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능선길에서 본 천황봉>

 

2005년 4월 17일(일)
오늘도 5차대를 따라 땜방 산행에 나선다. 산행코스는『밤티재(500m)-시어동갈림길(700m)-암릉구간(916m)-문장대(1,015m)-신선(1,018m)-입석대(1,016m)-비로봉(1,032m)-천황봉(1,058m)-피앗재(580m)-형제봉(828m)-갈령삼거리(m)-갈령(m)』이다. 갈령 삼거리까지 마루금을 타고 갈령으로 하산한다. 마루금 약 14Km, 날머리 약 1.2Km, 산악회 기준시간은 7시간 30분이다.

<오늘의 산행코스>

주요구간 별 실제 산행 시간은 아래와 같다.
『밤티재(15분)-594m봉(22분)-698m봉(29분)-로프설치 암벽(19)-첫 개구멍(16분)- 넷째 개구멍(35)-문장대휴계소(37분)-신선대(29분)-입석대(57분)-천황봉(127분)-피앗재(55분)-형제봉(24분)-갈령 삼거리(25분)-갈령.』, 마루금을 7시간 45분 걷고(휴식시간 포함), 점심 20분. 날머리 25분, 총 8시간 30분이 걸린 산행이었다. 산행시간 계산 착오로 전반은 느긋하게 산행하다, 후반은 이를 만회하려, 혼쭐났지만, 결국은 기준시간을 1시간이나 초과한 산행이다.

 

7시 10분쯤 서초구청 앞에 도착한다. 5차대에 연달아 3번을 참여하니, 버스를 기다리는 대원들과 낮이 익다. 반갑게 인사를 나눈다. 5차대에는 젊은 대원들이 많다. 일요일이라 구청 정문은 굳게 닫혀 있지만, 정문 위로 보이는, 넓은 계단에는, 계단을 따라 일년초를 3줄로 아름답게 치장하여, 봄 냄새가 물씬 풍긴다.

<서초구청의 일년초>

산악회 버스에 올라, 혜안 님과 유수모 님 부부를 만난다. 무척 반갑다. 버스는 중부고속도로를 달린다. 버스 창문을 통해, 가까운 산을 지날 때, 산등성이에 연분홍 진달래가 아름답고, 마을에는 목련꽃들이 화사하다. 신록을 즐기려면 아직 더 기다려야 하나보다.

 

밤티재로 가는 길은 멀다. 버스는 음성휴게소에서 20분간 정차하고, 증평으로 내려선다. 510번 지방도로를 거쳐, 34번 국도를 타더니, 다시 592번 지방도로로 진입한다. 백봉에서 37번 국도로 갈아타고, 32번 국도로 진입하여 화양천을 끼고 달린다. 늘재를 지나고 아랫늘티에서 오른 쪽으로 돌아, 10시 45분이 되어서야 밤티재에 도착한다.

 

밤티재는 아직도 도로 확장 공사가 한창이다. 산불방지를 위한 입산 통제구역이라 신경이 많이 쓰였지만 다행히 감시요원은 눈에 띠지 않는다. 버스가 도착하자 왼쪽 절개지 수로를 따라 대원들은 급히 산행을 시작한다. 이윽고 능선에 올라 북동쪽 청화산으로 이어지는 대간 능선을 카메라에 담고 남서쪽으로 이어진 완만한 경사로를 서둘러 오른다.

 

묘를 지나 594m봉에 오른다. 594m봉 정상에도 역시 묘 하나가 누워있다. 경사가 급해지며, 왼쪽으로 시야가 트여, 아랫늘티가 보이고, 동북쪽으로 달리는 대간능선이 한눈에 들어온다. 커다란 바위가 우뚝 솟아 앞을 막는다. 698m봉에 있는 입석바위다. 소나무에 가려 바위 전체를 깨끗이 카메라에 담기는 어렵지만, 앞뒤모습을 찍어 둔다.

<아랫늘티 마을과 그 뒤로 대간능선>

등산로는 내리막을 지나, 작은 언덕 위로 오르더니, 오른 쪽으로 휘어져 다시 오르막 경사가 급해진다. 이윽고 작은 암벽이 앞을 가로막는다. 로프가 걸려 있다. 본격적인 암릉 구간이 시작된다. 853m 암봉에 오른다. 주위 조망이 좋다. 정면으로 문장대 전망대에 사람들이 몰려 있는 것이 가까이 보인다. 첫 번째 개구멍에 이른다. 로프가 걸쳐있고, 젊은 대원이 아래에서 후미대원들의 개구멍 통과를 도와준다.

<로프가 걸린 암벽>

<첫번째 개구멍>

두 번째 개구멍을 지나 암릉에 올라서니 조망이 끝내준다. 문장대에서 천황봉으로 이어지는 암봉들이 줄지어 솟아 있고, 거대한 바위가 마치 백운대의 숨은 벽 슬랩처럼 계곡으로 떨어진다. 뒤로는 지나온 853m 암봉이 발아래 있다.

<두번째 개구멍>

<문장대에서 천황봉쪽으로 이어지는 암릉>

<암릉에서 떨어지는 암봉>

<뒤돌아 본 853m봉>

 

V자 암릉길을 지난다. 도봉산의 Y계곡과 흡사하나, 그처럼 깊지도 험하지도 않고, 로프가 걸려있다. 역시 젊은 대원들이 여자대원들의 손을 끌어주며 돕는다. 세 번째 개구멍을 지나고, 후미일행은 등산로를 벗어나, 문장대가 정면으로 보이는 암봉에 올라 점심 식사를 한다. 여자 대원 한 분이 소주에 안주, 과일 등을 푸짐하게 준비해 와, 젊은 남자대원들이 슈퍼를 옮겨왔다고 즐거워한다.

<세번째 개구멍>

<문장대>

식사 후 마지막 개구멍을 통과하여 1시 17분 경 문장대 헬리포트에 이른다. 왼쪽 전망대에는 사람들이 새까맣게 모여있다. 번거러운 것이 귀찮아, 전망대 오르기를 포기하고, 휴게소로 향한다. 휴게소는 모처럼의 일요일이라 저자거리 만큼이나 붐빈다. 사진 몇 장을 찍고 천천히 신선대로 향한다. 산악회에서는 문장대까지 3시간을 보았는데 점심시간을 포함하여 2시간 30분 정도 걸렸다. 빨리 왔다고 한껏 여유를 부린다.

<문장대 휴게소>

<전망대에는 사람들이 가득하다.>

이쪽 구간은 입산금지 구역이 아니라, 초등학생 정도의 아이들을 데리고 온 상춘객들도 있어 등산로가 무척 북적인다. 잘 나있는 등산로를 지나며, 조망이 좋은 곳에서, 멀리보이는 천황봉과 그 곳으로 이어지는 암봉들을 카메라에 담는다.

<문장대에서 본 암봉과 천황봉>


 

신선대에 도착한다. 검은 대리석 표지석이 있고, 이정표가 서 있다, <문장대 1.1K, 경업대 0.6K> 바로 앞에 이름을 모르는 멋진 암봉이 올돌하게 서 있다. 젊은 대원 한 사람이 휴게소에서 막걸리와 밀전병을 시켜 놓고, 쉬어 가자고 한다. 막걸리 빛이 독특하다. 진한 갈색 빛을 띠고 있다. 맛이 부드럽고, 알코올기가 느껴지지 않는다. 막걸리를 마시며, 사진도 찍고, 느긋하게 10여분간을 쉰다.

<신선대 표지석>

<신선대 앞의 기암>

<신선대에서 본 암릉길의 암봉들>

<신선봉에서 본 천황봉>

이정표를 지난다, <문장대 1.3K, 천황봉 2.1Km, 경업대 0.3K> 이 때가 2시 10분이다. 약 1.3Km의 거리에서 한 시간 가까이를 소요했으니 여유를 부려도 너무 부린 셈이다. 천황봉으로 가는 길은 신작로 길이다. 계단이 있고, 산죽이 우거져 있다. 아직도 시간 여유가 있다고 착각을 하고는, 주위를 완상(玩賞)하며 느긋하게 걷는다.

 

입석대에 이른다. 입석대 전체 모양을 보려고, 앞의 암릉으로 기어오른다. 오늘 구간은 암릉이 많다고 해서 일부러 릿지화를 신고 왔더니 미끄럽지 않고, 쉽게 오른다. 입석대 전체 모양을 깨끗이 카메라에 담는다. 암봉 능선길은 기암괴석들이 일품이다. 이들의 모양을 한껏 카메라에 담는다. 오늘 찍은 사진이 200장을 넘으니, 평소의 2배 가량을 찍은 셈이다.

<입석대와 주위의 암봉>

<입석대>

비스듬히 경사진 넓은 산사면 가득히, 키 작은 잡목과 산죽들을 헤치고 등산로는 정면의 암봉을 비껴 오른 쪽으로 크게 휘어진다. 천황봉이 가까이 보인다. 좁은 암봉길만 걷다가, 확 트인 사면에 산죽이 가득 하자, 사람들은 가던 길을 멈추고 사진 찍기에 바쁘다. 정면의 바위가 물개를 닮았다는 등 한껏 즐거워한다.

<아름다운 산죽길>

<산죽길에서 찍은 천황봉>

천황석문을 통과하고, 왼쪽에 헬기장이 있다는 팻말이 보인다. 등산로를 벗어나 헬기장으로 들어선다. 산행을 시작해서 이제까지 걸어온 능선이 한눈에 보인다. 실로 장관이다. 다시 등산로로 되돌아와 산죽길을 올라 천황봉에 오른다. 사방이 확 트인 조망을 보며 시간가는 줄 모른다. 혼자 뒤쳐진지도 모르고 10여분간을 지체한다. 정상에는 사람들이 모여 있지만 우리일행은 하나도 보이지 않는다.

<천황석문>

<헬기장에서 본 지나온 암봉들>


<천황봉에서 본 걸어온 길>

<천황봉에서 본 문장대 서쪽 능선>


 

비로소 많이 뒤쳐진 것을 깨닫고, 3시 30분 서둘러 하산한다. 오르고, 내리는 길이 지루하게 이어진다. 부지런히 걷는다. 1시간 30분이면 도착된다는 피앗재는 가도가도 나타나지 않는다. 지나치는 사람도 하나 없다. 다행히 능선길이 단순하여 샛길이 없고, 선두대장이 매어놓은 산악회 리본들이 요소 요소에 걸려 있어, 망설이지 않고, 거침없이 내닫는다. 2시간 가까이 걸어, 겨우 피앗재에 도착한다.

<뒤돌아본 천황봉>

<피앗재 이정표>

경사가 가파른 형제봉 오름 길을 걷는다. 늦기는 해도, 오름 길에서 속도를 낼 수는 없다. 아무도 없는 곳에서 무리하다 다리에 쥐라도 나면 큰일이다. 이미 2시간 가까이 쉬지 않고 달려, 지치기도 많이 지쳤다. 천천히 경사면을 오른다. 해질 무렵, 인적은 없고, 산 속은 한없이 고요하다. 홀대간을 하는 기분을 내며, 힘들면 잠시 쉬어 물을 마시고, 다시 걷는다.

 

대간 길이 늘 그렇듯, 형제봉에 올랐나 싶으면 앞에 커다란 봉우리가 가로막고, 봉우리에 오르면 등산로는 다시 암봉을 피해 오른 쪽 골짜기로 떨어진다. 골짜기는 벌써 어둑어둑하다. 암봉을 우회하여 급사면을 오르니 형제봉임을 알리는 팻말이 서있고, 산악회 리본이 왼쪽에 걸려있다. 이 때가 6시 27분이다.

<소박한 형제봉 표지목>

갈령 삼거리로 가려면 직진한다고 생각했는데, 리본은 왼쪽으로 유도하고, 갈령에서 기다릴 선두대장이 너무 늦어지는 것을 걱정 할 듯 싶어, 전화를 한다. 길을 묻고, 대원들이 전부 하산했느냐고 물으니 절반 정도가 하산했다고 한다. 버스까지는 이제 한시간 이내의 거리다. 부리나케 하산하면 크게 민폐를 끼치지 않으리라 생각하니 다소 안심이 된다.

 

선두대장의 말을 듣고도, 지도를 꺼내 왼쪽으로 굽어지는 방향을 재확인하고, 경사면을 내 달린다. 갈령 삼거리를 지나 갈령으로 내려선다. 전망바위에서 뒤돌아 형제봉을 카메라에 담는다. 서둘러 급경사 사면을 달린다. 저 아래 갈골에는 벌써 불빛이 보인다. 7시 15분 버스에 도착하니, 7시경에 하산한 후미대원들이 식사를 하고 있다. 선두대장이 배낭을 차에 두고 와 식사를 하라고 권한다. 배낭를 차에 벗어 놓은 후, 맥주를 찾아 마시고, 간단히 식사를 마친다. 시원한 맥주를 마시니 한결 살 것 같다.

<갈령 삼거리>

<뒤돌아 본 형제봉>

<불 켜진 갈골>

 

7시 35분 경 버스는 서울로 향한다. 보은, 서청주를 거쳐, 경부고속도로에 올라, 버스전용차선을 거침없이 달린다. 이런 정도면 10시 30분 경이면 서울에 도착하겠다. 하지만 천안을 지나며 버스전용차선도 정체되기 시작하더니 오산까지 이어진다. 11시 4분 버스는 톨게이트를 통과한다. 집에 도착하니 11시 45분이다. 힘든 하루였다.

 


(2005. 4. 18.)

1 [우정 / 2005-04-19,19:26:58]

우림님~ 오랫만이죠? 간만에 읽는 후기도 반갑고요.

저도 속리산구간을 결간했었지요.

올핸 정맥탐사 우선 원칙을 세우고 참참이 대간땜빵을 할 요량인데

5차,6차대가 있다해도 100% 땜빵은 올해안에 못할듯싶네요.

올해 못하면 또 내년에 하면 되겠지요.


그래서 어쩌면 백두대간과 더욱 오래도록 聯을 맺을수

있을테니, 그다지 조급해 할일은 아니다 싶네요.


정맥도 하고, 좋은 구간에 비박도 하고, 살맛납니다 ㅋㅋ [삭제]

2 [우림 / 2005-04-20,12:40:39]

우정 님은 여전하시군요.

사진을 보니 환상적인 졸업여행이더군요. 동참 못한게 내내 아쉽군요.


4월 30일(토)에는 방태산을 갈 계획입니다.

비박이나 야영을 하기전에 워밍업으로, 오지에 속하는 방태산을 산행하고 자연휴양림에서 일박할 예정이죠.


함상철 씨가 다녀온 경험이 있어, 구체 계획을 정리하는 중이라, 계획이 완료되면, 소간방에 공지할 생각입니다.


동참하시어, 더 더욱 살맛을 즐기시기 바랍니다. [삭제]

3 [혜안 / 2005-04-21,22:54:31]

고생 많이 하셨습니다.. 저는 우림님 앞에 가셨다고

자꾸 묻는 대원들께 산행을 잘 하시니 걱정하지 않아도 된다고

말해주었는데..

가도 가도 안보이시기에 앞서 가셨을꺼라 생각했죠!!!

혼자 어둑해 질때 걱정많이 하셨내여...

내려와 보니 안계시더라구여...

수고 많이 하셨습니다... [삭제]

4 [우림 / 2005-04-22,09:05:19]

혜안 님!

오랫만에 속리산 구간에서 만나, 무척 반가웠습니다.


걱정하셨군요. 미안합니다.

암봉들이 너무 예뻐, 이리 기웃, 저리 기웃,

늑장을 부리다 보니, 대원들이 안 보이더군요.

천황봉 이후는 내쳐 걸었지만, 따라잡기에는 역불급이었구요.

호젓한 길을 혼자 떨어져 걸으니, 좋기는 했습니다만, 걱정을 끼쳤네요.


정맥길에서 다시 만날 수 있으면 좋겠습니다.


Posted by Urimah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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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주 윤지미산 쪽에서 찍은 봉황산 원경>

2005. 4. 10.(일)
오늘도 땜빵으로 5차대를 따라 백두대간 제19 소구간을 산행한다. 이 구간은 경북 상주시와 충북 보은군의 경계지역으로 속리산 남쪽에 자리잡고 있다. 『화령재(310m)-산불감시초소(580m)-봉황산(740.8m)-비재(320m)-갈령삼거리(700m)-형제봉(803.3m)-피앗재(580m)』까지 마루금을 타고, 만수동으로 하산하여 털보네 농장에서 저녁식사를 하기로 했으나, 털보네 농장이 휴업 중이라 계획을 바꾸어 갈령 삼거리까지만 마루 금을 타고, 갈령으로 하산토록 수정한다. 갈령 삼거리까지의 마루금 도상거리가 약 10.2m, 갈령으로의 날머리는 약 1.2Km로, 소요시간은 약 5시간이다.

<오늘의 산행코스>

구간별 실제 산행시간은 아래와 같다.
화령재(28분)-450m봉(20분)-580m봉(37분)-봉황산(37분)-660m봉(31분)-459.9m봉(11분)-비재(21분)-510m봉(57분)-못재(45분)-갈령삼거리(29분)-갈령』, 마루금을 4시간 47분 걷고, 날머리 29분, 점심 25분, 총 5시간 14분이 소요된 산행이다.

 

밤새 내리던 비는 대문을 나설 때는 그쳐 있다. 하지만 양재 지하철역을 벗어나니, 비가 오는 것도 아니고, 안 오는 것도 아닌, 문자 그대로 매우(梅雨)가 조용히 흩날린다. 아마도 이제 피기 시작하는 꽃들을 생각해서, 내리는 비도 무척이나 조심스러운 모양이다. 이런 비가 하산할 때까지 오락가락하며 하루 종일 조망을 방해한다.

 

날씨 탓인가? 오늘 참여 인원은 모두 26명뿐이다. 3차대의 함상철 대원이, 역시 이 구간 땜빵을 위해, 동생과 그의 친구들 4명을 데리고 함께 참여했다. 2주만에 만나는데도 무척 반갑다.

 

버스는 청주 IC에서 경부고속도로를 버리고, 보은을 지나 10시 33분, 오늘 산행의 들머리에 도착한다. 화령재에서 보은 쪽으로 약 300m 떨어진 25번 국도 변이다. 이제야 지난 주 화령재에 도착했을 때 대빵 님이 이 곳까지 다녀오라고 권하던 이유가 겨우 이해된다. 국도로 이어진 마루금 300여m도 빼놓지 말고 걷게 하려는 배려였던 거다.

 

대간 길은 오른 쪽 어린 소나무들이 늘어선 송림으로 굽어진다. 소리 없이 내리는 빗속의 소나무 숲길이 더할 수없이 싱그럽다. 묘 1기가 숲 속에 누워있다. 송림이 끊어지고 등산로는 진달래 군락지를 헤치고 지나간다. 붉은 기가 감도는 꽃망울도 보이지만. 진달래꽃은 아직 이다. 하지만 벌써 꽃을 활짝 피우고 남달리 부지런을 떠는 놈들도 간간이 보인다. 안개로 어둑해진 산길을 걸어 450m봉에 오른다. 산행리본들이 나뭇가지에 어지럽게 걸려있다.

<산행이 시작되며 싱그러운 솔밭길을 걷는다>

<남 달리 일찍 핀 진달래 - 대원사진>

비가 좀 뜸해지는 느낌이고, 경사가 급한 등산로가 계속되자, 더위를 이기지 못한 대원들이 하나 둘 비옷을 벗어버린다. 울창한 소나무 숲을 따라 오르던 길은 산책로로 변하고, 길가에 다시 묘가 보인다. 경사가 급해진다. 안개 속 전방에 산불 감시초소가 보인다. 580m봉이다. 580m봉은 전망이 좋은 봉우리라고 한다. 하지만 지금은 비안개에 가려 오른쪽으로 49번 국도와 양지마을이 빼꼼히 보이고, 북쪽으로 산들이 안개 속에서 숨바꼭질을 하자고 한다

<580m봉의 삼불감시초소>

<680m봉 오른쪽으로 보이는 양지 마을>

<숨박꼭질하는 봉우리들>

 

이 구간에도 이정표가 전혀 눈에 보이지 않는다. 태백산맥 군이 아닌데도 이 지역은 동고서저(東高西低) 현상이 심한가 보다. 가파른 능선을 바로 치고 오르는 대신, 등산로는 왼쪽사면을 가로질러, 봉황산 안부에 이른다. 봉황산을 향해 오른다. 오른쪽으로 거대한 암벽이 솟아 있고, 등산로는 다시 왼쪽 사면으로 비켜간다. 뒤돌아 비구름사이로 얼굴을 내민 580m봉을 운 좋게 카메라에 담는다.

<뒤돌아 본 580m봉>

<길을 막는 암벽>

 

산허리를 감돌아 잡목 숲으로 이어진 왼쪽 길가에 산수유나무들이 사면을 따라 무리를 지어 노랗게 꽃을 피우고 있다. 길은 오른쪽 급경사로 이어지며 봉황산 정상에 이른다. 정상에는 정상석이 서 있고, 삼각점이 박혀있다. 사방은 더욱 짙어진 안개로 커튼을 쳐 놓은 것 같다. 북쪽으로 천황봉, 구병산, 형제봉의 조망이 장관이라는데, 지금 보이는 것은 안개뿐이다. 참으로 아쉽다. 기념사진을 찍고 하산한다.

