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벽 5시. 알람들의 합창소리에 잠이 깬다. 지난주 알람시계가 작동하지 않아 당혹스러웠던 집사람이 시계 외에 휴대폰에도 알람을 울리게 한 모양이다. 역시 알람소리에 놀라 잠이 깬 "짱아"는 고개를 쳐들고 두리번거리다가, 제가 일어날 시간이 아니라는 듯, 다시 코를 박고 잠에 빠져들고, 집사람은 부엌으로, 나는 신문을 가지러 밖으로 나간다.

 

신문을 보며, 천천히 아침식사를 한다. 전날 챙겨둔 배낭에 집사람이 싸준 도시락을 넣고, 6시에 집을 나선다. 5분이 채 못 되는 거리에 지하철역이 있다. 지하철 안에는 이른 아침인데도 빈자리가 없을 정도로 제법 승객들이 많다. 아침의 지하철은 깨끗하고 쾌적하다

 

1970년대 초. 처음으로 일본 도쿄에서 지하철을 타보고 그 다양한 노선과 편리함을 부러워하면서 이런 걸 갖지 못한 우리의 가난이 슬펐던 생각이 난다. 차관을 얻으러 독일에 갔다가, 아우토반을 보고, 눈물을 흘렸다는 대통령의 심정에는 못 미치겠지만 아마도 그와 비슷한 느낌이었을 것이다.

 

서울에도 지하철이 생기고, 빠리, 뉴욕, 보스턴, 모스코바, 레닌그라드 등지의 지하철을 탈 때마다 우리 지하철과 비교하며, 뿌듯한 자부심을 느꼈던 기억이 새롭다. 이제 서울의 지하철은 세계 어디에 내 놓아도 손색이 없다. 하지만 편하게 지하철을 이용하는 우리의 자녀들은 가난을 슬퍼했던 우리들을 "수구 꼴통"으로 치부한다. "머리구조가 달라진" 괴물 취급을 한다. 작금의 이런 세태가 또 우리들을 슬프게 한다.

 

6시 30분이 조금 지나 양재역에 도착한다. 역을 빠져나가는 계단이 빡세다는 대원들 이야기가 생각나 계단을 세면서 오른다. 81계단이다. 층계참 4곳을 합쳐도 100보 정도 거리인데도, 백두대간을 종주하는 대원들이 힘 겨워하는 곳이다. 마음이 바쁜 탓일 게다. 한시라도 빨리, 일주일 동안 못 만난 동료 대원들을 만나고 싶기 때문이리라. 참으로 예민한 대원들이다.

 

2005년 1월 29일(토).
44회차 토요 당일 백두대간 종주는 대간 제35 소구간을 산행한다. 코스는 『고치령(760)-950봉-미내치(820)-1.096.6봉-마구령(820)-1,075봉-갈곳산(966)-늦은목이(720)』구간의 마루금을 타고, 오전리 사기점으로 하산한다. 이 구간은 경북 영주시와 충북 단양군 경계에 위치하고, 백두대간 소백산 권의 마지막 지역에 해당한다. 마루금 도상거리 12.5Km, 날머리 3Km, 산악회의 산행 기준시간은 7시간이다.


<백두대간 제35소구간>

오늘 구간의 주산은 1,096.6봉이다. 하지만 산 이름이 없어 궁여지책으로 비록 높이는 네 번째이지만 이름이 있는 갈곳산으로 타이틀을 삼는다. 날씨가 흐리고 간간이 눈이 내려 조망은 즐기지 못했으나, 이 구간의 마루금 등산로는 무척이나 아름답다. 봄날 같은 포근한 날씨에 눈발을 맞으며 산책하듯 즐긴 산행 이였다.

 

버스가 고속도로를 달려도 차창에 엉긴 수증기가 성에로 변하지 않는다. 이른 아침에도 밖의 기온은 영상인 모양이다. 2월 4일이 입춘이니 이제 한두 차례 추위가 지나면 바로 봄이다. 단양 휴게소에서 30분간 정차한 버스는 지난주와 똑 같은 시각인 10시 12분에 좌석리에 도착한다. 타이탄 트럭으로 옮겨 탄다. 역시 후미그룹이 먼저 차에 오르지만 이번 주는 사람들이 많아 위험할 정도로 과적을 한 타이탄 트럭은 힘겹게 고치령으로 오른다.


<과적 타이탄>

이윽고 트럭이 고치령에 도착한다. 이정표가 서있다. <비로봉 14.1K, 국망봉 11.1K, 마구령 8.0K, 늦은목이 13.9K> . 늦은목이까지의 거리가 13.9Km로 표기돼 있다. 도상거리가 아닌 실제거리라는 설명이다. 도상거리와는 1.4Km 차이가 난다. 10시 30분 동쪽으로 난 언덕길을 오르면서 산행을 시작한다. 날씨는 잔뜩 흐리고, 바람이 조금 있지만 차갑지는 않다.


<고치령 이정표>

 


<고치령 산신각 - 지난 주 사진>

얼마 발걸음을 떼에 놓지도 않았는데 공지가 나타나고, 이어서 헬기장을 지난다. 고치령을 출발한지 20분 경, 등산로는 950m봉을 지나 내리막길로 이어지고, 산책길이 시작된다. 지난 가을 떨어진 낙엽이 곱게 깔린 사면을 따라 등산로가 이어진다.


<낙옆 쌓인 오솔길>

대원들은 자연스럽게 기러기 편대를 이루며 산책을 즐긴다. 하늘에서는 가는 싸라기눈이 내리기 시작한다. 바람도 별로 없다. 이정표는 1Km 거리로, 119구조 표지목은 500m, 단위로 규칙적으로 배치돼 있어, 현재 위치를 파악할 수 있으니 더욱 편하고 즐거운 산책이다.


<이정표와 119 구조목>

 


<눈발이 내리는 속에서 기러기 편대로...>

두 번째로 타이탄 트럭을 타고 온 선두 대원들이 앞지르기 시작하고, 11시 25분 경 미네치에 도착한다. 이정표가 거리를 알려준다. < 비로봉 17.3K, 고치령 3.2K, 마구령 4.8K, 늦은목이 10.7K> 산악회 기준시간보다 5분 정도 빠른 진행이다. 고도차이가 없는 산책길이 계속되고, 싸라기눈이 점차 함박눈으로 변한다.


<미내치 이정표>

등산로는 완만한 언덕으로 이어진다. 산 사면을 타고 뻗은 등산로에 하얗게 눈이 쌓여있다. 12시 15분 경 1.096.6봉에 오른다. 넓은 헬리포트에 잔설이 깔려 있다. 지도에는 전망이 좋은 곳으로 표기돼 있으나 점점이 내리는 눈발 사이로 지금은 보이는 것이 아무 것도 없다. 모여서 사진을 찍고 완만한 내림 길을 내려서 마구령으로 향한다.


<1,096봉 정상>

 

12시 55분 경 마구령에 도착한다. 이정표가 서있다. < 비로봉 22.1K, 고치령 8.0K, 늦은목이 5.9K, 선달산 7.8K> 비포장 도로지만 너른 길이다. 차량이 통행한다. 이제는 함박눈이 제대로 내린다. 10명이 넘는 편대라 도로 가에 넓게 자리를 잡고, 눈 속에서 식사를 한다. 춥지는 않지만 역시 겨울은 겨울이다. 장갑을 벗은 손이 시리다.


<마구령 이정표>

 


<눈을 맞으며 마구령 도로에서 점심식사>

식사를 마친 여자대원들이 먼저, 눈 내리는 언덕길을 향해 출발한다. 이윽고 담배를 즐긴 대원들도 1시 20분 경 산 사면을 타고 오른다. 오직 후미 3인 방만이 느긋하게 눈 속에서 이슬이를 즐긴다. 신선놀음이 따로 없겠다.

 

식후라 천천히 오른다. 얼마 지나지 않아 작은 헬기장을 지난다. 등산로는 내리막을 지나더니 점점 경사가 급해진다. 이제 눈발은 많이 약해졌다. 바람 방향이 이상하다. 어느 때는 북서쪽에서 부는 가 싶더니 어느 틈에 남동쪽 바람으로 바뀐다. 아마도 계절이 힘 겨루기를 하는 모양이다. 오름 길 군데군데 어름이 밟힌다. 2시경 너른 헬기장에 오른다. 첫 번째 1,057봉인 모양이다. 대원들이 아이젠을 착용한다. 나도 아이젠을 신는다. 울퉁불퉁한 암릉길이 이어진다. 길가에 이정표가 서 있다. < 비로봉 24.1K, 마구령 2.0K, 늦은 목이 5.9K, 선달산 5.8K>


<안개에 가린1,057봉을 향하여...>

 


<뒤돌아 본 894봉>

길은 내림막을 거쳐 다시 평탄해진다. 어느 사이 눈은 멎었다. 등산로에 깔린 낙엽 위에 눈이 덮여, 아이젠 날 사이에 눈이 늘어붙어, 마치 굽 높은 신발을 신은 것처럼 불편하다. 경사가 급해진다. 앞 봉우리가 갈곳산인가 싶어 허위허위 오르면 그 뒤로 다시 봉우리가 나타난다. 산책길 같이 아름답던 마루금이지만 역시 대간 길은 대간 길이다. 몇 차례나 속는다.

 

3시 25분 경 갈곳산에 이른다. 예정보다 많이 빠른 진행이다. 정상에는 봉황산 갈림길 이정표가 서있다. < 비로봉 27.0K, 마구령 4.9K, 늦은목이 1.0K, 선달산 2.9K> 이제 하늘이 많이 개였다, 북쪽 방향으로 선달산이 나뭇가지 사이로 보이고, 서쪽으로는 지나온 1,057봉이 솟아있다. 대원들이 모여 사진도 찍고, 과일 등 간식을 먹으며 쉰다.


<갈솟산 정상의 이정표>

 

여자대원들이 앞장서서 늦은목이로 향한다. 경사는 심하지만 부드러운 흙길이라 내 달리기에 어려움이 없다. 아름다운 길이다. 3시 40분 경 해발 800m, 늦은목이에 도착한다. 날씨는 이제 완전히 개였다. 햇빛이 보인다. 기념 사진을 찍고, 오른 쪽 오전리로 향한다.


<눈 덮인 늦은 목이>

 

오전리로 향하는 내리막길은 낙엽송 숲길이다. 노랗게 떨어진 솔잎이 잔설과 섞여있다. 역시 아름다운 길이다. 빠른 경사면이 서서히 완화되면서 등산로는 계곡으로 이어진다. 너른 계곡은 꽁꽁 얼어붙었고. 그 위에 눈이 덮여 미끄럽다. 조심조심 내려선다.


<오전리로의 하산 길>

 

이윽고 계곡이 휘어지면서 등산로는 시멘트 길로 이어진다. 대원들이 계곡에서 아이젠을 풀고, 스패츠를 벗는다. 발아래 어름 밑으로 물 흐르는 소리가 들린다. 역시 봄의 소리다. 계곡을 따라 이어지는 시멘트 길을 내려선다. 양쪽으로 커다란 낙엽송들이 도열하고, 정면으로 산봉우리들이 첩첩이 이어진다.


