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강대교와 합수목


새벽 6시 30분, 대문을 나서는데, 아직 어둠이 깔려있다. 큰길로 나오니, 자동차들이 헤드라이트를 켜고 달린다. 해가 많이 짧아졌다.


2006년 10월 31일(화).

"화요맥"이 가이드하는 계방지맥 종주의 마지막 구간을 산행한다. 분덕재에서 출발하여 발산(鉢山)에 오르고, 영월 시가지를 지나, 동강둔치에서 동강과 서강이 합쳐진 남한강을 확인한다 하더라도, 3시간 내외의 산행거리에 불과하다. 그래서 지나는 길에 조망이 좋은 시루산을 다녀오기로 한다.


계방지맥을 졸업하는 날이라고, 지난 주말의 황철봉 땜방산행으로 피로할 터인데도, 경담대원, 우정대원이 축하차 참여하고, 청솔대원이 멀리 수원에서 새벽길을 올라왔다. 산꾼들의 끈끈한 정이다.


대원들을 태운 버스가 이른 아침의 고속도로를 달린다. 차창에 수증기가 어려 밖이 보이질 않는다. 몇 차례 물방울을 닦아내고, 밖의 풍경을 보다가 깜박 잠이 들었나보다. 문막에서 잠시 정차하겠다는 소리에 잠이 깬다. 차에서 내려서니 썰렁하다.


다시 출발한 버스는 제천IC에서 국도로 내려서고, 413번 지방도로를 거쳐, 마차리에서 남하하더니, 10시 정각에 분덕재에 도착한다. 차에서 내려, 잠시 산행준비를 하고, 분덕재 표지석을 배경으로 기념사진을 찍은 후, 10시 5분 산행을 시작하다.


오늘의 산행기록은 아래와 같다.

『(10:05) 산행시작-(10:25) 물안골 갈림길-(10:30) 543m봉 우회, 시루산으로-(11:05) 651m봉-(11:16~11:22) 시루바위봉-(11:58) 수직동굴 찾기실패, 원점회귀-(12:01) 시루산 정상-(12:34) 543m봉-(12:35:12:50) 중식-(13:38~11:43) 발산정상, 삼각점-(13:48) 안부-(13:55~14:00) 정상석 봉-(14:30) 영모전 갈림길-(14:53) 시내진입-(15:10) 동강둔치』



* * * * *


커다란 통신탑 2개가 마주 서있는 사이를 지나자, 사면의 경사가 가팔라진다. 5분 후 능선에 오르고, 등산로는 서쪽으로 완만한 오름세로 이어진다. 왼쪽으로 시야가 트인다. 단풍 속에서 유난히 하얗게 보이는 도로가 산 사이로 이어지고, 멀리 봉래산이 희미하게 보인다.

무명봉 뒤로 봉래산이 희미하다


작은 봉우리 두세 개를 넘고, 안부에 내려서니, 왼쪽으로 갈림길이 보인다. 물암골로 내려가는 길이다. 10시 30분, 543m봉을 남서쪽으로 우회하여, 시루산으로 향한다. 시루산은 서강(西江)가에 우뚝 솟은 시루바위봉과 수직동굴로 널리 알려진 산이다. 그 때문인지, 시루봉이 아닌 시루산으로 당당하게 불리고 있다. 651m봉, 삼각점이 있는 정상봉과 시루바위봉의 3개의 봉우리가 우뚝하다.

 

10시 47분, 시야가 트이며, 651m봉이 아름다운 모습을 보인다. 등산로는 이 봉우리를 우회하여 앞의 능선으로 이어지지만, 봉우리 위에서의 조망이 궁금하여, 등산로를 버리고, 오른쪽 사면으로 치고 올라, 정상에 선다. 하지만 실망스럽게도 주위의 빽빽한 나무에 가려 조망은 별로다. 할 일없이 능선을 따라 내려선다.

시루산 오르다 본 651m봉


안부를 거쳐, 오르막으로 오르는 길가에 배낭들이 여기저기 놓여있다. 어차피 되돌아와야 할 길이니 배낭을 메고 갈 필요가 없겠다. 배낭을 벗어 놓고, 왼쪽으로 크게 굽어지는 등산로를 따라 빠르게 걷는다. 수북하게 쌓인 낙엽사이로 등산로가 끊겼다, 이어졌다 하지만, 우정산악회의 붉은 표지기가 줄곧 갈 길을 인도한다.


등산로는 다시 오른쪽으로 굽어져 안부로 내려섰다가 오른쪽 봉우리를 거쳐 왼쪽 시루바위봉으로 이어진다. 오른쪽 봉우리는 돌아갈 때 들르기로 하고, 시루바위봉 쪽을 향해, 완만한 사면을 곧바로 치고 오른다. 마침 능선을 걷고 있던, 정 선배가 오른쪽 봉우리에 삼각점이 있으니 돌아갈 때 확인하라고 친절하게 알려준다.

시루 바위봉 정상의 대원들


11시 16분, 시루바위봉에 오른다. 좁은 암봉에 많은 대원들이 몰려, 오르고 내리느라 법석이다. 사방이 트여 조망은 훌륭하나, 가스 때문에 시계가 제한되는 것이 유감이다. 남쪽 조망이 압권이다. 발산, 봉래산, 계족산, 태화산 등 영월의 명산들이 첩첩하고, 동강이 아련하다. 서쪽으로 문곡리 쪽이 내려다보이고, 북동방향으로 시루산 정상이 가깝다.

남쪽조망-가운데 발산, 왼쪽 왼쪽부터 봉래산, 계족산, 태화산

서쪽 문곡리 방향의 조망

시루산 정상


시루바위봉에서 조망을 즐긴 후, 호기심이 많은 대원들 일부가 수직동굴을 찾아 나선다. 시루산 안내도에는 시루바위봉에서 17분 정도 남쪽으로 내려선 곳에, 수직동굴이 있다고 했으나, 완만하게 흐르는 능선을 15분 이상 내려서도 그럴듯한 곳이 보이지 않고, 갑자기 능선이 좌우로 분기되면서 경사가 급해진다.

수직동굴을 찾으러 능선을 내려서다 뒤돌아본 시루바위봉


좌우 어느 쪽인지 확신도 서지 않고, 급경사 내리막을 내려설 엄두도 나지 않아, 결국 되돌아서서, 11시 58분 경, 다시 시루바위봉을 지난다. 30분 이상 헛걸음을 한 셈이다. 12시 경 시루산 정상에서 삼각점을 확인하고, 지나온 길을 되돌아, 마루금이 지나가는 534m봉에 이르러 점심식사를 한다. 시루산을 다녀오는데 약 2시간 정도가 소요된 셈이다.

시루산 삼각점

시루산 정상에서 본 서쪽조망

시루산을 내려서면서 본 발산, 세 개의 봉우리가 뚜렷하다.


12시 50분, 식사를 마친 후미일행이 발산으로 향한다. 안부로 내려서면서 정면으로 보는 발산과 봉래산이 아름답다. 1시경, 510m봉에 올라, 시루산을 뒤돌아보니, 연봉(連峰)이 뚜렷하다. 봉우리를 내려서서, 울창한 송림 숲을 지나고 다시 봉우리에 오른다. 등산로는 왼쪽으로 굽어진다. 이어서 작은 암봉을 우회하고 좁은 능선길을 걷는다. 오르막이 급해지며 1시 26분 경, 631m봉에 오른다. 동쪽으로 시야가 트였다. 북동방향으로 지난구간에 지나왔던 고랭지채소 밭이 있던 봉우리가 멀리 보이고, 동쪽으로는 속골로 이어지는 도로가 내려다보인다.

안부로 내려서면서 본 발산과 봉래산

시루산 연봉

뒤볼아 본 지나온 길 - 멀리 고랭지 채소밭이 있는 봉우리

왼쪽으로 내려다보이는 조망


1시 37분, 삼각점이 있는 발산 정상(675m)에 오른다. 삼각점은 훼손이 심해 글자를 읽을 수가 없다. 류 회장의 설명을 들으며 탁 트인 사방을 조망한다.

정상에서 주위를 조망하는 후미 팀

봉래산의 천문대

북동방향의 조망

시루산

제3봉과 태화산


1시 48분, 안부를 지난다. 영월군에서 나무에 이름표를 달아주고, 그 나무의 용도를 설명하고 있다. 아마도 일반등산객들의 왕래가 많은 곳인가 보다. 숲이 아름답다. 1시 55분 돌탑과 정상석이 있는 제3봉에 오른다. 2006년 3월 12일, 오르니 산악회에서 세운 정상석에는 고도가 667m로 표기돼있다.

아름다운 숲

정상석


제3봉에서의 조망이 뛰어나다. 영월읍이 내려다보이고, 동강과 서강이 만나, 남한강을 이루는 합수목이 보인다. 영월을 둘러쌓고 있는 봉래산, 계족산, 태화산, 국지산, 삼태산 등이 시야에 들어온다. 아직 2시도 채 안된 시각이라, 후미그룹은 느긋하게 조망을 즐긴다.

제3봉에서 내려다 본 영월

서남쪽의 국지산, 삼태산 방향

봉래산, 계족산 그리고 영월 2터널


2시가 조금 지나 하산을 시작한다.돌들이 삐죽삐죽 솟은 가파른 암름길이 이어진다. 반대편의 부드러운 능선과는 딴판이다. 2시 26분 급경사가 끝나는 지점에서 뒤돌아 제3봉을 카메라에 담고, 2시 30분. 왼쪽 영모전으로 갈리는 갈림길에서 직진하여 마루금을 고집한다.

뒤돌아 본 발산


2시 45분, 운동기구들이 설치된 너른 공지에서도 계속 직진하여, 2시 53분 마을로 내려고, 오른쪽 도로를 지나, 우체국, 근로복지공단 건물들이 있는 대로를 따라 남쪽으로 내려선다. 류 회장의 설명으로는 이 도로가 마루금이라고 한다.

마루금이였다는 도로를 따라 걷다가 뒤돌아 본 발산


시장입구에서 왼쪽 골목으로 접어들어 영월초등학교를 우회하고, 김삿갓 조각상이 서있는 횡단보도를 건너, 3시 10분 경, 동강둔치에 내려서니, 먼저 하산한 대원들의 하산주 파티가 한창이다. 계방지맥의 무사종주를 축하하기 위하여 김 대장이 특식을 마련했다. 시간이 갈수록 동강둔치에서의 자축파티는 무르익어간다.

동강둔치에서 뒤풀이

샴페인을 터트리는 김대장

유유히 흐르는 동강과 영월대교


(2006.11.2.)


에필로그

더위가 한창인 8월 1일에 출범한 계방지맥 종주가 가을이 무르익은 10월 31일에 끝맺음을 한다. 시작은 초하루, 마감은 31일, 우연치고는 실로 묘한 우연이다.


계방산 동쪽 1462.3m봉에서 시작하여 평창군, 정선군, 영월군을 거쳐, 동강과 서강이 합쳐져서, 남한강을 이루는 이곳까지 도상거리 약 78km의 산줄기를 남하한 것이다. 비록 거리는 길지 않지만, 백적산, 잠두산, 백석산, 주왕산, 청옥산 등 1,000미터급 이상의 산들을 오르내리며, 웅장한 산세에 압도되고, 백석산과 삿갓봉 주변에서 길 없는 길을 만들어가면서 체험한 오지산행의 멋은 오래오래 기억될 것이다.


어려운 상황에서도 고집스레 계획한 바를 밀어붙여, 한 치의 오차도 없이 종주를 마감한 것은 김 대장의 공(功)이고, 적자를 감수하면서도 묵묵히 미역 수제비국을 끓여, 하산한 대원들의 허기를 달래준 강 부장은 숨은 덕장(德將)이다.


하나같이 뛰어난 산꾼들, 항상 채색한 지형도를 왼손에 들고, 주위 능선을 읽으며 산행하는 류 회장, 후답자들을 위해 요소요소에 표지기를 남기는 죽천대장과 현 사장, 종달새라는 별명이 잘 어울리는 김 여사, 교통사고로 불편한 몸인데도 마지막 구간에 빠지지 않고 참석하여 김 대장을 대신해 길을 연 고래대장. 궂은 일, 힘든 일을 마다 않는 주발 대장, "봉 따먹기", "잘라 먹기"의 대가인 임 사장, 묵묵히 산행의 정도(正道)를 솔선해서 보여주는 박성태 씨 등 일일이 열거할 수 없어 이정도로 마쳐야하지만, 참여한 대원들 모두가 서로 돕고, 협조하여, 이처럼 안전하고, 즐거운 산행이 가능했던 것이다. 모든 분들에게 감사한다.


산을 좋아하고, 산을 즐길 줄 아는 고마운 분들! 항상 건강하고, 안전하게 계속 산행을 즐기시기를 기원한다.


11월 7일(화). 이어지는 진양기맥 종주 때, 빠짐없이 모두 다시 만납시다.


계방지맥 종주 산행일지

- 2006년 8월 1일 : 운두령-계방산-계방지맥 분기점-목골재-가리치

- 2006년 8월 15일 : 가리치-990m봉-속사리재-908m봉-백적산-모릿재

- 2006년 8월29일 : 모릿재-잠두산-백석산-1,050m-도치동

- 2006년 9월 5일 : 도치동-절골-임도-주왕산-벽파령-백일동

- 2006년 9월 12일 : 백일동-벽파령-삿갓봉-860,8m봉-조동리

- 2006년 10월 3일 : 조동리-새목재-멧둔재-삼방산 분기봉-밤재

- 2006년 10월17일 : 밤재-690m봉-760m봉-접산-분덕재

- 2006년 10월31일 : 분덕재-시루산-발산-동강둔치



Posted by Urimah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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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뎅이, 응뎅이, 궁뎅이가 어떻게 다른지 아시는지요?


단풍철이 되니, 강 부장님의 버스가 많이 바쁜 모양입니다. "화요맥"의 김 송태 대장(033-435-5779, 011-789-5770)은 오늘 산행에  25인승 버스를 배차합니다. 하지만 공교롭게도 오른 따라 산행인원이 김 대장을 포함하여 28명이나 됩니다. 할 수없이 처음 나온 젊은 대원이 선선히 포기를 하고, 다른 산악회 버스로 옮겨 탑니다.


씩씩한 주발 대장은 막걸리 상자위에 걸터앉고, 김 대장은 버스 승강대에 서서 갑니다. 버스가 고속도로에 들어서자, 김 대장이 대원들에게 사과를 합니다. "다음부터는 강 부장님 버스가 바쁠 때에는 다른 대형버스를 배차하겠습니다. 오늘은 불편하시더라도 참아주시기 바랍니다. 미안합니다. 제 불찰입니다."


산행을 마치고, 서울로 돌아오는 차 속입니다. 김 대장은 여전히 입구 승강대에 서서 갑니다. 보조의자에 앉아 있던 여자대원과 자리를 바꾼 류 회장이 김 대장에게 좁은 자리지만 엉덩이라도 걸치라고 자리를 좁혀줍니다. 하지만 좋은 일을 하면서도 류 회장은 쑥스러운 모양입니다.


"엉덩이에는 방뎅이, 응뎅이, 궁뎅이의 세 종류가 있는데 어떻게 다른지 아십니까?" 라고 운을 떼더니, 엉덩이의 종류에 대한 강의를 시작합니다. 작은 버스라 마이크도 필요 없습니다. 육성으로 하는 이야기가 이어지는 동안 버스 안은 웃음바다가 됩니다. 류 회장은 40년생입니다. 제법 멋이 있는 영감이지요.


류 회장 이야기가 끝나자, "화요맥"에 충성을 다하겠노라고 서약한 바가 있는 도봉산 도사가 시치미를 뚝 떼고 응수를 합니다.


"응뎅이는 항상 응(應)할 준비가 돼있는 엉덩이란 설도 있던데요. 3~4십대, 한창 나이의 엉덩이라는 소리죠."


좁은 차안은 다시 웃음바다가 됩니다. 이쯤 되면 번거롭게 방(芳)뎅이, 궁(窮)뎅이의 어원을 여기에서 다시 되풀이 하여 해설할 필요는 없으리라 봅니다. 생략하기로 하겠습니다.


"화요맥"에서 안내하는 계방지맥 종주는 이제 한 구간이 남았고, 영춘지맥 종주는 네 구간을 마치면 끝이 납니다. 과문한 탓이지는 몰라도, 산악회의 안내산행으로 지맥종주를 완성하는 케이스는 "화요맥"이 처음이라고 듣고 있습니다. 이런 화요맥이 11월7일(화)에 진양기맥 종주를 시작합니다.


