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미산은 불교에서 이야기하는 상상의 산이다. 이세상은 아홉 개의 산과 여덟 개의 바다로 되어있는데, 그 중 중앙에 우뚝 솟은 산을 수미산라고 했다. 하지만 티베트사람들에게는 수미산은 상상의 산이 아닌 실제의 산이다. 그들은 카일라스산(6,638m)을 ’강린첸포‘(소중한 눈의 보석)이라 부르며 수미산이라고 굳게 믿고 있다.(이상 관련자료 발췌)
디라복 사암에서 본 카일라스
2013년 6월 4일(화), CEZ 318편으로 김포공항을 출항한 히말라야 여행 동우회 단체여행객들은 북경에서 칭짱열차로 갈아타고 45시간여를 달려 라싸에 도착한다. 이어 4일 동안 라싸주변의 사원 등을 둘러보며 고도적용을 한 후 6월 11일(화) 비로소 수미산으로 향한다.
2013년 6월 11일(화)
이번 여행에는 히말라야 여행 동우회회원 21명과 유라시아여행사에서 위탁해 온 여행객 8명, 그리고 동우회 회장인 카일라스님을 포함하여 모두 30명이 참여한다. 적지 않은 인원이다.
라싸를 떠나는 날 호텔에서 중국식 아침(흰죽, 삶은 달걀, 빵, 그리고 짜사이 등)으로 간단히 식사를 끝낸 대원들이 짐을 가지고 로비로 내려 와 차를 기다린다. 우리가 묵었던 호텔은 라싸강변에 새로 지은, ‘라싸강 대주점’이라는 호텔로 외관은 그럴듯하나 내부에는 손을 볼 곳이 많은 그런 곳이다. 다만 강 건너로 보이는, 나무 하나 없는 갈색 근육질 능선이 아름답게 눈길을 끈다.
라싸에서 우리가 묵었던 호텔
로비에서 앞뒤로 배낭을 메고 차를 기다리는 대원들
호텔 앞 강 건너로 보이는 근골질의 아름다운 능선
오늘의 여로
일행은 5명씩 6조로 나뉘고, 조대표가 모여, 타야할 각조의 차량을 추첨한다. 차종이 현대 스타렉스, 도요다 Jeep, Land Cruiser 등으로 다양하고 차 성능에도 차이가 나기 때문이다. 우리 조에서는 ‘수우’라는 닉네임의 여류 시인이 신형 현대 스타렉스를 뽑아, 대원들의 환호를 받는다.
우리들의 차량 카라반이 도중에 용무를 위해 쉬고 있다.
우리 기사는 뚜어지(多吉)라는 이름의 티베트인이다. 올해 33살, 결혼은 했지만, 아직 아이는 없다고 한다. 33세살이면 티베트가 중국에 편입된 이후의 세대이기 때문에, 중국식 교육을 받았겠지만, 영어는 전혀 하지를 못한다. 밝은 표정에 그늘 진 곳이 없는 당당한 청년이다. 하루 종일 티베트의 춤과 노래를 담은 DVD를 큰 소리로 틀어대어 탑승자들의 귀를 괴롭힌다.
차량 한 대의 도착이 늦어져 출발이 지연된다. 이윽고 9시가 조금 지나 지각한 차량이 모습을 보이고 우리들의 카라반이 시작된다. 라싸강을 건너고, G318번 국도로 들어선다. 시원하게 잘 뚫린 이 도로는 ‘우정의 고속도로“라고도 불리는, 라싸에서 네팔 카트만두까지 이어지는 국도라고 한다. 시원한 도로를 달리며, 중국의 티베트에 대한 집착을 강하게 느낀다.
강을 건너고
G318번 국도로 진입한다.
달리는 차창 밖으로 펼쳐지는 풍광이 눈을 의심케 한다. 라싸시의 평균고도가 3,650m이고, 취수이(曲水)를 지나 점차 고도가 높아지는데, 창밖에는 노란 유채 밭이 광활하지 않은가? 과연 이곳이 수목 한계선을 넘는 해발 4,000m에 가까운 높이란 말인가? 주위의 산들을 보고, 호흡이 가빠지는 현상에서는 고도가 느껴지지만, 눈앞에 펼쳐져 있는 유채 밭에서는 전혀 그런 고도를 실감할 수 가 없다. 그뿐인가? 풍부한 수량을 자랑하며 유유히 흐르는 저 얄룽창포강의 위용은 또 어떤가?