<등산로와 임도가 만나는 계곡>

산중에 팬숀 같은 건물들이 몇 채 보인다. 최근에 지은 듯, 건물 모양이 세련되고, 주위가 잘 정돈된 느낌이다. 한 그루 고목나무도 보기가 좋다. 여름이면 계곡 물이 시원하겠고, 늦은목이에 오르면 소백산과 태백산의 길목이라 고객들이 꽤 모일 것 같아 보인다.


<팬션 앞의 고목>

 

저 아래 꽁꽁 얼어붙은 저수지 가에 버스가 서있다. 4시 35분 경 버스에 도착한다. 오늘은 이렇게 6시간 5분에 걸친 산행을 마감한다. 잇달아 후미 일행이 버스에 오르고, 4시 45분 경, 버스는 서울을 향해 출발한다. 영주를 거치나 보다. 맑게 갠 하늘에 석양이 곱다. 중부고속도로를 거쳐 버스는 박달령 휴게소에서 30간 정차한다.


<오전리 저수지>


 

박달령 휴게소에서 대원들이 모여 앉아, 막걸리로, 소주로, 하산주를 즐기고, 묵채밥으로 저녁을 먹는다. 식사 후 출발한 버스는 8시가 채 못되어 서울에 도착한다.

 


(2005. 1. 30.)

                   
2 [和峰 / 2005-02-01,11:00:34]
양재동 꼼장어집에서 뒷풀이중에 주신 전화는 음성까지 변조되어
처음에는 누구신지 도무지 헸갈렸지요.
남해에서 올라온 누구시라고요?전화번호도 생소했고.
삼세번 결간하면 무조건 3차대에서 제명한다니 귀가 번쩍했습니다.
이번주말엔 무슨일이 있어도 대간에 합류토록 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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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우정 / 2005-02-01,15:05:10]
오전리 내려오는길은 정말 한가로히 산책하는 기분이었습니다
목련의 엉덩방아도 재밋?었구요 ㅋ
얼음짱밑에 흐르는 계곡물도 꿀맛이었고요.
양재동 산꼼장어의 몸부림과 그맛 또한 일품이었습니다.
만많치않은 솔선報施 늦게나마 감사드립니다.

다음구간엔 동성님.화봉님을 뵐수있어,기다려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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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 [오솔길 / 2005-02-01,16:55:06]
우림님의 산행기를 보면 아름다움을 바라 보는 눈이 이렇게 이성적일 수 있구나 싶은 것이 언제나 제 기분에 혼자 들뜨는 제가 많이 배워야 할 부분이라는 생각이 듭니다.

'꼼'집에서는 덕분에 즐거웠습니다.
그런데 뵙기보다는 술을 잘 드시는 것 같아 술이 과하셨을 때 모습은 어떠실까 궁금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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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 [우림 / 2005-02-01,19:59:40]
東城 님 !
광부와 간호사의 임금을 담보로
차관을 얻으러간 대통령 !
슬픈 일이죠. 눈물나지요.
그래도 게르만 민족쯤 되니까
그나마 차관 도입이 가능했던 거구요.

감기로 고생하셨네요.
금주 토요일(2월 초)에는 만납시다.

和峰 님 !
고생 많으셨습니다.
아마도 답답해서 더욱 더 힘드셨겠구요.

꼼장어 집에서는
술도 한 잔 했겠다, 또 그 놈의 장난 끼가 발동해,
전화로 실례가 많았습니다.
많이 불쾌하시지 않았기만 바랄 뿐입니다.

和峰 님이 감기로 결간하니,
멀쩡하던 분들이 줄줄이 감기로 빠져버리네요.
和峰 님 책임이크지요.
금주는 못 빠지십니다.

우정 님 !
여전히 先奔後走하는 모습. 사진이 증언하는군요.
목련 님이 엉덩방아를? 그런데 그게 재미있다구요?
和峰 님 결간하시니, 모두 군기가 빠져버렸네.

오솔길 님 !
본래 술은 남자보다 여자가 더 쎄지요.
남자들이 파워를 가졌을 때,
제 먹기도 모자란 술, 여자들과 나누기 싫어,
못 먹게 만든 거죠.

보통 성인 남자의 평균 주량이 소주 2병 정도라면,
아마 여자분들은 3병 - 4병 정도?
요즈음 젊은 여자분들 술 많이 하더군요.

내가 술이 과하면 어떤 모습이냐구요?
그야 물론, 취한 모습이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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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 [잭울프 / 2005-02-01,21:03:58]
수고많으셨습니다.
산행시간도 예정보다 근 1시간이나 단축하셨네요!
이날 산행은 중간그룹과도 시간차이가 별로 나지 않았습니다.
아마도 후미당의 명칭이 곧 바뀌게 될 듯 하군요.ㅎㅎㅎ
뒷풀이즐거웠습니다.
오랫만에 오솔길님과 우림님의 "개나리고개" 도 다시 들을수 있었구요.
특히나 이날은 다이아님의 홍어회와 야생화님의 장뇌실주, 그리고 우림님의 뒷풀이 보시로 더욱 즐거운하루가 되었었습니다. 고맙습니다.
이번주에는 오랫만에 화봉님과 동성님이 합류하신다구요.
건강하신 모습으로 토요일에 뵙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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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 [목련 / 2005-02-03,00:39:28]
오전리의 하산길
쭉쭉뻗은 낙엽송이 터널을 이룬 오솔길
얼음이 박힌 길위에 눈이 살짝 덮이고
그 길에서 엉덩방아를 찧었지요
우정님 재미 있엇다니 너무 하시군요

우리가 이만큼이나 살게 된데는
지금의 50대가 남의나라에 목숨걸고
외화를 벌었기 때문이지요
독일에 간호원으로 간 친구 이야기를 듣고
저도 눈물을 흘린 기억이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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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 [풍운아 / 2005-02-03,07:13:10]
우림님 처음 인사드립니다
산정의 백두대간에 노크하며 바람따라 구름따라 떠도는 풍운아입니다
고치령에서 갈곶산으로 같은 길을 갔으면서도 생각은 다르군요
후원회장님과 동행하며 우림님의 이야기를 듣고 궁금하던차 서면으로 인사를 하게되는군요
우림님의 독방인줄도 모르고 글을 올렸다가
백두대간길로 자리를 바꾸었으니 무단 침입죄를 용서하시구요
동서남북으로 뛰어다니는 몸이 되다보니 언제 뵐수있을지 기약은 없지만 우림님의 자상한 산행기에 감명을 받았습니다.
조만간 한번 뵙기를 기대하며 건투를 빕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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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 [우림 / 2005-02-03,10:44:00]
잭 울프 님 !
그 많은 사진들을 정리하느라 고생이 많습니다.
모두를 위하여 기여하는 모습이 참 보기 좋군요.
이번 틈새 산행도 특색 있는 코스인데,
참여를 못 할 것 같아 무척 아쉽네요.

목련 님 !
오솔길이 아름다워, 땅을 다 사셨군요.
우정 님이 재미있어 하는 걸 보면,
많이 산 것은 아닌 것 같아 다행입니다.

공연히 기름뺀 드니로에게 현혹되지 마세요.
목련 님은 체중관리가 필요 없네요.

풍운아 님 !
반갑습니다. 닉네임이 멋지군요.
같이 산행을 했으면서도 어느 분인지....? 미안합니다.
다음에는 지면이 아닌, 산에서 직접 뵙고 싶습니다.

어디를 찾으면 풍운아 님의 산행기를 볼 수 있나요?
산정 산악회 홈페이지를 여기 저기 뒤져도 못 찾겠네요.
알려주시면 방문하겠습니다.

고맙습니다.
[삭제]
10 [풍운아 / 2005-02-04,06:05:41]
시골촌놈이 서울에 처음와서 어지러움에 현기증 나듯 산정의 홈페이지에 들어와 이리기웃 저리기웃 이번에는 고래 2차에 올려놓고보니 이곳에도 고래님의 아방궁이라 서둘러 방을 빼고 백두대간 3차 후기에 다시 올렸습니다
자주 방문하다보면 익숙해지겠지요

2월 5일은 덕유산 빼재에서 백암봉까지 산행이 예정되어있어 우림님의 글을 도우미로 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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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Urimah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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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사람이 급히 깨운다.

 

"어머! 어쩌나 ? 벌써 6시네..."

 

퉁기듯 벌떡 일어난다. 집사람은 5시에 알람시계를 맞춰놨는데 울리지 않았다고 어쩔 줄 몰라한다. 예전 같았으면 벌컥 화부터 냈겠지만, 이제는 그게 안 된다. 오히려 미안해하는 집사람이 안쓰럽게 느껴진다. 집사람은 닭띠, 올해 환갑이다

 

나는 "올빼미형"이다. "아침형"은 못된다. 늦게 자고, 늦게 일어난다. 아침에 일찍 일어나려면 누군가가 깨워줘야 한다. 결혼 전에는 어머니가 깨워주셨고, 결혼 후에는 30년이 넘게 집사람이 이 일을 해온다. 그렇게 깨워 줬으면서도 어쩌다 늦게 깨우면 저렇게 미안해한다.

 

도시락만 챙겨 달라고 부탁하고, 서둘러 옷차림을 갖춘다. 6시 15분 경 집을 나서 택시를 타고, 6시 40분 경에 양재 사거리를 건넌다. 아직 10분이 남았다. 차를 세우고 제과점에 들러 만약을 위해 빵 몇 조각을 산다. 서초 구민회관 앞에는 정다운 얼굴들이 모여있다. 아침을 걸러서인지 오싹 한기가 느껴진다.

 

산악회 전세버스에 오른다. 좌석이 반 넘어 비어있다. 마지막 경유지 복정역에서도 대원 3사람만이 달랑 차에 오른다. 오늘은 산악회 인솔자를 포함, 모두 23명뿐이다. 소백산 동북쪽 끝자락 고치령에서 상월봉에 오르는 오늘 코스는 일반 산꾼들에게는 인기가 없나보다. 전부가 우리대원들이고, 대간 종주를 땜빵하기 위해 참석한 젊은 여자 산꾼이 한 명 가담했을 뿐이다.

 

2005년 1월 22일(토)
43회차 토요 당일 백두대간 종주는 대간 제34소구간을 산행한다. 코스는 『고치령(760)-1,032봉-마당치(900)-1,060.6봉-1,272봉-상월봉(1,395)-국망봉 안부(1,400)』까지 마루금을 타고, 지난번과 같이 어의곡리로 하산한다. 도상거리, 마루금 11Km, 날머리6Km에, 산악회의 산행 기준시간은 7시간이다.

 

 

 

<국망봉 쪽에서본 상월봉(1,395m) - 멀리 태백연봉이 보인다>

 

나는 마루금 5시간, 점심 30분, 하산 2시간, 총 7시간 30분으로 목표를 정한다. 하지만 산행 종료 후 시간을 정리해 보니, 마루금 약 4시간 20분, 점심 25분에 하산 약 2시간 15분이 소요돼, 오늘의 실제 산행시간은 총 7시간이다.

 

대한이 지나 날씨가 많이 누그러졌는데도 고속도로를 달리는 버스 차창에는 성에가 낀다. 달리는 차가 받는 바람 탓인 모양이다. 7시 50분이 지나니, 고속도로에 해가 뜬다. 어디서 보나, 일출은 장엄하고 힘차다.

