순례길
카일라스 순례의 관문인 다르젠은 제법 규모가 큰 마을이다. 식당과 상점들이 많고, 병원, 샤워장도 보이지만 아직 호텔규모의 숙박시설은 없는 것 같다. 우리들이 투숙한 숙소도 좁은 방에 침대 3개가 지그재그로 놓여있어 가방과 배낭도 침대 위 발치에 올려놓아야 할 정도다. 화장실은 물론 공용인데, 문도 없이 오픈된 재래 중국식이라 영 마땅치가 않다.
다르젠
거리에는 티베트인들이 대부분이고 한족들은 눈에 띠지 않지만, 식당들은 대부분 한족들이 운영한다고 한다. 그래서 그런지 도착한 날의 저녁식사는 팅 하호(挺好)다. 랑(郞)이라는 빠이주(白酒)를 반주로 맛있는 음식 10가지를 한껏 즐긴다,
2013년 6월 14일(금)
잠자리도 불편한데, 고도 때문에 자다가도 숨이 가빠 잠이 깨고, 화장실을 자주 들락거리다보니 숙면을 취하지 못해 몸이 무겁다. 순례에 앞서 짐을 세 가지로 분류하라고 한다. 순례 중 전혀 사용하지 않는 것들은 큰 가방에 담아 차에 둔다. 침낭, 세면도구, 아침, 저녁 식사용 건조식품과 밑반찬 등은 ‘히동회’가 나눠준 부대에 넣어 야크가 운반하게 하고, 개인들은 작은 배낭에 음료수, 점심용 건조식품과 간식, 그리고 예비용 의류 등을 담아 짐을 최소화 하라는 지시다.
오늘은 순례 첫째날, 숙소가 있는 다라북사원까지 계곡길 약 20Km를 걷는다. ‘히동회’에서 배포한 자료에 의하면, 처음 6Km는 평지와 다름없어 비교적 쉽고, 나머지 14Km는 점차 고도가 높아지며 다소간의 업 다운이 있지만 어렵지는 않다고 한다. 소요시간은 약 6시간.
수미산 순례길 안내도(펌)
카일라스 코라는 외부코라와 내부코라의 두 코스가 있다. 외부코라는 수미산 주위를 한 바퀴 도는 것인데, 약 53Km로, 보통 2박 3일 정도가 소요된다. 내부코라는 수미산 앞산 주위를 한 바퀴 도는 것으로 반나절 정도 걸린다.
신도들의 평생소원은 카일라스 순례다. 1번 순례를 하면, 죄가 소멸되고, 10번 순례를 하면 지옥에 떨어지는 괴로움을 면하며, 100번을 순례하면 극락에 들어갈 수 있다고 그들은 굳게 믿는다.(이상 관련자료 발췌)
아침식사를 마치고 짐을 정리하여 분류한 후, 경장(輕裝)으로 몸을 가볍게 한 대원들은 대형버스에 올라, 수미산 안내판이 있고, 말을 태워주는 곳 까지 이동한다. 하여 초기 6Km 중 약 4Km는 버스를 타고 순례를 한 셈이다.
수미산 안내문 - 岡仁波鈂(Kernel Pochin) Hillock
야크가 운반할 우리들의 짐
뒤돌아 본 출발점
여기서 잠시 안내문을 살펴보자. 안내문에서는 카일라스를 ‘Kernel Pochin Hillock'로 표현하고 있다. ’Hillock‘야 그렇다 치더라도, ’Kernel Pochin'은 티베트 사람들이 말하는 카이라스를 가장 유사한 한자음인 ’岡仁波鈂‘으로 표기하고, 이 한자의 병음을 영문으로 옮기는 복잡한 과정을 거친 것인데, 중국 사람들도 어느 한자표기가 티베트 발음에 더 가까운지? 판단하기가 어려운모양이다. 내가 가지고 있는 지도에는 岡仁波齊(Kangrinboge) Peak락 표기돼 있다.
岡仁波齊(Kangrinboge) Peak
각설하고, 10시 30분 경, 말을 타지 않는 사람들이 먼저 출발을 한다. 600 유안(약 12만원) 하는 말을 타려는 사람들은 몇 사람 안 되는 것 같다. 5분 쯤 지나 초르덴과 타르초로 화려하게 치장한 곳을 지나, 기암괴석들이 험준하게 용립한 사이로 이어지는 황량한 계곡으로 들어선다.
