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주 윤지미산 쪽에서 찍은 봉황산 원경>

2005. 4. 10.(일)
오늘도 땜빵으로 5차대를 따라 백두대간 제19 소구간을 산행한다. 이 구간은 경북 상주시와 충북 보은군의 경계지역으로 속리산 남쪽에 자리잡고 있다. 『화령재(310m)-산불감시초소(580m)-봉황산(740.8m)-비재(320m)-갈령삼거리(700m)-형제봉(803.3m)-피앗재(580m)』까지 마루금을 타고, 만수동으로 하산하여 털보네 농장에서 저녁식사를 하기로 했으나, 털보네 농장이 휴업 중이라 계획을 바꾸어 갈령 삼거리까지만 마루 금을 타고, 갈령으로 하산토록 수정한다. 갈령 삼거리까지의 마루금 도상거리가 약 10.2m, 갈령으로의 날머리는 약 1.2Km로, 소요시간은 약 5시간이다.

<오늘의 산행코스>

구간별 실제 산행시간은 아래와 같다.
화령재(28분)-450m봉(20분)-580m봉(37분)-봉황산(37분)-660m봉(31분)-459.9m봉(11분)-비재(21분)-510m봉(57분)-못재(45분)-갈령삼거리(29분)-갈령』, 마루금을 4시간 47분 걷고, 날머리 29분, 점심 25분, 총 5시간 14분이 소요된 산행이다.

 

밤새 내리던 비는 대문을 나설 때는 그쳐 있다. 하지만 양재 지하철역을 벗어나니, 비가 오는 것도 아니고, 안 오는 것도 아닌, 문자 그대로 매우(梅雨)가 조용히 흩날린다. 아마도 이제 피기 시작하는 꽃들을 생각해서, 내리는 비도 무척이나 조심스러운 모양이다. 이런 비가 하산할 때까지 오락가락하며 하루 종일 조망을 방해한다.

 

날씨 탓인가? 오늘 참여 인원은 모두 26명뿐이다. 3차대의 함상철 대원이, 역시 이 구간 땜빵을 위해, 동생과 그의 친구들 4명을 데리고 함께 참여했다. 2주만에 만나는데도 무척 반갑다.

 

버스는 청주 IC에서 경부고속도로를 버리고, 보은을 지나 10시 33분, 오늘 산행의 들머리에 도착한다. 화령재에서 보은 쪽으로 약 300m 떨어진 25번 국도 변이다. 이제야 지난 주 화령재에 도착했을 때 대빵 님이 이 곳까지 다녀오라고 권하던 이유가 겨우 이해된다. 국도로 이어진 마루금 300여m도 빼놓지 말고 걷게 하려는 배려였던 거다.

 

대간 길은 오른 쪽 어린 소나무들이 늘어선 송림으로 굽어진다. 소리 없이 내리는 빗속의 소나무 숲길이 더할 수없이 싱그럽다. 묘 1기가 숲 속에 누워있다. 송림이 끊어지고 등산로는 진달래 군락지를 헤치고 지나간다. 붉은 기가 감도는 꽃망울도 보이지만. 진달래꽃은 아직 이다. 하지만 벌써 꽃을 활짝 피우고 남달리 부지런을 떠는 놈들도 간간이 보인다. 안개로 어둑해진 산길을 걸어 450m봉에 오른다. 산행리본들이 나뭇가지에 어지럽게 걸려있다.

<산행이 시작되며 싱그러운 솔밭길을 걷는다>

<남 달리 일찍 핀 진달래 - 대원사진>

비가 좀 뜸해지는 느낌이고, 경사가 급한 등산로가 계속되자, 더위를 이기지 못한 대원들이 하나 둘 비옷을 벗어버린다. 울창한 소나무 숲을 따라 오르던 길은 산책로로 변하고, 길가에 다시 묘가 보인다. 경사가 급해진다. 안개 속 전방에 산불 감시초소가 보인다. 580m봉이다. 580m봉은 전망이 좋은 봉우리라고 한다. 하지만 지금은 비안개에 가려 오른쪽으로 49번 국도와 양지마을이 빼꼼히 보이고, 북쪽으로 산들이 안개 속에서 숨바꼭질을 하자고 한다

<580m봉의 삼불감시초소>

<680m봉 오른쪽으로 보이는 양지 마을>

<숨박꼭질하는 봉우리들>

 

이 구간에도 이정표가 전혀 눈에 보이지 않는다. 태백산맥 군이 아닌데도 이 지역은 동고서저(東高西低) 현상이 심한가 보다. 가파른 능선을 바로 치고 오르는 대신, 등산로는 왼쪽사면을 가로질러, 봉황산 안부에 이른다. 봉황산을 향해 오른다. 오른쪽으로 거대한 암벽이 솟아 있고, 등산로는 다시 왼쪽 사면으로 비켜간다. 뒤돌아 비구름사이로 얼굴을 내민 580m봉을 운 좋게 카메라에 담는다.

