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일동으로 하산하면서 본 지나온 마루금
2006년 9월 5일(화).
"화요맥"의 안내로 계방지맥 네 번째 구간을 산행한다. 코스는 평창군 대화면 하안미리 도치동에서 정수동골(절골)을 타고 올라, 임도에 오르고, 『헬기장-임도 삼거리-주왕산-벽파령』까지 마루금을 탄 후, 백일동으로 하산한다. 들머리 약 3Km, 마루금 약 7.2Km, 날머리 약 2,6Km로, 총 도상거리는 약 12.8Km이다.
중앙산 안내도.
주왕산(住王山-1,376.1m)은 조선후기에 제작된 대동여지도에도 분명히 주왕산으로 표기 되어 있었다고 한다. 하지만 일제가 이 산의 이름을 의도적으로 중왕산(中旺山)으로 바꾸었던 것을, 2003년에 공식적으로 제 이름을 다시 찾아, 주왕산으로 불리게 된다. 이에 이곳에서도 주왕산으로 호칭한다.
신산경표의 저자인 박성태 씨는 지맥의 이름은 지맥에 속한 대표적인 산의 이름을 따서 짓는다는 원칙에 따라 "계방지맥"을 "주왕지맥"으로 하자는 제안을 하고 있으나, 현재는 편의에 따라 부르기 시작한 "계방지맥"이라는 명칭이 보다 일반화 된 느낌이다. 하지만 우리나라의 산을 체계화하고, 이에 적정한 명칭을 부여하기 위해서는, 단순히 편의(便宜)에 따르기 보다는 일정한 원칙을 준수하는 것이 보다 바람직하다 하겠다.
오늘 산행에 참여한 인원은 모두 26명이다. 그 동안 10여명 정도의 고정인원에서 좀처럼 변동이 없던 대원수가, 이번 4차 산행에서는 배(培)로 늘어, 버스에 아연 활기가 넘친다. 아마도 한여름이 지나, 9월로 접어든 계절적인 요인도 작용을 했겠지만, 손해를 감수하면서도, 고집스럽게 원칙을 준수하는 "화요맥"이 점차 알려지면서, 산꾼들이 모여 들기 시작하는 모양이다.
백일동에서 식사를 마치고, 출발 직전에 버스 앞에 모인 멤버들
버스가 고속도로를 달린다. 산행지에 도착하여, 산행을 하는 것이 주목적이지만, 버스를 타고 이동하면서, 차창 밖으로 지나치는 풍광을 보는 것도 크나큰 즐거움이다.
버스가 새말 IC에서 영동고속도로를 버리고, 42번 국도를 거쳐, 31번 국도를 달린다. 스쳐지나가는 도로변의 풍광이 아름답다. 맑게 갠 가을 하늘, 햇볕도 강렬함을 잃은 듯하고, 가까운 산의 녹색도 옅어진 느낌이다, 산골의 논들은 이미 누렇게 변하고, 창밖으로 보이는 평창강의 물빛이 더욱 더 푸르다. 10시 15분, 버스는 도치동에 도착하고, 일행은 차에서 내려, 산행을 시작한다.
더욱 더 푸르게 보이는 강물
누렇게 변한 논
산행시작
오늘의 산행기록은 아래와 같다.
『(10:15) 고치동 도착, 산행시작-(10:22) 계곡 진입-(11:10) 계곡 벗어나, 임도-(11:19) 헬기장-(11:26) 임도 삼거리-(11:47) 1,170m봉-(12:19) 1,376m봉-(12:32) 헬기장-(12:50~13:13) 주왕산 정상, 중식-(13:30) 갈림길-(13:44) 1,230m봉-(14:06) 전망바위-(14:51) 1,144m봉-(15:07) 벽파령-(15:45) 갈번지교-(15:57) 버스』들머리 1시간 4분, 중식 23분, 마루금 3시간 25분, 날머리 50분, 총 5시간 42분이 소요된 산행이다.
* * * * *
바로 일주일 전에 내려왔던 길이지만, 방향이 틀리고, 시간대가 달라서인지. 처음 가는 길처럼 생소하게 느껴진다. 저 앞에 산불 감시초소가 보이자 비로소 길이 눈에 익는다. 시멘트 도로를 가로 질러, 길을 막고 있는 육중한 차단기를 넘어 임도를 걷는다.
10시 22분, 간이 화장실이 보이는 곳에서, 임도를 버리고 오른쪽 계곡으로 들어선다. 오른쪽에서 시원하게 흘러내리는 물소리를 들으며, 우거진 숲을 헤치고 계곡을 따라 오른다. 시간이 지나며, 몸에는 땀이 솟지만, 스쳐 지나는 바람결이 이제는 시원하기보다, 차갑게 느껴진다. 계곡 건너편, 절벽을 타고, 무성하게 자란넝쿨이 하늘을 향하고 있다. 과연 오지의 원시림이다.
