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이령 길을 걸으면서 본 아름다운 오봉

송추폭포

천축사 불상

 

지난 7월 24일(토요일) 응봉산을 가기로 했던 산악회가 금요일 늦게 취소통보를 해오는 바람에 주말을 집안에서 무료하게 보내고, 월요일, 국립공원공단에 우이령 탐방신청을 한다. 1969년 출입이 금지된 우이령 고갯길이 개방된 지 1년이 지났는데도 아직도 둘러보지 못한 터라, 가볍게 바람이라도 쏘이겠다는 심정으로 신청을 한 것이다.

우이령의 폐쇄와 개방

 

북한산과 도봉산의 경계가 되는 우이령은 진달래꽃으로도 유명하고, ‘한국의 슈베르트’로 불리는 이흥렬이 작사 작곡한 애창곡, ‘바우고개’의 무대이기도하여, 많은 사람들의 호기심의 대상이 되어온 정겨운 고개라 할 수 있겠다. 하지만 이제 우이령 길은 차량통행이 가능한 군사도로 변하여, ‘바우고개’에서 연상이 되는 옛 모습은 찾은 길이 없지만, 호젓한 신작로를 걸으며 듣는 청아한 계곡의 물소리와 아름다운 오봉과 상장능선을 바라보는 즐거움은 여전하다.

우이령 길

 

석굴암도 둘러보고, 이곳저곳을 기웃거리며 천천히 걸었는데도, 12시 경에 우이령 길 탐방을 마친다. 이 시간에 집으로 갈 수도 없는 일, 하여 서울에서 낳고, 서울에서 자랐으면서도 아직까지 가보지 못한 송추계곡과 송추폭포를 구경하기로 하고, 버스로 이동하여, 12시 42분, 송추계곡 입구에 도착한다. 이렇게 시작한 오후 산행이 송추폭포, 오봉능선, 신선대, 천축사로 이어져 도봉역으로 하산하는 긴 산행으로 이어진다. 오늘의 산행코스는 아래그림과 같다.

산행코스

 

2010년 7월 27일(화).
8시 30분 경 집을 나와 지하철을 탄다. 러시아우어가 지난 시각이라 지하철 안이 붐비지 않아 좋다. 7호선에서 시작하여 2호선, 4호선으로 바꿔 탄 후, 수유리 역에 도착하여 3번 출구로 나와 오른쪽에 보이는 버스전용차선 주차장에서 우이동 가는 버스 120번과 153번을 기다린다. 이윽고 153번 버스가 도착하고, 버스는 약 20분 후, 우이동 종점에 도착한다. 종점이라고 해서 터미널이 있는 것도 아니다. 보문사 들어가는 도로입구에 손님들을 내려주고 버스는 왔던 길을 되돌아간다.

우이동 도착

 

버스에서 내려 오른쪽에 보이는 우이동 먹거리 마을로 향하여, 9시 52분, 우이령 길 탐방지원센터 1.7Km를 알리는 팻말을 만나, 그 앞 쉼터에서 산행준비를 한 후, 10시경 먹거리 마을로 들어선다. 과연 먹거리 마을답게 계곡을 따라 유원지를 마련해놓은 대형식당들이 줄지어 늘어섰고, 좁은 오르막 포장도로로 많은 차량들이 오르내린다. 신경이 쓰이는 길이다. 빠르게 걸어 오른다. 이윽고 차량통제 지점을 지나서 부터는 옛날 신작로와 흡사한 호젓한 군사도로가 이어진다.

탐방지원센터 1.7Km를 알리는 팻말

먹거리 마을길의 무궁화

텅빈 차량통제소

 

10시 25분, 탐방지원센터에서 예약 확인을 한 후, 아무도 없는 텅 빈 길을 따라 우이령 고개로 향한다. 평일 아침이라 그런지, 이 길을 걷는 사람은 나 밖에 없는 모양이다. 새소리도, 물소리도 들리지 않는 단조로운 길이다. “자박, 자박, 자박...” 등산화에 밟히는 왕모래 소리가 고갯길의 정적을 깰 뿐이다. 10시 29분, 우이령 1Km를 알리는 이정표를 지나고, 이어 맨발 길로 들어선다. 이제부터는 왕모래길이 아닌 황톳길이 이어진다.

우이동 쪽 탐방지원 센터

호젓한 우이령 길

맨발 길

 

맨발로 걷는 데는 익숙하지 않아 모처럼의 맨발 길이지만 신을 신은 채 멋진 길을 천천히 걸어 오른다. 혼자 걷다보니 전혀 시간을 의식할 필요가 없어 좋다. 모처럼 루른 하늘이 보이는 맑은 날씨다. 그늘을 따라 걷다, 한줄기 청풍이라도 만나게 되면 그 시원함이 말 할 수 없이 즐겁다. 우이령 고개가 가까워지나 보다, 저 앞에 대전차 장애물이 보인다.