커머셜(Commercial) 냄새가 나서 불쾌하시다고요? 어쿠! 지송합니다. 어려운 지맥종주 안내를 끝까지 해내는 김 대장이 신통하여, 도와주고 싶은 마음이 앞섰고, 기맥종주에 관심이 있으신 동호인들에게 좋은 정보를 드리겠다는 일념에서 행한 일이오니, 부디 애교로 봐 주시고, 용서해 주시기 바랍니다.


2006년 10월 17일(화).

화요맥의 안내로 계방지맥 마루금을 걷는다. 오늘 산행코스는 『밤재(1.7k)-690m봉(2.2K)-760m봉(2.2K)-접산(3.4K)-분덕재』로 도상거리는 약 12Km이다. 업 다운이 심하지도 않고, 비교적 능선이 부드러워 크게 힘이 드는 구간은 아니다.


마루금 좌우로 마을들이 멀지 않지만, 700미터대로 이어지는 능선은 사람들 의 발길이 드물어 원시림이 그대로 유지되고 있다. 오랜 가뭄으로 단풍이 윤기를 잃고, 오그라든 느낌이지만, 낙엽 진 오지를 걷는 기분은 그게 아니다. 안개에 가려 주위의 조망을 즐기지 못하고, 동강을 굽어보지 못하는 것이 아쉽다.


가장 높은 접산(接山-825.3m)은 석회석 침식에 의한 돌리네(Dolline) 현상으로 땅이 꺼져 사다리꼴 모양으로 산줄기가 겹쳐있다고 한다. 그래서 인근 주민들은 이산을 겹산이라고도 부른다. 이처럼 특이한 돌리네 현상 때문에 생긴 여러 갈래 능선에서 자칫 알바를 하기 쉽다.



정원을 두 명씩이나 초과한 25인승 버스가 안개 낀 고속도로를 달린다. 치악 휴게소에서 약 20분간 정차한 버스는 제천 IC에서 고속도로를 버리고, 38번 국도로 내려서더니, 서강을 건너 다시 31번 국도로 갈아타고, 413번 지방도로를 달려 10시 29분 밤재에 도착한다.


오늘의 산행기록은 아래와 같다.

『(10:29) 밤재도착-(10:30) 산행시작-(10:50) 656m봉-(11:12) 김해김씨 묘-(11;19) 690m봉-(11:32) 바위지대-(11:44) 안부사거리, 성황당-(12;00) 재치산 능선 분기-(12:03) 안부 사거리-760m봉-(12:30~12:55) 750m봉, 중식-(12:58) 돌리네 분지-(13:34) 도무치 임도-(13:36) 왼쪽 숲으로-(13:48) 접산, 삼각점-(14:14) 골너다리 안부-(14:26) 고랭지 채소밭 안부-(14:38) 알바, 분지도로-(3:04) 750m봉-(15:42) 절골 안부-(16:09) 611m봉-(16:46) 656m봉-(17:02) 분덕재』중식시간 약 25분, 마루금 약 5시간 47분, 총 6시간 12분이 소요된 산행이다.


* * * * *


10시 30분, 버스에서 내려 밤재치 휴게소 옆, 임도 초입에서 오른쪽 가파른 산 사면을 오르면서 산행을 시작한다. 급경사에 낙엽이 미끄럽고, 진달래의 거센 줄기가 배낭을 잡아당긴다. 몸도 풀리기 전에 이런 된 비알 타기는 언제나 죽을 맛이다. 왼쪽으로 송전탑이 보인다. 이윽고 능선에 올라, 동쪽으로 완만하게 이어지는 등산로를 따른다. 왼쪽으로 펼쳐지는 참나무 숲이 아름답고, 발목까지 묻히는 낙엽 밟는 소리가 요란하다.

왼쪽으로 펼쳐지는 아름다운 참나무 숲


10시 50분, 656m봉에 올라, 물을 마시며 한숨 돌린 후, 조끼를 벗어 배낭에 챙긴다. 가을 냄새가 흠뻑 풍기는 안부를 지나고, 작은 고개를 넘어서니, 오른쪽으로 많이 퇴락한 김해 김공의 무덤이 보인다. 너른 사면으로 오르는 곳은 온통 낙엽으로 뒤덮여 있어, 족적을 찾기가 어렵다. 방향을 가늠하고 똑바로 치고 오른다.

가을 냄새가 물씬 풍기는 너른 안부


11시 19분, 낙엽으로 뒤덮인 690m봉에 오른 후, 남쪽 능선을 따라 걷는다. 제법 너른 참나무 숲 능선은 완전한 오지다. 숲속에 붉은 단풍나무 한 그루가 눈에 들어오지만, 오랜 가뭄으로 붉게 물든 잎에는 윤기가 없다. 바위지대가 나타나고 능선이 좁아진다. 오른쪽 나뭇가지 사이로 가야할 760m봉이 안개 속에 커다랗게 모습을 보이고, 왼쪽으로는 저 아래 도로와 마을이 안개에 가려 희미하다.

바위지대를 걷는 대원들

왼쪽 능선 분기봉과 오른쪽 760m봉


11시 44분, 재치마을로 이어지는 안부 사거리에 이른다. 고목 아래 돌무더기는 여전하나, 고목의 가지에는 천 조각 하나 걸려있지 않은, 옛 성황당 자리가 눈에 뜨인다. 등산로는 오르막 날등으로 이어지고, 왼쪽으로 재치산(724.8m)이, 그 아래로 재치마을이 안개 속에 희미하게 보인다. 뒤를 돌아보면, 지나온 690m봉과 그 곳에서 흘러내리는 능선에 단풍이 곱다.

안부의 성황당

지나온 길


12시, 능선 분기봉에 오른다. 한 무리의 대원둘이 쉬고 있다. 왼쪽은 재치산으로 가는 길이고, 오른쪽 내리막이 마루금이다. 앞을 막아선 760m봉과 가야할 능선을 카메라에 담고, 비탈길을 달려, 3분 후 안부 사거리에 이른다. 왼쪽으로는 감자골, 오른쪽으로는 413번 지방도로로 이어지는 사거리다.

재치산 분기봉에서 휴식을 취하는 대원들

안개에 싸인 가야할 능선


12시 21분, 가파른 오르막을 허위허위 올라, 참나무가 마치 낙엽송처럼 하늘을 찌를 듯이 용립해 있는 760m을 지난다. 참나무들이 이처럼 꼿꼿하게 하늘을 향하고 있는 것은 흔치 않은 모습니다. 안부를 지나, 12시 30분 750m봉에 올라, 현 사장 등과 함께, 등산로 변 낙엽 위에 앉아 도시락을 풀고, 살구주로 반주를 시작한다. 고래 대장이 올라와 합류한다.

참나무들이 하늘을 찌를 듯 용립한 760m봉


식사를 마친 현 사장과 이 사장이 먼저 출발을 하고, 고래 대장과 함께 뒤에 남아, 식후 향초(香草)를 즐긴 후, 12시 55분, 비탈길을 내려선다. 2~3분 내려서니, 전면에 분지처럼 움푹 꺼진 땅이 보이고, 고래 대장이 돌리네 현상이라고 설명한다. 이 꺼진 땅을 지나 710m쯤 되는 봉우리에 오른다. 등산로가 오른쪽으로 급격히 굽어진다.

돌리네 현상

710m 정도의 봉우리에서 오른쪽으로 꺾이는 등산로


낙엽이 곱게 깔린 평탄한 길이 이어진다. 또 다시 하늘을 찌를 듯, 당당한 자세로 용립해 있는 참나무 숲을 지나, 1시 34분 임도로 내려선다. 두무치 임도다. 임도를 따라 오른쪽으로 걷는다. 왼쪽에 산행리본이 보인다. 1시 36 분, 리본을 따라 숲으로 들어서니. 저 앞에 현 사장의 뒷모습이 보인다.

두무치 임도.


완만한 너른 사면이 펼쳐진다. 낙엽이 쌓여 길이 보이지 않는다. 지도를 보면 서쪽으로 펼쳐진 이 사면의 정점인 접산에서 마루금은 남쪽으로 급격히 꺽인다. 접산을 향해, 서쪽으로 방향을 잡고, 낙엽이 쌓인 완만한 오르막을 서둘지 않고, 천천히 오른다. 이윽고 능선에 올라서니, 좌우로 사람이 지나간 흔적이 뚜렷하다. 잠시 망설이는데, 오른 쪽에서 죽천대원의 모습이 나타난다. 접산 삼각점을 보고 오는 길이라고 한다. 약 50미터 정도 오른 쪽으로 가면, 잡목과 잡초가 무성하여, 접근하기가 쉽지 않은 곳에 삼각점이 있으니, 가보라고 권한다.


희미한 발자국을 따라 오른쪽으로 걷는다. 벌목하고 버린 나무줄기들이 길을 막으면 이를 우회하고, 잡초가 뒤엉킨 곳을 피해, 나무들을 베어 낸 흔적이 뚜렷한 잡초 속으로 들어서니, 삼각점이 보인다. 삼각점의 일련번호도, 재설 년도의 표기도 없는 이상한 삼각점이다. 선답자들의 산행기에는 접산에서 삼각점을 보았다는 이야기가 없었는데, 이처럼 마루금에서 벗어나 있으니, 발견하지 못하는 것이 당연하다 하겠다.


1시 48분, 삼각점과 접산의 정상 모습을 카메라에 담고, 마루금을 향해 되돌아선다. 평소 1/25,000 지도를 가지고 다니는 죽천대원이 마루금에서 조금 벗어나 있는 접산의 위치에 의문을 갖고, 마루금을 벗어나, 10여 분간 찾아 나선 끝에 발견한 귀한 삼각점이다. 우연히 능선에서 죽천대원을 조우한 덕분에 구경할 수 있게 된 셈이다.고맙다.

접산의 삼각점

벌목 후의 잔가지, 잡목, 잡초가 우거진 접산 정상


마루금으로 되돌아 나오는 길에 고래 대장을 만난다. 죽천대원을 만나 혼자 삼각점을 보러 갔다는 이야기를 듣고, 외롭지 않도록, 동반해 주러 온다고 한다. 고맙운 마음씨다. 높낮이 차가 거의 없는 평탄한 마루금을 따라 함께 남쪽으로 향한다. 2시 1분, 산행리본이 걸린 작은 언덕을 지난다. 많은 사람들이 아마도 이곳을 접산의 정상으라고 생각하는 모양이다. 낙엽이 쌓인 쾌적한 오솔길이 이어진다. 앞서 걷는 대원의 뒷모습이 무척 평화로워 보인다.

800 미터 대의 산책로를 걷는 대원


낙엽사이로 이끼 낀 바위들이 보이더니, 원시림 같은 잡목지대가 펼쳐진다. 한여름에 이곳을 통과하려면 애 꽤나 먹었으리라고 짐작될 정도로 거칠다. 부근의 아름드리 참나무 아랫자락에 이끼가 파랗게 돋아나 있다. 작은 봉우리를 넘고, 2시 14분, 임도로 내려선다. 골너다리안부다. 주위의 사진을 찍고, 산불감시초소가 보이는 남쪽을 향해 임도를 따라 걷는다.

원시림-잡초, 잡목지대

골너다리 안부

안부에서 본 동쪽조망

산불감시초소


시야가 확 트이며, 정면으로 800m봉과 그 뒤로 805.6m봉으로 짐작되는 봉우리가 보이고, 오른쪽으로는 이미 추수를 끝낸 텅 빈 배추밭이 펼쳐진다. 마루턱을 넘어서니, 저 앞에 주발 대장이 기다리고 있다. 그 지점에서 임도를 버리고, 오른쪽으로 묵은 밭 사면을 타고 안부로 내려선다. 배추를 심지 않은 묵은 밭은 붉은 잡초가 한 사면 가득하고, 간간히 야생화들이 보인다. 안부 건너편으로 벌목지대를 지나 숲으로 들어서는 대원들이 보인다.

임도에서 본 가야할 750m봉과 800m봉

안부로 이어지는 붉은 잡초 사면과 건너편 마루금을 걷는 대원들

묵은 밭의 야생화

반대편 벌목지대를 오르다 뒤돌아 본 채소밭 안부-정면이 내려선 사면

벌목지대를 지나, 숲으로 들어서서 650m 정도의 봉우리를 넘어선다. 내리막 길이 수상하다. 왼쪽 능선에 뚜렷한 길이 이어지는 데, 오른쪽 골짜기 쪽으로도 사람이 지나간 흔적이 눈에 뜨인다. 잠시 망설이다, 왼쪽의 뚜렷한 길을 따라 임도로 내려선다.

알바를 한다는 느낌에, 가야할 능선이 보이는 오른쪽으로 걸어 나오니, 너른 분지가 펼쳐지고, 임도는 다시 오른쪽으로 굽어져 주능선 자락으로 이어지는 듯싶다. 뒤에서 따라 오는 고래 대장과 주발 대장의 위치를 확인하려고, 소리를 지르니, 바로 오른쪽 사면에서 응답이 온다.

잘못 내려선 임도 - 앞에 분지가 보인다.


지나온 650m 정도의 봉우리에서, 마루금은 남서쪽으로 이어져, 분지를 지나, 750m봉으로 이어진다. 고래 대장이 무심코 내 뒤를 따르다, 방향이 아니다 싶어, 남서쪽으로 방향을 잡고, 길 없는 길을 따라 내려오다. 소리를 듣고 응답을 한 것이다. 험한 덤불을 헤치고 두 양반이 모습을 나타낸다. 대장님들의 알바를 유도했으니, 미안하기 짝이 없다.

분지에서 뒤돌아본 650m봉


임도를 따라 산자락 쪽으로 조금 이동하자, 왼쪽에 산악회 리본이 걸려있는 것이 보인다. 리본을 따라 들어서니, 다시 다른 임도가 나타난다. 김 대장도 이 부근에서 다소 헤맨 흔적이 뚜렸하다. 무작정 마루금 능선을 향해 오르면서 뒤돌아 본 너른 분지가 신기하다.

분지


3시 4분, 750m봉에 올라, 물을 마시며 잠시 휴식을 취한다. 3시 22분, 800m봉 사면을 오른쪽으로 가로 지르고, 3시 42분 절골 안부에 도착한다. 당초에는 이곳에서 절골로 하산할 계획이었으나, 시간이 충분하다고고 판단했는지, 산악회 리본은 마루금방향으로 걸려 있다. 계속 마루금을 타라는 명령이다. 오늘 분덕재(分德峙)까지 갈 생각인 모양이다.

절골 안부


다시 마루금을 걷는다, 왼쪽 나뭇가지 사이로 805.8m봉이 햇빛을 받고 밝은 모습을 보인다. 4시 9분 611m봉을 넘고, 진달래 군락지를 지나, 안부를 거친다. 이어서 완만한 능선길을 지루하게 걸어, 4시 45분, 삼각점이 있는 656m봉에 오른다.

656m봉 삼각점


삼각점을 카메라에 담고, 서쪽으로 떨어지는 급경사 내리막을 달린다. 낙엽이 깊게 쌓인 능선이 가파르게 이어진다. 이윽고 묘 5기가 나란히 모셔진 가족 묘역으로 내려서니, 바로 아래에 아스팔트 도로가 지나가는 분덕재가 보인다. 분덕재는 마차리와 영월사이에 있는 고개다. 덕을 나눈다는 이름이 재미있다. 5시 2분, 버스가 기다리고 있는 분덕재로 내려선다.

가족묘역

분덕재

홍이네 식당


5시 15분, 마차 4리의 홍이네 식당에 도착한 일행은 땀을 닦으러, 인근의 초등학교, 면사무소로 뿔뿔이 흩어진다.


(2006. 10. 19.)






Posted by Urimah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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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간길에서 보았기에 반갑게 카메라에 담는다. 하지만 그때 배웠던이름은 잊었다.


올 추석에는 일주일 이상 휴무를 하는 기업들이 많다고 한다. 10월 2일 월요일, 10월 4일 수요일에 휴무를 하면, 9월 30일 토요일부터 10월 8일 일요일까지, 9일간을 쉬게 된다. 휴무를 않는 직장에서는 이틀간 휴가를 내면된다. 이처럼, 흔치 않은 황금연휴에, 해외로 나들이를 가는 사람들이 50만을 넘을 것이라는 보도다.