 

<고속도로의 일출>

 

9시 못 미쳐, 버스는 단양 휴게소에서 30분간 정차한다. 우동으로 간단히 아침을 때운다. 버스는 풍기를 거쳐, 931번 지방도로를 타고 순흥면으로 향한다. 소백산 남쪽, 웅장한 산이 북쪽을 막아섰기 때문인지, 차창으로 보이는 산야는 눈의 흔적도 없고, 아늑하다. 벌써 봄기운이 감도는 느낌마저 든다.

 

옥대를 지나 버스는 지방도로를 버리고, 북쪽으로 좌석리를 향한다. 커다란 옥대 저수지가 꽁꽁 얼어붙었다. 10시 12분 경 버스는 좌석리에 도착한다. 좌석리에는 고치령까지 타고 갈 타이탄 트럭이 대기하고 있다. 우선 후미그룹 14명이 트럭 짐칸에 빼곡이 들어앉는다. 쪼그리고 앉았다가 오금이 저려 그냥 바닥에 주저앉는다. 엉덩이가 차갑다. 시멘트 길에서 트럭이 덜컹댈 때마다 엉덩이가 아프다.

 

 

<타이탄 트럭을 타고 - 대원 사진>

 

서로서로 처량한 몰골을 보면서도 대간병 환자들은 마냥 즐겁다. 경사가 급해지며 트럭의 엔진 소리가 거칠어진다. 마주 보이는 산봉우리가 점차 낮아지면서 10시 30분 경, 트럭은 우리들을 고치령에 내려 주고, 다시 뒤에 남은 사람들을 태우러, 온 길을 되돌아간다.

 

고치령에는 오른 쪽으로 이정표가 서 있다. <국망봉 11K, 비로봉 14.1K, 마구령 8K> 그 옆에 태백천장(太白天將) 장승이 서 있고, 산신각이 보인다. 왼쪽으로는 절개지 옆에 소백지장(小白地將)이 서 있다. 우리는 소백지장 앞을 지나 가파른 절개지를 오르며 오늘의 산행을 시작한다.

 

 

<고치령의 이정표와 태백천장 장승>

 

 

 

<소백지장 장승 앞을 지나 절개지를 오르는 대원들>

 

등산로에는 누런 흙이 드러나 먼지가 풀풀 인다. 지도에는 863봉에 전망대 표시가 있지만, 863봉은 조그만 헬리포드로 나무가 가려 전망은 별로다. 이 봉우리를 지나 10시 47분, 두 번째 이정표를 만난다. <고치령 0.8K, 형제봉 3.8K, 국망봉 10.2K>

 

등산로는 완만한 경사를 타고 오른다. 뒤차를 타고 온 선두그룹의 대원이 벌써 뒤따라온다. 고령치를 출발한 지 40여분이 지난 시각이다. 과연 빠르기는 빠르다. 11시 12분 해발 1,032m, 형제봉 갈림길에 이른다. 이정표가 서있다. <국망봉 9.2K, 형제봉 2.8K, 고치령 1.9K> 예정보다 약 20분 가까이 빠른 진행이다. 주위 경관도 특별히 볼 것도 없어 부지런히 걸었기 때문이다.

 

 

<형제봉 갈림길 이정표>

 

길은 내리막으로 이어지며 11시 26분 마당치에 도착한다. 이정표가 서 있다. <형제봉 3.5K, 국망봉 8..5K, 새목 7.5K> 간간이 잔설만 보일 뿐 주위가 황량하다. 오늘 구간에는 친절하게도 자주 이정표가 보인다. 바람도 없고 날씨도 따듯하다. 겉옷을 벗는 대원들이 하나 둘 늘어난다.

 

길은 다시 오르막으로 이어진다. 또 이정표를 지난다. 11시 49분 산행리본이 많이 달려있는 1,031.6봉을 지난다. 조금 지나니 해발 1,031m 고도에 이정표가 서있다. <상월봉 6.7K> 언덕을 올라 12시 25분, 비교적 널찍한 헬리포트에 이른다. 이 곳에서 5분간 휴식을 취하기로하고, 음료와 과일을 먹고 쉰다. 이윽고 후미그룹이 도착, 함께 기념사진을 찍는다.

 

12시 33분, 연화동 갈림길 이정표를 지난다. <상월봉 4.3K> 바람이 인다. 하지만 북서풍은 아니다. 대원 한 사람이 남동풍이라고 귀띔해 준다. 계절풍이 지나가는 곳에 자리 잡아, 바람으로 유명한 소백산. 겨울에는 북서풍이 매섭고, 여름에는 남동풍이 강하게 분다. 벌써 바람의 방향이 바뀌었나? 겨울이 지났다는 말인가? 대원들이 하나 둘 다시 재킷을 꺼내 입는다. 12시 51분 너른 헬리포트를 지나고 1,060.6봉을 넘는다.

 

 

<연화동 갈림길 이정표>

 

또 다시 헬리포트를 지난다. 이어서 1,152봉을 넘고, 1시 15분 경, 일행이 안부에 모여 점심을 먹는다. 선두 그룹을 제외한 전 대원들이 모였다. 1시 40분 경 점심을 마친 일행은 늦은맥이 고개를 향해 언덕을 오른다.

 

점심을 먹은 후라 최후미로 쳐져 천천히 오름 길을 걷는다. 1시48분 신선봉 갈림길(!,260m)에 선다. 이정표가 서있다. <국망봉 2.6K, 신선봉 1.7K, 형제봉 9.5K> 조금 더 오르니 전망이 확 트인다. 오른쪽으로 신선봉이 햇빛을 받고 누워 있고, 정면으로 상월봉이 해를 등지고 솟아있다. 서남쪽으로는 어의곡리가 보인다. 동북쪽으로는 우리가 올라 온 능선 끝에 좌석리 마을이 누워있고 , 그 너머로 멀리 흰 눈을 이고 있는 웅장한 산은 방향으로 보아 태백산 인 듯 싶다. 지루한 길을 오르다 이제야 멋진 조망을 보고는 모두들 서둘러 이를 카메라에 담는다.

 

 

<신선봉 갈림길에서본 좌섯리 마을과 걸어온 길>

 

 

 

<역광 속의 상월봉>

 

 

 

 

 

<어의곡리와 연봉들>

 

2시2분 늦은맥이재로 내려선다. 상월봉으로 오르는 길은 깊은 눈길이다. 북쪽에서 불어오는 바람이 눈을 실어다 산 사면에 쌓아 놓았다. 깊게 패인 발자죽을 따라 걸어 오른다. 스틱으로 찍어보니, 1m 20cm 정도 깊이로 눈이 쌓였다. 오랜만에 심설을 밟으며 상월봉을 향한다.

 

 

<상월봉 오른는 길의 심설>

 

2시 24분 이정표를 지난다. <상월봉 0.6K> 상월봉을 우회하는 길가에서 대원들이 아이젠을 신고, 스패츠를 착용한다. 나도 배낭을 내려놓고, 스패츠를 착용한 후 아이젠을 신는다. 상월봉으로 직접 오르는 바위 길은 눈이 덮여 정체가 생기는 모양이다. 나는 우회하여 국망봉으로 이어지는 안부에 배낭을 내려놓고, 역으로 상월봉을 오른다. 상월봉으로 직등했던 대원들이 내려오면서 스쳐 지나간다.

 

2시 55분 상월봉 정상에 선다. 사방이 확 트였다. 북동쪽으로 걸어 온 능선과 멀리 태백 연맥이 보인다. 북으로 신선봉, 북서방향으로 어의곡리, 남쪽으로 국망봉이 보인다. 가히 장관이다. 사진을 찍고 서둘러 앞선 대원들을 따른다.

 

 

<신선봉과 걸어온 길>

 

 

 

<상월봉 정상에서 본 태백 연봉>

 

 

 

<상월봉에서 본 국망봉 방향>

 

 

 

<상월봉 안부의 설경>

 

3시 13분 국망봉으로 향하는 안부에 세워진 이정표 앞에 선다. 고치령을 출발한지 5시간 43분이 지난 시각이다. 점심시간 25분을 빼면 마루금을 걸은 시간은 4시간 18분인 셈이다. 3시 15분 어의곡리로 하산을 시작한다.

 

 

 

 

<상월봉>

 

 

 

 

 

<국망봉>

 

어의곡 계곡으로 이어진 비탈은 눈밭길이다. 16일 내린 눈으로 지난주보다 눈이 더 깊어 보인다. 눈 쌓인 사면을 달리는 것은 엉덩방아를 찧더라도 언제고 즐겁다. 눈 쌓인 사면을 벗어나 계곡에 이른다. 얼어붙은 계곡을 서로 도우며 조심조심 건넌다. 계곡에는 얼음이 녹아, 웅덩이가 만들어져 있고, 그곳으로 흐르는 물소리가 돌 돌돌 계곡의 정적을 깬다. 마치 봄의 소리가 들려오는 것 같다.

 

 

<눈 쌓인 어의계곡 >

 

 

<어의계곡의 물소리 - 봄의 소리>

 

위험한 곳은 조심해서 별일이 없었는데, 평탄한 길에서 방심하다 그만 미끄러져 얼음 위에서 크게 엉덩방아를 찧는다. 엉덩이가 깨져나갈 듯 아프다. 하지만 다행히 다친 곳은 없다. 속도를 줄이고 더욱 조심조심 걷는다. 다시 몇 차례 얼어붙은 계곡을 건넌다, 곳곳에 통나무가 쓰러져 길을 막는다. 쓰러진 통나무를 넘거나, 밑으로 기어서 통과한다.

 

<낙엽송 숲길>

 

낙엽송 숲을 지나면서 등산로가 평탄해진다. 마지막으로 얼어붙은 개울을 건너, 어의곡리 마을로 이어진 시멘트 길로 올라선다. 5시 30분 대원들이 식사하는 식당에 도착한다. 대원들과 어울려 하산 주를 마시며 식사를 즐긴다.

 

6시 10분 경 버스는 서울을 향해 출발한다.

 

 

(2005. 1. 23.)

[대빵 / 2005-01-24,11:25:25]

우림선생님

모처럼 심설산행의 묘미를 만끽 하셨네요

겨울산행의 많은 어려움속에서도 고충을 극복하시고 정말 열심히 산행을 하시고 계신 모습 정말 존경스럽습니다.

대간길도 이제 얼마 남지 않았는데 끝까지 안전산행속에 완주할수 있기를 기원드립니다.

그리고 홈페이지 초기 화면에 산행기 5개가 표출되는 코너에 최근의 산행기가 자동으로 인식되어 나타나야 정상인데 현재 오류로 인하여 특정인(오솔갤)산행기만 표출되고 있습니다.

지난번 써버 다운된 이후에 게속 오류가 되고있습니다.

종전처럼 정상적으로 회복되도록 부탁을 했지만 현재까지 복구가 되지 않고 있습니다.

현재 원인분석과 써버다운 이후의 바쁜잔무로 인하여 다소 늦어지고 있습니다

빠른시일내에 회복되도록 하겠습니다.

양해바랍니다 [삭제]

2 [목련 / 2005-01-24,14:03:30]

상월봉을 간신히 올라가 조망을 즐기고 내려와서 보니

우림님이 돌아서 올라가시는 것을 보았지요

누군가 난코스라고 하기에 상월봉 가지 말고

그냥 갈까 하다가 우림님께 왜 안 올라가냐고 야단맞고 갔지요

저는 힘들면 적당이 때우는 것을 잘 하거들랑요

어의곡리 비탈길과 얼음계곡 잘 내려 오셨는지요

재미있으면서도 조금은 무서웠거든요 [삭제]

3 [잭울프 / 2005-01-25,18:52:05]

우림님!