차창 밖 풍경 1
차창 밖 풍경 2
얄룽창포강의 위용
이윽고 우리들은 S307 국도로 들어서고, 9시 39분, 캄바라고개 34Km를 알리는 교통표지판을 지난 후, 이어 체크 포인트에서 검열을 받는다. 중국의 국도에는 속도제한이 없고, 대신 일정구간별로 주행시간을 제한하여, 이를 공안(公安-경찰)들이 체크하는 방식으로 과속을 방지하고 있다. 하여 예상보다 빨리 달려온 차량들이 체크포인트 가까이에 이르러 노견에 차를 세우고 시간을 보내는 진풍경을 자주 볼 수 있게 된다
체크포인트
차량들의 카라반이 캄바라고개로 이어지는 도로를 가득 메운 채 서서히 움직이며 고도를 높이고, 주위에 펼쳐지는 풍광이 가히 그로테스크하다. 10시 08분, 타르초가 펄럭이는 고개마루턱에 올라 잠시 주위를 둘러보고 이어 커다란 표지석이 있고, 사람들로 북적거리는 전망대에 올라, 암드록쵸 호수를 굽어본다. 동서 13Km, 남북 70km, 총 둘레 250Km에, 크기가 638km²에 달하는 이 호수는 히말라야산맥 최대의 내륙호이다. 랑탕의 코사인쿤드 성호들도 아름답고 신비하지만 규모로는 이 호수와 견딜 바가 못 된다.
캄바라고개로 오르다 본 풍광
캄바라고개 오르는 길
타르초가 흩날리는 전망대
표지석이 있는 전망대
전망대를 내려서서 호수가에 이른다. 작은 매점이 보이고, 또 다른 돌 표지석들이 눈길을 끈다. 호수 저 끝에 만년설을 이고 있는 설봉이 보인다. 티베트인 가이드 타쓰다와(TASHI DAWA)에게 무슨 산이냐고 물으니 닝징강쌍(寧金岡桑-7,194m)라고 알려준다. 아름답다. 호수 주변의 초원에서 풀을 뜯고 있는 양떼들의 모습이 한가롭다.
전망대를 내려서면서 본 호수와 닝징강쌍봉(7,194m)
표지석
호숫가에서 본 호수
목가적인 풍경
12사 43분, 우리들은 랑카즈마을로 들어서서 점심식사를 주문한다. 점심식사 시간은 대개 한 시간 정도가 소요된다. 카일라스가 타쓰와 상의하여 식당을 정하고 두 가지 정도(대개 밥과 면)로 식단을 압축하여 주문을 하면 그 때부터 조리가 시작되기 때문이다.
랑카즈 마을로 들어서고
식사를 기다리는 대원 - 왼쪽이 카 동승자 솔내님, 오른쪽은 룸메이트 처용님
1시 30분경 식사를 마친 일행은 약 89Km 떨어진 간체로 출발한다. 점차 가팔라지는 도로가 설봉과 빙하사이로 이어지며 눈앞에 거대한 빙하의 머리 부분이 보이더니, 2시가 조금 지나, 카로라고개(5,042m)를 넘자, 빙하가 온 몸을 들어내고, 표지석과 안내판이 보인다. 빙하가 녹아 도로까지 물이 흘러내리고 전통복장을 한 티베트여인들이 함께 사진을 찍자고 다가온다.
빙하의 머리 부분이 보이더니
빙하가 전신을 들어내고
표지석 크로즈업
Kharola Gracier 안내판
잠시 머물러 빙하를 둘러 본 후, 다시 출발하여 갈 길을 재촉한다. 한적한 고속도로 위로 바이커 한 사람이 외롭게 질주하고 소 몇 마리가 도로를 무단 횡단한다. 3시 5분, 교통표지판이 걸려 있는 갈림길에서 직진하고, 한동안 진행하자, 오른쪽에 이정표가 보인다. 사마리고개가 가까운 모양이다.
바이커 한 사람이 외롭게 질주하고 소들이 무단횡단하는 고속도로
이정표
3시 40분 타르초가 어지럽게 펄럭이고, 좌판을 벌이고 있는 상인들로 붐비는 사미라산고개(斯米粒山 고개-4,350m)에 올라 빙하호를 한동안 굽어보며 잠시 휴식을 취하고, 이어 다시 차에 올라 고개를 내려서서 교통도시로 유명하고, 시가체지구 현청소재지인 간체로 향한다.
사미라산
사미라산 고개 1
사미라산 고개 2
빙하호
4시 19분 간체에 도착하고, 4시 22분 백거사(白居寺) 입구로 들어서자, 왼쪽에 ‘십만불탑’이 위용을 자랑한다. 우선 정면에 보이는 사원으로 들어서서 사원 안을 잠시 둘러본 후, 십만 불탑을 관람한다. 티베트인들은 이절을 ‘펠코르 최대 콤파’라고 부른다고 한다.
