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정오지에서 거침없이 자란 고목


2006년 8월29일(화).

"화요 맥"의 안내로, 계방지맥 세 번째 구간을 산행한다. 코스는『모릿재-잠두산- 백석산-1,050m 헬기장-도치동』으로, 모릿재에서 1,050m 헬기장까지 마루금을 타고, 임도를 따라 걷다가, 절골로 내려서서, 도치동으로 하산한다. 마루금 도상거리 약 13.3Km, 날머리 약 3Km이다.


오늘 구간은 잠두산, 백석산 두 개의 산을 넘고, 1351m봉 주변의 너른 초지를 거쳐, 무성한 국유림을 지난다. 잠두산(蠶頭山-1,243m)에 오른 이후, 줄 곳 계속되는 1,000m이상 급의 고지비경(高地秘境). 백석산(白石山-1,364.6m)과 1,351m봉에서의 빼어난 조망 등으로, 모든 선답자들이 계방지맥의 하이라이트로 꼽는 구간이다. 하지만 오늘은 가스와 잡목이 시계를 가려 조망을 즐기는데 한계가 있고, 1,351m봉을 오르는 길은, 넝쿨과 잡초가 뒤엉켜, 무척 애를 먹는다. 늦가을이나, 눈이 살짝 내린 겨울철에 다시 와 보고 싶은 곳이다.


처서(處暑)가 지나, 일주일이 되니, 날씨가 아침저녁으로 제법 선들하고, 한낮의 최고기온도 30도를 넘지 않는다. 더위가 한풀 꺾인 거다. 게다가 1,000m 이상의 고지를 걸으니, 땀은 많이 나도, 숨 막히는 더위는 느껴지지 않는다. 아침에는 잔뜩 흐렸던 날씨가 산행 중에는 맑더니, 하산하여 알탕을 하는 데, 빗방울이 후드득 떨어진다.


문막 휴게소에서 20분 간 정차한 버스는 장평 IC에서, 영동 고속도로를 버리고, 31번 국도로 내려서고, 신리에서 진부로 이어지는 지방도로를 따라 왼쪽으로 굽어든다. 지난번에는 밤중이라 모르고 지나쳤지만, 지금 다시 오르면서 보니, 이 지역도 수해 피해가 심해, 농경지가 유실되고, 도로가 끊겼던 곳을 여러 차례 지난다. 10시 8분 버스는 모릿재 터널 앞에 정차하여 대원들을 내려놓는다.


오늘의 산행기록은 아래와 같다.

『(10:08) 모릿재 터널 앞-(10:10) 산행시작-(10:18) 모릿재-(10:38) 970m봉-(10:45) 안부-(11:33~11:36) 잠두산 정상-(11:47) 바위 전망대-(12:03) 안부-(12:36-12;56) 백석산 정상, 중식-(13:09) 1,370m봉-(13:17) 마랑치-(13:51) 1,268m봉-(14:33) 1,351m봉-(14:01) 1,190m봉-(16:25) 헬기장-(17:31) 산불 감시초소』중식시간 20분을 포함, 6시간 15분 동안 마루금을 걷고, 1시간 6분 걸려, 날머리를 내려서 하산한다. 따라서총 7시간 21분이 소요된 산행이다.


* * * * *


버스에서 내린 대원들은, 산행준비를 마치고, 10시 10분 경, 오른쪽 시멘트 길을 오르며, 산행을 시작한다. 민가 마당에서, 강아지 한 마리가 맹렬히 짖어댄다. 오르막 시멘트 도로가 왼쪽으로 휘어지는 곳에, 이정표와 평창 국유림 관리소장이 세운 입산통제 팻말이 세워져 있다. 내용인 즉, 가리왕산, 중원산, 백석산 일원의 9, 414ha의 지역을, 2007년 6월 30일까지 입산을 통제한다는 것이다. 우리들 모두가 졸지에 범법자가 된다.

모릿재 터널

산림 관리청의 이정표.


우리들은 배수로 공사가 한창인 도로를 지나, 10시 18분, 고개 마루턱에 선다. 모릿재다. 터널이 뚫리기 전에는 이 고개가 주 통행로였을 것이다. 왼쪽으로 백적산 등산로 입구를 알리는 표지판이 서 있고, 오른쪽, 통신탑으로 이어지는 절개지에 산행리본이 걸려 있다.