지난산행에 결간하신분이 상당하군요.

저도 후기를 읽는것으로 지난구간을 대신하였습니다.

1미터가 넘는 눈이라니 대단합니다.

어의곡리 얼음장밑의 계곡물 꼭 마셔보고 싶었는데

담번에 여러님들과 함께 가보아야 겠군요.

수고많으셨구요. 일출사진 퍼갑니다. [삭제]

4 [우정 / 2005-01-25,20:02:43]

우림님~

??질, 꾼, 쟁이의 개념을 다시한번 정의해 보셨나요?

목련~

베레모 털모자와 자켓이 잘 어울렸습니다.

얼마나 남지않은 구간 적당이 때우지 마시라요.

잭~

이번에도 영자나무의 요염함?을 경혐하지 못했구려,

땜빵할때 내생각도 아울러 해주슈~~

얼음장밑의 계곡물은 감로수였지요.

여름엔 절대 맛볼수 없다고 하지 아마~~~,

우림님~ 어의곡 물맛 정말 잊을수 없을듯합니다. 그죠?




Posted by Urimahn
,

 

하얀 눈을 이고 있다고 해서 소백산(小白山)이다 비로봉에 서 있는 정상석 이면에는 서거정의 시 "소백산"이 음각돼 있다.

 

소백산

태백산에 이어진 소백산
백리에 구불구불 구름사이 솟았네.
뚜렷이 동남의 경계를 그어
하늘, 땅이 만든 형국 억척일세.

 

 이조 초기의 큰선비, 서거정, 역시 간결하게 소백산의 특징을 잡아낸다.

 

 <비로봉 정상석 이면의 서거정의 시>

 

 2005년 1월 15일(토).
오늘,토요 당일 백두대간 산행은, 제33소구간을 간다. 코스는『죽령(696)-제2 연화봉(1,357.3)-천체관측소-연화봉(1,383)-연화1봉(1,394.3)-비로봉(1439.5)-어의곡삼거리-국망봉(1,420.8)-안부(1400)』까지 마루금을 걷고, 왼쪽으로 어의계곡을 타고 내려 어의곡리로 하산한다.
마루금 거리 약12.3Km, 날 머리 약 6Km 이다. 산악회에서 제시한 기준시간은 7시간이다.

 <소백산 등산로 - 죽령매표소에서 천문대까지는 대간꾼들만 보인다.>


 백두대간은 지리산권, 덕유산권, 속리산권, 소백산권, 태백산권, 오대산권 그리고 설악산권의 7개 권으로 나뉘고, 다시 각 산권의 구간을 세분하는 형식으로 체계화한다. 소백산권은 7개의 소구간으로 나뉜다. 이 7개의 소구간 중 우리는 이미, 마패봉, 대미산, 황장산, 도솔봉의 4구간을 지나고 오늘은 다섯 번째로 소백산권에서의 최고봉인 비로봉을 오른다.

 

 

35명의 산꾼들을 태운 버스는 8시 45분, 단양 휴게소에 도착하여 아침 식사를 하라고 30분간 정차한다. 단양 휴게소에 하차한 대원들은 무척 실망한다. 소백산에는 눈이 온다는 예보에 잔뜩 기대를 했었는데, 지금 단양의 날씨를 보면 눈을 기대하기 어렵겠다. 쾌청한 날씨에 바람도 없고, 추위도 심하지 않다.


 

버스는 9시 44분 경 죽령에 도착한다. 장호원에서 제천까지 38번 고속화 도로가 개통된 후 서울에서 죽령까지의 소요시간이 30분 이상 단축된다. 9시 47분 죽령 이정표<천문대 6.8Km, 비로봉 11.5Km, 국망봉 14.6Km>를 지나 천문대로 향하는 시멘트 길을 오르며 산행을 시작한다.

 <충청도 쪽의 죽령 표지석 - 아담하면서도 힘차다>

 

<죽령 이정표>

 

완만한 시멘트 길을 트레킹 하듯 가벼운 기분으로 오른다. 길가에는 잔설이 남아 있다. 국립공원답게 중간, 중간 쉼터와 전망대가 마련돼 있어, 대간 종주가 아니라면 마냥 쉬면서 즐기며 갈 수가 있겠다. 고도가 높아지며 뒤를 돌아다보니, 죽령 건너편으로 지난 번 산행을 한 삼형제봉, 도솔봉이 한눈에 들어온다. 반갑다.

 

10시 13분 첫 번째 이정표를 지난다. 전면에 중계탑이 멀리 보인다. 10시 56분 중계탑 입구의 이정표에 이른다. <중계소 0.2Km, 죽령 4.3Km, 천문대 2.7Km> 후미 그룹이 모여서 기념 사진을 찍고, 뒤돌아 도솔봉 능선을 카메라에 담는다.

 <중계탑 쪽으로 접근하는 대원들>

 

<도솔봉과 삼형제봉>

 

 도로는 중계탑을 끼고, 크게 오른 쪽으로 굽어진다. 경사가 급해지며 왼쪽에서 바람이 거세게 불어온다. 정 북쪽으로 먼 산 뒤에 마치 수평선처럼 하늘을 가르는 시커먼 띠가 드리워져있다. 스모그 현상인가? 단양읍 방향인데, 예사롭지가 않다.

 <단양읍 방향의 검은 지평 - 스모그 현상인가?>

 

 11시 6분 중계탑 옆에 마련된 전망대에 선다. 북동쪽으로 천체관측소, 제1연화봉, 비로봉이 한눈에 들어온다. 북서쪽으로는 복원 중인 1,201.3봉이 보이고, 남서쪽으로 5번 국도로 떨어지는 계곡이 눈에 들어온다. 전망이 좋다. 사방을 둘러보며 사진을 찍다 보니 대원들은 모두 앞서 나가고 최후미에 혼자 남았다.

 <전망대에서본, 천문대, 연화봉, 제1 연화봉, 그리고 비로봉>

 

<천문대 가는길>

 

도로는 북동쪽으로 굽어지며 내리막으로 이어진다. 북서쪽으로 면한 도로변에는 눈이 제법 쌓여있고, 나무들도 하얗게 눈을 이고 있다. 도로변의 설경을 카메라에 담고, 가까이 보이는 천문대를 찍으면서 부리나케 앞선 대원들을 쫓는다. 저 앞으로 천문대를 지나는 대원들이 보인다.

 <북서 사면 도로의 설경>

11시 33분 천문대를 지나. 서둘러 도로를 따라 걷는다. 도로 오른쪽으로 계단이 나 있다. 하지만 단순히 전망대로 오르는 길이라고 생각하고, 앞선 대원들을 따라 잡기 위해, 부지런히 도로를 따라 걷는다. 오른 쪽으로 다시 전망대 쪽에서 내려오는 계단이 도로로 이어지고, 그 뒤로 많은 사람들이 모여 있는 것이 보인다.


 아무리 바빠도 궁금해서 견딜 수가 없다. 반대 방향으로 계단을 타고 오른다. 우리 대원들이 스쳐내려 오면서 빨리 올라 가 보란다. 계단을 다 오르니 넓은 공지에 바람이 거센 연화봉(1,383m)이다. 이 때가 11시 40분 경이다. 연화봉을 모르고 지나치다 다시 오른 것이다. 이정표가 서 있다. <비로봉 4.3Km, 희방사 2.4Km, 죽령 7Km>

 <연화봉 정상석>

 

 <천문대 이정표>

 

누군가 젊은 대원 한 사람이 사진을 찍어주겠다고 따라 온다. 바람이 거세게 불어, 발라크라바를 착용해 누군지 모르겠다. 사양해도 막무가내다. 카메라를 넘겨주고, 정상석 쪽으로 다가서지만, 기념사진을 찍는 사람들이 많아 한참을 기다린다. 이윽고 사진을 찍은 후 고맙다고 다가서니, 방향을 바꾸어, 중계탑과 천문대를 배경으로 사진 한 장을 더 찍자고 한다. 이미 사진에 담을 구도까지 생각했던 모양이다. 강하게 불어대는 바람 속에서 이건 보통 성의가 아니다.


 나는 안경을 써서 발라크라바를 착용하지 못한다. 안경에 김이 서리기 때문이다. 하도 바람이 거세니 정신이 하나도 없다. 빨리 주위의 풍광을 카메라에 닮고 싶은 마음 뿐이라 젊은 대원 의 사진을 찍어 주겠다는 이야기도 못하고 그 대원과 헤어진다.


 바람은 거세지만 주위 조망이 하도 좋아 이내 떠나지를 못한다. 서남쪽으로 천체 관측소와 멀리 중계탑, 그리고 걸어온 길이 한눈에 보인다. 남쪽으로 도솔봉이 계속 따라 붙고, 동쪽으로 비로사 계곡과 금계호가 아득히 보인다. 북쪽으로 제1 연화봉에서 비로봉까지의 능선이 길게 펼쳐있다.

<연화봉에서 본 가야할 길 - 제1연화봉, 그리고 비로봉>

 

 <멀리 보이는 비로사 계곡과 금계호>

 

 

서둘러 대원들을 따라간다. 길은 내리막으로 떨어지며 눈이 쌓인 곳이 많아진다. 안부를 지나 언덕으로 이어지는 길에 대원 두 사람이 쉬고 있는 것이 보인다. 12시 6분 무명봉에 오른다. 정면 헬리포트 너머로 제1 연화봉으로 오르는 계단 길에, 많은 사람들이 오르내리는 것이 보인다. 오른쪽으로는 비로봉으로 뻗은 능선이 가까이 다가온다.

 

<지나온 무명봉>

 

 <제1 연화봉 계단길>

 

눈이 쌓인 무명봉을 지나 제1 연화봉으로 오른다. 왼쪽에서 불어오는 칼바람이 장난이 아니다. 귀막이 모자에 방풍 재킷 모자를 눌러썼는데도 드러난 왼쪽 뺨을 사정없이 후려친다. 계단을 오르느라 한 발을 들면, 바람에 몸이 밀려 균형을 잃는다. 스틱을 짚어 겨우 균형을 취한다. 이 곳 저곳 사진을 찍느라 다시 맨 뒤로 쳐진다.

 

제1 연화봉을 지나 안부로 내려선다. 마주 오는 등산객들이 점점 많아진다. 바람이 거세니 목을 잔뜩 움츠리고 땅만 보고 왼쪽으로 걷는다. 안부를 지나 등산로는 다시 오르막으로 이어진다. 마주 오는 사람들과 자주 몸이 부딪히고. 떼를 지어 내려오는 사람들이 지나가도록 한동안 기다려야 한다. 좌측 통행에, 올라오는 사람에게 통행 우선권이 있다는 것을 아는 등산객들이 많지 않은 것 같다. 아니면 알고도 모르는 체 하는 건가, 헷갈린다.


 

언덕을 오르니, 오른 쪽 길가에서 대원 두 사람이 점심을 먹고 가자고 부른다. 시계를 보니 12시 40분이다. 제1 연화봉을 비껴보고, 비로사 계곡을 굽어보는 양지 바른 명당자리다. 길가에 솟은 바위가 바람을 막아준다. 최후미 세 사람이 점심을 즐긴다. 후미이기는 하지만 예정시간 보다는 빠른 진행이라 거리낄게 없다.

