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막촌에서 본 에베레스트

 

 천막촌에서 당겨 찍은 석양 속의 에베레스트

 

2013년 6월 20일(목)

밤중에 자주 화장실을 들락거리기는 했지만 일찌감치 잠자리에 든 덕에 피로가 많이 풀린 느낌이다. 6시 경에 일어나, 30여분 동안 가벼운 스트레칭으로 몸을 풀고, 짐 정리를 한다. 매일 풀었다 꾸렸다를 반복하는 짓에 이제는 이골이 났지만, 이런 귀찮은 일 때문에 여행 자체가 싫어지는 것은 아닌가 하는 부질없는 걱정까지 하게 될 정도로 지겨운 일이다.

 

8시 30분 숙소 앞에 집합하여, 짐을 차에 실어 놓고, 가까운 식당으로 이동한다. 오늘 아침은 중국식 조찬이다. 9시 30분 경, 딩리(定日)를 향해 출발한다. 사가에서 딩리로 가는 길은 두 가지다. 하나는 비포장도로를 따라 보롱(Borong)을 지나고 라롱라(拉龍拉)고개를 넘어 G318국도로 진압한 후 딩리에 이르는 것이고, 또 하나는 G219국도와 G318국도를 타고 eld리에 도착하는 방법이다. 전자는 이동거리가 300Km가 채 못 되는데 비해 후자의 경우에는 500Km나 된다. 우리는 비포장도로로 간다.

지도

 

얄룽창포(雅魯藏布)강을 왼쪽에 끼고 도로가 이어지는데 오른쪽 벌판은 메말라 사막화가 진행되는 느낌이다. 왼쪽으로 희미하게 집들이 보인다. 지도를 보니 저바(折巴)라는 곳을 지나는 모양이다. 길가에 타르초가 보이고 팻말이 세워져 있다. ‘법에 정한 대로 도로를 관리하여 원활한 소통을 보장하라.’ 라고 강조하고 있다.

 강을 건너 먼지를 날리며 비포장도로를 달린다.

 

도로 변의 팻말

 

도로는 강과 멀어지며 남쪽으로 이어진다. 9시 10분 경, 도로 변에 차를 세우고 잠시 바람을 쏘인다. 땅위에 선인장 같은 파란 식물들이 보이고, 나팔꽃 같이 생긴 꽃 두 송이가 돌밭에 떨어져 있다. 하지만 자세히 보니, 돌밭에 떨어진 꽃이 아니라, 땅위에 파란 잎을 내리고, 그 위에 꽃 한 송이를 달랑 피워낸 처절한 모습이다. 생전 처음 보는 놀라운 광경이다.

차를 세우고 잠시 휴식

 

돌밭 위의 경이 1

 

돌밭 위의 경이 2

추위와 바람 속에서 힘겹게 싹을 틔우면서 어쩔 수없이 꽃도 함께 피는 이 처절한 들꽃의 이름은 "인카빌레아 영허스밴디"입니다. 1904년 영국군이 라싸를 침공할 때, ‘영허스밴디’라는 군인에 의해 처음 알려지면서 지어진 이름이라고 합니다.<불목하니 님이 알려주셨습니다.>

 

다시 차가 출발하고 도로는 산간으로 이어진다. 도로관리를 잘 하자고 강조하는 팻말을 세울 정도로 신경을 써서인지 비록 비포장도로이지만 노면이 비교적 매끄러워 생각보다 덜컹거림이 심하지 않다. 이런 도로가 산허리를 따라 구불구불 오르고 내리고, 이어 황야를 달린다. 거친 황야에 여기저기 꽃들이 보인다.

 비포장도로지만 도로사정이 양호하다.

 

 황야의 들꽃

 

나중에 가까이 가서 찍은 사진

 

9시 30분, 민자이 고개임을 알리는 교통표지판을 지나, 타르초가 나부끼는 고도 4,800m의 고개 위에 선다. 남쪽으로 들판을 건너고, 두 겹 산을 넘은 뒤로, 만년설을 이고 있는 히말라야의 연봉들이 아름답게 보인다. 고개에서 내려서서 들판으로 이어지는 도로를 달려 내린다.

