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강대교와 합수목
새벽 6시 30분, 대문을 나서는데, 아직 어둠이 깔려있다. 큰길로 나오니, 자동차들이 헤드라이트를 켜고 달린다. 해가 많이 짧아졌다.
2006년 10월 31일(화).
"화요맥"이 가이드하는 계방지맥 종주의 마지막 구간을 산행한다. 분덕재에서 출발하여 발산(鉢山)에 오르고, 영월 시가지를 지나, 동강둔치에서 동강과 서강이 합쳐진 남한강을 확인한다 하더라도, 3시간 내외의 산행거리에 불과하다. 그래서 지나는 길에 조망이 좋은 시루산을 다녀오기로 한다.
계방지맥을 졸업하는 날이라고, 지난 주말의 황철봉 땜방산행으로 피로할 터인데도, 경담대원, 우정대원이 축하차 참여하고, 청솔대원이 멀리 수원에서 새벽길을 올라왔다. 산꾼들의 끈끈한 정이다.
대원들을 태운 버스가 이른 아침의 고속도로를 달린다. 차창에 수증기가 어려 밖이 보이질 않는다. 몇 차례 물방울을 닦아내고, 밖의 풍경을 보다가 깜박 잠이 들었나보다. 문막에서 잠시 정차하겠다는 소리에 잠이 깬다. 차에서 내려서니 썰렁하다.
다시 출발한 버스는 제천IC에서 국도로 내려서고, 413번 지방도로를 거쳐, 마차리에서 남하하더니, 10시 정각에 분덕재에 도착한다. 차에서 내려, 잠시 산행준비를 하고, 분덕재 표지석을 배경으로 기념사진을 찍은 후, 10시 5분 산행을 시작하다.
오늘의 산행기록은 아래와 같다.
『(10:05) 산행시작-(10:25) 물안골 갈림길-(10:30) 543m봉 우회, 시루산으로-(11:05) 651m봉-(11:16~11:22) 시루바위봉-(11:58) 수직동굴 찾기실패, 원점회귀-(12:01) 시루산 정상-(12:34) 543m봉-(12:35:12:50) 중식-(13:38~11:43) 발산정상, 삼각점-(13:48) 안부-(13:55~14:00) 정상석 봉-(14:30) 영모전 갈림길-(14:53) 시내진입-(15:10) 동강둔치』
* * * * *
커다란 통신탑 2개가 마주 서있는 사이를 지나자, 사면의 경사가 가팔라진다. 5분 후 능선에 오르고, 등산로는 서쪽으로 완만한 오름세로 이어진다. 왼쪽으로 시야가 트인다. 단풍 속에서 유난히 하얗게 보이는 도로가 산 사이로 이어지고, 멀리 봉래산이 희미하게 보인다.
무명봉 뒤로 봉래산이 희미하다
작은 봉우리 두세 개를 넘고, 안부에 내려서니, 왼쪽으로 갈림길이 보인다. 물암골로 내려가는 길이다. 10시 30분, 543m봉을 남서쪽으로 우회하여, 시루산으로 향한다. 시루산은 서강(西江)가에 우뚝 솟은 시루바위봉과 수직동굴로 널리 알려진 산이다. 그 때문인지, 시루봉이 아닌 시루산으로 당당하게 불리고 있다. 651m봉, 삼각점이 있는 정상봉과 시루바위봉의 3개의 봉우리가 우뚝하다.
10시 47분, 시야가 트이며, 651m봉이 아름다운 모습을 보인다. 등산로는 이 봉우리를 우회하여 앞의 능선으로 이어지지만, 봉우리 위에서의 조망이 궁금하여, 등산로를 버리고, 오른쪽 사면으로 치고 올라, 정상에 선다. 하지만 실망스럽게도 주위의 빽빽한 나무에 가려 조망은 별로다. 할 일없이 능선을 따라 내려선다.
시루산 오르다 본 651m봉
안부를 거쳐, 오르막으로 오르는 길가에 배낭들이 여기저기 놓여있다. 어차피 되돌아와야 할 길이니 배낭을 메고 갈 필요가 없겠다. 배낭을 벗어 놓고, 왼쪽으로 크게 굽어지는 등산로를 따라 빠르게 걷는다. 수북하게 쌓인 낙엽사이로 등산로가 끊겼다, 이어졌다 하지만, 우정산악회의 붉은 표지기가 줄곧 갈 길을 인도한다.
등산로는 다시 오른쪽으로 굽어져 안부로 내려섰다가 오른쪽 봉우리를 거쳐 왼쪽 시루바위봉으로 이어진다. 오른쪽 봉우리는 돌아갈 때 들르기로 하고, 시루바위봉 쪽을 향해, 완만한 사면을 곧바로 치고 오른다. 마침 능선을 걷고 있던, 정 선배가 오른쪽 봉우리에 삼각점이 있으니 돌아갈 때 확인하라고 친절하게 알려준다.
