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젖 짜는 여인들
2013년 6월 19일(수) 파양의 해발 고도는 5,000m나 되고. 어제 저녁 반주 량을 초과하여 마신 고량주의 영향도 있어, 잠자리에 들자 숨이 가쁘고, 밤새 5~6차례 화장실을 드나들게 되어 잠을 설친다.
오늘은 파양을 출발하여 약 226Km 떨어진 사가에서 숙박하고, 내일은 사가를 떠나 비포장도로를 약 400Km 정도를 달리면 이번 여행의 마지막 탐방지 EBC에 이르게 된다. 오늘은 사가까지 간다는 소리에 여행사를 통해서 온 분들 사이에서 여행 일정을 너무 느슨하게 잡는다고 불평하는 소리가 들린다. 어제 휴오얼에 방이 없어, 3시간 반을 더 달려, 약 250Km 떨어진 파향에 늦게도착한 것은 벌써 까맣게 잊은 모양이다.
시간 여유가 있어 9시 경에 느지막하게 식사를 한다. 중국식 아침식사다. 멀건 흰 쌀죽이 입에 당긴다. 세 공기를 훌훌 마신다. 속이 편하다. 식사를 마치고 짐을 차에 옮겨 실으며 떠날 차비를 하는데, 숙소 일을 도와주던 아가씨가 내다본다. 볼펜을 하나 건네주고, 카메라를 들이댄다. 거절하는 기색이 없다. 나이 드신 분들은 사진 찍기를 거부하지만, 젊은 아가씨들은 사진에 찍힌 자신의 모습이 궁금해서인지 잘 받아들이는 편이다.
파양 숙소에서 떠나기 전에 찍은 아가씨 사진, 본인에게 전해 줄 수 있는 방법이 있으면 좋겠다.
G219번 국도를 달린다. 국도 변의 풍경에 많이 익숙해진 대원들은 멍하지 차창 밖을 내다보거나, 아예 졸고 있다. 파양을 떠난 지 30여분 쯤 지난 시각, 창밖의 풍경이 일변한다. 주위가 온통 사막이다. 이윽고 차가 멈춰 선다. 종파현(仲巴縣) 도로변에 사막이 여러 군데 있다더니, 어느새 우리들이 종파현으로 들어선 모양이다. 차에서 내린 대원들은 한동안 시간 가는 줄도 모르고 사막의 풍광에 빠져든다.
사막으로 들어서고
모래, 강, 가까운 산 과 먼 산, 그리고 그 위로 하늘
사막 가운데서 멈춘 차량들
동료들의 사진을 찍어주고 난 후에 보여주는 앙코르님의 한없이 부드러운 표정
모래 산에 오른 대원들
다시 차에 올라 15분 쯤 달리니, 언제 사막이 있었냐는 듯이 넓은 초원이 펼쳐지고, 멀리 양떼들이 점점이 보인다. 하지만 다시 5분 쯤 지나자, 우리들은 또 다른 사막으로 들어서게 된다. 11시 15분, 차는 扎東寺(Dratun Monastery) 안내판이 보이는 나지막한 고개마루턱에 정차한다.
다시 초원, 그리고 양떼
차는 다시 사막으로 내려서고
扎東寺 안내판
차에서 내려, 초르텐과 타르초의 환영을 받으며 절로 향한다. 작은 외곽문을 통해 경내로 들어선다. 규모는 크지 않으나 짜임새가 있어 보이는 절이다. 절 내부로 이어지는 중문 양쪽에 걸린 현판을 본다. 오른쪽에는 ‘仲巴縣 平安寺庵’ 왼쪽에는 ‘縣級重點文物保護單位’라는 글자가 보인다.
초르텐과 타르초가 우리들을 환영하고
바깟 문을 지나 경내로 들어선다.
절 안뜰에서 본 절의 모습이 짜임새가 있어 보인다.
현판의 내용에 의하면, 이 절의 이름은 평안사이고, 우리식으로 표현하면 중파현의 문화재로 현의 보호를 받고 있는 절이라는 이야기이다. 그렇다면 길거리에 높게 세워진 扎東寺라는 안내판은 무엇인가? 궁금해서 야후 차이나 등 아무리 자료를 뒤져 보아도, 공연히 시간만 낭비했을 뿐, 그 관계를 알 수가 없었다. 아시는 분 해답을 주시면 고맙겠다.
어둑한 절 안으로 들어서자 제일 먼저 눈길을 끄는 것은 여인의 몸으로 표현한 티베트의 지도다. 라싸의 티베트 박물관에서 본 것과 같은 그림이다. 박물관에서는 실내조명의 방해로 사진을 찍기가 어려웠었는데, 여기서는 그런 방해가 없어 어렵지 않게 귀한 그림을 카메라에 담을 수 있어 다행이다.
