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현봉

 

북한산은 다양한 코스로 여러 차례 산행을 했지만 사자능선과 보현봉은 아직 가 보지를 못했다. 사자능선이 2007.1.15~2026.12.31까지 휴식년제로 출입을 통제하기 때문이다. 이 조치대로라면 지금부터 15년 후에나 사자능선을 밟아 볼 수 있다는 이야기가 된다. 그때까지 살 수 있다는 보장도 없지만, 설혹 살아 있더라도 산행은 불가능할 것이 분명하니, 사자능선을 밟아보려면 결국 범법(犯法)을 하는 도리 밖에는 없겠다.

 

사자능선은 북한산에서 가장 기(氣)가 센 능선으로 태조 이성계가 한양천도를 하면서 이 사자능선상의 사자봉에서 조선창업을 기원하는 기도를 올렸다고 한다. 이런 이유로 많은 무속인, 신앙인들이 암,수 사자봉과 보현봉으로 몰려들어 한밤중에도 큰소리로 울부짖는 바람에, 산 아래에 주민들의 원성을 사게 되고, 민원에 견디지 못한 국립공원관리공단에서는 사자능선을 자연휴식년제로 묶어 2026년까지 입산을 통제했다는 이야기도 있다.

 

2013년 1월 31일(목)

아침신문의 오늘의 운세 난을 본다. 위험이 따르는 날이니 각별히 조심하라는 운세다. 모처럼 사자능선을 경유하여 보현봉을 오르려고 작심한 날이라 오늘의 운세가 마음에 걸린다. 산행지를 바꿔볼까도 생각해 보지만 이내 고개를 젓고 강행키로 한다.

 

재벌총수였던 학교동창이 매일 오늘의 운세를 보고는, 운세가 좋지 않은 날은 출근도 하지 않고 집에서 조심을 했다고 한다. 하지만 그런 그도 매일하는 운동으로 호텔 수영장에서 수영을 하다 70도 못된 나이에 급서(急逝)한다. 사인은 심장마비였다고 한다. 인명재천(人命在天)이라 하지 않던가?

 

범법자들의 기록을 살펴본다. 출입금지 능선이라 들머리 찾기가 어렵다고 한다. 관음사를 경유했다는 사람, 전심사를 지났다는 사람, 또는 구기계곡을 따라 오르다 적당한 곳에서 오른쪽 능선으로 붙었다는 사람도 있다. 전심사는 북한산둘레길을 걸으면서 지났던 적이 있는 곳이라 그곳에서부터 들머리를 찾아보기로 한다.

 

9시가 조금 넘어 집을 나선다. 7호선 강남구청역에서 승차하고, 노원역에서 4호선으로 갈아탄 후, 길음역 3번 출구로 나와, 10여분간 기다린 끝에, 9211번 버스에 승차하고, 구기터널 앞 한국고전번역원 정류장에서 내린다.

한국고전번역원 정류장(지난 가을사진) - 버스에서 내려 파란 줄 따라 거꾸로 진행

 

이어 북한산 둘레길을 안내하는 파란 줄을 따라 평창동 쪽으로 이동하여, 10시 46분, 천지골 추어탕에 이르고, 둘레길 안내표지를 따라 왼쪽 골목으로 들어서서, 완만한 오르막길을 약 2분 정도 올라, 전심사 100m 앞의 이정표를 만난다.

천지골 추어탕

 

 이정표

 

민가 같은 전심사 앞을 지나고, 곧이어 만나는 삼거리에서 신축공사장을 끼고 왼쪽 넓은 도로를 따라, 약 2분정도 진행하자, 오른쪽에 사자능선으로 진입하는 들머리가 보인다. 오늘의 산행코스는 『천지골 추어탕-전심사-사자능선-쌍사자봉-보현봉-청담샘-평창계곡-평창공원지킴터』로 산행시간은 중식시간 30분포함, 약 5시간 정도다.

들머리

 

돌계단을 올라 산길로 들어선다. 뚜렷한 등산로가 완만하게 사면을 타고 오르더니, 3분 후, 작은 전망바위가 있는 능선으로 진입한다. 첫 번째 만나는 전망바위지만 아직은 고도가 낮아 남서쪽으로 인왕산과 안산이 빼곰하게 보일 뿐이다. 전망바위에서 내려서서 부드럽게 이어지는 능선길을 산책하듯 천천히 오른다. 오른쪽으로 주택들이 가까워지며, 개들이 요란하게 짖어댄다.

능선 턱 아래까지 들어선 주택들. 이쯤이면 울부짖는 한밤중의 기도소리가 뚜렷이 들리겠다.

 

주택들이 멀어지고, 소나무 숲 사이로 신작로 같이 잘 정비된 산책로가 이어진다. 산행 들머리로 들어서서 10분 도 채 안된 시각이다. 산책길은 드믄 드믄 널린 암릉 사이로 이어지고, 오른쪽 나뭇가지사이로 시야가 트이더니 저 멀리 보현봉이 처음으로 모습을 들어낸다.

 산책길

 

모습을 드러내는 보현봉

 

11시 10분, 두 번째 전망바위에서는 구기동일대의 주택가만 내려다보일 뿐 달리 볼 것이 없었으나, 7분 후, 만난 세 번째 전망바위에서는 사모바위에서 족두리봉으로 이어지는 북한산 주능선이 한눈에 들어온다. 이후 고도가 높아짐에 따라 왼쪽 주능선의 경관은 더욱 더 장관을 이룬다.

북한산 주능선, 왼쪽부터 향로봉, 비봉, 그리고 사모바위

 

구기동 주택가와 그 뒤로 보이는 족두리봉

 

암릉길이 이어진다. 오른쪽으로 우회로도 보인다. 남향능선이라 눈이 말끔하게 녹아 없어져, 암릉길로 들어서도 전혀 문제가 없다. 11시 29분, 작은 봉우리 위에 선다. 383m봉이라고 짐작이 되는 봉우리다. 조망이 빼어나다. 정면으로 가야한 능선이 펼쳐지고 쌍사자봉과 그 뒤로 보현봉이 우뚝한데, 그 왼쪽으로 연화봉과 문수봉이 모습을 나타낸다.

 눈 녹은 암릉길

 

가야할 능선과 쌍사자봉, 보현봉, 그리고 왼쪽의 연화봉과 문수봉

 

11시 36분, 철책 앞에 이른다. 넘기에는 높은 철책인데, 개구멍도 보이질 않는다. 다행히 왼쪽 암벽 쪽에 철책 끝이 보인다. 철책 끝을 잡고, 암벽을 돌아 내려 철책 안으로 들어서고, 11시 38분 암릉을 오르며, 왼쪽의 북한산 주능선을 가까이 본다.

철책 끝을 통과하고

 

당겨 찍은 비봉

 

 사모바위와 승가사

 

11시 42분, 암봉에 올라 족두리봉을 당겨 찍고, 가파른 내리막길을 한동안 내려선 후, 1시 58분, 또 다른 전망바위에서 나뭇가지사이로 암사자봉을 바라보고 지나온 능선을 카메라에 담는다. 이후 능선길은 가볍게 오르내리면서 서서히 고도를 높이고, 암릉길에는 반드시 우회로가 있다.

 당겨 찍은 족두리봉

 

 지나온 능선

 

12시 21분, 등산로는 눈 덮인 암릉 사면으로 이어진다. 길이 미끄럽다. 잠시 머물러 아이젠을 착용한 후 얼음과 눈이 뒤섞인 암릉 사면을 통과한다. 이어 눈 쌓인 가파른 사면을 올라, 능선에 오른 후, 왼쪽으로 진행하여 12시 35분, 작은 봉우리에 오른다. 보라! 홀연히 정면에 암수 사자봉이 모습을 나타내고, 그 뒤로 보현봉의 화재탐지가 보인다.

눈과 얼음으로 덮인 암릉 사면길

 

암수 사자봉과 보현봉

 

눈 덮인 암릉길을 조심조심 걷는다. 따듯해진 날씨에 쌓인 눈이 녹아 아이젠을 신었는데도 미끄럽고, 아이젠 탓에 물이 줄룰 흐르는 암릉을 오르기가 쉽지 않다. 저 앞 바위 위에 웬 여인이 혼자 앉아 있다. 산에서 오늘 처음 만나는 사람이다. 50대 후반 쯤으로 보이는 아주머니인데, 등산객 같지가 않아, 더욱 더 이상하다.

 

인사를 하고 보현봉으로 오르는 길을 묻자, 오늘 같은 날 보현봉 오르기가 쉽지 않을 것이라며, 샘터가 있는 계곡 쪽으로 하산하는 것이 좋을 것이라고 충고를 한다. 자신은 강동에 사는데 이 산엘 자주 온다고 한다. 길을 잘 알면 길안내 좀 해달라고 부탁을 하자 그러자며 일어선다. 등산화는 신었는데 아이젠은 없고, 한손에 스틱을 집고, 다른 한손에는 짐을 들고 있다. 그런데도 미끄러운 길을 잘도 걷는다.

 

짐을 대신 들어 주겠다고 해도 무겁지 않다며 극구 사양한다. 가는 로프가 걸려있는 짧은 암릉을 지나 눈 덮인 너른 공터로 나온다. 왼쪽으로 암봉이 보이고, 눈 위에 발자국들이 뚜렷이 이어져 오르고 있다. 아마도 숫 사자봉일 것이라고 짐작을 하고, 잠시 암봉엘 다녀오겠다고 하자 아주머니가 위험하다며 극구 말린다. 발자국을 따라가다 위험하면 바로 내려오겠다고 이야기를 한 후, 암봉에 올라선다. 보라! 바로 눈앞에 보현봉이 장엄하게 우뚝하고, 그 왼쪽으로 문수봉과 문수사가 가까운데, 저 멀리에 대남문도 모습을 보인다.

보현봉

 

 문수봉과 문수사

 

 대남문

 

서둘러 공터로 내려오자 아주머니가 아직도 기다리고 있다. 미안하다고 인사를 하고, 이제 아주머니는 어디로 가실 것이냐고 묻자, 아주머니는 암사자봉 뒷면 중턱을 가리키며, 저곳에 앉았다 하산을 하겠다고 한다. 이미 1시가 조금 지난 시각이라. 그럼 그곳에서 점심식사를 하기로 하고, 눈 위에 난 발자국을 따라 올라, 소나무 아래 넓은 반석에 이르러, 배낭을 벗고 점심차비를 하는데, 이번에는 웬 아저씨 한분이 모습을 나타낸다.

 

아주머니는 아저씨를 보더니, 목사님 오셨냐고 인사를 하며, 함께 점심식사를 하자고 권한다. 그러고 보니 이분들의 정체를 비로소 짐작할 수 있겠다. 기도를 하러 온 교인들이 분명하다. 가져온 점심들을 풀어 놓고, 목사님이 한동안 기도를 드린 후, 식사를 한다. 식사를 하면서 목사님에게 보현봉 오르는 길을 묻는다. 암벽을 타고 오르는 길과 오른쪽으로 우회하는 길이 있는데, 암벽길로는 15분 정도면 오르지만 위험하고, 우회로는 30분 ~40분 정도 걸릴 거라며, 정상에 올랐다 하산은 평창계곡길이 안전하다고 알려준다.

 

1시 35분 경, 식사를 마치고, 이분들과 헤어져, 오른쪽 우회로로 들어서서 비교적 잘 정비된 눈 덮인 등산로를 따라 오른다. 오른쪽으로 힘차게 흐르는 형제봉 능선이 한눈에 들어온다. 등산로는 미끄럽고 가파른 사면을 지나 T자 능선에 오른다. 왼쪽이 보현봉 오름길이고, 오른쪽은 철책 안전시설이 박힌 일선사 내리막길이다.

 형제봉 능선

 

보현봉으로 이어지는 가파른 오르막길이 지그재그로 이어진다. 눈 덮인 등산로에는 많은 사람들의 발자국이 남아 있어 길을 잃을 걱정도 없고, 암릉에는 예외 없이 철책이 박혀 있어 위험하지 않다. 허위허위 가쁜 숨을 몰아쉬며 보현봉으로 향하다, 잠시 멈춰 서서, 형제봉능선과 사자능선 사이의 평창계곡을 카메라에 담는다.

 보현봉 가는 길

 

 평창계곡과 저 멀리 삼각산

 

 마지막 오름

 

2시 8분, 보현봉 정상에 올라 지나온 사자능선과 사자봉을 굽어보고, 십자가들이 그려져 있는 바위를 카메라에 담은 후, 찬찬히 주위를 둘러본다.

 사자능선과 사자봉

 

 십자가들이 그려져 있는 바위

 

 문수봉과 문수사

 

삼각산

 

 칼날능선

 

무인산불 감시탑과 형제봉 능선

 

2시 15분, 하산을 시작한다. 왔던 길을 되돌아내려, 일선사 갈림길을 외면하고 오른쪽 사면으로 내녀선 후, 2시 42분, T자 능선에 이르러, 왼쪽에 보이는 발자국을 따라, 평창계곡으로 가파르게 내려선다.

