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륜차가 먼지를 뿌리며 달리는 카일라스 인 코라 순례길
2013년 6월 16일(일)
카일라스 코라 세 번째 날이다. 어제는 험한 톨마라고개를 넘으면서도, 날씨가 흐려, 카일라스의 동쪽 모습을 보지 못해 아쉽다. 그러고 보니, 그제(14일), 카일라스 북쪽 면을 제대로 볼 수 있었던 것이 얼마나 큰 축복이었던가를 새삼 실감하게 된다.
쥬투룩북에서도 디라북에서와 마찬가지로 1실 4인의 숙박시설을 이용했지만, 화장실, 식당, 매점 등의 시설은 디라북 보다 좋은 편이라 많이 편안했다. 다행히 저녁 무렵에 날씨가 개이면서 모처럼 고산지대 노을의 아름다움을 한동안 즐기고, 오늘 아침의 이른 출발을 위해 일찌감치 잠자리에 들 수 있었다.
아침식사도 생략한 채, 7시 30분(제대로 된 인도 시간으로는 새벽 5시 30분), 숙소를 출발하여 12Km 떨어진 다르젠으로 향한다. 이처럼 서두르는 것은, 식당이 있는 다르젠에서 아침 겸 점심식사를 하고, 카일라스 인 코라를 돈 후, 다시 다르젠으로 귀환할 계획이기 때문이다.
쥬투루북 출발
넓은 계곡에 평탄한 길이 이어진다. 아직 사위가 완전히 밝지 않은 한적한 새벽길을, 아침산책을 즐기듯 유장하게 걷는다. 5,000m에 가까운 고지대를 걸으면서도 몸과 마음이 가볍고 상쾌하다. 7시 54분 경, 다리를 건너면서 보는 아침노을이 곱다.
넓은 계곡으로 부드럽게 이어지는 순례길
다리를 건너며 아름다운 아침노을을 본다.
인더스 강으로 흘러 들어가는 종추(宗推)강이 순례 길과 가까워졌다, 멀어졌다 하며 따라온다. 뒤를 돌아다니, 지나온 길이 아득하고 골짜기 안쪽의 산들은 구름을 무겁게 이고 있다. 이런 날씨라면, 비록 시야가 트이더라도, 오늘도 카일라스를 보기는 어려울 것 같은 생각이 든다.
뒤돌아본 지나온 길
조용한 순례길에 말굽소리가 요란하더니, 두필의 말이 빠르게 달려 나간다. 아침부터 웬일인가? 조금 후 궁금증이 풀린다. 우리 일행 중 두 사람이 말을 타기로 하고 어제 돈을 지불했으나, 약속한 시간에 말과 마부가 나타나지 않아 걷는 중인데, 뒤 늦게 말과 마부가 달려온 것이다. 하지만 손님들은 한 시간 가까이 늦게 나타난 말을 탈 수 없다며 환불을 요구하고, 마부들은 이를 거절하며, 계속 따라온다고 한다.
손님들의 거부로 빈 말을 끌고 가는 마부들
테베트 말과 한자 표기의 이정표가 있는 갈림길 두 어 군데를 지나고, 나지막한 고개 몇 곳을 오르내리며, 순례길의 고도가 점차 낮아지자, 길옆을 따라 흐르는 강폭이 제법 깊어지며, 물살이 빨라져, 요란한 소리를 내며 흐른다. 쥬투룩북을 출발한지 약 2시간 후, 버스가 기다리고 있는 찻집에 도착하여 간식을 들면서 휴식을 취한다. 찻집에서 보는 바가(巴嘎)평야가 시원하다.
이정표가 보이는 갈림길
깊어진 강
버스 뒷꼭지가 보이는 찻집
시원하게 펼쳐진 바가평원
이윽고 대원들이 모두 도착하자, 우리들은 버스에 올라, 10시경에 다르젠에 도착하여, 숙소에 짐을 놓고 식당으로 이동, 아침 겸 점심식사를 한다. 카일라스 아웃 코라를 무사히 마친 것을 축하한다는 뜻인가? 식당에서는 미나사로바 호수에서 잡았다는 커다란 생선을 조림하여 특식으로 내 놓는다.