좋은 일이다. 해외에서 추석 차례 상을 받을 조상님들은 어찌 생각하실지는 모르겠지만, 생전에 하지 못 했던 해외여행을, 혼령이 되어서라도, 할 기회가 생겼으니 나쁘다고 생각하시지는 않을 것 같다. 다시 세월이 흘러, 이제 추석연휴를 이용하여 해외여행을 떠난 이들이 세상을 하직하고, 그 후손들이 추석 차례 상을 준비해야할 때는 또 어떤 모양세가 될까? 부(富)를 쌓기는 어렵지만, 망하기는 쉽다는데, 요즘 세상 돌아가는 꼴이 하 어수선하니, 행여 필리핀 짝이 나는 건 아닌가 걱정이 된다.


2006년 10월 3일(화).

"화요맥"의 안내로 계방지맥 여섯 번째 산행을 한다. 오늘 산행코스는 『조동리-새목재-멧둔재-삼방산분기봉-밤재』로 들머리 약 3Km에 마루금 도상거리 10Km도 채 못 되는 비교적 짧은 구간이다. 산악회의 기준 산행시간은 6시간 30분이다.


오늘 구간에는 이름이 있는 산이나 봉우리가 없다. 삼방산(979.5m)이 마루금에서 약 2Km정도 벗어나 있을 뿐이다. 멧둔재(668m)에서 삼방산 갈림봉(930m)에 오르는 구간에 다소 고도차가 있고, 그 외는 내리막이 많은 구간이지만, 곳곳에 험한 날등길이 산재해 있어 신경이 쓰인다. 오지임에 비해 등산로는 뚜렷한 편이고, 삼방산으로 산나물 채취 산행이라도 왔는지 서울소재의 우정산악회 산행리본이 눈에 뜨인다.


밤재 부근은 옛 탄광지역이라, 땅 표면까지 형성됐던 석탄층이 허물어져 내리면서 생긴 공동(空洞)이 여기저기 기분 나쁘게 입을 벌리고 있고, 땅이 꺼지면서 생긴 침하지역도 눈에 뜨인다. 지금은 이런 지역에 로프를 설치하여 길을 인도하고 있어, 산행에는 큰 어려움이 없다.


오늘 산행인원은 김 대장을 제외하고 27명이다. 5명으로 시작했을 때와 비교하면 많이 늘었다. 고정고객도 손익분기점이라는 25명을 넘어선 느낌이다. 손해를 보면서도 고집스레 일관된 방향으로 몰아가는 김 대장의 뚝심이 산꾼들에게 통한 모양이다.


버스가 영동고속도를 달려 문막에서 잠시 쉬더니, 샘내 IC에서 42번 국도로 내려선다. 차창 밖으로 보이는 산간 풍경은 이제 완연히 가을이다. 버스는 31번 도로로 바꾸어 타고, 지방도로로 들어서서, 지난 번 하산 지점인 시멘트 도로 앞에 정차한다.


오늘의 산행기록은 아래와 같다.

『(10:29) 조동리 도착-(10:30) 산행시작-(11:30) 새목재-(12:04~12:24) 820m봉, 중식-(12:28) 850m봉-(12:56) 능선에서 우측-(13:06) 낙엽송 조림지 안부-(13:15) 산불감시소-(13:18~13:24) 맷둔재-(13:42) 이정표<정상 2.5K>-(14:01) 삼방산 갈림길-(14:03) 918.8m봉 삼각점-(14:30) 810m봉-(15:03) 830m봉-(15:22) 자일 걸린 바위-(15:54) 790m봉-(15:56) 급경사 내리막길-(16:09) 옛 광산, 공동지대-(16:33) 안부-(16:50) 밤재』들머리 1시간, 중식20분, 마루금 약 4시간, 총 6시간 20분이 소요된 산행이다.


* * * * *


버스에서 내리니, 지난 번 아스팔트 포장도로로 걸어 나왔던 곳이지만, 시멘트 길이 생소하고, 주위의 풍광이 낯설다. 2주 전보다도 추색(秋色)이 한결 더 짙어졌기 때문인 모양이다. 버스가 떠나가는 도로 변의 높다란 포플러 나무를 보고서야 비로소 도로를 따라 걷던 생각이 난다. 10시 30분, 시멘트 도로를 걸으며 산행을 시작한다.

일행을 내려놓고 차를 돌리기 위해 조동 쪽으로 향하는 버스


이윽고 시멘트 길이 끊기고, 흙길이 이어진다. 왼쪽 산비탈의 배추밭에는 김장배추가 파랗게 자라고, 개울둑을 따라 걷는 대원들 모습이 한가롭다. 개울을 건너 계곡으로 들어선다. 완만한 계곡 길을 부지런히 걸으니, 금방 땀이 솟는다. 조끼를 벗어 배낭에 챙기고, 앞선 대원들을 뒤 따른다.

산골짜기의 배추밭


이윽고 긴 골짜기가 거의 끝나는 지점에서 왼쪽 산 사면으로 올라붙는다. 잔돌이 많이 깔린 급경사 오르막이다. 사람들이 많이 다니지 않는 곳이라 희미하게 길이 이어진다. "오네 하스트, 오네 라스트 (Ohne Hast, Ohne Last)" 라고 속으로 되뇌며, 쉬지 않고 허위허위 꾸준히 오른다. 내가 좋아하는 슬로건이다. "잘가노라 닫지 말고, 못가노라 쉬지 말라."와 같은 뜻이다.


산행을 시작한 지 꼭 1시간 만에 사유지 철조망이 있는, 새금재에 올라선다. 지난번 내려 갈 때도 1시간이 걸리더니, 올라올 때도 똑 같은 시간이 걸린다. 선뜻 이해하기가 어려운 현상이다.

새목재


사진 한 장을 찍고, 바로 오른쪽 능선으로 오른다. 고도가 700m를 넘는 곳이라, 잡목의 잎새들은 모두 누렇게 변해 버렸다. 두 번째 작은 봉우리에 올라선다. 오른쪽 나뭇가지 사이로 보이는 남병산의 모습이 아름답다. 날등길이 이어지고, 좁은 길에 간벌을 하고 버린 나무토막들이 어지럽게 널려 있어, 발걸음을 방해한다. 다시 작은 봉우리를 하나 넘고, 안부로 내려서는 길에 정면으로 보이는 820m봉을 카메라에 담는다.

나뭇가지 사이로 보이는 남병산이 아름답다.

안부로 내려서며 본 820m봉


11시 53분, 야생화가 아름다운 안부를 지나, 급경사 오르막을 오른다. 거의 절벽에 가까운, 돌 많은, 산 사면을 나무와 돌 뿌리를 잡으며 네발로 기어오른다. 왼쪽을 내려다보면 저 아래 골짜기가 까마득하여 오금이 저려오는 느낌이다. 조심조심 이런 사면을 10분 가까이 오르니, 정상에서 박성태 씨가 혼자서 점심을 들고 있다. 시계를 보니 12시가 넘었다. 합류하여 함께 식사를 한다. 이어서 송 선배와 현 사장이 올라와 가세한다. 후딱 점심을 마치고, 북쪽으로 보이는 청옥산과 삿갓봉을 카메라에 담고 비탈길을 내려선다.

안부의 야생화

820m봉에서 본 청옥산

820m봉에서 본 삿갓봉


12시 28분 850m봉으로 짐작되는 봉우리에서 무심코 뚜렷이 이어지는 왼쪽 길로 내려선다. 얼마 내려서지 않아, 앞장섰던, 송 선배와 현 사장이 알바라고 소리치며 되올라 온다. 정신을 차리고 주위를 둘러보니, 오른쪽 사면에 산악회 리본이 매달려 있다. 희미한 발자국을 따라 걷다보니, 흡사 완만한 사면을 가로 지르는 느낌이다.


이곳이 아마 높은산님이 지적한 함몰된 지형의 분지인 모양이다. 산행기를 보지 않았으면, 무심코 지났을 곳이다. 분지의 오른쪽 가를 따라 내려선다. 높은산님은 이 부근에 수직굴도 있다고 했지만, 잡목 속에 숨었는지 발견하지 못하고 지나친다.


부드러운 능선길이 이어지고, 왼쪽으로 시야가 트이며, 회동리 방향이 내려다보인다. 북동쪽으로는 998m봉의 벌목지대와 그 앞을 가로 질러 흘러내리는 나지막한 능선이 아름답다. 등산로가 오르막 날등으로 이어지고, 오른쪽으로 낙엽송 숲이 울창하다.

회동리 방향의 조망

998m봉 방향의 조망


안부를 지나 봉우리를 우회하고, 다시 능선을 따라 내려선다. 12시 56분, 멀정한 능선 길을 버리고, 왼쪽 비탈길로 내려서라고, 산악회 이정표가 유도를 한다. 잠시 머뭇거리는데, 무심코 지나칠까 걱정이 되어, 왼쪽 내리막에서 기다리고 있는 이 사장의 모습이 눈에 들어온다.


다시 두어 개 봉우리를 넘어, 급경사 낙엽송 숲을 달려 내린다. 1시 15분, 왼쪽으로 산림 감시초소가 보이고, 1시 18분, 멧둔재로 내려선다. 너른 도로에 한 무리의 일행들이 모여 앉아 점심식사를 하고 있다. 지금은 아래로 42번국도가 지나는 터널이 뚫려 폐도가 된 곳이다. "삼방산 등산로" 안내석과 "환경림 조성 실연장" 안내판을 카메라에 담고, 물을 마시며 잠시 휴식을 취한다.

맷둔재

삼방산 등산로 안내석

환경림 조성 실연장 안내판


앞에 보이는 통신탑을 향해 오르막길을 오른다. 등산로 주변에, 마가목, 산자기 등의 파종 장소를 알리는 나무 팻말이 보인다. 1시 42분, 정상 2.5Km를 알리는 이정표를 지나고, 아름다운 단풍길을 약 20분 정도 올라, 삼방산 갈림길에 이른다. 이정표가 서 있고<정상 2.0K>, 산악회의 플라스틱 방향표지판은 왼쪽 능선을 가리키고 있다.

삼방산 갈림길의 이정표


2시 6분, 삼각점이 있는 918.8m봉에 오른다. <평창 469, 1989 재설> 정상에는 잡초가 무성하고, 벌목한 나뭇가지들이 어지럽다. 바로 눈앞의 봉우리에 송전탑이 솟아 있고, 동쪽으로 마을이 내려다보인다.

918.8m봉 정상

앞 봉우리의 송전탑

미탄 방향의 조망


송전탑이 서 있는 너른 공터를 지나, 2시 13분, 능선 분기봉에 이른다. 산악회의 방향표지판이 왼쪽을 가리키고 누워있다. 급경사 낙엽송 숲을 달려 내리고, 날등길을 올라, 2시 30분, 810m봉에 이른다. 왼쪽이 절벽인 험한 날등길이 계속된다. 다시 봉우리 하나를 넘어서니, 능선이 부드러워지며, 단풍이 한창인 참나무 숲을 통과한다. 모처럼의 산책길이다. 하지만 오랜 가뭄 때문인지, 단풍은 윤기가 없고 꺼칠하다.

낙엽송 안부

단풍 오솔길


산책로가 오르막으로 바뀌고, 참나무 숲이 앙상한 관목 군락지로 변한다. 3시 3분, 붉은 산행리본이 눈길을 끄는 830m봉에 이른다. 먼저 올라와 사진을 찍고 있던 박성태 씨가 이 봉우리를 성안산이라 부르기도 하지만, 아직은 일반화된 명칭이 아니라고 귀띔해준다.

830m봉, 성안산


직진 방향에도 산행리본이 보이지만, 그쪽 길은 누군가가 나뭇가지로 막아 놓았다. 산악회의 리본이 유도하는 왼쪽 능선으로 내려선다. 내리막길에서 오른쪽으로, 가야할 봉우리들을 보고, 안부를 지나 바위지대를 오른다. 정상 부근에 3~4m 정도의 직벽이 가로막고 있으나, 로프가 걸려 있어 진행에 큰 어려움은 없다. 바위 위에 올라 뒤돌아 830m봉과 지나온 능선을 카메라에 담는다.

가야할 700미터 급 봉우리들

바위지대 암봉 위에서 본 830m봉


바위지대를 내려선다. 여전히 날등길이 이어지고, 암릉길 주변의 단풍이 한층 고와 보인다. 3시 40분 경, 봉우리 하나를 또 넘고, 3시 54분, 790m봉이라고 짐작되는 봉우리에 올라선다. 류 회장이 물을 마시며 쉬고 있다. 잠시 함께 숨을 돌린 후, 두 사람은 산행리본을 따라 왼쪽 능선을 걷는다. 약 2분 후, 오른쪽 양쪽으로 두 곳에 산악회의 산행리본 걸려있는 급경사 내리막길에 선다. 류 회장이 지도를 꺼내 방향을 확인하고, 3시 56분 비탈길을 내려선다.

날등길의 단풍

급경사 내리막 초입에서 방향을 확인한다.


바위들이 비쭉 비쭉 솟아 있는 급경사 내리막이 계속 이어진다. 경사가 급한 곳에는 로프가 매어져 있다. 한 굽이 내려섰나 싶으면, 다시 급경사가 이어진다. 이러기를 서너 차례 반복한다. 이런 곳을 내려서며, 바로 아래에 내려다보이는 도로와 다음 구간에 가야할 능선을 카메라에 담는다.

급경사 내리막에서 본 밤재 방향의 도로

가야할 다음 구간의 능선


4시 7분경에야 비로소 안부에 이른다. 10분이 넘게, 긴 내리막을 내려선 것이다. 등산로는 완만한 내림세로 이어지고, 곳곳에 땅이 꺼진 공동(空洞)이 시커멓게 입을 벌리고 있다. 또 지반이 침하되어 마치 교통호처럼 이어지거나, 분지처럼 꺼진 곳이 나타난다. 이른바 함몰지대다. 다행히 이 지역에는 길게 이어진 로프가 길을 안내하고 있다. 하얀 로프가 아직 새것인 것을 보면, 설치한지가 오래지 않은 모양이다.

공동 1

공동 2

침하된 분지형 지반


류 회장이 이곳의 사연을 설명한다. 1930년대에 이 부근에 영월 탄광이 들어서고, 채탄을 시작 한다. 이곳 탄광은 탄층이 거의 지표면까지 이르는 노천광이라, 갱도를 따라 아래에서 채탄을 하게 되자, 얇아진 석탄층이 시간이지나면서, 갱도로 무너져 내려 공동이 생기고, 석탄층이 아닌 일반 표토 층은 갱도 위에서 함몰하여, 교통호나 분지 형상을 하고 있다는 이야기다. 그러고 보니 여기저기에서 땅위의 석탄층을 볼 수가 있다.

지표면에 뚜렷한 석탄층


이제 밤재가 가깝다. 능선을 따라 걸으며, 왼쪽으로 도로와 마을을 굽어본다. 완만한 능선길을 따라 내리다가, 왼쪽으로 급사면 비탈길을 한동안 내려선다. 안부를 거쳐 아름다운 송림을 벗어나니, 길가에 쇄락한 무덤 1기가 누워있다. 4시 50분, 미탄과 북면을 연결하는 413번 지방 도로에 내려선다. 먼저 하산한 대원들이 도로변 밤치재 쉼터 정자에서 하산주를 즐기고 있다.

능선길에서 본 왼쪽 밤치마을 조망

마지막으로 아름다운 송림을 통과하고,

 

밤치재 쉼터의 대원들

밤재의 도로표지


씻을 곳이 마땅치 않아, 옷을 갈아입지 못하니, 땀이 식으면서, 추위가 느껴진다. 하산주와 어한주를 겸해 막걸리를 여러 잔 마신다. 이윽고 후미대장을 자청한 죽천대원이 최후미를 동반하고 하산한다. 홍 부장의 미역국 수제비가 따끈해서 좋다. 5시 55분 버스는 서울을 향해 출발한다.

 

 


(2006. 10. 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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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일동에서 본 계방지맥 마루금 - 송전탑 쪽으로 오른다.


2006년 9월 12일(화).

"화요맥"의 가이드로 계방지맥 다섯 번째 산행을 한다. 오늘 코스는 『백일동(2.6K)-벽파령(2.2K)-청옥산(3.6K)-삿갓봉(2.5K)-860.8m봉(3K)-조동리』로 도상거리는 들머리 날머리 약 5.6Km, 마루금 약 8.1Km, 합계 13.7Km이다.