하산하며 뒤돌아본 정상

 

 일선사 내리막길

 

 계곡 하산길

 

2시 52분, 청담샘터에 내려서서 약수로 목을 축이고 주위를 둘러본다. 샘터 위로는 로프 가드레일을 쳐 놓아 출입을 금지하고, 그 아래도 등산로 좌우로 줄을 쳐 놓거나 목책을 둘러 샛길출입을 막고, 곳곳에 특별보호구 출입금지 안내판을 걸어 놓았다. 특기할 만 한 것은 사자능선의 보호기간이 다른 지역에 비해 10년 더 길다는 점이다. 아마도 인근 주민들의 압력이 작용한 결과일 것이라는 생각이 든다.

 청담샘터

 

 샛길 출입금지

 

 특별보호구 출입금지

 

3시 18분, 이정표가 있는 일선사, 대성문 갈림길에서 오른쪽으로 내려서고, 3시 47분, 이정표가 있는 평창공원지킴터에 이르러 오늘 산행을 마친다.

평창공원 지킴터 이정표

 

지킴터 옆에 상점이 있어 시내버스 타는 곳을 묻는다. 아주머니 한분이 오른쪽 길로 잠시 내려서다 만나는 왼쪽 계단길로, 10분 정도 내려서면, 시내버스가 다니는 큰길가로 나갈 수 있다고 친절히 가리켜준다.

 

 

(2013. 2. 2.)

'북한산국립공원' 카테고리의 다른 글

눈 내린 도봉산  (0) 2013.01.11
도봉산 : 다락능선 - 포대능선 - 원도봉계곡  (0) 2012.12.17
우이령-송추폭포-신선대-천축사  (0) 2012.12.17
도봉산 우중산행  (0) 2012.12.17
도봉산 춘설  (0) 2012.12.17
Posted by Urimahn
,

 

입구에서 본 도봉산

 

주능선에서 본 주봉, 뜀바위, 만장봉, 선인봉

 

2013년 1월 10일(목)

대장내시경검사를 받으면서 용종 3개를 제거한지 일주일이 지났다. 병원에서는 용종을 제거한 곳에서 출혈이 생길 위험이 있으니, 2주 동안은 산에도 가지 말고, 반주도 삼가라고 한다. 병원에서 지시한대로 즐기던 반주도 삼가고 산에도 못 가며 지내려니 죽을 맛이다.

 

용종은 점막에 생긴 혹이라고 하는데, 점막에 생긴 상처는 그 상처가 아무는데 2주나 걸린다는 이야기가 아닌가? 납득하기가 어렵다. 인터넷에 들어가 용정제거 후, 상흔이 아무는데 소요되는 시간을 알아보니 대체로 1주 정도라고 한다. 그러면 그렇지...

 

반주는 어제 오후부터 조심스럽게 시작하고, 날씨가 제법 추울 것이라는 예보에도 불구하고, 오늘은 도봉산으로 향한다. 코스는 『도봉탐방지원센터-구봉사-성도원-용어천계곡-관음암 갈림길-주봉-도봉주능선-보문능선-도봉탐방지원센터』로 도상거리 약 8Km에, 산행시간은 점심시간 25분포함, 5시간 30분이다.

 

산행코스

 

 도봉산의 봉우리들, 왼쪽부터 주봉, 뜀바위, 신선대, 자운봉, 만장봉, 그리고 선인봉

 

날씨가 추워서인지 언제나 붐비는 도봉산에도 등산객들이 뜸하다. 도봉탐방지원센터를 지나자 그나마 눈에 뜨이던 등산객들이 다양한 코스로 흩어져, 구봉사 쪽으로 이어지는 도봉계곡길은 더욱 더 한적하다. 얼어붙은 등산로는 사람들의 발자국으로 다져져 많이 미끄럽지는 않아, 아이젠은 착용하지 않고, 조심스럽게 발걸음을 옮긴다.

 

성불사 갈림길에서 직진하여 성도암 쪽으로 이어지는 길에는 완전히 인적이 끊겨 모처럼 도봉산을 통째로 전세 내어 유유자적 즐기는데, 문사동(問師洞) 마애각자가 있는 곳에서 인기척이 난다. 60대 중반 쯤으로 보이는 양반이 벌써 하산하는 길인지, 바위에 새겨진 초서 글씨가 아름답다고 감탄한다.

 문사동 마애각자 앞에서 만난 사람

 

성도암을 지나 계속 계곡을 따라 오르며 이따금씩 마주 내려오는 사람을 만나 반갑게 인사를 한다. 아마도 우이암 쪽에서 내려오는 사람들인 모양이다. 산행을 시작해서 1시간 정도 지나, 이정표가 있는 주봉 갈림길에서 오른쪽 용어천계곡으로 들어선다. 이정표는 주봉까지의 거리가 1.5Km라고 알려준다.

 이정표

 

용어천계곡 뒤로 도봉산의 주봉인 자운봉, 신선봉, 그리고, 신선대, 뜀바위 등이 보이지만, 주봉은 왼쪽 능선에 가려 보이지 않는다. 용어천계곡은 도봉산에서도 빼어나게 아름다운 계곡이지만, 주봉으로 오르는 길이 가팔라, 눈 쌓인 겨울에는 찾는 사람들이 드믄 곳이다. 아니나 다를까? 계곡으로 들어선 후, 관음암 갈림길 까지 1시간 동안은 한사람도 만나지를 못한다.

눈 덮인 용어천계곡

 

관음암 갈림길 이정표

 

겨울의 용어천계곡은 역시 만만치가 않다. 두어군데 왼쪽 가파른 사면에서 흘러내리는 계류가 얼어붙어 등산로가 빙벽에 묻혀 버렸다. 비로소 아이젠을 착용하고, 계곡으로 내려서서 빙벽을 우회 한 후, 길 없는 눈 덮인 사면을 치고 올라, 다시 등산로로 들어선다. 다행히 언제 지난 발자국인지, 선답자가 있어, 그 양반 발자국을 따라 진행한다. 이러다 보니 약 500m를 전진하는 데 30분이 넘게 걸린다.

빙폭(氷瀑)으로 변한 등산로를 우회하여 계곡으로 내려서고

 

선답자의 발자국을 따라 사면을 치고 오른다.

 

관음암 갈림길에서 직진하여 주봉으로 향한다. 가파른 암릉길이 미끄럽다. 12시 30분경, 주능선 바로 아래, 양지바른 넓은 공터에 이르러 자리를 잡고 어한주를 마시며, 컵라면과 떡으로 점심식사를 한다. 점심식사를 마치고 1시경에 주능선으로 진입하여 우이암으로 향한다.

주봉 아래, 주능선 가까이에서 점심식사.

 

남서쪽으로 면한 계곡을 오를 때는 바람이 없어 추운 줄 몰랐는데, 주능선으로 들어서자, 분위기가 일변하며 차가운 바람이 품속으로 파고들고, 볼이 따가울 정도로 춥다. 주봉에서 우이암까지는 약 1.9Km, 1시간 정도가 걸리는 거리다.

 

추운 날 주능선을 걷고 보문능선으로 하산하는 코스를 잡은 것은 능선을 걸으며 아름다운 도봉의 봉우리들을 둘러보자는 것이 목적인데, 이처럼 차갑게 추위가 느껴져 체온을 잃게 되면 건강에 해롭다. 하여 견디기가 어려울 정도로 계속 춥게 느껴지면, 계획을 변경하여, 도중에 계곡 쪽으로 하산하기로 하고, 주능선을 탄다. 주능선에서 보는 조망이 가히 환상이다.

주능선에서 뒤돌아본 주봉

 

칼바위

 

뜀바위와 신선대

 

칼바위, 뜀바위, 만장봉, 선인봉

 

칼바위

 

여성봉

 

오봉

 

주능선에는 등산객들의 왕래가 제법 빈번하고, 이들이 밟고 지나간 눈이 얼어붙어 미끄럽지만 아이젠 덕에 큰 어려움은 없다. 추위도 몸이 점차 적응함에 따라 견딜만하여, 두 차례 계곡으로의 탈출로를 그냥 지나친 후, 우이암 에 도착하여, 보문능선으로 접어들고, 왼쪽의 멋진 도봉의 암봉들을 바라보며 하산한다.

보문능선에서 본 도봉-왼쪽부터 주봉, 뜀바위, 신선대, 자운봉, 만장봉, 선인봉

 

 도봉산의 봉우리에 대해 알아볼까요?

 

모처럼 눈 덮인 한적한 도봉의 설경을 즐겼다. 유감스러운 것은 작은 카메라만을 들고 나와 사진의 화질이 떨어지는 점이다.

 

 

(2013. 1. 11.)

'북한산국립공원' 카테고리의 다른 글

사자능선과 보현봉  (0) 2013.02.02
도봉산 : 다락능선 - 포대능선 - 원도봉계곡  (0) 2012.12.17
우이령-송추폭포-신선대-천축사  (0) 2012.12.17
도봉산 우중산행  (0) 2012.12.17
도봉산 춘설  (0) 2012.12.17
Posted by Urimahn
,
 

 

가까이에서 본 선인봉, 만장봉, 자운봉

 

다락능선에서 본 선인봉, 만장봉, 자운봉 그리고 포대정상 파노라마

 

요즘 노인들 사이에서는 “산에 갑시다.”라는 말 대신에, “돈 벌러 갑시다.”라는 말이 더 자주 쓰인다고 한다. 일주일에 두 번 정도, 3~4시간씩 산길을 걷다보면, 병원갈 일이 없어진다는 이야기이다. 그뿐인가?

 

금년 8월 달에는 유난히 비가 오는 날이 많았다. 서울의 경우 한 달 중 22일 동안 비가 내리고, 강수량(354.5mm)도 장마철인 6월, 7월 두 달 사이에 내린 비(336.5mm)보다 많았다고 한다. 비온 날수, 강수량 모두가 기상청 생긴 이후의 신기록이라고 한다. 날씨가 이러니 산엘 가고 싶어도 갈 수가 없다.

 

8월 18일(수) 정 산악회를 따라 광대산에 간 것이 마지막 산행인 셈이니, 일주일에 두 번은 고사하고, 열흘이 넘게 산을 찾지 못했다. 그러다보니 생활의 리듬이 깨지고 바로 건강에 이상징후가 나타난다. 우선 심리상태가 불안정하고 속이 더부룩한 것이 소화도 잘 안 된다. 기온이 떨어진 날, 창문을 열어 놓은 채 잠을 자다, 감기몸살에 걸려 꼬박 하루 동안 고생을 한다. (8월 21일, 모처럼의 날씨 좋은 주말을 맞아 토요산악회를 따라 육백산, 이끼폭포를 찾았으나 엉터리 산악회 덕에 산에는 못 가고 바다구경만 한 것은 산행이 아님으로 제외)

 

8월 마지막 주말에도 거의 전국에 걸쳐 비가 온다고 하고, 이 비는 다음 주까지 계속될 것이라는 예보다. 고민이 생긴다. 비를 맞고라도 산엘 가야하나? 다행히 8월 31일(화)에 갈기산을 간다는 산악회가 있고, 그 날의 충청북도 영동의 날씨는 맑겠다는 소식에, 서둘러 산행신청을 하고, 날씨변화를 주시한다.

 

일요일, 다음 주 날씨를 확인한다. 이게 웬일인가? 갈기산 산행일인 화요일에 영동일대의 한낮 강수확률이 70%에, 강수량은 10미리 정도인데, 비가 온다던 서울 경기지방은 월요일에는 맑겠다는 예보다. 우리나라 기상청예보를 믿을 수는 없지만 다른 대체수단이 없으니 어쩌랴? 기상청 예보에 따라 갈기산 산행을 취소하고, 월요일에 서울근교의 산을 다녀오기로 계획을 변경한다.

 

2010년 8월 30일(월)
잦은 비 때문에 비를 피하다 보니 월요산행을 다 해보게 된다. 서울근교 산 중에서, 사전준비 없이 언제고 갈 수 있는 가장 만만한 곳이 도봉산이다. 집에서 5분 쯤 걸어, 강남구청역에서 7호선을 타면, 약 1시간 후에 도봉산역에 도착하니 얼마나 편한가? 간단한 행동식과 지도 한 장을 챙기고, 배낭을 메고 나서면 된다.

 

출근시간이 지난 9시가 조금 넘은 시각에 집을 나선다. 시원하게 냉방이 된 한적한 지하철 안에서 지도를 들여다 보며, 5시간 정도의 코스를 정한다. 다락능선의 스릴 있는 암릉길을 걸으며, 선인봉, 만장봉, 자운봉 등 도봉의 멋진 암봉들을 감상하고, 포대정상에 오른 후. 아직 가보지 못한 원도봉계곡으로 하산길을 잡는다.

산행코스

 

도봉산 입구로 들어선다. 버스정류장 뒤로 도봉의 암봉들이 아직 가시지 않은 비구름을 이고 있고, 월요일인데도 도봉산을 찾는 사람들이 많다. 노인들, 아주머니들, 그리고 중장년의 사나이들... 모두 돈 벌러 나온 분들이다. 이렇게 사람들이 몰리는 곳이다 보니, 해병대 동지회에서는 때 마침 입구 쉼터에 6.25사변 사진전을 열어, 북한의 만행과 6.25사변의 비참함을 알리고 있다. 과연 한 번 해병이면 영원한 해병이다.

