홋카이도 여행(3)

일본여행 2012. 12. 17. 15:42

 

 

타루의 운하거리,때 맞추어 눈이 내린다.

삿포로 오오도리 공원의 일류미네이션

 

2010년 12월 7일(화)
여행 3일째 되는 날이다. 아침 일찍 일어나 온천을 하고 엘리베이터를 기다린다. 이윽고 엘리베이터가 도착하여 문이 열리자 일본인 할머니가 나오면서 묻지도 않았는데 밖에는 비가 온다고 알려준다. 아마도 눈을 간절히 기다리는 마음이 전달된 모양이다. 방으로 돌아와 TV를 켜보니 삿포로의 현재 기온이 영상 3도라고 한다.

 

동생네와 함께 우산을 들고 지옥의 계곡을 둘러본 후 호텔로 돌아와 아침식사를 한다. 호텔에서의 식사는 대부분이 뷔페다. 일식, 중식 등 다양한 음식들이 차려져 있어 자칫 과식하기 쉽다. 엊저녁에 과식을 한 탓에 오늘 아침은 죽으로 위의 부담을 가볍게 한다. 오늘은 8시 30분에 호텔을 출발하여 치토세에 있는 기린맥주공장을 견학하고 오타루로 간다.

어제 묵었던 미아비데이 호텔, 가이드가 길을 건너고 있다.

버스는 노보리베츠 톨게이트를 지나 고속도로로 들어선다. 오락가락 하던 빗발이 지금은 소강상태다. 고속도로가 한적하다. 이윽고 치토세에 있는 기린맥주공장에 도착한다. 공장의 명칭이 ‘그린 비어파크 치토세’다. 공장의 정원이 아름답기로 유명하다고 한다. 그래서 ‘비어파크’라고 자랑을 하는 모양이다.

한적한 고속도로

 

안내하는 여사원을 따라 견학로를 따라간다. 벽에 걸린 VTR에서 맥주의 제조과정을 영상으로 보여준다. 언어는 일본어, 한국어, 영어, 중국어 중에서 선택한다. 재치 있는 여사원이 우리 일행 중에 외할머니를 따라 온 유치원생에게 언어 선택권을 준다. 한쪽 벽 유리창 너머로 어마어마하게 큰 저장탱크들이 보인다. 섭씨 0도에서 미숙성 맥주를 1~2개월 숙성 시키는 탱크다. 탱크 하나가 백만 개가 넘는 캔 맥주를 만들 수 있는 량이라고 한다.

 

맥주의 원료인 맥주보리, 호프, 기타 첨가물 등을 보여준다. 호프는 처음 보는데 꽃처럼 생겼다. 350ml 캔 맥주 하나 만드는데 호프 5개가 소요된다고 한다. 견학대에서 병맥주 제조과정을 본다. 모든 공정이 자동으로 흐르고 사람의 모습이 보이지 않는다. 종업원이 몇 명이나 되느냐고 물으니, 전부 100명이라고 한다.

 

견학을 마치자 시음장으로 안내한다. 1인당 시음권 2매씩을 주고, 라거나 라이트 중에서 골라 마시라고 한다. 5%짜리 라거비어가 맛이 괜찮다. 공장견학 때에는 사진을 못 찍게 하더니, 시음장에서는 사진을 찍게 한다. 회사에서는 홍보를 위해 공장견학에 많은 힘을 기울이는 모양이다. 아침 9시 30부터, 오후 3시 30분까지 하루에 11번 공장견학을 허용하고, 견학인원은 2명~50명이다. 한국어로 된 팜플렛도 비치되어있다. 시음장 옆에 있는 매점에서 기린 흑맥주 스타우트(Stout) 두 캔을 산다. 저녁에 맛을 보니, 영국의 기네스(Guinnesse)보다 맛이 부드럽다.

두 번째 잔을 청구하는 애주가인 매제

60대로 보이는 부부와 그 뒤로 두 따님과 함께 온 일가족

50대 부부와 유치원생

 

일본인들은 깨끗하고, 질서가 있고, 친절하고, 근면하다. 그래서 일본을 좋아하는 사람들이 많지만 나는 일본을 좋아하지 않는다. 36년 동안 그들의 지배를 받았기 때문만이 아니다. 혼네와 다데마에로 표현되는 일본인들의 이중성, 편 가르고, 차별하고, 강한 자에게는 약하고, 약한 자에게는 강한 섬나라 근성, 그리고 집단이 됐을 때 보여주는 그들의 야만성과 폭력성....정신대라는 이 세상에서 유례가 없는 제도를 만들어 악행을 저질렀으면서도, 명백한 사실을 부정하고 반성할 줄 모르는 뻔뻔함... 그래서 불가피한 경우가 아니면 일본상품을 사지 않았는데, 이번에 산토리 타루나마 비어와 기린 흑맥주 맛을 보니, 국내에서도 이들을 판매 한다면 사서 마셔야겠다고 슬그머니 생각이 바뀐다.