 <뒤돌아본 걸어온 길 - 중계탑, 천문대가 보인다>

 

점심을 마치고 1시 10분 경 비로봉으로 향한다. 안부까지 내리막길은 눈이 그대로 쌓여있다. 습기가 하나도 없는 눈을 밟으며 천천히 진행한다. 이정표를 지난다.<비로봉 1.0Km, 국망봉 4.1Km, 죽령 10.5Km>. 왼쪽으로 붉은 지붕의 통나무 집, 주목 관리사무소가 잔설 위에 서 있다. 바람이 거세게 몰아치는 계단 길을 올라 나무 한 그루 없는 민둥산 정상을 향한다.

 <비로봉 가는 길>

 

 <가까이 본 비로봉>

 

<멀리 본 어의곡리, 국망봉 삼거리>

 

 

 <주목 관리소>

 1시 45분 경 비로봉 정상에 도착한다. 죽령을 출발해서 약 4시간이 걸렸다. 점심시간으로 보낸 30분 정도, 진행이 빠른 셈이다. 정상이라 바람이 더욱 거세다. 기념사진을 찍는 사람들에 밀려 정상석도 제대로 잡기가 어렵다. 걸어 내려온 길, 국망봉으로 이어진 능선 등을 카메라에 담고 1시 52분 경 서둘러 국망봉을 향해 출발한다. 칼바람이 왼쪽 뺨을 사정없이 후려친다. 왼 손을 들어 뺨을 감싸고 구르듯 계단 길을 달린다.

 <비로봉 돌탑과 정상석>

 

 

<비로봉에서 본 걸어온 길>

 

어의곡리 갈림길 이정표를 지난다. <어의곡리 4.7Km, 비로봉 0.4Km, 국망봉 2.7Km> 등산로는 북동쪽으로 휘어진다. 비탈길을 내려서니 눈밭길이 계속된다. 북쪽 사면이라 눈이 고스란히 남아있어 모처럼 설산 산행을 즐긴다. 3시경 국망봉에 도착한다. 주위의 사진을 찍고, 계곡으로 하산할 준비를 한다. 아이젠을 신고, 무릎 보호대를 착용한다. 3시10분 경, 상월봉 쪽을 향해 출발한다. 역시 최후미다.

 <국망봉 정상석 - 대원 사진>

 

 

 

<국망봉에서 본 걸어온 길 - 대원 사진>

 

한 5분쯤 걸었을까? 이정표 앞에 후미 담당 2인 방이 기다리고 있다. 왼쪽으로 난 어의곡리로 내려가는 길은 자칫 모르고 지나치기 쉽다. 그럴 위험에 대비하여 후미 2인 방이 거센 바람 속에서 기다리고 있는 거다. 아마도 최후미를 위해 적어도 20분-30분은 기다렸음에 틀림이 없다. 언제 보아도 대단한 젊은이들이다. 고맙고 미안하다.

 

 어의곡리로 내려가는 가파른 사면은 온통 눈으로 덮여 있다. 삼선골, 벌바위 등 멋진 이름이 붙어 있는 눈 덮인 아름다운 길을 신나게 달려 내린다. 계곡에 이르러 꽁꽁 얼어붙은 냇물을 몇 차례 건넌다. 푸르게 보이는 얼음 위를 조심조심 건넨다. 군데군데 얼음이 엷은 곳도 있어 신경이 쓰인다. 혼자서 눈과 얼음으로 뒤덮인 한적한 계곡을 달려 내려오니 마음은 먼 옛날의 동심으로 돌아가는 느낌이다.

 

이윽고 경사가 완만해지면서 아름다운 침엽수림이 나타난다. 어둑어둑한 숲속, 노랗게 깔린 숲길이 아름답다. 등산로는 마지막으로 개울을 건너더니 4시 50분 경 어의곡리로 이어진 도로로 올라선다.


 

마을로 통하는 도로에 산악회 안내리본이 걸렸으리라고 예상하고, 주위를 둘러 봐도 눈에 뜨이는 것이 없다. 도로를 따라 터덜터덜 걷는다. 교회가 보이고 마을이 가까워진다. 하지만 드문 드문 보이는 음식점들은 시즌이 아니라 모두 문이 굳게 닫혀있다. 버스도 보이지 않고, 산행리본도 없다. 잘못 내려온 게 아닌가 해서 뒤를 돌아본다. 뒤로는 지는 해를 받아 머리부분만 밝게 빛나는 산봉우리가 높직이 솟아 있다.

 

한참을 더 내려오니 길이 오른 쪽으로 휘면서, 왼쪽에 식당이 보인다. 마당에 승용차들이 서 있는 걸 보니 영업을 하는 것 같다. 혹시나 하고 안을 들여다본다. 대원들이 보인다. 유리문을 열고 들어선다. 대원들이 박수로 환영하며 반긴다. 5시 5분 경이다. 오늘은 약 7시간 20분 가량 산행을 한 셈이다.

 

자리를 잡아주는 대원, 스틱을 받아 주는 대원, 막걸리를 따라 주는 대원, 안주를 집어 주는 대원, 모두들 반갑게 환영한다. 가던 길을 되돌아 와 거센 바람 속에서 사진을 찍어주던 대원, 바람 부는 어의곡리 갈림길에서 묵묵히 기다려주던 후미 2인 방. - 아 ! 실로 山情은 無限하다.

 

이윽고 후미 2인 방이 잔류 대원들과 함께 환영의 박수를 받으며 들어선다. 술과 안주, 그리고 식사가 추가로 주문된다. 버스는 5시 45분 경 서울을 향해 출발한다.

 

 

(2005. 1. 16.)

Posted by Urimah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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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5년 1월 8일(토).
오늘은 대간 제45소구간을 산행한다. 코스는 『닭목재(680)-맹덕목장-왕산1쉼터(855)-왕산2쉼터(952)-고루포기산(1,238.3)-대관령전망대-횡계현-돌탑-능경봉(1,123.2)-대관령(840)』의 마루금이다. 도상거리 약 12Km, 산악회가 제시한 소요시간은 5시간 30분이다.

 

능경봉 정상의 등산 안내도와 이정표 자료를 종합하면 총 거리는 약 13.8 Km, 그리고 주요 구간거리는 다음과 같다. 『닭목재(2.1K)-목장(0.5K)-제1쉼터(2.0K)-제2쉼터(2.0K)-고루포기(1.06K)-전망대(1,58K)-쉼터(2.46K)-돌탑(0.3K)-능경봉(1,8K)-대관령』

<능경봉 정상의 등산 안내도>

 

비교적 코스가 짧고, 고루포기산과 능경봉을 넘는 단순한 코스라. 산악회가 제시한 시간을 목표로 하여 산행계획을 세운다.

 

눈이 오면 좋으련만 눈 소식은 없고 주말에 강추위가 예상된다는 예보다. 연말 연시에 이런저런 사정으로 결간한 대원들이 많더니, 날씨가 추워진다는 예보에도 불구하고 오늘은 참여인원이 많아, 좌석이 모자란다.

 

버스가 고속도로를 달리자, 밖은 무척 추운 모양이다. 버스 창에는 두터운 성에가 끼여 차창 밖으로 흐르는 겨울의 고속도로 주위를 볼 수가 없다. 무료하게 앉아 있다보니 어느새 잠이 들어 버린다. 9시가 조금 지나 버스는 소사 휴게소에서 정차한다. 밖은 생각보다 춥지는 않고, 바람도 잠잠하다.

 

지난 1월 1일, 태백산 산행 시, 장갑을 끼고도 동상에 걸렸던 신 회장님의 엄지손가락을 보고는, 동상이 무섭다는 것을 실감한다. 엄지손가락 윗부분의 피부가 완전히 벗겨져 붉게 속살이 들어 났는데, 속살까지도 동상을 입은 것 같다고 한다. 이를 보고는 추위에 충분히 대비하지 못한 대원들이 서둘러 장갑을 구입한다.

 

소사 휴게소에서 30분간 정차한 버스는 대관령을 지나, 이윽고 고속도로를 버리고 35번 국도로 들어선다. 해가 높이 솟자, 차창의 성에도 녹아 내리고, 물방울만 맺혀있다. 물기를 닦고, 밖을 내다본다. 아름답고, 평화로운 산골모습이 눈에 들어온다. 낮 익은 오봉 저수지를 지나고, 버스는 오른쪽으로 접어들어, 왕산천을 끼고 이어지는 137번 지방도로를 따라 닭목재로 향한다. 왕산천은 꽁꽁 얼어붙었다. 지방도로는 구불구불 가파르게 산 사면을 타고 오른다.

 

버스는 10시 20분 경 닭목재에 도착한다. 지난번 화란봉 산행 시 하산 지점이었던 닭목재라 낮이 익어 반갑다. 모두 모여서 단체 사진을 찍는다. 나는 뒤로 쳐져 신령각, 안내판 등을 카메라에 담고, 10시 25경 임도를 따라 산행을 시작한다.

<닭목재>

 

<신령각>

 

등산로는 임도를 벗어나 산길로 접어든다. 오른쪽으로 목장을 끼고, 떡갈나무 숲과 경계를 이루며 이어지는 등산로는 경사가 가파르다. 사면에는 언제 내린 눈인지 잔설이 깔려 있다. 눈과 바람으로 유명한 이 지역을 먼지가 풀풀 나는 임도를 걸으며 실망하던 중이라, 잔설이라도 눈을 보니 반갑다.

<목장과 숲 사이로 난 등산로>

 

등산로는 오른쪽으로 휘어지며 완만한 경사를 오른다. 왼쪽에서 불어오는 바람이 거세다. 길이 굽으면서 나무가 없이 왼쪽이 휑 뚫린 곳을 지날 때는 몸이 휘청할 정도로 바람이 거세다. 차가운 바람이다. 바람 하나는 제대로 불어주는 셈이다. 이런 바람마저 없었으면 섭섭할 뻔 헸다. 이곳까지 모자도 쓰지 않고 버티어 오던 오솔길 님이 더 이상 견디지 못하겠던지 길가에 배낭을 내려놓고 발라크라바를 꺼내 착용한다.

 

11시 30분 경, 표고 855m 에 마련한 왕산 1쉼터에 도착하여, 대원들과 사진을 찍는다. 이어서 드니로 님이 오솔길 님을 앞세우고 합류한다. 오늘은 드니로 님이 오솔길 님을 에스코트하기로 한 모양이다. 좋은 일이다. 일행은 더운 음료수를 나누어 마시고, 가파른 언덕길을 오른다. 아마도 955.6m 봉인 모양이다. 오른 쪽으로 대관령 넓은 목장지가 멀리 보인다.

 

길은 방화로로 이어진다. 눈이 오지 않아 방화로는 바람에 불려온 낙엽이 가득 싸여, 정강이 높이까지 발이 묻힌다. 등산로는 왕산2 쉼터를 지나 급경사 길을 오른다. 진달래 군락지를 지나고, 오른 쪽으로 절벽을 면한 능선길이 이어진다.

 

등산로는 비죽 비죽 솟은 잔돌과 나무 뿌리들로 거칠다. 12시경 첫 번째 철탑을 지나고, 12시 25분 경에 두 번째 철탑을 지나, 등산로 왼쪽으로 이정표가 서 있는 고루포기산(1238.3m) 정상에 선다. 이 때가 12시 30분이다. 정상에는 삼각점이 박혀있고, 잔설이 남아 있다. 동북쪽으로 능경봉이 커다랗게 다가서고, 그 뒤로 동해바다가 펼쳐 있다.

