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을 타고 톨마라고개(5,630m)로 향한다.
2013년 6월 15일(토)
카일라스 코라 두 번째 날이다. 순례구간 중 가장 어렵다고 한다. 줘마라산(6,138m)의 톨마라고개(5,630m)를 넘어야 하고, 20Km에 달하는 구간을 10~12시간 동안에 걸어야 하기 때문이다.
화장실을 자주 들락거리기는 했어도 일찌감치 잠자리에 든 덕에 피로가 풀렸는지 아침에 일어나니 몸이 가뿐하다. 30분 정도 잠자리에서 스트레칭으로 몸을 풀고, 밖으로 나와 주위를 둘러본다. 구름이 낮게 깔린 흐린 날씨가 싸늘하다.
카일라스님 방에서 끓인 쌀국수를 우리 방으로 옮겨와 룸메이트들이 둘러 앉아 아침식사를 한 후, 8시 30분 경, 순례 길을 떠난다. 저 앞에 험한 바위산이 보인다. 마부들이 말을 타라고 권하지만, 다소 어렵더라도 천천히 걸어야겠다는 생각에, 뿌용(不用)!, 뿌용(不用)!을 연발하며 앞으로 걸어 나간다. 어제보다 말을 탄 사람들이 많이 보인다.
출발
마부들이 말을 끌고 오며 타라고 권한다.
완만한 오르막길을 천천히 걷는다. 저 앞에 얼음 덮인 계곡을 건너 줄지어 산허리로 오르는 순례객들이 보인다. 9시경, 계곡을 건너 산허리를 오르다, 말과 마부들이 모여 있는 공터를 지나는데, 그곳에서 대기하고 있던 카일라스님이 말을 타고 가라고 권한다. 힘이 들어도 천천히 걷겠다고 하자, 천천히 걸으면 톨마라고개까지 5시간은 걸릴 터인데, 앞선 사람들이 대부분 말을 타고 떠났으니, 그분들과의 시간차가 너무 많이 나면 곤란하다며, 말 타기를 재차 권한다.
얼음 덮인 계곡을 건너 산허리로 오르는 앞선 순례객들
돌 많은 산허리 길을 오르고
말을 타고 갈 생각은 전혀 없었지만, 민폐를 끼칠 수 있다는 말에, 더 버티지를 못하고 카일라스님의 권유를 따른다. 하지만 중국 돈 600元이 있을 턱이 없다. 카일라스님에게 $100 정도, 달러로 주면 되겠냐고 물었더니, 자기가 우선 중국 돈으로 지불할 터이니 나중에 갚으라고 한다.
카일라스님이 마부들에게 연락을 하자 마부들이 모여, 모자 속에 쪽지를 넣고, 제비를 뽑는다. 이윽고 1번 쪽지를 뽑은 작은 몸집의 마부가 한호성을 지르며 말을 끌고 앞으로 나온다. 가까이 보니, 아직 소녀 티도 벗지 못한 아가씨인데 옷차림이 거칠어 남자로 오인하기 십상이겠다. 말에 오른다. 이런 류의 말은 호도협 트레킹 때 설산에서, 그리고 실크로드 여행 시, 천산에서 타본 적이 있어 낮 설지가 않다.
말을 타고 앞서가는 고수님
말 등에 오르니 시야가 넓어져서 좋다. 오른쪽 계곡 사이로 카일라스 빙하가 보인다. 선답자들의 사진에는 빙하 외에도 카일라스 모습의 일부분이 보였던 것으로 기억되는 데, 날씨가 흐려 지금은 빙하뿐이다.
카일라스 방하 1
카일라스 빙하 2 (무연님 사진) 수미산에는 이런 빙하가 6군데나 있어, 4대강의 수원이 된다고 한다.
말들은 산허리를 굽이굽이 돌아 경사가 급하지 않은 넓은 길을 가고, 야크들은 그 길옆을 따라 이동하는데, 걸어 오르는 순례자들은 돌 많은 사면을 직진하여 곧바로 치고 오르고 있다. 말의 움직임에 맞추어 몸에 힘을 빼고 같은 리듬을 탄다. 말도 힘이 드는 지 자주 움직임을 멈추면, 마부가 채찍으로 엉덩이를 가볍게 때린다. 멀쩡한 몸으로 말을 타고 가려니 미안한 생각이 든다.
야크들은 길옆을 바짝 따라 걷고
짐을 운반하는 야크(무연님 사진)
걷는 순례자들은 너덜 길을 바로 치고 오른다.