 

맥주공장 견학을 마치고 오타루로 향해 고속도로를 달린다. 머리가 하얀, 나이 드신 기사양반은 우리들이 차에 오르내릴 때면 매번 어김없이 친절하게 인사를 한다. 그렇지만 회사의 규정이라며 고속도로에서도 90Km 이상의 속도는 내지 않는다. 어제는 뱃시간을 놓치고, 오늘 공장견학에도 10분 이상 지각을 해서, 가이드가 발을 동동 굴러도 태연하다. 삿포로를 지난다. 생각보다 엄청나게 큰 도시다. 그런데 이게 웬일인가? 고대하던 눈발이 날리질 않는가?

오타루가 가까워지자 제법 눈이 쌓인다.

 

버스는 눈이 내리는 오타루에 들어서서, ‘타지마’라는 스시집 앞에 우리들을 내려준다. 꽤 알려진 집인 모양이다. 손님이 많다. 우리들은 이층 예약 석으로 안내되어 자리를 잡는다. 뜨거운 사케 한 도꾸리를 주문한다. 스시가 나온다. 보기가 좋다. 하지만 만들고 시간이 지나서인지 부드러운 맛이 없고 뻣뻣하여 적이 실망한다. 무심코 뒤를 돌아보다 벽에 붙어 있는 안내문을 보고 깜짝 놀란다. 이시가와 다쿠보쿠(石川啄木) 가 이집에서 산 적이 있다는 안내문이다.

 

이시가와 다쿠보쿠는 1886년에 태어나 1912년, 26세의 나이로 요절한 일본의 시인이다. 단가 형식에 현대어로 가슴에 와 닿는 아름다운 많은 시를 쓴 시인으로 유명하다. 어렸을 때부터 신동이라는 소리를 듣던 시인이지만, 1905년 재직하고 있던 초등학교에서 교장 배척 운동을 벌이다 실직한 후, 직장을 찾아 홋카이도를 방랑하며 기자생활을 할 때, 이집에서 어머니와 부인, 그리고 딸과 함께 살았던 모양이다. 아래에 옮겨 놓은 것은 우리나라에도 널리 알려진 그의 절귀(絶句)다.

오타루 도착하여 식당으로, 사진 속의 여인은 수원에서 온 사돈, 아무리 보아도 환갑이 넘어 보이는 스타일이 아니다.

타지마 스시 집

이시가와 다쿠보쿠가 살았던 집

 

동해의 작은 섬
바닷가 흰 모래
나 울고 울어
게와 노닐다.

* * * * *

장난삼아 어머닐 등에 업고서
그 너무도 가벼움에 울음이 나서
세 발자국도 걷지 못하더라.


식사를 마치고 운하로 간다. 오타루는 삿포로의 외항으로 유럽 및 러시아와의 곡물교역의 중심지로 일찍부터 발전한 항구도시다. 동해안쪽에 면해있어 눈이 많은 지역으로도 유명하다. ‘러브레터’, ‘철도원’ 등의 영화로 우리나라 사람들에게도 널리 알려진 관광명소다. 때마침 내리는 눈을 맞으며 3시간 가까이 사카이마치 혼도리 주변의 유리공예점, 와인 숍, 슈프림 빵집, 베네치아 전시관, 오르골(Orgel)당, 사카이 마치 우체국 등을 둘러본다.

오타루 운하

관광 안내소-들어가 오타루 지도를 찾으니, 혼자 자리를 지키던 중년여인이 상세한 지도를 내주며, 친절하게 현재 위치를 표시해 준다.

식당으로 변한 옛창고

사카이마치 혼도리-일발통행이다.

라멘 프라자

쵸코렛 하우스

구 기무라 창고 안내

가다이치 가라스(北一硝子)와 지자케야(地酒)

오타루 오르고르당

증기시계

오타루 해관소 등대

오타루 사카이마치 우체국

유메노 오또(夢の音)

오르골 1

오르골 2

오르골 3

오르골 4

 

동화 속에 나오는 거리 같은 오타루를 둘러보고 4시 10분 삿포로로 향한다. 삿포로는 도쿄, 규슈, 오사카, 나고야와 함께 일본의 5대 도시 중에 하나로, 도시 이름은 "넓고 건조한 땅"이란 의미의 아이누족의 말에서 유래했다고 한다.

삿포로(펌)

 

삿포로의 도시건설은 1869년에 착수되었으며, 시가지는 바둑판처럼 정연한 가구(街衢)구획을 보인다. 1886년 도청이 설치되어 홋카이도의 행정중심지가 되었다. 1972년 동계올림픽대회 개최를 계기로 지하철·지하상가·지역난방이 완공되었으며, 세이칸[靑函]터널의 개통과 신치토세[新千歲]공항 개항 및 고속도로의 정비 등으로 교통의 요충지가 되었다.