하늘로 치솟은 잡초 넝쿨
계곡으로 내려서서 돌이 많은 험한 길을 한동안 조심스럽게 걷고, 계곡을 건너, 울창한 낙엽송 숲을 지난다. 야생화가 만발한 계곡의 원시림이 이어지고, 산행리본이 간혹 눈에 뜨인다. 일행은 계곡 상류에 이르러 왼쪽 사면을 타고, 임도 위에 올라, 11시 19분 마루금인 헬기장에 선다.
절골 계곡의 울창한 낙엽송 조림지.
원시림 같은 계곡에 걸려 있는 산행리본
약 한 시간 만에 마루금에 올라 선 것이다. 지난번 하산 시에도 1시간 정도 걸려, 거꾸로 오를 때에는 ,적어도 1시간 30분 정도는 걸리리라고 예상을 했는데 의외로 시간이 단축된 것이다. 지난 하산 시에는 초행길이고, 돌이 많은 길이라, 달리지를 못했고, 이번은 오름길이지만, 길이 눈에 익고, 또 산행시작 무렵이라 충분한 체력이 뒷받침 되어, 시간이 비슷하게 소요된 모양이다. 헬기장에서니 멀리 주왕산이 봉긋하게 보인다. 오늘은 비교적 코스도 짧은데다, 들머리 진행도 예상보다 빠르니, 서두를 게 하나도 없다.
가운데 주왕산이 봉긋하게 보인다.
헬기장 끝, 숲으로 들어선다. 작은 언덕 위에 기상 관측기 같은 시설물을 지나 임도로 내려선다. 임도 뒤쪽으로 이정표가 보인다. 임도 삼거리다. 이정표 등을 카메라에 담고, 임도로 내려섰던 지점으로 다시 돌아와, 산행리본이 걸려 있는 맞은편 숲으로 들어선다.
기상관측물로 짐작되는 시설
임도 삼거리 이정표
아름다운 낙엽송 숲을 지나고, 잡목이 우거진 완만한 참나무 숲길을 올라, 11시47분, 삼각점이 있는 1170m봉(안내도의 1174.2m)에 오른다. <정선 403, 2004, 재설> 동쪽, 나뭇가지 사이로 주왕산이 가깝게 보이고, 서쪽으로 하안미리가 내려다보인다. 남으로는 남병산이 뚜렷하다.
1,170m봉에서 본 남병산
동쪽으로 향해 1,376m봉(안내도의 1,363.3m)을 향한다. 안부를 지나, 등산로는 오르막으로 이어지고, 12시 4분 경 부터 오르막이 급해진다. 급경사 오르막을 허위허위 오른다. 하지만 무더위가 지나, 훨씬 수월한 느낌이다. 급경사 오르막에 야생화들이 무리 져 피어있다. 특히 투구 꽃이 자주 눈에 뜨이더니, 활짝 꽃잎을 벌리고 있는 환한 모습을 처음으로 보여준다. 12시 19분 산행리본들이 어지럽게 걸린 1,376m봉을 넘어선다.
1,376m봉
활짝 꽃잎을 벌린 투구 꽃
봉우리를 내려서서, 2분 후, 잡초가 무성한 너른 공지를 지나고, 멧돼지들이 무자비하게 파 헤쳐 놓은 곳을 여러 차례 지난다. 송 선배님과 "멧돼지 평전"이라고 명명하며 웃어본다. 평탄하게 이어지는 등산로 주변에 오랜 풍상에 시달린 괴목들이 눈에 뜨인다. 등산로는 내리막으로 이어지고, 정면으로 주왕산이 깨끗한 모습을 보인다. 12시 32분 너른 헬기장에서 잠시 멈추어, 동으로 가리왕산, 서쪽으로 하안리, 그리고 남서쪽으로 멀리 치악산 방향을 조망한다.
괴목 1
괴목 2
주왕산
이제 주왕산은 지척이다. 썩은 고목에서 자라는 일엽초라는 희귀한 풀을 카메라에 담고, 고목들의 열병을 받으며, 12시 50분, 주왕산 정상에 오른다. 너른 정상의 헬기장에서 김 대장을 비롯한 선두 구릅이 점심식사를 하고 있다.
일엽초
주왕산 정상으로 오르는 길
삼각점은 찾지를 못하고, 충북 986 산악회에서 세운 정상 표지판을 카메라에 담는다. 이어서 류 회장의 설명을 들으며, 사방을 둘러 본 후, 대원들과 함께 식사를 한다. 식사 중에 한기를 느끼고, 서둘러 재킷을 꺼내 입는다. 그러고 보니 대부분의 대원들이 재킷을 입고 식사를 하고 있다. 밝은 햇살 아래에서도, 1,376m의 주왕선 정상에서는 벌써 추위가 느껴진다.