통신탑을 끼고, 본격적으로 마루금을 걷는 대원들


가파른 오르막을 올라 작은 봉우리를 넘고, 안부로 내려서는 길가에서, 오늘 무수히 지나치는 고목 중 첫 번째 고목을 카메라에 담는다. 10시 38분, 980m봉의 비좁은 정상을 통과하여, 오른쪽으로 내려선다. 돌이 많은 산 사면을 가로 지르며 등산로가 좁게 이어진다. 아마도 오른쪽의 작은 바위봉우리를 우회하는 모양이다. 3~4분 후, 등산로는 다시 주능선으로 진입한다.

등산로 변의 고목

970m봉


고만고만한 봉우리 3개를 넘고, 안부로 내려서면서, 나뭇가지 사이로 잠두산을 본다, 11시 16분, 잠두산 직전 안부에 내려서고, 이어서 가파른 오르막을 허위허위 올라, 능선 갈림길에 이르러, 왼쪽으로 코앞의 잠두산 정상에 오른다. 좁은 정상에는 잡목과 잡초가 무성하고, 잠자리 떼가 어지럽게 하늘을 날고 있다. 판독이 어려운 삼각점과, 대구바우들 산악회에서 세운 정상 표지판을 카메라에 담고 류 회장과 사방을 둘러본다. 류 회장은 가스로 조망을 제대로 즐길 수 없다고 안타까워하며, 서쪽으로 거문산과 금당산 줄기, 북으로 백적산과 그 뒤로 희미하게 보이는 한강기맥을 가리킨다.

정상표지판

서쪽의 거문산, 금당산 줄기 - 가스로 윤곽만 보인다. 아쉽다.


온 길을 되돌아 남쪽으로 이어지는 등산로를 걷는다. 참나무 숲 사이로, 키 작은 산죽들이 곱게 깔려 있고, 그 사이로 등산로가 구불구불 이어진다. 싱그러운 기분으로, 강원도 청정 고산지대를 산책한다. 등산로를 조금 벗어나, 오른쪽으로 전망바위가 보인다. 바위 위에서니, 서쪽, 남서쪽, 북쪽 조망이 시원하게 트였다. 가까운 거리의 시계가 그런대로 좋아, 백석산 가는 길이 더욱 더 즐겁다.

아름다운 산죽길

바위전망대에서 본 서쪽 조망

남서조망

남쪽조망-중왕산과 가리왕산 방향

 

북쪽방향-백적산


등산로는 완만한 내림길로 이어지며, 안부로 접근한다. 정면에 백석산이 부드러운 모습을 보인다. 이윽고 야생화가 만발한 안부에 이르러, 잡목과 잡초 사이로 길은 희미해지지만, 고맙게도 가야할 방향에는 산행리본들이 걸려 있다. 등산로가 오르막으로 변한다. 등산로 주변의 풍광이 이제까지의 평화롭고 부드러운 모습에서 한순간에 생판 다른 모양으로 변한다. 나이 어린 참나무들이 엉성하게 늘어선 산 사면을 멧돼지들이 온통 파헤쳐 놓아, 산 전체가 온통, 붉게 맨살을 드러내놓고 있다.

안부로 내려서며 본 백석산

안부

멧돼지가 파 헤쳐 놓은 산사면


정상이 가까워지며, 잡목과 넝쿨이 발목을 잡고, 허리에 휘감긴다. 이처럼 험한 길을 지나 정상에 접근하니, 산 사면이 다시 부드러워지면서, 야생화 천국이이 펼쳐진다. 12시 36분, 너른 헬기장인 정상에 도착한다. 아무 정상표시도 없고, 헬기장 한 귀퉁이에 판독이 어려운 삼각점이 있을 뿐이다. 류 회장과 사방을 둘러본다. 북으로 잠두산과 백적산, 동으로 발왕산, 남으로 가리왕산, 중왕산, 서쪽으로 청태산, 대미산이 조망된다. 사방이 탁 트였으나, 가스로 가시거리가 짧은 것이 유감이다. 헬기장 꽃밭에 앉아 점심을 먹는다. 불어오는 바람결이 시원하다.