<우회길릐 산수유>

<정상석>

 

암릉길이 이어지고, 등산로는 내리막으로 떨어진다. 안개는 더욱 더 짙어져 앞서 걷는 대원들의 뒷모습이 뿌옇게 보인다. 산행리본이 어지럽게 매달린 곳을 지난다. 아마도 660m봉인가보다. 660m봉을 지나 왼쪽으로 바위가 바람을 막아주는 곳에서 등산로 오른쪽 사면, 비에 젖은 낙엽 위에서 함 대원과 함께 점심을 먹는다. 함 대원의 동생과 친구들은 술 한잔씩을 받아 마시고, 앞서 간 동료를 쫓아 서둘러 비제로 향한다.

<짙은 안개>

<660m봉 정상>

25분 동안에 서둘러 식사를 마치고, 앞선 대원들을 뒤쫓는다. 오늘은 비도 오고, 구간도 짧은데다, 하산하면 식사가 제공됨으로 대부분의 대원들이 점심을 생략한 채, 행동식(行動食)으로 때우고, 길을 재촉하는 모양이다. 식사를 마치고 나니, 함 대원과 둘이 최후미로 쳐진다. 봉분이 펑퍼짐한, 커다란 금잔디가 깔린 묘를 지난다. 곧 이어 비제에 도착한다.

<비제 직전의 묘 1기-평평한 묘는 잔디와 낙엽으로 황금빛이다>

<비재- 대간길은철계단을 타고 이어진다>

 

비제 주변을 카메라에 담고, 철계단을 올라 510m봉 급경사 길을 오른다. 함 대원이 앞장을 서서 내 닫고, 나는 두 걸음 오르고 한 걸음 쉬는 특유의 주법으로 천천히 오른다. 20여분 오르니 잘 손질 된 무덤이 보인다. 함 대원이 기다리고 있다. 혼자 내 버리고 달려나가는 것이 마음에 걸리는 모양이다. 갈령 삼거리에 이르기까지 계속되는 오르막길에서 함 대원의 이런 기다림이 몇 차례 반복되고, 결국은 최후미로 갈령에 함께 도착하는 불명예를 나누어 감수한다.

<510m봉 정상의 묘>

고도계가 없는 나는 걸은 시간과 매어 달린 산행리본으로 현재 위치를 대강 짐작한다. 500m 봉을 지나고, 첫 번째 680m봉을 거쳐, 내리막을 지나니 거대한 암벽이 앞을 가로막는다. 등산로는 이 암벽을 옆으로 돌고, 비스듬한 암릉은 타고 올라, 작은 봉우리에 이른다.

<암벽을 우회하고....>

<암릉을 오른다.>

 

봉우리를 내려선다. 나뭇가지에 산행리본이 가득하다. 그 리본들 사이에 반으로 접힌 비닐 표지판이 매달려 있다. 접힌 것을 열어보니 낮이 익은 비닐 표지판이다. 목원대 표언복 교수가 2004년 7월, 4차 대간종주를 하며, 붙여 놓은 못제 알림판이다. 표언복 교수의 이런 표지판은 지난해에도 대간 길에서 여러 차례 보아서 낮이 익어 반갑다. 이 표지판에는 현 위치뿐 아니라, 갈령 삼거리까지의 등산로 상태와 소요시간들이 적혀 있다. 나중에 확인해보고, 그 소요시간 표시가 정확한데 놀란다.

<못제 알림판>

못제는 백두대간 길의 유일한 습지라고 한다. 장마철이 아니면 물이 거의 없다고 하는데, 오늘은 어제 밤 내린 비 때문인지 물이 고인 곳이 있다. 680m 쌍봉 사이, 해발 600m가 넘는 곳에 이런 습지가 있다니 놀라운 일이다. 그 넓이가 약 500-600평이 된다고 하는데 온통 누런 갈대(아니면 억새?)로 덮여 있다. 고사리 철에는 고사리가 지천이라고 한다. 신비한 자연 현상에 걸맞게 전설이 전해 내려온다고 한다. 잠시 쉬어 가시라고 그 전설을 옮긴다.

<빗물 고인 못제 - 대원사진>

"후백제를 건국한 견훤이 대궐터산에 성을 쌓고, 보은의 삼년산성을 근거지로 활동하던 황충 장군과 싸우는데, 싸울 때마다 연전연승하자, 황충 장군은 견훤의 연승 비법이 어디 있는지를 알기 위하여 부하를 풀어 염탐을 시킨다. 그 결과 견훤이 이곳 못제에서 목욕하면 없던 힘도 저절로 생겨 승승장구한다는 사실과 견훤이 지렁이 자손으로 지렁이는 소금물에 약하다는 사실까지 알게 된다. 황충 장군은 부하들을 시켜 못제에 소금 300석을 몰래 푼다. 그런 사실을 눈치채지 못한 견훤은 못제에서 목욕을 하고 난 뒤 힘을 잃고, 때를 놓치지 않은 황충 장군은 견훤을 맹공하여 승리한다."

 

신비로운 못제를 뒤로하고 가파른 오르막길을 오른다. 너른 헬리포트가 안개 속에 누워있다. 또 하나의 680m봉이다. 안개가 깔린 헬리포트를 가로건너 가파른 내리막길이 이어진다. 안부를 지나 등산로는 다시 오름세를 탄다. 갑자기 커다란 암벽이 앞을 가로막는다. 오른쪽은 깎아지른 절벽일 듯 싶은데, 안개에 묻혀 보이지 않고, 등산로는 암벽을 피해 왼쪽으로 떨어진다. 가파른 경사 길에 삐죽 삐죽 솟은 돌들이 비에 젖어 미끄럽다. 조심조심 내려선다. 암벽 아래까지 이어졌던 등산로는 암벽을 끼고 급히 오른다. 이런 과정을 두어 차례 반복하더니 등산로는 갈령 삼거리에 이른다.

<두 번째 680m봉 정상은 헬리포트다>

<등산로는 암벽을 우회한다>

삼거리에서 함상철 대원이 기다리고 있다, 이정표 앞에서 교대로 기념사진을 찍고 오른쪽 하산길로 내려선다. 동쪽 하산길이 평탄할 리가 없다. 경사가 급하고 곳곳에 암릉 길이 이어진다. 오락가락하던 비는 어느 사이에 멎어, 날씨가 개이며, 비구름들이 산 사면을 타고 빠르게 오른다.

<갈령 삼거리 이정표>

 

이윽고 손질이 잘 된 헬리포트 위에 선다. 바로 눈 아래 49번 국도가 구불구불 이어진다. 북서쪽으로 680m 쌍봉이 뚜렷하게 모습을 나타낸다. 사진을 찍고 갈령으로 내려선다. 4시 14분 갈령에 도착한다.

<680m 쌍봉>

<49번 국도>

<갈령 표지석>

<갈령에 세워진이정표>

소주 한잔을 반주로 산악회가 마련한 식사를 한 후 버스에 오른다. 4시 30분 경 버스는 서울로 출발한다. 보은을 거치고, 청주를 지나 버스는 중부고속도로로 진입한다. 이제 날씨는 활짝 개었다. 일요일 중부고속도로는 정체가 심하다. 천천히 달리는 버스 차창으로 일몰이 아름답다. 호법 IC를 지나며 정체가 풀리고, 7시 35분 경 버스는 동서울 톨게이트를 통과한다.

 

 

(2005. 4. 11.)

1 [東城.... / 2005-04-13,19:41:36]

봉황산을 갈려면 8월 6일이 되어야 하는데 ...

부지런 하시네요..5차대 산행 후기로도 등록하시지요,,

그래야 장사가 될꺼 아이니껴... [삭제]

2 [오솔길 / 2005-04-17,10:14:46]

졸업을 하고 그간 이래 저래 밀린 일 정리에 새로운 계획으로 마음이 다소 분주했는데 이제서야 조금 정리가 되는 것 같습니다.

우림님 산행기를 보니 걷고 걷고 또 걷던 대간길이 새삼 그리워집니다.


꼭 가고 싶었던 울릉도에도 못가고..

체바퀴안에서 바다만 그리워하고..

이번 주에는 저도 대간이던지 정맥이던지 어디로든 떠나야겠습니다. [삭제]

3 [우림 / 2005-04-18,12:55:06]

동성 님 !

6차대 산행모습을 보니, 고남산 정상에서 찍은 사진이 있네요.

사진만으로도 반갑군요. 감기 몸살로 2회차는 결간하신 것 같고,

3회차 봉황산은 다녀오셨는지요?


오솔길 님!

반갑습니다. 대간 졸업 후 많이 바쁘셨네요. 바쁜 게 좋지요.

바쁜 틈을 쪼개어, 산행을 하시면 그 즐거움이 배가 되는 것이 아닌지요?

열일 제치고 금주 말에는 산행을 떠나세요.

정맥에 오시면 반갑게 만날 수 있겠네요.


Posted by Urimahn
,

 

2005. 4, 3.(일)
봄비가 내린다. 비 내리는 고속도로 변의 풍광이 아름답다. 비구름이 낮게 드리워진 하늘은 잿빛이다. 그 아래 펼쳐진 비에 젖은 산하는 온통 옅은 회색이지만 암울하다는 느낌보다는 조용하고 차분하다는 느낌이다.

 

비에 젖어 까맣게 윤기가 도는 나무들, 벌써 초록빛이 감도는 늘어진 버들가지, 노란빛이 완연한 개나리, 비에 젖어 누워있는 논과 밭, 그 너머 마을과 산이 안개에 가려 희미하다. 지난주까지만 해도 무릎까지 빠지는 강원도 눈 덮인 산을 걸었는데, 지금은 비가 내리는 봄을 헤집고 버스는 남으로, 남으로 달린다.

<봄비 내리는 차창 밖 풍경>

 

내가 다니던 당일산행 백두대간 팀이 지난해 한여름 무더위 속에서, 참여회원 부족으로 해체되는 바람에 산악회를 옮기는 과정에서, 뛰어 넘은 9구간을 보충하기 위해, 오늘은 산정산악회 5차 팀의 산행에 합류하여, 백두대간 제18소구간을 간다.

 

우중에도 30여명 가까운 대원들이 참여한다. 5차 팀은 이번이 18번째 산행이라고 한다. 전체 일정의 1/3을 넘어서, 이제는 팀 자체의 조직을 갖추고, 회장단과 총무가 수고를 한다. 산악회에서는 대빵 님이 직접 나와 전체 산행을 리드한다.

 

9시경 버스는 죽암 휴게소에서 30분 간 정차한 후, 계속 경부고속도로를 달리더니, 10시에 영동에서, 고속도로를 버리고, 3번 국도를 달려 횡계로 향한다. 어느새 비는 멎었다. 대빵 님이 산행자료를 배포한다. 『지기재(260)-금은봉 갈림길(380)-속밭골재(300)-신의터재(260)-장자봉 갈림길(380)- 무지개산 갈림길(420)-437.7봉-윤지미산(538)-화령재(310)』가 오늘의 산행코스다. 도상거리 약 15.9Km, 산악회가 제시하는 산행시간은 후미기준 약 6시간이다.

<18소구간 산행지도>

오늘실제 산행시간은 마루금 : 4시간 45분, 중식 : 30분 , 총 산행시간 : 5시간 15분이다.

달리는 버스에서 대빵 님이 산행에 참고될 사항들을 설명한다. 배포한 1/50,000지도의 1cm는 500m이고, 산악인들이 간단히 도상거리를 재는 방법은 주먹을 쥘 때, 손등에 나타나는 4개 마디를 지도에 대 보고, 그 네 마디의 거리를 대강 4Km로 인식한다는 점. 도상거리의 약 130%정도가 실제거리라는 점. 오르막일 때는 도상거리로 한시간에 약 2Km를 걷고, 내리막은 4Km 정도를 걸어, 평균 3Km 정도를 걸으면 보통속도라는 점등을 친절히 알려준다.

 

버스는 횡계에서 514번 지방도로로 접어든다. 차창 밖으로는 다시 비가 내린다. 지방도로를 따라 맑은 개울이 흐른다. 개울가에 백로 몇 마리가 한가롭게 먹이를 찾고 있고, 비에 젖은 밭에는 까치 두 마리가 이리 저리 날고 있다. 역시 먹이를 찾는 모양이다. 정겨운 시골 풍경이다. 왼쪽으로 커다란 저수지가 보인다. 10시 32분 지기재에 도착한다. 시원하게 뚫린 포장도로 변에는 낙동강과 금강의 분수령이라는 팻말이 보인다. 버스가 신의터재에서 기다린다해서, 배낭은 차에 두고, 스패츠를 착용한 후 왼쪽 시멘트 길로 접어들어 산행을 시작한다.

<지기재 - 901번 지방도로>

시멘트 길은 마을로 이어진다. 길 아래 왼쪽으로 과수원에 나무들이 비를 맞으며 줄지어 도열해 있다. 마을 첫 번째 집에서 임도를 버리고 오른 쪽 산길로 들어선다. 하지만 얼마 못 가서 대간 길은 다시 우마차 길로 내려선다. 높다란 포플러 나무를 오랜만에 만나니 반갑다. 등산로는 다시 오른쪽 산길로 이어진다. 잡목 숲을 지나고, 키 작은 소나무들 사이를 지난다. 커다란 묘를 지난다. 묘비에는 ○○처사의 묘라는 글귀가 눈에 뜨인다. 대간 길은 이 묘의 한쪽 월성(月城) 위를 통과한다. 가는 봄비는 여전히 소리 없이 내린다.

<시멘트 대간길>

<길 아래 과수원>

<정겨운 포플러 길>

 

11시에 20여 미터 슬랩 구간을 지난다. 11시 11분 쑥밭골재를 지나 소나무 숲길을 걷는다. 노란 솔잎이 깔린 등산로에는 솔 향기가 가득하다. 길가에 산수유가 한 그루가 아름다운 자태를 뽐내고. 눈터진 버들강아지에는 빗방울이 매달려 있다.

<슬랩구간>

<산수유 >

<산수유인줄 알았는데 돌냉이 님이 일깨워준 생강나무 꽃 - 대원 사진>

<버들강아지 눈 텃다. 봄 아가씨 오신다.>

 

마을 가까운 나지막한 능선 길에는 유난히 묘들이 많다. 마을이 있고, 논과 밭이 이어지며, 과수원이 보인다. 사자(死者)와 생자(生者)가 함께 공존하는 대간 길, 이 아름다운 산책길을 여유 있게 걷는다. 뒤로 후미 팀이 떨어져 있고, 선두와도 멀지 않으니, 더욱 여유가 생기나 보다. 3차대와는 달리 5차대는 선두가 속도를 내지 않아 선두와 후미 차가 크게 벌어지지 않는다. 대빵 님은 5차에 걸쳐 당일대간 산행을 한 결과 얻어진 노하우라고 자랑한다.

 

11시 31분 고압선 철탑을 지나고, 11시 39분 신의터재에 도착한다. 비는 모르는 사이에 그쳤다. 도로 변에는 작은 공원을 조성하여, 신의터재 임을 알리는 표지석과 의사(義士) 절곡(節谷) 김준신(金俊臣)의 유적비와 역시 낙동강과 금강의 분수령임을 알리는 표지판을 배치해 놓았다. 등산로 입구에는 지기재 4.6Km, 1시간 30분이라고 표기된 이정표가 서 있다,

<신의터재>

<이정표 - 대원 사진>

사진을 찍고, 버스에 올라 배낭을 챙겨, 화동과 상주 방향을 가르치는 이정표를 지나 임도로 들어선다. 임도에 올라 나지막한 하늘을 이고 있는 서쪽의 아름다운 산세를 카메라에 담는다. 대간 길은 임도 초입, 오른쪽으로 나란히 누워있는 무덤 3기 뒤로 이어진다.

<장자봉 가는길>

<비 개인 서쪽 하늘과 산세>

등산로의 경사가 급해지더니, 서서히 동쪽으로 방향을 튼다. 여기저기 묘들이 산재해 있고, 소나무 숲길 가에는 이름 모를 나무가 분홍 색 초롱꽃을 매달고 서 있다. 싸리나무 인 듯 싶은 키작은 나무는 마디마다 물방울을 매달고 반짝인다. 처음 보는 아름다운 모습이다. 물방울 꽃이라고 이름을 지어주고 그 모습을 카메라에 담는다. 12시 24분 왼쪽으로 밭을 끼고 임도를 걷는다. 등산로는 전면에 장자봉으로 보이는 봉우리를 오른쪽에 두고, 왼쪽 숲으로 들어선다. 12시 38분 산행표지리본이 어지럽게 붙어 있는 장자봉 갈림길을 지난다.

<분홍빛 초롱꽃>

<물방울 꽃(?)>

<봄의 전령 1- 대원 사진>

<봄의 전령 2 - 대원 사진>

12시 58분, 무명봉에 오르고, 50여 미터 내려서서, 등산로를 벗어나, 서쪽 조망이 좋은 자리에서 도시락을 푼다. 조망을 즐기며 혼자 앉아 천천히 점심을 먹는다. 한낮인데도 비 그친 먼 서쪽하늘은 마치 황혼인양 붉은 색을 띄고 있다. 북서쪽으로는 나뭇가지 사이로 마을이 보인다. 아마도 선교리 일대인 모양이다. 식사를 하다 사진을 찍고, 사진을 찍다 식사를 한다. 느긋하게 커피까지 마시고 1시 30분 윤지미산을 향해 비탈길을 내려선다.

<점심 먹으며 바라 본 서쪽 조망>

<나뭇가지 사이로 보이는 선교리>

나뭇가지 사이로 걸어 온 능선을 뒤돌아본다. 봉우리 3개가 눈에 들어온다. 카메라에 담는다. 특이하게도 이 구간의 대간 길에는 이정표가 하나도 보이지 않는다. 이 구간을 관장하는 산림청만 예산을 못 받았나보다. 12시 32분 처음으로 "산 그리고 사람들"에서 나무에 붙여놓은 작은 비닐표지를 발견한다. 지기재에서 9.2Km 떨어진 지점이다.

<걸어온 길>

등산로는 참나무 사이로 평탄하게 이어진다. 2시 27분 또다시 "산 그리고 사람들"이 나무에 붙여 놓은 작은 비닐표지가 보인다. 지기재에서 12.3Km 떨어진 437.7m 봉이다. 왼쪽 나뭇가지 사이로 판곡 저수지가 내려다보인다. 2시 47분 윤지미산(538m) 정상에 오른다. 대빵 님의 말에 의하면 윤지미산은 공식 명칭이 아니고, 산악인들이 붙인 이름이라고 한다. 하지만 이미 등산지도에도 윤지미산의 명칭이 표기돼있을 정도로 일반화된 이름이다.

<등산인들이 만들어 붙인 이정표>

<윤지미산 오르는 길>

좁은 정상에는 "대전 원진사람들"이 나뭇가지에 비닐표지판을 매어 놓았고, 자그마한 정상석이 세워져 있다. 이제 날씨는 활짝 개어 햇빛이 밝게 비치나, 나무에 가려 정상에서의 조망은 별로다. 등산화 끈을 고쳐 매고, 무릎 보호대를 착용한 후 급경사 비탈길을 내려선다. 급경사 내리막길은 땅이 녹아 미끄럽다. 미끄러운 길을 10분 가까이 조심스럽게 내려서니 등산로는 오솔길로 변하고 왼쪽으로 전망이 확 트인다.

<윤지미산 정상표지>

<정상석>

잘 손질된 무덤 2기가 저 아래 저수지로 이어지는 골짜기를 굽어보며 먼 산들을 마주하고 누어 있다. 조금 더 내려서니 임도에 이른다. 길가의 산행리본들이 오른 쪽으로 유도한다. 왼쪽으로 인삼밭이 있고, 등산로 주변의 쭉쭉 뻗은 나무들이 아름답다. 등산로는 오른쪽 오름 길로 이어진다. 오름 길에서 방금 내려온 윤지미산을 카메라에 담는다. 윤지미산 산자락을 자르고 이어지는 당진-상주간 고속도로 공사장이 내려다보인다. 3시 47 경 화령재에 내려선다. 대빵 님이 반갑게 맞으며, 화령재 표지석과 뒤의 정자를 배경으로 사진을 찍어준다.

<안부의 묘 2기>

<멀리 보이는 봉황산>

<뒤돌라 본 윤지미산>

<임도를 지나 등산로는 오른 쪽으로>

<단양 - 상주간 고속도로 공사, 오른쪽이 윤지미산 자락>

<화령재>


배낭을 버스에 내려놓고, 산악회에서 준비한 캔 맥주로 목을 추기면서, 25번 국도 위로 이어진 300m 대간 길을 걸어 내려가 다음 산행코스 입구를 확인하고 되돌아온다. 미역국에 밥을 말아 간단히 식사를 한다.

