심 이런 사면을 10분 가까이 오르니, 정상에서 박성태 씨가 혼자서 점심을 들고 있다. 시계를 보니 12시가 넘었다. 합류하여 함께 식사를 한다. 이어서 송 선배와 현 사장이 올라와 가세한다. 후딱 점심을 마치고, 북쪽으로 보이는 청옥산과 삿갓봉을 카메라에 담고 비탈길을 내려선다.
안부의 야생화
820m봉에서 본 청옥산
820m봉에서 본 삿갓봉
12시 28분 850m봉으로 짐작되는 봉우리에서 무심코 뚜렷이 이어지는 왼쪽 길로 내려선다. 얼마 내려서지 않아, 앞장섰던, 송 선배와 현 사장이 알바라고 소리치며 되올라 온다. 정신을 차리고 주위를 둘러보니, 오른쪽 사면에 산악회 리본이 매달려 있다. 희미한 발자국을 따라 걷다보니, 흡사 완만한 사면을 가로 지르는 느낌이다.
이곳이 아마 높은산님이 지적한 함몰된 지형의 분지인 모양이다. 산행기를 보지 않았으면, 무심코 지났을 곳이다. 분지의 오른쪽 가를 따라 내려선다. 높은산님은 이 부근에 수직굴도 있다고 했지만, 잡목 속에 숨었는지 발견하지 못하고 지나친다.
부드러운 능선길이 이어지고, 왼쪽으로 시야가 트이며, 회동리 방향이 내려다보인다. 북동쪽으로는 998m봉의 벌목지대와 그 앞을 가로 질러 흘러내리는 나지막한 능선이 아름답다. 등산로가 오르막 날등으로 이어지고, 오른쪽으로 낙엽송 숲이 울창하다.
회동리 방향의 조망
998m봉 방향의 조망
안부를 지나 봉우리를 우회하고, 다시 능선을 따라 내려선다. 12시 56분, 멀정한 능선 길을 버리고, 왼쪽 비탈길로 내려서라고, 산악회 이정표가 유도를 한다. 잠시 머뭇거리는데, 무심코 지나칠까 걱정이 되어, 왼쪽 내리막에서 기다리고 있는 이 사장의 모습이 눈에 들어온다.
다시 두어 개 봉우리를 넘어, 급경사 낙엽송 숲을 달려 내린다. 1시 15분, 왼쪽으로 산림 감시초소가 보이고, 1시 18분, 멧둔재로 내려선다. 너른 도로에 한 무리의 일행들이 모여 앉아 점심식사를 하고 있다. 지금은 아래로 42번국도가 지나는 터널이 뚫려 폐도가 된 곳이다. "삼방산 등산로" 안내석과 "환경림 조성 실연장" 안내판을 카메라에 담고, 물을 마시며 잠시 휴식을 취한다.
맷둔재
삼방산 등산로 안내석
환경림 조성 실연장 안내판
앞에 보이는 통신탑을 향해 오르막길을 오른다. 등산로 주변에, 마가목, 산자기 등의 파종 장소를 알리는 나무 팻말이 보인다. 1시 42분, 정상 2.5Km를 알리는 이정표를 지나고, 아름다운 단풍길을 약 20분 정도 올라, 삼방산 갈림길에 이른다. 이정표가 서 있고<정상 2.0K>, 산악회의 플라스틱 방향표지판은 왼쪽 능선을 가리키고 있다.
삼방산 갈림길의 이정표
2시 6분, 삼각점이 있는 918.8m봉에 오른다. <평창 469, 1989 재설> 정상에는 잡초가 무성하고, 벌목한 나뭇가지들이 어지럽다. 바로 눈앞의 봉우리에 송전탑이 솟아 있고, 동쪽으로 마을이 내려다보인다.
918.8m봉 정상
앞 봉우리의 송전탑
미탄 방향의 조망
송전탑이 서 있는 너른 공터를 지나, 2시 13분, 능선 분기봉에 이른다. 산악회의 방향표지판이 왼쪽을 가리키고 누워있다. 급경사 낙엽송 숲을 달려 내리고, 날등길을 올라, 2시 30분, 810m봉에 이른다. 왼쪽이 절벽인 험한 날등길이 계속된다. 다시 봉우리 하나를 넘어서니, 능선이 부드러워지며, 단풍이 한창인 참나무 숲을 통과한다. 모처럼의 산책길이다. 하지만 오랜 가뭄 때문인지, 단풍은 윤기가 없고 꺼칠하다.
낙엽송 안부
단풍 오솔길
산책로가 오르막으로 바뀌고, 참나무 숲이 앙상한 관목 군락지로 변한다. 3시 3분, 붉은 산행리본이 눈길을 끄는 830m봉에 이른다. 먼저 올라와 사진을 찍고 있던 박성태 씨가 이 봉우리를 성안산이라 부르기도 하지만, 아직은 일반화된 명칭이 아니라고 귀띔해준다.