아직 가시지 않은 비구름을 이고 있는 선인봉

6.25사변 사진전

 

10시 26분, 탐방지원센터에 이르지만, 오늘은 시간을 기록할 필요도 없겠다. 구경 할 것 다 하고, 쉬고 싶으면 쉬고 가니, 산행시간이 다른 사람들에게 참고가 될 수가 없기 때문이다. 탐방지원센터에 걸린 등산안내도에는 이곳에서 은석암을 거쳐, 다락능선으로 들어서고, 이어 포대정상까지는 도상거리 약 3.7Km에, 1시30분 정도 시간이 걸린다고 적혀있다.

탐방지원센터

 

광륜사를 지나면 바로 이정표가 있는 갈림길을 만나게 된다. 직진하면 도봉서원으로 이어지는 메인 로드이고, 오른쪽이 다락능선으로 오르는 길이다. 이 길은 처음이다. 망월사역에서 다락능선을 타고 포대정상에 오른 적은 여러 차례 있지만, 도봉탐방지원센터에서 다락능선으로 오르는 것은 처음이다. 대부분의 등산객들이 메인 로드를 따라 오르고, 여자 등산객 한 사람과 나, 두 사람만이 오른쪽 길로 들어선다.

다락능선 갈림길 이정표

 

넓은 공터를 지나자, 잘 손질된 돌길이 완만하게 이어지더니, 경사가 급해지며 통나무 계단길로 변한다. 많은 사람들이 오르내려, 훼손이 심한 계단길이다. 등산로 좌우에 로프로 가드레일을 쳐 놓고, 동식물 보호와 생태계 복원을 위해 출입을 금지한다는 팻말이 걸려 있다. 국립공원답게 열심히 관리하는 모습이 보인다.

다락능선 가는 길

통나무 계단길

 

10시 43분, 이정표가 있는 T자 능선에서 왼쪽을 진행하여 한 동안 넓고 평탄한 능선길을 산책하듯 걷는다. 비가 와서 계곡물이 많이 불은 모양이다. 왼쪽 계곡으로 흘러내리는 물소리가 요란하다. 중간 중간에 이정표를 세워 놓아 지도를 보지 않아도 현재 위치를 파악할 수 있어 좋다. 10시 55분, 연등이 걸려 있는 은석암 입구에 이른다. 암자를 구경하러 들어서려는 데, 암자 쪽에서 컹컹 개 짖는 소리가 들린다. 절에 웬 갠가? 신자도 아닌 주제에  암자구경을 하겠다고 들러, 공연히 개만 번거롭게 하는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어, 되돌아 나와, 가파른 오르막길을 오른다.

T자 능선의 이정표

 

산책길

은석암 입구

 

암릉길이 이어진다. 잠시 전망바위에 올라 수락산을 바라보고, 이정표와 우회로 안내판이 있는 곳에서 좌측 우회로로 들어선다. 하지만 우회로도 만만한 길이 아니다. 경사가 급한 슬랩에 로프가 드리워져 있고, 앞을 막는 직벽은 용을 써서 기어올라야한다. 사람들이 많이 다녀서 닳고 닳은 암릉이 물기를 머금어 미끄럽다.

암릉길

전망바위에서 본 수락산

출입금지 안내판

 

11시 46분, 원도봉 입구에서 올라오는 등산로와 만나는 T자 능선에 오른다. 이정표가 있다. (도봉탐방지원센터 2.0Km, 원도봉입구 1.6Km) 왼쪽 부드럽게 이어지는 완만한 능선길을 걸어, 나무계단을 올라서자, 갑자기 시야가 트이며 보라! 도봉의 암봉들이 우쭐우쭐 위용을 뽐내고 있지 않은가?  도봉산에는 도봉의 대표적인 3암봉을 즐길 수 있는 전망대(View Point)가 여러 곳이 있지만 다락능선에서 보는 것이 가장 가깝고, 가장 광범위하다고 생각한다. 선인봉(708m), 만장봉(718m), 자운봉(740m), 그리고 포대정상과 포대능선이 한 눈에 들어오고, 오른쪽 포대능선 아래로 망월사도 보인다.

이정표

다락능선에서 본, 도봉 3봉과 포대능선

왼쪽부터 선인봉, 만장봉, 자운봉 그리고 포대정상

포대능선과 망월사

 

포대정상으로 이어지는 암릉길이 시작된다. 바쁠 것도 없는 길, 잠시 소나무 그늘에 앉아 간식을 들며 휴식을 취하고, 이어 개구멍 바위를 지나, 전망바위에서 3암봉을 가까이 본다. 실로 장관이다. 12시 53분, 이정표가 있는 삼거리 안부를 지나고, 다락능선의 하이라이트인 급경사 철책 암릉길을 올라, 의정부 시가지와 도봉의 4개 암봉을 카메라에 담는다.

개구멍 바위

기암

도봉 3봉

잔교

철책 암릉길

의정부 시가지

도봉 3봉과 사람의 모습이 보이는 오른쪽 신선대

 

1시 18분, 자운봉 0.7Km를 알리는 이정표가 있는 삼거리 안부에 내려선 후, 마지막 급경사 오르막을 거쳐, 1시 32분, 토치카, 무인산불감시타워, 삼각점 등이 있는 포대정상에 오른다. 이어 강한 햇살이 사정없이 내려 쪼이는 정상을 잠시 둘러보고, 금방이라도 굴러 떨어질 듯 위태롭게 서 있는 남쪽의 바위덩어리를 카메라에 담고, 북쪽으로 멀리 사패산을 바라본다.

삼거리 안부 이정표

토치카

산불감시타워

삼각점

위태롭게 서 있는 암괴

포대능선과 사패산

 

점심식사를 할 곳을 찾아 자운봉 쪽으로 잠시 내려선다. 길에서 조금 벗어나, 소나무 아래 조망이 좋은 바위에 앉아서, 정상주를 마시고, 가져온 떡으로 식사를 한다. 탁 트인 조망, 이따금 한 두 사람이 지나갈 뿐 한적하고 조용한 암릉, 바람마저 알맞게 불어 시원하다. 별유천지(別有天地)가 따로 없다. 이곳이 바로 그곳이다. 느긋하게 식사를 한다.

점심식사 자리에서 본  신선대와 뜀바위

서쪽의 오봉능선과 멀리 북한산의 상장능선

 

식사를 마치고, 이왕 자운봉 쪽으로 내려온 길에 Y자 계곡 앞 전망대까지 가보기로 한다. Y자 계곡을 우회하라는 안내판을 지나, 전망바위에서 Y자 계곡을 굽어보고, 나뭇가지사이로 만장봉, 자운봉, 신선대를 가까이 본 후, 포대정상으로 되돌아선다. 포대정상의 이정표는 사패산 3,3Km, 망월사 1.6Km라고 알려준다. 철책이 처진 급경사 암릉을 조심조심 내려선다. 물에 젖은 암릉이 무척 미끄럽다.

우회하라는 안내판

Y자 계곡

만장봉, 자운봉, 신선대

 

급경사 암릉이 끝나고 돌계단길이 이어진다. 돌계단이 끝나는 곳에 Y자 계곡을 오른쪽으로 우회하는 안내판이 보이고, 계단 끝에 돈 벌러 나온 노인 네 분이 앉아서 쉬고 있다. 한가롭고 여유가 있는 모습들이다. 반갑게 인사를 하고 지나친다. 이어 1분쯤 더 진행하면 이정표가 있는 원도봉계곡 갈림길이다. 자운봉에서 0.7Km, 포대정상에서 0.3Km 떨어진 지점이다.

노인 등산객들

원도봉 입구 갈림길 이정표

 

오른쪽 내리막길로 들어선다. ‘현위치 다락 3’이라고 표기된 119 안내판이 있는 갈림길에서 왼쪽으로 내려서니 바로 민초샘이다. 물맛이 좋다. 갈림길에서 20분 쯤 내려선 계곡상류에 물줄기가 보이기 시작하고, 이어 왼쪽 지계곡의 물이 합류하니, 계곡물 소리가 요란하다. 비가 와서 물이 많이 불은 모양이다. 멋진 폭포도 보인다.

119 안내판

민초샘

지계곡이 합쳐지고

멋진 폭포

 

3시 4분, 이정표가 있는 망월사 갈림길에 내려선다. 이정표는 원도봉 주차장까지 남은 거리가 1.4Km라고 알려준다. 이어 덕재샘을 지나고 다리를 건너니 등산안내판이 보인다. 하산지점이 가까워진다. 두 번째 다리를 건너기 직전, 계곡으로 내려서서, 유명한 용소골이나, 조무락골에 못지않은 멋진 원도봉골에서 땀을 씻고 족욕을 즐긴다.

망월사 갈림길 이정표

다리

등산 안내도

땀을 씻고 족욕을 한 계곡

 

입구가 가까운데도 상점이나 식당들이 보이지 않고, 유원지로 개방한 흔적이 없다. 조용한 계곡이다. 이어 엄홍길씨가 37년 동안 살았다는 집터를 지나고, ‘점점 건강해지는 원도봉’을 알리는 안내판을 만난다. 국립공원 측에서 원도봉계곡 살리기에 적극 나선 모양이다. 반가운 일이다.

엄홍길 씨 집터

안내판

 

점점 건강해지는 원도봉

 

다시 폭포 하나를 지나고 이정표가 있는 갈림길에서 직진하여 내려서면 쌍룡사다. 입구 매점에서 캔 맥주를 사 마시며 잠시 갈증과 더위를 쫓는다. 하산하여 ‘산악인 엄홍길 전시관’을 둘러본다. 자랑스러운 한국인을 널리 알리기 위한 의정부 시의 배려가 따듯하게 느껴진다.

폭포

쌍룡사

엄홍길 전시관 1

엄홍길 전시관 2

 

망월사역에서 지하철에 오른다. 아직 퇴근시간 전이라 냉방이 잘된 지하철 안이 쾌적하다. 거대한 몸집의 외국인이, 옆자리의 아주머니들 수다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편안한 자세로 눈을 지그시 감고 앉아있다.

 

 

(2010. 9. 1.)

 

'북한산국립공원' 카테고리의 다른 글

사자능선과 보현봉  (0) 2013.02.02
눈 내린 도봉산  (0) 2013.01.11
우이령-송추폭포-신선대-천축사  (0) 2012.12.17
도봉산 우중산행  (0) 2012.12.17
도봉산 춘설  (0) 2012.12.17
Posted by Urimahn
,

우이령 길을 걸으면서 본 아름다운 오봉

송추폭포

천축사 불상

 

지난 7월 24일(토요일) 응봉산을 가기로 했던 산악회가 금요일 늦게 취소통보를 해오는 바람에 주말을 집안에서 무료하게 보내고, 월요일, 국립공원공단에 우이령 탐방신청을 한다. 1969년 출입이 금지된 우이령 고갯길이 개방된 지 1년이 지났는데도 아직도 둘러보지 못한 터라, 가볍게 바람이라도 쏘이겠다는 심정으로 신청을 한 것이다.

우이령의 폐쇄와 개방

 

북한산과 도봉산의 경계가 되는 우이령은 진달래꽃으로도 유명하고, ‘한국의 슈베르트’로 불리는 이흥렬이 작사 작곡한 애창곡, ‘바우고개’의 무대이기도하여, 많은 사람들의 호기심의 대상이 되어온 정겨운 고개라 할 수 있겠다. 하지만 이제 우이령 길은 차량통행이 가능한 군사도로 변하여, ‘바우고개’에서 연상이 되는 옛 모습은 찾은 길이 없지만, 호젓한 신작로를 걸으며 듣는 청아한 계곡의 물소리와 아름다운 오봉과 상장능선을 바라보는 즐거움은 여전하다.

우이령 길

 

석굴암도 둘러보고, 이곳저곳을 기웃거리며 천천히 걸었는데도, 12시 경에 우이령 길 탐방을 마친다. 이 시간에 집으로 갈 수도 없는 일, 하여 서울에서 낳고, 서울에서 자랐으면서도 아직까지 가보지 못한 송추계곡과 송추폭포를 구경하기로 하고, 버스로 이동하여, 12시 42분, 송추계곡 입구에 도착한다. 이렇게 시작한 오후 산행이 송추폭포, 오봉능선, 신선대, 천축사로 이어져 도봉역으로 하산하는 긴 산행으로 이어진다. 오늘의 산행코스는 아래그림과 같다.

산행코스

 

2010년 7월 27일(화).
8시 30분 경 집을 나와 지하철을 탄다. 러시아우어가 지난 시각이라 지하철 안이 붐비지 않아 좋다. 7호선에서 시작하여 2호선, 4호선으로 바꿔 탄 후, 수유리 역에 도착하여 3번 출구로 나와 오른쪽에 보이는 버스전용차선 주차장에서 우이동 가는 버스 120번과 153번을 기다린다. 이윽고 153번 버스가 도착하고, 버스는 약 20분 후, 우이동 종점에 도착한다. 종점이라고 해서 터미널이 있는 것도 아니다. 보문사 들어가는 도로입구에 손님들을 내려주고 버스는 왔던 길을 되돌아간다.

우이동 도착

 

버스에서 내려 오른쪽에 보이는 우이동 먹거리 마을로 향하여, 9시 52분, 우이령 길 탐방지원센터 1.7Km를 알리는 팻말을 만나, 그 앞 쉼터에서 산행준비를 한 후, 10시경 먹거리 마을로 들어선다. 과연 먹거리 마을답게 계곡을 따라 유원지를 마련해놓은 대형식당들이 줄지어 늘어섰고, 좁은 오르막 포장도로로 많은 차량들이 오르내린다. 신경이 쓰이는 길이다. 빠르게 걸어 오른다. 이윽고 차량통제 지점을 지나서 부터는 옛날 신작로와 흡사한 호젓한 군사도로가 이어진다.