<고속도로상의 일몰>

이윽고 후미 팀이 도착하여 식사를 마친 후, 버스는 4시 20분 경 서울을 향해 출발, 25번 국도를 서쪽으로 달린다. 보은을 지나고. 청주를 거쳐 경부고속고로로 진입한다. 일요일 오후의 고속도로는 차량으로 가득하다. 하지만 버스는 거침없이 전용도로를 달린다. 탁 트인 벌판 위로 지는 해가 아름답다.

 

 

(2005. 4. 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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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5년 3월 26일(토).
토요당일 백두대간 52회 차 산행일 이다. 지난해 3월 27일 대덕산 산행으로 시작한 3차대 백두대간 대장정이 꼭 만 1년만인 오늘, 댓재에서 자암재까지의 마루금을 걷고, 그 막을 내린다. 산행을 마치고 귀가하는 버스에서 산악회 김진희 대장은 인사말 끝에 " 이로서 3차대 공식 일정을 모두 마칩니다. 수고 많으셨습니다." 라고 3차대의 임무 완수를 선언한다.

<오늘의 마루금-댓재에서 자암재>

 

대간 병에 걸린 사람들은 대간 종착점이 가까워지면 대간이 끝난 후 무엇을 할 것인가를 고민한다고 한다. 백두대간 마루금을 걸으면서 백두대간을 그리워하는 것이 대간 병 환자의 또 다른 증상이라고도 한다. 눈앞에 펼쳐진 풍광을 보고, 지나 온 대간 길을 떠올리며, 이를 그리워하는 환자들...

 

만나면 헤어지게 마련이고, 헤어졌다가도 인연이 있으면 다시 만나는 것이 우리의 인생이 아닌가? 3차대 대원들은 이후 백두대간을 다시 반복하는 사람들과 정맥을 시작하여 우리 국토를 새롭게 걸어보고자 하는 사람들로 크게 나누어지는 것 같다.

 

나는 정맥을 걷는 쪽을 택한다. 한 달에 2번 정맥 길을 걸어, 새로운 땅을 접하고, 다른 한번은 구멍난 구간을 땜방 한다. 그리고 나머지 한 번은 대간 길에서 텐트를 치고, 야영을 하며 산에서 자보고 싶다. 해질 녘 대간의 고요함을 느끼고 싶고, 지지배배 새소리에 눈을 떠, 새벽 산의 신비를 맛보고 싶다. 무엇보다도 기다리는 버스에 얽매이지 않고, 유장하게 걸으면서 산을 느끼고 싶다. 무박 산행으로 깜깜한 밤중에 걸었던 코스부터 선택하여 그 곳에서 자고 싶다.

 

결국 대간에도 미련을 버리지 못하고, 정맥의 유혹도 뿌리치지 못한 셈이다. 욕심을 부려보는 거다. 이런 욕심이 가능한 것은 지난 일년 동안, 대간 길을 걸어 본 경험이 있기 때문일 것이다. 고마운 분들 - 산악회와 대장님들, 그리고 대원 님들, 여러분들의 도움으로 백두대간 종주를 경험해 볼 수 있었다. 모든 분들에게 감사하는 마음이다.

 

댓재까지 가는 길이 멀다. 태백을 거쳐 35번 국도를 달리고, 454번 지방도로를 달려 버스가 댓재에 도착한 것은 11시 17분 경이다. 치약 휴게소에서 30분 간 정차한 것을 감안하면 꼬박 4시간 정도를 달린 거다.

 

차창을 통해 보이는 도로변은 완연히 봄이다. 도로변의 가까운 산에는 눈이 이미 다 녹아, 산들이 연한 보랏빛을 띄고 있다. 하지만 싸리재 터널을 지나, 태백으로 이어진 38번 국도 주변의 산들은 아직도 눈을 하얗게 이고 있다. 버스는 35번 국도를 타고 골지천 맑은 물을 끼고 달린다. 주위의 산과 개울가에, 눈은 여전하지만, 맑게 흐르는 골지천은 봄을 부르고 있다. 454번 지방도로로 접어들기 직전, 왼쪽으로 보이는 광동호의 얼음도 꽤 많이 녹아 푸른 물이 반짝인다.

<얼음 녹은 광동호>

댓재에도 눈은 보이지 않는다. 어제도 영동지방에는 30Cm가 넘는 눈이 내렸다고 하지만 이 곳에는 눈이 온 흔적을 찾을 수 없다. 삼척시에서 세운 댓재를 알리는 조형물이 특이하다. 하차한 대원들은 설피를 챙기고, 11시 20분 경, 남쪽 눈 덮인 사면에 올라 황장산으로 향한다.

<댓재임을 알리는 조형물-특이하다>

<댓재 이정표>

오늘의 후미그룹 산행 기록은 아래와 같다.
마루 금(댓재-자암재 약7.6Km) : 약 3시간 10분/
중식 : 25분
날 머리(자암재-환선굴-대이리 주차장 약2,7Km) : 약 1시간 40분
총 소요 시간 ; 5시간 15분.

 

선두 그룹과 후미 그룹은 약 1시간 정도 시간차가 난다. 선두 그룹은 이 시간에 환선굴을 관광할 수 있었지만 후미 그룹은 동굴 입구까지만 올라 사진을 찍는 것으로 만족한다. 대기 중인 버스에는 거의 동시에 도착한다.

 

댓재에서 황장산으로 오르는 눈 쌓인 길이 가파르다. 고도 차 약 250m, 도상거리 약 600m 정도이니 급경사라 할 수 있겠다. 등산로에는 얼었던 눈이 녹은, 푸석 눈이 쌓여 있다. 설피는 신지 않고 배낭에 매단 채, 앞사람 발자국을 따라 오른다. 가끔 발이 빠지기도 하지만 기껏해야 무릎정도다. 허벅지까지 빠지던 대간령의 눈에 비하면 아무 것도 아니다. 비교적 맑은 날씨, 바람이 다소 있지만 급경사를 허위허위 오르려니 땀이 솟는다.

 

11시 40분 황장산 정상에 오른다, 눈에 덮여 산림청에서 세운 이정표만 눈에 뜨인다. 나뭇가지 사이로 북쪽 멀리 두타산, 청옥산이 흰눈을 이고 장엄하게 서 있다. 북동쪽으로는 댓재를 지난 454번 지방도로가 산 사면을 자르고 구불구불 이어진다. 동쪽 저 아래, 눈 덮인 활기리가 보인다.

<황장산 정상의 이정표>

<황장산 정상에서 본 두타, 청옥>

<황장산 정상에서 북동쪽 방향-454번 지방도로>

<황장산 동쪽 활기리>

 

길은 내리막으로 이어진다. 남쪽 사면의 눈은 많이 녹았으나 그래도 아직 꽤 깊이 쌓여있다. 스틱을 사용해 마치 스키를 타 듯 미끄러져 내린다. 길은 다시 가파른 오르막으로 변하고 12시 경, 1,015m봉에 오른다. 등산로는 정상에서 왼쪽으로 절벽을 끼고, 펀펀하게 이어진다. 12시 40분 경, 삼척사람들이 양태봉이라고 부르는 전망 좋은,1,059m봉을 지나면서 뒤돌아 나뭇가지 사이로 황장산과 1,015m봉을 카메라에 담는다.

<1,059m봉 이정표>

<1,059봉에서 본 남쪽 조망>

<1,059봉에서 본 황장산과 1,015m봉>

<1,059봉에서 본 동쪽 조망>

잡목에 긁히면서, 1시04분 1,062m을 지난다. 눈이 깊게 싸여있다. 남동쪽으로 덕항산이 가로막고. 남쪽 멀리 고랭지 채소밭의 물탱크가 보인다. 뒤돌아 1,059m봉을 카메라에 담는다. 1시 24분 큰재에 도착하여 점심 먹을 장소를 찾으나 바람이 너무 거세어 임도를 지나 고랭지 채소밭을 가로지른다. 바람이 더욱 거세게 불어온다,

<큰재 이정표>

 

<양태봉에서 본 채소밭의 물탱크>


 

<뒤돌아 본 양태봉>


 

<큰재를 지나는 대원들>

<고랭지 채소밭>

고랭지 채소밭 위에 오르니 우리가 가야할 길과 그 뒤로 덕항산과 지각산이 가까이 보인다. 질퍽거리는 고랭지 채소밭 남쪽 사면을 타고 내려, 2시 경 다시 임도에 내려선다. 바람이 다소 있으나 어쩔 수 없이 시멘트 길에 자리를 펴고, 점심상을 벌린다. 피재에서 출발한 대간 팀을 반갑게 만난다. 부산에서 왔다고 한다. 잠시 쉬는 사이 후미 팀이 도착하여 합류하자, 이들은 즐거운 산행을 하라는 인사를 남기고, 채소밭을 가로질러 길을 서두른다.

 

식사를 급히 마친 여자대원들이 먼저 출발한다. 2시 25분 경 이들을 따라 임도를 거쳐, 숲으로 들어선다. 오른쪽으로 고랭지 채소밭 전체 사면과 물탱크가 가까이 보인다. 카메라에 담는다. 이윽고 1.036m봉을 지나 2시 55분 자암재에 도착한다. 일행들이 모여 사진를 찍고, 환선굴이 있는 계곡으로 하산한다.

<채소밭에서 본 덕항산, 지각산>

<뒤돌아 본 고랭지 채소밭>

하산 길은 로프가 매여진 급경사 길이다. 눈은 다 녹아 누런 흙이 질벅여 미끄럽다. 3시 6분 제2전망대에 선다. 건너편 덕항산, 지각산에서 떨어지는 깎아지른 절벽이 처절하다. 3시 16분 촛대봉이 보이는 전망대에 선다. 촛대봉 발 끝 저 아래가 까마득하다. 마치 중국의 원가계 일부를 옮겨온 것 같다. 급사면 하산 길은 계속된다. 길가에 여러 가지 야생화들이 눈에 뜨인다. 이제 막 꽃을 피우는 야생화들! 꽃을 아는 여자대원들이 반색을 한다.

<환선굴 등산 안내도>

<촛대봉>

<야생화 1 - 은영 사진>

<야생화 2 -은영 사진>

 

 

 

철계단을 타고 오른다. 3시 29분 세 번째 전망대에서 사진을 찍고, 서늘하게 냉기가 도는 굴을 지나 다시 왼쪽 철계단을 올라 전망대에 선다. 지나온 양태봉이 바로 눈앞에 우뚝하고, 봉우리에서 골짜기로 떨어져 내리는 암벽이 공룡의 등뼈처럼 험하다. 저 아래로는 대이리로 이어지는 골짜기가 구불거린다

<동굴길-은영 사진>

<깎아지른 암벽>

<공룡 등뼈같은 암릉>

눈 쌓인 사면을 미끄러지며 줄을 잡고 내려온다. 3시 55분 환선굴 갈림길에 선다. 4시 30분까지 대리이 주차장의 버스에 도착하기로 돼 있음으로 지금 시각에 환선굴 관람은 불가능하다. 하지만 입구까지만 올라 가보기로 하고, 170여m 떨어진 굴 입구로 향한다.

 

굴 입구에서 관람을 마치고 나오는 선두 팀과 합류하여 함께 기념사진을 찍는다. 4시 15분 최후미 팀이 등산로와 환선굴 갈림길에 도착한다. 함께 어울려 대이리 버스 정류장으로 향한다. 내려오는 길에 냇가에 모여, 세수도하고, 진흙 투성이의 스패츠를 빨고 등산화를 닦는다. 4시 40분 버스에 도착한다.

<환선굴>

<굴피집>

<너와집>

오늘은 3차대의 마지막 대간 산행이다. 그래서 동해 금진항 횟집에서 쫑파티를 하기로 한다. 버스는 4시 50분 경 금진항으로 향한다. 한 시간 정도 달려 6시경, 버스는 금진항 횟집에 도착한다.

<금진항 횟집>

쫑파티- 즐거우면서도 서운하다. 또 다시 술 박사 東城 님이 솜씨를 발휘한다. 이번에는 모과 주다. 지난번 마가목 열매 주와는 달리 향은 없어도 여전히 부드럽다. 대원들 사이에 인기가 짱이다. 졸업산행으로 4월 중순, 울릉도에 갈 때, 본인은 못 가지만, 모과 주는 보내겠다고 약속하자 또 한번 환성이 터진다.

 

쫑파티 장에서 옆에 앉은 노부부가 낮이 익다. 3차대와는 오늘 처음으로 함께 산행한 부부다. 그쪽에서도 내가 낯설지가 않은가 보다. 이리저리 말을 맞추다 보니 작년 4월 영취산 구간을 함께 산행한 일이 있었던 것을 기억해 낸다. 지난번 다니던 산우회의 당일 산행이 도중에 중단되어, 무박 산행으로 대간을 거의 마치고, 강원도 지역이 남아 있어, 이번 산행에 참여했다고 한다. 일년 여 만에 이렇게 우연히 만나니 무척이나 반갑다. 아울러 비 내리던 영취산, 하얗게 핀 싸리 꽃, 낙엽을 뚫고 솟은 파란 새싹들 그리고 안개비 사이로 걷던 비옷 입은 대원들의 실루엣이 눈에 선하다.

 

아쉽지만 갈 길이 멀어, 7시 정각에 쫑파티를 마치고, 대원들은 버스에 오른다. 식당에서 마련해온 술과 안주로 달리는 버스에서 파티는 계속되고. 이 파티는 술과 안주가 다 떨어져서야 끝난다. 아쉬운 마음에 거푸 술을 마시다 보니 오랫만에 기분 좋게 취기가 오른다. 버스는 10시 50분 경, 동서울 톨게이트를 통과한다.

 

 

(2005. 3. 27.)



                                           
1 [東城.... / 2005-03-28,12:31:22]
대단원의 막을 내리셨네요...산행후기를 쓰시느라고 수고하셨읍니다.
빛나는 졸업장을 타신 언니께 ~♩~♬~
꽃다발을 한-아름 선사합니다 ~♩~♬~
물려받은 책으로 공부를 하며 ~♩~♬~
우리-는 언니뒤를 따르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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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和峰 / 2005-03-28,15:50:37]
3차대의 마지막 산행은 아주 멋졌습니다.
푸른 하늘에 하얀 눈 거기다 금년에 처음 보는 야생화"누루 귀"
"너도 바람꽃" 환선동굴 바다와 금진항 맛갈스런 회 까지
3차대의 조화로운 멤바에 멋진 산행기까지 좋은 인연입니다.
계속하여 정맥을 종주하시고 아름다운 산행기 부탁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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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우정 / 2005-03-28,17:18:49]
백두대간 어느 구간이나 똑같은곳이 있었겠냐 마는,
1년 내내 높은곳을 찿아 헤메이다가,
마지막 구간에서 가장낮은곳 바다를 찿아 간것 또한
재미 있고 ,의미 있는 추억입니다.

동성님의 모과,마가酒~ 넘 맛있고, 고맙고,그래서 앞으로도
기다려지고요, 꾸뻑~
화봉님~ 그동안 수고 하셨고요, 앞으로도 계속 받으실 인기~
쬐끔씩 분양 좀 하셔야지요.

우림님,동성님,화봉님 모두 건강한 모습으로
정맥,땜빵대간길에서 쭈~`우 ~욱 만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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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 [두레골 / 2005-03-28,19:39:32]
마지막 산행까지 세밀하게 관찰하시고 멋진 산행기 올려주신 우림님 항상 건강하시길 바랍니다.
3차대는 끝났지만 산은 언제나 그곳에 있으니 님들 모두 산에 또다시 만날 수 있지 않겠습니까?
산사랑 3차대 대원님들 수고많으셨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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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 [산개구리 / 2005-03-29,17:27:22]
그간 수고 많이하셨습니다
매주 토요일 대간길에 뵙던것 당분간 힘들겠네요...
저는 아무래도 한번더 대간길을 가는게 나을것 같아 6차대에 가입했습니다 .재수생요
이번엔 좀 날런지...가끔 같이 산행할수 있겠지요?
앞으로도 좋은 산행기 기대 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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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 [오솔길 / 2005-03-29,19:07:55]
우림님의 산행기에는 기록이며 사진, 글 속의 감정까지도 자로 그은 듯한 절제가 있습니다.
제가 배워야 할 부분이지요.
작년, 대간 산행으로 충실하지 못했던 주말에 대한 땜빵(?)작업으로 올해는 작년보다는 산에 가는 회수가 적을 것 같습니다만 그래도 적어도 2주 1회는 가능하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작년에 미치지 못해 갖게 될 산에 대한 아쉬움, 우림님의 산행기에 희망을 가져 봅니다.
수고 많으셨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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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 [우림 / 2005-03-31,09:55:15]
주말이 가까워지니, 매주 토요일이면
대원 님들과 함께 했던 산행이 벌써 그리워지네요.
소간방을 기웃거려봐도, 일주일째 조용하기만 하구요.

東城 님!
이번 주말에는 수정봉, 고남산을 가시겠네요.
대간길이 마을에 가까워, 더 정겹게 느껴지는 곳이죠.
7월에는 땜빵으로 2번 뵐 수 있겠더군요.
동성주막에도 자주 들르겠습니다.

和峰 님!
정맥길 잘 부탁합니다.
특유의 카리스마, 십분 발휘하시어
안전하고 즐거운 산행이 되도록 리드해 주시기 바랍니다.

우정 님 !
"우"자 돌림이 많지요?
언제 단합대회 한번 합시다.
부지런하시니, 정맥길, 땜빵 산행에서 자주 만납시다.

두레골 님 !
멋진 사진도 찍어주시고,
격려 말씀까지 주셔서 감사합니다.
산을 좋아하시고, 사랑하시니,
다시 산에서 뵙겠습니다.

은영 당수님 !
대간길에서 무언가를 완벽하게 찾으시려는 자세가
역시 당수님 답군요.
당수님 만나러 우정 산행 신청해야겠네요.

오솔 길 님 !
매주 산행하셔야지요.
2주 1회는 부족하답니다.
풍부한 감성을 섬세한 필치로 그리는
산행후기를 기다리는 사람들도 생각해 주셔야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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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 [잭울프 / 2005-04-07,21:55:43]
우림님!
숙제를 핑계로 게으름을 피우다보니 파장에야 들러봅니다.
사진남기시랴 산행기올리시랴 고생많으셨습니다.
작년8월어느날이었던가요.
저희와 첫산행하신뒤 계속할수 있을까 하는 우려를 무릅쓰고 무사히 대간을 마치셨으니 감회도 남다르시겠지요.
축하와 감사의 말씀드립니다.
정맥길에서 뵙겠습니다. 물론 근교산행에서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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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 [우림 / 2005-04-08,10:20:33]
잭울프 님 !
슬라이드 쇼, 에필로그까지 마무리하느라
지난 주에는 아마도 그 좋아하는 산행도 못 한 듯 싶은데...
이 웬수를 어찌 갚아야 할런지요?

야영산행 계획을 하시는지요?
계획하고 있으면 알려주기바랍니다.
텐트도 준비해야하고, 매트리스도 사야하는데,
좋은 것 추천 기다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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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 [드니로 / 2005-04-08,19:06:28]
저의 대간 이후 계획이 우림선배님과 비슷한 것 같습니다.
저도 한달에 한번은 대간에서 야영을 하는 계획을 갖고 있구요,
한달에 한번 대간 우정 산행이나 땜빵, 그리고 한두번은 정맥...

저도 매트리스와 일인용텐트, 또는 슬리핑백을 구매해야 하는데...
좋은 정보 얻으시면 저에게도 알려주세요.
우림선배님을 열심히 따라다니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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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 [잭울프 / 2005-04-08,22:05:21]
우림님 지방다녀오셨군요.
대간길에서 하룻밤을 지내려다 결국 그냥 끝낸것이 아쉽기만 합니다만, 드니로님과 야생화커플과의 지난 약속도 있었고하니 아마도 조만간 실현이 될수있을것으로 믿습니다.
제가 가지고 있는 장비는 메이커는 아니지만 야영을 위해서 구입했던 3~4인용 텐트, 근데 무게가 약 3kg정도나 되니 지고 다니기는 다소 무겁지요. 프랑스제 에어매트리스, 거위털 850g침낭과 고어침낭커버가 있습니다. 구입한지는 몇년째지만 필드테스트는 아직못해봤네요. 고작 치밭목산장에서 제작년2월에 사용했는데 실내라서 그런지 팬티만 걸치고, 침낭 지퍼를 내리고 자야할 정도로 보온이 잘되더군요. 오케이에서 구입했습니다. 일단 okoutdoor를 검색해보시길바랍니다. 글구 내일 불곡산 가시렵니까? 지하철 1호선 북부역 9시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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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 [우정 / 2005-04-09,07:12:59]
아무래도 슬슬 새로운 증세들이 드러나고 있네요,
비박증세가 나타나면 거의 처방이 없다고 하던데,,,,,

이러는 나도 비박채비는 이미 made 됬답니다,ㅋ
까짓거 한번 해보는거지 뭐~

쫓겨나도 갈때는 많잖아~ 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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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Urimah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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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3월 12일(토) 진부령에서 3차대 백두대간 완주 수료식이 있었지만, 아직도 태백산 군에서 2구간, 설악산 군에서 2구간 반, 그래서 수료식 후에도 가야할 구간이 4구간 반이 남아 있다. 이 중 태백산 군의 2구간은 3월중에 마칠 예정이고, 설악산 군의 2구간 반은 5월 이후 산행 날짜를 잡겠다는 것이 산악회의 이야기다. 덕분에 3차 대원들은 졸업 후에도 자연스럽게 다시 만날 기회를 3차례나 갖게된다. 끝까지 임무를 완수하겠다는 대빵 님에게 박수를 보낸다.

