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즈하라항과 아리아케산(558m)
미우라 해수욕장을 출발한 버스는 약 25분 정도 달려, 2시 45분 경, 한국전망대에 도착한다. 전망대를 향해 오르막길을 오르다 뒤돌아본 산세가 부드럽다.
한국 전망대 오르다 뒤돌아 본 산
나지막한 언덕 위에 팔각정 전망대가 우뚝하고, 그 옆에 비석이 보인다. 전망대로 들어서기 전, 비석 쪽으로 향하다, 해상자위대 레이더기지를 카메라에 담고, 조선국 역관사 순난 비 앞에 선다.
한국전망대
해상자위대 레이더기지
조선국 역관사 순난지비(殉難之碑)
역관사 명단
역관사 순난 경위문(사진 크릭하면 커짐)
건립 시기
전망대가 세워진 곳은 대마도 최북단, 와니우라(顎浦)지구로 한국과는 불과 49.5Km 정도 떨어져 있어서, 맑은 날에는 부산이 보인다고 한다. 전망대 안으로 들어서서 잠시 내부를 둘러본다.
한국 전망소 시설안내(사진 크릭하면 커짐)
한국과의 가교
한국의 야경
한국과 대마도의 역사
한국통신사
한국전망대를 둘러본 일행은 버스에 올라 다음 행선지인 온천으로 향한다. 버스가 출발하자, 남자 가이드가 마이크를 잡고, 대마도에 대한 이야기를 한다. 대마도에 울창한 원시림이 보존되고 있는 것은 주민들의 난벌(亂伐)을 엄격하게 규제했기 때문이라고 한다. 산의 나무를 베지 말라는 명령에 불복, 몰래 나무를 베다 걸리면, 바로 현장에서 목을 잘랐다고 한다. 이어 우리나라 사람들과 비교하여 일본인들의 장점을 설명하는데, 땀을 심하게 흘리더니 말끝을 이어가지 못하지 않는가?
앞자리에 앉아 있던 젊은이가 가이드를 부축하여 내 옆자리에 앉히며, 어디가 불편하냐고 묻지만, 가이드는 고개를 흔들 뿐 말을 하지 못한다. 젊은이가 가이드의 눈을 들여다보더니, 눈이 풀렸다며, 문제가 심각하니, 기사에게 바로 가까운 병원으로 가자고 하지만, 기사양반은 대마도가 워낙 외딴 섬이라 가까운 곳에 병원이 없다고 난처해한다.
인솔자가 타고 있는 앞 차와 연락을 시도해 보지만, 로밍을 해온 전화가 없어 통화가 되지 않아 안타깝다. 맥을 짚어보니 맥은 규칙적으로 뛰고, 호흡도 정상인 것 같은데, 가이드의 상태는 점점 더 나빠지는 것 같다. 손이 뻣뻣해 지며 앉아 있지를 못하고 누우려고만 한다. 놀란 젊은이가 손을 주물러 주고, 심폐소생술까지 시도해보지만 별무효과다
당뇨병 환자의 당 부족인가? 아니면 식사 후 바로 시작한 산행에서 오는 급체인가? 도무지 알 수가 없다. 주유소가 보이자, 위기를 느낀 젊은이가 기사에게 주유소로 들어가라고 지시를 하고, 주유소 사람들의 도움을 받아 119를 부른 후, 앞차와 통화를 한다.
이윽고 인솔자와 여자 가이드가 모습을 보이고, 조금 뒤에 119구조대 앰뷸런스가 도착하여 환자를 옮긴 후, 젊은이와 그의 형이 환자와 동행한다. 나중에 알고 보니 젊은이는 인천 청주중학교 일본어 교사인 김기탁 씨인데 모처럼 형제가 함께 여행을 하다, 위기에 처한 가이드를 적극 도와 귀한 생명을 구하게 된 것이다.
이러다 보니, 4시 20분이 넘어, 미쓰시마에 있는 미네온천 호타루노유(ほたるの湯)에 도착한다. 이 온천은 대마도 유일의 100% 천연온천수를 그대로 사용하고 있어, 온천수의 온도가 30도 내외로 다소 미지근하다는 느낌이 들기는 하지만 원천을 가열해서 탕으로 공급하고 있는 곳과는 달리 오리지널한 온천수를 접할 수 있다는 경험을 핳 수 있어 좋다. 30여분 온천을 즐기고 나와 맥주를 찾지만 없다며. 좀 떨어져 있는 편의점에 가야 살 수가 있다고 알려준다.