시루 바위봉 정상의 대원들
11시 16분, 시루바위봉에 오른다. 좁은 암봉에 많은 대원들이 몰려, 오르고 내리느라 법석이다. 사방이 트여 조망은 훌륭하나, 가스 때문에 시계가 제한되는 것이 유감이다. 남쪽 조망이 압권이다. 발산, 봉래산, 계족산, 태화산 등 영월의 명산들이 첩첩하고, 동강이 아련하다. 서쪽으로 문곡리 쪽이 내려다보이고, 북동방향으로 시루산 정상이 가깝다.
남쪽조망-가운데 발산, 왼쪽 왼쪽부터 봉래산, 계족산, 태화산
서쪽 문곡리 방향의 조망
시루산 정상
시루바위봉에서 조망을 즐긴 후, 호기심이 많은 대원들 일부가 수직동굴을 찾아 나선다. 시루산 안내도에는 시루바위봉에서 17분 정도 남쪽으로 내려선 곳에, 수직동굴이 있다고 했으나, 완만하게 흐르는 능선을 15분 이상 내려서도 그럴듯한 곳이 보이지 않고, 갑자기 능선이 좌우로 분기되면서 경사가 급해진다.
수직동굴을 찾으러 능선을 내려서다 뒤돌아본 시루바위봉
좌우 어느 쪽인지 확신도 서지 않고, 급경사 내리막을 내려설 엄두도 나지 않아, 결국 되돌아서서, 11시 58분 경, 다시 시루바위봉을 지난다. 30분 이상 헛걸음을 한 셈이다. 12시 경 시루산 정상에서 삼각점을 확인하고, 지나온 길을 되돌아, 마루금이 지나가는 534m봉에 이르러 점심식사를 한다. 시루산을 다녀오는데 약 2시간 정도가 소요된 셈이다.
시루산 삼각점
시루산 정상에서 본 서쪽조망
시루산을 내려서면서 본 발산, 세 개의 봉우리가 뚜렷하다.
12시 50분, 식사를 마친 후미일행이 발산으로 향한다. 안부로 내려서면서 정면으로 보는 발산과 봉래산이 아름답다. 1시경, 510m봉에 올라, 시루산을 뒤돌아보니, 연봉(連峰)이 뚜렷하다. 봉우리를 내려서서, 울창한 송림 숲을 지나고 다시 봉우리에 오른다. 등산로는 왼쪽으로 굽어진다. 이어서 작은 암봉을 우회하고 좁은 능선길을 걷는다. 오르막이 급해지며 1시 26분 경, 631m봉에 오른다. 동쪽으로 시야가 트였다. 북동방향으로 지난구간에 지나왔던 고랭지채소 밭이 있던 봉우리가 멀리 보이고, 동쪽으로는 속골로 이어지는 도로가 내려다보인다.
안부로 내려서면서 본 발산과 봉래산
시루산 연봉
뒤볼아 본 지나온 길 - 멀리 고랭지 채소밭이 있는 봉우리
왼쪽으로 내려다보이는 조망
1시 37분, 삼각점이 있는 발산 정상(675m)에 오른다. 삼각점은 훼손이 심해 글자를 읽을 수가 없다. 류 회장의 설명을 들으며 탁 트인 사방을 조망한다.
정상에서 주위를 조망하는 후미 팀
봉래산의 천문대
북동방향의 조망
시루산
제3봉과 태화산
1시 48분, 안부를 지난다. 영월군에서 나무에 이름표를 달아주고, 그 나무의 용도를 설명하고 있다. 아마도 일반등산객들의 왕래가 많은 곳인가 보다. 숲이 아름답다. 1시 55분 돌탑과 정상석이 있는 제3봉에 오른다. 2006년 3월 12일, 오르니 산악회에서 세운 정상석에는 고도가 667m로 표기돼있다.
아름다운 숲
정상석
제3봉에서의 조망이 뛰어나다. 영월읍이 내려다보이고, 동강과 서강이 만나, 남한강을 이루는 합수목이 보인다. 영월을 둘러쌓고 있는 봉래산, 계족산, 태화산, 국지산, 삼태산 등이 시야에 들어온다. 아직 2시도 채 안된 시각이라, 후미그룹은 느긋하게 조망을 즐긴다.