 

2005년 3월 19일(토).
아침 5시에 기상, 신문을 보면서 새벽밥을 먹고, 집사람이 싸준 도시락을 챙긴 후, 6시에 집을 나서는 일과가 반복된다. 양재역을 벗어나 서초 구민회관 앞에 도착하는 시간은 대강 6시 40분 경이다. 버스도착 예정시간 10분전인데도, 집합장소에 나와 있는 대원은 단 두 사람뿐이다.

 

느낌이 이상해진 신 회장님이 박 소장 님에게 전화를 한다. 박 소장님 대답은, 오늘은 30분이 늦추어져, 7시에 출발하려고, 동대문에서 대원들을 기다린다고 한다. 이제껏 대간 팀은 6시 30분, 토요 당일 팀은 7시에 출발했었다. 수료식을 마치고 나니, 대간 팀은 대빵 님의 머리 속에서 지워져 버린 모양이다.

 

시간이 흐르고 대원들이 모여들지만 평소보다 많이 부진하다. 7시 20분이 지나 버스가 도착한다. 버스에 오르니 안이 썰렁하다. 모두해서 15명뿐이다. 산악회에서 나온 인솔자가 예약하고, 불참한 몇몇 대원들에게 애타게 확인 전화를 하느라, 버스는 출발이 지연된다.

마지막 경유지 복정역에서 5명이 승차하여, 오늘의 산행인원은 가까스로 20명을 채운다.

 

지난주 36명이 참여했던 것에 비하면 많이 줄었다. 이 숫자면 아마도 산악회는 적자를 면치 못할 듯 싶어, 민망한 생각이 든다. 다음 주는 실질적인 졸업산행을 하게되고, 산행 후에는 동해로 나가 쫑파티도 있다고 하니, 보다 많은 대원들의 참여가 기대된다.

 

산악회에서도 한번쯤은 생각할 필요가 있겠다. 진부령 도착 일에 수료식을 할 것인지? 아니면 마지막 산행일에 졸업식을 할 것인지를 말이다. 사람이란 것이 묘해서, 졸업식 이후의 산행은 왠지 맥이 풀이나 보다. 맥풀리는 것은 좋은데, 사고라도 나면 어쩌나?

 

오늘 산행코스는 백두대간 제40소구간인 덕항산 코스다. 상사미동에서 출발하여 『건이령(840)-푯대봉(1,009.9)-1,017봉-1,056봉-구부시령-덕항산(1,070.7)-지각산(1,085)-자암재(920)』까지 마루금을 타고, 조탄동 귀네미골로 하산한다. 마루금 약 12Km, 들머리, 날머리 합쳐 약 1Km, 정상 적인 상황에서의 산행시간은 후미기준 약 6시간이다.

<푯대봉에서 멀리 본 조항산>

오늘 후미의 실제 산행 기록은 다음과 같다.
들머리 : 15분
중식 : 25분
마루금 : 6시간 24분
날머리 : 6분
총 소요시간 : 7시간 10분

 

선두 팀이 자암재에 도착한 시간이 16시 56분이라고 사진이 진술한다. 후미 팀 사진에는 18시 14분으로 기록돼 있다. 1 시간 18분의 차이를 보이니, 선두 팀은 6시간 이내에 산행을 마친 셈이다.

 

갈 길이 바쁜 버스는 치악 휴게소에서 20분 간 정차하고 출발한다. 산악회 선우 대장이 산행자료를 배포한다. 그런데 오늘은 코스 설명 자료가 없다. 역시 수료식 후유증인가? (실례!). 선우 대장님이 마이크를 잡고 오늘 산행을 설명한다.

 

"며칠 전 현지 사람으로부터 이 지역 능선에는 눈이 허리까지 쌓여 있다는 이야기를 들었다. 오지에 속하는 이 지역은 일반 등산객들은 거의 다니지를 않아, 최근에는 댓재에서 출발한 대간 꾼 몇 명만이 지나갔을 뿐이라고 한다.

 

"오늘은 선두 김 대장님이 결간 하여, 조 고문님이 선두에 선다. 눈 상황을 보아, 탈출 여부를 정한다. 1차 탈출지점은 구부시령, 2차 탈출지점은 덕항산이다. 다음 주 산행을 감안하면, 덕항산까지는 진행했으면 한다. 하지만 눈 상황을 감안하고 안전산행을 고려하여, 최종 결정은 조 고문님이 한다."

 

버스는 사북, 고한을 지난다. 날씨가 따듯해져서인지, 좁은 38번 국도에도 차량 통행이 많아져, 버스가 제 속도를 내지 못한다. 이윽고 35번 국도로 갈아 탄 버스는 삼수령을 넘어, 11시 9분 건의령 갈림길에 도착한다. 이미 버스에서 스패츠 착용 등 심설산행 준비를 마친 대원들은 하차하자, 바로 설피를 챙긴 후 서둘러 건의령으로 향한다.

<차창 너머로 본 태백선 - 그 많던 눈이 다 녹았다>

<건의령 오르며 본 상사미동 마을 - 눈이 여전하다>

 

지난 번 산행 시 바람이 모질던, 건의령으로 오르는, 임도는 지금은 눈이 녹아 질벅거린다. 선두에 조 고문님, 드니로 님이 달려나간다. 유수모 님이 치고 나온다. 오늘의 선두 3인 방이다. 40대, 50대, 60대, 각 세대 대표가 한 명씩 차출된 셈이다. 40대 드니로 님이 눈을 헤치고 앞서 나가고, 50대 유수모 님이 표지기를 단다. 60대 조 고문님은 한발 쳐져서 전체 상황을 통괄한다. 어쩌면 산행에서나 가능한 컴비네이션 인지도 모르겠다. 가히 이상적인 호흡이다. 그래서 쉽지 않은 오늘 산행이 훌륭하게 마무리된다.

 

11시 24분 경 건의령을 넘어 지난 번 눈보라 때문에 찾지 못했던 백인교 군자당 앞에 선다. 퇴락할 대로 퇴락한 군자당은 곧 바로 무너져 내릴 듯 싶은 모습이나, 주위의 노송들은 정정함을 자랑하고 있다. 산 위에 웬 버들강아지인가? 버들강아지 몇 줄기가 금방이라도 움을 터트릴 듯 윤기가 돈다. 건의령은 이제 완연히 봄이다.

<퇴락한 백인교 군자당>

날씨는 따듯하고, 바람도 없다. 쾌청한 하늘이 파랗다. 가스도 끼지 않아, 시계마저 탁 트였다. 문자 그대로 서럽도록 눈부신 봄 날씨다. 속속 도착하는 대원들이 왼쪽 능선으로 오르기 전에 한결같이 우선 재킷부터 벗어 부친다.

<마루금 타기 전 재킷부터 벗는 대원들>

 

완만한 능선길이 이어진다. 남쪽 사면이라 눈이 많이 녹아, 쌓인 눈이 깊지 않다. 잡목 숲을 올라 봉우리를 넘으니 평탄한 능선길이 이어진다. 30분쯤 걸어, 촛대봉 갈림길에 이른다. 대간길은 촛대봉을 거치지 않는다.

 

하지만 여기까지 와서 눈앞의 푯대봉(1,009.9m)을 모르는 체 지날 수야 없지 않은가? 깊게 빠지는 눈을 헤치며 푯대봉에 오른다. 삼각점이 있다지만 눈에 덮여 보이질 않는다. 전망이 좋다. 북으로 덕항산이 보이고, 동으로 저 멀리 산세의 흐름이 준엄하다. 남쪽의 매봉산 방향은 나무가 시야를 가린다.

<푯대봉 정상>

<푯대봉에서 본 동쪽 조망>

<푯대봉에서 본 남쪽 조망 - 대원 사진>

사진을 찍고, 갈림길로 되돌아온다. 대간길은 오른쪽으로 급히 떨어진다. 사면에는 눈이 깊숙이 쌓여 있다. 안부로 내려서니 길은 왼쪽으로 굽어 돈다. 설피를 내려 신는다. 등산로는 평평해지며 북으로 향한다. 봉우리를 하나 넘고, 발자국을 따라 내려 직진한다. 한참을 걷다보니 갑자기 발자국이 사라진다. 주위를 둘러 봐도 더 내려간 흔적이 없다. 자세히 살펴보니, 내려온 길을 다시 오른 발자국들이 보인다.

 

발자국을 따라 100여 미터 후퇴하니, 오른 쪽으로 표지기들이 매어 있고, 발자국들이 어지럽게 이어진다. 951m봉에서 내려오다, 왼쪽으로 90도 방향으로 꺾어 내려가라는 길이 이 길인 모양이다. 1시 8분 경, 안부에 이르니, 왼쪽으로 전망이 확 트인다. 푯대봉이 보이고, 삼밭골이 저 아래 누워있다.

<뒤돌아 본 푯대봉>

<삼밭골>

급사면을 오른다. 다람쥐도 눈물을 흘렸다고 과장한 오름 길이다. 눈이 녹아 설피가 미끄럽고, 군데군데 나무뿌리가 솟아 설피에 걸린다. 이런 길은 설피를 신어 힘이 더 든다. 하지만 사면이 길지 않아 다행이다. 985봉을 올라 내리막을 걷는다. 갑자기 뒤에 오던 대원이 머리를 감싸쥐고, 부상당했다고 소리친다.

 

손가락 사이로 피가 뚝뚝 떨어져 하얀 눈을 붉게 물들인다. 지혈제가 없어 순간, 당황한다. 하지만 배낭에서 일회용 밴드를 꺼내, 흐르는 피를 닦고, 밴드를 붙인다. 그리고 헤어 밴드로 조이니 다행이 지혈이 된다.

 

잡목 가지에 이마를 찔린 거다. 덥다고 모자를 벗고 걸은 것이 잘못이다. 산에는 도처에 위험이 도사리고 있다. 항상 원칙을 따르고, 조심하는 것이 중요하다. 무전으로 부상 사실을 선두에 보고하게 하고, 진행에는 차질이 없음을 알린다.

 

1시 44분 경, 1.016봉에 오른다. 햇볕은 따듯하고 바람도 없다. 이곳에서 점심을 먹기로 하고 도시락을 푼다. 반주로 백세주를 나누어 마신다. 점심을 끝내고, 부상한 대원의 밴드를 새 것으로 교체한다. 피는 완전히 멎었고, 뒤탈이 날 염려도 거의 없어 보인다.

<1,016봉에 걸린 산행리본>

점심을 먹은 후는 항상 천천히 걷는다. 부상한 대원이 스피드를 낸다. 1,016봉을 내려서서, 참나무들이 도열한 평평한 길을 걷는다. 눈이 허리까지 찬다는 이야기는 과장이고, 산행리본들도 잘 보여 목표 지점인 자암재까지 진행에는 큰 무리는 없어 보인다. 다만 설피를 신고 걷다 보니, 시간이 걸리고 체력 소모가 심하다.

 

체력 소모를 줄이려 천천히 걷는다. 2시 17분 경 1,017봉을 넘어 안부에 도착하고, 3시 27분 1,056봉을 넘어 구부시령으로 향한다. 남쪽 사면 길은 눈이 녹아 미끄럽고, 북쪽 사면 길은 눈에 묻힌 상황이 반복된다.

<대간 마루금의 멋진 고목>

눈 쌓인 너른 안부에, 침엽수들이 울창한 숲을 지나, 등산로는 오른 쪽 진달래 군락지로 이어진다. 진달래 멍울들이 제법 굵어 졌다. 3시 51분, 눈에 반쯤 가린 돌탑을 지난다. 구부시령이다. 선두에서 진행 상황을 체크하는 무전이 들어온다. 늦어도 7시까지는 하산하겠다고 보고하고, 東城 님이 담가 온 마가목주를 다 마시지 말고, 꼭 남겨 두라고 당부하게 한다.

<안부의 침엽수>

<구부시령 돌탑 - 눈에 묻혀 2개만 보인다>

4시 30분, 덕항산 정상(1.070.7m)에 오른다. 정상에는 댓재에서 넘어 온 세 사람의 홍안의 젊은이들이 쉬고 있다. 설피 신은 것을 보더니 앞서간 사람들과 같은 일행이냐고 묻는다. 그렇다고 하니, 부러운 듯이 설피를 쳐다본다. 이들은 설피도 없이 눈 구덩이에 빠지면서 잘도 여기까지 왔구나... 하산 길은 우리들이 오르면서 다져 놔, 조금은 수월할 터이니 다행이다. 앞서 간 일행에 대해서 물으니, 선두와는 많이 떨어지고, 중위 팀은 약 10분전에 지나쳤다고 한다.

<덕항산 정상표지 동판>

우선 무선으로 정상도착을 알리게 하고, 마가목주 꼭 남기라고 재삼 당부케 한다. 해 떨어지지 전에 서둘러 하산하라는 지시와 마가목주 건은 알았다는 답변이 온다. 중위 팀과 10분 정도 의 차라면 한결 여유가 있다. 정상에서 10분간 쉬면서 정산주를 즐기기로 한다. 은영 당수가 가지고 온 백세주를 나누어 마시며 눈 아래 펼쳐진 파노라마 속으로 빨려든다.

 

좁은 정상에는 덕항산 정상임을 알리는 동판이 세워져 있다. 정상에서의 조망이 좋다. 북쪽으로 하얀 물통을 이고 있는 누런 고랭지 채소 밭이 멀다. 동남쪽의 깎아지른 절벽에 쌓인 눈이 깊어 보인다. 남서쪽, 걸어온 길은 산불 감시초소가 막고 있어 유감이다. 오른쪽, 동쪽으로 멀리 동해가 보이고, 북쪽으로는 산행 리본들이 요란하게 걸린 절벽길이 이어진다.

<덕항산 정상>

<덕항산 정상에서 본 동쪽 조망 - 대원 사진>

<정상의 산불 감시초소와 걸어온 길>

자암재까지는 2,3Km 남았다. 이제 다 온 거다. 해지기 전 하산에는 별 문제가 없겠다. 산세도 지각산등 오름세가 3곳 있으나 전체적으로는 내림세다. 10분간을 쉬고 하산한다. 이제는 속도보다 체력을 아끼는 것이 더 중요하다, 천천히 걷는다. 급경사 길을 오를 때는 2걸음 걷고, 한 걸음 쉬는 요령으로 오른다.

 

대기리로 이어진 철계단은 눈에 덮였는지 보이지 않는다. 절벽 길을 따라 계속 걷는다. 지각산에 이르기 직전, 눈 쌓인 벼랑 끝에 선다. 발아래 환선굴이 있는 골말로 이이어 지는 긴 골짜기가 누워있다. 고랭지 채소밭과 동해가 가깝다. 5시 37분 지각산(1,085m)에 도착한다.

<대기리 계곡>

<멀리 보이는 고랭지 채소밭>

<지각산 정상의 이정표>

이제 안부에 내려서 봉우리 하나만 넘으면 자암재다. 침엽수 숲을 벗어나 5시 50분 경 안부에 이른다. 지는 해를 받은 눈 쌓인 안부가 한없이 고요해 보인다. 그 고요를 뚫고 대원들이 안부를 지난다. 6시 14분 자암재에 도착한다.

<지는 해 속에 정밀하게 느껴지는안부>


<자암재 이정표>

무전으로 자암재 도착을 보고한다. 버스가 내려 갈 터이니 아스팔트길까지 내려와 기다리라는 지시기 온다. 왼쪽으로 도로를 향해 내 닫는다. 저 아래 버스가 도로를 따라 천천히 내려오는 것이 보인다. 6시 20분 버스에 도착한다.

 

설피를 벗고, 아랫도리 눈을 턴 후, 버스에 오른다. 늦어서 미안하다고 인사를 한다. 배낭을 자리에 벗어놓고, 마가목주를 맛보러 뒷좌석으로 간다. 대원들이 의리 있게 마가목주를 남겨 두었다. 반 컵 넘게 받아 빛깔을 본다. 마가목이 붉은 색이라 술도 붉을 줄 알았는데, 의외로 담황색이다. 코에 대보니 아련히 모과 냄새가 나는 것 같다. 한 모금 입에 물어 본다. 맛이 무척 부드럽다. 체리 향이 느껴진다. 좋은 술이다. 서둘러 마신 후, 반 컵을 더 청해 자리로 가져온다. 서서히 맛을 음미하며 마셔야겠다.

 

이 술은 술 박사 東城 님이 지난 번 설악산 산행 시 채취한 마가목 열매로, 전문가의 솜씨를 한껏 발휘하여 브랜딩한 술이다. 술 박사의 솜씨를 확인하고 싶어, 꼭 맛보려했던 거다. 역시 전문가의 솜씨는 다르다. 과연 명주를 만들었다.

 

힘든 산행을 마쳐서인지, 귀로의 버스 안은 화기애애하다. 하지만 시간이 흐르면서 눈길에 많이 피곤했던지 대원들이 하나 둘 잠이 든다. 나도 깜박 잠 속에 빠졌나보다. 버스가 동광 휴게소에 도착할 때야 잠을 깬다. 버스는 이곳에서 20분간 정차하여 대원들이 저녁을 먹을 수 있도록 배려한다.

 

10시가 조금 지나 버스는 동서울 톨게이트를 통과한다. 대원들의 지하철 이용시간을 극대화 하 기 위해, 버스는 평소와 달리 광나루로 진입하여, 천호역과 군자역에서 정차한다고 한다. 군자역에서 7호선을 타고, 11시가 못되어 집에 도착한다.

 


(2005. 3. 20.)


                       



2 [東城.... / 2005-03-21,13:46:52]
윤고문님은 조고무님을 말씀하시는 건지...
마가목의 새싹이 가지에 돋을때 잎새가 말의 어금니처럼 생겼다고 한문으로는馬牙木이라 하는데 그냥 마가목으로 부르지요...
마가목 열매주를 좋게 평가해주셔서 감사합니다. 내년에 또 만들지요.조총 정총이 맛을 못 보았으니 어찌 할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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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산개구리 / 2005-03-21,16:03:12]
겨울과 봄이 같이 있는 산이었습니다. 한동안 느끼지 못하였던
솔향기가 너무 좋았구요 눈이 녹아내리기 시작하는것이
벌써 봄이 다가왔나보네요.
이번산행 힘이 많이 들었는데 산행 후 버스안에서 맞본
마가목주는 정말 일품 이더군요 향기도 너무 좋구요
동성님께... 감사 ....감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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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 [和峰 / 2005-03-21,16:35:47]
남해안 봄나들이까지 다녀와서 또 심설 산행이었으니 어지간히
피곤하실 겁니다.曺고문님을 尹으로 착각하신것도 이해가 갑니다.
대부분의 대원들이 우림님은 술이 약하신걸로 알고있는데
마가주 때문에 술실력이 탄로난 것 같네요.
東城님의 마가주가 여러대원들께 피곤을 씻어준 효과만점 이네요.
재고가 바닥났다니 아쉽습니다만 그래도 다음에 혹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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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 [우림 / 2005-03-21,18:55:30]
어이쿠! 또 큰 실수를 했네요.
조 고문님! 죄송합니다.
손과 머리가 제멋대로 노는 고질병이 또 재발했군요.
넓으신 아량으로 웃고 넘기시기 바랍니다.

유수모 님!
50대 맞으시죠?
짐작으로 꿰 맞추어 봤으나, 슬그머니 겁이 나네요.
잘못이면 정정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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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 [드니로 / 2005-03-21,22:37:49]
리유니온...
반가운 표현이시네요...그렇죠...3차대의 대간은 아직 끝나지 않은거죠.
졸업이라고 하기엔 아쉬운 대간입니다.

Posted by Urimah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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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산에서 당겨 찍은 향로봉>

 

2005년 3월 11일(금)
오늘은 무박으로 진부령에 간다. 산행 후에는 진부령에서 대간 종주 수료식도 있을 예정이다. 대간 종주를 마치려면 아직도 몇 구간이 남아 있는데도, 마지막 구간을 앞당겨 산행하는 것은 4월 이후는 이 구간의 신선봉 출입이 통제되기 때문이란다.

 

날씨가 요상하다. 한 겨울 내내 가물더니, 3월 들어 영동지방에 폭설이 내려, 지난 주 산행도 마루금 5Km 정도만을 걷고, 비상탈출 하게 하더니, 오늘도 영동지방에는 아침부터 눈이 내리고, 산행 들머리, 미시령은 차량통행이 통제되고 있다는 보도다. 기온도 뚝 떨어지고, 바람도 강하다. 하지만 산악회는 예정된 산행을 강행한다.