온천입구 안내판
접수처
만화책
자판기가 비치되어 있지만 맥주는 없다.
여자들이 시간이 걸려 밖으로 나와 주위를 살펴본다. 온천 가까이에 맑은 미네강이 흐르고, 봄, 가을 저녁 무렵에는 반딧불을 만날 수 있어 “호타루(반딧불)‘라는 이름이 붙었다고 한다. 5시 30분이 넘어, 대원들이 모두 차에 오르자, 버스는 비로소 이즈하라로 출발한다. 6시가 넘으니 어둠이 깔리기 시작하고, 7시가 다 되어 민박집에 도착한다.
호타루노유 전경
미네강
일본식 저택
차창 밖으로 어둠이 깔리고
민박집에서 김 교사 형제를 만나 가이드의 근황을 듣는다. 119 앰뷸런스가 이시하라 병원에 도착했지만, 환자는 뇌일혈로 바로 수술을 해야 하기 때문에, 자위대 헬기를 불러, 나가사키로 이송하고, 보호자의 동의를 받느라고 상당한 시간을 지체한 후 비로소 수술실로 들어갔다는 이야기이다. 평소 고혈압으로 약을 복용하던 가이드가 아마도 약 복용을 소홀이 했던 모양이다.
인솔자 그리고 김 교사 형제와 함께 저녁식사를 한다. 인솔자, 김 교사 형, 모두가 술을 좋아 하는 소탈한 양반들이다 보니, 생선과 돼지고기 바비큐를 안주로 맥주파티가 벌어진다, 민박집 여주인 入江有記 씨는 시의회의원이라고 한다. 김 교사와 금방 친해져 담소를 나누는 모습이 보기 좋다.
민박집 여주인과, 선물로 받은 성냥 통을 들고 있는 김 교사
다음날 민박집 여주인 사무실에서 기념촬영을 하는 김 교사
9시가 다되어 맥주파티를 끝낸 일행은 숙소로 향한다. 우리들은 여유 있는 도미토리에 배정되어 마음에 드는 침상을 골라 잠자리로 삼고, 편안한 밤을 보낸다.
민박집 숙소
허가증
입구장식
아침에 일찍 일어나 숙박업소 주위를 둘러본다. 우리가 묶은 민박집은 이즈하라항 국제터미널 가까이에 있는 모양이다. 페리항도 보이고 경비정도 보인다. 약간 쌀쌀하게 느껴지는 날씨에, 항구주위와 도심까지 나와 본 후, 민박집으로 돌아와 아침식사를 한다. 일본식 조찬이라, 푸짐한 맛은 없어도, 오밀조밀 깔끔하다.
아침식사 자리에서 김 교사가 가이드의 근황을 전해준다. 수술은 잘 끝났으나, 환자는 아직도 의식을 찾지 못하고 있고, 의식이 돌아와도 반신불수를 면하기 어렵다는 비보다. 아침식사를 마친 일행은 걸어서 이즈하라 관광길에 나선다.
이즈하라대교
계류 중인 어선들
만남의 장소
경비정
이즈하라항
이즈하라 관광지도(사진 크릭하면 커짐)
처음 간 곳은 덕혜옹주 결혼봉축비가 있는 곳이다. 조선왕조 26대 고종의 왕녀 덕혜옹주는 1931년 5월 대마도 번주 소 타케유키(宗武志) 백작과 결혼하였다. 이 비(碑)는 두 사람의 결혼을 축하하는 뜻으로 대마도에 거주하는 한국인들에 의해 건립되었다. 두 사람 사이에는 딸 正惠가 있었으며, 1955년 이혼 후 1961년에 귀국한 덕혜옹주는 1989년 창덕궁 낙선재에서 별세하였다. 이 기념비는 2001년 11월에 복원된 것이다.
이시하라 성터 안내문을 보고 성벽을 카메라에 담은 후 화려한 누각 아래 누문을 통해 안으로 들어서서, 이정표의 안내로, 덕혜옹주 결혼봉축비로 향해 동백꽃 길을 따라 걸으며 이수복의 동백꽃을 웅얼거린다. 동백꽃 속의 누님과 덕혜옹주가 어찌 이리도 닮았단 말인가?
가네이시 성터
안내문(사진 크릭하면 커짐)
누각
이정표
동백꽃 길
덕혜옹주 결혼봉축비
안내문(사진 크릭하면 커짐)
동백꽃 - 이수복
동백(冬柏)꽃은
훗시집 간 순아 누님이
매양 보며 울던 꽃.