이 구간 역시 오지라, 들머리 날머리가 길다, 백파령에서, 청옥산, 삿갓봉 까지는 일반 등산객들의 왕래가 잦아, 등산로가 뚜렷하고, 곳곳에 이정표가 세워져 있어, 길 찾기에 어려움이 없으나, 삿갓봉과 890.8m봉 사이는 "길 없는 길"이 많다. 이런 곳은 무성한 잡목과 잡초를 헤치며 통과해야하기 때문에 시간이 많이 걸린다.


날씨가 맑아, 안개가 걷히면서, 가까운 곳의 조망은 양호하나, 가스가 끼어, 가시거리는 짧은 편이다. 무성한 나무들이 시야를 가려, 청옥산에서 조망을 즐기지 못하고, 조망이 트였으리라고 예상되는 약 900미터 떨어진, 육백 마지기로 향하다가, 내리막이 계속되는 바람에, 다시 오를 걸 걱정하고, 포기해 버린다. 하지만 이후 능선을 걸으며, 왼쪽으로 육백 마지기를 바라보니, 다소 시간이 걸리더라도 다녀오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생각이 든다.

나뭇가지사이로 본 육백 마지기


이제 화요맥도 어느 정도는 홍보가 된 모양이다. 오지 산행을 즐기려는 산꾼들이 모여들어, 버스 안이 제법 그득하다. 육사 출신인 도봉산의 도사, 유원구 씨도 모습을 보이며, 화요맥에 충성을 다 하겠다고 선언을 한다. 버스가 중부고속도로를 달린다. 이른 아침, 낮아진 기온 때문에, 차창 밖으로 보이는 풍광이 온통 안개 속에 희미하다.


문막 휴게소에서 20분간 정차한 버스는, 새말 IC에서 고속도로를 버리고, 42번 국도로 들어선다. 해가 높직해 지자, 안개가 걷히면서, 차창 밖으로 스쳐지나가는 초가을 농촌 풍광이 그림 같다. 버스는 31번 도로로 갈아타고, 북상하더니, 이윽고 지방도로로 들어서서, 10시 5분, 낮 익은 백일동에 도착한다.


오늘의 산행기록은 아래와 같다.

『(10:05) 산행 시작-(10:41) 차단기 설치 지점-(11:02) 벽파령-(11:06) 송전탑-(11:08) 임도에서 우측 숲으로-(11:23) 능선, 우측-(11:47) 남병산 갈림길-(12:04~12:30) 청옥산 정상, 중식-(12:36) 청옥산 0.2Km 이정표-(12:39) 지동리 갈림길 이정표-(12:56) 용석골, 삿갓봉 갈림길-(13:15) 청옥산 2.7Km 이정표-(13:20) 지동리 안부-(13:23) 바위지대-(13:41~13:56)삿갓봉-(14:05) 능선 분기봉-(14:08) 구임도-(14:17) 구임도 버리고, 좌측 숲-(14:37) 안부-(15:14) 770m봉-(15:40) 860.8m봉 정상-(15:51) 조동리로 하산-(16:13) 계곡-(16;42) 임도-(16:52) 아스팔트 지방도로』들머리 58분, 점심 15분, 마루금 4시간 34분, 날머리 61분, 총 5시간 47분이 소요된

산행이다.


* * * * *


버스에서 내리니, 정면으로 멀리 송전탑이 서 있는 계방지맥의 마루금이 펼쳐지고, 그 아래로 임도가 이어진다. 대원들은 삼삼오오 짝을 지어, 임도를 따라 오른다. 일주일 밖에 지나지 않았지만, 임도 변의 풍광에서는 가을 냄새가 더욱 짙게 느껴진다. 바람결에 하늘거리는 억새는 보다 성글어 지고, 조밭의 나락들은 더욱 더 고개를 숙이고 있다.


내려 쪼이는 햇볕을 막아주는 그늘도 없는 땡볕 속을 경쟁하듯 서둘러 걸으니, 몸에 땀이 솟는다. 식수 취수원도 지나고, 갈번지교를 건너, 차단막이 설치된 곳에 이른다. 어쩐 일인지, 차단막이 열려 있다, 우리는 이곳에서 임도를 버리고 왼쪽 절개지를 올라, 숲으로 들어선다.

임도를 걷는 대원들


이곳에는 어제 밤에 비가 내린 모양이다. 가파른 등산로가 무척 미끄러워, 더욱 힘이 든다. 하지만 직사광선을 막아주는 울창한 숲속을 걷는 기분은 그만이다. 급경사가 그치고, 등산로는 완만하게 갈지(之) 자를 그리며 벽파령으로 오른다. 11시 2분, 백파령에 도착하여, 오른쪽으로 마루금을 따른다. 지난 번 벽파령에서 하산할 때는 50분이 걸리더니, 거꾸로 올라올 때는 57분이 걸린다.


곧바로 송전탑을 통과하여, 임도로 내려선다. 차단막 있던 곳에서 헤어졌던 임도다. 이 임도를 계속 따라가면 가리왕산에 이른다. 임도를 건너 숲으로 들어선다.


완만한 참나무 숲을 따라 약 15분 동안, 산 사면을 올라, 능선에 이른다. 이곳에서 오른쪽으로 굽어, 11시 29분, 나뭇가지에 죽천대원의 산행리본이 걸려 있는 1,110m봉에 오른다. 다시 오른 쪽으로 꺾어 내리니, 광활한 평전(平田)이 펼쳐지고, 멧돼지들이 일군 밭들이 여기저기 눈에 뜨인다.

1110m봉


11시 47분, 남병산 갈림길에 도착한다. 땅바닥에 놓인 산악회의 플라스틱 방향판 화살표가 왼쪽을 가르치고 있다. 다시 봉우리 하나를 넘어 오른쪽으로 내려선다. 아름다운 산죽 밭이 이어진다.


12시 2분, 청옥산 정상(1,255.7m)에 오른다. 정상에는 정상석, 삼각점, 그리고 정상임을 알리는 나무 팻말(1,270m)이 세워져있다. 두 곳의 높이가 서로 다르다. 이곳을 관리하는 관서가 분명히 있을 터인데, 서로 다른 표기가 그대로 방치돼 있다. 부끄러운 일이다. 사방이 울창한 나무들로 막혀 있어, 조망이 제로다. 류 회장이 " 힘들여 올라 온 사람들을 위해서라도 정상에는 벌목을 좀 해 놓지...."라고 씨도 안 먹힐 불평을 한다.

청옥산 정상


조망이 트였으리라고 예상이 되는 육백 마지기를 보러, 마루금 진행방향과는 반대로 내려선다. 2분 쯤 걸으니, 청옥산 정상 안내판과 이정표가 서있다. <육백마지기 0.9K, 삿갓봉 3.8K> 이것도 웃기는 이야기다. 정상의 구조물들이 왜 이처럼 멀리 떨어져 있어야 하는지 이해가 되지 않는다. 선답자들의 이야기로는 거리표기도 엉터리이고, 이정표 방향대로 삿갓봉으로 향하다가는 알바하기가 십상이라고 한다.

청옥산 정상 안내판

정상의 이정표


"볍씨 육백 두락의 면적" 이라는 육백마지기로 향하는 내리막길이 길게 이어지자, 오를 때를 걱정해서 포기하자는 의견들이 많아지고, 결국은 되돌아 정상석이 있는 곳으로 와서, 점심식사를 한다. 왕복 약 30분쯤 걸릴 거리지만, 포기하고 되돌아선 것이 아쉽다.


약 15분 동안의 식사를 마치고, 서둘러 산행을 계속한다. 200미터의 거리에 이정표가 서 있고, 다시 200미터 쯤 떨어진 곳에 이정표가 또 서 있다. 만약에 청옥산 정상의 이정표가 지시하는 대로 삿갓봉 방향으로 진행하다가 이런 이정표들이 보이지 않으면, 알바라고 판단하고, 바로 원점회귀를 해서 방향을 잡아야 할 것이다.

지동 갈림길 이정표


남서쪽으로 이어지는 능선을 내려오면서, 나뭇가지 사이로 육백마지기를 본다. 시야를 방해할 것이 아무것도 없는 평지 같아 보인다. 다녀오지 못한 것이 다시 후회가 된다. 12시 26분, 이정표가 있는 용수골 삼거리를 지나, 청옥산 정상 2.7Km 이정표를 거쳐, 지동리로 내려서는 안부에 이른다. 역시 이정표가 서 있다. 이제 삿갓봉 까지의 거리는 약 800m에 불과하다.

육백 마지기 하단 부분으로 짐작되는 초지


1시 41분, 삿갓봉 정상에 오른다. 잡초가 무성한 헬기장이다. 이정표가 서 있고. <청옥산 3.8Km> 잡초 사이로 청옥산의 고운 모습이 보인다. 류 회장이 잡초 속에서 삿갓봉 안내판과 삿갓봉 정상 표지판을 찾아낸다. 삿갓봉 정상표지판은 평창군 선거관리 위원회에서 만든 것이다. 아마도 위원 중에 산을 좋아하는 사람이 있었나보다.

삿갓봉 정상에서 본 청옥산

삿갓봉 정상 표지판


삿갓봉을 내려선다. 왼쪽으로 조망이 트인다. 삿갓봉 사면을 타고, 왼쪽으로 돌면서 막힘없는 조망을 즐긴다. 류 회장이 뛸 듯이 반긴다. 정면으로 평창의 명산, 삼방산 능선이 힘차게 흐르고, 남서쪽으로 백덕산이, 그리고 그 오른쪽으로 치악산 줄기가 아련하다. 이어서 동쪽, 남쪽의 조망을 카메라에 담고, 다시 능선으로 되돌아와 1시 56분, 비탈길을 내려선다.

삼방산 줄기

 

 

백덕산과 그 오른쪽 치악산 줄기

동쪽 조망

남쪽조망


앞서 가던 박성태 씨가 되돌아온다. 지나치게 서쪽으로 진행하는 것이 아무리 해도 방향이 틀린 것 같다며, 정상 쪽에 다른 길이 없었냐고 묻는다. 류 회장, 송 선배 등이 모여 의견을 나눈다. 다른 길이 있던 기억은 없고, 산세의 흐름을 보면, 왼쪽으로 크게 꺾여, 남으로 향하는 분기점이 가까이 있을 듯하니, 조금 더 진행해 보기로 의견을 모은다.


2시 5분, 짐작한 대로, 드디어 능선 분기봉에 이른다, 산악회의 방향 표지판이 왼쪽을 가리치고 누워있다. 족적이 희미한 완만한 능선을 내려서고, 임도 같이 보이는 뚜렷한 길을 따라 남쪽으로 향한다. 왼쪽으로 온산을 벌목한 능선이 따라 내려온다. 아마도 지도상의 998m봉이라고 짐작한다. 임도를 따라 약 10분 정도 내려서니, 산악회 방향표지판과 산행리본이 우리들을 다시 왼쪽 숲으로 유도한다.

능선 분기봉의 산악회 방향 표지판

왼쪽으로 가까이 보이는 벌목지대


지도상으로는 자진구비골 안부로 내려서는 능선인데, 족적이 희미하다. 2시 22분 참나무 숲으로 들어서면서, 왼쪽으로 가야할 770m봉과 860.8m봉을 카메라에 담는다. 2시 34분 안부에 이른다. 동북쪽의 산, 그리고 앞의 770m봉아 온통 벌목되어, 온산에 잡초만 무성하다.

가야할 능선

안부에서 본 998m봉


안부에서 보는 주위의 풍광이 아름답고, 군데군데 무리지어 피어있는 야생화들이 곱지만, 무성하게 자란 잡초를 헤집고, 끊어질 듯 이어지는 족적을 따라 걷기가 몹시 힘겹다. 안부를 지나, 오르막에서 길은 완전히 끊어지고, 이제부터는 길 없는 길을 만들어 나가야한다. 잡초들이 그렇게 거센 줄 미처 몰랐다. 잘못해서 넝쿨 숲으로 들어서면, 빠져 나오는데 진땀을 흘려야한다. 3시14분, 겨우 770m봉 정상에 오른다. 눈앞에 빤히 보이는 봉우리를 오르는데 40분이 소요된 것이다.

안부에서 본 자진구비골

안부의 야생화

안부의 무성한 잡목과 잡초 - 길이 없다.

770m봉 오르다, 뒤돌아 본 998m봉

가까이 본 770m봉


무성한 참나무 숲으로 선두주자들의 족적이 희미하게 이어진다. 군데군데 벌목하고 버린 잔가지들에 다소 신경이 쓰이지만, 지나온 길 없는 길에 비하면 신작로라 할 수 있겠다. 860.8m봉을 향해, 왼쪽으로 완만한 오르막을 오른다. 3시 40분 삼각점이 있고, 거칠게 벌목을 해 놓은 860.8m봉에 오른다. 나뭇가지사이로 청옥산과 삿갓봉이 조망된다.

860.8m봉의 삼각점

860.8m봉에서 당겨 찍은 청옥산


860.8m봉에서 물을 마시고 잠시 쉰 후, 올라 왔던 곳을 되 집어 내려, 철조망을 따라 비탈진 사면을 따라 내린다. 역시 길 다운 길은 보이지 않는다. 3시 51분, 안부에 이른다. 안부에는 산악회 방향표지판이 오른쪽, 조동리로 하산하라고 지시를 하고 있다. 당초에는 조동리까지의 날머리가 길고 험해, 웬만하면 묏둔재까지 진행하자는 의견도 있었으나, 김 대장은 무리할 필요가 없다고 보고, 조동리로 하산하기로 결정을 본 모양이다.

조동리로 하산하라는 산악회 방향 표지판과 산행리본


길 없는 가파른 능선을 조심스럽게 내려선다. 앞뒤에서 대원들이 연달아 엉덩방아를 찧는다. 다음에는 이곳을 어떻게 오르자고 조동리로 하산을 하느냐고 불평하는 소리들이 높아진다. 이런 급경사 사면을 20여분 내려서서, 4시 12분 골짜기에 이른다. 골짜기의 길은 비교적 순탄하다. 4시 42분 골짜기를 벗어나 임도에 오르고, 4시 52분, 아스팔트 지방도로에서 오늘 산행을 마친다. 저 앞 공터에 버스가 보인다.

조동리의 가을 풍경

버스로 향하는 대원 - 저 앞에 버스가 보인다.


버스를 향해 도로를 따라 내려오다, 개울가로 내려서서, 땀을 씻는다. 버스에 도착하여 배낭을 내려놓고, 하산주 파티가 벌어지고 있는 마을 정자로 오른다.

조동리 마을 돌 표지

조동리에서 본 남병산

산골집

(2006. 9. 21.)

뒤풀이

하산 주를 끝 낸 대원들은 5시 23분 경,버스에 올라, 식사를 하러 인근 "산골집"이라는 식당으로 이동한다. 강원도 산골의 취나물, 콩나물, 호박나물과 구수한 된장국 맛이 일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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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일동으로 하산하면서 본 지나온 마루금

2006년 9월 5일(화).

"화요맥"의 안내로 계방지맥 네 번째 구간을 산행한다. 코스는 평창군 대화면 하안미리 도치동에서 정수동골(절골)을 타고 올라, 임도에 오르고, 『헬기장-임도 삼거리-주왕산-벽파령』까지 마루금을 탄 후, 백일동으로 하산한다. 들머리 약 3Km, 마루금 약 7.2Km, 날머리 약 2,6Km로, 총 도상거리는 약 12.8Km이다.

중앙산 안내도.

주왕산(住王山-1,376.1m)은 조선후기에 제작된 대동여지도에도 분명히 주왕산으로 표기 되어 있었다고 한다. 하지만 일제가 이 산의 이름을 의도적으로 중왕산(中旺山)으로 바꾸었던 것을, 2003년에 공식적으로 제 이름을 다시 찾아, 주왕산으로 불리게 된다. 이에 이곳에서도 주왕산으로 호칭한다.


신산경표의 저자인 박성태 씨는 지맥의 이름은 지맥에 속한 대표적인 산의 이름을 따서 짓는다는 원칙에 따라 "계방지맥"을 "주왕지맥"으로 하자는 제안을 하고 있으나, 현재는 편의에 따라 부르기 시작한 "계방지맥"이라는 명칭이 보다 일반화 된 느낌이다. 하지만 우리나라의 산을 체계화하고, 이에 적정한 명칭을 부여하기 위해서는, 단순히 편의(便宜)에 따르기 보다는 일정한 원칙을 준수하는 것이 보다 바람직하다 하겠다.


