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뎅이, 응뎅이, 궁뎅이가 어떻게 다른지 아시는지요?
단풍철이 되니, 강 부장님의 버스가 많이 바쁜 모양입니다. "화요맥"의 김 송태 대장(033-435-5779, 011-789-5770)은 오늘 산행에 25인승 버스를 배차합니다. 하지만 공교롭게도 오른 따라 산행인원이 김 대장을 포함하여 28명이나 됩니다. 할 수없이 처음 나온 젊은 대원이 선선히 포기를 하고, 다른 산악회 버스로 옮겨 탑니다.
씩씩한 주발 대장은 막걸리 상자위에 걸터앉고, 김 대장은 버스 승강대에 서서 갑니다. 버스가 고속도로에 들어서자, 김 대장이 대원들에게 사과를 합니다. "다음부터는 강 부장님 버스가 바쁠 때에는 다른 대형버스를 배차하겠습니다. 오늘은 불편하시더라도 참아주시기 바랍니다. 미안합니다. 제 불찰입니다."
산행을 마치고, 서울로 돌아오는 차 속입니다. 김 대장은 여전히 입구 승강대에 서서 갑니다. 보조의자에 앉아 있던 여자대원과 자리를 바꾼 류 회장이 김 대장에게 좁은 자리지만 엉덩이라도 걸치라고 자리를 좁혀줍니다. 하지만 좋은 일을 하면서도 류 회장은 쑥스러운 모양입니다.
"엉덩이에는 방뎅이, 응뎅이, 궁뎅이의 세 종류가 있는데 어떻게 다른지 아십니까?" 라고 운을 떼더니, 엉덩이의 종류에 대한 강의를 시작합니다. 작은 버스라 마이크도 필요 없습니다. 육성으로 하는 이야기가 이어지는 동안 버스 안은 웃음바다가 됩니다. 류 회장은 40년생입니다. 제법 멋이 있는 영감이지요.
류 회장 이야기가 끝나자, "화요맥"에 충성을 다하겠노라고 서약한 바가 있는 도봉산 도사가 시치미를 뚝 떼고 응수를 합니다.
"응뎅이는 항상 응(應)할 준비가 돼있는 엉덩이란 설도 있던데요. 3~4십대, 한창 나이의 엉덩이라는 소리죠."
좁은 차안은 다시 웃음바다가 됩니다. 이쯤 되면 번거롭게 방(芳)뎅이, 궁(窮)뎅이의 어원을 여기에서 다시 되풀이 하여 해설할 필요는 없으리라 봅니다. 생략하기로 하겠습니다.
"화요맥"에서 안내하는 계방지맥 종주는 이제 한 구간이 남았고, 영춘지맥 종주는 네 구간을 마치면 끝이 납니다. 과문한 탓이지는 몰라도, 산악회의 안내산행으로 지맥종주를 완성하는 케이스는 "화요맥"이 처음이라고 듣고 있습니다. 이런 화요맥이 11월7일(화)에 진양기맥 종주를 시작합니다.
커머셜(Commercial) 냄새가 나서 불쾌하시다고요? 어쿠! 지송합니다. 어려운 지맥종주 안내를 끝까지 해내는 김 대장이 신통하여, 도와주고 싶은 마음이 앞섰고, 기맥종주에 관심이 있으신 동호인들에게 좋은 정보를 드리겠다는 일념에서 행한 일이오니, 부디 애교로 봐 주시고, 용서해 주시기 바랍니다.
2006년 10월 17일(화).
화요맥의 안내로 계방지맥 마루금을 걷는다. 오늘 산행코스는 『밤재(1.7k)-690m봉(2.2K)-760m봉(2.2K)-접산(3.4K)-분덕재』로 도상거리는 약 12Km이다. 업 다운이 심하지도 않고, 비교적 능선이 부드러워 크게 힘이 드는 구간은 아니다.
마루금 좌우로 마을들이 멀지 않지만, 700미터대로 이어지는 능선은 사람들 의 발길이 드물어 원시림이 그대로 유지되고 있다. 오랜 가뭄으로 단풍이 윤기를 잃고, 오그라든 느낌이지만, 낙엽 진 오지를 걷는 기분은 그게 아니다. 안개에 가려 주위의 조망을 즐기지 못하고, 동강을 굽어보지 못하는 것이 아쉽다.
가장 높은 접산(接山-825.3m)은 석회석 침식에 의한 돌리네(Dolline) 현상으로 땅이 꺼져 사다리꼴 모양으로 산줄기가 겹쳐있다고 한다. 그래서 인근 주민들은 이산을 겹산이라고도 부른다. 이처럼 특이한 돌리네 현상 때문에 생긴 여러 갈래 능선에서 자칫 알바를 하기 쉽다.