눈 녹은 양지쪽에 피어
집에 온 누님을 울리던 꽃.
홍치마에 지던
하늘 비친 눈물도
가냘프고 씁쓸하던 누이의 한숨도
오늘토록 나는 몰라.
울어야 던 누님도 누님을 울리던 동백꽃도
나는 몰라
오늘토록 나는 몰라.
지금은 하이얀 촉루가 된
누님이 매양 보며 울던 꽃
빨간 동백꽃.
Note : 훗시집-첩살이, 홍치마-새댁, 촉루-뼈
결혼봉축비를 뒤로하고 나오다 무심코 뒤를 돌아다보니 아리아케산(有明山-558m)이 부드러운 모습을 보인다. 시간이 되면 꼭 오르고 싶었던 산이라 무척 아쉽다. 다음은 유지마텐신사(湯島天神社) 도리이(鳥居)를 지나 하치만구신사(八幡宮神社)로 향한다.
아리아케산
유지마텐신사 도리이(鳥居)
하치만구신사
대로변에 있는 하치만구신사 도리이를 들어서면, 다시 좌우 양쪽에 세워진 도리이를 만나게 된다. 오른쪽 도리이를 지나 계단을 오르면 하치만구신사에 이르고, 왼쪽 도리이를 지나면 우노도(宇努刀)신사, 와카미야신사, 텐진신사, 를 만나게 된다
좌우 양쪽 2개의 신사
하치만구신사로
하치만구신사는 일본 무인의 수호신으로 어부와 전사를 보호하는 신을 모신 곳이라고 한다. 계단을 다 올라, 안내문이 있는 곳에서 오른쪽 문으로 들어서서 본전으로 향한다. 왼쪽 면에는 신사건립 시 봉헌한 사람들의 이름이 적힌 석비들로 가득하고 오른쪽으로는 신전 부속건물이 고즈넉하다,
하치만구신사 안내문
본전을 향해
가득한 비석들
데즈미야에 이르러 왼손을 씻어 과거의 죄를, 다음 오른 손을 씻어 현재의 죄를, 그리고 입안을 헹구어 말로 지은 죄를 씻어낸 후, 마신(馬神)을 지나, 하치만구신사 본전 앞에 선다. 이 신사에는 삼한을 정벌했다는 진구 황후(神功皇后)를 모셨다고 한다. 신화를 만드는 것은 탓 할 바 아니나, 남의 나라를 침공하여 정벌했다는 따위의 신화를 만들어 내는 것을 보면 일본인들의 호전성을 그대로 드러낸 것이라 할 수 있겠다.
데즈미야
마신
본전
기원팻말
신전 부속건물
이번에는 왼쪽 도리이를 지나고, 가파른 계단을 올라, 우노도신사, 그리고 소서행장 부인, 마리아를 제신으로 모신 와카미야(若宮)신사와 안덕천황을 제신으로 모신 텐진(天神)신사를 차례로 둘러본다. 이들 신사 주위에 용립한 거목들이 눈길을 끈다.
왼쪽 도리이
우노미야신사
안내문
와카미야신사
안내문,
텐진신사
안내문
거목 1
거목 2
거목 3
하치만구신사를 뒤로 하고 다음은 나카라이 토스이(半井 桃水) 기념관으로 향한다. 나카라이 토스이는 1860년 대대로 쓰시마 번주의 주치의를 지낸 집안의 장남으로 태어 났다. 1882년 특파원 1호로 서울에서 활동하였으며, 춘향전을 번역하여 신문에 연재한 기자 겸 소설가이다. 그의 이즈하라 생가 터에 있는 기념관은 관련자료 전시와 교류의 장으로 활용되고 있다.
니카라이 토스이 기념관으로 가다 만난 종의지(宗義智) 동상
나카라이 토스이 기념관
니카라이 토스이
기념관
기념관 관람을 마치고 하치만구신사 건너편 주차장에 대기 중인 버스에 오른다. 아유(鮎-은어)모도시 자연공원으로 출발하기 위해서다. 하지만 출발 시간이 10분 넘게 지났는데도 두 사람이 나타나지 않아, 인솔자가 이리 뛰고 저리 뛰며 찾아 다녀도 찾지를 못한다. 어쩔 수가 없자, 인솔자는 자기가 여기 남아 두 사람을 기다릴 터이니, 우선 출발을 하라고 지시를 한다.
이즈하라항이 뒤로 보이고
산허리를 잘라 만든 도로
주차장을 출발 한 버스는 40여분 만에 “은어회귀 자연공원”에 도착한다.