오늘 산행에 참여한 인원은 모두 26명이다. 그 동안 10여명 정도의 고정인원에서 좀처럼 변동이 없던 대원수가, 이번 4차 산행에서는 배(培)로 늘어, 버스에 아연 활기가 넘친다. 아마도 한여름이 지나, 9월로 접어든 계절적인 요인도 작용을 했겠지만, 손해를 감수하면서도, 고집스럽게 원칙을 준수하는 "화요맥"이 점차 알려지면서, 산꾼들이 모여 들기 시작하는 모양이다.

백일동에서 식사를 마치고, 출발 직전에 버스 앞에 모인 멤버들


버스가 고속도로를 달린다. 산행지에 도착하여, 산행을 하는 것이 주목적이지만, 버스를 타고 이동하면서, 차창 밖으로 지나치는 풍광을 보는 것도 크나큰 즐거움이다.


버스가 새말 IC에서 영동고속도로를 버리고, 42번 국도를 거쳐, 31번 국도를 달린다. 스쳐지나가는 도로변의 풍광이 아름답다. 맑게 갠 가을 하늘, 햇볕도 강렬함을 잃은 듯하고, 가까운 산의 녹색도 옅어진 느낌이다, 산골의 논들은 이미 누렇게 변하고, 창밖으로 보이는 평창강의 물빛이 더욱 더 푸르다. 10시 15분, 버스는 도치동에 도착하고, 일행은 차에서 내려, 산행을 시작한다.

더욱 더 푸르게 보이는 강물

누렇게 변한 논

산행시작

오늘의 산행기록은 아래와 같다.

『(10:15) 고치동 도착, 산행시작-(10:22) 계곡 진입-(11:10) 계곡 벗어나, 임도-(11:19) 헬기장-(11:26) 임도 삼거리-(11:47) 1,170m봉-(12:19) 1,376m봉-(12:32) 헬기장-(12:50~13:13) 주왕산 정상, 중식-(13:30) 갈림길-(13:44) 1,230m봉-(14:06) 전망바위-(14:51) 1,144m봉-(15:07) 벽파령-(15:45) 갈번지교-(15:57) 버스』들머리 1시간 4분, 중식 23분, 마루금 3시간 25분, 날머리 50분, 총 5시간 42분이 소요된 산행이다.


* * * * *


바로 일주일 전에 내려왔던 길이지만, 방향이 틀리고, 시간대가 달라서인지. 처음 가는 길처럼 생소하게 느껴진다. 저 앞에 산불 감시초소가 보이자 비로소 길이 눈에 익는다. 시멘트 도로를 가로 질러, 길을 막고 있는 육중한 차단기를 넘어 임도를 걷는다.


10시 22분, 간이 화장실이 보이는 곳에서, 임도를 버리고 오른쪽 계곡으로 들어선다. 오른쪽에서 시원하게 흘러내리는 물소리를 들으며, 우거진 숲을 헤치고 계곡을 따라 오른다. 시간이 지나며, 몸에는 땀이 솟지만, 스쳐 지나는 바람결이 이제는 시원하기보다, 차갑게 느껴진다. 계곡 건너편, 절벽을 타고, 무성하게 자란넝쿨이 하늘을 향하고 있다. 과연 오지의 원시림이다.

하늘로 치솟은 잡초 넝쿨


계곡으로 내려서서 돌이 많은 험한 길을 한동안 조심스럽게 걷고, 계곡을 건너, 울창한 낙엽송 숲을 지난다. 야생화가 만발한 계곡의 원시림이 이어지고, 산행리본이 간혹 눈에 뜨인다. 일행은 계곡 상류에 이르러 왼쪽 사면을 타고, 임도 위에 올라, 11시 19분 마루금인 헬기장에 선다.

절골 계곡의 울창한 낙엽송 조림지.

 

원시림 같은 계곡에 걸려 있는 산행리본


약 한 시간 만에 마루금에 올라 선 것이다. 지난번 하산 시에도 1시간 정도 걸려, 거꾸로 오를 때에는 ,적어도 1시간 30분 정도는 걸리리라고 예상을 했는데 의외로 시간이 단축된 것이다. 지난 하산 시에는 초행길이고, 돌이 많은 길이라, 달리지를 못했고, 이번은 오름길이지만, 길이 눈에 익고, 또 산행시작 무렵이라 충분한 체력이 뒷받침 되어, 시간이 비슷하게 소요된 모양이다. 헬기장에서니 멀리 주왕산이 봉긋하게 보인다. 오늘은 비교적 코스도 짧은데다, 들머리 진행도 예상보다 빠르니, 서두를 게 하나도 없다.

가운데 주왕산이 봉긋하게 보인다.


헬기장 끝, 숲으로 들어선다. 작은 언덕 위에 기상 관측기 같은 시설물을 지나 임도로 내려선다. 임도 뒤쪽으로 이정표가 보인다. 임도 삼거리다. 이정표 등을 카메라에 담고, 임도로 내려섰던 지점으로 다시 돌아와, 산행리본이 걸려 있는 맞은편 숲으로 들어선다.

기상관측물로 짐작되는 시설

 

임도 삼거리 이정표


아름다운 낙엽송 숲을 지나고, 잡목이 우거진 완만한 참나무 숲길을 올라, 11시47분, 삼각점이 있는 1170m봉(안내도의 1174.2m)에 오른다. <정선 403, 2004, 재설> 동쪽, 나뭇가지 사이로 주왕산이 가깝게 보이고, 서쪽으로 하안미리가 내려다보인다. 남으로는 남병산이 뚜렷하다.

1,170m봉에서 본 남병산


동쪽으로 향해 1,376m봉(안내도의 1,363.3m)을 향한다. 안부를 지나, 등산로는 오르막으로 이어지고, 12시 4분 경 부터 오르막이 급해진다. 급경사 오르막을 허위허위 오른다. 하지만 무더위가 지나, 훨씬 수월한 느낌이다. 급경사 오르막에 야생화들이 무리 져 피어있다. 특히 투구 꽃이 자주 눈에 뜨이더니, 활짝 꽃잎을 벌리고 있는 환한 모습을 처음으로 보여준다. 12시 19분 산행리본들이 어지럽게 걸린 1,376m봉을 넘어선다.

1,376m봉

활짝 꽃잎을 벌린 투구 꽃


봉우리를 내려서서, 2분 후, 잡초가 무성한 너른 공지를 지나고, 멧돼지들이 무자비하게 파 헤쳐 놓은 곳을 여러 차례 지난다. 송 선배님과 "멧돼지 평전"이라고 명명하며 웃어본다. 평탄하게 이어지는 등산로 주변에 오랜 풍상에 시달린 괴목들이 눈에 뜨인다. 등산로는 내리막으로 이어지고, 정면으로 주왕산이 깨끗한 모습을 보인다. 12시 32분 너른 헬기장에서 잠시 멈추어, 동으로 가리왕산, 서쪽으로 하안리, 그리고 남서쪽으로 멀리 치악산 방향을 조망한다.

괴목 1

괴목 2

주왕산


이제 주왕산은 지척이다. 썩은 고목에서 자라는 일엽초라는 희귀한 풀을 카메라에 담고, 고목들의 열병을 받으며, 12시 50분, 주왕산 정상에 오른다. 너른 정상의 헬기장에서 김 대장을 비롯한 선두 구릅이 점심식사를 하고 있다.

일엽초

주왕산 정상으로 오르는 길


삼각점은 찾지를 못하고, 충북 986 산악회에서 세운 정상 표지판을 카메라에 담는다. 이어서 류 회장의 설명을 들으며, 사방을 둘러 본 후, 대원들과 함께 식사를 한다. 식사 중에 한기를 느끼고, 서둘러 재킷을 꺼내 입는다. 그러고 보니 대부분의 대원들이 재킷을 입고 식사를 하고 있다. 밝은 햇살 아래에서도, 1,376m의 주왕선 정상에서는 벌써 추위가 느껴진다.

정상 표지판

정상에서 본 가리왕산

북동 방향으로 박지산과 발왕산

북으로 백석산과 그 뒤 멀리 계방산 줄기

남서 방향으로 남병산

남서 방향으로 백덕산, 그리고 멀리 치악산

서쪽 방향조망

상원산 방향


식사를 마친 대원들이 하나 둘, 춥다며, 먼저 출발을 한다. 이제 너른 정상에는 고래 대장, 주발 대장 그리고 나, 세 사람만 덩그러니 남아있다. 1시 13분, 마냥 식사를 즐기고 있는 두 양반을 남겨두고, 먼저 하산을 시작한다. 울창한 참나무 숲으로 등산로가 뚜렷하게 이어진다. 1시 30분, 갈림길에서 산악회 안내판이 왼쪽 길을 가르친다. 왼쪽으로 내려서서 안부에 이르고, 1시 44분 1,230m봉을 넘는다. 이후 등산로는 날등길로 이어지더니, 커다란 암봉을 왼쪽으로 우회하여 한동안 진행한다. 그리고 바위지대를 지난다. 길은 다소 험하기는 하지만 뚜렷하게 남쪽으로 이어진다.

갈림길의 안내판과 산행리본

바위지대


2시 6분, 등산로에서 오른쪽으로 조금 벗어 난 전망바위 위에 선다. 서쪽과 서남쪽, 서북쪽 방향이 확 트였다. 조망을 카메라에 담는다.

서쪽 조망-하안미리가 내려다보이고, 왼쪽에 백덕산이 보인다.

남서 방향으로 남병산과 청옥산

 

북서 방향으로 하일산


바위 전망대를 내려서서 돌이 많은 험한 길을 걷는다. 오른쪽으로 암굴(岩窟)같은 곳을 지난다. 작은 봉우리를 하나 더 넘고, 2시 30분 죽천부부(竹泉夫婦)의 산행리본이 걸린 능선 분기봉에서 오른쪽으로 내려선다. 내리막길에서 한껏 생명력을 뽐내는 검은 나무와 생을 다하고, 자연으로 회귀하는 고사목이 대조를 이룬다.

능선 분기봉에서 오른쪽으로

자연으로 회귀하는 고사목


등산로는 날등길로 이어지고, 작은 봉우리 두 개를 넘어, 잡초가 우거진 1144m봉에 오른다. 이어서 급경사 내리막이 이어지고, 다시 날등길이 나타난다. 정면에 거대한 송전탑이 보이면서 둥산로는 오른쪽으로 떨어져, 3시 7분 벽파령에 이른다.

1144m봉

날등길을 벗어나, 오른쪽 벽파령으로 향하는 대원들

벽파령에서 정면으로 본 송전탑.


일행은 오른쪽 갈림길로 내려서서 마루금을 벗어난다. 3시 25분, 임도의 차단기를 타고 넘어, 버스가 대기하고 있는 백일동으로 향한다. 임도 주변의 낙엽송 숲이 울창하고, 고도가 낮아지면서, 오른쪽으로, 지나온마루금 능선이 따라오고, 정면으로 하일산 쪽의 산세가 특이하다.

임도 주변의 울창한 낙엽송 숲

정면으로 보이는 산세


3시 44분 갈번지교를 건너고, 계속 임도를 따라 걷는다. 억새가 바람에 휘날린다. 낟알을 무겁게 달고 고개를 숙인 조밭을 지나고, 주위에 잡초가 무성한 폐가를 본다. 저 앞에 버스가 보인다. 왼쪽 냇가로 내려서서, 세수를 하며 오늘 산행을 마감한다.

바람에 휘날리는 황금빛 억새

조밭


대원들이 버스 주변에 모여, 맥주, 소주, 막걸리로 하산 주를 즐긴다. 산악회에서 끓여 준 수제비가 따끈해서 좋다. 식사를 마친 대원들은 일부는 길가에서 판매하는 양파에 관심을 기울이고, 나머지 대원들은 버스 앞에 모여, 오랜만에 기념사진을 찍는다. 버스는 5시 15분 경 서울을 향해 출발한다.


귀로의 차창 밖 풍광이 아름답다.

평창강

황혼


(2006. 9.6.)

Posted by Urimah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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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정오지에서 거침없이 자란 고목


2006년 8월29일(화).

"화요 맥"의 안내로, 계방지맥 세 번째 구간을 산행한다. 코스는『모릿재-잠두산- 백석산-1,050m 헬기장-도치동』으로, 모릿재에서 1,050m 헬기장까지 마루금을 타고, 임도를 따라 걷다가, 절골로 내려서서, 도치동으로 하산한다. 마루금 도상거리 약 13.3Km, 날머리 약 3Km이다.


오늘 구간은 잠두산, 백석산 두 개의 산을 넘고, 1351m봉 주변의 너른 초지를 거쳐, 무성한 국유림을 지난다. 잠두산(蠶頭山-1,243m)에 오른 이후, 줄 곳 계속되는 1,000m이상 급의 고지비경(高地秘境). 백석산(白石山-1,364.6m)과 1,351m봉에서의 빼어난 조망 등으로, 모든 선답자들이 계방지맥의 하이라이트로 꼽는 구간이다. 하지만 오늘은 가스와 잡목이 시계를 가려 조망을 즐기는데 한계가 있고, 1,351m봉을 오르는 길은, 넝쿨과 잡초가 뒤엉켜, 무척 애를 먹는다. 늦가을이나, 눈이 살짝 내린 겨울철에 다시 와 보고 싶은 곳이다.


처서(處暑)가 지나, 일주일이 되니, 날씨가 아침저녁으로 제법 선들하고, 한낮의 최고기온도 30도를 넘지 않는다. 더위가 한풀 꺾인 거다. 게다가 1,000m 이상의 고지를 걸으니, 땀은 많이 나도, 숨 막히는 더위는 느껴지지 않는다. 아침에는 잔뜩 흐렸던 날씨가 산행 중에는 맑더니, 하산하여 알탕을 하는 데, 빗방울이 후드득 떨어진다.


문막 휴게소에서 20분 간 정차한 버스는 장평 IC에서, 영동 고속도로를 버리고, 31번 국도로 내려서고, 신리에서 진부로 이어지는 지방도로를 따라 왼쪽으로 굽어든다. 지난번에는 밤중이라 모르고 지나쳤지만, 지금 다시 오르면서 보니, 이 지역도 수해 피해가 심해, 농경지가 유실되고, 도로가 끊겼던 곳을 여러 차례 지난다. 10시 8분 버스는 모릿재 터널 앞에 정차하여 대원들을 내려놓는다.


오늘의 산행기록은 아래와 같다.

『(10:08) 모릿재 터널 앞-(10:10) 산행시작-(10:18) 모릿재-(10:38) 970m봉-(10:45) 안부-(11:33~11:36) 잠두산 정상-(11:47) 바위 전망대-(12:03) 안부-(12:36-12;56) 백석산 정상, 중식-(13:09) 1,370m봉-(13:17) 마랑치-(13:51) 1,268m봉-(14:33) 1,351m봉-(14:01) 1,190m봉-(16:25) 헬기장-(17:31) 산불 감시초소』중식시간 20분을 포함, 6시간 15분 동안 마루금을 걷고, 1시간 6분 걸려, 날머리를 내려서 하산한다. 따라서총 7시간 21분이 소요된 산행이다.


* * * * *


버스에서 내린 대원들은, 산행준비를 마치고, 10시 10분 경, 오른쪽 시멘트 길을 오르며, 산행을 시작한다. 민가 마당에서, 강아지 한 마리가 맹렬히 짖어댄다. 오르막 시멘트 도로가 왼쪽으로 휘어지는 곳에, 이정표와 평창 국유림 관리소장이 세운 입산통제 팻말이 세워져 있다. 내용인 즉, 가리왕산, 중원산, 백석산 일원의 9, 414ha의 지역을, 2007년 6월 30일까지 입산을 통제한다는 것이다. 우리들 모두가 졸지에 범법자가 된다.

모릿재 터널

산림 관리청의 이정표.


우리들은 배수로 공사가 한창인 도로를 지나, 10시 18분, 고개 마루턱에 선다. 모릿재다. 터널이 뚫리기 전에는 이 고개가 주 통행로였을 것이다. 왼쪽으로 백적산 등산로 입구를 알리는 표지판이 서 있고, 오른쪽, 통신탑으로 이어지는 절개지에 산행리본이 걸려 있다.