 

밤 11시5분 경 서초 구민회관 앞에 도착한다. 다른 산악회 버스를 기다리는 산꾼들이 몇 명 보일 뿐 우리대원 들은 보이지가 않는다. 날씨가 사나워서인지, 평상시와는 달리, 도로변에 줄지어 서 있던 산악회 버스들도 눈에 띄지 않는다. 산행계획이 취소된 건가? 불안한 마음으로 조금 더 기다려본다. 이윽고 대원들이 한 둘 모이기 시작한다.

 

술이나 안주, 그리고 떡과 과일을 준비한 대원들이 많다. 대간 종주 수료식을 위한 준비다. 전체에 기여(寄與)하겠다는 개개인들의 이러한 생각이 우리 3차대의 강점이다. 선두는 선두대로, 후미는 후미대로, 전체 대원들을 위해 혼신의 힘을 다 하여 기여하겠다는 정신, 바로 이런 정신이, 대간 종주라는 대장정을 사고 없이, 즐겁게 마칠 수 있는 힘이 되고 있다.

 

버스를 기다리는 동안이 무척 춥게 느껴진다. 바람도 차다. 오늘 산행 구간은 심설과 강풍으로 유명한 곳이다. 한 겨울 쌓인 눈도 부족하여, 이 시간에도 눈이 내린다고 하니, 산행이 가능할 지 걱정이 태산이다.

 

복정역에서 대원들이 버스에 오른다. 수료식이 예정되어서인지 꾸준히 참여했던 대원들은 거의 모두 참여하고, 일반 대원들도 합세하여, 오늘의 산행 인원은 30여명에 이른다고 한다. 산악회 대표인 대빵 님이 마이크를 잡고, 힘든 산행이 될 것 같으니, 눈을 좀 부치라고 권한다. 구체 산행계획은 남설악 휴게소에 도착한 후 알려주겠다고 한다.

 

다른 산악회에서는 대표를 흔히 회장님으로 호칭하나, 이곳 산악회에서는 그냥 대장이라고 부른다. 다른 인솔 대장들과 구분이 없다. 하지만 애칭이 "대빵"이다. 어원이 좀 수상하기는 하지 만, 대빵은 "우두머리"라는 의미이니, 썩 잘 어울리는 애칭이라 하겠다.

 

버스는 크린턴 휴게소에서 잠시 멈춘 후, 설악을 향해 달린다. 차창 밖으로는 눈이 내린 흔적이 없다. 3시가 못돼 남설악 휴게소에 도착한다. 넓은 주차장에는 차가 한대도 보이지 않는다. 대빵 님은 이곳에서 스패츠 착용 등 심설 산행 준비를 모두 마치라고 당부한다. 30분간 정차한 버스는 다시 46번 국도를 타고 북상한다. 도로변은 잔설이 덮여 있고, 길은 얼어 빙판이다. 대빵 님이 마이크를 잡고 오늘 산행에 대하여 설명한다.

 

"오늘 산행을 앞두고 폭설이 내려, 여러 가지 대안을 생각해 봤습니다. 만약 미시령의 차량 통행이 불가능할 경우에는 용대동에서 하차하겠습니다. 용대리에서 계곡을 따라 소간령에 이르고, 마장터를 지나 대간령(750m)에 오릅니다. 이 곳에서 마산(1.051.9m)을 거쳐 진부령(529m)으로 하산합니다. 용대리에서 대간령까지는 경치가 좋은 곳이라 저는 백여 차례나 이 곳을 올랐습니다. 눈감고도 갈 수 있는 곳입니다. 정상적인 상황이면 2시간 정도 소요되는 거리이니. 너무 걱정하지 않아도 됩니다."

 

3시 35분 경 버스는 용대동 교통안내소 앞에 도착한다. 경찰 백차가 한대 서 있다. 56변 국도 변에 미시령 차량 통제 팻말이 세워져 있고, 미시령 진입로에는 차폐물이 설치돼 있다. 대빵 님이 백차로 접근하여, 근무 중인 경찰관과 협의를 한다. 시간이 걸린다. 서울로 되돌아가야 하는 건 아닌지 모르겠다.


<미시령 전면통제팻말>

 


<근무 중인 경찰관>

이윽고 대빵 님이 버스로 되돌아온다. 차량통행은 불가능하고, 간신히 대원들 통행만 양해를 받았다고 한다. 하차하여 설피를 가지고, 산행을 시작하자고 한다. 3시 40분 경 대원들은 헤드랜턴을 밝히고, 경찰관의 조심하라는 인사말을 뒤로하고 미시령 고개를 향한다. 도로에는 눈이 많지는 않지만, 내린 눈은 기온이 낮아 얼어있다.

 

아직 설피는 신지 않고, 얼은 눈을 밟으며 걷는다. 얼은 눈 밟히는 소리의 표현이 어렵다. 내 귀에는 "사박사박" 하는 소리같이 들린다. 어느 여자대원은 얼어도 여전히 "뽀드득 뽀드득" 소리로들린다고 한다. 왼 편 마을 쪽에서 컹컹 개 짖는 소리가 요란하다. 생각보다 날씨는 춥지 않고, 바람도 없다. 하늘에는 별빛도 없다.

 

앞쪽에서 정지하라는 신호가 온다. 도로를 따라 너무 올라온 것 같다고 한다. 되돌아 도로를 내려오다, 오른쪽 눈 속으로 들어선다. 개울물 흐르는 소리가 들린다. 이 곳에서 모두 설피를 신으라는 지령이 시달된다. 하지만 오늘은 준비한 설피가 많이 모자란다. 여자대원들에게는 미쳐 차례가 안 간다. 나도 교육받은 대로 꾸물대며 설피를 신다보니 후미로 쳐진다. 설피를 신고 몇 발자국 개울가로 내려선다. 왼발에 신었던 설피가 간 곳이 없다.


<설피를 신는 대원들- 대원 사진>

 

되돌아 설피를 찾아들고, 개울을 따라 부지런히 앞선 대원들을 쫓는다. 다시 정지하라는 신호가 온다. 개울을 건너야 하는데 마땅한 곳이 없나보다. 커다란 노르웨이제 설피를 신은 대빵 님과 젊은 대원 세 명이 도하지점을 찾으며 아래로 내려간다. 나머지 대원들은 그 자리에서 대기한다.

 

저 아래에서 신호가 온다. 도하 지점을 찾았다고 한다. 폭설이 내렸다지만, 계절은 이미 3월 중순, 봄눈 녹아 흐르는 개울의 수량이 제법 풍부하다. 눈 덮인 돌들을 징검다리 삼아 대원들이 한 사람씩 조심스럽게 개울을 건넌다. 이 때가 4시 30분 경이다. 그렇게 조심했는데도 대원 두 사람이 돌에 미끄러져 물 속에 빠진다.


<개울 도하 - 대원 사진>

 

물소리를 들으며 계곡을 따라 올라선다. 앞선 대빵 님과 젊은 대원 세 사람이 러셀을 한 덕분에 비교적 수월하게 계곡을 오른다. 설피 신는 것이 어설픈 나는 아예 다른 대원에게 넘겨주고, 랜턴불 빛에 비친 앞사람 발자국을 따라 조심스레 걷는다. 계곡이라 눈이 많이 깊지는 않다. 얼음위로 눈이 함빡 쌓인 좁은 계곡을 건널 때는 마치 에베레스트나 알프스의 크레버스(Crevasses)를 건너는 기분을 내본다. 고개를 들면, 어둠 속에서 나뭇가지들이 하얗게 눈을 이고, 머리를 숙여 우리들을 반긴다.


<설피 신은 선두가 러셀하며 진행>


<눈꽃 터널의 어두운 계곡을 오른다.>

소간령을 지나 6시 25분 경 마장터에 이른다. 평소 한시간도 안 걸리는 곳을 우리는 3시간 가까이 헤맨 셈이다. 마장터에는 통나무집이 한 채 서 있고, 담벽에는 장작이 가지런히 싸여있지만 인적은 없다. 사방이 점차 밝아 온다.


<마장터 통나무 집>

날이 금방 밝아진다. 하얀 눈 위에 빽빽하게 들어찬 침엽수림 사이로 하늘이 파랗다. 잡목들이 무겁게 눈을 이고, 기묘한 모습들을 하고 서 있다. 소나무들은 눈이 무거워, 나뭇가지들을 축축 늘어뜨리고 힘겹게 버티고 있다. 해가 솟으면서, 대간 마루금이 흰 눈 사면 위로 붉게 물들고, 하늘에는 새벽 노을이 붉게 타오른다. 가히 선경이다.


<여명 속의 침엽수림>


<여명 속의 설경 1>


<여명 속의 설경 2>


<여명 속의 설 경 3>


<여명 속의 설경 4>


<불타는 능선>

춥지는 않고, 바람도 없으나, 산 사면을 타고 오르니 눈이 점점 깊어진다. 잘 못해 다져지지 않은 눈을 밟으면 허벅지까지 빠져버린다. 맥이 풀린다. 어떤 때는 눈에 빠진 발이 아무리해도 빠지지를 않는다. 대원들의 도움을 받으며 2-3분간 사투 끝에 겨우 발을 빼고 나면, 진땀이 다 솟는다. 생전 처음 맛보는 경험이다.

 

설피를 신지 않은 여자대원들의 고생이 심하다. 피로한 모습이 역력하다. 더 못 걷겠다고 하소연하는 여자대원도 나타난다. 8시 20분 경, 산사면 공터에 눈을 다지고, 모두 함께 모여 앉아 아침식사를 한다. 식사 중에 대빵 님이 지시를 한다. 무엇이던 반드시 먹어야한다. 앞으로 진행하다 힘든 대원들은 반드시 신고를 해라. 창피한 것이 아니다. 식사 후에는 남자대원들은 여자 대원들에게 설피를 양보해라. 설피가 모자라니 남자대원들은 한 짝 씩 나누어 신어라.

 

설피 한 짝을 배당 받고, 경험 많은 대원의 도움을 받아 단단히 신는다. 한결 힘이 덜 든다. 하지만 얼마 걷지 않아 발 앞부분이 빠져 설피가 덜렁댄다. 그래도 없는 것 보다 훨씬 낫다. 덜렁대는 설피를 보고, 눈에 거슬리는 지 다른 대원들이 몇 번을 고쳐 매 줘도 결과는 마찬가지다. 아마도 발 큰 사람이 신도록 제작한 설피인 모양이다.

 

대간령에 도착할 시간이 지났는데도 마루금은 보이지 않고, 계속 7-8부 능선을 가로지른다. 방향도 이상하다. 서쪽으로 진행해야 하는데, 우리는 지금 동쪽을 향하고 있다. 조금 지나자 선두에서 정지 신호가 온다. 이이서 오던 길을 되돌리라는 지시가 뒤따른다. 후미가 선두 되고, 선두가 후미가 되어 약 200m 후퇴한다. 왼쪽 사면에 눈 사이로 붉은 산행리본들이 보인다.

 

선두가 러셀을 하며 급사면을 타고 오른다. 그 뒤를 대원들이 따른다. 나뭇가지 사이로 쪽빛 파란 하늘이 펼쳐지고, 뒤로 신선봉이 보인다. 저 멀리 동해 바다가 하늘과 맞 닿아있다. 바다가 오히려 검게 보인다. 나중에 지도를 보고 확인한 것이지만 리본이 걸려 있는 이 길은 마루 금이 아닌, 신선봉을 우회하는 사면 길이였던 것이다.


<설경 1>


<설경 2>


<설경 3>


<설경 4>

하산 후 대빵 님이 대원들에게 20여분 간 알 바를 한 것에 대해 사과를 한다. 눈이 덜 쌓인 곳을 찾다보니 실수를 했다는 것이다. 10시간 이상, 노르웨이제 설피를 신고, 러셀을 하며, 눈 덮인 산길을 찾느라 혼신의 힘을 기울였음에도 여전히 미안하다고 한다. 역시 "대빵"답다.

 

말이 설피지 노르웨이제 설피는 길이가 1m가 넘어 보이는 것이, 흡사 짧은 스키와 같고, 폭도 30Cm가 넘어, 웬만한 사람들은 이 설피를 신고, 제대로 걷기도 힘들어 보인다. 의욕을 갖고, 처음 이 설피를 신고, 러셀을 시도했던 한 젊은 대원은 오르막에서 설피 자락에 걸려 넘어지고, 내리막에서 고꾸라지고 나더니, 러셀이 장난이 아니더라고 실토를 한다.

 

이번 산행에서 이런 설피를 신고, 줄곧 러셀을 한 선두의 세 젊은이들 ! 귀경 시 지쳐서 버스 뒷좌석에 골아 떨어진 세 젊은이들 ! 모두를 위해 기여하고자, 혼신의 힘을 쏟은 젊은이들의 아름다운 모습이다. 컨트리뷰션(Contribution) - 건전한 미국 소시민들이 가장 많이 사용하는 단어 중에 하나라고 한다. 모두를 위한 개인의 기여가 모두에게 중요한 것은 동서를 통해 다름이 없나보다.

 

아름다운 설경 속에서 틈만 나면 모여, 졸업기념 사진을 찍는다. 경사가 급해지며, 12시 경 마산 정상에 오른다. 제법 널찍한 공지에는 돌탑과 정상석이 서있다. 파란 하늘 아래 펼쳐진 아름다운 조망에 감탄하는 소리가 절로 나온다. 바로 눈앞에 병풍바위가 날카롭고, 그 뒤로 신선봉, 상봉이 이어지고, 멀리 대청봉이 보인다. 북서쪽으로 흰 눈을 이고 있는 향로봉이 누워 있다. 칠절봉에서 향로봉으로 달리는 능선이 하얀 눈을 쓰고 우쭐우쭐 이어진다. 동쪽으로는 동해바다가 아득하고, 남서쪽으로 발아래, 흘리 마을과 알프스 리조트가 하얀 눈에 덮여있다.


<마산 정상석과 알프스 리조트 - 대원 사진>


<동해>


<상봉, 신선봉>


<병풍바위 뒤로보이는 대청봉>


 
바람이 거세다. 대원들은 서둘러 기념 사진을 찍고, 하산한다. 뒤로 쳐져서 후미대장과 함께 산 하나하나를 확인하고. 앞선 대원들을 따라 하산한다. 눈 쌓인 능선 길을 지나 등산로는 왼쪽으로 급히 떨어져 내린다. 대원들은 엉덩이 썰매를 타며 즐긴다.

침엽수들이 늘어선 아름다운 숲을 벗어난다. 향로봉이 올려 보이는 눈 덮인 비탈길을 내려, 2시 경 마을에 도착한다. 역시 개들이 컹컹 반긴다. 임도를 따라 진부령으로 향한다. 왼쪽으로 알프스 리조트와 스키장 슬로프가 보인다. 밭둑 길가에 쌓인 눈이 대원들 어깨 높이에 이른다. 한겨울 내린 눈이라지만 엄청나다.


<설원 너머로 보이는 향로봉>

아스팔트길로 이어지는 곳에서 여왕봉 님이 하산하는 대원들을 마중한다. 모든 대원들과 반갑게 포옹한다. 산행은 못해도 대원들과 함께 졸업식에 참여하러, 먼길을 혼자서, 3시간 동안 버스를 타고 내려왔다고 한다. 만년 후미지만, 조금도 위축됨이 없이, 항상 "아자! 아자!", 후미대장들을 일벌처럼 거느려, 여왕봉이다. 후미대장들이 너무 너무 고마워 졸업식에 빠질 수가 없었나 보다. 이런 것들이 바로 3차대의 자랑이다.

 

도로를 따라 내려오면서 뒤돌아 눈 덮인 마산을 올려다본다. 길가의 백두대간 종주 기념비 앞에서 대원들이 대빵 님의 지시에 따라 차례로 졸업기념 사진을 찍는다. 이윽고 2시 50분 경 진부령에 도착한다. 약 11시간 10분 동안의 산행이 막을 내린다.


<뒤돌아 본 마산 - 대원 사진>

 

대빵 님의 탁월한 리드와, 3인의 러셀조의 헌신으로, 불가능해 보이던 산행을 무사히 마칠 수 있었다. 폭설로 미시령이 통제되어, 비록 절반에 그친 산행이었지만, 전 구간 산행을 마친 것보다 더 뜻깊고, 보람된 산행이라는 생각이 든다.

 

거대한 진부령 표지석 앞에 대원들이 모두 모여 졸업 사진을 찍는다. 이어서 건너편 식당에서 대간 종주 수료식과 파티가 진행된다.


< 진부령 표지석 - 대원 사진>

즐거운 시간은 빠르게 흐르나 보다, 4시가 넘어, 버스는 서울로 출발한다.


(2005, 3. 16)

Posted by Urimah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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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년(2004년) 3월 27일 대덕산 산행으로 시작한 3차대 토요당일 백두대간 종주가 이제 내달이면 그 대장정을 마무리한다. 이제 남은 구간은 5구간뿐이다. 설악권 3구간, 태백권 2구간이 남았다. 문제는 설악권 2구간의 무박 산행이다. 눈이 많이 쌓여 있을 이 구간을 당초계획대로 무박으로 감행하기가 쉽지 않겠다.

 

어느 대원이 대간 산행이 끝난 후는 무엇을 할 것인가를 묻는다. 정맥을 해 볼 생각이라고 했더니 대간을 다시 한 번 해보는 것도 좋을 것이라고 권한다. 대간 종주를 2회 이상 한 분들도 많다. 남에서 북으로 걸었으면, 다음에는 북에서 남으로 걷는 식이다.

 

또 어느 대원은 산에서 야영이나 비박을 하면서 종주를 해보고 싶다고 한다. 해질 녘의 고요함, 한 밤중 산의 소리, 새벽의 아름다움을 생각하면 당장이라도 해보고 싶지만, 내게는 결코 쉬운 일은 아니다. 하지만 아직 젊다면, 마음 맞는 친구 2-3명과 함께, 한번 해볼 만 하겠다.

 

먼저 대원이 대학 다니는 아들과 함께 종주를 해보고 싶다고 한다. 아마도 아들이 어렸을 때, 함께 목욕탕에 갔을 때의 기쁨을 잊지 못하는 모양이다. 문제는 아들의 생각이다. 그래서 금년 여름에는 지리산 종주부터 시작하면서 아들의 반응을 보겠다고 한다.

 

백두대간 종주의 가장 큰 의미는 내 나라 내 땅을 내 발로 걸어 종주를 한다는데 있다고 하겠다. 자기가 태어나서, 성장하고, 생활하고, 그리고 드디어 죽음을 맞을 땅 ! 나의 조국 ! 이 곳을 걸어서 종주해 본다는 생각만으로도 벌써 가슴이 벅차다.

 

미국이나, 러시아 또는 중국에서 태어났다고 가정해보자. 그 나라에서 걸어서 제 나라 국토를 종단하거나 횡단해 보겠다는, 꿈이라도 꾸어 볼 수 있겠는가? 우리 조상들은 우리 산하를 금수강산(錦繡江山)이라고 표현했다. 크지도 작지도 않은 아름다운 우리 산하(山河) ! 그들은 하나의 마루금이 우리 국토를 관통한다고 믿었다. 백두대간이다. 불행하게도 지금은 허리가 잘려, 아래 쪽 절반만을 걷지만, 그래도 여전히 우리의 가슴은 설렌다.

 

나는 집사람과 함께 대간 길을 걷고 싶다. 집사람은 체력이 달려, 산악회를 따라 산행하는 것이 어렵다. 따라서 나름대로 가능한 방법을 찾아야한다. 서울에서 청계산이나, 북한산, 또는 도봉산을 찾듯, 대야산 구간을 걷고, 황장산을 오르는 방법이 없을까? 문경의 적당한 민박집을 골라 한 일주일 정도 숙박하며, 그 곳 사람들과 같이 생활하면서, 집사람과 함께 대야산 구간을 걷고, 또 하늘재에 올라보면 어떨까?

 

백두대간을 보호하여 자연 생태계의 파괴를 막고, 마루금은 트레킹 코스로 정비하여, 보다 많은 사람들이 다양한 패턴으로 백두대간 종주를 즐길 수 있게 하면 어떨까?


<38번 국도에서 본 매봉산>


<임도에서 본 매봉산>

 

2005년 2월 26일(토).
토요 당일 백두대간 종주 50회 차 산행은 지난 주 눈 때문에 다 마치지 못한 매봉산 구간의 나머지 코스를 간다. 즉 『싸리재(1,268)-금대봉(1,418.1)-쑤이밭령(1,100)-비단령(1,279)-고랭지채소밭-매봉산(1,303.1)-피재(920)』까지의 마루금이 대상이다. 도상거리 약 9Km, 산악회에서는 눈 때문에 산행시간을 정하기 어려우나 5시까지는 하산하자고 한다.