아유모도시 자연공원 돌 표지
대마 이즈하라 관광안내판(사진 크릭하면 커짐)
은어는 아시아 극동지방의 하천이나 댐에서 살고 있는 일년생 어종이다. 특히 맑은 물을 좋아하기 때문에 수질이 나쁜 곳에서는 찾아 볼 수 없으며 최근 환경문제가 심각해짐에 따라 환경지표 종으로서의 가치도 인정되고 있다.
은어의 수명은 1년이지만 개체에 따라서는 2년까지 사는 놈도 있다. 우리나라나 일본에선 월동하는 무리가 보고된 적이 있다.
은어는 대부분을 하천에서 생활하지만 아주 어릴 적에는 바다로 내려가서 생활하며 연안에서 겨울을 지내면 강으로 다시 거슬러 올라와 일생을 보낸다.
공원입구로 들어서서 흔들다리 청류교(淸流橋)를 건너며, 암반 사이로 흐르는 맑고 깨끗한 하천을 굽어보고, 하천을 건너 조금 더 진행하니, 오른쪽으로 캠핑장이 보이는데 오랫동안 사용하지 않았는지 무척 쇠락해 보인다. 도로에 올라서서 건너편 산을 바라보고 넓은 임도를 따라 트레킹을 시작한다.
흔들다리 청류교
하천 암반 사이로 청류가 흐르고
인적이 없는 낡은 캠핑장
건너편 산
임도 따라 트레킹
하지만 얼마 가지 않아 임도가 끝난다. 하여 왔던 길을 되돌아가거나, 눈앞에 보이는 철책을 따라 내려서는 두 가지 길 중에 하나를 선택해야 하는 기로에 선다. 여자들 대부분은 백 코스를 택하고, 남자들 일부가 철책을 따라 내려 청수교로 되돌아온다. 그러다보니 걸은 시간은 고작 25분 정도다.
철책길
이름 모르는 나무군락
트레킹 끝
다시 버스에 올라 시내로 돌아와 인솔자와 지각한 두 사람을 만난다. 멀끔하게 생긴 중년부부다. 아마도 아유모도시 자연공원 탐방은 포기하고 면세점을 둘러볼 생각이었던 모양이다. 그렇다면 가이드에게 미리 신고를 했으면 좋았을 터인데.... 이런 양반들이 우리를 슬프게 한다.
JTC 대마점
가이드의 안내로 JTC 대마점을 둘러보고, 점심식사를 한 후, 자유 시간을 갖는다. 부산행 오션프라워호의 이즈하라항 출항시간은 3시 30분이다. 30분 전에 터미널에 모두 모여 승선절차를 밟기로 한다. 나는 TIARA, 마츠모도기요시 이즈하라점, 슈퍼마켓, 그리고 모스버거점 등을 둘러보고, 샤론파스, 동전파스를 구매하고, 슈퍼에서 25도짜리 일본소주(고구마원료/증류주)와 안주로 고등어 사시미, 그리고 스시 등 약 2,000엔 어치를 산다.
TIARA
모스버거
우리나라 안동소주처럼 발효 후 증류시킨 일본소주는 12도, 25도 정도의 마시기 좋은 알코올 도수에 무색, 무취 한 것이 일품이고, 사시미는 숙성을 시켜서 입안에서 살살 녹아나는 느낌이다.
일본 소주
3시가 가까워지자 승선이 시작된다. 승선절차를 마치고 오션플라워호를 배경으로 기념사진 몇 컷을 찍고 승선한다. 부산까지의 항해 시간은 약 2시간 10분이라고 한다.
타고 갈 오션플라워호 1
오션프라워호 2
김 교사 형제분과 인솔자
이윽고 배가 출항하여 부산으로 향한다. 맑은 날씨에 여전히 파고는 높지만, 30분 전에 복용한 멀미약 덕인지, 별로 힘든지 모르겠다. 짧은 대마도 여행이지만 나름대로 좋았던 것 같다. 시간이 부족하여 에보시다케 전망대, 만재키 전망대, 만제키바시, 반쇼인 등을 둘러보지 못해 아쉽다. 별 특색이 없는 아유모도시 자연공원을 가는 대신, 위에 거론한 곳들을 갔으면 좋았겠다 는 생각이 든다.
아름다운 부산항
오션플라워호는 18시 경, 부산항에 도착하고, 버스로 갈아 탄 일행은 지하철이 끊기기 전에 무사히 서울에 도착하여 1무1박3일간에 걸친 대마도여행을 마감한다.
(2018.3. 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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