통신탑을 끼고, 본격적으로 마루금을 걷는 대원들


가파른 오르막을 올라 작은 봉우리를 넘고, 안부로 내려서는 길가에서, 오늘 무수히 지나치는 고목 중 첫 번째 고목을 카메라에 담는다. 10시 38분, 980m봉의 비좁은 정상을 통과하여, 오른쪽으로 내려선다. 돌이 많은 산 사면을 가로 지르며 등산로가 좁게 이어진다. 아마도 오른쪽의 작은 바위봉우리를 우회하는 모양이다. 3~4분 후, 등산로는 다시 주능선으로 진입한다.

등산로 변의 고목

970m봉


고만고만한 봉우리 3개를 넘고, 안부로 내려서면서, 나뭇가지 사이로 잠두산을 본다, 11시 16분, 잠두산 직전 안부에 내려서고, 이어서 가파른 오르막을 허위허위 올라, 능선 갈림길에 이르러, 왼쪽으로 코앞의 잠두산 정상에 오른다. 좁은 정상에는 잡목과 잡초가 무성하고, 잠자리 떼가 어지럽게 하늘을 날고 있다. 판독이 어려운 삼각점과, 대구바우들 산악회에서 세운 정상 표지판을 카메라에 담고 류 회장과 사방을 둘러본다. 류 회장은 가스로 조망을 제대로 즐길 수 없다고 안타까워하며, 서쪽으로 거문산과 금당산 줄기, 북으로 백적산과 그 뒤로 희미하게 보이는 한강기맥을 가리킨다.

정상표지판

서쪽의 거문산, 금당산 줄기 - 가스로 윤곽만 보인다. 아쉽다.


온 길을 되돌아 남쪽으로 이어지는 등산로를 걷는다. 참나무 숲 사이로, 키 작은 산죽들이 곱게 깔려 있고, 그 사이로 등산로가 구불구불 이어진다. 싱그러운 기분으로, 강원도 청정 고산지대를 산책한다. 등산로를 조금 벗어나, 오른쪽으로 전망바위가 보인다. 바위 위에서니, 서쪽, 남서쪽, 북쪽 조망이 시원하게 트였다. 가까운 거리의 시계가 그런대로 좋아, 백석산 가는 길이 더욱 더 즐겁다.

아름다운 산죽길

바위전망대에서 본 서쪽 조망

남서조망

남쪽조망-중왕산과 가리왕산 방향

 

북쪽방향-백적산


등산로는 완만한 내림길로 이어지며, 안부로 접근한다. 정면에 백석산이 부드러운 모습을 보인다. 이윽고 야생화가 만발한 안부에 이르러, 잡목과 잡초 사이로 길은 희미해지지만, 고맙게도 가야할 방향에는 산행리본들이 걸려 있다. 등산로가 오르막으로 변한다. 등산로 주변의 풍광이 이제까지의 평화롭고 부드러운 모습에서 한순간에 생판 다른 모양으로 변한다. 나이 어린 참나무들이 엉성하게 늘어선 산 사면을 멧돼지들이 온통 파헤쳐 놓아, 산 전체가 온통, 붉게 맨살을 드러내놓고 있다.

안부로 내려서며 본 백석산

안부

멧돼지가 파 헤쳐 놓은 산사면


정상이 가까워지며, 잡목과 넝쿨이 발목을 잡고, 허리에 휘감긴다. 이처럼 험한 길을 지나 정상에 접근하니, 산 사면이 다시 부드러워지면서, 야생화 천국이이 펼쳐진다. 12시 36분, 너른 헬기장인 정상에 도착한다. 아무 정상표시도 없고, 헬기장 한 귀퉁이에 판독이 어려운 삼각점이 있을 뿐이다. 류 회장과 사방을 둘러본다. 북으로 잠두산과 백적산, 동으로 발왕산, 남으로 가리왕산, 중왕산, 서쪽으로 청태산, 대미산이 조망된다. 사방이 탁 트였으나, 가스로 가시거리가 짧은 것이 유감이다. 헬기장 꽃밭에 앉아 점심을 먹는다. 불어오는 바람결이 시원하다.

잡목과 넝쿨길

정상으로 이어지는 야생화 단지

백석산 정상의 대원들

북쪽의 잠두산과 백적산

남동 방향의 가리왕산

남쪽의 중왕산


약 20분 동안, 이 사장과 비교적 느긋하게 식사를 하고, 앞선 대원들을 뒤쫓는다. 안부에 내려서고, 평탄한 길이 이어진다. 1시가 조금 지난 시간이라, 평화롭게 이어지는 길섶에서 점심을 즐기는 대원들이 늘어난다. 1시 9분, 1370m 능선 분기봉에서 오른쪽으로 내려서며, 정면으로 1,351m봉, 중왕산, 가리왕산을 가깝게 조망한다. 1시 17분, 야생화가 흐드러지게 핀 마랑치에 내려서서 직진한다.

1,351m봉과 그 뒤로 중왕산, 왼쪽이 가리왕산

가리왕산

마랑치


1,230m봉을 넘고, 1시 24분, 안부에 이른다. 선답자들의 산행기에서 두 사람이 양팔을 벌려도 감싸기가 힘들었다던 거목의 나뭇가지가 바람에 불려서인지, 밑동 가까이에서부터 잘려, 쓰러져 있다. 쓰러진 가지의 나뭇잎이 아직 푸른 걸 보면, 잘린 지 얼마 되지 않은 모양이다. 아깝다.

가지 잘린 거목


완만한 오르막길에서 뜻밖에 심마니 두 분을 만난다. 심마니하면 선풍도골의 표표한 노인을 연상해 왔는데, 이 분들은 젊다. 이 지역을 재량박골 이라고 부른다며, 이씨왕조 때부터 산삼산지로 유명하여, 조정에서는 경비까지 세워두고, 외인 출입을 금했다고 한다. 지금도 여전히 산삼이 많아, 며칠 전에는 8천만 원짜리 산삼으로 횡재를 했다고 한다.

재량박골에서 만난 심마니


작은 고개를 넘고, 1시 51분, 1,268m봉을 지나, 안부로 내려서는 길은 거대한 고목들이 열병식을 하는 울창한 숲이다. 2시 15분 경, 안부에 내려서니, 정면으로 1,351m봉이 보인다. 잡목, 잡초, 넝쿨들이 어지럽게 얽혀있는 오르막길을 오른다. 뻔한 곳인데도 잡목이 무성하여 뚫고나가기 어려운 곳에 이르면, 선두는 다시 후퇴하여, 우회전하면서 겨우 통과한 모양이다. 뒤 따르는 사람들도 별 수 없이, 전진, 후퇴, 우회과정을 반복하며 선두가 간 길을 뒤 따른다. 이런 과정을 몇 차례나 거치다 보니. 선두가 겪은 고역을 가히 짐작할 수 있겠다. 한 여름에 다시 올 곳은 못 된다는 생각이 든다.

고목

안부의 잡목터널

안부에서 본 1,351m봉


2시 33분, 거목들이 줄지어선, 1,351m봉에 오른다. 풀 속에서 한참 만에 삼각점을 찾는다. <도암 26, 2005 복구> 등산로는 오른쪽으로 굽어지며 완만한 내림세가 이어진다. 2시 46분, 야생화가 가득한 안부를 지나 초지(草地)가 계속이어 진다. 두 어 차례 작은 업 다운은 있지만, 이런 광활한 초원이 계속된다.

1,351m봉 정상

정상의 삼각점

이어지는 초지 1

이어지는 초지 2


송 선배님은, "지리산의 세석평전이나, 덕유산의 덕유평전보다 훨씬 더 넓어 보이는 이곳에 이름이 없다는 것은 말이 안 된다. 오늘부터 이곳을 백석평전(白石平田)이라 부른다." 라고 즉석에서 작명을 한다. 평전(平田)이 되기 위한 요건이 따로 있는 것인지는 모르겠으나, 만약, 이곳이 평전으로 불리 울 수 있는 곳이라면, 그 이름은, 2006년, 8월 29일, 송 현 선배가 현장을 확인하고, "백석평전(白石平田)" 이라고 작명한 바 있음을 후대 사람들은 인식하기 바란다.


1230m봉을 지나, 하일동으로 하산하려던 계획이 수정된 모양이다. 김 대장을 포함한 선두대원들이 1190m봉에 모여 있다. 결국 약 1.2Km 떨어져 있는 1,050m 까지 진행 한 후, 고치동으로 하산키로 하고, 길을 찾아 앞서 출발한 김 대장 뒤를 따라, 일행은 왼쪽 내리막 능선을 달린다.

1190m봉에 모인 대원들


곧이어 구상나무 조림지에 이른다. 허리를 구부려 구상나무 밑을 통과하여, 조림지 왼쪽 끝으로 기어 나와, 허리를 펴고, 참나무 단지와의 경계를 따라 내려선다. 약 10여분 후, 구상나무 조림지를 벗어나, 안부를 거쳐, 맞은 편 전 나무 숲으로 들어선다. 간벌을 하던 인부들이, 인사하며 지나치는 일행을 놀랜 눈으로 바라본다. 고개를 넘어서니, 정면으로 멀리 중왕산이 보이고, 발아래 너른 헬기장이 펼쳐진다. 그리고 그 주위를 임도가 감돌아 흐른다.

참나무와 구상나무 경계

헬기장


4시 25분 경, 헬기장에 내려서서, 오늘의 마루금 산행을 마친다. 잠시 휴식을 취한 대원들은 4시 28분 경, 오른쪽 임도로 내려선다. 임도 주변의 낙엽송 조림지가 아름답다, 4시 38분 경, 임도가 오른쪽으로 크게 굽어지는 지점에서, 왼쪽으로, 절골로 내려선 발자국이 희미하게 보인다. 이곳에서 김 대장을 중심으로 몇몇 대원들이 모여, 임도를 따라 우회할 것인지, 아니면 절골 계곡으로 바로 내려설 것인지를 의논한다.

임도변의 조림지

임도를 걷는 대원들, 이 임도 끝에서 왼쪽 계곡으로 내려선다.


4시 40분 경, 일행은 절골 계곡으로 내려선다. 희미한 급경사 내리막을 내려서니 계곡으로 이어지는 길이 뚜렷하다. 계곡을 타고 내린다, 몇 차례 계곡물을 건너며, 등산로가 이어지고, 나뭇가지에 산행리본도 눈에 뜨인다. 고도가 낮아지면서, 건너편 벼랑에 늘어진 잡목과 넝쿨이 뒤 엉켜, 원시림을 방불케 한다. 신기하여 카메라에 담아 보았지만, 현장감을 전달하기에는 턱 없이 부족한 사진을 얻었을 뿐이다.


5시 25분 임도에 이르고, 5시 31분 산불 감시초소를 지나니, 비로 아래에 버스가 보인다. 버스를 향해 천천히 내려서는데, 빗방울이 후두둑 떨어진다. 서둘러 알탕을 하러, 왼쪽 계곡으로 내려선다. 땀을 흠뻑 흘린 후, 맑은 계류에 몸을 담구고, 땀을 들이는 것 만큼 상쾌한 것도 드믈 것이다. 떨어지던 빗방울도 멎었다. 유유히 알탕을 즐기고, 5시 58분 경, 버스에 올라, 배낭을 내려놓고, 길가 커다란 암반 위에서 벌어진 하산 주 파티에 끼어든다.

계곡을 벗어나 임도로

암반 위의 하산 주 파티

하산 지점에서 본 안개에 가린 중왕산


6시 23분 경, 버스는 뒤풀이를 하러, 오늘 장이 선다는 대화로 향한다.


(2006.8.31.)


뒤풀이

대화는 생각보다 큰 도시다. 시간이 늦어, 장은 이미 파장이 됐지만, 할머니 한 분이 모밀전병, 파전, 감자전 등을 부쳐 파는 시장 통의 식당에 들어서서, 뒤풀이를 한다. 막걸리 종류도 많다. 검은 콩 막걸리, 메밀 막걸리, 단맛 막걸리, 별미의 안주에 다양한 술... 뒤풀이 자리가 무르익는다. 산정 산악회 백두대간 1차대의 송현 선배, 2차대의 고래대장, 주발대장, 송아 누님과 한자리에서 어울리니, 평소 보다 많은 술을 마신다. 8시가 넘어서야 뒤풀이 자리가 아쉽게 끝나고, 일행은 버스로 향한다.


참고로 류 회장의 채색한 1/50,000 지도를 첨부한다.

백적산 - 점두산 구간

백석산 구간

하산 구간

Posted by Urimah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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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행 중에 본 야생화


2006년 8월 15일(화).

"화요 脈"의 가이드로 계방지맥의 두 번째 구간인 『가리치(3.0K)-990m봉(1.9K)-속사리재(2.1K)-908m봉(2.2K)-1010m봉(3.3K)-백적산(2.3K)-모릿재』를 산행한다. 도상거리는 약 14.8Km이고, 화요 맥의 김 대장은 더운 날씨를 고려하여 7시간에서 7시간 30분 정도의 산행시간을 예상한다.


오후에 한차례 소나기가 지나가기는 했지만, 여전히 무더운 날씨다. 상의가 땀에 흠뻑 젖어버리더니, 산행을 계속함에 따라, 바지마저 젖어 들어와, 걸음걸이를 더욱 더 무겁게 한다. 오늘 참여 인원은 모두 31명, 고정멤버 10여명을 제외한 나머지는, 금요산악회 회원들이 우정산행으로 참여한 것이다. 이들은 마루금을 타지 않고, 아목정리에서 백적산(白積山)에 오른 후, 모릿재로 하산한다.


광복절 휴일이라 도로가 정체되어, 산행시작이 늦었고, 오지의 잡초와 넝쿨들 때문에 산행시간이 예상보다 많이 걸려, 최후미는 야간산행을 하게 되고,어둠 속에서 날머리의 길 찾기에 애를 먹어, 9시 30분경에야 겨우 하산을 하게 된다.


오늘의 산행기록은 아래와 같다.

『(11:46) 산행시작-(11:58) 능선도착-(12:06) 1,153m봉-(12:30) 1,108.2m봉-(13:00~13:20) 990m봉, 중식-(13:36) 923m봉-(14:01) 속사리재-(14:29) 840m봉-(14:58) 908m봉-(15:52) 첫 번째 1,010m봉-(16:46) 두 번째 1,010m봉-(17:16) 950m봉-(17:34) 헬기장-(16:04) 전망바위-(18:18) 삼형제 바위-(18:45) 너덜지대-(19:04) 백적산 정상-(21:30) 하산』점심시간 20분 포함, 총 9시간 44분이 소요된 산행이다.


* * * * *


광복절 휴일을 맞아, 홍 부장님이 관여하는, 금요산악회 회원들이 대거 참여하여, 모처럼 버스 안이 그득하다. 팔당대교를 지나, 6번 국도로 진입하자, 휴일 나들이 차량으로 도로가 붐벼, 버스는 가다 서다를 반복한다. 차창 밖으로 보이는 안개 낀 강가의 모습이 아름답다.

6번국도 오른쪽의 강변 풍광


다대 휴게소에서 20분간 정차한 버스는 56번 국도를 타고, 서석을 지나, 율전에서 31번 국도로 갈아 탄 후, 우두령을 넘어, 11시 44분, 가리치에 도착한다. 하차한 종주대원들은 오랫동안 참았던 용무도 보면서, 산행준비를 마친 후, 11시 46분, 오른쪽 출입금지 팻말이 붙어있는 산 사면을 타고 오르며 산행을 시작한다.

가리치 도착. 정면에 오대산이 보인다.


급경사 오르막을 타고 오른다. 11시 58분 능선에 서고, 완만하게 이어지는 능선길을 따라 올라, 12시 6분 경, 1,153m봉에 오른다. 이 봉우리를 선답자들은 1149m으로 표기하고 있다. 고래대장은 새로운 지도가 나올 때마다, 산 높이가 늘었다 줄었다 한다며 웃고, 김성태 씨는 국토지리원에서 새 지도 를 만들 때, 대부분 영세업자들에게 하청을 주기 때문에, 지도의 정확성에 문제가 있다고 지적한다.

1,153m봉


이제 등산로는 남쪽으로 이어진다. 키 작은 산죽 밭 사이로 평탄하던 길이 완만한 오름세로 바뀌면서, 길가에 야생화들이 아름답다. 12시 30분, 잡초가 무성한 1,108.1m에 이른다. 깨어진 삼각점이 있다고 들었으나, 잡초 속에 어디 숨어있는 지 발견하지 못하고 비탈길을 내려선다.