우이령 길을 걸으며 본 파란 하늘

대전차 장애물

안내판

 

10시 47분, 이정표가 있는 우이령 고개에 이른다. 고개마루턱을 내려서면 왼쪽에 전경부대가 있는 넓은 공터다. 2006년 3월, 한북정맥 산행 시, 솔고개에서 상장능선을 지나 우이령 길로 내려섰다. 이곳에 이르러 전경부대의 제지로, 맞은 편 능선을 타고 우이암으로 진행한 적이 있어, 낮이 익은 곳이다.


우이령 고개 이정표

 

2006년 3월 1일, 한북정맥을 하면서 잠시 우이령 길을 걷는다.

 

10시 52분, 전망대에 올라, 오봉의 유래 안내판과 아름다운 오봉을 카메라에 담고, 전망대에서 내려서며, 낮 익은 ‘노변사방사업 개요’ 석비를 바라본 후, 내리막길을 따라 내린다. 인기척이 들리는가 싶더니, 왼쪽 쉼터에서 쉬고 있는 대여서명의 아줌마들 모습이 보인다. 아마도 교현리에서 올라오다 쉬고 있는 모양이다. 우이령에서 처음 만난 사람들이다. 반갑게 인사를 하고 지나친다.

전망대

전망대에서 본 오봉

오봉의 유래

공사연혁 안내석비

4년 전에 본 석비

 

11시 3분, 유격장 입구에 이르러 석굴암으로 향한다. 가파른 시멘트 오르막길이 이어진다. 요란한 굉음을 내며 커다란 군 트럭이 대낮인데도 헤드라이트를 켜고 서서히 굴러 내려온다. 11시 12분, 석굴암 갈림길에서 오른쪽으로 진행하여 석굴암으로 향하여 10분 후, 경내로 들어서서 절 주위를 둘러본다. 높은 곳에 위치하고 있어 건너편 상장능선이 한눈에 들어온다.

유격장과 석굴암 가는 길

석굴암 갈림길

대웅전

범종각과 삼성각

 

1시 36분, 유격장 입구 광장으로 되 내려와 교현리로 향한다. 0.7Km 떨어진 석굴암을 다녀오는 데 33분 정도가 소요됐다. 완만한 내리막길이 계속된다. 군 트럭 한 대가 역시 헤드라이트를 켜고 천천히 올라오고 있다. 유격장을 지나고 부터 길은 더 넓어지고 잘 정비되어 옛 신작로 같은 정취를 느끼기가 어렵다.

유격장 입구 광장

넓어진 군사도로

 

12시 3분, 교현탐방지원 센터를 지나며 우이동 길 산책을 마친다. 석굴암도 둘러보고 천천히 걸었는데도 우이동 먹거리마을 입구에서 이곳까지 대강 2시간 정도가 걸린 셈이다. 도로를 따라 내리다 왼쪽에 보이는 호국 쌍룡사로 들어선다. 불을 환하게 밝힌 법당 안에서 스님의 독경소리가 낭낭하고, 여신도의 경건한 참배 모습이 평화롭다.

교현탐방지원 센터

호국 쌍룡사 현판

 

12시 11분, 국도로 나와 한낮의 땡볕 속에서 송추로 향한다. 오른쪽으로 오봉능선과 상장능선이 아름다운 모습을 뽐내고 있다. 이윽고 버스정류장에 도착하여 버스노선도를 보니, 송추계곡 입구까지는 네 정류장을 더 가야한다. 걷기는 무리라, 버스로 이동하여, 12시 42분, 송추계곡으로 들어선다. 오른쪽 도로변에 이정표가 보인다.

국도에서 본 여성봉과 오봉능선

이정표

 

음식점들이 늘어선 송추계곡을 따라 오른다. 계곡은 물놀이로 더위를 식히는 사람들로 북적이고, 좁은 도로에서 배기가스를 뿜어대는 차량들이 짜증스럽다. 12시 53분, 이정표가 있는 오봉 갈림길에서 직진하여 송추폭포로 향한다. 도로가 다소 한가해지 느낌이라, 캔 맥주를 사서 마시며, 유장하게 계곡을 따라 오른다.

오봉 갈림길 이정표

송추계곡(자연폭포) 물놀이 인파

줄이어 늘어선 음식점들

 

1시 26분, 등산안내도가 있는 송추분소를 지나고, 철다리를 건너, 비로소 계곡길로 들어선다. 지도에는 송추계곡이 휴식년제 적용구간이라고 되어있어, 출입을 통제하면 사패능선으로 빠질 생각이었지만, 안내판에 의하면 출입통제대상은 계곡뿐이고, 등산로는 개방 되어있다. 하여 이정표가 있는 사패능선 갈림길에 이르러, 마음 놓고 오른쪽의 한적한 계곡 길을 따라 오른다.