<뒤돌아 본 580m봉>

<길을 막는 암벽>

 

산허리를 감돌아 잡목 숲으로 이어진 왼쪽 길가에 산수유나무들이 사면을 따라 무리를 지어 노랗게 꽃을 피우고 있다. 길은 오른쪽 급경사로 이어지며 봉황산 정상에 이른다. 정상에는 정상석이 서 있고, 삼각점이 박혀있다. 사방은 더욱 짙어진 안개로 커튼을 쳐 놓은 것 같다. 북쪽으로 천황봉, 구병산, 형제봉의 조망이 장관이라는데, 지금 보이는 것은 안개뿐이다. 참으로 아쉽다. 기념사진을 찍고 하산한다.

<우회길릐 산수유>

<정상석>

 

암릉길이 이어지고, 등산로는 내리막으로 떨어진다. 안개는 더욱 더 짙어져 앞서 걷는 대원들의 뒷모습이 뿌옇게 보인다. 산행리본이 어지럽게 매달린 곳을 지난다. 아마도 660m봉인가보다. 660m봉을 지나 왼쪽으로 바위가 바람을 막아주는 곳에서 등산로 오른쪽 사면, 비에 젖은 낙엽 위에서 함 대원과 함께 점심을 먹는다. 함 대원의 동생과 친구들은 술 한잔씩을 받아 마시고, 앞서 간 동료를 쫓아 서둘러 비제로 향한다.

<짙은 안개>

<660m봉 정상>

25분 동안에 서둘러 식사를 마치고, 앞선 대원들을 뒤쫓는다. 오늘은 비도 오고, 구간도 짧은데다, 하산하면 식사가 제공됨으로 대부분의 대원들이 점심을 생략한 채, 행동식(行動食)으로 때우고, 길을 재촉하는 모양이다. 식사를 마치고 나니, 함 대원과 둘이 최후미로 쳐진다. 봉분이 펑퍼짐한, 커다란 금잔디가 깔린 묘를 지난다. 곧 이어 비제에 도착한다.

<비제 직전의 묘 1기-평평한 묘는 잔디와 낙엽으로 황금빛이다>

<비재- 대간길은철계단을 타고 이어진다>

 

비제 주변을 카메라에 담고, 철계단을 올라 510m봉 급경사 길을 오른다. 함 대원이 앞장을 서서 내 닫고, 나는 두 걸음 오르고 한 걸음 쉬는 특유의 주법으로 천천히 오른다. 20여분 오르니 잘 손질 된 무덤이 보인다. 함 대원이 기다리고 있다. 혼자 내 버리고 달려나가는 것이 마음에 걸리는 모양이다. 갈령 삼거리에 이르기까지 계속되는 오르막길에서 함 대원의 이런 기다림이 몇 차례 반복되고, 결국은 최후미로 갈령에 함께 도착하는 불명예를 나누어 감수한다.

<510m봉 정상의 묘>

고도계가 없는 나는 걸은 시간과 매어 달린 산행리본으로 현재 위치를 대강 짐작한다. 500m 봉을 지나고, 첫 번째 680m봉을 거쳐, 내리막을 지나니 거대한 암벽이 앞을 가로막는다. 등산로는 이 암벽을 옆으로 돌고, 비스듬한 암릉은 타고 올라, 작은 봉우리에 이른다.

<암벽을 우회하고....>

<암릉을 오른다.>

 

봉우리를 내려선다. 나뭇가지에 산행리본이 가득하다. 그 리본들 사이에 반으로 접힌 비닐 표지판이 매달려 있다. 접힌 것을 열어보니 낮이 익은 비닐 표지판이다. 목원대 표언복 교수가 2004년 7월, 4차 대간종주를 하며, 붙여 놓은 못제 알림판이다. 표언복 교수의 이런 표지판은 지난해에도 대간 길에서 여러 차례 보아서 낮이 익어 반갑다. 이 표지판에는 현 위치뿐 아니라, 갈령 삼거리까지의 등산로 상태와 소요시간들이 적혀 있다. 나중에 확인해보고, 그 소요시간 표시가 정확한데 놀란다.

<못제 알림판>

못제는 백두대간 길의 유일한 습지라고 한다. 장마철이 아니면 물이 거의 없다고 하는데, 오늘은 어제 밤 내린 비 때문인지 물이 고인 곳이 있다. 680m 쌍봉 사이, 해발 600m가 넘는 곳에 이런 습지가 있다니 놀라운 일이다. 그 넓이가 약 500-600평이 된다고 하는데 온통 누런 갈대(아니면 억새?)로 덮여 있다. 고사리 철에는 고사리가 지천이라고 한다. 신비한 자연 현상에 걸맞게 전설이 전해 내려온다고 한다. 잠시 쉬어 가시라고 그 전설을 옮긴다.