 교통표지판

 

 고개 위의 타르초

 

멀리 보이는 히말라야 설산

 

커다란 호수가 있는 초원으로 내려선다. 파오가 몇 채 보이고, 소와 양들이 초원에 흩어져 풀을 뜯고 있다. 평화롭고 여유로운 풍경이다. 마침 아낙네들이 아이를 데리고 파오 밖에 나와 있다. 카일라스님이 접근하여 사진을 찍고, 그 사진을 보여준다. 신기해하는 표정이 역력하다. 아주머니들의 양해를 얻고 사진 몇 카트를 찍는다.

 평화롭고 여유가 있어 보이는 초원

 

 카일라스님이 찍은 사진을 보여준다.

 

젊은 엄마와 아기

 

자애롭고 여유 있어 보이는 멋쟁이 할머니

 

쵸코릿, 캔디, 볼펜 등을 답례로 드리고 이분들과 작별을 한다. 차는 계속 초원을 달린다. 달리는 차속에서 조금 전에 만났던 할머니를 떠 올린다. 잔잔한 미소를 띠고 있는 할머니, 세파에 찌든 모습과는 거리가 먼 여유로운 얼굴이다. 이 할머니도 지은 죄업을 씻게 해달라고 오체투지를 하며 고행을 하실까? 이 할머니와 웅장하고 화려한 포탈라궁이나 노블린카, 그리고 죠캉사원 등과는 어떤 관련이 있는 것 일까? 이 할머니는 종교와는 무관하게, 유목생활 - 속세의 삶에 만족하고, 더 큰 욕심 없이 행복하게 사시는 분이 아닐까?

 

험한 톨마라고개를 오체투지로 넘으면서 카일라스 코라를 하던 젊은 티베트 여인이 생각난다. 그 여인이 나이가 들어 할머니가 됐을 때, 어떤 얼굴을 하고 있을까? 불심이 깊어, 생불 같은 얼굴을 하고 있을까? 아니면 유목민 촌에서 방금 본 할머니처럼 평범하지만 자애롭고 여유 있는 얼굴일까? 그것도 아니라면 험한 세파에 찌든 흉한 얼굴을 하고 있을까?

 

늙었을 때의 얼굴 모양을 결정해 주는 것은 무엇인가? 종교인가? 아니면 그가 살아온 세속의 삶인가? 또는 두 가지 요소가 합쳐진 것인가?

 

부질없는 생각에 잠겨 있는 동안에도 차들은 구름이 낮게 드리운 너른 들판을 달린다. 멀리 만년설 봉이 보인다. 10시 40분 경, 우리들은 아스팔트 도로로 들어서고, 얼마지 나지 않나 G318 77Km, 마라산(馬拉山) 17Km를 알리는 이정표를 만나다.

 구름이 낮게 드리운 너른 벌판

 

11시가 조금 지난 시각, 차들이 커다란 호숫가에 멈춰서고, 대원들은 차에서 내려 주위 풍광을 카메라에 담는다. 호수 오른쪽 뒤로 멀리 만년설을 이고 있는 히말라야 연봉들이 그림 같다. 호숫가를 떠나 잘 포장된 도로를 달린다. 히말라야 연봉들이 가깝게 다가온다.

 호숫가 정차

 

 아름다운 호수

 

 당겨 찍은 히말라야 연봉들

 

 초오유 1

 

 초오유 2

 

왼쪽 멀리 커다란 마을이 보인다. 나중에 안내판을 보니 마을이름이 寺龍村(Ser long Chong)이다. 12시 경 희봉(希峰) 검문소에서 검문을 받은 후, G318국도를 달려, 1시 30분 경, 딩리에 도착하여 점심식사를 한다. 식당에서 10여명의 폴랜드 관광객들을 만난다. 티베트에서 유럽 관광객들을 만나기가 쉽지 않은데, 이 양반들은 용케 허가를 받은 모양이다.

寺龍村

 

 검문소

 

 딩리 반점

 

점심식사를 마치고 EBC로 향한다. 여전히 잘 정비된 비포장도로다. 집이 몇 채 있는 마을 앞을 지난다. 아이들 서 너 명이 먼지 속에서 손을 흔들고 있다. 뚜오지에게 차를 세우게 하고, 초코릿과 사탕을 나눠준다. 아이들은 단 것을 좋아하기 마련인데, 이런 오지에서 단 것을 먹을 기회가 얼마나 있겠는가?