정원을 두 명씩이나 초과한 25인승 버스가 안개 낀 고속도로를 달린다. 치악 휴게소에서 약 20분간 정차한 버스는 제천 IC에서 고속도로를 버리고, 38번 국도로 내려서더니, 서강을 건너 다시 31번 국도로 갈아타고, 413번 지방도로를 달려 10시 29분 밤재에 도착한다.
오늘의 산행기록은 아래와 같다.
『(10:29) 밤재도착-(10:30) 산행시작-(10:50) 656m봉-(11:12) 김해김씨 묘-(11;19) 690m봉-(11:32) 바위지대-(11:44) 안부사거리, 성황당-(12;00) 재치산 능선 분기-(12:03) 안부 사거리-760m봉-(12:30~12:55) 750m봉, 중식-(12:58) 돌리네 분지-(13:34) 도무치 임도-(13:36) 왼쪽 숲으로-(13:48) 접산, 삼각점-(14:14) 골너다리 안부-(14:26) 고랭지 채소밭 안부-(14:38) 알바, 분지도로-(3:04) 750m봉-(15:42) 절골 안부-(16:09) 611m봉-(16:46) 656m봉-(17:02) 분덕재』중식시간 약 25분, 마루금 약 5시간 47분, 총 6시간 12분이 소요된 산행이다.
* * * * *
10시 30분, 버스에서 내려 밤재치 휴게소 옆, 임도 초입에서 오른쪽 가파른 산 사면을 오르면서 산행을 시작한다. 급경사에 낙엽이 미끄럽고, 진달래의 거센 줄기가 배낭을 잡아당긴다. 몸도 풀리기 전에 이런 된 비알 타기는 언제나 죽을 맛이다. 왼쪽으로 송전탑이 보인다. 이윽고 능선에 올라, 동쪽으로 완만하게 이어지는 등산로를 따른다. 왼쪽으로 펼쳐지는 참나무 숲이 아름답고, 발목까지 묻히는 낙엽 밟는 소리가 요란하다.
왼쪽으로 펼쳐지는 아름다운 참나무 숲
10시 50분, 656m봉에 올라, 물을 마시며 한숨 돌린 후, 조끼를 벗어 배낭에 챙긴다. 가을 냄새가 흠뻑 풍기는 안부를 지나고, 작은 고개를 넘어서니, 오른쪽으로 많이 퇴락한 김해 김공의 무덤이 보인다. 너른 사면으로 오르는 곳은 온통 낙엽으로 뒤덮여 있어, 족적을 찾기가 어렵다. 방향을 가늠하고 똑바로 치고 오른다.
가을 냄새가 물씬 풍기는 너른 안부
11시 19분, 낙엽으로 뒤덮인 690m봉에 오른 후, 남쪽 능선을 따라 걷는다. 제법 너른 참나무 숲 능선은 완전한 오지다. 숲속에 붉은 단풍나무 한 그루가 눈에 들어오지만, 오랜 가뭄으로 붉게 물든 잎에는 윤기가 없다. 바위지대가 나타나고 능선이 좁아진다. 오른쪽 나뭇가지 사이로 가야할 760m봉이 안개 속에 커다랗게 모습을 보이고, 왼쪽으로는 저 아래 도로와 마을이 안개에 가려 희미하다.
바위지대를 걷는 대원들
왼쪽 능선 분기봉과 오른쪽 760m봉
11시 44분, 재치마을로 이어지는 안부 사거리에 이른다. 고목 아래 돌무더기는 여전하나, 고목의 가지에는 천 조각 하나 걸려있지 않은, 옛 성황당 자리가 눈에 뜨인다. 등산로는 오르막 날등으로 이어지고, 왼쪽으로 재치산(724.8m)이, 그 아래로 재치마을이 안개 속에 희미하게 보인다. 뒤를 돌아보면, 지나온 690m봉과 그 곳에서 흘러내리는 능선에 단풍이 곱다.
안부의 성황당
지나온 길
12시, 능선 분기봉에 오른다. 한 무리의 대원둘이 쉬고 있다. 왼쪽은 재치산으로 가는 길이고, 오른쪽 내리막이 마루금이다. 앞을 막아선 760m봉과 가야할 능선을 카메라에 담고, 비탈길을 달려, 3분 후 안부 사거리에 이른다. 왼쪽으로는 감자골, 오른쪽으로는 413번 지방도로로 이어지는 사거리다.
재치산 분기봉에서 휴식을 취하는 대원들
안개에 싸인 가야할 능선
12시 21분, 가파른 오르막을 허위허위 올라, 참나무가 마치 낙엽송처럼 하늘을 찌를 듯이 용립해 있는 760m을 지난다. 참나무들이 이처럼 꼿꼿하게 하늘을 향하고 있는 것은 흔치 않은 모습니다. 안부를 지나, 12시 30분 750m봉에 올라, 현 사장 등과 함께, 등산로 변 낙엽 위에 앉아 도시락을 풀고, 살구주로 반주를 시작한다. 고래 대장이 올라와 합류한다.