 

시가지 중심부를 동서로 통하는 너비 105m의 대로에는 가로수와 화단이 이어지고, 개척공로자의 동상·기념비 및 텔레비전 탑 등이 있어 오오도리공원[大通公園]이라고 부른다. 그. 매년 2월 초에 열리는 눈 축제 때는 아름다운 얼음조각이 길가에 전시된다. (이상 관련자료 발췌)

 

버스는 해가 진 후 삿포로에 도착한다. 이제 막 점등이 시작되는 오오도리공원 일대의 일류미네션을 둘러보고 숙소인 삿포로 프린스 호텔에 도착하여 온천과 저녁식사를 한 후 동생네와 함께 거리구경에 나선다. 오타루와는 달리 이곳 삿포로에는 간간이 빗줄기가 흩날린다. 호텔 건너편에 있는 100엔 샾도 들어가 보고, 타누키코지(狸小路) 상점가를 기웃거리며 라멘으로 유명한 요코초(橫丁) 부근 까지가 보지만, 저녁식사를 한지가 얼마 되지 않아, 유명한 삿포로 라면의 맛을 보지 못한다. 유감이다.

삿포로 TV탑

일류미네이션 1

일류미네이션 2

일류미네이션 3

100엔 샾

타누키코지 상점가 1

타누키코지 상점가 2

 

9시가 다 되어 호텔로 돌아온다. TV를 켜보니 하루 종일 한국드라마를 방영하는 채널이 있다. 한류(韓流)라는 소리는 들었지만 이정도인지는 몰랐다. 가이드의 설명에 의하면, 욘사마의 ‘겨울 소나타’에서 비롯한 한류는 중년부인들에 한정됐었지만, 젊은 층에까지 한류가 폭 넓게 확산된 것은 2002년 월드컵의 영향이라고 한다. 일본과 공동개최한 월드컵에서 일본은 16강에 그친 반면, 한국은 8강을 넘어 4강까지 이른데다, 한반도를 휩쓴 붉은 악마들의 응원전의 열기과 에너지에 매료되어 그때까지지 무관심했던 한국에 대한 관심이 폭발적으로 늘었다고 한다.

 

2010년 12월 8일(수)
치토세 발 인천행 KE766편의 출항시간은 오후 2시다. 12시까지 공항에 도착하면 되니 오전시간에 여유가 있다. 10시에 호텔을 출발하여 어제 보지 못했던 삿포로 시계탑과 홋카이도 구청사를 둘러보고 공항으로 향한다.

시계탑 건물 - 버스타고 지나며 찍은 사진. 1878년에 건축되어 홋카이도대학의 전신인 삿포로농학교의 연무장과 강당으로 사용하던 건물이다. 미국 중서부의 건축 양식을 모델로 하여 장식이 없이 실용적으로 지어진 목조 건축물이며, 일본의 중요문화재로 지정되어 있다.

시계탑 - 현존하는 일본의 시계탑 중에서 가장 오래된 것으로 120년 동안 1분도 틀리지 않고 정확하게 시간을 알려준다고 한다. 맑은 종소리로 유명했지만 지금은 울리지 않는다고 한다.

구청사 - ‘아까 렌카’라는 애칭으로도 불리는 건물로 일본의 중요문화재로 지정되어 있다. 홋카이도의 상징적인 건물이며, 일본의 메이지(明治)시대를 대표하는 건축물이다. 미국의 메사추세츠주(州) 의사당을 모델로 한, 네오바로크 양식의 건축물인데, 건축에 쓰인 자재는 모두 홋카이도에서 생산한 것이라고 한다.

안내판

배치도

시마마츠에의 이별

안내문 - 삿포로농학교의 개교와 더불어 교장으로 초빙된 윌리암 스미스 크라크가 8개월여의 삿포로에서의 임무를 마치고, 귀국길에 오른다. 그날 아침, 이별을 아쉬워하는 교사와 학생들이 시마마츠까지 따라온다. “청년들이여! 야망을 가져라.(Boys, Be Ambitious!)윌리암 크라크의 유명한 이별사다.

 

탑승수속

 

공항으로 향하는 버스 속에서 가이드 김정아씨가 작별인사를 한다, “3박 4일 동안의 짧은 여행이었지만, 흐린 날, 비오는 날, 바람 부는 날, 눈 오는 날들을 두루 겪으면서 홋카이도의 다양한 모습을 즐겼습니다. 특히 하코다테의 야경, 노보리베츠에서의 온천, 그리고 토야 호를 굽어 볼 수 있는 사이로 전망대 주변의 가을풍광과 함박눈을 맞으며 걸었던 오타루의 사카이마치 거리 등은 오랫동안 아름다운 추억으로 남을 것입니다. 좋은 분들이 오셔서 많은 행운이 따랐다고 생각합니다. 고맙습니다.”

 

 

(2010. 12. 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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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Urimah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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