미나사로바에서 잡았다는 생선조림
점심식사를 마치고 각자 숙소에서 잠시 휴식을 취한 후, 12시 30분, 인 코라를 시작하기로 한다. 하지만 다르젠에서 수미산이 보이지 않는 오늘 같은 날씨에는, 인 코라를 돌더라도 카일라스를 볼 수 없을 터이니, 숙소에서 쉴 사람들은 그냥 쉬라고 권한다. 시간이 되자 절반 정도의 인원이 모여, 인 코라를 시작한다.
인 코라 출발
강을 건너 작은 언덕 위에 올라 시원하게 펼쳐진 다르젠을 굽어보고, 카일라스 방향을 올려다본다. 생각보다 큰 다르젠 마을은 한눈에 시원하게 들오는데, 카일라스 방향에는 회색 구름만 가득하다.
다르젠, 바가평원, 그리고 호수
회색 구름이 가득한 카일라스 방향
언덕을 지나 신작로처럼 넓은 순례길로 들어선다. 삼륜차가 먼지를 일으키며 질주하고, 오토바이가 달린다. 단조로운 길이 끝없이 이어지고, 바람이 거세다. 시간이 지나면서 대원들 간의 간격이 벌어지고, 하나 둘 포기하는 대원들이 나온다. 수우님이 제일 먼저, 첫 번째 언덕 위에서 다르젠을 굽어 본 채 움직임이 없고, 한 시간 가까이 지난 후, 나지막한 언덕 위에 스님 혼자 앉아 쉬고 계신다.
신작로처럼 잘 뚫린 순례길
대원들 간의 간격이 점차 벌어지고
1시 33분, Y자 갈림길에 접근한다. 순례는 왼쪽 길을 택한다고 했는데, 멀리 보이는 우리 일행의 선두는 오른쪽 길로 들어서고 있다. 할 수 없이 갈림길에 이르러, 오른쪽 길로 따라 들어선다. 여전히 단조로운 신작로길이 계속 이어진다. 20여분 쯤 더 진행하니, 신작로가 오른쪽으로 크게 굽어지는 곳에서, 신작로를 버리고 능선을 오르는 대원들의 모습이 멀리 보인다.
갈림길 접근
신작로를 버리고 멀리 능선을 걷는 대원들
1시 55분, 신작로를 따라 돌아, 대원들이 건너간 다리 앞에 이른다. 저 앞에 色龍寺와 江礼寺가 있음직한 두 개의 봉우리가 좌우로 보이고, 그 안쪽 깊숙이 들어 앉아 있을 카일라스의 자리에는 회색구름이 가득하여, 힘들게 올라가 보아도, 카일라스님을 뵙기는 그른 일이다. 한동안 망연히 그쪽 방향을 응시하다, 슬그머니 발길을 돌린다.
다리 앞에 이르러 카일라스 쪽을 바라보다 발길을 돌린다.
작년에 카일라스님이 이 지점에서 당겨 찍은 것으로 추정되는 수미산의 모습(펌)
돌아오는 길에도 미련이 남아 자꾸 뒤를 돌아본다. 언뜻 구름이 걷히는가? 5,000m대 봉우리 2개가 뚜렷이 보이는데, 그 뒤에 있을 카일라스는 여전히 구름 속이다. 3시경 다르젠으로 내려와 잠시 휴식을 취한 후, 숙소 건너편의 샤워장에서 25유안을 내고, 샤워를 한다.
뒤돌아 보기 1
뒤돌아 보기 2
샤워장
나중에 내려온 사람들의 이야기를 듣는다. 江礼寺 부근에서 묵조선님은 한 시간 가량 카이라스가 모습을 나타내기를 기다렸으나 결국 성공하지 못했다고 한다. 2박 3일간 우리들의 카일라스 코라는 이렇게 끝을 맺는다. 무엇을 보고, 어떤 느낌을 받았는지는 각자의 몫이겠다.
* 손님과 마부 간의 갈등은 카일라스님의 제소와 공안들의 중재로 50%를 환급 받는 것으로 매듭지었다고 한다.
(2013. 7. 8.)
추기 :
처용님은 묵조선님이 한 시간을 넘게 기다려도 구름이 걷히지 않아 사진을 못 찍었다고 했는데 무조선님은 사진을 올리혔다. 그 사진을 퍼서 싣느다.
또 하나 수미산 내부코라는 다렌체에서 켄타크절-시룽절을 거쳐 다렌체로 회귀하는 코스로 이해하여 반 나절이면 된다고했는데, 아래 지도를 보면 난디산까지 오르는 긴 코스가 있다. 따라서 반나절 코스라는 말을 정정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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