길가의 동자 꽃 군락.


12시 36분, 능선 분기봉에 올라, 참나무 가지에 산악회 산행리본이 걸려있는 왼쪽 능선으로 내려선다. 울창한 낙엽송 숲, 산죽 밭 사이로 이어지는 등산로 주변의 풍광이 아름답다. 정면 나뭇가지 사이로 가야할 봉우리가 뚜렷하고, 무성한 잡목들을 헤치고, 대원들이 990m봉으로 오르는 모습을 카메라에 담는다. 1시에 990m봉 정상에 오른다.

선 분기봉

한쪽은 낙엽송, 한쪽은 참나무 숲 사이로 이어지는 등산로

990m봉을 줄지어 오르는 대원들


정상에서 죽천(竹泉) 부부가 점심채비를 하고 있고, 정상을 넘어선 완만한 내리막길에 한 무리의 대원들이 모여 앉아 도시락을 풀고 있다. 합류하여 함께 식사를 한다. 류 회장과 박성태 씨는 점심생각이 없는 지, 계속 내리막길을 내려선다.

중식을 즐기는 대원들


약 20분 동안 점심을 즐긴 대원들은 서둘러 산행을 계속한다. 일행이 먼저 출발하고, 나는 신발 끈을 조이며, 산행채비를 하는데, 죽천부부가 지나친다. 점심을 먹은 후라, 혼자 떨어져, 천천히 내리막길 내려선다. 안부에 이를수록 잡초가 무성하고, 키 큰 야생화들이 잡초 위로 고개를 내밀고 있다. 등산로는 오르막으로 이어지며, 아름다운 적송 숲을 통과하더니, 1시 36분, 삼각점이 있는 923m봉에 이른다.<도원 25, 1990 복구> 정상에서 죽천대원이 봉우리 높이를 재고 있다.

안부로 내려서면서 본 키 큰 야생화 1

적송 숲을 통과하고,

923m봉의 삼각점


비탈길을 내려선다, 이번에는 국화꽃 모양의 보랏빛 야생화를 보고, 작은 고개를 넘어 서니, 나뭇가지 사이로 속사리재가 내려다보인다. 잡초가 무성한 무덤을 지나고, 산불 감시소를 통과한다. 도로를 건너는 죽천 부부를 보고, 건너편 가야할 벌목 지대를 카메라에 담은 후, 2시 경, 속사리재로 내려선다. 가리치를 출발하여, 약 5Km의 거리를 약 2시간에 걸은 셈이다. 김 대장 예상처럼, 오늘의 산행은 7시간이면 가능하겠다는 생각이 든다.

안부로 내려서면서 본 키 큰 야생화 2

가야할 건너편 능선

속사리재를 건넌다.


차량들이 빠른 속도로 달리는 6번 국도를 건너, 낙엽송이 무성한 오른쪽 숲으로 이어는 포장도로로 들어선다. 길가의 코스모스가 아름답다. 왼쪽 절개지 나무 펜스 쪽에 산악회 리본이 붙어 있다. 리본을 따라 절개지를 힘들게 올라, 숲으로 들어선다.


오른쪽으로 새로 지은 팬션을 보면서 등산로를 따라 걷다가, 방향이 이상하다는 느낌에 나침반을 보니, 우리는 동남쪽으로 걸어야하는데, 등산로는 북으로 이어진다. 2~3 미터 되돌아 나오니, 팬숀 쪽 내리막에 산악회 리본이 보인다.

낙엽송 숲으로 이어지는 도로 

 

 도로 왼쪽 절개지로 오르라는 지시를 하는 산행리본


개가 컹컹 짖어대는 팬션 뒤를 지나 무성한 낙엽송 숲으로 들어선다. 입구에서 보았던 도로가 팬션 앞을 지나 숲으로 이어진다. 울창한 낙엽송 숲에는 군데군데 앉아 쉴 수 있는 시설이 돼있다. 다시 개 짖는 소리에 뒤를 돌아보니, 죽천부부가 팬션 뒤뜰로 내려서는 모습이 보인다. 아마도 직진하여, 알바를 하다가, 되돌아오는 모양이다. 죽천 부부와 숲속에 앉아 물을 마시며 잠시 휴식을 취한다.

팬션을 지나 울창한 낙엽송 숲으로 이어지는 마루금


낙엽송 숲을 따라 동남쪽으로 이어지는 오르막길을 오른다. 오르막 초입에 산악회 산행리본이 걸려있다. 경사가 가팔라지며, 등산로는 능선을 버리고, 왼쪽 사면으로 우회한다. 암릉도 아닌 것 같은데, 아마도 잡목이 무성해 능선을 통과하기가 어려운 모양이다. 오른쪽 봉우리를 우회한 등산로는, 봉우리에서 동쪽으로 내려서는 등산로와 자연스럽게 만난다. 무심코 2~3미터 걷다가, 방향이 이상하다는 느낌에 뒤를 돌아보니, 남쪽으로 흐르는 또 다른 능선이 보이는 게 아닌가? 되돌아서는데, 저 아래에서, "야호" 소리가 들리며, 이사장이 능선을 따라 올라 오는 모습이 보인다.


뒤 따라 오던 죽천 부부와 함께 우회길 끝 지점으로 되돌아오니, 오른쪽으로 1미터 쯤 들어간 곳에 산악회 산행리본이 보인다. 리본이 가르치는 방향을 따라 희미한 길을 걸어, 오른쪽 능선에 올라, 바로 뒤쪽의 890m봉을 본다. 890m봉에서 동쪽과 남쪽으로 능선이 분기되는데, 그 봉우리를 왼쪽으로 우회하다 보니, 자연스럽게 동쪽 능선으로 내려서게 된 것이다. 이런 곳이라면, 알바를 하지 않는 것이 오히려 이상하다 하겠다.

뒤돌아 본 890m봉


이윽고 이 사장도 도착하여 함께 남쪽으로 이어지는 능선길을 걷는다. 이 사장은 심산대원과 고등학교 동창으로, 몇 차례 함께 산행을 한 적이 있다. 화요 맥의 참여 인원이 적어, 이번에 특별히 권유를 받고, 참석을 한 것이다. 함께 점심을 먹고, 일행들과 함께 출발했는데, 혼자 뒤로 쳐지고, 알바까지 하고 나니, 맥이 풀리는 모양이다.


내리막 능선길에서 뒤돌아 걸어온 능선을 바라본다. 산불 감시초소가 작게 보이고, 멀리 북서쪽으로 계방산의 우람한 산세가 흐르는데. 발아래로 속사리재가 누워있다. 등산로는 싸리 꽃이 아름다운 안부로 내려선다. 잡목과 잡초에 묻혀, 등산로는 보이지 않고, 넝쿨이 발목과 허리를 휘어감아 갈 길을 방해한다.

걸어온 길-가운데 산불초소, 멀리 계방산

싸리꽃이 아름다운 안부

잡목과 잡초가 등산로를 덮고, 넝쿨이 발목에 감긴다.


원시림 같은 오르막을 오른다. 앞에 송림이 무성한 산봉우리가 보인다. 908m봉이라고 짐작한다. 아름다운 적송 지대를 지나, 2시 58분 참나무가 빽빽이 들어찬 908m봉을 넘고, 안부를 통과하여, 낙엽송이 하늘을 찌를 듯이 솟아 있는 완만한 오름길을 오른다. 빗방울이 후드득후드득 떨어지기 시작한다.

앞에 보이는 908m봉

아름다운 적송

 울창한 낙엽송 숲


3시 21분, 안부로 내려선 후, 산의 한 면을 완전히 벌목한, 가파른 사면을 타고 오른다. 봉우리 위에는 벌목하고 어지럽게 버려진 나뭇가지들이 갈 길을 방해한다. 거친 지맥 길을 걸은 경험이 없는 이 사장 발걸음이 점점 늦어진다. 뒤따르던 죽천부부가 지나치나 싶더니, 벌써 저만치 앞서나간다.

벌목지대를 오르는 대원


굵지 않은 빗방울이 오락가락하는 속에서, 벌목 지대가 지루하게 오르내리며 이어진다. 왼쪽으로 임도가 보이고, 나무들을 모두 베어낸 서쪽으로는, 6번 도로가 시원하게 내려다보인다. 벌목지대가 다시 오르막으로 이어지고, 오른쪽 숲으로 이어진다. 3시 40분 경, 벌목지대 끝에서 지나온 길을 되돌아보고, 숲으로 들어선다. 빗방울이 굵어져, 배낭커버를 씌우려고 잠시 휴식을 취한다. 하지만 내 배낭 속에는 언제 빼 놨는지 배낭 커버가 보이질 않는다. 이윽고 제일 뒤에 쳐져 있던, 고래대장과 송아 대원이 숲속으로 들어선다.

벌목된 산 사면을 통해 훤하게 내려다보이는 6번국도

벌목지대 오르막을 오르는 대원, 오른쪽에 숲이 벌목지대 끝나는 지점.

지나온 벌목지대


고래대장 알행을 남겨 놓고, 우리들이 먼저 출발을 한다. 길가에 U자 형의 묘한 나무를 카메라에 담고, 3시 52분 첫 번째 1,010m봉을 넘어. 왼쪽으로 내려서서, 이번에는 울창한 참나무 숲을 지난다.

U자형으로 묘하게 자란 나무

참나무 숲길


날등길이 나타나고, 때때로 등산로는 암릉을 우회하기도 한다. 길이 희미한 곳도 있지만, 남쪽으로 이어지는 능선만 놓치지 않는다면, 알바는 걱정할 필요가 없겠다. 4시 46분, 잡초 속에 아무 표시도 없는 삼각점이 있는 봉우리에 오른다. 두 번째 1,010m봉이다.

아무표시도 없는 삼각점


안부로 내려서니, 잡초 사이에 하얀 꽃, 노란 꽃들이 아름답다. 썩은 나뭇가지들이 뒤엉켜 있는 거친 길을 통과하고, 마치 고인돌처럼 생긴 바위를 지난다. 육산에 이런 바위가 있다는 것이 신기하다. 다시 낙엽송 숲을 지난다. 비가 멎은 후의 안개가 서린 낙엽송 숲이 싱그럽다. 등산로는 내리막으로 이어지고 오른쪽으로 작은 암릉이 보이더니, 5시 16분, 950m봉에 오른다.

안부의 잡초와 야생화

고인돌 같은 바위

안개서린 낙엽송 숲


아름다운 전나무 숲을 지나 등산로는 급경사 내리막으로 이어진다. 흡사 정글처럼 잡초들이 심하게 뒤엉킨 안부에 내려서서, 5시 34분, 오른쪽으로 보이는 헬기장으로 들어선다. 입구에 피어 있는 노란 꽃이 예쁘다. 커다란 헬기장에는 허리를 넘는 잡초가 무성하여 방향을 짐작하기가 어렵다. 무조건 헬기장을 가로 질러, 남쪽능선 방향으로 진행한다. 다시 작은 봉우리에 올라 오른쪽으로 급경사 내리막을 달린다. 안부에는 여전히 야생화가 곱다. 고래대장 일행이 앞질러 지나친다. 이제 이 사장과 내가 최후미로 남는다.

아름다운 전나무 숲

헬기장

입구의 야생화

안부의 야생화 1

안부의 야생화 2


오르막이 시작되고 날등길이 이어진다. 등산로는 한 차례 암릉을 우회하더니, 다시 날등길이 계속된다. 정면으로 안개 속으로 백적산이 보인다. 6시 4분 전망바위에 선다. 정면으로 푸른 봉우리가 막아서고, 그 뒤로안개에 가린 봉우리들이 우쭐우쭐 솟아있다. 그 중 가장 높은 것이 백적산(1,141m)일 것이다. 오른쪽으로 왕능 같이 단아한 모양을 한 봉우리가 솟아있다. 지도를 보니 905m의 무명봉이다. 내 혼자 속으로 백적산 왕능봉이라고 명명한다.

전망바위에서 본 안개에 싸인 백적산

서쪽의 905m봉

전망바위 상부.


전망을 즐긴 것도 잠시, 6시가 넘었는데 아직도 갈 길은 멀다. 헬기장에서부터 갈 길이 걱정됐으나, 막상 6시가 넘고 보니, 해 떨어지기 전에 모릿재 도착이 어려워 보인다. 잠시 서쪽의 작은 길봉골이나 큰 길봉골 쪽으로 탈출을 생각하고 지도를 보니, 6번 도로까지 내려서려면 거리상으로는 더 멀어 보여 포기한다.


급경사 내리막을 내려서서, 안부를 지나, 날등길을 걷는다. 6시 18분, 바위 세 개가 나란히 서있는 삼형제 바위를 지나고, 6시 26분 갈림길에 선다. 잠시 이 사장을 기다려, 함께 왼쪽으로 들어서며, 서둘지 말고, 천천히 걸어, 체력을 잃지 않도록 하자고 서로 당부한다.

삼형제 바위


작은 봉우리를 지나 안부를 거쳐, 완만한 오르막길을 걷는다. 등산로 좌우로 멧돼지들이 어지럽게 땅을 파 헤쳐 놓았다. 능선에 올라, 등산로는 오른 쪽으로 이어지고, 6시 45분 경, 너덜지대에 이른다. 제대로 된 너덜지대다. 이미 사방이 어두워지기 시작하는데, 너덜지대의 상층부는 안개에 가려 보이지가 않는다. 그로테스크한 광경이다.

너덜지대


6시 55분 경, 너덜지대 꼭대기에 올라, 김 대장에게 전화를 한다. 다행히 바로 통화가 된다. 상황을 이야기하고, 8시가 넘어야 하산을 할 것 같은데, 랜턴이 없어 걱정이란 점을 알리고, 하산이 너무 늦어져, 다른 사람들을 기다리게 하면 곤란하니, 우리들 걱정은 하지 말고, 먼저 출발하라고 부탁한다. 김 대장은 선두는 지금 약 50분 정도 앞서서, 마지막 봉우리에 있으니, 랜턴을 정상 왼쪽 나뭇가지에 걸어 놓고 하산하겠다고 대답한다. 생각보다 선두도 시간이 꽤 많이 걸린 모양이다.


이윽고 이 사장이 너덜지대 꼭대기에 올라선다. 혹시 랜턴 가져왔냐고 물었더니, 가져왔다는 대답이다. 얼마나 다행인지! 이제 비박은 겨우 면할 것 같아 안심이 된다. 7시 4분 백적산 정상에 올라, 삼각점, 정상석을 카메라에 담고, 7시 6분, 어둑한 길을 따라 하산을 시작한다.

너덜지대 꼭대기에 도착하는 대원

백적산 정상


급경사 내리막이 이어지고, 어둠 속에서 길이 잘 보이지 않게 되자, 헤드랜턴을 머리에 쓴 이 사장이 앞장을 서고, 7시 16분 경, 안부에 내려선다. 사방은 점점 어두워지고, 헤드랜턴 하나로 발밑만 비추고 등산로를 따라 진행한다. 갈림길이나, 등산로가 희미한 곳에서는 나침반과 산행리본에 의해 방향을 정한다.


8시가 가까워지면서 봉우리를 지날 때마다 나뭇가지에 걸린 랜턴을 찾아보지만, 어둠 속에서 발견하지 못하고 지나친다. 김 대장이 전화로 어디까지 왔느냐고 묻는다. 어느 지점인지는 모르지만, 2시 방향에 불빛이 가까게 보인다고 대답한다.


등산로만 따라서 하산을 계속한다. 등산로가 오르막이나 내리막을 지날 때는 별 문제가 없으나, 산 사면을 타고 지날 때는 사면의 경사를 알 수 없어, 무척 조심스럽다. 느린 걸음이지만 쉬지 않고 꾸준히 내려선다. 불빛이 더욱 가깝다. 갑자기 등산로가 희미해지더니, 사라져 버린다. 길을 잃은 모양이다. 난처하다. 불빛을 따라 길 없는 내리막길을 무작정 내려서는 것도 방법이겠지만, 어둠 속에서 주위의 상황을 살필 수도 없으니, 선뜻 실행할 용기가 나질 않는다.