탐방지원센터 1.7Km를 알리는 팻말

먹거리 마을길의 무궁화

텅빈 차량통제소

 

10시 25분, 탐방지원센터에서 예약 확인을 한 후, 아무도 없는 텅 빈 길을 따라 우이령 고개로 향한다. 평일 아침이라 그런지, 이 길을 걷는 사람은 나 밖에 없는 모양이다. 새소리도, 물소리도 들리지 않는 단조로운 길이다. “자박, 자박, 자박...” 등산화에 밟히는 왕모래 소리가 고갯길의 정적을 깰 뿐이다. 10시 29분, 우이령 1Km를 알리는 이정표를 지나고, 이어 맨발 길로 들어선다. 이제부터는 왕모래길이 아닌 황톳길이 이어진다.

우이동 쪽 탐방지원 센터

호젓한 우이령 길

맨발 길

 

맨발로 걷는 데는 익숙하지 않아 모처럼의 맨발 길이지만 신을 신은 채 멋진 길을 천천히 걸어 오른다. 혼자 걷다보니 전혀 시간을 의식할 필요가 없어 좋다. 모처럼 루른 하늘이 보이는 맑은 날씨다. 그늘을 따라 걷다, 한줄기 청풍이라도 만나게 되면 그 시원함이 말 할 수 없이 즐겁다. 우이령 고개가 가까워지나 보다, 저 앞에 대전차 장애물이 보인다.

우이령 길을 걸으며 본 파란 하늘

대전차 장애물

안내판

 

10시 47분, 이정표가 있는 우이령 고개에 이른다. 고개마루턱을 내려서면 왼쪽에 전경부대가 있는 넓은 공터다. 2006년 3월, 한북정맥 산행 시, 솔고개에서 상장능선을 지나 우이령 길로 내려섰다. 이곳에 이르러 전경부대의 제지로, 맞은 편 능선을 타고 우이암으로 진행한 적이 있어, 낮이 익은 곳이다.


우이령 고개 이정표

 

2006년 3월 1일, 한북정맥을 하면서 잠시 우이령 길을 걷는다.

 

10시 52분, 전망대에 올라, 오봉의 유래 안내판과 아름다운 오봉을 카메라에 담고, 전망대에서 내려서며, 낮 익은 ‘노변사방사업 개요’ 석비를 바라본 후, 내리막길을 따라 내린다. 인기척이 들리는가 싶더니, 왼쪽 쉼터에서 쉬고 있는 대여서명의 아줌마들 모습이 보인다. 아마도 교현리에서 올라오다 쉬고 있는 모양이다. 우이령에서 처음 만난 사람들이다. 반갑게 인사를 하고 지나친다.

전망대

전망대에서 본 오봉

오봉의 유래

공사연혁 안내석비

4년 전에 본 석비

 

11시 3분, 유격장 입구에 이르러 석굴암으로 향한다. 가파른 시멘트 오르막길이 이어진다. 요란한 굉음을 내며 커다란 군 트럭이 대낮인데도 헤드라이트를 켜고 서서히 굴러 내려온다. 11시 12분, 석굴암 갈림길에서 오른쪽으로 진행하여 석굴암으로 향하여 10분 후, 경내로 들어서서 절 주위를 둘러본다. 높은 곳에 위치하고 있어 건너편 상장능선이 한눈에 들어온다.

유격장과 석굴암 가는 길

석굴암 갈림길

대웅전

범종각과 삼성각

 

1시 36분, 유격장 입구 광장으로 되 내려와 교현리로 향한다. 0.7Km 떨어진 석굴암을 다녀오는 데 33분 정도가 소요됐다. 완만한 내리막길이 계속된다. 군 트럭 한 대가 역시 헤드라이트를 켜고 천천히 올라오고 있다. 유격장을 지나고 부터 길은 더 넓어지고 잘 정비되어 옛 신작로 같은 정취를 느끼기가 어렵다.

유격장 입구 광장

넓어진 군사도로

 

12시 3분, 교현탐방지원 센터를 지나며 우이동 길 산책을 마친다. 석굴암도 둘러보고 천천히 걸었는데도 우이동 먹거리마을 입구에서 이곳까지 대강 2시간 정도가 걸린 셈이다. 도로를 따라 내리다 왼쪽에 보이는 호국 쌍룡사로 들어선다. 불을 환하게 밝힌 법당 안에서 스님의 독경소리가 낭낭하고, 여신도의 경건한 참배 모습이 평화롭다.

교현탐방지원 센터

호국 쌍룡사 현판

 

12시 11분, 국도로 나와 한낮의 땡볕 속에서 송추로 향한다. 오른쪽으로 오봉능선과 상장능선이 아름다운 모습을 뽐내고 있다. 이윽고 버스정류장에 도착하여 버스노선도를 보니, 송추계곡 입구까지는 네 정류장을 더 가야한다. 걷기는 무리라, 버스로 이동하여, 12시 42분, 송추계곡으로 들어선다. 오른쪽 도로변에 이정표가 보인다.

국도에서 본 여성봉과 오봉능선

이정표

 

음식점들이 늘어선 송추계곡을 따라 오른다. 계곡은 물놀이로 더위를 식히는 사람들로 북적이고, 좁은 도로에서 배기가스를 뿜어대는 차량들이 짜증스럽다. 12시 53분, 이정표가 있는 오봉 갈림길에서 직진하여 송추폭포로 향한다. 도로가 다소 한가해지 느낌이라, 캔 맥주를 사서 마시며, 유장하게 계곡을 따라 오른다.

오봉 갈림길 이정표

송추계곡(자연폭포) 물놀이 인파

줄이어 늘어선 음식점들

 

1시 26분, 등산안내도가 있는 송추분소를 지나고, 철다리를 건너, 비로소 계곡길로 들어선다. 지도에는 송추계곡이 휴식년제 적용구간이라고 되어있어, 출입을 통제하면 사패능선으로 빠질 생각이었지만, 안내판에 의하면 출입통제대상은 계곡뿐이고, 등산로는 개방 되어있다. 하여 이정표가 있는 사패능선 갈림길에 이르러, 마음 놓고 오른쪽의 한적한 계곡 길을 따라 오른다.

출입통제 안내

사패능선 갈림길 이정표

 

1시 53분, 송추폭포에 이른다. 계곡으로는 출입을 못하게 가드레일이 쳐져있고, 출입금지 팻말이 보인다. 계단 위에서 폭포를 카메라에 담고, 1분 후, 폭포 위 길가 바위에 자리를 잡고 점심식사를 한다. 건너편에 공단에서 나온 감시요원 두 사람이 계곡으로 진입하는 등산객들을 막기 위해 근무를 하고 있다. 바람이 잘 통하는 그늘에 앉아 30여분 동안 식사와 휴식을 즐기고 2시 24분 다시 산행을 속개한다.

폭포 상단, 근무 중인 공단요원들

 

생각보다 부드러운 계곡길이 이어진다. 가끔 마주 내려오는 등산객들이 보일 뿐, 한적한 푸른 숲 속을 청량한 물소리를 들으며 산책하듯 유장하게 걷는 기분이 그만이다. 2시 38분, 사목교를 건넌다. 이정표는 오봉까지의 거리가 1.9Km라고 알려준다. 2시 50분, 다시 오봉 1.5Km를 알리는 이정표를 지나고, 오르막길을 오른다. 오른쪽으로 시야가 트이며 사패산이 보인다.

산책길

사목교

 

오르막 계단길이 한동안 이어진다. 태양열판이 붙은 무인산불감시시설이 보인다. 3시 20분, 이정표가 있는 오봉능선에 올라, 1 Km 떨어진 자운봉으로 향한다. 3시 28분, 자운봉 0.8Km를 알리는 이정표가 있는 칼바위 건너편의 암릉길을 오르며 북한산, 상장능선, 그리고 오봉능선을 바라본다.

오봉능선 이정표

암릉길

북한산

상장능선

오봉능선

 

안전시설이 된 아기자기한 암릉이 이어진다. 오른쪽으로 뜀바위가 멋진 모습을 보인다. 3시 45분, 이정표와 위험 표지판이 있는 능선안부에서 가파른 계단길을 따라 내려 암봉을 왼쪽으로 우회한다. 우회로를 지나 다시 능선에 올라서니, 시야가 트이며 오른쪽으로 보이는 신선대, 만장봉, 선인봉, 그리고 동남쪽으로 불암산, 서남쪽으로 우이암이 장관이다.

아기자기한 암릉길

능선 안부

 

계단 우회길

신선대, 만장봉, 선인봉

불암산

우이암

 

4시 4분, 이정표가 있는 마당바위 갈림길을 지나고, 4분 후, 출입제한 안내판이 있는 뜀바위 안부에서 다시 계단 길로 뜁바위를 왼쪽으로 우회한 후, 4시 17분, 등산안내도가 있는 자운봉 안부에 이르러 가야할 신선대를 올려다본다. 송추계곡에서 오봉능선에 오른 후, 1Km 떨어진 이곳까지 약 한 시간동안 암릉길을 걸은 것이다. 잠시 물을 마시며 숨을 돌린 후, 신선대로 향한다.

뜀바위 안부, 출입제한 안내판

자운봉 안부, 등산안내도

신선대

 

신선대로 오르는 암릉길에서 뒤돌아 자욵봉응 카메라에 담고, 왼쪽의 철책 가드레일이 설치된 우회로를 따라 암릉길을 내려선다. 4시 25분, 도봉산 안내판이 있는 능선안부에서 신선대 오르는 길을 바라보고, 4분 후 조망안내판이 있는 신선대 정상에 올라, 정상주를 마시며 멋진 주위의 조망을 즐긴다.

뒤돌아 본 철책길

신선대 오르는 길

조망안내판

서쪽의 뜀바위, 칼바위

포대와 사패산

수락산

자운봉

만장봉

 

4시 37분, 하산을 시작한다. 이어 13분 후, 낙뢰위험지역 안내판이 있는 공터를 지나고, 5시 2분, 이정표가 있는 산악구조대 갈림길에서 직진하여 마당바위로 향한다. 이어 마당바위에서 도봉구의 아파트단지를 굽어본 후, 5시 13분, 이정표를 따라 왼쪽 도봉대피소 쪽으로 내려서서, 도봉 10대 명소 중의 하나인 천축사에 잠시 들러, 대웅전과 만불상을 카메라에 담는다.

마당바위에서 본 도봉구 아파트단지

갈림길 이정표

천축사

 

편안한 등산로를 따라 하산을 계속한다. 5시 50분 경, 후미진 계곡으로 내려서서 알탕으로 땀을 씻어내고 말끔하게 옷을 갈아입는다. 6시 43분, 쌍줄기 약수터에서 목을 축이고, 6시 51분, 탐방지원센터를 통과하며 산행을 마친다.

알탕계곡

쌍줄기 약수터

 

우이동 길에서 산책이나 하겠다고 가벼운 마음으로 나왔다가, 너무 일찍 끝나는 바람에, 송추계곡을 찾게 되고 이어 신선대에 올라 지난 번 안개 때문에 보지 못했던 조망을 즐기다 보니, 어느덧 한여름의 긴 하루해도 기울기 시작한다.

 

 

(2010. 7. 29,)

 

'북한산국립공원' 카테고리의 다른 글

눈 내린 도봉산  (0) 2013.01.11
도봉산 : 다락능선 - 포대능선 - 원도봉계곡  (0) 2012.12.17
도봉산 우중산행  (0) 2012.12.17
도봉산 춘설  (0) 2012.12.17
도봉산 : 범골능선-사패산-회룡골  (0) 2012.11.30
Posted by Urimahn
,

 

암릉 너머로 보이는 암봉

 

장마철이라 날씨가 고르지 않아 산행에 나서기가 어렵다. 주초에도 산엘 가지 못해 몸이 무거운데, 주말에는 전국적으로 많은 비가 온다니 신경이 쓰인다. 아침에 일어나보니, 구름이 잔뜩 낀 흐린 날씨지만, 다행히 비는 오지 않는다. 많은 비가 오기 전에 가까운 도봉산이라도 한 바퀴 돌아오려고 산행준비를 한다.

 

출근시간이 지나기를 기다려 9시 20분 경 집을 나와, 도봉산행 지하철에 오른다. 승객이 많지 않아 쾌적하고 조용하던 지하철에 등산복 차림의 아줌마 세 사람이 타자 한 순간에 분위기가 엉망이 된다. 저희들끼리 끊임없이 큰소리로 떠들고, 깔깔대고 웃는다. 주위사람들에 대한 배려는 고사하고, 공공장소라는 의식도 없다. 서글퍼진다. 많은 이런 사람들이 선심공약에 속아 투표를 하다 보니, 부적절한 정치인들이 판을 치게 되고, 그러다보니 나라가 이처럼 시끄러워지는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마저 들어 원망스럽기까지 하다.