<고루포기산 정상 표지목 - 대원 사진>


 

<고루포기산에서 본 능경봉, 멀리 강릉시와 동해가 보인다.>

 

<대관령 전망대에서 본 횡계>

 

고루포기산 - 4자로 된 산 이름이 흔치 않은데다, 그 의미도 감을 잡기가 어렵다. 큰 고개, 높는 고개라는 의미의 방언에서 유래됐다는 설과 이 지역에 고로쇠나무가 많아 붙여진 이름이라는 두 가지 설이 있으나, 어느 것이 정설인지 알 수가 없다.

 

이 곳 고루포기산은 한전의 송전탑이 들어서면서 주변의 숲이 심각한 훼손을 입고 생태계가 파괴된 대표적인 케이스로 손꼽히는 곳이다. 고루포기산에서 발왕산까지 모두 49개의 송전탑이 있다고 한다. 강릉 수력발전소의 전기를 발왕산에 있는 용평스키장으로 끌어오기 위해 그 중간에 있는 고루포기산에도 송전탑이 들어서게 된 것이다.

 

산림지역 내에 송전탑 건설을 할 경우는, 필요한 장비와 자재를 헬기로 수송하여 공사를 하지만, 고루포기산에서는 송전탑 건설을 위해, 공사용 도로를 개설하여, 송전탑 부지 주변을 마구 파헤쳐 놓았다고 한다. 산 정상에서 불과 5m 떨어진 곳에 폭 6∼7m 가량의 송전탑 건설용 도로가 지나간다. 송전탑 건설용 도로의 길이는 진입로부터 일곱 군데의 송전탑 부지까지 약 3㎞에 이른다고 한다. 이런 도로가 백두대간 마루금을 마구 침범한다.

 

하지만 이미 훼손된 것을 어찌하랴? 한전과 쌍용, 그리고 강원도가 10년 또는 20년 계획을 세워서라도 훼손시킨 부분을 복원토록 하는 조치가 필요하겠다.

고루포기산을 내려서서 능경봉으로 향한다. 마주 오르는 등산객들이 많다. 12시 55분 경 대관령 전망대에 도착한다. 북으로 대관령 목장지가 시원하게 펼쳐지고, 북서쪽으로 횡계가 저 아래 누워있다. 영동고속도로가 넓은 벌을 가로질러 달린다. 눈이 쌓이면 장관이겠다.

<전망대에서 본 대관령>

 

횡계현으로 이어지는 길은 계속 내리막이다. 1시 17분 이정표에 이른다. <고루포기산 1.4K, 응경봉 3.7K> 중위 그룹이 길 가에 모여 앉아 점심을 들고 있다. 후미 그룹도 합류하여 함께 식사를 한다. 식사가 끝나자 중위, 후미그룹 구분 없이, 삼삼오오 짝을 지어 출발한다. 나는 1시 45분 경 식사를 마치고 드니로 님과 함께 출발한다. 후미 4인 방이 느긋하게 커피까지 즐기면서 뒤로 쳐진다.

 

점심식사 후지만 앞선 사람들을 따라 서둘러 걷는다. 길은 완만한 경사를 이룬 참나무 숲길로 전형적인 대간길 모습이다. 앞에 은영 당수가 걸어간다. 차련 님과 오솔길 님은 앞으로 치고 나갔는지 보이지 않는다. 1시 57분 또 하나의 이정표를 지난다. 능경봉까지 2.8Km가 남았다고 알려준다. 이제는 서둘러 걷지 않아도 한시간 반이면 하산할 수 있겠다. 서둘지 않고 천천히 언덕길을 오른다. 뒤로 후미 4인 방이 따라붙는다.

<이정표 - 능경봉 2.8Km>

 

은영 당수가 다리에 쥐가 날 것 같다고 길가로 비켜선다. 3주간을 결간하고, 오늘 조금 빨리 걸은 것이 무리가 된 모양이다. 후미 4인 방들이 대신 배낭을 받아 메고, 은영 당수의 다리 근육을 풀어 주며 함께 쉰다. 40대의 젊은 사람들 - 속도 경쟁을 하면 선두를 다툴 정도인데도, 교대로 뒤로 쳐져 참을성 있게 후미를 본다. 참으로 멋있는 사나이들이다. 신통한 젊은이들이다.

다리에 쥐가 난 은영 당수

 

나는 드니로 님과 함께 앞서 나간다. 경사가 점점 급해진다. 나뭇가지 사이로 고루포기산을 돌아보고 카메라에 담는다. 2시 46분 돌탑을 지난다. 급경사 길, 토사 붕괴를 막기 위해 큼직큼직한 자연석을 촘촘히 깔았다. 나무나 돌계단보다 자연스럽고, 보행에도 편하다. 2시 55분 능경봉 정상에 오른다.

<뒤돌아 본 고루포기산>

 

<돌탑>

 

능경봉 정상은 너른 헬리포트다. 정상을 알리는 이정표와 등산 안내도가 서 있다. 사방이 트였다. 다만 고루포기산 쪽으로는 나뭇가지가 가려 산의 모습을 깨끗이 카메라에 담기가 어려운 게 아쉽다. 강능시가 손에 잡힐 듯 내려다 보이고, 바다로 뻗은 공항 활주로까지 선명하게 보인다. 남서쪽으로 용평 리조트와 발왕산이 보인다. 이정표가 대관령까지 1.8Km라고 알려준다.

<능경봉 정상>

 

<능경봉에서 본 발왕산 방면>

 

<강릉시와 동해>

 

완만하고 부드러운 비탈길이 대관령까지 이어진다. 돌 하나 보이지 않는 아름다운 숲길이다. 서둘러 내 닫는다. 앞에 대원 둘이 내려가는 모습이 보인다. 3시 16분 제왕산으로 이어지는 임도에 도착한다.

<제왕산 이정표>

 

<고속도로 준공 기념탑>

 

샘터로 내려갔다 되돌아오는 대원과 합류하여 대관령 주차장으로 향한다. 고속도로 준공 기념탑이 우뚝 솟아 있다, 기념사진을 찍고 3시 30분 경, 버스에 도착한다. 오늘은 5시간 5분 정도 걸린 산행을 한 것이다. 이윽고 은영 당수가 후미 4인 방과 함께 도착하고, 버스는 오징어 불고기 집을 찾아 횡계로 향한다. 지난번 들렀던 납작식당에서 오징어 불고기를 안주로 한산주를 마시며 즐거운 시간을 보낸다. 버스는 4시 45분 서울을 향해 출발한다.

 

영동고속도로는 문막에서부터 막히고, 눈발이 휘날린다. 버스는 8시 30분 경에야 겨우 서울에 도착한다.

 

 

(2005. 1. 9.)



Posted by Urimah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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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백산(1,567m) 능선이 남쪽으로 흐르다가 부소봉(1,547m)에 부딪혀 두 줄기로 크게 갈린다. 한 방향은 동쪽으로 문수봉을 향해 달리고, 다른 한 쪽은 서남쪽으로 비스듬히 고도를 낮추어, 깃대배기봉(1,383m)에 이르고, 더욱 고도가 낮아지며 1141m의 차돌베기로 떨어진다. 이 흐름이 백두대간 길이다. 차돌베기에서 대간 길은 갑자기 방향을 서쪽으로 틀며, 다시 고도를 높여 신선봉(1,300m)을 이룬다.

<태백산 정상에서 본 걸어 온 방향 - 오른쪽으로 신선봉도 보인다.>

 

2005년. 정월 초하루. 7시 15분 경, 묘지 하나가 덩그렇게 놓여 있는 신선봉 꼭대기에서 20여명 가까운 대간꾼들이 떠오르는 해를 기다리고 있다. 이미 여명으로 주위는 많이 밝아졌다. 나뭇가지 사이로 검은 구름덩이가 산줄기처럼 떠 있고, 그 구름 위가 붉게 타오르고 있다. 머지 않아 찬란한 새해의 태양이 그 구름 사이로 불끈 솟을 참이다.

 

바람이 강하게 분다. 귀마개를 내린 모자를 깊게 눌러 쓰고, 그 위에 방풍 재킷의 모자를 덮어썼는데도 양 볼이 떨어져 나가는 듯 아프다. 습기 하나 없이 투명한 공기가 콧속을 아리게 한다. 이 때의 온도가 영하 18도였다고 하산 후 산악회 인솔자가 알려준다. 몰아 부치는 강풍까지를 감안한다면 체감온도는 영하 20도를 훨씬 웃도는 깡추위다.

 

차돌베기로 내려서는 비탈길의 잡목들이 주위의 물기를 모아 나뭇가지들을 하얗게 꽃피우고 있다. - 상고대. 추위로 카메라가 작동을 멈추어, 이처럼 아름다운 광경을 잡지 못한다. 조금 더 시간이 지나자 고오텍스 등산화로 중무장한 발마저 시려 온다. 결국 추위에 견디지 못하고, 일출 보기를 포기한다. 서둘러 몸을 움직여, 상고대 사이로 이어진 비탈길을 내려선다.

<신선봉 골짜기 상고대 - 대원 사진>

 

<신선봉의 새해 일출 - 산악회 대원 사진>

 

2004년 12월 31일(금)
제40회 토요 대간산행은 무박으로 제37구간을 간다. 산행코스는 『도래기재(780)-구룡산(1,345.7)-곰넘이재(1,080)-신선봉(1,300)-깃대배기봉(1,383)-부소봉(1,546.5)-태백산(1,566.7)-화방재(950)』로 도상거리는 약 23 Km이다. 산악회에서는 산행 소요시간을 10시간으로 보고있다.
지난해 이 코스를 산행한 2차대의 후미는 12시간 55분을 소요했다. 나는 목표시간을 12시간으로 정하고 산행계획을 세운다.

 

백두대간을 한답시고, 섣달 그믐날 밤에 집을 나가 정월 초하루에 돌아오겠다는 남편을 좋은 마음으로 떠나보낼 부인이 흔할 리 없다. 집사람은 하루 종일 말이 없다. 저녁 무렵 몇 시에 나갈 거냐고 묻는다. 9시 반경이라고 간단히 대답한다.

 

봉화산에서 소화불량으로 고생하던 일, 김 서린 안경을 쓰고 비나리는 조항산 칼바위 길을 걷던 일, 고적대 넘어 분지로 내려오다 낙엽에 덮인 나무뿌리에 걸려 개구락지가 되던 일,... 누이동생은 이런 산행기를 보면 메일을 보낸다.

 

"오빠 산천 유람하는 건 좋은데, 동생 간 다 떨어진다고.... 자기가 그러니 언니는 가까이에서 보면서 얼마나 애간장이 탈 것이냐" 라는 내용이다. 하지만 집사람은 현명하다. 봉화산 산행기를 보고 난 이후는 아예 산행기는 거들 떠 볼 생각도 하지 않는다.

 

밤 10시 15분 경. 서초 구민회관 앞, 한 밤중인데도 배낭을 멘 등산객들로 붐빈다. 대형 버스들이 길가의 차선 하나를 완전히 점령하고 길게 늘어서 있다. 설악산, 지리산, 태백산으로 새해를 맞으러 떠나는 사람들을 기다리는 산악회 전세 버스들이다. 새해 첫날 해돋이를 보러 나서는 사람들이 많다는 이야기는 들었어도, 이 정도로 많을지는 상상도 못한다. 아주머니, 할머니들도 떼지어 모여있다. 새해를 맞아 첫 불공을 떠나는 분들이라고 한다.