간체도착
백거사로 들어서자
십만불탑
이 탑은 1414년, 세력을 쥐고 있던 샤가파가 10년에 걸쳐 100만 여명의 인력을 동원하여 축조한 11층, 40여 미터에 달하는 거탑으로. 108개의 방이 있고, 방마다 수많은 벽화와 불상이 모셔져 있다.
탑 안의 방
불상 1
불상 2
불상 3
불상 4
벽화 1
벽하 2
탑 위에서는 마을이 한눈에 내려다보이고 건너편에 보이는 드종요새가 우뚝하다. 한자로 종산포대(宗山砲臺)라고도 하는 이 요새는 1268년에 축조를 시작하고, 1365년경에 현재의 규모로 키워졌다고 한다. 1904년 최신무기로 무장한 영국군들이 인도를 통해 침입하자, 티베트인들은 이 요새에서 활과 돌, 그리고 육탄으로 저항하며 2개월을 버텼으나, 끝내 요새는 함락되고, 시민들은 절벽으로 투신하여 죽음을 택했다고 한다.
탑에서 본 간체마을과 드종요새
백거사 관람을 마치고, 간체마을 물레방아가 있는 노상에서 한동안 휴식을 취한 후, 시가체로 향한다. 차창 밖으로 광활한 보리밭이 펼쳐지고, 비닐하우스들이 눈에 뜨인다. 고도와 관계없이 비옥한 땅이다. 이윽고 시가체에 도착하여 숙소를 정하고, 시가체의 별미라는 샤브샤브와 라싸맥주 그리고 랑(郞)이라는 고량주로 저녁을 즐기고 하루의 피로를 푼다.
노변휴식
광활한 보리밭
비닐하우스
시가체의 식당에서, 전혀 피로한 기색이 없는 스님들
(2013. 6. 27.)
추기 : 칭짱열차는 한번 타 볼만하다는 소리는 들었다. 간헐적으로 보도되는 티베트 승려들의 분신자살 뉴스에 티베트 사람들의 강한 독립의지를 느끼면서도 그들의 역사나 문화에는 별관심이 없었다.
수미산의 존재를 알지 못했으니 카일라스가 4개 종교의 성지이고, 4대강의 발원지라는 사실을 알 턱이 없었다. 우연히 수미산이 세계 10대 트레킹 코스 중에 하나라는 이야기를 듣고는, 칭짱열차, 분신, EBC 등의 단어를 떠 올리며 히말라야 여행 동우회의 티베트 단체여행에 참여 신청을 한다.
히동회에서는 아는 것만큼 보이는 법이니 티베트의 역사나 문화 등에 관하여 공부를 하라고 권한다. 김규현씨의 ‘티베트의 신비와 명상’이 명저라는 소리를 듣고, 강남구의 구립도서관들을 몽땅 뒤져 보지만, 2000년에 발간되고 절판이 된 그 책은 구하지를 못하고, 대신 같은 저자의 ‘티베트의 역사산책’과 ‘티베트의 문화산책’ 그리고 박완서씨의 ‘모독’을 대출 받아 티베트에 대한 인식을 새롭게 할 수가 있었다.
하지만 이번 여행의 참여 목적은 여전히 트레킹이고, 히말라야 고산풍광을 즐기겠다는 범주를 크게 벗어나지 못했었는데, 막상 참가하신 분들의 면면을 보니 이번 여행이 그렇게 단순 하지만 않다는 것을 스스로 깨닫게 된다.
수덕사에서 오신 여승님들! 수미산 다섯 차례 탐방을 포함하여 티베트를 12번째 방문하는 불목하니님! 그리고 준 불자이신 묵조선님!, 크리스챤이지만 작고하신 부친의 명복을 빌기 위해 참여했다는 무연님! 이분들에는 이번 여행은 엄숙한 순례의 길이였을 것이고,
남쵸호를 굽어보며 묵상에 잠긴 스님
앙코르님, 묵조선님, 연하천님, 솔내님 등과 같은 사진의 고수분들, 그리고 설산님과 이번 여행 중 60매 이상의 스케치를 완성했다는 현업 교수님! 이분들은 지구상에 몇 곳 남지 않은 청정 오지의 아름다움을 추구하는 전문가들로, 티베트의 자연미를 따라, 또 다른 순례의 길을 걷는 분들이라 하겠다.
사진 촬영에 여념이 없는 앙코르님
스케치하는 교수님
이런 분들의 덕택으로 이번 여행이 단순한 관광이나 트레킹에 그치지 않고, 한층 격이 높아진 까닭에, 여행기록도 시간 흐름의 기록이 아닌, 하라이트 또는 모멘텀 중심의 기록으로 다루어지는 것이 바람직하겠다는 생각에서 라싸를 떠나는 시점에서부터 기록의 시작을 하게 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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