 

도봉산역에서 내려 들머리로 향한다. 잔뜩 흐린 날씨인데도 생각보다 많은 등산객들이 산을 향하고 있다. 나는 오늘 4시간 정도 산행을 할 생각으로 도봉탐방지원센터에서 마당바위를 거쳐 신선대에 오르고, 다시 탐방센터로 되돌아 나올 생각이다. 가보지 못한 마당바위를 구경하고, 주능선에서 바라만보고 오르지 못했던 신선대에 올라 주위조망을 즐기고 싶기 때문이다. 오늘 산행코스는 아래 그림과 같다.

산행코스

 

오랜만에 찾는 도봉산이지만 음식점과 아웃도어(Outdoor) 상점들로 붐비는 산 입구는 여전하다. 주차장 뒤로 보이는 아름다운 도봉산의 모습을 카메라에 담고, 10시 18분, 탐방지원센터를 통과한 후 곧이어 만나는 갈림길에서 사람들이 많이 오르는 오른쪽 길을 버리고, 왼쪽 다리를 건너, 보문능선으로 어이지는 자연관찰로를 따라 오른다.

입구 주차장에서 본 도봉산

탐방지원센터

갈림길, 하산 시 찍은 사진

 

완만한 오르막길을 약 7분 쯤 오르면 오른쪽에 도봉산 능원사(能圓寺)가 보인다. 제법 규모가 큰 절이다. 능화전(能華殿) 뒤로 도봉산이 아름답게 보이는 명당이다. 절 앞에 세워진 안내판이 봉우리들을 설명하고 있다. 흐린 날씨에도 잘 정비된 산책로를 따라 많은 사람들이 오르내린다. 과연 서울시민들의 소중한 휴식터다.

능원사 일주문

능화전


도봉산 암봉 안내판

산책로

 

멋진 산책로를 5분 쯤 천천히 걷다보니 오른쪽에 도봉사가 보인다. 무심코 지나려다 도봉사 철불좌상 안내판을 보고, 서울시 유형문화재라는 고려시대의 불상을 구경하러, 절 안으로 들어선다. 독경소리를 들으며 한동안 시멘트도로를 따라 올라, 대웅전에 이르러, 삼존불상을 카메라에 담고 주위를 둘러본다. 주위가 정갈하고 조용하다. 이름난 불가의 도장으로 손색이 없어 보인다.

도봉사 입구

도봉사 유래

대웅전

삼불좌상

 

도봉사를 나와 다시 산책길을 걷는다. 숲 해설가가 어린아이들에게 주변 숲에 대한 설명을 해주는 모습도 보인다. 산책로가 멋진 돌길로 변하고, 이정표가 있는 자운봉 갈림길에 이른다. 오른쪽으로 내려서서 자운봉 쪽으로 향한다. 정면으로 시야가 트이며 나뭇가지 사이로 선인봉과 만장봉의 멋진 모습과 포대능선이 보인다. 이어 도봉계곡으로 내려서서 서원교를 건너고, 10시 53분, 등산안내도가 있는 금강암 갈림길에서 왼쪽으로 내려선다.

돌 포장길

자운봉 갈림길 이정표

서원교를 건너고

등산안내도가 있는 금강암 갈림길

 

등산로는 계곡을 건너 능선으로 이어진다. 왼쪽으로 암자가 보인다. 모래흙이 허옇게 드러난 인적이 없는 능선을 따라 오른다. 11시 12분, 등산로에서 왼쪽으로 조금 벗어나 있는 전망바위에 올라, 북쪽으로 선인봉을 가까이 보고 동쪽으로 수락산을 바라본다. 가파르게 이어지는 능선길을 아무생각 없이 꾸벅꾸벅 오른다. 이따금 씩 마주 내려오는 등산객을 만나면, “안녕하세요?"  인사를 하고, 이 길로 곧장 가면 어디가 나오느냐고 묻는다. 마당바위라는 대답이 한결 같다. 

계곡을 건너고

 

전망바위에서 본 선인봉

 

수락산

 

로프로 가드레일을 만들어 놓은 암릉길을 오르는데 빗방울이 떨어지기 시작한다. 11시 39분, 자운봉 0.7Km/도봉탐방지원센터 2.4Km를 알리는 이정표를 지나고, 1분 후, 마당바위를 오르며 210도 방향으로 우이암을 바라본다. 마당바위는 널찍하게 펼쳐진 완만한 슬랩이다. 빗방울이 굵어지자 마당바위에서 쉬고 있던 등산객들이 하산을 서두른다.

이정표

마당바위

우이암

 

산행을 시작한 지 고작 1시간 20분 정도가 지난 시각이고, 목표로 했던 신선대가 멀지 않은데, 비가 온다고 여기서 하산을 할 수는 없는 노릇이다. 방수재킷을 걸치고, 배낭커버를 씌운 후 가파른 암릉길을 오른다. 11시 55분, 자운봉 0.5km를 알리는 이정표를 지난다. 빗발은 다소 가늘어지는 느낌인데 안개가 덮이기 시작한다. 뒤에서 인기척이 나더니 노란 비옷을 걸친 등산객 한 사람이 안개 속에 흐릿하게 모습을 보인다. 동행이 생겨 반갑다.

이정표

안개가 내려 덮히기 시작하는 암릉길

 

12시 10분, 돌계단을 올라, ‘낙뢰위험지역 안내판’이 있는 넓은 공터에 이른다. 신선대에서 하산한 등산객들이 쉬고 있다. 비가 내리고 안개가 짙지만 다행히 천둥번개는 치지 않는다. 뒤따라오던 노란 비옷이 잠자코 공터를 지나 가파른 오르막 암릉을 오르고, 내가 그 뒤를 따르자, 쉬고 있던 등산객이 길이 미끄러우니 조심하라고 소리친다. 암릉길이 가팔라지고 좁아진다. 이곳저곳에 ‘추락 위험’/‘샛길 출입금지’ 팻말이 보인다.

공터

낙뢰위험지역 안내판

추락위험 팻말

 

12시 23분, 로프가 걸린 가파른 암릉을 올라, 주능선 갈림길에 이르러, 직진하여 쇠기둥을 박아 놓은 암릉을 오른다. 바람이 거세고, 그동안 내린 비에 암릉이 번들번들 젖어 미끄럽다. 12시 30분, 바람이 거세게 부는 신선대에 오른다. 사방에 안개가 가득하여 아무 것도 보이지 않는다. 그런 속에서도 노란 비옷의 등산객이 바위 끝에 걸터앉아 무언가를 열심히 들여다보고 있다.  오연(傲然)한 자세다.

로프가 걸린 암름

갈림길

정상가는 길

정상

 

비는 여전히 부슬부슬 내린다. 쉽게 그칠 비가 아니다. 폭우로 변해 계곡물이 불으면 곤란하다. 올라왔던 암릉을 조심스럽게 내려선다. 밧줄이 걸린 가파른 암릉에 이른다. 1회용 우비를 걸친 곱상한 아가씨가 밧줄을 잡고 올라온다. 인적도 없고, 안개 자욱한 비 내리는 암릉을 혼자 오르는 아가씨의 용기가 대단하다. 신선대 오르는 바위가 미끄러우니 조심하라고 이르니, 갈림길에서 주능선으로 내려서겠다고 한다. 이곳 지리를 잘 아는 모양이다.

주능선 하산 길

 

12시 56분, 공터를 지나고, 1시 17분, 이정표가 있는 산악구조대 갈림길에서 왼쪽으로 내려선다. 빗발이 점점 굵어진다. 이어 산악구조대, 푸른샘 입구를 차례로 지나고, 해골모양의 바위를 카메라에 담는다. 1시 44분, 돌표지가 있는 만월암 갈림길에 이르자, 빗발이 더욱 사나워지더니 폭우로 변한다. 폭우 속을 미련하게 3~4분 걷다보니, 바지까지 젖어온다. 견디지 못하고 커다란 바위아래에 서서 비를 피하며, 맥주를 마시고, 간식을 든다.

푸른샘 입구

해골바위

만월암 갈림길

 

더위는 고사하고 오싹 추위가 느껴진다. 비상용으로 가지고 다니는 코냑을 두 어 모금 마신다. 이윽고 빗발이 가늘어지자 다시 하산을 시작하여, 안내판이 있는 도봉대피소/천축사 갈림길을 지나고, 인적 없는 산책길을 터덜터덜 걷는다. 사납게 내리던 비도 모르는 사이에 그쳤다. 2시 40분, 금강암 갈림길을 지나고, 잠시 후 도봉서원에 이르러, 유도문과 서원안내문을 카메라에 담는다.

천축사 갈림길

인적이 끊긴 산책길

유도문,

도봉서원 안내문

 

잠시 내린 폭우로 계곡의 물이 제법 불었다. 광륜사를 들러보고, 3시경, 탐방지원센터를 통과한다.

도봉계곡

도봉산 광륜사

 

오랜만에 찾은 도봉산이다. 산이 섭섭했던 모양이다. 안개로 가리고 폭우로 응대하며 앞으로는 자주 오라고꾸짖는 것 같다. 좋은 산을 가까이 두고도 한 동안 먼 곳만 좋다고 떠돌아다닌 것은 아닌가?

하는 반성을 해본다.

 

 

(2010. 7. 18.)

Posted by Urimahn
,

 

 

 

눈 덮인 마당바위


 

쿰부히말을 함께 다녀온 사람들이 ‘EBC 클럽’이란 모임을 만들고, 한 달에 한번씩 같이 산행을 하며 친목을 도모하기로 한다. 그 첫 모임이 3월 1일, 산행지는 도봉산이다. 헌데 공교롭게도 이날은 전국적으로 비나 눈이 내린다는 예보다.

 

 날씨가 나쁘면 모임 일자를 바꾸자는 의견도 있으나. 일기예보가 꼭 맞는다는 보장도 없는데다, 지방에서 올라오는 사람들도 있고, 첫 모임부터 펑크를 내는 것도 무엇 하니 일단은 예정대로 만나서 상황을 보아가며 대처키로 한다. 10시에 도봉산역에 모인 사람은 모두 8명이다. 쌀쌀한 날씨에 비가 제법 내린다. 우선 부근 식당으로 이동하여 한 동안 담소를 나눈 후, 우중산행 준비를 하고 산행을 시작한다.

봄비를 맞으며 산행시작

봄을 알리는 옥 같은 계곡의 물

김수영 시인의 시비도 지나고

도봉서원

도봉서원 앞의 이정표

 

구봉사를 지나고 폭포를 구경한 후 오르막 산길로 들어서자, 비는 눈으로 변한다. 어제 회사일로 과음을 한 맹 지점장이 컨디션이 좋지 않아 먼저 하산을 하겠다고 한다. 몸이 좋지 않은데도 우중에 이처럼 참여해준 맹 지점장의 성의가 무척 고맙다. 함께 단체 사진을 찍고 헤어진다.

구봉사

폭포

단체사진

 

우이암과 용어천계곡 갈림길에서 용어천계곡으로 접어들어 금년 겨울의 마지막 설경을 한껏 즐긴다.

바위 위에 핀 설화

잡목이 눈꽃으로 변하고

눈 덮인 계곡을 건너고

 

마당바위 갈림길에 모여 막걸리 한 잔씩을 나누어 마시고, 하산을 한다. 하산 길의 설경은 계곡의 설경과는 또 다른 모습으로 대원들을 즐겁게 해준다.

마당바위 갈림길

송림과 암릉에 내린 눈

사진 박기를 자청한 추장호 씨

암릉길

무겁게 내려 덮인 눈

 

당바위에서 본 우이암

눈 무게를 힘겨워하는 나뭇가지들

 

시인마을 입구까지 내려서니 눈은 다시 비로 변하고, 빗줄기가 많이 가늘어졌다. 잠시 광륜사를 둘러보고, 두부 전골집에서 뒤풀이를 한다.

시인마을 입구

광륜사 보살상

광륜사 현판

뒤풀이 자리를 함께한 정 총무 부인과 아드님

 

 

(2010. 3. 2.)

 
Posted by Urimahn
,


 

숙영지에서 본 사패능선

1. 일자 : 2006. 7. 1.(토)

2. 날씨 : 잔뜩 흐린 날씨, 비는 오지 않음

3, 산행 : 산이사회 회원 15인. (경담, 고봉, 다이야, 덕암, 망월, 산조아, 소천, 심천, 여왕봉, 여원, 우림, 우정, 이 장군, 잭 울프, 화봉)

4 산행기록 :

『(10:20) 호암사 안내석-(10:33) 능선-(10:45~10;49) 전망바위-(10:53~!!;08) 선바위-(11:26~11:42) 제 1봉-(11:55~12;00) 제 2봉-(12:13) 회룡매표소 분기점-(12:18) 제 3봉-(12:35) 사패능선-(12:48~12:50) 사패산 정상-(13:16~14:40) 숙영지에서 중식-(14:56~15:05)) 회룡골-(15:22~15:27) 회룡사-(15:40) 회룡샘-(15:55) 하산길 매점』, 산행거리 약 5.2Km에, 산행시간은 약 5시간 30분이 소요됐다.


장마전선이 남쪽에 머물고 있어, 제주도를 비롯한, 남부지방에는 집중호우가 내린다고 하지만, 서울, 중부지역은 잔뜩 흐린 날씨에 비는 오지 않는다. 당초 범골능선을 거쳐, 사패산, 포대능선을 지나 송추계곡으로 하산하겠다는 계획이, 무슨 까닭인지, 갑자기 변경되고, 집결지도 망월사역에서 의정부역으로 바뀐다.