 

이 많은 사람들 중에 3차대간 팀 대원은 신 회장님과 함 선생 부부만이 눈에 뜨인다. 연말 연시의 이런 저런 사정으로 대부분이 결간을 하는 모양이다. 신 회장님은 산악회로부터 연락을 받았다고 한다. 오늘 산행 인원은 45명, 그중 3차대간 팀 요원 14명을 포함한 20여명이 대간 코스를 산행하고, 나머지 25인은 태백산 일출을 보기 위해 참여한다고 한다.

 

10시에 동대문에서 출발한 산악회 버스가 10시 30분이 넘어도 도착하지 않는다. 길이 많이 막히는 모양이다. 날씨가 생각보다 많이 춥다. 내복을 입지 않은 아랫도리가 춥게 느껴지고, 등허리가 써늘하다. 10시 40분이 지나는데도 버스는 나타나지 않는다.

 

위쪽에서 대원 한 사람이 뛰어 내려온다. 길가 버스 행렬에 막혀, 버스가 위쪽에서 대기 중이란다. 위쪽으로 이동하여, 버스에 오른다. 버스가 겨우 북새통을 뚫고 빠져 나온다. 복정역에서 승객 한 명을 더 태우자, 버스는 만원이다. 산악회 인솔자가 앉을 자리가 없다. 인솔자는 치악 휴게소에서 정차할 예정이니 그 때까지 쉬라고 인사한 후 바닥에 자리를 펴고 앉는다.

 

버스가 중부고속도로를 벗어나 영동고속도로로 갈아타고 이천을 지나자, 동해 쪽으로 해돋이를 보러 가는 차량들로 도로가 막혀, 우리 버스도 가다 서다를 반복한다. 할 수 없이 여주 휴게소에서 잠시 정차 한 후 38번 국도를 타기로 방향을 바꾼다. 버스는 자정을 넘기고, 새해에 들어 겨우 여주 휴게소에 도착한다. 이 곳에서 20분간 정차한다. 날씨가 예상보다 추우면 입으려고 비상용으로 배낭에 넣어 온 내복 하의와 상의를 들고 화장실로 간다. 여주 휴게소도 만원이라, 겨우 빈 화장실을 찾아, 내복을 껴입는다. 한결 따듯하다.

 

버스가 출발하자 산악회 인솔자는 산행자료를 배포하고 산행에 대해 설명한다. 대간 산행은 10시간에서 12시간 정도 걸릴 것으로 예상됨으로 오후 3시까지는 화방재에 도착하라고 당부한다. 한편 화방재에서 출발하여, 유일사를 거쳐, 천제단에서 해돋이를 보고, 만경대, 문수봉을 지나 당골로 하산하는 팀의 소요 시간은 5시간에서 6시간 정도를 예상한다고 한다.

 

버스는 다시 소등하고 뻥 뚫린 국도를 달린다. 어느 틈에 잠이 들었나보다. 실내등이 켜지는 서슬에 잠이 깬다. 버스가 도래기재에 도착한 것이다. 산악회 안내인도 잠이 들었었는지 버스가 정차 한 후에야 마이크를 잡고, 대간 팀은 하차하여, 10분간 산행 준비를 한 후, 산행을 시작하자고 한다. 이 때가 3시 4분 경이다.

 

버스가 헤드라이트 켜서 어둠을 밝히고, 대간 팀은 헤드랜턴을 쓰는 사람, 등산화 끈을 매는 사람, 스틱 길이를 조절하는 사람, 배낭에서 방풍재킷을 꺼내 입는 사람, 제 각기 산행 준비에 바쁘다. 3시 10분 경 산행준비를 마친 대원들부터, 왼쪽으로 4개의 깃발이 나부끼는 등산로 입구로 진입한다. 나도 서둘러 산행준비를 마치고 이들에 끼어 든다. 어둠 속에서 인원을 파악하려는지 누군가 앞에서부터 번호를 붙이라고 한다. 7번이 내 차례다. 번호는 11번인가에서 그치고 더 이어지지를 않는다. 아직 준비를 마치지 못한 대원이 따르지를 못하는 모양이다.

<산행준비>

 

밝은 낮이면 서둘게 없겠지만, 캄캄한 밤중에 후미에 홀로 쳐지는 것은 겁나는 일이다. 앞사람의 배낭과 등산화 뒤 꼭지의 야광 불빛만 보고 꾸준히 따라 붙는다. 이윽고 선답자들이 산행기에서 말한 무덤 1기가 오른 쪽으로 보인다.

 

고도가 서서히 높아지면서 왼쪽에서 바람이 강하게 분다. 속내복까지 껴입어 몸은 춥지 않지만, 노출된 양 볼이 따갑다. 장갑도 두툼한 이중 장갑을 꼈더니, 손 움직임은 둔해도 손이 시린지는 모르겠다. 나중에 들은 이야기지만 이 때의 기온이 영하 14도 내지 15도 정도였다고 한다.

 

오르막 경사가 비교적 완만하여 스틱의 도움을 받으며, 큰 어려움 없이 앞사람을 따른다. 경사가 심한 곳에서 다소 뒤쳐지더라도 길이 평탄해지면 속도를 내어 다시 따라 붙는다. 앞으로 첫 번째 임도가 희게 가로지른다. 시계를 보니 3시 40분이다.

 

앞사람 야광 불빛만 보고 걷는 행보가 계속된다. 바람이 직접 뺨에 닿지 않도록 고개를 숙이고 걷다보니 하늘 한 번 올려보지도 못한다. 별이 총총한지, 달의 모양이 어떤지 관심을 가질 여유가 없다. 이윽고 4시 20분 경 2번째 임도를 건너. 가파른 절개지를 타고 오른다.

 

아마도 진달래 군락지를 지나는 모양이다. 윈드 재킷과 배낭에 나뭇가지 스치는 소리가 요란하다. 경사가 점점 심해지더니 이윽고 넓은 헬리포트에 이른다. 입구에 구룡산 정상임을 알리는 나무 팻말이 서 있다. 카메라를 꺼내 사진을 찍는다. 5시 14분이다. 도래기재를 출발한 후 약 2시간이 경과한 시각이다. 목표시간보다 무려 1시간이나 빠른 진행이다. 땅만 보고 내쳐 달린 결과다. 안쪽으로 이동하니 정상석이 서 있다. 다시 카메라를 열고 사진을 찍는다. 하지만 추위로 카메라가 제대로 작동을 하지 않아 사진 찍기에 실패한다.

<구룡산 정상 표목>

 

어둠 속에서 내리막길을 내 닫는다. 땅은 얼어 단단하고, 눈이 온 흔적도 없다. 몇 차례 업 다운을 거쳐 이윽고 이정표 앞에 선다. <구룡산 5km, 차돌베기 6Km, 참새골 6Km> 6시 12분, 곰넘이재에 도착한 것이다. 앞섰던 대원들이 모여있다. 회장님이 지도를 펴 들고 이정표를 보며 가야할 방향을 가늠하고 차돌베기를 확인한다. 이정표를 카메라에 담는다. 주머니 속에 따듯하게 보관해서인지 여기서는 사진이 찍힌다. 이정표에는 소요시간도 쓰여 있으나 누군가가 앞뒤 글자를 긁어내어, 차돌베기까지 1시간이 소요된다고 적혀있다. 실제로는 2시간 가까이 소요되는 거리다.

<참새골 이정표>

 

이렇게 빨리 곰넘이재에 도착하리라고는 예상을 못해, 순간적으로 가야할 차돌베기를 곰넘이재로 착각한다. 그래서 이제부터는 내리막길이라고 예상하는데, 대간 길은 오르막이 계속되고, 이어서 급경사 길로 이어진다. 오른쪽에 묘가 누워있다. 그제야 곰넘이봉은 이미 지나고 지금은 신선봉을 오르는 중이 라는 걸 깨닫는다. 길은 점점 가팔라지면서 힘이 든다. 급경사 길에 밧줄이 늘어져 있다. 두 스텝 걷고, 한 스텝 쉬는 특유의 주법으로 천천히 걷는다. 뒤 따라 오는 대원들에게는 미안하지만, "오네 하스트, 오네 라스트(서두르지 말고 쉬지 마라)" 라고 내가 좋아하는 문구를 불경 외우듯 속으로 되 뇌이며 천천히 걸어 오른다.

 

힘이 많이 든다. 먼 산행을 할 때는 지치기 전에 쉬고, 시장하기 전에 먹으라 하지 않던가? 이제 먼동이 트는지 주위도 훤해진다. 길옆으로 벗어나 잠시 숨을 고른다. 막힌 길이 뚫리니, 몇 사람이 반갑다고 앞으로 치고 나간다. 한 숨돌리고 다시 대열에 합류하여 천천히 오른다. 이윽고 오름세가 끝나고 공지에 이른다. 중앙에 묘지 하나가 덩그마니 누어 있다. 신선봉 정상이다. 7시 10분 경이다.

 

정상에 서니 바람이 거세고, 날씨가 춥다. 카메라를 꺼내 그로테스크한 무덤을 찍어 보지만 역시 작동하지 않는다. 오른쪽으로 산행 리본들이 무수히 걸려있고, 그 옆 나뭇가지에는 이정표가 매달려있다. 뒤따르던 대원들도 다 오르고, 몇 사람은 추위를 견디지 못해 오른쪽 길로 서둘러 하산한다. 하산 길은 잡목들이 하얗게 얼어 있다. 아름다운 광경을 찍으려 카메라를 품속에 넣어 따스하게 한 후 시도해봐도 역시 말을 듣지 않는다. 안타깝다. 추위도 잊는 채 몇 번을 시도해 봐도 번번이 실패한다.

 

정상 쪽이 시끄럽다. 무덤 뒤쪽으로 직진했다가 길을 잘 못 든 것을 눈치채고, 선두 그룹이 다시 정상으로 되돌아 온 거다. 이제 정상에 거의 전 대원이 모두 모였다. 곧 일출이 시작될 터이니 여기서 일출을 보자는 제안에 모두 자리를 잡고 동쪽 하늘을 바라본다.

 

동쪽하늘이 붉게 물들어 있다. 머지 않아 새해 첫날 첫해가 솟아오를 참이다. 하지만 바람이 거센 정상은 너무 너무 춥다. 재치 있는 대원이 보온병의 뜨거운 물로 커피를 타서 나누어 마셔보지만 언 발에 오줌 누는 격이다. 움직이지 않고 서 있으려니 발마저 시려온다.

 

일출을 보는 것도 좋지만, 추위에 견디지 못한 나는 상고대 사이로 난 하산 길을 혼자 내려선다. 상고대를 사진으로는 보았지만, 실제 모양은 처음 본다. 신비할 정도로 아름답다. 하지만 여명 속에서 보아서일까 무언가 어두움이 깃든 아름다움이란 느낌이 든다. 도봉산 망월사 쪽에서 포대능선 너머로 지는 해를 받으며, 영롱하게 반짝이던 수빙(樹氷)과는 전혀 다른 느낌의 아름다움이다.