잡목과 넝쿨길

정상으로 이어지는 야생화 단지

백석산 정상의 대원들

북쪽의 잠두산과 백적산

남동 방향의 가리왕산

남쪽의 중왕산


약 20분 동안, 이 사장과 비교적 느긋하게 식사를 하고, 앞선 대원들을 뒤쫓는다. 안부에 내려서고, 평탄한 길이 이어진다. 1시가 조금 지난 시간이라, 평화롭게 이어지는 길섶에서 점심을 즐기는 대원들이 늘어난다. 1시 9분, 1370m 능선 분기봉에서 오른쪽으로 내려서며, 정면으로 1,351m봉, 중왕산, 가리왕산을 가깝게 조망한다. 1시 17분, 야생화가 흐드러지게 핀 마랑치에 내려서서 직진한다.

1,351m봉과 그 뒤로 중왕산, 왼쪽이 가리왕산

가리왕산

마랑치


1,230m봉을 넘고, 1시 24분, 안부에 이른다. 선답자들의 산행기에서 두 사람이 양팔을 벌려도 감싸기가 힘들었다던 거목의 나뭇가지가 바람에 불려서인지, 밑동 가까이에서부터 잘려, 쓰러져 있다. 쓰러진 가지의 나뭇잎이 아직 푸른 걸 보면, 잘린 지 얼마 되지 않은 모양이다. 아깝다.

가지 잘린 거목


완만한 오르막길에서 뜻밖에 심마니 두 분을 만난다. 심마니하면 선풍도골의 표표한 노인을 연상해 왔는데, 이 분들은 젊다. 이 지역을 재량박골 이라고 부른다며, 이씨왕조 때부터 산삼산지로 유명하여, 조정에서는 경비까지 세워두고, 외인 출입을 금했다고 한다. 지금도 여전히 산삼이 많아, 며칠 전에는 8천만 원짜리 산삼으로 횡재를 했다고 한다.

재량박골에서 만난 심마니


작은 고개를 넘고, 1시 51분, 1,268m봉을 지나, 안부로 내려서는 길은 거대한 고목들이 열병식을 하는 울창한 숲이다. 2시 15분 경, 안부에 내려서니, 정면으로 1,351m봉이 보인다. 잡목, 잡초, 넝쿨들이 어지럽게 얽혀있는 오르막길을 오른다. 뻔한 곳인데도 잡목이 무성하여 뚫고나가기 어려운 곳에 이르면, 선두는 다시 후퇴하여, 우회전하면서 겨우 통과한 모양이다. 뒤 따르는 사람들도 별 수 없이, 전진, 후퇴, 우회과정을 반복하며 선두가 간 길을 뒤 따른다. 이런 과정을 몇 차례나 거치다 보니. 선두가 겪은 고역을 가히 짐작할 수 있겠다. 한 여름에 다시 올 곳은 못 된다는 생각이 든다.

고목

안부의 잡목터널

안부에서 본 1,351m봉


2시 33분, 거목들이 줄지어선, 1,351m봉에 오른다. 풀 속에서 한참 만에 삼각점을 찾는다. <도암 26, 2005 복구> 등산로는 오른쪽으로 굽어지며 완만한 내림세가 이어진다. 2시 46분, 야생화가 가득한 안부를 지나 초지(草地)가 계속이어 진다. 두 어 차례 작은 업 다운은 있지만, 이런 광활한 초원이 계속된다.

1,351m봉 정상

정상의 삼각점

이어지는 초지 1

이어지는 초지 2


송 선배님은, "지리산의 세석평전이나, 덕유산의 덕유평전보다 훨씬 더 넓어 보이는 이곳에 이름이 없다는 것은 말이 안 된다. 오늘부터 이곳을 백석평전(白石平田)이라 부른다." 라고 즉석에서 작명을 한다. 평전(平田)이 되기 위한 요건이 따로 있는 것인지는 모르겠으나, 만약, 이곳이 평전으로 불리 울 수 있는 곳이라면, 그 이름은, 2006년, 8월 29일, 송 현 선배가 현장을 확인하고, "백석평전(白石平田)" 이라고 작명한 바 있음을 후대 사람들은 인식하기 바란다.


1230m봉을 지나, 하일동으로 하산하려던 계획이 수정된 모양이다. 김 대장을 포함한 선두대원들이 1190m봉에 모여 있다. 결국 약 1.2Km 떨어져 있는 1,050m 까지 진행 한 후, 고치동으로 하산키로 하고, 길을 찾아 앞서 출발한 김 대장 뒤를 따라, 일행은 왼쪽 내리막 능선을 달린다.