<오늘 산행 구간-싸리재에서 피재까지>

 

이제 해뜨는 시간이 많이 빨라졌다. 양재역 지하철역을 벗어나니, 날씨는 제법 쌀쌀하지만, 주위는 많이 밝아졌다. 6시 40분쯤 만나는 장소에 이르니, 신 회장님이 혼자 기다리고 있다. 오늘도 참여하는 대원들이 많지 않을 모양이다. 마지막 경유지 복정역에서 대원들이 버스에 오른다. 오늘 참여 인원은 3차 대원 17명, 일반회원 7명, 모두 24명뿐이다. 버스 안이 썰렁하다.

 

버스는 똑 같은 코스를 3번째 달린다. 치악 휴게소에서 20분 간 정차한 후 다시 출발한다. 산악회 인솔자는 설피가 준비돼 있으니, 오늘 참여한 모든 사람들은 설피를 신으라고 권한다. 버스는 사북, 고한을 지나 싸리재로 접근을 시도한다. 처음 싸리재로 통하는 오른쪽 도로는 초입부터 눈이 대단하다. 할 수 없이 버스는 계속 달려, 터널을 지나, 10시 30분 경 반대편 진입로에 정차한다. 하지만 이곳에서도 버스 진입이 어려워, 모두들 하차하여, 도로를 따라 싸리재까지 걸어서 오른다.


<도깨비 도로 앞 - 도로위의 눈 발자국>

 

도로 초입에는 간간이 도로 면이 보일 정도로 눈이 녹았지만, 고도가 높아 질 수록 도로는 온통 눈 천지라 발이 푹푹 빠지고, 힘이 많이 든다. 목에 걸었던 설피를 풀어, 발에 신는 대원들이 늘어난다. 나도 길가로 벗어나 설피를 착용한다. 하지만 항상 이런 일에 서투른 내 모양이 어설펐던지, 우정 님이 다가와 설피 신는 걸 도와준다. 고맙다.


<설피 착용 - 신회장 사진>

 

설피를 신으니 눈에 빠지는 정도가 많이 줄어든다. 왼쪽으로 크게 휘어진 도로에 올라, 뒤를 돌아본다. 도로를 따라 오르는 대원들이 저 아래, 까맣게 보이고, 맞은 편으로는 풍력 발전용 휀(Fan)과 눈 덮인 매봉산이 가까이 보인다. 아름답다.


<싸리재에 오르면서 본 풍광, 파란하늘, 매봉산으로 뻗은 능선.그리고 점.점, 점>

날씨는 다소 쌀쌀하지만 겨울로는 드물게 하늘이 파랗다. 가스도 끼지 않아 시야가 확 트였다. 바람도 거의 없다. 주위 풍광을 즐기며, 비탈진 도로를 힘들게 오른다. 11시 36분, 해발 1,236m인 싸리재에 오른다.


<싸리재 도착 - 시리도록 파란 하늘>

싸리재에서 차단기를 우회하여 오른쪽 사면으로 오르는 등산로를 걷는다. 남쪽으로 면한 사면이지만 눈이 제법 쌓였다. 눈이 깊어지니, 설피를 신었어도, 속도를 내기가 어렵다. 경사면을 오르다 뒤를 돌아본다. 지난 번 올랐던 은대봉과 그 뒤 능선이 하얀 눈을 이고 눈앞에 누워있다.

 

12시 16분 금대봉(1,418m)에 오른다. 바람이 차다. 싸리재에서 약 40분 정도 걸렸다. 눈길에 빠지면서 거의 2배 가까이 시간이 걸린 셈이다. 정상에는 정상석과 돌탑 그리고 한강과 낙동강의 분기점을 알리는 "양강 발원목"이라는 표지목이 서있다.


<금대봉 정상- 돌탑과 양강 발원 표지목>


<정상석>

 

눈 쌓인 내리막길을 걷는다. 설피 사용요령이 점차 터득된다. 특히 내리막길에서는 발 뒷금치로 걷는 요령으로 설피 뒤끝으로 눈을 디디니, 눈에 빠지지도 않고, 미끄럽지도 않다. 경사가 심한 곳은 주저앉아 엉덩이 썰매를 타고 내린다. 12시 34분 용연동굴 사무실 갈림길에 선다. 이정표가 서 있다. 싸래재에서 1.8Km 진행한 곳이다.


<용연동굴 갈림길 이정표>

1시 35분 경 쑤아밭령(1,100m)에 도착한다. 앞 팀이 점심을 마치고 일어서는 참이다. 이들이 먼저 출발하고, 같이 걷던 대원들과 함께 우리도, 다져 놓은 눈 위에서 점심을 한다. 날씨가 찬 편이라 별로 땀이 나지 않았는데도 앉아서 점심을 먹으려니 춥다. 여벌 재킷을 꺼내 걸치고, 서둘러 식사를 마친다. 1시 55분 경 천천히 비단 봉을 향해 오른다.

 

잡목 사이로 보이는 비단봉(1,279m)이 올돌하다, 경사가 급해진다. 2시 32분 경, 눈 덮인 암봉에 오른다. 비단봉 정상이다. 왼쪽은 아슬아슬한 절벽이다. 쑤아밭령에서 약 37분 정도 걸렸다. 이제 설피에 많이 익숙해진 느낌이다. 비단봉 정상에서의 전망이 일품이다. 눈 덮인 산들이 굽어보인다. 남쪽으로 함백산, 중함백산, 그리고 은대봉으로 이어진 능선이 한눈에 들어온다. 남서쪽으로 싸리재와 38번 국도가 내려다보이고, 북쪽으로는 피재로 연결된 35번 국도가 아련하다.


<비단봉>


<은대봉과 그 능선>


<중함백과 함백산>


<비단봉에서 본 북쪽 조망>


<비단봉에서 본 서북 방향의 조망>

비탈길을 내려선다. 이따금 씩 북쪽에서 찬바람이 불어온다. 오른쪽으로 고랭지 채소밭과 매봉산이 보인다. 잡목 숲을 벗어나니 눈앞에 넓은 설원(雪原)이 펼쳐진다. 고랭지 채소밭이 기어오른 남동쪽 사면 안부까지 펼쳐진 넓은 설원이 장관이다. 지난주에는 현란한 눈꽃을 즐기고 오늘은 이처럼 광활한 설원에 선다. 눈 쌓인 사면을 천천히 내려온다. 남쪽과 북쪽으로 빼 꼼이 보이는 함백산 능선과 청옥, 두타의 흐름이 웅장하다. 설원 곳곳에는 앞 팀이 지나면서 어린애들처럼 장난친 흔적이 선명하다.


<잡목길>


<설원 1>


<설원 2 - 유수모 사진>


<설원 3 - 유수모 사진>


<걸어온 길>


<오른쪽 멀리 청옥, 두타, 고적대가 보인다.>

 

가파른 고랭지 채소밭을 오른다. 군데군데 눈이 보일 뿐, 건너편 사면과는 딴판으로 눈이 녹았다. 햇빛이 잘 드는 모양이다. 밭에는 배추 겉대들이 누렇게 색이 변한 채 남아 있다. 채소밭에 늙은 고목 한 그루가 파란 하늘을 배경으로 우뚝 서 있다. 그로테스크한 광경이다. 채소밭을 지키는 신령수로 남겨둔 모양이다.


<고랭지 채소밭>


<채소밭의 신령수>


<채소밭을 간다.>

 

고랭지 채소밭이 끝나는 곳에 임도가 이어지고, 바로 눈앞에 풍력 발전용 휀이 양팔을 윙윙 돌리며 괴물처럼 우뚝 서 있다. 자세히 보니 바람을 따라 휀이 방향을 바꾼다. 등산로는 임도를 벗어나 잡목 숲으로 이어진다. 오르막으로 계속되던 등산로가 왼쪽으로 뚝 떨어지고, 발자국들이 어지럽다. 하지만 오른쪽 송전탑이 서 있는 매봉산 정상 쪽으로는 한 가닥 외로운 발자국이 눈 속에 깊게 나 있을 뿐이다.

 

매봉산 정상으로 향한다. 3시 55분, 매봉산 정상(1,303m)에 선다. 역시 조망이 끝내 준다. 오늘 걸어 온 마루금이 한눈에 보이고, 저 아래로는 우리나라에서 가장 긴 정암 터널의 입구가 선명하게 보인다. 이윽고 산악회 김진희 대장이 올라온다. 김 대장은 뒤로 쳐진 일반 대원 3사람이 늦는다고 안타까워한다. 기념사진을 찍고, 5시전에 버스에 도착하려고 서둘러 하산한다.


<정상석 - 뒤로 함백산>


<정상에서 본 발전용 휀>

잡목지대를 벗어나니 다시 설원이 이어지고 설원 끝에는 눈 덮인 먼 산을 배경으로 침엽수들이 우뚝 솟아 있다. 꽤나 이국적인 풍경이다. 김진희 대장은 뒤에 쳐진 젊은이 3사람을 기다리고, 은영 당수와 나는 천천히 설원을 가로지른다. 등산로는 다시 숲으로 들어선다.


<이국적인 풍경>

 

길가에 채소밭을 관리하는 사람들이 기거하는 곳 인 듯 싶은 막사가 한 채 서 있다. 뒤쪽에는 트럭도 한대 정차해 있으나 막사에는 인적이 없다. 북쪽으로 바람을 막는 휘장이 쳐 있고, 그 아래 의자도 몇 개 놓여있다. 쉬기에는 안성맞춤인 곳이다. 은영 당수와 의자에 앉아 미리 하산주를 나누어 마시며 김 대장을 기다린다. 하지만 하산주를 마시고, 설피를 고쳐 신어도, 김 대장은 감감 무소식이다.

 

하릴없이 다시 배낭을 둘러메고, 오른쪽 내리막으로, 발자국을 따라 내려선다. 댓 발자국 옮기다 보니, 발자국이 끊긴다. 다시 막사 쪽으로 올라와 왼쪽으로 나간다. 발자국이 임도로 연결된다. 하지만 어느 쪽에도 산악회 표지 리본은 보이지 않는다. 지도를 꺼내본다. 지도에는 대간 길과 임도가 나란히 달린다. 아마도 선두가 눈 쌓인 대간 길을 피해, 임도로 하산한 모양이다.

 

임도를 따라 내려, 4시 50분 경 피재(920m)에 도착한다. 선두 그룹은 4시 15분 경에 하산했다고 한다. 눈 쌓인 길에서는 선두와 후미 차가 크지 않나 보다. 눈 속에서 쓰지 않던 근육을 쓰다보니 허벅지에 쥐가 날 것 같아 겁이 났다는 대원들이 많다. 허리가 아프다는 대원도 있다. 모두들 눈길에서 힘이 들었다고 한다.


<피재>

오늘 산행에서 동메달을 차지한 우정 님이 내는 막걸리 파티 장에 들러, 오뎅을 안주로 막걸리를 마신다. 시장기가 돌 시간이 돼서 그런지, 무척 맛이 좋다. 5시 5분 경, 마지막까지 후미를 챙긴 김진희 대장이 도착한다.

 

버스는 5시 20분 경 서울을 향해 출발한다.

 


(2005. 2. 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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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수정에서 본 매봉산>

올 겨울은 가뭄이 심해 서울에서는 눈다운 눈 한번 구경도 못하고, 겨울을 날 것 같다. 전국적으로도 예년 평균 강설량에는 훨씬 못 미치는 눈이 내렸을 뿐이다. 여름의 게릴라 성 폭우처럼, 울산이나, 부산 같은 지역에는 수십 년만의 폭설이 내리기도 하고, 호남지역에도 상당히 많은 눈이 내렸다고는 하지만 정작 눈의 고장, 강원도에는 예년에 비해 눈이 인색한 편이다.

 

지난 1월에 산행한 고루포기산은 눈과 바람으로 유명한 산인데도, 등산로에는 먼지가 풀풀 날 릴 정도로 가물었고, 지난주에 산행한 함백산도 심설로 유명한 산이지만, 습기가 하나도 없이 푸석푸석하게 얼은 이른바 "죽은 눈"을 밟고, 주위의 설산들을 조망하는 것으로 만족했을 뿐이다.

 

우리 3차대 산행이 1년 가까이 이어짐에 따라. 이제 남은 구간도 대 여섯 구간에 불과하다. 그 동안의 산행으로 어느 정도 체력에 자신이 붙었나보다. 모두들 아무도 밟지 않은 심설에, 길을 내며, 산행을 해 보고 싶어한다. "러셀 드니로"가 대원들의 이런 바람을 가장 예각 적으로 잘 대변해 준다.

 

선두 러셀로 강해진 체력을 테스트하고, 앞장 서 길을 내어, 나머지 대원들에게 기여하고자하는 바램이 무산이 되는 게 아닌가 하여 드니로 님은 무척 초조하다. 하지만 꿈은 이루어지는 법. 지난 2월 16일, 수요일, 강원지역에 폭설이 내려 산간 지역의 교통이 통제되고, 이 눈은 주말까지 간헐적으로 계속된다는 보도에 드니로 님을 비롯한 모든 대원들은 이번 토요일 설산 산행을 설렘 속에서 기다린다.

 

2005년 2월 19일(토).
양재역 지하철역을 벗어난다. 아직 사방이 어두운데 마주 오는 여인이 우산을 받고 지나간다. 비가 오나? 얼굴을 들고, 어두운 하늘을 올려본다. 차가운 게 한 두 방울 얼굴에 떨어진다. 비가 내려 모처럼 내린 눈이 녹으면 어쩌나 걱정이 앞선다.

 

생각보다 서초 구민회관 앞에 모인 대원수가 많지를 않다, 버스가 도착하고 차에 오른다. 자리가 반 넘어 비어있다. 다행히 마지막 경유지 복정역에서 많은 대원들이 차에 오른다. 오늘은 산악회 인솔 대장도 보이질 않는다. 버스가 고속도로를 달리는데도 차창의 수증기가 얼지 않는다. 수증기를 닦아내며 창 밖을 보다가 나도 모르는 사이에 잠 속으로 빠져든다.

 

토요 당일 백두대간 종주 49회차 산행은 백두대간 제39소구간을 간다. 산행코스는 『싸리재(1,268)-금대봉(1,418.1)-쑤이밭령(1,100)-비단령(1,279)-고랭지채소밭-매봉산(1,303.1)-피재(920)-노루메기(961)-새목이(850)-건의령(840)』까지 마루금을 타고 상사미교로 하산한다. 마루금 도상거리 약 14Km, 날머리 약 0.5Km, 산악회가 제시하는 소요시간은 약 6시간이다.

 

버스가 중앙고속도로로 들어서서, 치악 휴게소에 접근할 때야 잠이 깬다. 김 동근 선두대장이 마이크를 잡고, 치악 휴게소에서 20분간 정차한다고 알려준다. 정차시간이 평소 보다 10분 짧아졌다. 설산 산행을 위한 시간 확보인 모양이다. 스패츠를 들고 내려, 쉬는 동안, 등산화 끈을 단단히 매고 스패츠를 착용한다.

 

버스가 다시 출발하고, 김 대장이 오늘 산행에 대한 설명을 한다. 산악회에서는 오늘 여러 곳을 산행하기 때문에, 인솔 대장들이 모자라, 우리 3차대는 산악회 인솔대장 없이, 자율 산행을 한다. 어제 산악회로부터 오늘 산행지역에는 무릎 정도 깊이의 눈이 내렸다는 이야기를 들었고. 설산 산행에 대비하여, 치악 휴게소에서 운영위원들이 모여 오늘 산행에 관하여 논의한 바 있으니, 이에 협조해 주기 바란다.

 

1. 1차 때의 경험에 의하면, 무릎 높이 이상으로 눈이 쌓였을 때, 평소 4시간 정도 걸리던 거리에서 11시간 정도가 소요된 적도 있다. 따라서 오늘 코스, 싸리재에서 건의령까지 산행은 불가능하다.

 

2. 싸리재에서 피재까지 산행하자는 의견과, 그 것도 무리이니, 피재에서 건의령까지만 등반하자는 양론이 있었지만, 어느 쪽을 택할지는 싸리재에 도착하여 상황을 본 후 최종 결정한다.

 

3. 오늘 산행에 참여한 29인을 3개조로 나눈다. 선두그룹은 체력이 좋은 3차 대원 10여명으로 구성하여, 이들은 설피를 신고, 교대로 러셀을 하면서 길을 튼다. 중위그룹 역시 설피를 신고, 선두그룹을 따른다. 여성대원과 일반 대원들이 후미그룹을 형성한다. 각 그룹에 인솔자를 지명하고, 이들은 산행 중 수시로 무전 연락을 취하여 안전산행을 도모한다.

 

이어서 김 대장은 심설 산행의 어려움을 설명한다. 심설 산행에서 어려운 것은 러셀이 아니라 길 찾기란다. 사방이 눈으로 덮여, 발자국은 전혀 보이지 않고, 나뭇가지에 매어 놓은 산행 리본도 눈이 쌓여 보이질 않는다. 이런 상황에서는 나침반도 크게 도움이 못 된다. 길이 애매한 곳에서는 선두 3사람이 10시, 12시, 2시의 3 방향으로 각각 진행하면서, 나뭇가지 눈을 털어, 산행리본을 찾아야한다. 그러니 시간이 많이 걸린다. 오늘 비상 식량을 준비하지 않은 대원들은 준비한 대원들에게 식량을 나누어 받으라고 지시한다.

 

몇 사람의 중간 탈출은 불가능하고, 전체가 같이 움직여야한다고 강조한다. 중위그룹이나 후미그룹은 절대로 앞사람의 발자국을 벗어나, 좌우로 이탈해서는 안 된다. 용변을 봐야 할 경우도 그 자리에서 봐야한다. 좌우로 이탈했다가 잘못, 맹지에라도 들어서면 절벽으로 추락할 가능성이 있다. 버스 안이 일 순 조용해진다. 대원들이 겁을 먹은 거다.

 

버스는 눈발을 헤치며 38번 국도로 접어든다. 주변이 온통 하얗다. 설국(雪國)에 들어선 느낌이다. 날씨는 따듯하여 눈이 도로 위에 떨어지자 바로 녹아, 더 이상 쌓이지는 않는다. 도로 곳곳에서 접촉사고를 일이 킨 차들이 멈춰서 있다. 버스가 석향을 지날 무렵 눈은 그친다. 고한에 접근하면서부터 길가에 쌓인 눈이 점점 많아진다.


<눈내리는 38번 국도>


<설국>

 

싸리재로 통하는 도로는 눈 때문에 차량 통행이 봉쇄되어 버스가 오를 수 없다고 한다. 할 수 없이 버스는 38번 국도를 계속 달려, 터널을 지나 10시 48분 함백산으로 오르는 등산로 입구에 정차한다. 김 대장과 몇몇 요원들이 버스에서 내려, 싸리재로 오를 가능성을 찾아보지만, 결국 불가능하다고 판단하고, 피재로 향하기로 한다.


<눈에 파 묻힌 등산로 입구에서 등반 가능성 확인>

 

11시 9분 버스는 피재에 도착한다. 사방이 온통 하얗다. 나뭇가지들이 무겁게 눈을 이고 축축 늘어져 있다. 대원들이 하차하여 산행준비를 한다. 산악회에서는 2가지 종류의 설피를 20여 벌 정도 준비하고 있다. 노르웨이 제 설피는 그럴 듯 하지만 꽤 크다. 이것을 신고 눈 위를 걸으려면 상당한 체력이 필요하겠다. 김 대장님과 드니로 님이 노르웨이 제 설피를 착용한다. 다른 하나는 등나무로 만든 재래식 우리의 설피다. 작고 가벼워 큰 부담이 될 것 같지는 않다. 서둘러 착용하는 대원들도 있고, 상황을 보아 착용하려고 목에 걸고 진행하는 요원들도 있다.


<피재 - 벤치에 쌓인 눈으로 적설량이 가늠된다.>


<우리나라 설피>


<노르웨이제 설피>

11시 15분 경 피재에서 오른 쪽 삼수정(三水亭)이 서 있는 사면을 따라 산행을 시작한다. 피재는 삼수령(三水嶺)이라고도 불리 운다. 3강의 발원지이다. 이를 기념하는 정자인 모양이다. 하늘에서 이곳에 떨어진 빗방울 가족이 한강, 낙동강, 오십천강으로 각각 헤어졌다는 전설이 있는 곳이다.

 

<삼수정>

 

무릎까지 잠기는 눈을 헤치고 삼수정 위에 선다. 시커먼 하늘 아래 매봉산과 북서쪽으로 이어지는 대간 능선이 눈에 들어온다. 삼수정에서 내려서서 북동쪽으로 떨어지는 등산로를 걷는다. 러셀을 한 눈이지만 설피를 신지 않은 발은 곳곳에서 무릎까지 푹푹 빠진다. 주위의 소나무들은 나뭇가지들이 눈을 이고 무겁게 늘어져 있고, 앙상한 나뭇가지가 눈에 덮인 참나무들은 상고대를 닮았다. 선두가 방향을 잃고 헤멘다. 두 사람이 반대 방향으로 흩어져 산행리본을 찾는다. 이윽고 길을 찾아 일행이 편대를 이루어 진행한다.