참나무들이 하늘을 찌를 듯 용립한 760m봉
식사를 마친 현 사장과 이 사장이 먼저 출발을 하고, 고래 대장과 함께 뒤에 남아, 식후 향초(香草)를 즐긴 후, 12시 55분, 비탈길을 내려선다. 2~3분 내려서니, 전면에 분지처럼 움푹 꺼진 땅이 보이고, 고래 대장이 돌리네 현상이라고 설명한다. 이 꺼진 땅을 지나 710m쯤 되는 봉우리에 오른다. 등산로가 오른쪽으로 급격히 굽어진다.
돌리네 현상
710m 정도의 봉우리에서 오른쪽으로 꺾이는 등산로
낙엽이 곱게 깔린 평탄한 길이 이어진다. 또 다시 하늘을 찌를 듯, 당당한 자세로 용립해 있는 참나무 숲을 지나, 1시 34분 임도로 내려선다. 두무치 임도다. 임도를 따라 오른쪽으로 걷는다. 왼쪽에 산행리본이 보인다. 1시 36 분, 리본을 따라 숲으로 들어서니. 저 앞에 현 사장의 뒷모습이 보인다.
두무치 임도.
완만한 너른 사면이 펼쳐진다. 낙엽이 쌓여 길이 보이지 않는다. 지도를 보면 서쪽으로 펼쳐진 이 사면의 정점인 접산에서 마루금은 남쪽으로 급격히 꺽인다. 접산을 향해, 서쪽으로 방향을 잡고, 낙엽이 쌓인 완만한 오르막을 서둘지 않고, 천천히 오른다. 이윽고 능선에 올라서니, 좌우로 사람이 지나간 흔적이 뚜렷하다. 잠시 망설이는데, 오른 쪽에서 죽천대원의 모습이 나타난다. 접산 삼각점을 보고 오는 길이라고 한다. 약 50미터 정도 오른 쪽으로 가면, 잡목과 잡초가 무성하여, 접근하기가 쉽지 않은 곳에 삼각점이 있으니, 가보라고 권한다.
희미한 발자국을 따라 오른쪽으로 걷는다. 벌목하고 버린 나무줄기들이 길을 막으면 이를 우회하고, 잡초가 뒤엉킨 곳을 피해, 나무들을 베어 낸 흔적이 뚜렷한 잡초 속으로 들어서니, 삼각점이 보인다. 삼각점의 일련번호도, 재설 년도의 표기도 없는 이상한 삼각점이다. 선답자들의 산행기에는 접산에서 삼각점을 보았다는 이야기가 없었는데, 이처럼 마루금에서 벗어나 있으니, 발견하지 못하는 것이 당연하다 하겠다.
1시 48분, 삼각점과 접산의 정상 모습을 카메라에 담고, 마루금을 향해 되돌아선다. 평소 1/25,000 지도를 가지고 다니는 죽천대원이 마루금에서 조금 벗어나 있는 접산의 위치에 의문을 갖고, 마루금을 벗어나, 10여 분간 찾아 나선 끝에 발견한 귀한 삼각점이다. 우연히 능선에서 죽천대원을 조우한 덕분에 구경할 수 있게 된 셈이다.고맙다.
접산의 삼각점
벌목 후의 잔가지, 잡목, 잡초가 우거진 접산 정상
마루금으로 되돌아 나오는 길에 고래 대장을 만난다. 죽천대원을 만나 혼자 삼각점을 보러 갔다는 이야기를 듣고, 외롭지 않도록, 동반해 주러 온다고 한다. 고맙운 마음씨다. 높낮이 차가 거의 없는 평탄한 마루금을 따라 함께 남쪽으로 향한다. 2시 1분, 산행리본이 걸린 작은 언덕을 지난다. 많은 사람들이 아마도 이곳을 접산의 정상으라고 생각하는 모양이다. 낙엽이 쌓인 쾌적한 오솔길이 이어진다. 앞서 걷는 대원의 뒷모습이 무척 평화로워 보인다.
800 미터 대의 산책로를 걷는 대원
낙엽사이로 이끼 낀 바위들이 보이더니, 원시림 같은 잡목지대가 펼쳐진다. 한여름에 이곳을 통과하려면 애 꽤나 먹었으리라고 짐작될 정도로 거칠다. 부근의 아름드리 참나무 아랫자락에 이끼가 파랗게 돋아나 있다. 작은 봉우리를 넘고, 2시 14분, 임도로 내려선다. 골너다리안부다. 주위의 사진을 찍고, 산불감시초소가 보이는 남쪽을 향해 임도를 따라 걷는다.