9시가 가까운 시간, 더 이상 헤맬 수도 없어, 김 대장에게 다시 전화를 한다. 내려올 시간이 지났는데도 우리들이 도착하지 않자, 김 대장이 마중을 나오는 모양이다. 현재 상황을 이야기하고, 서로 의논을 한 후, 몇 십 미터 전에 지나친, 화요 맥의 산행리본이 걸린 위치까지 후퇴하기로 한다. 절반 쯤 되돌아 올랐을까? 위쪽에서 김 대장이 모습을 보인다. 김 대장을 따라 조금 더 오르니, 갈림길에 이른다. 우리가 내려선 오른쪽 길 외에, 왼쪽(남쪽)으로도 길이 갈리는데, 멀리 보이는 불빛에 끌려 진행을 하다 보니, 왼쪽 길을 못 보고, 오른쪽 길로 내려선 것이다.


9시 30분 경, 버스에 도착한다. 기다리던 대원들이 어둠 속에서 무사히 하산했다고 모두들 반긴다. 오랜 시간 지루하게 기다리고, 자정이 넘어야 겨우 서울에 도착할 터인데도, 무사귀환을 반겨준다. 공자님 말씀이 어진 사람들은 산을 좋아한다고 하더니, 소소한 것에 구애 받지 않고, 별 탈 없이 무사히 하산한 것만을 기뻐하는 대원들의 모습에서 공자님의 예지를 보는 느낌이다.


헬기장 부근에서 길을 잃고, 혼자서 탈출하여, 장평에서 기다리고 있던 정 선배를 픽업한 후, 버스는 일로 서울을 향해 달린다. 기다리기에 지쳤던 정 선배는 귀로의 버스에서 이제는 은퇴를 해야겠다고 선언한다. 그렇지 않아도 참여자가 적은 지맥 길이고, 그 동안 함께 산행을 하면서 들은 정(情)도 있는데, 정 선배님이 은퇴를 하면 무척 섭섭하다. 아마도 정 선배를 기다리며, 애 태우고, 김 대장을 무섭게 나무라던 송 선배님을 보았다면, 정 선배께서는 감히 은퇴를 선언하지 못했을 것이다.


다음 화요일 ! 소소한 것들을 모두 다 털어버리고 , 웃는 낮으로 버스에 오르는 정 선배님을, 모든 대원들이 기다리고 있을 것이다.


(2006. 8. 17.)







Posted by Urimah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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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방산 정상에서 본 계방지맥 - 가운데 능선

 

계방지맥(桂芳枝脈)은 계방산 동쪽 1462.3m봉에서 영월에 이르는 약 80Km의 능선을 일컫는다. 높은산님이 이 산줄기를 5구간으로 나누어 산행한 후(2003.11.2~2004.1.25.) 명명한 이름이다. 높은산님의 설명을 들어보자.


"계방지맥은 한강기맥의 계방산 동쪽 1462.3봉에서 분기를 하여 강원도 오지라 할 수 있는 평창군, 정선군, 영월군을 가로 지른 뒤 영월의 동강과 서강이 합치는 곳까지 이어지는 도상거리 약 78km의 산줄기이다. 즉 이 산줄기를 중심으로 한쪽은 동강으로 한쪽은 서강으로 흘러내린 뒤 영월에서 만나 남한강을 이루게 된다.


특히 이 산줄기는 정선에서 가장 높은 산인 가리왕산은 약간 벗어나 있지만 중왕산(1376.1)을 최고봉으로 하여 백석산, 청옥산, 잠두산, 백적산 등 1000미터급 이상의 높은 산들이 연이어 솟아있기에 한강기맥 이상의 장쾌함과 함께 오지산행의 멋을 느낄 수 있는 것이 매력이다.


아직은 선답 진행한 정보를 못 얻었고 또한 특별한 이름이 없으니 편의상 계방산에서 분기하였다 하여 "계방지맥" 으로 칭한다."

계방지맥 - 신 산경도의 저자는 이 산줄기를 "주왕지맥" 이라고 했다.


2006년 8월 1일(화).

정맥, 기맥 등 오지산행을 전문으로 가이드 하는 "화요 脈"에서 계방지맥 종주 출정식을 갖는다. 아직 홍보가 덜 된 탓에 오늘 산행에 참여한 인원은 모두 12명, 주로 영춘지맥을 종주 중인 대원들이 중심이지만, 신 산경표의 저자인 박성태 씨가 참여하여 눈길을 끌고, 고래 대장이 송아 대원과 함께 모습을 보여 무척 반갑다.

계방지맥 종주 출정 기념사진


대원들의 안전을 기원하는 간략한 시산제가 있은 후, 11시 20분 경 산행을 시작 한다. 오늘의 산행코스는 『운두령-계방산-계방지맥 분기점-목골재-가리치』로 도상거리 약 12.3Km, 산악회가 제시한 산행소요시간은 6시간 이다.

조난 산악인에 대한 묵념

 

초헌

 

축문낭독

 

종료

음복


오늘의 산행기록은 아래와 같다.

『(11:20) 산행시작-(11:39) 이정표<운두령 1.0K, 계방산 2.9K>-(11;42) 안부-(11:58) 공터, 이정표<운두령 2.0K, 계방산 1.9K>-(12:09) 두 번째 공터-(12:27) 첫 번째 헬기장-(12:30) 1492m봉-(12:53) 계방산 정상-(13:11) 주목 삼거리-(13;26) 1,494m봉-(13:54) 두 번째 윗삼거리 갈림길-(14:00~14:30) 1,462.3m봉 중식-(14:34) 한강기맥/계방지맥 분기점-(14:39 첫 번째 갈림길-(14:42) 두 번째 갈림길-(14:53) 세 번째 갈림길-(14:56) 네 번째 갈림길-(15:07) 안부-(15:29) 1,146m봉-(16:29) 1100.5m봉-(16:57) 목골재-(17:30) 1185.1m봉-(17:46) 능선 분기, 왼쪽-(18:02) 가리치 』중식시간 30분을 포함, 총 6시간 42분이 소요된 산행이다.


◇ ◇ ◇

시산제를 마친 대원들은 운두령 가파른 계단을 오르며 산행을 시작한다. 운두령은 고도가 1,090m이고, 계방산은 그 높이가 1,577.4m나 된다. 우리나라에서 5번째로 높은 산이다. 약 500m 정도의 고도차가 나지만, 큰 산이 으레 그렇듯이, 비교적 완만한 오름세가 꾸준히 지속되지만, 된비알은 그리 많지가 않다.

계단 길을 오르며 산행 시작


장마전선이 물러 간 뒤의 날씨는 청명하게 맑고, 북서쪽에서 불어오는 바람이 시원하다. 중복이 지났기 때문인가? 나뭇잎 사이로 내려 비치는 햇살이 벌써 가을빛을 띄고 있는 것 같고. 더위도 생각보다 훨씬 덜 하게 느껴진다. 계방산으로 오르는 길은 신작로다. 군데군데에 세워진 이정표와 요소요소에 걸린 산행리본들로 길을 잃은 염려가 전혀 없다.


산행을 시작해 10여분 쯤 지나 주능선에 오르고, 다시 10분 가까이 오르니 오른쪽에 이정표가 보인다. 이정표는 계방산까지 2.9Km 남았다고 알려준다. 곧 이어서 안부를 지난다. 등산로는 점차 가팔라지기 시작하고, 암릉길로 이어진다. 너른 공터에 다시 계방산 1.9Km를 알리는 이정표가 보인다. 약 20분 동안에 1Km를 걸어온 셈이다.

공터의 이정표


공터를 지나, 내리막을 거친 후, 경사가 급해지면서. 앞서 오르는 대원들의 뒷모습이 힘들어 보인다. 12시 9분 두 번째 공터를 지나고, 다시 경사가 급해진다. 이윽고 커다란 고목이 시원한 그늘을 드리워주는 쉼터를 지나고, 이후 완만한 오름길을 걷는다. 12시 27분 첫 번째 헬기장을 지나며. 2시 방향으로 계방산을 본다. 길가에는 이름 모를 들꽃들이 화사하다.

급경사 오르막을 오르고,

 

시원한 쉼터를 지나,

첫 번째 헬기장에서

2시 방향으로 계방산을 보고,

야생화가 아름다운 등산로를 걷는다.


12시 30분경, 1486m봉에 오른다. 대원들이 모두 모여, 주위의 조망을 즐기고 있다. 제 2의 헬기장 너머로 계방산이 보이고, 그 왼쪽으로 소계방산과 오대산이 장관을 이루는데. 서쪽으로는 한강기맥 줄기가 아련하다. 박성태 씨와 고래 대장을 카메라에 담는다. 두 분이 모두 후답자들에게 좋은 길라잡이가 되는 산행기를 쓰는 분들이다. 박성태 씨는 처음 만난다. 아담한 체구에, 조용하지만 강인한 느낌을 받는다. 면장갑을 끼고, 스틱대신, 주워 든 나뭇가지를 지팡이로 삼고 있는 모습이 무척 소박해 보인다.

1486m봉에 모인 대원들

헬기장 너머 계방산

소계방산(좌)과 멀리 오대산

서쪽으로 아련한 한강기맥

박성태 씨와 고래대장


1,486m봉을 내려선다. 천상의 화원이 아닌, 산상의 화원이 아름답게 펼쳐지고, 류 회장은 이 아름다운 화원을 카메라에 담느라 여념이 없다. 헬기장을 건너, 12시 53분 계방산 정상에 오른다. 비교적 너른 공터에 이정표가 서 있고, 정상석, 돌탑, 그리고 삼각점이 보인다. 류 회장으로부터 우리가 가야할 능선에 대한 설명을 듣는다.

아름다운 산상의 화원

헬기장 건너 계방산 정상으로

정상석, 돌탑, 삼각점, 그리고 나뭇가지 지팡이를 든 사나이

가야할 계방지맥 - 가운데 능선

가야할 준봉 - 앞의 봉우리가 1,546m봉


계방산을 내려선다. 내리막길에 잡목과 잡초들이 시야를 가리고, 돌이 젖어 있어, 조심조심 내려선다. 안부를 지나 작은 봉우리를 오르면서 뒤돌아 계방산을 보고, 봉우리 위에서 가야할 1,546m봉을 본다. 1시 11분 주목 삼거리에 이른다. 이정표가 서 있다.<정상 0.5K, 제 2야영장 5.2Km> 멋진 주목 아래서 고래대장과 송아 대원이 쉬고 있다.

뒤돌아 본 계방산

가야 할 1,546m봉

삼거리의 멋진 주목


1시 26분, 1,494m봉 정상을 지난다. 왼쪽 숲에 아름다운 주목 한 그루가 널찍하게 가지를 벌리고 서 있다. 등산로는 내리막 사면으로 이어지며, 온통 잡목, 잡초로 가득하여 길은 보이지 않고, 잡목 너머로 가야할 능선과 오대산 줄기가 펼쳐있다.

안부로 내려서는 길은 잡목과 잡초로 가득하고

그 너머로 계방지맥과 오대산이 보인다.


1시 54분, 윗삼거리로 내려가는 마지막 갈림길을 지나, 5분 후, 1,462.3m봉에 오른다. 한 무리의 대원들이 점심식사를 하고 있다. 삼각점<봉평 424, 2005 제설>과 지나온 봉우리를 카메라에 담고, 함께 식사를 한다. 이윽고 고래대장과 송아 대원도 도착하여 합류한다. 햇볕을 막아줄 것도 없는 정상의 땡볕 아래지만, 바람이 불어, 더운 줄 모르겠다. 아마도 고도가 높아서 그런 모양이다. 이윽고 식사를 마친 대원들이 먼저 출발하고, 2시 30분 경, 심산대원과 함께 일행의 뒤를 쫓는다.

1,462.3m봉에서의 중식

 

삼각점

지나온 1,494m봉과 1,546m봉


점심식사 후라 천천히 내리막길을 내려선다. 2시 34분, 한강기맥과 계방지맥의 분기봉에 도착하여, 오른쪽 계방지맥 산줄기로 내려선다. 울창한 참나무 숲으로 등산로가 희미하게 이어지고, 작은 암봉을 우회하더니, 2시 39분, 갈림길에 이른다. 산악회 비닐 표지판이 왼쪽을 가르치고 있다. 

 능선 분기점 - 한강기맥 쪽은 선두대장이 나뭇가지로 막아 놓았다.

계방지맥으로 들어서서 첫 번째 갈림길, 산악회 표지판이 보인다.


약 3분 정도 비탈길을 내려서니, 다시 갈림길이 나타나고, 산악회 표지판은 왼쪽을 지시하고, 오른쪽 능선 길은 아예 나뭇가지로 막아 놓았다. 급경사 내리막이 이어진다. 2시 53분, 다시 갈림길에 서고, 이번에도 왼쪽으로 내려선다. 급경사 내리막이 계속되고, 길의 흔적은 점점 더 희미해진다. 3분 후, 다시 갈림길에서 왼쪽으로 내려선다. 내리막이 점차 완만해 지며, 등산로도 뚜렷해진다. 3시 7분 안부에 내려선다. 해발 1,000m 정도의 고지다. 따라서 약 30분 동안에 400m 정도를 내려서고, 네 번이나 갈림길을 지나친 것이다. 갈림길에서 자칫 오른쪽으로 빠지면 노동계곡으로 떨어진다. 길 찾기에 신경을 써야할 구간이다.

두 번째 갈림길

 

안부


안부를 지나, 부드러운 산죽 길을 걷는다. 등산로는 다시 완만한 오르막을 올라, 3시 17분, 잎이 다 떨어진 죽은 산죽이 무성한 고개를 넘어서고, 3시 29분, 제법 높직한 봉우리에 오른다. 나뭇가지에 산행리본들이 걸려 있고, 그 아래에서 대원들이 쉬고 있다. 고도계를 보고 있던 박성태 씨는 이곳의 고도가 1,146m라고 알려준다. 목골재 까지 8개의 봉우리를 넘는다더니, 아마도 이곳이 두 번째 봉우리쯤 되는 모양이다.

산죽 줄기가 무성한 고개

 

거의 10분 단위로 고만 고만한 봉우리들을 넘는다. 등산로는 희미하게 이어지지만, 남쪽으로 이어지는 능선만 벗어나지 않는다면, 이제는 알바를 걱정할 필요가 없겠다. 4시 29분 삼각점이 있는 1,100.5m봉에 오른다. 오른쪽으로 시야가 트이며 지나온 계방산이 시야에 들어온다. 

1100.5m봉의 삼각점

 

뒤돌아 본 계방산


무성한 참나무 숲이 계속된다. 똑 같은 풍광이 지속되다 보니, 류 회장이 지루한 모양이다. 하지만 지금, 서울의 찜통더위 속에 있다고 생각해 보라. 더위를 잊고 이처럼 아름다운 숲길을 걷는 것이 얼마나 즐겁고, 행복한 피서인가? 왼쪽 오대산 쪽으로 떨어지는 골짜기는 또 얼마나 유현해 보이는가?

울창한 참나무 숲


4시 57분, 목골재에 이른다. 이정표가 서있다. <해발 1,000m, 이승복 생가 1.5K, 방아다리 2.5K> 이제 한 시간 남짓 걸으면, 가리치에 도착하게 된다. 오대산 국립공원 표지 말뚝이 눈에 보이고, 5시 30분, 아무 표시도 없는 삼각점이 있는, 1,185.1m봉에 오른다. 동쪽으로 시야가 확 트이며, 멀리 백두대간의 흐름이 장쾌하게 눈에 들어온다.

목골재

1,185.1m봉에서 북동쪽으로 본 아름다운 능선

오대산 방향 조망

황병산 방향

멀리 선자령 방향


아름다운 참나무 숲이 이어지고, 5시 46분 능선 분기봉에서 왼쪽으로 내려서서. 산죽이 무성한 아름다운 산책로를 지난다. 6시 2분, 가리치 포장도로에 내려선다. 국립공원이라 주차 규제가 심한 모양이다. 버스를 기다리며, 도로변 개울가에서 간단히 세수를 하며 땀을 들인다.

지는 해를 받아 그림 같이 아름다운 참나무 숲

가리치


이윽고 버스가 도착하고, 신 약수터 쪽으로 내려오면서, 산사태의 흔적을 보고, 그 정도가 심한 것에 놀란다. 버스는 계방산 등산로 주차장에 정차하고, 일행은 시산제 음식으로 식사를 대신한다. 7시 30분 경 버스는 서울을 향해 출발한다.

 


(2006.8.3.)


Posted by Urimah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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