말 위에서 자세가 잡히자 주위 풍광을 카메라에 담는다. 필요한 경우에, ‘스톱’하고 외치면 마부가 말을 세워준다. 쾌활한 아가씨다. 가끔씩 높고 거침없는 목소리로 노래를 부른다.
마상에서 본 풍광 1
마상에서 본 풍광 2
마상에서 본 풍광 3
능선 위에 오른 야크들
걷는 길과 말 타고 가는 길
오늘 사진은 이상으로 끝이다. 어찌된 일인지, 10시 13분에 찍은 1688번 사진부터 오후 4시 51분에 짝은 1816번까지, 사진 128장이 모두 하얗다. 내가 가진 카메라는 니콘 D3100 초보용 몸체에 AF-S NIKKOR 18-105mm렌즈를 장착한 것이다. 주로 풍경사진을 많이 찍는 터라 풍경모드에서, 자동으로 사진을 찍는다.
하지만 이번 여행에서는 달리는 차 속에 사진을 찍어야하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고수들의 지도하에 S모드 사용법을 배워, 차에서 사진을 찍을 때 활용해 보았다. 하지만 코라 중에는 평소대로 풍경모드로 바꾸었는데, 흔들리는 말 위에서 사진을 찍다보니 모르는 사이에 놉(Knob)을 건드려 S모드로 바뀐 모양이다.
사진은 하얗게 찍혀도 디지털 카메라 정보는 살아있어, 과다노출이 원인이 었음을 짐작할 수 있겠다. 노출을 자동으로 했을 때 간혹 이런 현상이 나며, 사진 복구는 불가능하다고 한다.
산행(山行) 중 또는 여행 중에 찍은 사진은 단순한 그림이 아니라 내게는 그 보다 훨씬 더 중요한 기록이다. 이제 그 기록이 없으니 정상적인 여행기는 더 이상 기록 할 수가 없게 됐다. 이번 여행의 하이라이트를 카일라스 코라라고 보고, 여행기도 이에 포인트를 두어 정리하고 있는 중에, 어찌 이런 일이 생긴 걸까?
아마도 다시 한 번 더 오라는 카일라스의 부름인지도 모르겠다. (시간은 한국시간임)
수미산 코라 안내도와 간단한 수첩의 메모, 그리고 기억을 바탕으로 몇 가지 사항을 부기한다. 외부코라는 카일라스 서쪽 계곡을 따라 오르며, 카일라스의 서쪽 모습을 보고, 이어 계곡을 버리고, 줘마라산을 넘으면서 카일라스의 북쪽과 동쪽의 모습을 본 후, 동쪽 계곡으로 내려서서 다르젠으로 회귀하는 모양새다. 동서쪽의 계곡 길은 어렵지 않으나, 톨마라고개을 오르내리는 10Km가 힘이 들지만, 천천히 걸으면 큰 문제는 없는 곳이다.
따라서 아쉬운 사진들은 톨마라고개 오름 주변의 거친 풍광, 그리고 고개 위의 분위기와 주변 풍광, 하산 길의 가파른 너덜지대와 순례과정에서 볼 수 있는 카일라스의 모습 등이겠다.
나는 말을 타고 약 3시간이 걸려 고개에 올랐다. 걸어서 올라온 선두그룹과 비슷하게 걸린 시간이다. 말도 힘들어 쉬는 때가 많았고, 걷는 사람들과 달리 직등을 하지 않고 우회로를 많이 택했기 때문일 것이다. 타르초로 뒤 덮인 정상에 오르자 마부가 내리라고 한다. 바닥에 내려서니 땅이 얼어 미끄럽다. 정상에서 말이 미끄러져 말과 사람이 함께 골짜기로 떨어질 뻔 헸다는 이야기도 들린다.
고개 마루턱 1(12;36, 길가는이)
고개 마루턱 2(13;24) - 무연님 사진
말에서 내려 주위를 살피는 사이에 말과 마부는 어느새 사라져 버리고 없다. 말 타기는 정상까지였는데 그걸 모르고, 수고한 마부에게 사례비도 주지 못하고 헤어져서 미안하다. 사람들이 몰려있는 좁은 고개는 바람이 거세고 몹시 춥다.
