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새 같은 타시룬포사원

 

2013년 6월 12일(수)

티베트 제2 도시 시가체(日喀則-3,836m)의 한 호텔에서 하룻밤을 묵고, 아침 식사를 한 후, 타시룬포(扎什倫布) 사원을 탐방한다. 고산병의 예방으로 물을 많이 마시다보니, 시간 단위로 화장실을 드나들게 되고, 그러다보니 잠을 설치게 되어 머리가 무겁다.

시가체에서 숙박한 호텔

 

타시룬포(扎什倫布) 사원은 라싸의 3대 사원인 간덴사원, 세라사원, 드레펑사원과 함께 겔룩파의 4대 사원으로 꼽히는 사원이라고 한다. 시가체시 서쪽의 니세리산(尼色日山) 기슭에 세워진 50여개의 경당과 200개가 넘는 객방을 가진 대사찰이다. 겔룩파의 창시자인 겐덴드롭이 1447년에 세우고, 홍위병의 난에도 피해를 입지 않았다고 한다.

 입구

 

 광장에서 본 사원의 전각들

 

 돌길과 고목

 

요새 같은 구축물과 라마승

 

판젠라마들이 거주했다는 이 사찰에는 높이 30m에 달하는 대 미륵전과 7좌의 역대 판첸라마의 영탑전들이 웅장하다. 특히 대 미륵상은 6,700돈의 금과 12만Kg의 순동으로 만들어지고, 1,400여개의 다이아몬드, 진주, 호박 등의 보석으로 장식됐다고 한다.

영탑, 신도들이 왼쪽으로 돌며 순례를 한다.

 

대 미륵전 1

 

대 미륵전 2

 

심풀한 탱화

 

약 한 시간동안 사원을 둘러본 후, 차를 타고 EBC를 향해 이동을 하다, 웬일인지 시가체 시내 도로변에 차가 멈춘다. 카일라스님은 라싸에서 EBC방문 퍼밋을 받았지만, 시가체에서도 또 받아야하기 때문에 이를 기다려야한다고, 멈춘 사유를 설명을 한다. 시간은 흐르고, 하염없이 기다리며, 주위의 아파트단지와 상점들을 둘러본다.

 시가체 길거리 풍경 1

 

 길거리 풍경 2

 

 아파트 앞 상점 집 아이

 

무료한 기다림 속에서 아침에 본 타시룬포사원을 떠올린다. 어마어마한 재원을 쏟아 부어 지은 사원! 그 돈은 어디서 나온 걸까? 승려들이 만든 것이 아니라면 결국 백성들에게서 나왔을 것이 아닌가? 종교라는 미명하에 백성들은 수탈을 당한 셈이고, 권력자 달라이라마와 판젠라마는 교묘한 중국의 조종에 따라 권력다툼이나 했을 터이니, 어찌 나라가 망하지 않겠는가? 백성들의 입장에서는 오히려 중국의 지배를 받는 것이 더 낳을지도 모르겠다는 생각마저 든다.

티베트 제2의 도시치고는 초라한 거리. 화려한 것은 사원뿐이다.

 

두 어 시간 가까이 시간이 흐른 후 카일라스님이 대원들을 모은다. 퍼밋은 받았지만, 지금 같은 날씨면 EBC에 가더라도 석양 속의 초모랑마를 보기가 어렵겠고, 더욱이 지금 출발하면 7시경에 EBC에 도착하기가 힘들겠다며, 일정을 변경하여, 우선 수미산과 구게왕국에를 먼저 가고, EBC는 돌아오는 길에 들르자고 제안한다.

 

반대의견이 나올 상황은 아니지만 일정변경을 탐탁하지 않게 여기는 몇몇 대원들이 돌아올 때 날이 좋다는 보장도 없지 않느냐며 이이를 제기하고, 일부는 그러면 오늘은 어디까지 가느냐고 묻는다. 날씨는 하늘이 정하는 것이라 보장할 수는 없는 것이지만, 좋아질 확률이 50%는 되니, 운에 맞길 수밖에 없고, 이동은 이제부터 약 500Km 떨어진 사가(萨嘎-4,600m)까지 가보자는 이야기이다. 우리 일행은 11시 40분 경 사가를 향해 시가체를 출발한다.

오늘의 여로

 

이러한 카일라스님의 상황판단과 신속한 결정은 이후 몇 일간의 날씨 변화와 더불어 우리들의 여행에 큰 영향을 미친다. 그의 오랜 경험과 빠른 판단 덕에, 우리들은 카일라스산, 초모랑마를 제대로 감상하고, 구게왕국을 오가는 길에서 뜻하지 않게 그림 같은 설경을 한껏 즐길 수 있었다.

 카일라스님

 

이에 비해 영어를 잘 하는 올해 38세의 가이드 타쓰(扎西)는 훨칠한 키에 건장한 몸매를 한 티벳탄으로 자기 소유의 차를 선두에 배치하여 이동속도를 적절히 조절하여, 대원들을 즐겁게 한다. 사진 찍을 곳, 용무를 보아야 할 곳에서는 어김없이 멈춰서고, 수많은 체크 포인트에서도 기량을 십분 발휘하여 별 탈 없이 통과하게 한다.