9시 30분, 의정부역 대합실에 모인 대원들은 모두 14명이다. 언제 비가 올지 모르는 날씨의 산행이란 점을 감안하면, 꽤 많은 대원들이 모인 셈이다. 경담대원의 친구, 이 장군이란 분이 처음으로 참여하고. 발목을 다쳐 고생하던 소천대원이 오랜만에 모습을 보여 반갑다. 이윽고 잭 대장이 도착하여, 인원을 점검한 후, 일행들은 삼삼오오 짝을 지어, 범골 매표소로 향한다.


앞장서서 의정부 시내를 걷던 잭 대장이 전화를 받더니, 난감한 표정을 짓는다. 여왕봉대원이 온 다는 것을 깜박 잊고, 기다리지 않고, 출발했다는 것이다. 심천 후미대장이 여왕봉대원을 픽업하러, 의정부역으로 향하고, 나머지 대원들은 길가의 편의점 부근에서 배낭을 벗어 놓고, 쉬며 기다린다.

여왕봉 대원를 기다리며 속편 재잘재잘


이윽고 여왕봉대원이 합류하니, 오늘 일행은 여자대원 5명, 남자대원 10명, 모두 15명이다. 산이 가까워지는 모양이다. 주유소 뒤로 구름에 가린 범골능선의 제 1봉이 우뚝 솟아 있다.

주유소 뒤로 보이는 안개 낀 제 1봉


10시 21분, 호암사 안내석 앞에 모여 단체사진을 찍고, 시멘트 도로를 따라 오르며, 산행을 시작한다. 범골 매표소가 가까워지자, 일행은 왼쪽 개울을 건너, 건너편 산 사면을 기어오른다. 입장료를 벌자는 뜻이다. 10시 33분, 석천 매표소 쪽에서 올라오는 능선에 이르러, 오른쪽으로 소나무가 울창한 가파른 오름길을 오른다. 깨끗한 등산로는 어제 내린 비로 축축하게 습기를 머금고는 있다.

호암사 안내석 앞에서 단체사진

둥산로 입구에서 본 범골능선 제 1봉

등산로 입구의 이정표 <사패능선 2.4Km>


제법 가파른 길을 허위허위 올라, 10시 45분, 암반 위에 소나무 한그루가 아름다운 전망 바위에 선다. 눈 아래 의정부 시내가 내려다보이고, 북쪽으로 선바위가 기우뚱 서 있는데. 뒤로는 제 1봉이 우뚝하다. 약 15분 정도 쉬면서 조망을 즐긴 대원들은 선바위를 향해 오른쪽 비탈길을 달려 내린다.

전망바위

의정부 시내

선바위


가까이 다가가니, 선바위는 생각보다 규모가 큰 멋진 바위덩어리다. 선바위에 오르니 이곳에서의 조망도 훌륭하다. 제 1봉이 바로 앞에 보이고, 그 오른쪽, 북쪽 방향의 암벽 아래에 멀리 호암사가 보인다. 바쁠 것도 없는 길, 여자대원들이 가져온 간식을 나누어 먹으며, 사진을 찍고 휴식을 취한다.

가까이 본 선바위

뒤에서 본 선바위

선바위에서 본 1봉

선바위 옆 기암


선바위에서 1봉으로 오르는 길은 가파르고, 곳곳에 암릉이 이어진다. 경사가 급한 곳에는 로프가 드리워져 있다. 왼쪽으로 시야가 트이며, 저 아래 선바위가 내려다보인다. 등산로는 점점 가파른 암릉으로 이어진다. 하늘로 오르는 듯싶은 돌길을 올라서서, 바로 1봉 아래에 선다. 조망이 기가 막힌다.

1봉 오르다 내려본 선바위

하늘로 오르는 돌길

올려 본 1봉

2봉과 송이바위

2봉과 3봉,


암벽을 왼쪽으로 끼고, 한 차례 트래버스를 한 후, 너른 제 1봉에 올라선다. 사방이 탁 트여 시야를 가리는 것이 없다. 마침 안개도 엷어지며 사패능선, 포대능선이 뚜렷이 보인다. 장관이다. 16분간 후식을 취하며 주위를 조망한다.

1봉에서 본 포대능선 방향

1봉에서 본 3봉과 그 뒤 사패능선

1봉에서 본 호암사


1봉을 내려선다. 바위사이에 뿌리를 박고, 바위에 기듯이 누워있는 소나무를 넘어서고, 어둑한 돌 비탈길을 조심스럽게 내려선다. 돌들이 비에 씻겨 한결 정갈해 보인다. 11시 55분 제 2봉에 오른다. 3봉 뒤로 사패능선과 포대능선이 뚜렷하고, 왼쪽으로 회룡사가 내려다보인다.

3봉 뒤로 사패능선과 포대능선

회룡사


암릉을 내려서고, 뚱뚱한 사람은 우회해야 할 정도로 좁은 바위사이를 통과하여, 회룡골 갈림길에 이른다. 이정표와 등산로 안내판이 세워져 있다. 아름다운 능선 길이 이어지고, 곱게 다듬은 통나무계단을 걸어올라, 12시 17분, 제 3봉에 이르러, 지나온 봉우리들을 되돌아본다.

운치 있는 통나무 계단길


 

뒤돌아 본 2봉

뒤돌아 본, 2봉, 1봉


12시 41분 사패능선에 오른다. 이정표가 서있다. <사패산 0.3Km> 북쪽으로 사패산을 향한다. 12시 48분 사패산 정상 너른 바위에 올라서지만, 날씨가 변해 안개가 짙어져, 보이는 것은 안개뿐이다. 많은 등산객들이 여기저기 무리를 지어 둘러앉아, 점심식사를 하고 있다.

사패능선의 이정표

사패산 정상


서둘러 올라왔던 길을 되돌아 달린다. 사패능선의 이정표를 지나서, 다시 범골 쪽으로 내려선다. 이윽고 1시 16분 경, 제 3봉, 정상아래, 너른 암반에 도착하여, 점심채비를 한다. 이곳은 덕암대원의 숨겨진 아지트로, 덕암대원은 곧잘 이곳에서 비박을 하는 모양인지, "숙영지(宿營地)"라는 명칭을 붙여 놓았다.


점심차림이 대단하다. 홍어회, 편육, 김치가 갖추어 지니 삼합이 되고, 영양밥에 각종반찬들은 식당을 차려도 손색이 없겠다. 여기에 복분자 술까지 준비한 고모들의 정성이 대단하다. 빵 한 덩어리 들고 온 사람은 빵에 손을 댈 생각도 않고, 염치없이 이것저것에 손을 뻗어 포식을 한다.


오늘은 이곳에서 회룡골로 내려서서 산행을 마칠 모양이다. 시간이 널널하여, 식사 후에는 "짝짓기 여흥"으로 한 시간 가까이 웃고 즐기다가, 2시 40분 경, 경사가 급한 암릉길을 로프를 잡고 내려서면서 하산을 시작한다. 2시 56분 인적이 드믄 회령골에 내려선다. 비 온 뒤라 계곡의 물이 맑고 풍성하다. 여자대원들은 상류에서 간단히 세수만 하는 모양이지만, 남자대원들은 상의를 벗어 붙이고, 교대로 등물을 하며 땀을 들인다.

짝짓기 완성 - 잭 대장 사진

숙영지에서의 하산

회룡계곡


3시 12분 이정표를 지나고, <회룡매표소 1.56Km, 사패능선 0.94Km>, 3시 22분 회룡사(回龍寺) 경내로 들어선다. 제법 큰 규모의 절이다. 안내판을 보니, 서기 681년, 신라 신문왕 때, 의상조사(義湘祖師)가 창건하여, 법성사(法性寺)불렀으나, 서기1230년 태종 때, 한양으로 왔다, 함흥으로 되돌아가려는 태조 이성계를 무학대사가 이 절로 모셔, 끝내 한양으로 환궁케 한 이후, 절 이름이 회룡사로 개칭됐다고 한다.

이정표

회룡사


유서 깊은 회룡사를 둘러보고, 돌이 곱게 깔린 길을 따라 계곡을 내려선다. 수량이 풍부한 계곡의 흐름이 빠르고, 시원하다. 3시 40분 경, 회룡샘을 지나고, 다리를 건너, 절 경내를 벗어난다.

회룡계곡 1

회룡계곡 2

회룡샘


일행은 약 15분 간 도로를 따라 내려오다, 개울가, 커다란 느티나무 아래, 너른 쉼터가 있는 상점에 들러, 오늘의 산행을 마치고 뒤풀이 모임을 갖는다.

 


(2006.7.2.)




'북한산국립공원' 카테고리의 다른 글

도봉산 우중산행  (0) 2012.12.17
도봉산 춘설  (0) 2012.12.17
이사회(二四會) 정기산행 - 여성봉  (0) 2012.11.30
북한산 - 상장능선  (0) 2012.11.30
북한산 - 의상능선/비봉능선  (0) 2012.11.30
Posted by Urimahn
,


 

도봉의 준봉들이 모두 모였다.

산정산악회 백두대간 종주 3차대 산행모임의 이름이 이사회(二四會)로 결정되었다. 매월 2번째, 4번째 토요일의 정기산행을 잊지 말고, 기억하자는 취지다. 12월 10일, 둘째 토요일, 이사회의 산행지는 도봉산의 여성봉이다. 4~5시간 정도 가볍게 산행을 한 후, 6시에 용두동에서 송년 모임을 갖기로 한 것이다.


10시가 넘어 의정부역에 모인 대원수는 모두 19명. 1차대의 박수복 회장, 2차대의 고래 대장이 특별히 시간을 내어 참여하고, 3차대 선두대장이었던 김동근 대장과 마가목 주로 우리를 즐겁게 해준 동성(東城) 대원이 오랜만에 자리를 함께해서 더욱 즐겁다. 그 외에도 심산(深山) 대원, 여원(如園) 대원이 새로운 식구로 참여한다. 산이 좋아 모인 사람들, 언제 만나도 부담이 없어, 마냥 반갑고 즐겁기만 하다.


예정된 인원이 모두 모이자, 일행은 버스를 타고, 송추로 이동한다. 주말이면 계절에 관계없이 항상 등산객들로 붐비는 도봉산이지만, 송추 남능선을 통해 여성봉으로 오르는 길은 비교적 한적한 코스로 알려진 곳이다.


11시 10분 경, 오봉매표소에 도착하니, 여자 관리인이 나와서 깐깐하게 경노 우대증을 확인하자고 한다. 하지만 떼를 쓰는 사람에게는 못 당하는 법, 6 사람이 공짜로 입산한다. 나이를 아무리 먹어도, 적당히 구실을 대고, 공짜로 매표소를 통과하는 이들에게는 그 옛날, 악동(惡童)의 모습들이 아직도 역연하다

오봉 매표소


매표소에서 여성봉 까지는 2.1Km, 오봉까지는 3.3Km의 거리다. 능선이 크게 가파르지 않고, 험하지도 않아, 힘들이지 않고, 한적한 산행을 즐기려는 사람들에게 인기가 있는 코스다. 등산로가 북쪽 사면으로 나 있어, 오르는 산 사면이나, 등산로에는 지난 주말에 내린 눈이 녹지를 않아, 눈 위를 스쳐 부는 바람이 차갑고, 설경이 제법 그럴듯하다.

매표소 옆 이정표

눈이 남아 있는 등산로-짹 대원 사진

눈 덮인 길이 다소 미끄럽기는 하지만, 아이젠을 착용해야 할 정도는 아니다. 30여 분쯤 걸어, 작은 전망 바위에 선다. 바로 눈앞 이름 모를 봉우리의 설경이 아름답다. 북동쪽으로 사패산이 가깝고, 오늘은 시계가 좋아 그 너머로, 장흥유원지와 그 뒷산이 뚜렷하다. 남서쪽으로 시커먼 상장능선과 우이능선 뒤로 백운대와 인수봉이 머리를 내 밀고 있다. 북서쪽으로 노고산이 가까이 보인다.

전망바위에서본 눈 덮인 봉우리-우정 대원 사진

장흥 유원지와 칠봉

사패산

전망대를 지나면, 암릉길이 이어진다. 암릉길은 다져진 눈과 흩뿌려진 눈가루로 미끄럽다. 한적한 코스라고는 하지만 역시 주말의 도봉산이라, 여성봉으로 오르는 등산객들이 제법 있고, 마주 내려오는 등산객들과도 자주 만나게 되자, 자연스럽게 행보가 늦어진다. 오늘은 바쁠 것이 없는 산행이라 모든 대원들이 여유 있게 서둘지 않고 오른다. 하지만 항상 선두를 달리는 것이 몸에 밴 박수복 회장과 김동근 대장은 이미 오래 전에 우리들 시야에서 사라져 버렸다.


12시 5분 경, 여성봉에 도착한다. 겨울이라 사실감(事實感) 이 많이 떨어지지만, 처음 여성봉을 보는 여자대원들은 신기해하면서도 한편으로는 민망해 한다. 안쪽 허벅지를 딛고, 여성봉 정상의 암봉으로 오른다. 이곳에서의 조망이 훌륭하다. 바로 눈앞에 오봉 전체 모양이 보이고, 남서쪽으로 상장능선을 너머, 인수봉과 백운대가 뚜렷하다.