뚝제초(Tukje Tso-은총)- 길가는이님 사진
서둘러 가파른 너덜지대를 내려선다. 건장한 몸매의 젊은 티벳 여인이 오체투지를 하며 너덜지대를 내려선다. 서둘러 이 여인의 사진을 몇 컷 찍었는데, 무용지물이 되어버렸으니, 무척 아쉽다. 나중에 들은 이야기이지만 묵조선님이 이 여인을 만나 인사를 한 모양이다. 한국에서 온 라마라고 했더니, 코라를 하면서 받은 시주 돈을 몽땅 떨어주기에, 목조선님도 가지고 있던 300元으로 답례를 했다고 한다.
오체투지 코라-길가는이님
여전사 - 오체투지로 험한 고개를 넘은 여인, 묵조선님이 점심식사한 장소근처에서 찍은 사진
하산길이 험악하고 몹시 추워, 주위 풍광이 한겨울처럼 살벌하다. 여벌옷을 꺼내 입을까 망설이다 한 시간이면 너덜지대가 끝난다는 생각에 하산을 서둘러, 천막집에 도착하여 비빔밥으로 점심식사를 하고. 계곡 길을 천천히 내려선다. 중년의 뚱뚱한 인도 아주머니가 지나치다, 조금 앞에서 멈춰 서더니, 배낭을 들어주겠으니 건네 달라는 몸짓을 한다.
하산길, 녹지 않은 눈(길가는이님)
5시 경, 쥬투룩북(松楚-4800m)사원에 도착했으니, 오늘 코라는 점심시간을 포함하여 총 8시간 30분이 소요된 셈이다. 6시가 조금 넘어, 두 사람이 마지막으로 도착한다. 수우님과 무연님이다. 이들은 칭짱열차의 같은 객실에 배정됐던 사이다. 열차에서부터 수우님이 잠을 자지 못해 컨디션이 좋지 않자, 무연님이 여러모로 수우님을 돕는다.
단전호흡, 국선도 등에 조예가 깊은 무연님은 호흡법, 우리 몸의 기 순환 등에 관해 내공이 깊은 양반이다. 키 165m에, 체중 55Kg를 계속 유지한다는, 군살 하나 없는 탄탄한 몸매다. 작고하신 부친의 명복을 빌기 위해 이번 여행에 참여했다는 그는, 남을 배려할 줄 아는 사나이다.
환하게 웃고 있는 무연님
컨디션이 좋지 않다고 코라 첫날부터 말 타기를 신청했던 수우님은 생각을 바꿔, 무연님의 도움을 받으며 첫날을 함께 걷었는데, 둘째 날도 행동을 같이 한 모양이다. 아무래도 여자의 출발이 늦어서 안지, 이들은 나 보다 늦게 카일라스님이 말 타기를 권유하던 지점에 이르렀고, 그 때는 이미 모든 대원들이 통과했다고 판단한 카일라스님이 자리를 뜬 후라, 이들은 승마 권유도 받지를 못하고 내쳐 걸었던 모양이다. 컨디션이 좋지 않았던 수우님의 발걸음에 맞춰 함께 걸었던 이들의 코라 소요시간이 10시간 가까운 것을 보면, 구지 말을 타지 않아도, 고소적응을 한 보통 체력의 사람이라면, 큰 무리 없이 외부코라를 돌 수 있겠다는 생각에, 후답자들에게 너무 겁 먹지 말라고 권하고 싶다.
(2013. 7. 6.)
추기 : 미완성의 이 여행기를 보정(補正)할 수 있는 방법이 있습니다. 코라 둘째 날의 좋은 사진들을 ‘히여동’ 홈 페이지에 올려 주시거나, ‘urimahn@daum.net'으로 보내 주시면, 적당한 사진들을 선정하여 출처를 밝히고, 여행기를 보정하겠습니다. 2005년 2월, 백두대간 함백산 구간을 산행할 때, 카메라을 깜빡 잊고나와 사진을 찍지 못했으나, 동료들의 사진을 취합하여, 산행기를 마무리한 선례도 있습니다.
보정(補正) :
수미산 코라! 가장 중요한 지점인 톨마라 고개(5,630m)에 올라, 그곳에서 수미산(6,656m)을 비롯하여, 줘마라산(6,138m)을 바라보고, 고개주변의 풍광을 카메라에 잡았어야했는데, 이를 놓치고, 급경사 하산 너덜 길, 오체투지로 순례를 하는 신도들의 모습이 아쉬워서, 사진을 부탁했었는데, 고맙게도 무연님이 사진 보시를 해주셨다.
무연님이 보내주신 사진과, 길가는이님의 여행기에서 퍼온 사진, 그리고 목조선님을 사진을 추가했다. 보시는 분들의 이해에 도움이 됐으면 하는 마음이다.
(2013. 8.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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