티베트 지도
어둑한 절 내부를 둘러본다. 사진 찍는 것을 금하지 않아 고맙다. 눈길을 끄는 것은 화려한 색감으로 강렬하게 표현한 사천왕상(우리식의 표현)과 탕카, 그리고 가운데에 정좌하고 계시는 부처님 불상의 크고 형형한 눈이다. 혹시 척박한 환경, 암울한 속세의 삶이 이처럼 화려하고 강렬한 티베트 고유의 탕카 예술의 배경에 있는 건건 아닌가? 하는 아마추어적인 생각과, 듣던 대로 세계 어느 나라 불상보다도 티베트 불상의 부처님 눈이 크고 형형한 이유는 무엇일까? 궁금하기 때문이다.
사천왕상 1
사천왕상 2
보살상
탕카
불상
잠시 절 옥상에 올라, 주위를 둘러본다. 도로를 따라 작은 마을이 길게 형성이 되 있고, 몇 몇 집들의 보수공사가 한창이다. 북쪽으로 또 다른 초르텐이보인다. 옥상에서 내려와 북쪽의 초르텐으로 향한다. 초르텐 밑에 야크의 뿔이 가득하다. 살아서 기여했던 야크들의 안식을 기원하는 것이라고 한다.
죽은 야크들의 안식을 기원하여 초르텐 아래에 뫃아 놓은 야크 뿔
30분 정도 절 구경을 한 후, 일행은 다시 차에 분승하여 국도를 달린다.10분 쯤 달렸을까? 왼쪽 넓은 초원 물가에 여러 채의 파오와 양떼들이 보인다. 차가 가까이 접근하여 도로변에 정차한다. 여자들이 한 무리의 양들을 촘촘히 묶어 놓고 젖을 짜고 있다.
양젖 짜기
젖 짜기 구경을 마치고 국도를 달리다 1시 14분, 라창의 한 상점에서 마실 물을 사게 하더니, 점심 먹을 생각도 않고 내쳐 달린다. 3시경, 사가에 도착하여, 번화가 사가호텔 옆 식당에서 늦은 점심식사를 한 후, 지난번에 투숙했던 3인 1실의 게스트 하우스에 방을 잡는다.
라창에서 물을 사고
게스트 하우스 앞마당의 태양열 열기구
4시가 조금 지난 시각, 방을 배정받고 짐을 풀고 나니 할 일이 없다. 샤워 할 곳도 없어, 간단히 세수만 한 후, 룸메이트들과 함께 거리구경에 나선다. 사가는 제법 큰 도시다. 군사도시라고 하는데 군인들은 어디 박혔는지 코빼기도 볼 수가 없다.
찻집도 들어가 차를 마신다. 젊은 아가씨가 혼자서 운영을 하는 찻집이다. 20위안만 내면 커다란 보온병의 차를 끊임없이 부어준다. 버드와이저 캔 맥주 박스가 있는 걸 보면 술도 파는 모양이다. 젊은 청년 한명이 들러오더니 콜라를 주문하고, 아가씨는 작은 잔에 콜라를 계속 따라준다. 다른 젊은 청년이 또 들어온다. 간단한 식사를 주문하는 모양이다
밖에서 본 찻집
찻집 안
벽에 걸린 영업허가증
규모가 큰 차오쓰((超市-슈퍼마켓)도 여럿 보여 들어 가본다. 상품의 종류가 다양하다. 반주로 자주 마시던 고량주 랑(郞)은 12 위안, 식사대용으로 먹을 수 있는 카스테라(우리나라의 마드렌느 3~4개 정도를 합친 크기의 카스테라 6개 입), 간식용 과자가 각각 10위안이다. 가격도 싸고 맛도 좋다. 싱싱한 바나나도 한 근에 7위안, 사과도 크고 탐스럽다.
식사대용으로 가능한 妙堡
간시용 과자 旺旺雪餠
모처럼 시간이 나는 기회를 활용하여, 그 동안 여러모로 신세를 졌던 젊은이들과 함께 자리를 하려고 술과 과일, 그리고 과자류 등을 사들고, 숙소로 돌아와 젊은이들과 더불어 한동안 즐거운 시간을 보낸다. 여행사를 통해 온 분들 중에 여자 분이 세분 있다. 두 분은 가정주부, 또 한 분은 20대의 아가씨다. 여행 중에 이분들의 유쾌하고 부드러운 분위기를 함께 즐긴 적이 한 두 번이 아니고, 이대승 씨를 비롯한 젊은이들은 힘이 드는 일을 기꺼이 대신 해주었다.
여행사를 통해 오신 두 주부님과 가운데 이대승 씨
내일은 비포장도로를 따라 힘겨운 이동을 해야 한다. 저녁식사를 마치고 일찌감치 잠자리에 든다.
(2013. 7. 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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