 가이드 타쓰

 

차들이 시원하게 뚫린 G318 국도를 거침없이 달린다. 시가체를 출발하여 한 시간 가까이에 이른 시각, 왼쪽으로 멀리 마을이 보이고, 마을과 도로 사이의 초원에 캠프가 보이자, 타쓰는 어김없이 행렬을 멈추고, 잠시 휴식시간을 갖도록 한다. 불목하니님이 어느 사이에 캠프로 다가 가 수유차 한잔을 얻어온다. 단오절을 맞아 캠핑 나온 일가족이라고 한다.

단오절을 맞아 캠핑 나온 일가족

 

우리들은 1시 30분경에 시가체(3,860m)에서 약 180Km 떨어진 라체(拉孜-4,300m)에 도착한다. 샹하이에서 5,000Km 곳이라고 알려주는 표지석을 구경하고, 타르초로 휘감긴 환영아치를 통과한다. 차창 밖으로 멀리 병영 같은 것이 보여 카메라로 당겨 잡는다. G318국도와 G219국도가 분기하는 교통의 요지가 되어 군대가 주둔하고 있는 모양이다.

 리체-샹하이 5,000Km 돌표지

 

 라체마을 환영아치

 

 당겨 찍은 군 병영

 

味品味라는 재미있는 이름의 식당에서 점심 식사를 한다. 여기서 이번 여행에서 많은 기여를 한 젊은이들을 소개한다. 이대승씨, 이경흔씨, 서창렬씨는 이번여행에서 힘든 일, 궂은 일 등을 자진하여 도 맞아 해결하여 팀에 기여한 바가 큰 젊은이들이다. 이런 젊은이들을 보면 우리나라의 앞날이 밝아지는 것 같아 무척 기분이 좋아진다.

 이번 여행에서 많은 기여를 한 이대승씨(좌), 이경흔씨, 서창열씨(우)

 

당초 예정대로라면 이곳에서 G318 국도를 타고 남서쪽으로 진행하여 가쵸라고개(5,220m)를 넘고, EBC로 향하겠지만, 일정을 바꾼 우리들은 점심식사 후, G219 국도를 타고 계속 서쪽으로 서쪽으로 달린다. 황량한 광야가 계속이어진다. 식사 후 단조로운 풍광이 계속되자, 카메라를 가져오지 않은 이 교수는 달리는 차에 몸을 맞기고 꾸벅꾸벅 졸고 간다. 서서히 고도가 높아지며, 이윽고 우리 일핼은 상상(桑桑-4,520m)을 지난다. 오토바이 수리점, 약국, 다방 등이 보이고, 길거리에서 환담하는 주민들의 모습이 한가롭다.

다방 앞 길가에서 환담하는 주민들

 

도로가 오른쪽 산 가까이로 굽어지면서 앞차가 산 그림자 속으로 어둑하게 들어선다. 그렇지만 그것도 잠시, 도로는 다시 양들이 한가롭게 풀을 뜯고 있는 환한 너른 초원으로 이어진다. 문득 땅 부자의 나라 중국이 부러워진다. 이 넓은 땅의 일부라도 우리 것이었으면 좋겠다는 부질없는 욕심을 부려본다.

 낮게 드리운 구름과 산 그림자 속에서 어둑해진 사위

 

 밝고 너른 초원

 

왼쪽으로 얄룽창포 강이 반짝이고, 오른쪽으로도 이름 모를 강이 흐르는데, 시원하게 뚫린 도로는 광야와 초원을 번갈라 가로지르며 이어진다. 광활한 초지를 가득 메운 가축들이 장관이다. 이 광경을 즐기라고 타쓰는 다시 길 한복판에 차량행렬을 세운다.

반짝이는 야룽창포 강

 

 거대한 방목장

 

멈춰선 차량 행렬

 

서서히 땅거미가 지기 시작한다. 북경시간으로 8시 30분경이다.(제대로 조정된 인도나 네팔시간으로는 6시 30분이겠다.) 우리 일행은 8시 50분 경에 얼쓰다오반(二十道班)으로 짐작되는 마을로 들어서서 저녁식사를 하고, 캄캄해진 한 밤중에 차를 달려 사가로 향한다.

 광야에 땅거미가 지고 먼 산들이 갈색 피부처럼 한없이 부드럽다.

 

 마을로 들어서고

 

 난로 가에서 늦은 저녁식사를 한다.

 

사가가 가까운 모양이다. 차들이 멈춰서서 검열을 받는다. 사가가 군사도시라더니, 제대로 지어진 검문소 안에는 군인들이 배치되어 여권까지 확인하며 꼼꼼하게 체크한다. 밤늦게 들이닥친 여행객들에게 군인들도 불쾌했는지 30분이 넘게 검열은 계속되고, 사가로 진입하여, 숙소에 도착한 것은 이미 12시가 넘어선 시각이다.

 사가의 숙소

 

숙소는 3인 1실, 침대 3개가 나란히 붙어 있고, 큰 짐과 배낭을 둘 공간도 부족하다. 세수도 못하고 서둘러 잠자리에 든다. 처용님의 코고는 소리가 좁은 공간을 가득 채우고, 낮에 차속에 조는 시간이 많았던 이 교수는 다음날 아침, 코고는 소리에 한잠도 못 잤다고 볼멘소리를 하면서도, 일부러 그런 것도 아닌데 어쩌겠냐며 처연하게 웃는다.

 

 

(2013. 7. 2.)

 

Posted by Urimah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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