<눈꽃 속으로>

 

11시 35분 임도로 내려선다. 노루메기인 모양이다. 임도 주변의 나무들이 눈을 이고 아득히 도열해 있다. 이 나무들이 참나무나 소나무가 아닌 자작나무들이라면, 시베리아 벌판을 가로지르는 도로라고 착각할 정도로 온통 주위가 하얗다. 사진 찍기가 좋은 곳인데 내 뒤로 대원들은 몇 사람 보이지 않는다. 뭐가 그리 바쁜지 모두 달리는 게 몸에 배었나 보다.


<눈 덮인 임도>

등산로는 임도를 버리고 다시 숲을 향한다. 러셀로 다져진 등산로가 가벼운 업 다운을 반복한다. 나무 꼭대기에만 잎이 달린 미끈한 소나무가 눈을 이고 있다. 아름답다. 경사가 급한 비탈길에서는 그대로 주저앉아 엉덩이 썰매를 타고 내린다. 버스에서 잔뜩 겁먹던 때와는 달리 모두 동심으로 돌아가 마냥 즐거운 모양이다. 쌀포대나, 비료포대가 있으면 더 빨리 달릴텐데 아쉽다.


<설경 1>


<설경 2 - 우정>


<설경 3 - 은영>


<엉덩이 썰매>

눈 터널을 지난다. 뒤에 오는 여자대원이 가만히 탄식한다. "별천지가 따로 없네요." 길이 오르막으로 이어진다. 아마도 951m 봉을 오르나 보다. 왼쪽으로 싸리나무인지 눈 덮인 앙상한 가지가 사이로 하얀 눈을 이고 있는 먼 산이 빼 꼼이 보인다.


<별천지가 따로 없네요.>

 

다시 내리막을 거쳐 안부를 지난다. 잡목지대들이 눈을 하얗게 쓰고 있다. 등산로는 944.9m봉을 향해 가파르게 이어지고, 이번에는 오른 쪽으로 웅장한 산세가 그림처럼 펼쳐진다. 나뭇가지에 리본들이 어지럽다. 아마도 944.9m봉을 지나나보다. 길은 내리막으로 이어진다.


<잡목 숲길>

 

1시 20분 경 안부에 내려서서, 김 대장을 포함한 일행들이 모두 모여 점심을 먹는다. 설피를 신지 않고, 재래식 우리나라 설피를 목에 건 채, 눈길을 달린 3명의 최선두는 무전기도 갖고 있지 않아, 교신도 불가능하여, 이들의 현재 위치는 알 길이 없다. 다만 김 대장은 이들이 남긴 발자국을 따라왔기 때문에 이들이 정상적인 코스로 산행하고 있음을 확인할 수 있을 뿐이다. 점심을 마친 대원들이 선두대장을 따라 하나 둘 출발한다.

 

1시 50분 점심을 마친 나는 천천히 일행을 따라 가파른 비탈길을 오른다. 960.3m 봉은 언제 지난지도 모르게 지난다. 2시 34분 공터 이정표를 지나고, 이어서 하얗게 눈을 이고 있는 무덤을 지난다. 왼쪽에서 바람이 거세게 불어 와, 눈보라를 일으킨다. 길은 능선으로 올라서고, 눈보라는 더욱 매서워진다. 볼을 때리는 바람이 따갑다. 시야가 확 트인다. 앞으로 가덕산이 보이고, 35번 국도를 포함하여 저 아래 분지가 온통 하얗다. 분지 쪽에서 불어오는 바람이 거세고, 눈보라가 사나워, 서서 사진을 찍기가 어려울 정도다.


<공터를 지나는 대원들>


<날씨는 활짝개어 하늘이 파랗다>


<공터 이정표>

 


<바람골의 무덤 1 기>


<눈 속의 가덕산과 35번 국도>

2시 52분 건의령에 도착한다. 건의령은 몰아치는 눈보라로 시베리아 벌판이다. 임도를 건너 촛대봉 쪽으로 오르던 앞선 대원들이 되돌아 내려온다. 김 대장이 거센 눈보라를 뚫고 버스를 찾아 왼쪽 마을 쪽으로 향한다. 나머지 대원들은 눈보라에 휘둘리며 건의령에서 대기한다. 김 대장에게서 무선 연락이 오지만 , 무슨 이야기인지 감 잡기가 어려운 모양이다. 이윽고 김 대장이 다시 건의령에 모습을 나타내고, 우리들은 김 대장을 따라 눈보라를 거슬러, 상사미동 쪽으로 임도를 따라 내려온다. 35번 도로를 타고 내려오는 버스가 저 아래 보인다. 대원들이 환호성을 지른다.


<건의령의 눈보라 - 우정>

 

3시 15분 경 버스에 도착한다. 통상 2시간에서 2시간 30분 정도 걸리는, 약5Km의 이 구간에서 4시간 정도를 소요한 셈이다. 비교적 짧은 산행이지만, 김 선두대장을 비롯한 운영위원들의 현명한 판단에 의해, 무리하지 않고, 눈의 고장, 태백에서 심설을 한껏 즐긴 행복한 산행 이였다고 생각한다. 설피를 신지 않은 최선두는 1시 30분 경에 하산했다고 한다.

 

버스는 3시 30분 경, 고기 잘한다는 집을 찾아 태백시로 향한다. 물어 물어, 태백시 한전 부근의 정육점에서 운영하는 실비 집을 찾았으나 만원 사례, 고기 냄새만 맡고, 고픈 배를 안고 버스로 되돌아온다.

 

귀로에 이번에도 박달령에 들러, 묵채밥을 주문하나, 먼저 도착한 선객들이 많아, 밥은 다 떨어지고 묵만 남았다고 한다, 할 수 없이 묵으로 배를 채우고, 서울로 향한다. 버스는 8시 조금 지나 서울에 도착한다.

 


(2005. 2. 20.)

Posted by Urimah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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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5년 2월 12일(토).
주말까지 계속된다는 강추위 예보에 잔뜩 긴장한 채, 새벽 6시에 집을 나선다. 다소 쌀쌀한 느낌이지만 겁을 먹었던 것만큼 춥지는 않다. 6시 40분 경 집결지에 도착하여 대원들과 반가운 인사를 나눈다. 오늘 산행하는 함백산은 심설 산행이 즐겁고, 조망이 뛰어나다는 이야기를 주고 받다가, 비로소 카메라를 가져오지 않은 것에 생각이 미친다.

 

"아차 ! 큰일났구나." 오늘 산행은 헛일이 되지 않을까 하는 걱정이 앞선다. 아날로그 카메라와 는 달리, 다카는 카메라라기보다 그 기능이 메모장에 더 가깝다. 나는 산행 진행시간을 사진으로 기록하고, PC에 올려진 사진을 보며, 산행기억을 더듬어 산행 후기를 적어 나가기 때문이다.

 

나이를 먹어, 집중력이 떨어지는지, 건망증이 심해진다. 나이를 먹으면 늙는 것은 당연하다. 바람직한 것은 몸과 정신이 균형을 취하면서 늙어 갔으면 하는 것이다. 물론 뇌세포도 몸의 일부이기는 하지만 뇌 기능을 정신 영역이라고 보아, 몸과 정신이 함께 건강하여야 하며, 노화하더라도 몸과 정신의 균형을 잃지 않는 것이 중요하다는 생각이 든다.

 

정신은 멀쩡한데, 몸이 말을 듣지 않는다. 말을 듣지 않는 육신이 부담스럽다. 그래서 엽총으로, 가스로, 그리고 한강 투신으로, 자신의 육신을 스스로 죽이는 사례를 우리는 알고 있다. 이 경우는 정신력이 무척 강한 일부 사람들의 흔치 않는 케이스라 하겠다. 하지만 반대의 경우, 육신은 멀쩡한데 정신이 말을 듣지 않는 케이스는 무척 많다. 우리나라 치매 환자 수는 34만이 넘는다고 한다.

 

치매 환자들의 요양이 대부분 가계에 의존하다보니, 집안에 치매 환자가 발생하면, 그 가계는 파탄이 나고, 가정이 파괴된다. "소리 없는 가정 파괴범 - 치매"는 이제 우리 사회의 큰 문제로 부각되고 있다. 나이를 먹어 가면서 몸의 건강 못지 않게, 아니 그보다 더 정신건강에 신경을 써야하는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하겠다.

 

백두대간을 다니면서 다리가 굵어지고, 허리의 유연성이 되 살아나는 것 같다. 폐활량이 커진다. 마찬가지로 백두대간의 기(氣)를 받아, 우리들의 뇌 세포가 사멸되는 것을 막고, 젊은이들과 어울려, 젊은이들의 재치를 이해하려고 머리를 쓰다보면, 뇌 기능의 퇴화를 지연시킬 수 있을지도 모르겠다. 그리하여 몸과 더불어 마음과 정신이 아울러 건강해 질 수 있기를 기대한다. 메모장에 해당하는 디카를 잊고 가져오지 못하는 정도의 건망증은 노화에 따른 자연현상으로 가볍게 받아들이면서 말이다.

 

토요 당일 백두대간 종주 46회차 산행코스는 백두대간 제38소구간이다. 이 구간은 강원도 영월군, 태백시 및 정선군의 경계에 위치하고, 주산은 함백산이다. 산행은 역코스를 취해 『싸리재(두문동재/1,268)-은대봉(1,442.3)-정암사갈림길(1.268)-중함백(1606)-함백산(1,572.9)-임도-만항재(1,330)-청옥봉(1,238)-수리봉(1,2140-화방재(950)』로 진행한다. 도상거리는 약 11 Km, 산악회가 제시한 기준시간은 4시간 30분이다.

 

버스는 중앙고속도로를 달려 8시 20분 경 치악 휴게소에 도착하여 30분간 정차한다. 이가 없으면 잇몸으로.... 은영 당수를 따라 다니며, 사진을 찍어 달래서, 필요한 사진을 확보할 길을 마련하고. 우정 님과 유수모 님에게도 산 사진을 많이 찍어 달라고 부탁을 한다. 산행시간은 시계를 보면서 메모를 하면 된다.

 

버스는 시골 길 같은 38번 국도를 달린다. 사북으로 접근하면서 오른쪽으로 계곡을 끼고 달리는 국도 주변의 풍광이 회색 빛으로 을씨년스럽다. 강원랜드가 들어서기는 했지만, 폐광의 여파에서 벗어나지 못한 사북은 어수선하기만 하다. 38번 국도의 확장 공사로 그나마 다소간의 활기가 보일 뿐이다. 사북을 지나 버스는 싸리재를 향한다.

 

사북에서 얼마 떨어지지 않은 언덕길에서 버스는 눈에 막혀 더 이상 진행을 하지 못한다. 대원들은 할 수 없이 버스에서 내려, 눈으로 막힌 도로를 걸어야 한다. 10시 45분 경 버스에서 내려서니, 도로에 쌓인 눈은 언제 내린 것인지 습기를 잃고, 푸석푸석하게 얼어 있다. 38번 국도는 태백을 지나 삼척으로 이어지는 산업도로다. 눈 내린 지가 오래된 듯한데도, 눈을 치워, 도로를 뚫어야 하겠다는 필요성이 크지 않은 모양이다. 이 지역의 경제 상황을 말해주는 것 같다.

 

도로에서 보니, 서쪽 방향으로 눈 덮인 산줄기가 웅장하다. 산의 고향, 강원도에 들어선 것이 실감난다. 심설을 즐기려 함백산을 오르는 등산객들이 꽤 많은 모양이다. 싸리재로 오르기 위해 구불구불 이어진 38번 도로를 따라 걷지를 않고, 도로를 가로질러, 지름길을 만들며, 막바로 산 사면을 타고 오른 발자국들이 눈 위에 선명하다. 우리 대원들도 이 발자국을 따른다. 이렇게 4차례나 산 사면을 타고 오른 후, 우리는 다시 38번 국도 위에 선다. 하지만 이번에는 반대방향으로 이 도로를 되짚어 내려, 11시 10분 경, 3l번 국도와 분기되는 지점에 이른다.


<38번 국도에서 본 서쪽 조망-은영>


<38번 국도를 걸어서 - 우정>


<산사면을 가로질러 지름길로 - 우정>

3l번 국도로 접어드니 바로 코앞이 싸리재다. 눈 쌓인 싸리재에는 안내판, 등산 안내도 등이 마련돼 있다. 산행 준비를 마치고, 11시 15분 경, 임도 차단기를 넘어, 남쪽으로 이어진 등산로로 접어들며 산행을 시작한다. 10분쯤 오르니 벌목지대가 나오고, 등산로는 은대봉으로 향한 능선을 타고 가파르게 이어진다. 능선을 오르다 뒤돌아본다. 싸리재 너머, 눈에 덮인 금대봉이 우뚝 솟아 있다.


<싸리재 안내판 - 유수모>


<등산로 입구의 돌탑 - 유수모>


<싸리재에서 산행 시작 - 유수모>


<은대봉 오르다 본 금대봉과 북쪽 능선 - 우정>

 

날씨는 맑아, 시계가 무척 양호하다. 바람 한 점이 없고, 기온은 지난주보다 오히려 따듯하게 느껴진다. 11시 40분 눈 덮인 은대봉에 도착한다. 넓은 헬리포트다. 삼각점이 박혀 있다. 사방이 눈 덮인 산이다. 북쪽으로는 금대봉과 그 뒤로 백두대간 마루금이 이어지고, 남쪽으로는 중함백산과 함백산이 보인다.


<은대봉에서 본 서북쪽 조망 - 은영>

 

가파른 내리막길을 달린다. 경사가 급하고, 등산로 군데군데 눈이 얼어 붙어있다. 안전 산행을 위해 로프를 매어 놓은 곳에 이른다. 이 곳에서 배낭을 풀고, 아이젠을 착용한다. 눈은 깊게 싸여있지만 앞사람의 발자국을 따라 산행하다보니 스패츠는 필요치가 않다. 12시경, 제1쉼터를 지나고, 15분 후 제2 쉼터를 지난다.


<제2쉼터 안내도 - 유수모>


<뒤돌아 본 은대봉 - 우정>

눈길이라 그런지 중위 팀이 속도를 내지 않는다. 후미 팀이 따라 붙고, 그래서 눈 위에서 기러기 편대가 형성된다. 12시 45분 제3쉼터를 지나고, 10분 후 중함백에 오른다. 오른 쪽으로 바위 전망대가 솟아있다. 기가 막힌 조망이다. 북쪽으로는 멀리, 두타, 청옥, 고적대가 선명하게 보인다. 서쪽으로 모든 산들이 발아래 누워있고, 북서쪽으로는 정암사가 있는 골짜기가 내려다 보인다. 동쪽으로는 매봉산이 우뚝 솟아있다. 이런 조망에 카메라를 두고 오다니, 참으로 아쉽다.


<후미 없는, 중위 그룹 편대 - 우정>



<중함백에서 본 함백산 - 은영>


<정암사 계곡 - 우정>


<멀리보이는 두타, 청옥, 고적대 - 은영>

어름이 덮인 급경사 길을 조심스럽게 내려선다. 이윽고 경사가 완만해 지면서 등산로는 안부에 이르고, 오른 쪽으로 커다란 주목이 한 그루 보기 좋게 서 있다. 잘 생긴 나무다. 수령이 무척 오래돼 보인다. 등산로는 통신시설이 있는 산봉우리 사면으로 부드럽게 이어진다.


<주목 - 유수모>

 

주목 군락지를 보호하기 위한 철조망을 따라 오른다. 1시 20분 경 함백산 정상에 도착한다. 커다란 정상석이 세워져 있다. 사방을 둘러본다. 온통 눈 덮인 산뿐이다. 모든 산들이 눈 아래 있다. 남쪽 정면으로 태백산이 우람하게 서있고, 그 뒤 오른쪽으로 신선봉이 뾰쭉하게 비켜 자리를 잡고 있다. 저 멀리 남서쪽으로 소백연봉들이 흐른다. 북으로는 멀리, 두타 청옥이 보이고, 가까이는 금대봉, 은대봉, 중함백이 누워있다. 동쪽에 매봉산이 올돌하다. 기가 막힌 조망이다. 이래서 함백산을 명산이라 부르고, 등산객들이 끊이질 않는 모양이다.


<주목 단지를 지나며..- 목련>


<정상석 - 대빵>


<정상에서 본 걸어온 길 - 은영>



<정상에서 본 복쪽 조망 - 유수모>


<정상에서 본 조망 - 유수모>

정상 바로 아래, 넓은 공터에서 선두 그룹을 제외한 모든 대원들이 함께 모여 점심식사를 한다. 잭 울프 님이 대원들에게 홍어회를 서비스한다. 식후에는 여자 대원들이 과일을 먹으라고 권한다. 즐거운 식사시간이다.


<중식 - 은영>

 

1시 50분 경 하산을 시작한다. 식후에는 오르막을 오르는 것이 보통 이였는데, 이번에는 등산로가 내리막으로 이어지니 대원들이 한결 여유로워 지는 모양이다. 급경사 돌계단 길을 내려선다. 어름이 덮인 곳이 많다. 이런 곳에서 넘어지면, 크게 다칠 우려가 있다 조심조심 내려온다. 2시 10분 임도를 건너, 눈 쌓인 산책로에서 산책을 즐긴다. 2시 45분 경, 414번 지방도로가 지나가는 우리나라에서 가장 높은 고개, 1,330m의 민항재를 건넌다. 유명한 추풍령은 해발고도가 210m다. 이 곳과는 비교도 안 된다.


<하산길 방향 조망 - 유수모>


<민항재 - 선우대장>

 

임도를 따라 걷다가 꽤 큰 시설물을 우회하여 등산로를 따라, 다시 숲 속으로 들어선다. 아름다운 참나무, 낙엽송 숲이 교대로 이어진다. 발 아래는 눈에 깔린 산죽들이 비쭉비쭉 푸른 머리를 내밀고 있다. 아름다운 숲길이다. 창옥봉은 언제 지났는지도 모르게 지나친다.


<임도 -유수모>


경사가 다시 급해지면서 다시 낙엽송 숲길을 걷는다. 이런 숲길을 걸을 때면, 웬일인지, 영화 "젊은 사자들(Young Lions)"의 마지막 장면이 자꾸 생각난다. 나이가 들면 추억을 먹고산다더니, 최근 일보다 먼 옛날의 기억들이 오히려 더 생생하다.

 

1958년 에드워드 드미트리 감독이 어윈 쇼의 동명 소설을 영화화 한 것이다. 독일군 장교 크리스챤(마론 브란도)은 독일의 패전을 목전에 두고, 전쟁에 염증을 느껴, 바이에른 숲에서 총을 나무에 후려쳐, 파기한 후, 허탈하게 숲 사면을 내려선다. 그 아래 도로에는 미국인 병사, 노아 액커먼(몽고메리 클리프트)과 마이클(딘 마틴)이 사방을 경계하며 행군한다. 숲 속에서 독일군 장교를 발견한 두 미군 병사의 자동소총이 불을 뿜는다. 크리스챤은 언덕을 굴러 떨어져, 도로변 개골창에 머리를 박는다. 개골창에서 몇 가닥 물방울이 솟아오르더니 조용해진다. 해피 엔딩을 좋아하는 미국 영화는 소설과는 달리 유대인 병사 노아 액커먼이 전사하지 않고, 귀가하는 장면으로 막을 내린다.

 

뒤 따라 오는 드니로 님에게 이 영화를 보았냐고 물으니, 봤다고 한다. 40대 후반이거나, 50대 초반일텐데, 60년대 영화를 보았다니 꽤나 영화를 좋아하나 보다.

 

안부에 이른다. 오른쪽으로 산아래 보이는 풍광이 그림 같다. 눈 아래로 414번 지방 도로가 굽이굽이 이어지고, 그 위로 승용차들이 달린다. 도로 너머로 제법 큰 봉우리 하나가 눈에 덮인 채 당당하게 서있다. 도로 이쪽 사면에는 텅 빈 초등학교 운동장에 하얗게 눈이 쌓이고, 산 중턱에는 별장인지, 예쁜 집이 한 채 외따로 서있다. 산행 막바지에 만난 그림이다. 자연과 사람이 함께 그린 평화롭고, 아름다운 그림이다.

 

3시 30분 경 수리산 정상을 지난다. 화방재로 이어진 등산로는 급경사 길이다. 마지막 단계에서 긴장을 풀면 부상하기 쉽다. 이런 급경사 길에서는 앞사람에게 부담을 주지 않도록, 일정한 거리를 두고 뒤따라야한다. 3시 45분 경 화방재에 도착한다.

 

버스에서 땀에 젖은 상의를 바꿔 입고, 3시 40분 경 휴게소 식당으로 들어선다. 잭 울프 님이 본고장에서 가져온 홍어회가 푸짐하다. 모두들 그 맛에 빠져든다. 옥수수로 빗었다는 식당의 막걸리 또한 별미다. 옅은 주황색에, 감미가 있는 막걸리는 맛이 부드럽다. 좋은 안주와 좋은 술, 그리고 산행을 마친 느긋한 기분에 취해 누구도 먼저 일어서려 하지 않는다. 하산주 파티는 여느 때와는 달리 한 시간 가량이나 계속된다.