제3봉에서 내려다 본 영월
서남쪽의 국지산, 삼태산 방향
봉래산, 계족산 그리고 영월 2터널
2시가 조금 지나 하산을 시작한다.돌들이 삐죽삐죽 솟은 가파른 암름길이 이어진다. 반대편의 부드러운 능선과는 딴판이다. 2시 26분 급경사가 끝나는 지점에서 뒤돌아 제3봉을 카메라에 담고, 2시 30분. 왼쪽 영모전으로 갈리는 갈림길에서 직진하여 마루금을 고집한다.
뒤돌아 본 발산
2시 45분, 운동기구들이 설치된 너른 공지에서도 계속 직진하여, 2시 53분 마을로 내려고, 오른쪽 도로를 지나, 우체국, 근로복지공단 건물들이 있는 대로를 따라 남쪽으로 내려선다. 류 회장의 설명으로는 이 도로가 마루금이라고 한다.
마루금이였다는 도로를 따라 걷다가 뒤돌아 본 발산
시장입구에서 왼쪽 골목으로 접어들어 영월초등학교를 우회하고, 김삿갓 조각상이 서있는 횡단보도를 건너, 3시 10분 경, 동강둔치에 내려서니, 먼저 하산한 대원들의 하산주 파티가 한창이다. 계방지맥의 무사종주를 축하하기 위하여 김 대장이 특식을 마련했다. 시간이 갈수록 동강둔치에서의 자축파티는 무르익어간다.
동강둔치에서 뒤풀이
샴페인을 터트리는 김대장
유유히 흐르는 동강과 영월대교
(2006.11.2.)
에필로그
더위가 한창인 8월 1일에 출범한 계방지맥 종주가 가을이 무르익은 10월 31일에 끝맺음을 한다. 시작은 초하루, 마감은 31일, 우연치고는 실로 묘한 우연이다.
계방산 동쪽 1462.3m봉에서 시작하여 평창군, 정선군, 영월군을 거쳐, 동강과 서강이 합쳐져서, 남한강을 이루는 이곳까지 도상거리 약 78km의 산줄기를 남하한 것이다. 비록 거리는 길지 않지만, 백적산, 잠두산, 백석산, 주왕산, 청옥산 등 1,000미터급 이상의 산들을 오르내리며, 웅장한 산세에 압도되고, 백석산과 삿갓봉 주변에서 길 없는 길을 만들어가면서 체험한 오지산행의 멋은 오래오래 기억될 것이다.
어려운 상황에서도 고집스레 계획한 바를 밀어붙여, 한 치의 오차도 없이 종주를 마감한 것은 김 대장의 공(功)이고, 적자를 감수하면서도 묵묵히 미역 수제비국을 끓여, 하산한 대원들의 허기를 달래준 강 부장은 숨은 덕장(德將)이다.
하나같이 뛰어난 산꾼들, 항상 채색한 지형도를 왼손에 들고, 주위 능선을 읽으며 산행하는 류 회장, 후답자들을 위해 요소요소에 표지기를 남기는 죽천대장과 현 사장, 종달새라는 별명이 잘 어울리는 김 여사, 교통사고로 불편한 몸인데도 마지막 구간에 빠지지 않고 참석하여 김 대장을 대신해 길을 연 고래대장. 궂은 일, 힘든 일을 마다 않는 주발 대장, "봉 따먹기", "잘라 먹기"의 대가인 임 사장, 묵묵히 산행의 정도(正道)를 솔선해서 보여주는 박성태 씨 등 일일이 열거할 수 없어 이정도로 마쳐야하지만, 참여한 대원들 모두가 서로 돕고, 협조하여, 이처럼 안전하고, 즐거운 산행이 가능했던 것이다. 모든 분들에게 감사한다.
산을 좋아하고, 산을 즐길 줄 아는 고마운 분들! 항상 건강하고, 안전하게 계속 산행을 즐기시기를 기원한다.
11월 7일(화). 이어지는 진양기맥 종주 때, 빠짐없이 모두 다시 만납시다.
계방지맥 종주 산행일지
- 2006년 8월 1일 : 운두령-계방산-계방지맥 분기점-목골재-가리치
- 2006년 8월 15일 : 가리치-990m봉-속사리재-908m봉-백적산-모릿재
- 2006년 8월29일 : 모릿재-잠두산-백석산-1,050m-도치동
- 2006년 9월 5일 : 도치동-절골-임도-주왕산-벽파령-백일동
- 2006년 9월 12일 : 백일동-벽파령-삿갓봉-860,8m봉-조동리
- 2006년 10월 3일 : 조동리-새목재-멧둔재-삼방산 분기봉-밤재
- 2006년 10월17일 : 밤재-690m봉-760m봉-접산-분덕재
- 2006년 10월31일 : 분덕재-시루산-발산-동강둔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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