출입통제 안내

사패능선 갈림길 이정표

 

1시 53분, 송추폭포에 이른다. 계곡으로는 출입을 못하게 가드레일이 쳐져있고, 출입금지 팻말이 보인다. 계단 위에서 폭포를 카메라에 담고, 1분 후, 폭포 위 길가 바위에 자리를 잡고 점심식사를 한다. 건너편에 공단에서 나온 감시요원 두 사람이 계곡으로 진입하는 등산객들을 막기 위해 근무를 하고 있다. 바람이 잘 통하는 그늘에 앉아 30여분 동안 식사와 휴식을 즐기고 2시 24분 다시 산행을 속개한다.

폭포 상단, 근무 중인 공단요원들

 

생각보다 부드러운 계곡길이 이어진다. 가끔 마주 내려오는 등산객들이 보일 뿐, 한적한 푸른 숲 속을 청량한 물소리를 들으며 산책하듯 유장하게 걷는 기분이 그만이다. 2시 38분, 사목교를 건넌다. 이정표는 오봉까지의 거리가 1.9Km라고 알려준다. 2시 50분, 다시 오봉 1.5Km를 알리는 이정표를 지나고, 오르막길을 오른다. 오른쪽으로 시야가 트이며 사패산이 보인다.

산책길

사목교

 

오르막 계단길이 한동안 이어진다. 태양열판이 붙은 무인산불감시시설이 보인다. 3시 20분, 이정표가 있는 오봉능선에 올라, 1 Km 떨어진 자운봉으로 향한다. 3시 28분, 자운봉 0.8Km를 알리는 이정표가 있는 칼바위 건너편의 암릉길을 오르며 북한산, 상장능선, 그리고 오봉능선을 바라본다.

오봉능선 이정표

암릉길

북한산

상장능선

오봉능선

 

안전시설이 된 아기자기한 암릉이 이어진다. 오른쪽으로 뜀바위가 멋진 모습을 보인다. 3시 45분, 이정표와 위험 표지판이 있는 능선안부에서 가파른 계단길을 따라 내려 암봉을 왼쪽으로 우회한다. 우회로를 지나 다시 능선에 올라서니, 시야가 트이며 오른쪽으로 보이는 신선대, 만장봉, 선인봉, 그리고 동남쪽으로 불암산, 서남쪽으로 우이암이 장관이다.

아기자기한 암릉길

능선 안부

 

계단 우회길

신선대, 만장봉, 선인봉

불암산

우이암

 

4시 4분, 이정표가 있는 마당바위 갈림길을 지나고, 4분 후, 출입제한 안내판이 있는 뜀바위 안부에서 다시 계단 길로 뜁바위를 왼쪽으로 우회한 후, 4시 17분, 등산안내도가 있는 자운봉 안부에 이르러 가야할 신선대를 올려다본다. 송추계곡에서 오봉능선에 오른 후, 1Km 떨어진 이곳까지 약 한 시간동안 암릉길을 걸은 것이다. 잠시 물을 마시며 숨을 돌린 후, 신선대로 향한다.

뜀바위 안부, 출입제한 안내판

자운봉 안부, 등산안내도

신선대

 

신선대로 오르는 암릉길에서 뒤돌아 자욵봉응 카메라에 담고, 왼쪽의 철책 가드레일이 설치된 우회로를 따라 암릉길을 내려선다. 4시 25분, 도봉산 안내판이 있는 능선안부에서 신선대 오르는 길을 바라보고, 4분 후 조망안내판이 있는 신선대 정상에 올라, 정상주를 마시며 멋진 주위의 조망을 즐긴다.

뒤돌아 본 철책길

신선대 오르는 길

조망안내판

서쪽의 뜀바위, 칼바위

포대와 사패산

수락산

자운봉

만장봉

 

4시 37분, 하산을 시작한다. 이어 13분 후, 낙뢰위험지역 안내판이 있는 공터를 지나고, 5시 2분, 이정표가 있는 산악구조대 갈림길에서 직진하여 마당바위로 향한다. 이어 마당바위에서 도봉구의 아파트단지를 굽어본 후, 5시 13분, 이정표를 따라 왼쪽 도봉대피소 쪽으로 내려서서, 도봉 10대 명소 중의 하나인 천축사에 잠시 들러, 대웅전과 만불상을 카메라에 담는다.

마당바위에서 본 도봉구 아파트단지

갈림길 이정표

천축사

 

편안한 등산로를 따라 하산을 계속한다. 5시 50분 경, 후미진 계곡으로 내려서서 알탕으로 땀을 씻어내고 말끔하게 옷을 갈아입는다. 6시 43분, 쌍줄기 약수터에서 목을 축이고, 6시 51분, 탐방지원센터를 통과하며 산행을 마친다.

알탕계곡

쌍줄기 약수터

 

우이동 길에서 산책이나 하겠다고 가벼운 마음으로 나왔다가, 너무 일찍 끝나는 바람에, 송추계곡을 찾게 되고 이어 신선대에 올라 지난 번 안개 때문에 보지 못했던 조망을 즐기다 보니, 어느덧 한여름의 긴 하루해도 기울기 시작한다.

 

 

(2010. 7. 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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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Urimah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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