830m봉, 성안산
직진 방향에도 산행리본이 보이지만, 그쪽 길은 누군가가 나뭇가지로 막아 놓았다. 산악회의 리본이 유도하는 왼쪽 능선으로 내려선다. 내리막길에서 오른쪽으로, 가야할 봉우리들을 보고, 안부를 지나 바위지대를 오른다. 정상 부근에 3~4m 정도의 직벽이 가로막고 있으나, 로프가 걸려 있어 진행에 큰 어려움은 없다. 바위 위에 올라 뒤돌아 830m봉과 지나온 능선을 카메라에 담는다.
가야할 700미터 급 봉우리들
바위지대 암봉 위에서 본 830m봉
바위지대를 내려선다. 여전히 날등길이 이어지고, 암릉길 주변의 단풍이 한층 고와 보인다. 3시 40분 경, 봉우리 하나를 또 넘고, 3시 54분, 790m봉이라고 짐작되는 봉우리에 올라선다. 류 회장이 물을 마시며 쉬고 있다. 잠시 함께 숨을 돌린 후, 두 사람은 산행리본을 따라 왼쪽 능선을 걷는다. 약 2분 후, 오른쪽 양쪽으로 두 곳에 산악회의 산행리본 걸려있는 급경사 내리막길에 선다. 류 회장이 지도를 꺼내 방향을 확인하고, 3시 56분 비탈길을 내려선다.
날등길의 단풍
급경사 내리막 초입에서 방향을 확인한다.
바위들이 비쭉 비쭉 솟아 있는 급경사 내리막이 계속 이어진다. 경사가 급한 곳에는 로프가 매어져 있다. 한 굽이 내려섰나 싶으면, 다시 급경사가 이어진다. 이러기를 서너 차례 반복한다. 이런 곳을 내려서며, 바로 아래에 내려다보이는 도로와 다음 구간에 가야할 능선을 카메라에 담는다.
급경사 내리막에서 본 밤재 방향의 도로
가야할 다음 구간의 능선
4시 7분경에야 비로소 안부에 이른다. 10분이 넘게, 긴 내리막을 내려선 것이다. 등산로는 완만한 내림세로 이어지고, 곳곳에 땅이 꺼진 공동(空洞)이 시커멓게 입을 벌리고 있다. 또 지반이 침하되어 마치 교통호처럼 이어지거나, 분지처럼 꺼진 곳이 나타난다. 이른바 함몰지대다. 다행히 이 지역에는 길게 이어진 로프가 길을 안내하고 있다. 하얀 로프가 아직 새것인 것을 보면, 설치한지가 오래지 않은 모양이다.
공동 1
공동 2
침하된 분지형 지반
류 회장이 이곳의 사연을 설명한다. 1930년대에 이 부근에 영월 탄광이 들어서고, 채탄을 시작 한다. 이곳 탄광은 탄층이 거의 지표면까지 이르는 노천광이라, 갱도를 따라 아래에서 채탄을 하게 되자, 얇아진 석탄층이 시간이지나면서, 갱도로 무너져 내려 공동이 생기고, 석탄층이 아닌 일반 표토 층은 갱도 위에서 함몰하여, 교통호나 분지 형상을 하고 있다는 이야기다. 그러고 보니 여기저기에서 땅위의 석탄층을 볼 수가 있다.
지표면에 뚜렷한 석탄층
이제 밤재가 가깝다. 능선을 따라 걸으며, 왼쪽으로 도로와 마을을 굽어본다. 완만한 능선길을 따라 내리다가, 왼쪽으로 급사면 비탈길을 한동안 내려선다. 안부를 거쳐 아름다운 송림을 벗어나니, 길가에 쇄락한 무덤 1기가 누워있다. 4시 50분, 미탄과 북면을 연결하는 413번 지방 도로에 내려선다. 먼저 하산한 대원들이 도로변 밤치재 쉼터 정자에서 하산주를 즐기고 있다.
능선길에서 본 왼쪽 밤치마을 조망
마지막으로 아름다운 송림을 통과하고,
밤치재 쉼터의 대원들
밤재의 도로표지
씻을 곳이 마땅치 않아, 옷을 갈아입지 못하니, 땀이 식으면서, 추위가 느껴진다. 하산주와 어한주를 겸해 막걸리를 여러 잔 마신다. 이윽고 후미대장을 자청한 죽천대원이 최후미를 동반하고 하산한다. 홍 부장의 미역국 수제비가 따끈해서 좋다. 5시 55분 버스는 서울을 향해 출발한다.
(2006. 10. 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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