<홍어회와 옥수수 막걸리 - 유수모>

 

4시 50분 버스는 서울을 향해 출발한다. 3l번 국도를 타고 달리던 버스는 38번 도로로 진입한다. 제천을 지나면서 38번 국도는 고속화도로로 변한다. 차창 밖에는 초저녁 초승달이 동쪽 하늘에 아름답게 떠있다. 지난 주 새벽에는 그믐달을 즐겼는데, 이번에는 초승달을 본다.

 

여주 휴게소에서 10분간 정차한 버스는 8시가 조금 넘어, 동서울 톨게이트를 통과한다. 생일을 맞는 오솔길 님을 축하하기 위하여 거의 전 대원들이 모두 양재역에서 하차한다.


 

(2005. 2. 13.)

 

추기 : 사진을 제공해 주신 유수모 님, 은영 당수님, 목련 님, 우정 님, 그리고 선우대장 님, 감사합니다.

               
2 [드니로 / 2005-02-14,13:04:49]
궁금했었습니다...
우림님이 디카 사진없이 어떤 산행기를 올리실까?
아니, 어떤 사진을 골르실까? 가 정확한 표현이겠네요.
보통의 찍사들은 인물 사진위주의, 그것도 순방향- 산행하는 방향을 위주로 찍는데 반해 우림님은 순방향과 역방향을 적절히 섞으시기에, 궁금했었죠...
우림선배님 말씀처럼 이제 디카 가지고 다니시지 않아도 되겠네요.
은영선배님, 우정선배님, 목련님의 멋진 설산 사진이 참 좋으네요.더군다나 유수모님의 홍어 사진...식감이 나네요.
알싸한 홍어의 냄새가 아직도 입가에 남아있습니다.

백두대간 3차대의 산행 사진과 우림선배님의 후기를 모아모아 2006년 카렌다를 만들면 참 멋있겠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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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우림 / 2005-02-14,13:10:59]
목련 님 !
지난 주 새벽에는 그믐달을 보더니,
이번 주 초저녁에는 초승달을 보네요.

그믐달이 왼쪽 눈, 윙크라면,
초승달은 오른 눈, 눈웃음이군요.

刹那를 살면서 永劫의 꿈을 꿉니다.
그래서 人間이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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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 [우정 / 2005-02-14,15:52:03]
살아,죽어 2천년의 삶을 살아내는 주목을 만날때마다
그단단한 속까지 텅비어 내며 푸른잎을 키워내는 당당한
자존심을 봅니다.

작은 시련에도 좌절해 버리는 나약한 인간들에게
침묵으로 웅변하는 주목의 우렁찬 소리를 듣습니다.

곳게, 때로는 휘어진 몸매, 툭툭불거진 주목의 근육질을 볼때마다
어느 名筆의 붓끝에 "능지처참"形 으로 짓이겨 튀겨지는
먹물을 봅니다

그런 주목을 지킨답시고 둘러친 조악한 철조망이 오히려
저들에게 큰결례라도 범한것같은 느낌은
나혼자만의 느낌 이었을까요?
찰라를 살며 별느낌을 다 느끼며 사는건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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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 [목련 / 2005-02-14,19:54:34]
강원도 알프스라고 하셨지요
골짜기에 초등학교가 우두커니 서있고
산그림자가 미끄러지듯 내려와 눈을 밟고 있는 산속
아이들은 아마도 몇십리길을 오소리와 토끼발자욱 따라
학교에 올테고 교실안 연탄로 위에서는 알미늄 도시락이 타닥타닥
누룽지 되는 소리와 책읽는 소리가 겹쳐지겠지요
아이들은 또 뉘엿뉘엿 넘어가는 해를 등지고 눈길을 헤치며
아랫목이 따뜻한 집으로 돌아가겠지요
50년대 내가 다닌 학교같이 정답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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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 [東城.... / 2005-02-15,15:09:29]
우림님은 국제상황을 ....저는 국산을 생각했는데....
시대 상황이 조정래의 태맥산맥, 이문열의 변경이 연상되네요...
짱아는 건강하지요...크로아티아의 드브로니크 사진 잘 보았읍니다.
[삭제]
7 [오솔길 / 2005-02-15,20:37:14]
어쩌다 생각없이 말을 뱉어 여러분들께 부담을 드리고 축하를 과분하게 받았으니 이제 저에게는 여러분들 축하해 드릴 일만 남았습니다.
지난 주에는 사진을 찍지 않으셔서 인지 산행하시는 모습이 널널하게도 허전하게도 보이셨습니다.
우림님, 화봉님, 동성님..
상식이 풍부하신 어른들이 많으신 것도 3차대의 큰 복인 것 같습니다.
[삭제]
8 [우림 / 2005-02-17,10:24:52]
조총 님 !
졸업준비, 졸업 후의 새로운 기획 등 바쁘겠군요.
잘 부탁합니다.

드니로 님 !
꿈★이루어집니다.

우정 님!
주목의 당당한 자존심이 철조망에 보호되는 아이러니,
역시 안 놓치네요. 샤프합니다.

오케 마운틴에 오른 산행기 중,
27630번 "가리왕산의 주목" 구경하세요.

목련 님 !
소띠 갑장들,
손가락을 더듬어 계산해보니 49년생.
그러고 보니 동년배네요.

東城 님 !
True Lies는 진짜 거짓말이지요?
Pretty Woman에는 "쥴리아 로버츠"와
"리차드 기어" 더군요.

오솔길 님 !
금대봉과 매봉산의 슬로프,
엉덩이 썰매장으로 오세요.

Posted by Urimah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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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가 바뀌었다 싶더니, 어느덧 1월이 후딱 지나고, 벌써 2월이다. 세월의 흐름은 나이에 비례해서, 60대에서는 세월이 시속 60Km 속도로, 70대는 70Km 속도로 흐른다고 하더니, 정녕 맞는 말인가 보다.

 

2005년 2월 5일(토). 백두대간 산행를 하는 날이다. 6시 40분 경 지하철 양재역을 벗어나, 서초 구민회관으로 향한다. 자동차와 노점상들의 불빛이 어둠을 밝힌다. 하늘에는 손톱 모양의 예쁜 그믐달이 곱게 떠 있다.

 

"땅 치면, 쨍그렁 소리가 날 것 같다."

 

어느 여류 수필가가 이런 새벽달을 묘사한 멋진 표현이 문득 생각난다. "올뻬미 형"이 이런 새벽달을 다 구경하다니... 대간 산행을 하면서 얻는 부수입인 셈이다.

 

토요 당일 백두대간 종주 45회차는 대간 제36소구간을 역으로 산행한다. 『도래기재(780)-옥돌봉(1.241.2)-987봉-1,015봉-박달령(1,009)-1,150봉-1,180봉-1,220봉-선달산(1,236)-늦은목이(720)』까지 마루금을 타고, 지난번과 같이 오전리로 하산한다. 마루금 도상거리 12.5Km, 날머리 약 3Km이다.

이 지역은 경북 봉화군 물야면 오전리와, 강월도 영월군 하동면 내리 경계에 위치하고 있으며, 소백산 구간이 끝나고 태백산 권으로 접어드는 구간이다. 주산은 선달산이다.


<박달령의 백두대간 등산 안내도 - 제36 소구간>

 

선달산(1,236m)은 한자로 仙達山(신선이 놀던 곳)이라고도 하고, 先達山(먼저 올라야 한다는 뜻)으로 표기하기도 한다. 선달산 북쪽에 용아골, 칠룡골이 있는데 용아골은 선달산 내맥을 이어왔다는 뜻이며, 칠룡골은 일곱 능선이 함께 선달산으로 이어졌다는 뜻이다. 남으로 봉황산, 서로 회암산 형제봉과 소백산, 동쪽에 옥석산, 동남쪽에 문수산 예배봉으로 만산이 에워싸고 있어 오르는 자만이 느낄 수 있는 향유의 기쁨을 안겨주는 명산이다. (이상 봉화 홈페이지에서)

 

오늘 산행에서는 선두 팀의 알바로, 선달산에 제 1 착으로 오른 사람은 오(吳) 사장이다. 따라서 오 사장에게는 이산은 당연히 先達山이다. 박달령 산신각에서 향을 사르고, 삼배를 올린 함 선생은 산행 후 논현 비어 할레에서 특유의 한자 풀이로 주의를 끈다.

 

"사람이 산에 오르면, 신선이요(仙), 골짜기에 들어서면 속인이다(俗)." 골짜기가 아닌 마루금을 타는 대간꾼들을 위한 덕담이라 하겠다. 함 선생은 이 산을 仙達山으로 호칭할 것임에 틀림이 없다.

 

산악회는 오늘의 산행 기준시간을 6시간이라고 한다. 나는 마루금 5시간 15분, 점심 30분, 날머리 45분, 전체 소요시간을 6시간 30분으로 잡는다. 하지만 귀경 시 오전약수를 들러보자는 이야기가 나와, 가능하면 하산시간을 당기기로 하여, 다소 무리를 해서 속도를 낸다. 그리하여 실제로는 마루금 4시간 30분, 점심 30분, 날머리 55분, 총 5시간 55분만에 산행을 마친다.

 

날씨는 쾌청하고, 바람도 없다. 기온은 배낭 옆, 망사 주머니에 넣은 물통에, 살얼음이 얼 정도라. 걸으니 땀이 난다. 하지만 북쪽 사면 길에는 눈이 깊게 싸여, 평소보다는 체력의 소모가 훨씬 많다. 이런 산행에서는 속도보다 체력의 안배가 훨씬 중요하다.

 

일행 32명을 태운 버스는 중앙고속도로로 진입, 치악 휴게소에서 약 30분간 정차한 후 도래기재로 향한다. 제천 인터체인지에서 고속도로를 버리고, 버스는 영월 외각도로를 거쳐, 88번 국도로 접어든다. 오른 쪽으로 남한강을 끼고 달리는 88번 국도 변의 겨울 풍광이 아름답다.


<차창으로 본 88번 국도와 남한강>

 

 

<88번 국도변의 겨울 풍경>

10시 30분 경 도래기재에 도착한다. 동쪽으로는 구룡산을 거쳐 태백으로 이어지는 등로이다. 지난번 태백산 무박 산행 시 깜깜한 밤에 거쳤던 길이라, 새롭게 안내판 등을 카메라에 담고 후미 그룹에 끼어 반대편 계단을 오르며 산행를 시작한다. 계단 입구에 이정표가 서 있다. <옥돌봉 2.68Km, 구룡산 5.4Km>


<도래기재 이정표>

 

남서쪽으로 뻗은 오르막길 등산로에는 간간이 눈이 보인다. 산림청에서 붙여놓은 팻말이 진달래 군락지 임을 알려준다. 곳곳의 나무에 친절하게 이름패를 걸어놨다. 대간 길이 아니라면 나무 이름들을 눈여겨보며 공부도 할 수 있으련만, 갈 길이 바쁜 대간꾼들에게는 그림의 떡이다.

 

11시 4분 통나무를 잘라 만든 이정표를 지난다. < 옥돌봉 1.3Km, 도래기재 1,4Km> 당초는 이 곳까지 45분이 소요되리라 보았으니 약 10분 정도 진행이 빠르다. 길섶으로 벗어나 이정표를 카메라에 담고, 후미로 쳐져 서둘러 대원들을 따라간다,


<옥돌봉 1.3Km를 알려주는 이정표>

500년 묵은 철쭉나무가 있다고 대원들이 이를 찾아 등산로를 오른쪽으로 10여 미터 벗어난다. 커다란 철쭉나무가 산 사면에 우뚝 서 있고, 그 옆에는 영주 국유림 안내소에서 세워 놓은 철쭉 숲 안내판이 세워져 있다. <이 곳에 뿌리 부근 둘레 약 1m, 수령 약 500년의 철쭉나무가 있다. 세계적으로 희귀한 예다. 오랜 세월 산불에서도 살아 남을 수 있었던 것은 철쭉이 불에 강하고, 이곳이 철쭉의 생육에 적합하기 때문이다.>


<수령 500년의 철쭉>


<철쭉 숲 안내판>

카메라가 밧데리를 바꾸어 달라는 신호를 보내온다. 밧데리를 바꾸고, 다시 최후미로 쳐져 대원들을 쫓아간다. 11시 39분 옥돌봉에 오른다. 산악회 기준보다는 9분, 내 목표보다는 약 6분 정도 빠른 진행이다. 비교적 넓은 공지에 정상석, 이정표, 그리고 산림청에서 세운 전망 안내판이 서있다. 이에 의하면 15Km 이내에 봉화 청옥산, 각화산, 문수산, 선달산 이있고, 소백산이 27Km 정도 떨어져 있다고 하나, 나무에 가리고, 개스에 흐려, 전망을 즐길 수 없는 것이 유감이다. 대원들과 기념사진을 찍고 박달령으로 향한다.


<옥돌봉 정상석>


<옥돌봉의 전망 안내도>


<옥돌봉 이정표>

 

옥돌봉을 내려서서 비탈길을 달린다. 등산로에는 제법 눈이 많이 쌓여있다. 내리막이 끝나고 길이 평탄해진다. 등산로는 북쪽에서 부는 바람이 실어 나른 눈이 꽤 깊이 쌓여 있다. 11시 47분 주실령 삼거리에 도착한다. 이정표가 서 있다. <옥돌봉 0.28Km, 박달령 2.8Km, 주실령 2.3Km> 직진하면 주실령이고, 오른쪽으로 내려서면 박달령이다. 앞만 보고 달리는 선두는 이런 길에서 곧잘 알바를 한다. 지난해에도 2차대 선두가 이곳에서 알바를 했다고 하더니 우리 팀의 선두도 직진하면서 주실령으로 빠져 버린다.


<주실령 삼거리 이정표>


<박달령 가는 길>

 

하산 후 논현동 비어 할레에서의 증언들을 종합하면, 주실령으로 내려선 선두 팀은 915번 지방도로를 만난다. 그 시점에서는 틀림없이 알바한 사실을 확인했을 터인데도, 무슨 의도인지 되돌아 주실령 삼거리로 돌아올 생각을 버리고, 이들은 루비콘 강을 건너는 심정으로, 도로를 건너 문수산으로 향하면서, 새로운 백두대간 마루금을 개척한다.

 

문수산 정상에서는 저 아래로 저수지가 보이고, 북서쪽으로 가까이 선달산이 보였을 것이다. 짐작컨데 방향을 잡은 선두 팀은 할 수 없이 백 코스를 하여 다시 도로로 내려서고, 도로를 따라 오전약수에 이른다. 여기서 운이 좋아서 현장 답사를 하고 있는 박종수 부장을 만나 합류했거나, 그런 운이 없었다면 현장답사를 마치고 도로를 타고 터덜터덜 걸어 내려와서 1시 30분 경 버스가 기다리는 곳에 도착하여, 시침 뚝 따고 기다리고 있었을 것이다.

 

박달령으로 내려서는 길은 가파르다. 곳곳에 눈이 쌓여있다. 산정 산악회 리본을 찾지 못한 여자대원 한 분은 고생이 많았다고 한다. 겨우 다른 대간 팀들의 리본에 의지, 무지 신경을 쓰면서, 험한 비탈길을 달려, 박달령에 이르렀다고 한다.

 

12시 32분 박달령에 도착한다. 내 목표시간 보다 30분이 빠른 진행이다. 박달령에는 산신각이 있고, 쉼터, 그리고 넓은 헬리곱터 장이 있다. 이정표는 선달산까지 4.8Km라고 알려준다. 간이 화장실까지 구비하고 있다. 먼저 도착한 대원들이 헬기장에 모여 식사를 하고 있다.

 

주위의 사진들을 찍고, 12시 35분 경 쉼터에서 도시락을 푼다. 영환 님이 막걸리와 맥주로 칵테일을 만들고, 東城 님은 등산화를 벗고, 마루 위에서 가부좌를 틀고 앉는다. 12시 50분 경 점심을 마친 앞 팀 대원들이 한 둘 언덕길을 오르기 시작한다.


<박달령 산신각>


<박달령 이정표>


<박달령에서 본 문수산 방향의 조망>

 

1시 5분 식사를 마친 우리도 헬기장을 가로 질러, 산행을 재개한다. 다 떠난 줄 알았는데 헬기장 한 귀퉁이에서, 심천 님, 명환 님, 그리고 잭 울프 님이 라면을 끊이면서 먹고 가란다. 막걸리 칵테일 남은 것을 이들에게 건네 주고, 우리들은 산 사면을 오르기 시작한다.

 

식사는 보통 너른 안부에서 하게 마련이다. 그러니 식사가 끝난 후의 산행은 통상 오르막으로 시작한다. 식사 후라 두 양반을 앞으로 보내고, 나는 천천히 언덕길을 오른다. 선달산 까지는 봉우리를 4개나 넘어야하는 먼 길이다. 2시간이 목표임으로 30여분은 천천히 걸어도, 이 후 따라 잡을 수 있다는 계산이다. 식후에 급히 걷다 혼이 난 백운산 산행 후에는, 식후 오름 길에서는 절대 서두르지 않는다.

 

오름 길이 이어지면서, 능선길에는 눈이 제법 쌓였다. 눈길은 힘이 든다. 앞사람의 발자국을 규칙적으로 밟고 진행해야지, 다른 곳을 밟아 미끄러지거나, 발이 깊은 눈에 빠지면 리듬을 잃게되고, 맥이 빠진다. 지루한 길이 계속된다. 가끔 이정표가 보이지만 거리가 시간으로 표기되고, 그 시간이 마음에 안 들어서인지, 누군가가 훼손해 놓아, 전혀 도움이 못 된다. 이정표 하나를 만들더라도 심리학을 원용해야 할 필요가 있다고 말해 주는 듯 싶다.

 

산행 리본이 많이 달린 봉우리를 지날 때마다 시간을 체크해 본다. 1시35분 1,150봉에 오른다. 2시에 1,180봉을 지나니, 동성 님과 영환 님이 시야에 들어오고, 2시 45분 1,246 봉을 지나서 안부를 거쳐 오르막길을 오른다. 심천 님과 잭 울프 님이 뒤에 따라 붙는다. 이들은 박달령에서 1시 20분 출발했다고 한다.

 

2시 57분 선달산 정상에 선다. 힘께 모여서 기념사진을 찍고, 주위 조망을 살펴본다. 나무에 가려 조망이 시원찮다. 동북쪽으로 태백 연봉들이 보일 뿐, 잔뜩 기대했던 죽령에서 옥돌봉까지 이어지는 대간길 능선은 보이지가 않는다. 정상초를 한대 얻어 피운다. 이제부터는 줄곧 내리막이다. 무릎보호대를 하고 물을 마신다. 물통의 물이 살짝 얼어 있다.


<선달산 정상목>


<산달산 정상의 산행리본>

박달령에서 약 15분 정도 먼저 출발한 중위 팀을 따라 잡으려고, 늦은목이로 향하는 비탈길을 내 닫는다. 오래된 참나무, 낙엽송들이 아름답다. 심천 님과 잭 울프 님이 추월해 스쳐간다. 역시 빠르다. 중위 팀을 늦은목이 정도에서 따라 잡으리라고 예상했으나, 3시 30분 경 늦은목이에 도착해 보니, 그 곳엔 아무도 없다. 중위 팀은 식사 후, 눈길에서도 속도를 늦추지 않은 모양이다.

 

임도로 이어지는 개울가에서 물을 마시며 쉬고 있는 대원들은 만난다. 함 선생이 컵을 내 주며, 물을 마시라고 권한다. 어름 밑을 흐르는 개울물은 차고 시원하다. 물을 마시고 다시 앞선 대원들을 쫓는다. 도로를 따라 내려오면서 뒤를 돌아본다. 뒤로는 맑은 하늘을 배경으로, 오늘 걸어 온 능선이, 지는 해를 받으며, 평화롭게 누워있다. 선달산도 보이고, 옥돌봉도 보인다. 아름답다.


<하산길에 본 큰터골>


<하산길에 뒤 돌아본 선달산>


<하산길에 뒤 돌아 본 1,220m봉>

 

4시 24분 경 버스에 도착한다. 막걸리 한 잔을 받아먹고, 버스에 올라, 땀에 젖은 상의를 바꿔 입는다. 버스는 4시 40분 경 서울을 향해 출발한다.

 

박달재에서 30분간 정차하여 저녁 식사를 한 후, 7시 50분 경 버스는 동서울 톨게이트를 통과한다. 감기로 2주간 결간하고 오늘 산행에 나선 和峰 님을 축하하기 위해 함께 산행한 대원들의 거의 절반이 논현동 비어 할레에 다시 모인다.

 

연장 마루금 산행은 언제고 즐겁다. 여기서는 선두도 후미도 없다. 모두가 느긋한 기분으로 오늘 산행을 반추하며 즐긴다. 오늘 단독 선두를 한 오 사장이 두 번째 선두 차지를 자축하려는지 서둘러 계산대로 나가 계산을 한다.

 

(2005. 2. 6.)

 

추기 : 선두 팀 알바와 관련, 소설을 썼습니다. 혹시 실례된 점이 있더라도, 웃자고 한 일이니 널리 양해하시기 바랍니다.

Posted by Urimah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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