정상 표지판
정상에서 본 가리왕산
북동 방향으로 박지산과 발왕산
북으로 백석산과 그 뒤 멀리 계방산 줄기
남서 방향으로 남병산
남서 방향으로 백덕산, 그리고 멀리 치악산
서쪽 방향조망
상원산 방향
식사를 마친 대원들이 하나 둘, 춥다며, 먼저 출발을 한다. 이제 너른 정상에는 고래 대장, 주발 대장 그리고 나, 세 사람만 덩그러니 남아있다. 1시 13분, 마냥 식사를 즐기고 있는 두 양반을 남겨두고, 먼저 하산을 시작한다. 울창한 참나무 숲으로 등산로가 뚜렷하게 이어진다. 1시 30분, 갈림길에서 산악회 안내판이 왼쪽 길을 가르친다. 왼쪽으로 내려서서 안부에 이르고, 1시 44분 1,230m봉을 넘는다. 이후 등산로는 날등길로 이어지더니, 커다란 암봉을 왼쪽으로 우회하여 한동안 진행한다. 그리고 바위지대를 지난다. 길은 다소 험하기는 하지만 뚜렷하게 남쪽으로 이어진다.
갈림길의 안내판과 산행리본
바위지대
2시 6분, 등산로에서 오른쪽으로 조금 벗어 난 전망바위 위에 선다. 서쪽과 서남쪽, 서북쪽 방향이 확 트였다. 조망을 카메라에 담는다.
서쪽 조망-하안미리가 내려다보이고, 왼쪽에 백덕산이 보인다.
남서 방향으로 남병산과 청옥산
북서 방향으로 하일산
바위 전망대를 내려서서 돌이 많은 험한 길을 걷는다. 오른쪽으로 암굴(岩窟)같은 곳을 지난다. 작은 봉우리를 하나 더 넘고, 2시 30분 죽천부부(竹泉夫婦)의 산행리본이 걸린 능선 분기봉에서 오른쪽으로 내려선다. 내리막길에서 한껏 생명력을 뽐내는 검은 나무와 생을 다하고, 자연으로 회귀하는 고사목이 대조를 이룬다.
능선 분기봉에서 오른쪽으로
자연으로 회귀하는 고사목
등산로는 날등길로 이어지고, 작은 봉우리 두 개를 넘어, 잡초가 우거진 1144m봉에 오른다. 이어서 급경사 내리막이 이어지고, 다시 날등길이 나타난다. 정면에 거대한 송전탑이 보이면서 둥산로는 오른쪽으로 떨어져, 3시 7분 벽파령에 이른다.
1144m봉
날등길을 벗어나, 오른쪽 벽파령으로 향하는 대원들
벽파령에서 정면으로 본 송전탑.
일행은 오른쪽 갈림길로 내려서서 마루금을 벗어난다. 3시 25분, 임도의 차단기를 타고 넘어, 버스가 대기하고 있는 백일동으로 향한다. 임도 주변의 낙엽송 숲이 울창하고, 고도가 낮아지면서, 오른쪽으로, 지나온마루금 능선이 따라오고, 정면으로 하일산 쪽의 산세가 특이하다.
임도 주변의 울창한 낙엽송 숲
정면으로 보이는 산세
3시 44분 갈번지교를 건너고, 계속 임도를 따라 걷는다. 억새가 바람에 휘날린다. 낟알을 무겁게 달고 고개를 숙인 조밭을 지나고, 주위에 잡초가 무성한 폐가를 본다. 저 앞에 버스가 보인다. 왼쪽 냇가로 내려서서, 세수를 하며 오늘 산행을 마감한다.
바람에 휘날리는 황금빛 억새
조밭
대원들이 버스 주변에 모여, 맥주, 소주, 막걸리로 하산 주를 즐긴다. 산악회에서 끓여 준 수제비가 따끈해서 좋다. 식사를 마친 대원들은 일부는 길가에서 판매하는 양파에 관심을 기울이고, 나머지 대원들은 버스 앞에 모여, 오랜만에 기념사진을 찍는다. 버스는 5시 15분 경 서울을 향해 출발한다.
귀로의 차창 밖 풍광이 아름답다.
평창강
황혼
(2006. 9.6.)
'계방지맥 산행기' 카테고리의 다른 글
계방지맥(6) : 조동리-새목재-멧둔재-삼방산 분기봉-밤재 (0) | 2012.11.30 |
---|---|
계방지맥(5) : 백일동-벽파령-삿갓봉-860,8m-조동리 (0) | 2012.11.30 |
계방지맥(3) : 모릿재-잠두산-백석산-1,050m(H)-도치동 (0) | 2012.11.30 |
계방지맥(2) : 가리치-990m봉-속사리재-908m봉-백적산-모릿재 (0) | 2012.11.30 |
계방지맥(1) : 운두령-계방산-1462.3m봉-가리치 (0) | 2012.11.30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