1190m봉에 모인 대원들


곧이어 구상나무 조림지에 이른다. 허리를 구부려 구상나무 밑을 통과하여, 조림지 왼쪽 끝으로 기어 나와, 허리를 펴고, 참나무 단지와의 경계를 따라 내려선다. 약 10여분 후, 구상나무 조림지를 벗어나, 안부를 거쳐, 맞은 편 전 나무 숲으로 들어선다. 간벌을 하던 인부들이, 인사하며 지나치는 일행을 놀랜 눈으로 바라본다. 고개를 넘어서니, 정면으로 멀리 중왕산이 보이고, 발아래 너른 헬기장이 펼쳐진다. 그리고 그 주위를 임도가 감돌아 흐른다.

참나무와 구상나무 경계

헬기장


4시 25분 경, 헬기장에 내려서서, 오늘의 마루금 산행을 마친다. 잠시 휴식을 취한 대원들은 4시 28분 경, 오른쪽 임도로 내려선다. 임도 주변의 낙엽송 조림지가 아름답다, 4시 38분 경, 임도가 오른쪽으로 크게 굽어지는 지점에서, 왼쪽으로, 절골로 내려선 발자국이 희미하게 보인다. 이곳에서 김 대장을 중심으로 몇몇 대원들이 모여, 임도를 따라 우회할 것인지, 아니면 절골 계곡으로 바로 내려설 것인지를 의논한다.

임도변의 조림지

임도를 걷는 대원들, 이 임도 끝에서 왼쪽 계곡으로 내려선다.


4시 40분 경, 일행은 절골 계곡으로 내려선다. 희미한 급경사 내리막을 내려서니 계곡으로 이어지는 길이 뚜렷하다. 계곡을 타고 내린다, 몇 차례 계곡물을 건너며, 등산로가 이어지고, 나뭇가지에 산행리본도 눈에 뜨인다. 고도가 낮아지면서, 건너편 벼랑에 늘어진 잡목과 넝쿨이 뒤 엉켜, 원시림을 방불케 한다. 신기하여 카메라에 담아 보았지만, 현장감을 전달하기에는 턱 없이 부족한 사진을 얻었을 뿐이다.


5시 25분 임도에 이르고, 5시 31분 산불 감시초소를 지나니, 비로 아래에 버스가 보인다. 버스를 향해 천천히 내려서는데, 빗방울이 후두둑 떨어진다. 서둘러 알탕을 하러, 왼쪽 계곡으로 내려선다. 땀을 흠뻑 흘린 후, 맑은 계류에 몸을 담구고, 땀을 들이는 것 만큼 상쾌한 것도 드믈 것이다. 떨어지던 빗방울도 멎었다. 유유히 알탕을 즐기고, 5시 58분 경, 버스에 올라, 배낭을 내려놓고, 길가 커다란 암반 위에서 벌어진 하산 주 파티에 끼어든다.

계곡을 벗어나 임도로

암반 위의 하산 주 파티

하산 지점에서 본 안개에 가린 중왕산


6시 23분 경, 버스는 뒤풀이를 하러, 오늘 장이 선다는 대화로 향한다.


(2006.8.31.)


뒤풀이

대화는 생각보다 큰 도시다. 시간이 늦어, 장은 이미 파장이 됐지만, 할머니 한 분이 모밀전병, 파전, 감자전 등을 부쳐 파는 시장 통의 식당에 들어서서, 뒤풀이를 한다. 막걸리 종류도 많다. 검은 콩 막걸리, 메밀 막걸리, 단맛 막걸리, 별미의 안주에 다양한 술... 뒤풀이 자리가 무르익는다. 산정 산악회 백두대간 1차대의 송현 선배, 2차대의 고래대장, 주발대장, 송아 누님과 한자리에서 어울리니, 평소 보다 많은 술을 마신다. 8시가 넘어서야 뒤풀이 자리가 아쉽게 끝나고, 일행은 버스로 향한다.


참고로 류 회장의 채색한 1/50,000 지도를 첨부한다.

백적산 - 점두산 구간

백석산 구간

하산 구간

Posted by Urimah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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