원시림-잡초, 잡목지대
골너다리 안부
안부에서 본 동쪽조망
산불감시초소
시야가 확 트이며, 정면으로 800m봉과 그 뒤로 805.6m봉으로 짐작되는 봉우리가 보이고, 오른쪽으로는 이미 추수를 끝낸 텅 빈 배추밭이 펼쳐진다. 마루턱을 넘어서니, 저 앞에 주발 대장이 기다리고 있다. 그 지점에서 임도를 버리고, 오른쪽으로 묵은 밭 사면을 타고 안부로 내려선다. 배추를 심지 않은 묵은 밭은 붉은 잡초가 한 사면 가득하고, 간간히 야생화들이 보인다. 안부 건너편으로 벌목지대를 지나 숲으로 들어서는 대원들이 보인다.
임도에서 본 가야할 750m봉과 800m봉
안부로 이어지는 붉은 잡초 사면과 건너편 마루금을 걷는 대원들
묵은 밭의 야생화
반대편 벌목지대를 오르다 뒤돌아 본 채소밭 안부-정면이 내려선 사면
벌목지대를 지나, 숲으로 들어서서 650m 정도의 봉우리를 넘어선다. 내리막 길이 수상하다. 왼쪽 능선에 뚜렷한 길이 이어지는 데, 오른쪽 골짜기 쪽으로도 사람이 지나간 흔적이 눈에 뜨인다. 잠시 망설이다, 왼쪽의 뚜렷한 길을 따라 임도로 내려선다.
알바를 한다는 느낌에, 가야할 능선이 보이는 오른쪽으로 걸어 나오니, 너른 분지가 펼쳐지고, 임도는 다시 오른쪽으로 굽어져 주능선 자락으로 이어지는 듯싶다. 뒤에서 따라 오는 고래 대장과 주발 대장의 위치를 확인하려고, 소리를 지르니, 바로 오른쪽 사면에서 응답이 온다.
잘못 내려선 임도 - 앞에 분지가 보인다.
지나온 650m 정도의 봉우리에서, 마루금은 남서쪽으로 이어져, 분지를 지나, 750m봉으로 이어진다. 고래 대장이 무심코 내 뒤를 따르다, 방향이 아니다 싶어, 남서쪽으로 방향을 잡고, 길 없는 길을 따라 내려오다. 소리를 듣고 응답을 한 것이다. 험한 덤불을 헤치고 두 양반이 모습을 나타낸다. 대장님들의 알바를 유도했으니, 미안하기 짝이 없다.
분지에서 뒤돌아본 650m봉
임도를 따라 산자락 쪽으로 조금 이동하자, 왼쪽에 산악회 리본이 걸려있는 것이 보인다. 리본을 따라 들어서니, 다시 다른 임도가 나타난다. 김 대장도 이 부근에서 다소 헤맨 흔적이 뚜렸하다. 무작정 마루금 능선을 향해 오르면서 뒤돌아 본 너른 분지가 신기하다.
분지
3시 4분, 750m봉에 올라, 물을 마시며 잠시 휴식을 취한다. 3시 22분, 800m봉 사면을 오른쪽으로 가로 지르고, 3시 42분 절골 안부에 도착한다. 당초에는 이곳에서 절골로 하산할 계획이었으나, 시간이 충분하다고고 판단했는지, 산악회 리본은 마루금방향으로 걸려 있다. 계속 마루금을 타라는 명령이다. 오늘 분덕재(分德峙)까지 갈 생각인 모양이다.
절골 안부
다시 마루금을 걷는다, 왼쪽 나뭇가지 사이로 805.8m봉이 햇빛을 받고 밝은 모습을 보인다. 4시 9분 611m봉을 넘고, 진달래 군락지를 지나, 안부를 거친다. 이어서 완만한 능선길을 지루하게 걸어, 4시 45분, 삼각점이 있는 656m봉에 오른다.
656m봉 삼각점
삼각점을 카메라에 담고, 서쪽으로 떨어지는 급경사 내리막을 달린다. 낙엽이 깊게 쌓인 능선이 가파르게 이어진다. 이윽고 묘 5기가 나란히 모셔진 가족 묘역으로 내려서니, 바로 아래에 아스팔트 도로가 지나가는 분덕재가 보인다. 분덕재는 마차리와 영월사이에 있는 고개다. 덕을 나눈다는 이름이 재미있다. 5시 2분, 버스가 기다리고 있는 분덕재로 내려선다.
가족묘역
분덕재
홍이네 식당
5시 15분, 마차 4리의 홍이네 식당에 도착한 일행은 땀을 닦으러, 인근의 초등학교, 면사무소로 뿔뿔이 흩어진다.
(2006. 10. 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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