여성봉 이정표

 

아래서 올려 본 여성봉

위에서 내려 본 여성봉(펌)

여성봉 정상

여성봉에서 본 오봉

12시 45분 경 오봉에 오른다. 오봉에는 등산객들로 만원이다. 오봉과 백운대, 칼바위를 카메라에 담고, 등산객들로 붐비는 도봉 주능선을 피해, 거북골로 내려서서, 샘터 너른 공지에 모여 점심식사를 한다.

첫번째봉에서 내려다 본 오봉

거북골로 내려서다 잡은 오봉 파노라마

오봉에서 본 칼바위


 

오봉에서 본 북한산

점심식사를 마친 후 1000회 이상 도봉산을 오른 화봉(和峰) 고문의 안내로, 인적이 드믄 등산로를 택해 관음암 쪽으로 향한다. 인적이 없는 눈 덮인 산 사면을 거슬러 올라, 주능선에 이르고, 이곳에서, 용어천 계곡으로 하산하는 코스다.

눈 쌓인 산사면을 거슬러 오르고..

현재 위치와 용어천 계곡, 성도암을 거쳐, 도봉 매표소로

도봉 주능선에서 내려서면서 밀집한 아파트 단지 너머로 불암산을 조망하고, 눈 쌓인 도봉 주능선 끝에 우뚝 솟은 우이암과 그 너머로 북한산의 힘찬 능선을 카메라에 담는다. 거대한 기암이 등산로를 막아서고. 이 기암을 우회하여 전망바위 위에 선다. 왼쪽으로 칼바위, 주봉, 뜀바위, 신선대, 자운봉, 만장봉, 신선봉이 줄줄이 서 있고, 신선봉 뒤로는 눈 덮인 수락산이 가깝다. 가히 장관이다.

불암산

우이암

길을 막는 괴암을 우회하는 대원들-짹 대원 사진

보문능선에서도 이와 비슷한 각도에서 도봉산의 빼어난 암봉들을 한 눈에 볼 수 있지만, 이처럼 가까이 볼 수 있는 곳은 이곳밖에 없다. 나뭇가지 사이로 멀리 관음암이 보인다. 모든 대원들이 눈앞의 조망에 압도되어, 이곳 조망이 오늘 산행의 하이라이트라고 입을 모은다.

도봉의 준봉들-왼쪽부터 주봉, 뜀바위,신선대, 자운봉, 만장봉, 선인봉

수락산

3시 21분 경, 은주봉 이정표를 지나고. <도봉매표소 2460m, 만장봉 850m>, 다시 좋은 위치에서 칼바위를 당겨 카메라에 담는다. 3시 41분, 성불사로 이어지는, 겨울 분위기가 완연한, 삼거리다리를 지난다.

칼바위와 주봉

삼거리교

4시경, 조 고문의 귀띔으로, 공원 입구, 커다란 북한산 국립공원 돌 표지 왼쪽에, 우암 송시열 선생의 친필 글씨로, "도봉동문"이라고 음각한 암괴를 카메라에 담고, 공원을 빠져나와 간단히 하산주를 하기로 한 서울 식당으로 향한다.

도봉동문

식당에 들어서니, 박 회장과 김 대장이 소주잔을 기우리고 있고, 몸이 안 좋아, 산행에는 참여하지 못하고, 식당에서 기다리던 김기홍 부회장이 반갑게 맞이한다.

 


(2005. 12. 11.)

'북한산국립공원' 카테고리의 다른 글

도봉산 춘설  (0) 2012.12.17
도봉산 : 범골능선-사패산-회룡골  (0) 2012.11.30
북한산 - 상장능선  (0) 2012.11.30
북한산 - 의상능선/비봉능선  (0) 2012.11.30
북한산 - 진달래 능선  (0) 2012.11.30
Posted by Urimahn
,

 

 

<제 2봉 그리고 상장능선>

 

2005년 7월 8일, 금요일 오후 늦게 산악회에서 연락이 온다. 내일 토요일 정맥산행은 비 때문에 예약을 취소하는 대원들이 많아 순연한 다는 이야기이다. 대간 팀은 예정대로 산행한다는 말도 덧붙인다. 참여인원수가 일정 수준 이하이면 그 산행이 중단되는 것은 당연하다하겠다. 산악회가 손해를 보면서 가이드를 해 줄 수는 없지 않은가?

 

하지만 왠지 서운하다. 공백이 생긴 토요일에는 밀어 놨던 책을 읽으며 시간을 보내지만 좀처럼 집중이 돼질 않고 산만하기만 하다. 땀에 흠뻑 젖어 짙푸른 숲 속을 허위허위 오르는 장면, 송림 숲 오솔길을 걷는 장면들이 파노라마처럼 머리 속에 펼쳐지고. 길게 누운 푸른 능선이 눈에 아른거린다.

 

일요일, 눈을 뜨니, 하늘에는 구름이 가득하지만 구름사이로 이따금 푸른 하늘이 얼굴을 내 민다. 비는 올 것 같지 않은 날씨다. 더 이상 견디지 못하고 평소 가보고 싶었던 북한산 상장능선을 다녀올 생각을 한다. 하지만 일요일인데 집사람 혼자 두고 나서기가 미안하다. 아침을 먹으며 운을 떼 본다.

 

"비 올 것 같지 않은데, 청계산이나 아니면 근교 골짜기로 바람 쏘이러 나갑시다."


"일요일이라 사람들이 많을 터인데, 복잡해서 싫어요."


"그럼, 나는 북한산이나 다녀오리다."

 

어디 한두 해 함께 살았나? 집사람은 수를 쓰고 있는 내 속을 훤히 드려다 보고 있을 터이지만 모르는 체 도시락을 챙겨준다. 8시 40분 경 미안한 마음을 뒤로한 채 문을 나선다. 북한산 상장능선은 말은 많이 들었지만 아직 가보지를 못한 곳이다. 대문을 나서는 마음이 벌써 설렌다.

 

상장능선은 삼각산 중의 하나인 만경대에서 뻗어 나온 지능이라고 한다. 만경대에서 흘러내린 능선은 하루재에서 솟구쳐, 영봉(靈峰) (604m)을 이루고 북동쪽으로 달리다 육모정 고개로 내려서서는 북서로 방향을 바꾸어 새롭게 8개의 봉우리를 만들며 흐르다 상장봉(上長峰)(534m)에 이른다.

 

상장능선은 군사지역으로 출입이 통제되어, 북한산의 다른 능선과는 달리 주말에도 등산객이 붐비지 않고 호젓한 편이고, 능선은 소나무와 바위가 잘 어울려져 아름답다고 한다. 또한 2봉, 3봉, 4봉, 9봉 등은 릿지를 즐길 수 있는 암봉으로 스릴이 넘치는 코스다. 왼쪽으로는 도봉산이, 오른쪽으로는 삼각산이 줄곧 따라 붙어, 조망이 빼어난 곳으로도 유명하다.

 

구파발 지하철역에서 내려, 버스 정류장으로 향한다. 버스를 기다리는 등산객 행렬이 200m가 넘게 줄지어 있다. 의정부, 송추 행 정기 노선버스 이외에도, 주말에는 구파발과 북한산성 입구를 왕복하는 셔틀버스가 임시 배차되어 부지런히 등산객을 실어 나르지만, 길게 늘어 선 줄은 좀처럼 줄어들지 않는다.

 

의정부 행 버스가 도착한다. 솔고개에 서느냐고 물으니 기사양반이 타라고 손짓한다. 기사양반은 타는 승객마다 가운데로 들어가라고 안으로 안으로 몰아 넣는다. 이윽고 더 이상 발 딛을 틈이 없게 승객들이 꽉 들어차자 버스가 출발한다. 버스는 북한산길을 달린다. 북한산 입구에서 많은 등산객들이 내린다.

 

차안이 좀 넓어지자, 벽에 붙어 있는 버스 노선도를 보고, 솔고개를 찾는다. 하지만 솔고개란 이름의 정류장은 보이질 않는다. 불안해진 나는 다시 기사 양반에게 부탁한다. 효자동을 지나고 사기막골을 거쳐 마포 예비군 교육장인가 하는 곳에 버스가 서자, 기사 양반이 솔고개 손님은 하차하라고 알려준다.

 

오늘 산행은 솔고개를 들머리로 하여 325봉을 거쳐 9개의 봉우리를 지나, 육모정 고개에 이르고, 이 곳에서 직진하여 영봉에 오른 후 하루재를 거쳐 백운대 매표소로 하산할 예정이다. 육모정에서 영봉, 하루재까지는 금년 말까지 휴식년제가 실시되고 있으나 요즈음은 거의 규제를 하지 않는다는 소리를 들은 터라 산행코스로 잡아본다.

 

실제 산행시간은 아래와 같다.
『(10:16) 솔고개 도착-(10:37, 10:42) 325봉-(11;07, 11:13) 상장봉-(11:29, 11:40) 2봉-(11:44) 3봉-(11:56) 4봉- (12:01) 4봉 후면-(12:12) 5봉-(12:40, 13 :10) 중식-(13:33) 9봉-(13:58) 육모정 고개-(14:25) 헬기장-(14:40) 영봉 직전 전망대-(14:45, 4:54) 영봉-(15:25) 하루재-(15;35, 15:50) 냇가에서 휴식-(15:55) 매표소』총 산행시간은 5시간 39분이다. 여기서 중식 30분, 휴식 약 1시간정도를 감안하면, 순수하게 산행에 소요된 시간은 약 4시간 정도라 하겠다.

 

버스에서 내리자 바로 눈앞에 맛있는 집 "연풍마당"의 입 간판이 보인다. 함께 내린 5-6인의 등산객들이 입 간판이 세워진 시멘트 길로 내려선다. 이들을 따라 천천히 걷는다. 조금 내려서니 길이 좌우로 갈린다. 일행들은 좌측 길을 택해 누런 황톳길 신작로로 들어선다. 정면에 상장봉이 우뚝 솟아 있다.

<솔고개에서 내려 년풍마당 입간판이 서있는 길로 들어선다>

<등산로로 이어지는 왼쪽 황톳길>

신작로를 따라 조금 오르다가 이번에는 오른쪽 숲으로 이어지는 등산로로 접어든다. 좁은 등산로는 어제 내린 비로 축축하게 젖어있다, 등산로는 오를 수록 경사가 급해진다. 습도가 높은 숲길이 무덥다. 뒤따라오는 여자 등산객이 투덜댄다. "찜질 방이 따로 없네..."

<오른쪽 등산로 - 이제부터 길은 거의 외길이다>

오늘 산행은 5시간 정도라고 보고, 암릉도 올라야 함으로, 스틱은 모두 빼놓고 왔다. 경사가 심한 무더운 숲길을 천천히 오른다. 20여분 정도 오르자 폐타이어로 참호를 만든 폐타이어봉, 325m봉에 이른다. 초반에 힘이 들었던지 등산객들은 이곳에서 배낭을 벗어 놓고, 물을 마시며 쉰다. 오른쪽으로 삼각산이 구름에 가려 제 모습을 나타내지 않지만, 정면의 상장봉은 깨끗이 보인다.

<폐타이어 봉>

<폐타이어 봉에서 본 구름에 가린 인수봉과 백운대>

<폐타이어 봉에서 본 상장봉>

제법 널찍한 공간이라 바람이 통한다. 시원하다. 사진도 찍고 물도 마시며 쉬면서, 버스에서 함께 내린 일행에게 오늘의 산행 코스를 물었더니, 이들은 육모정 고개에서 사기막골로 하산한다고 한다. 영봉을 지나 하루재로 하산하고 싶다고 했더니, 요즈음은 거의 단속을 하지 않아 별 문제가 없을 것이라고 한다. 상장능선의 암릉들은 위험하냐고 묻는다. 바위가 젖었을 터이니 오늘은 우회로를 이용하라고 충고한다.

 

대간산행에서 서둘던 버릇이 나오나 보다. 이들 일행에 앞서 325m봉을 떠나 상장봉으로 향한다. 10분쯤 오르니 바위 전망대에 이른다. 저 아래로 북한산 길이 구불구불 이어지고, 그 너머로 노고산이 보인다. 오른쪽 인수봉은 아직도 구름에 가려 보이지 않으나 그 왼쪽으로 영봉이 뾰족하게 모습을 나타낸다.

<상장봉 오르다 전망대에서 본 북한산 길>


11시 7분 경 상장봉 정상(534m)에 도착한다. 정상에는 한 무리의 등산객들이 쉬고 있다. 별다른 정상표지는 없고, 마모가 심해, 글씨가 전혀 보이지 않는 삼각점이 정상 한 가운데에 박혀있다. 정상에서는 서쪽과 남쪽의 조망이 트였다. 운무에 가려 신비롭게 보이는 삼각산이 크게 다가온다. 바쁠 것도 없다. 기다리는 버스가 있는 것도 아니니, 배낭을 내려놓고 물을 마시며 조망을 즐긴다.

 

상장봉 정상을 지나 암릉 길을 따라 걷는다. 얼마 걷지 않아, 눈앞에 2봉의 웅장한 암봉이 앞을 막아서고 그 뒤로 상장능선이 오른 쪽으로 이어져 영봉으로 달리는 모양이 한눈에 들어온다. 북동쪽으로는 멀리 도봉산 줄기가 운무에 가려 희미하게 보인다.