비포장도로로 진입 EBC로

 

티베트에 가면 어디고 구걸하는 아이들, 기념품 등을 사라고 귀찮게 구는 아이들이 많다고 들었는데, 우리가 갔을 때는 라싸도 그렇고, 유명한 사원이나 관광지 어디에도 그런 아이들을 찾아 볼 수가 없었다. 아마도 체면을 중시하는 중국정부에서 강력하게 규제를 한 모양이다. 하지만 이런 오지까지는 그런 행정력이 미치지 못 했는지, 캔디를 달라는 아이들이 남아 있는 모양이다. 차는 마을을 지나 광야를 달리고 개울을 건넌다

 개울도 건너고

 

 

길이 변해 돌밭길이 이어진다. 많이 덜컹댄다. 카이라스님은 심한 경우에는 차 무게를 줄이기 위해 사람들은 내려서 걸어야 할지도 모른다고 겁을 줬었는데 그 정도로 심하지는 않다. 돌밭길 주위의 산들의 모양이 특이하다. 마치 서유기에 나오는 화염산 같아 보인다.

 

 돌밭길

 

 화염산인가?

 

히말라야산맥이 가까워지는 모양이다. 돌밭 너머로 만년설 봉이 보이고, 뒤를 돌아보면 지나온 길이 아득하다. 다시 천막과 돌집이 보이고, 어린 녀석 하나가 차를 향해 손을 흔든다. 초코릿과 사탕을 주려고 하니, 반대하는 사람이 있다. 자꾸 주어 버릇하면 아이에게 거지근성을 키워주어 해가 된다는 논리다. 어쩌면 오른 소리 같이 들릴지도 모르겠으나, 실은 참으로 답답한 소리를 하는 양반이다.

 

 만년설 봉 1

 

 만년설 봉 2

 

 지나온 길

 

5시 43분, 다리를 건너고, 한동안 돌길은 더욱 더 험해지다가, 길이 황야를 버리고 산허리를 타고 오르면서 황톳길로 변한다. 5,140m의 져구라(遮古拉)고개로 구불구불 가파르게 이어지는 길이다. 이윽고 고개 위에 서니 히말라야 연봉들이 더욱 가깝게 다가선다.

 

 길이 산허리로 이어지며 황톳길로 변하고 가파르게

 

 더욱 가까워진 히말라야연봉들

 

고개를 내려서서 개울을 따라 달린다. 왼쪽 황톳빛 산 위, 푸른 하늘에 하얀 달이 걸려 있다. 7시 52분, 롱푸사(絨布寺) 안내판을 지나, 천막촌으로 들어서며 비로소 에베레스트의 모습을 본다. 8시 30분 경, 천막촌에 도착한다. 마을 왼쪽의 칼날 같은 암봉들이 지는 햇빛을 받고 불타는 듯 곱다.

 

 개울을 따라 달리고

 

 

 불타는 암봉

 

 에베레스트

 

천막으로 가득 찬 마을이 관광객들로 붐빈다. 같은 차를 타고 온 동승자들 단위로 텐트를 배정한다. 우리들은 雪域扎西旅館(Snowland Tashi Hotel)을 배정 받는다. 4호차 동숙자 5명과 기사 뚜오지, 그리고 천막 종업원을 포함하여, 7명이, 남녀를 가리지 않고, 함께 숙박한다.

 

 붐비는 천막촌(다음날 아침에 찍은 사진)

 

 우리가 묵은 숙소

 

관광객들이 많아 서인지, 영문으로 표기한 메뉴를 보여준다. ‘Pork Flied Rice'를 주문한다. 내일 아침 것도 주문하라고 해서, ’팬 케익‘도 함께 주문한다. 오므라이스도 있고 식단 에는 10여종의 음식들이 있는데 가격은 10~15위안 정도로 저렴하다. 하지만 음식의 질은 한참 떨어진다. 식사를 하고 밖으로 나가, 석양 속의 아름다운 에베레스트를 카메라에 담는다.

 

 석양 속의 에베레스트

 

천막 안에는 화장실이 없고 멀리 떨어진 공동화장실을 이용해야 한다. 이 많은 사람들이 몇 군데 없는 공동화장실을 이용해야 하니, 내일 아침이 큰일이다. 텐트 안에서 늦게까지 난로를 피워주는 때문인지, 침낭이 없어도, 추운 줄 모르고 잠을 잔다.

 

 

(2013. 7. 17.)

 

Posted by Urimah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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