출발
초르덴과 타르초를 지나고
계곡으로 들어선다
순례를 하는 티베트 사람들이 간간이 눈에 뜨인다. 10시 45분, 자그마한 다리를 건넌다. 안내도의 B지점에 이른 것이다. 왼쪽 산기슭에 사원은 보이는데, 이 지점에서 오른쪽으로 잘 보인다는 카일라스는 구름에 가렸는지 보이질 않고, 눈 덮인 이름 모를 봉우리만 눈에 뜨인다.
다리를 건너고
왼쪽에 보이는 사원
오른쪽으로 보이는 이름 모를 만년설 봉
뒤 롤아 본 지나온 길
첫 번째 천막을 지난다. 이어 유장하게 말을 타고 마주오는 인도인들을 스쳐서, 천천히 걷고 있는 우리 스님 한 분의 뒷모습이 보인다. 비교적 평탄한 계곡길이기는 하지만 4,500m가 넘는 고지대라 발걸음이 무겁고 숨이 가쁘다.
첫 번째 천막
말 타고 내려오는 인도인들
계곡이 점차 깊어진다. 계류가 큰소리를 내며 힘차게 흐르고, 순례길이 가볍게 오르내리며, 계곡 양쪽의 절벽들이 기기묘묘한 형상을 띄고 있어 신비감이 배가 된다. 타쓰가 한 무리의 티베트 젊은이들에게 둘러 싸여 있다. 타쓰 정도의 가이드는 티베트 젊은이들의 선망의 대상이 되는 모양이다.
계류가 큰 소리를 내며 흐르고
폭포 1
폭포 2
타쓰와 티베트의 젊은이들
1시가 조금 지나, 두 번째 천막에 도착하여 점심식사를 한다. 건조식품인 비빔밥을 조리해 보지만, 처음해 보는 솜씨라 맛이 엉망이다. 통째로 쓰레기통에 버리고, 컵라면이라도 먹으려고, 천막 안 매대(賣臺)를 둘러보지만, 모두 큰 사발 면뿐이다. 포기하고, 간식용으로 가지고 다니는 건빵 몇 개로 점심을 때우고, 다시 순례 길로 나선다. 오른쪽으로 카일라스의 형상이 보이기 시작하더니, 고맙게도 점차 그 형태가 뚜렷해진다.
카일라스가 서서히 모습을 보인다.
우리들의 짐을 싫은 야크(야크와 물소가 교배해서 낳은 좁교)들이 방울소리를 딸랑거리며 다가오고, 그 뒤로 카일라스가 제 모습을 보인다. 놓칠세라, 교수 화백이 돌 위에 앉아 이 광경을 열심히 스케치하고 있다. 순례길이 돌길로 변하고 야크들과 말 탄 사람들이 우리들을 앞지른다.
짐 실은 야크들이 다가오고
야크와 카일라스
돌길로 변한 순례길
하늘에 구름이 많아지더니 갑자기 진눈깨비가 흩날린다. 하지만 잠시 후 다시 하늘이 맑아지고, 또 다른 천막을 지나자, 큰 소리를 내며 흐르는 물가에 말 두 마리가 한가롭게 풀을 뜯고 있다. 4시가 조금 넘어 다리를 지나고, 순례 길은 날카로운 바위산 아래로 길게 이어진다.
갑자기 진눈깨비가 흩날리고
세 번째 천막을
1627 물가의 말들
다리를 지나고
날카로운 바위산으로 접근한다.
왼쪽으로는 여전히 요란한 소리를 내며 계류가 흐르는데, 계류의 절반 이상이 얼음에 덮여있다. 바위산이 더욱 가까워지더니 이윽고 저 멀리 집들이 보이고, 4시 50분 경 마을에 도착하여, 구름을 이고 있는 카일라스를 가까이 본다.
얼음 덮인 계류
바위산이 더욱 가까워지고
멀리 집들이 보인다.
구름을 이고 있는 카일라스
사진의 대가 묵조선님에게 인증 샷을 부탁한다. 아래 사진이 선선히 내 카메라를 받아 찍어 준 고마운 사진이다. 묵조선님은 언제나 시선을 먼 곳에 두고 있어, 어쩐지 외로움이 묻어나는 분위기라, 인증 샷 따위를 부탁하기가 쉽지 않은데 선선히 청을 들어 준 것이 무척 고맙다. 시간이 지나자 구름이 흩어지며 카일라스가 전모를 보인다. 축복이다.
목조선님이 찍어 준 인증 샷
항상 먼 곳에 시선을 두고 있는 묵조선님
구름을 벗어 던진 카일라스
1실 4인이 투숙하는 방 배정을 받고, 한 동안 휴식을 취한 후, 식당에 모여 햇반을 끊여 몇 가지 밑반찬으로 식사를 하면서 가지고 온 랑(郞)으로 조용하 축배를 든다.
(2013. 7. 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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