<2봉 - 마지막 오름이 쉽지않다.>

 

눈앞의 2봉은 뾰족한 삼각형 모양의 날카로운 암봉이다. 중간쯤에 경사가 급한 짧은 슬랩 구간이 있고, 그 곳을 지난 후에는 직벽을 타고 올라야 정상에 설 수 있겠다, 직벽 아래에서 오를 차례를 기다리는 등산객들이 모여 있는 것이 보인다. 정면으로 오르는 것은 무리라고 판단하고 우회로로 내려선다. 이 우회로는 3봉까지 지난 후에 안부에서 암릉 길과 만난다고 한다. 따라서 우회로를 택해 안부까지 진행하면, 아름다운 2봉과 3봉을 지나치는 아쉬움이 남게된다.

 

우회로를 따라 내려서되, 2봉 밑동을 중간쯤 진행한 지점에서, 왼쪽으로 2봉 바위 사면을 타고 돌아 후면으로 이어지는 길이 있다. 마침 3-4명의 등반객들이 바위 사면을 조심스럽게 트래버스하여 2봉 뒤쪽으로 오르는 모습이 보인다. 이들을 따라 조심스럽게 올라 2봉 뒤쪽, 암릉 길에 도착한다.

 

2봉 뒤쪽에서 암릉 길로 내려서려면 직벽을 타야한다. 이 직벽에는 줄이 걸려 있고, 이 줄에 매달려, 큰 바위 위에 내려서게 된다. 한길이 넘어 보이는 바위에서 다시 암릉 길로 내려서는 곳은 발 딛을 곳과 손잡을 곳이 확실하여 쉽게 내려설 수가 있다. 이 코스를 역으로 거슬러 올라 2봉 정상에 올라선다. 스릴 만점이다.

<2봉 반대편으로 내려서는 등산객>

2봉 정상은 나무 한 그루 없는 암봉이다. 사방이 확 트였다. 서쪽 발 아래에로 푸른 상장봉이 부드럽게 누워있다. 북동쪽으로 오봉과 도봉산의 주능선이 뚜렷이 다가온다. 동쪽으로는 상장능선의 9봉까지 이어진 모습이 한눈에 들어오고 그 끝에 영봉이 한발 떨어져서 우뚝 솟아 있다.

<2봉 정상에서 본 상장봉>

<2봉에서 본 도봉산>

<2봉에서 본 상장능선>

사방의 조망에 넋을 잃는다. 정면에서 젊은 등산객 한 사람이 올라온다. 정면으로 오르는 길이 어렵더냐고 물었더니, 자기도 초행인데, 홀드 자리가 분명하여 생각보다는 어렵지 않게 올라왔다고 한다. 2년 정도 주로 북한산, 도봉산을 주말마다 다닌다는 젊은이 이다. 특별히 등산학교를 다니지는 않았다고 한다.

 

아쉽지만 올랐던 길을 되 집어 2봉을 내려서서 3봉으로 향한다. 곧 바로 3봉에 도착한다. 너른 바위에 소나무가 그늘을 만들어 쉬어가기에 안성맞춤인 곳이다. 험상궂은 4봉(545m)이 눈앞에 있다. 4봉을 오르는 사람들이 멀리 보인다. 그 뒤로 상장능선이 그림 같다. 뒤돌아보니 조금 전에 내려온 2봉이 나뭇가지위로 우뚝 솟아 있다. 2봉, 3봉, 4봉이 상장능선의 하이라이트라고 한다.

<4봉>


<뒤돌아 본 2봉>

3봉의 너른 슬랩을 내려서서 안부에 이른다. 4봉은 오르기보다, 정상에 오른 후 반대편으로 내려서는 슬랩이 직벽에 가까워, 자일이 없으면 무리라는 이야기를 들은바가 있어서 미련 없이 우회로를 택한다. 우회로는 안부를 지나 5봉을 향해 오른다. 가파른 경사로가 힘겹게 이어진다. 정상 직전, 길가의 전망 바위 위에 선다. 4봉, 3봉, 2봉, 그리고 상장봉이 한 줄로 서있는 모습이 그림 같다. 12시 12분 경 삼각점이 박혀있는 5봉 정상(565m)에 오른다.

<3봉 슬랩>

<3봉의 노송>

<5봉 오르다 본 지나온 봉우리들 - 4봉, 3봉, 2봉 그리고맨 뒤가 상장봉>

5봉을 내려서니 바로 너른 공터에 이른다. 왼쪽으로 도봉산 일대가 눈앞에 펼쳐진다. 장엄하다. 이 공터에서 사진을 찍느라 지체하고 있는데 2봉에서 만났던 젊은이가 다가온다. 4봉을 정면에서 붙었다가 무리인 것 같아 되돌아 내려서서 우회로로 오는 길이라 한다. 이 후 이 젊은이와 이런 저런 이야기를 나누며 하산할 때까지 함께 동행한다.

<공터에서 본 도봉산의 오봉>

6봉, 7봉, 8봉은 지나는 줄도 모르고 지나고, 내리막길을 거쳐, 12시 40분 경, 거대한 9봉(510m)이 정면으로 보이는 전망바위에 이른다. 언제 왔는지 전망바위 절벽 끝에는 솔고개에서 함께 내렸던 일행들이 점심을 하고 있다. 이 곳에서의 조망이 또 끝내준다. 정면으로 9봉이 거대한 송곳처럼 날카롭게 솟아 있고, 오른쪽으로 비로소 제 모습을 드러낸 인수봉이 이제까지와는 다른 각도에서 마치 칼바위 같은 모습을 하고 서있다. 왼쪽으로 도봉의 주능선이 톱니 같이 보이고, 오봉은 이제 왼쪽 뒤편으로 쳐져있다.

<제9봉, 왕관봉>

<왼쪽의 영봉, 만경대, 그리고 칼날같은 인수봉>

<도봉산 주능선>

전망 바위에서 젊은이와 함께 점심식사를 한다. 65년 생이라는 이 젊은이는 증권회사 차장이다. 2년 전부터 주말마다 근교 산을 열심히 다녔지만 상장능선은 처음인데, 듣던 것보다 훨씬 더 아름답다고 감탄한다. 1시 10분 경 식사를 마치고 9봉으로 향한다. 젊은 동반자가 있어 망설이지 않고 9봉을 직접 오른다. 멀리서 보았을 때는 거대한 송곳을 세워 놓은 듯한 암봉이지만 가까이 보니 발 딛을 자리, 손잡을 자리가 확실하여, 그렇게 위험한 코스는 아니다. 1시 33분 경 정상에 도착한다.

 

9봉 정상에서 걸어 온 상장 능선을 되돌아본다. 조금 전에 점심을 먹었던 전망바위에서 떨어지는 깍아지른 절벽이 아찔하다. 정상에서 한동안 조망을 즐기고 내리막길을 달려 육모정 고개로 향한다. 조금 내려오다 왼쪽 길로 빠지는 길은 용덕사로 빠지는 길이니 조심하여야 한다. 직진하는 마루금을 조금 더 내려서면 왼쪽으로 떨어지는 갈림길이 나온다. 이 길을 따라 내려야 철탑을 지나 육모정 고개에 이르게 된다. 너른 4거리, 오른 쪽 길가에 추모비가 세워져 있다. 영봉은 직진하는 비탈길을 올라야 한다.

<9봉 정상에서 본 지나온 길>

<아찔한 전망 바위>

<육모정 고개의 추모비>

비탈길을 12분쯤 걸어 오르니 시야가 트인다. 걸어온 방향으로 상장능선의 봉우리가 1봉부터 9봉까지 한눈에 들어오고, 진행 방향으로는 영봉이 앞을 가로막고, 그 뒤로 인수봉이 미끈하다. 다시 10여분을 걸어올라 헬기장을 지난다. 등산로는 숲 속으로 이어지고, 눈앞에 시커멓게 불탄 나무들이 앙상하게 늘어서 있는 곳을 지나 널찍한 암릉을 오르더니, 인수봉의 웅장한 모습이 앞을 가로막고, 효자리 계곡으로 흘러내리는 물소리가 아득히 들리는 너른 전망대에 이른다.

<지나온 상잔능선이 한눈에 들어온다>

<영봉과 인수봉>

<불탄 나무들>

<작은 슬랩구간>

만경대와 인수봉의 거대한 모습이 낮은 구름을 이고, 바로 눈앞에 버티고 있다. 백운대는 인수봉에 가려, 겨우 한 자락이 빼꼼이 보일 뿐이다. 가히 장관이다. 저 아래 너른 암반에는 인수봉을 오르다 조난 당한 산악인들을 위로하는 위령비가 곳곳에 누워있다. 가까이에 세워져있는 위령비를 본다. 1963년 12월 31일에 태어나, 꽃다운 26세의 나이에, 1988년 11월 6일 조난을 당한 젊은 산악인을 기리는 위령비다. 숙연히 고개 숙여 명복을 빈다.

<전망 바위에서 본 인수봉과 만경대>

<암반 위의 위령비>

전망대에서 오른쪽으로 올라 헬기장이 있는 영봉 정상에 선다. 정상에는 정상석이 세워져 있고, 정상석 뒤로 너른 암반이 펼쳐져 있다. 암반 위에서 배낭을 벗어 놓고, 젊은 친구와 함께 남은 과일과 음료수를 마시며 주위 조망을 즐긴다.

<영봉 정상>

<정상석>

3시 경 영봉을 뒤로하고 하루재로 향한다. 내리막 길 곳곳에 위령비들이 눈에 뜨인다. 3시 25분 경 하루재에 도착한다. 하루재 이정표는 백운대 매표소까지의 거리가 600m라고 일러준다. 너른 등산로를 따라 매표소로 향한다. 개울물 소리가 들린다. 등산로 옆으로 맑은 물이 흐른다. 등산로를 벗어나, 개울가에서 세수를 하고, 시원한 물에 발을 담가 땀을 들인다. 젖은 상의를 갈아입고, 물을 마시며 잠시 쉰다.

<하루재 이정표>


 

3시 55분 경, 매표소 앞 주차장에 도착하여 오늘 산행을 마친다.

 


(2005. 7. 11.)

 

 

Posted by Urimahn
,

2004년 10눨 20일.
주 1회 백두대간 산행만으로는 만족하지 못한 3차대 대원들이 북한산으로 틈새 산행길에 나선다. 코스는 의상능선에서 시작, 문수봉을 거쳐, 비봉에 오르고, 향로봉 능선을 걸어, 위험지역을 내려 선다. 석양의 족두리봉을오른 후 구파발로 하산한다.릿지화도 마련, 릿지의 즐거움도 맛 본 산행이다.

구파발로 하산하기 전, 전망 좋은 바위에 앉아, 서울의 야경을 즐긴다.하늘에는 마침 반달이 떠 올라, 외롭게 홀로있는 별의 동무가 돼 준다. 하산 후 산행에 참여치 못한 대원들이 퇴근 후 합세하여, 밤 늦게까지 뒷풀이가 계속된다. 게으름을 피우다이제야 사진을 모은다.

<북한산성쪽에서 본 역광 속의 의상봉>


<의상능선에서 본 삼각산, 왼쪽의 염초봉, 오른쪽 용암봉, 가운데 노적봉>

<의상봉 오르다 바위에 앉아, 서쪽 조망을 즐긴다.>

<암릉을 오르는 대원들>

<용출봉에서 삼각산을 조망하는 대원, 앞은 의상봉>

<우회로를 버리고, 용출봉을 직접 내려서는 대원들>

<용출봉 - 오른쪽으로 하강 코스, 아래 우회로에 둥산객이 보인다.>

<용혈봉, 중취봉을 지나 부왕동암문에 이른다>

<나월봉의 기암과 오른쪽의 삼각산>

<뒤돌아 본 의상능선>

<의상능선에서 본 비봉능선- 가운데가 비봉, 이어져 내린 응봉능선>

<나한봉>

<문수봉>

<구조 헬기 - 성벽 길을 걷던 여자 등산객이 성벽에서 추락, 부상>

<문수봉에서 본 비봉능선>

<문수봉을 내려오는 대원들>

<뒤돌아 본 문수봉>

<비봉능선에서 본 나한봉, 나월봉>

<비봉능선에서 본 보현봉>

<구멍바위도 지나고...>

<비봉에 올라 순수비를 본다>

<석양 속의 비봉>

<향로봉 능선길을 오르는 대원>

<향로봉에서 날자...>

<향로봉에 선 대원들 - 우정대원 사진>

<석양의 향로봉 능선>

<향로봉 암봉 끝에 모여....우정대원 사진>

<아찔한 절벽 하강길>

<족두리봉>

<서산에 지는 해>

<반달 - 우정대원 사진>

<야경 - 우정대원 사진>

<뒷풀이>

<귀로의 지하철>

'북한산국립공원' 카테고리의 다른 글

이사회(二四會) 정기산행 - 여성봉  (0) 2012.11.30
북한산 - 상장능선  (0) 2012.11.30
북한산 - 진달래 능선  (0) 2012.11.30
북한산 - 백운대  (0) 2012.11.30
북한산 - 형제봉 능선/ 비봉능선  (0) 2012.11.30
Posted by Urimahn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