<빗물 고인 못제 - 대원사진>

"후백제를 건국한 견훤이 대궐터산에 성을 쌓고, 보은의 삼년산성을 근거지로 활동하던 황충 장군과 싸우는데, 싸울 때마다 연전연승하자, 황충 장군은 견훤의 연승 비법이 어디 있는지를 알기 위하여 부하를 풀어 염탐을 시킨다. 그 결과 견훤이 이곳 못제에서 목욕하면 없던 힘도 저절로 생겨 승승장구한다는 사실과 견훤이 지렁이 자손으로 지렁이는 소금물에 약하다는 사실까지 알게 된다. 황충 장군은 부하들을 시켜 못제에 소금 300석을 몰래 푼다. 그런 사실을 눈치채지 못한 견훤은 못제에서 목욕을 하고 난 뒤 힘을 잃고, 때를 놓치지 않은 황충 장군은 견훤을 맹공하여 승리한다."

 

신비로운 못제를 뒤로하고 가파른 오르막길을 오른다. 너른 헬리포트가 안개 속에 누워있다. 또 하나의 680m봉이다. 안개가 깔린 헬리포트를 가로건너 가파른 내리막길이 이어진다. 안부를 지나 등산로는 다시 오름세를 탄다. 갑자기 커다란 암벽이 앞을 가로막는다. 오른쪽은 깎아지른 절벽일 듯 싶은데, 안개에 묻혀 보이지 않고, 등산로는 암벽을 피해 왼쪽으로 떨어진다. 가파른 경사 길에 삐죽 삐죽 솟은 돌들이 비에 젖어 미끄럽다. 조심조심 내려선다. 암벽 아래까지 이어졌던 등산로는 암벽을 끼고 급히 오른다. 이런 과정을 두어 차례 반복하더니 등산로는 갈령 삼거리에 이른다.

<두 번째 680m봉 정상은 헬리포트다>

<등산로는 암벽을 우회한다>

삼거리에서 함상철 대원이 기다리고 있다, 이정표 앞에서 교대로 기념사진을 찍고 오른쪽 하산길로 내려선다. 동쪽 하산길이 평탄할 리가 없다. 경사가 급하고 곳곳에 암릉 길이 이어진다. 오락가락하던 비는 어느 사이에 멎어, 날씨가 개이며, 비구름들이 산 사면을 타고 빠르게 오른다.

<갈령 삼거리 이정표>

 

이윽고 손질이 잘 된 헬리포트 위에 선다. 바로 눈 아래 49번 국도가 구불구불 이어진다. 북서쪽으로 680m 쌍봉이 뚜렷하게 모습을 나타낸다. 사진을 찍고 갈령으로 내려선다. 4시 14분 갈령에 도착한다.

<680m 쌍봉>

<49번 국도>

<갈령 표지석>

<갈령에 세워진이정표>

소주 한잔을 반주로 산악회가 마련한 식사를 한 후 버스에 오른다. 4시 30분 경 버스는 서울로 출발한다. 보은을 거치고, 청주를 지나 버스는 중부고속도로로 진입한다. 이제 날씨는 활짝 개었다. 일요일 중부고속도로는 정체가 심하다. 천천히 달리는 버스 차창으로 일몰이 아름답다. 호법 IC를 지나며 정체가 풀리고, 7시 35분 경 버스는 동서울 톨게이트를 통과한다.

 

 

(2005. 4. 11.)

1 [東城.... / 2005-04-13,19:41:36]

봉황산을 갈려면 8월 6일이 되어야 하는데 ...

부지런 하시네요..5차대 산행 후기로도 등록하시지요,,

그래야 장사가 될꺼 아이니껴... [삭제]

2 [오솔길 / 2005-04-17,10:14:46]

졸업을 하고 그간 이래 저래 밀린 일 정리에 새로운 계획으로 마음이 다소 분주했는데 이제서야 조금 정리가 되는 것 같습니다.

우림님 산행기를 보니 걷고 걷고 또 걷던 대간길이 새삼 그리워집니다.


꼭 가고 싶었던 울릉도에도 못가고..

체바퀴안에서 바다만 그리워하고..

이번 주에는 저도 대간이던지 정맥이던지 어디로든 떠나야겠습니다. [삭제]

3 [우림 / 2005-04-18,12:55:06]

동성 님 !

6차대 산행모습을 보니, 고남산 정상에서 찍은 사진이 있네요.

사진만으로도 반갑군요. 감기 몸살로 2회차는 결간하신 것 같고,

3회차 봉황산은 다녀오셨는지요?


오솔길 님!

반갑습니다. 대간 졸업 후 많이 바쁘셨네요. 바쁜 게 좋지요.

바쁜 틈을 쪼개어, 산행을 하시면 그 즐거움이 배가 되는 것이 아닌지요?

열일 제치고 금주 말에는 산행을 떠나세요.

정맥에 오시면 반갑게 만날 수 있겠네요.


Posted by Urimahn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