 

등산로는 키가 큰 산죽 사이로 이어진다. 산죽의 높이가 내 키를 웃돈다. 산죽 잎 위에도 하얗게 서리가 내렸다. 보이지 않는 발 밑을 조심하며 천천히 걷는다. 많은 사람들이 추위를 견디지 못해, 일출 보기를 포기하고 줄줄이 하산한다.

 

무성한 산죽 군락지가 그치고 등산로는 언덕길을 오른다. 7시 40분 경, 왼쪽으로 커다란 암벽이 솟아, 북쪽에서 불어오는 바람을 막아주는 아늑한 곳에 이르러 아침식사 채비를 차린다. 보온 도시락의 밥을 국에 말지만, 따듯한 기운은 금방 사라져, 바로 차게 식어 버린다. 손이 무척 시리다. 배낭에서 얇은 장갑을 꺼내 끼고, 서둘러 식사를 한다. 바람은 없지만 움직이지 않으니 발이 시리다.

옆에서 컵 라면에 뜨거운 물을 부어 넣고, 한참 기다린 후 뚜껑을 열어 본 젊은이들이 깜짝 놀란다. 컵 속에 살얼음이 얼어 있다고 한다.

 

신선봉 정상에서 끝까지 남아서, 뜻 깊은 일출을 보고 하산한 일행 6명이 도착하고. 식사를 마친 대원들은 이들에게 자리를 내 준 후, 8시 15분 경 서둘러 출발한다. 8시 46분 차돌베기 이정표를 지난다.<참새골 입구 6Km, 태백산 10Km,>

 

차돌베기에서 등산로는 북쪽으로 휘어지고, 비교적 평탄한 마루금이 계속된다. 이제는 해도 높이 솟아올라 추위도 많이 가신다. 한차례 내리막을 거쳐 오름세로 이어진다. 1,174m 봉을 지나는 모양이다. 뒤돌아보니 나무 가지 사이로 신선봉이 우뚝 솟아 있다. 카메라를 꺼내 사진을 찍어본다. 이제는 카메라도 제대로 작동한다. 길은 내리막을 거쳐 안부에 도착한다.

<태백산 구간 백두대간 등산 안내도 - 대원 사진>

 

길은 다시 가파른 오르막으로 이어지고 40여분쯤 오르니 경사가 완만해 지며 산죽 군락지로 이어진다. 산죽들 위로 눈이 하얗게 뿌려져 있다. 참나무 숲 사이로 평탄하고 넓은 능선길이 지루하게 이어진다. 주위의 경관도 특별한 것이 없다. 잔설이 덮인 길을, 눈 밟는 소리를 들으며,터벅터벅 걷는다. 차돌베기에서부터 이런 단조로운 길이 약 3시간 정도 이어진다. 아무 생각도 없다. 머리 속이 하얗게 표백되는 느낌이다. 태백산을 남성다운 중후함과 포용력을 지닌 산으로 표현한 이유를 알겠다.

<눈가루가 흩날린 산죽길>

 

 

<유장한 대간길 - 과연 큰 산이다>

 

11시 13분 나뭇가지에 산행 리본이 무수하게 매달린 봉우리에 선다 아마도1,467m 봉인 모양이다. 문수봉이 오른쪽으로 가까이 보이고 등산로는 내리막으로 떨어지더니 산 사면을 타고 이어진다. 11시 29분 왼쪽으로 태백산이 보인다.

<1,467m 봉을 내려서는 대원>

 

<태백산 정상, 주목 그리고 고사목>

 

11시 43분 문수봉 갈림길 이정표에 이른다. 뒤따라 온 대원들과 함께 기념사진을 찍는다. 이 위치에서 추위에 떨며 서 있던, 신선봉이 멀리 보인다. 태백산 정상에는 많은 사람들이 모여 있고 , 정상 쪽에서 문수봉을 향해 하산하는 등산객들이 긴 행렬을 잇고 있다. 우리는 이 흐름을 역류하여 태백산 정상을 향한다.

 

11시52분 첫 번째 제단 앞에 선다. 쾌청한 날씨, 하늘에는 구름 한 점이 없다. 뒤돌아보니 걸어 온 길이 아스라이 보인다. 12시 3분, 천왕단에 오르지만. 사람들이 많아, 천왕단이나, 태백산 정상석 앞에서 사진을 찍으려면 한참을 기다려야한다. 다행히 산악회 인솔자가 기다리다가 자리를 마련하고, 천왕단 앞에서 우리 일행의 사진을 찍어준다.

<천왕단>

 

<문수봉>

 

 

<장군봉>

 

동서남북 사방이 탁 트였다. 동남쪽으로 문수봉이 코 앞에 있고, 그 뒤로 이름 모를 산들이 푸르게 보인다. 북쪽으로 가까이 보이는 산이 함백산이다. 서남쪽으로 역광 속에 오늘 걸어 온 능선이 멀리 펼쳐 있다.

<정상에서 본 주목과 산 1>

 

<정상에서 본 주목과 산 2>

 

12시 15분 경 장군봉에 이른다. 역시 등산객들이 몰려 있다. 조망이 끝내준다. 특히 북쪽과 동쪽의 조망에 막힘이 없다. 사진을 찍고 사방을 두리번거리는 동안 우리 일행은 모두 하산을 한 모양이다. 아쉽지만 더 지체하지 못하고 12시 20분 경 유일사 쪽으로 하산을 시작한다.

<장군봉의 장군단>

 

<장군봉에서 본 함백산과 복쪽 조망>

 

<장군봉에서 본 동쪽 조망>

 

유일사로 내려가는 길은 경사가 급한 돌길이다. 군데군데 얼음이 언 곳이 흙에 덮여 있다. 가벼운 차림의 등산객들이 줄지어 오른다. 무질서하게 올라오는 이들을 피해서 내려서야 한다. 위험한 길이다. 마음은 급하지만 조심조심 내려선다. 유일사 까지가 무척 멀게 느껴진다.

 

유일사 쉼터에서 우리 일행들이 쉬고 있다. 신 회장님도 보인다. 아마도 최후미로 쳐진 나를 기다린 모양이다. 뜨거운 라면 국물과 소주잔을 받아 마신다. 몸이 확 풀리는 느낌이다. 신 회장님을 선두로 후미 그룹이 화방재로 향한다. 비교적 평탄한 길이지만 추위 속에서 잠도 못 자고 10시간 정도를 걸은 지친 몸에게는 지루하고 먼 길이다. 서둘러 걸으니 몸에서 땀이 솟는다.

<신령각 이정표>

 

1시52분 신령각 이정표를 지난다. 이제 화방재가 멀지 않다. 다시 힘을 내 걷는다. 2시 10분 경 화방재에 도착한다. 강추위를 견디고 거센 바람을 헤치며 걸은, 약 11시간에 걸친 산행이 막을 내린다. 새해를 맞는 첫날, 힘든 산행을 거뜬히 마친 것이다. 비록 몸은 무거워도, 정초부터 무언가를 한 건 올린 듯한, 흐뭇한 기분에 잠긴다.

 

버스는 2시 30분 경 서울을 향해 출발한다.


(2005. 1. 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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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 산악회가 수요 당일백두대간 종주를 진행하고 있다. 5월 달에는 8번째에서 12번째 구간산행을 계획하고 있고, 그 중 9번째에서 12번째까지의 3구간이 내가 땜방을 해야하는 구간이다. K 산악회는 내가 처음 당일백두대간 종주를 시도했던 산악회로, 작년에는 회원들의 참여 부진으로 당일대간 팀이 도중에 해체되는 일이 있었던 산악회다.

 

처음 시도했던 백두대간 산행이기 때문인가? 비록 중도에 해체는 됐어도, 산행을 하면서 즐거웠던 일들이 오래도록 기억에 남아, 가끔 K 산악회 홈페이지를 방문하는 것이 버릇처럼 됐고, 그러다 보니 얻게된 정보다. 한편 산정 산악회 6차 백두대간 팀의 이 구간 산행일정은 7월로 잡혀있다. 땜방을 하더라도, 7월 한 여름보다는 5월이 나을 것 같고, 오랜만에 K 산악회의 회장도 만나 볼 겸, K 산악회를 통해, 5월중에 땜방 산행을 하기로 한다. 산정의 대빵 님도 이 정도는 충분히 양해하리라 믿기 때문이다.

 

2005년 5월 11일(수)
오늘 땜방 산행 코스는 『우두령(720m)-삼성산(985.3m)-바람재(810m)-황악산(1,111.4m)-백운봉(770m)-운수봉(680m)-궤방령(330m)』으로 마루금 도상거리는 약 12Km, 산악회 기준 시간은 약 5시간 30분이다.

<황악산 구간 지도>

 

오늘의 실제 산행기록은 아래와 같다.
『10:30 우두령- 10:47 870m봉- 11;16 삼성산- 11:49 여정봉(1,030m봉)- 12:08 바람재- 12:29 신선봉 갈림길- 13:00 능여계곡 삼거리- 13:10 황악산- 13:35 중식 후 출발- 14:23 여시골산 갈림길- 14:27 여시굴- 15:00 여시골산- 15:28 궤방령』 마루금 소요시간 4시간 23분, 중식 25분, 모두 합쳐, 약 5시간이 소요된 산행이었다.

 

버스는 경부고속도로를 달린다. 중부지방부터 오후에 비가 내린다더니, 하늘은 잔뜩 찌푸리고 있어, 날씨는 몹시 우중충하다. 봄꽃들은 이미 간 곳이 없고, 나뭇가지들의 새순도 야들야들한 연초록 단계를 지나, 점차 녹색이 진해지는 계절이다. 지난 5월 5일이 입하(立夏)이니, 계절은 벌써 성큼 여름이다.

 

아침 식사를 하라고 죽암 휴게소에서 25분 간 정차했던 버스는 10시에 황간 인터체인지로 내려서서 49번 국도를 타고, 임산에 이르러, 901번 지방 도로로 바꿔 탄다. 산악회 회장이 오늘 산행에 대하여 설명한다.

 

오늘 산행하는 황악산(黃岳山)은 산 이름에 악(岳)자가 들어 있지만 전형적인 육산이란 점. 이 산 보다도. 고구려 아도화상이 418년에 창건했다는, 천년사찰 직지사가 더 유명하여 많은 관광객들이 찾는 곳이라는 점. 직지사 쪽에서 보면 대간 능선이 부채꼴로 펼쳐있고, 일반 등산객들이 많아, 이제까지 수 십 차례 이 곳을 산행했지만, 알바를 하지 않고 지난적이 한번도 없다는 점. 선두보다는 중위 그룹에서 알바하는 경우가 많으니 특히 주의하라고 강조한다.

대간길에는 잡목이 많고, 싸리나무가 무성하여, 이 구간에서 잡목에 눈을 찔려, 실명한 대원도 발생한 곳이니 특별히 조심하고, 앞사람과는 1.5m-2m 정도의 거리를 두고 걸어서, 싸리나무 회초리로 얼굴을 맞는 일이 없도록 하라고 주의를 준다.

 

버스는 10시 30분 경 짙은 구름 사이로 햇빛이 내려 비치는 우두령에 도착한다. 우두령에는 동물 이동로(移動路)를 만드는지, 중장비를 동원한 공사가 한창이다. 회장님은 지금은 경방기간이라, 산림 감시원이 나타나기 전에, 재빨리 숲 속으로 숨어들라고 재촉한다.

 

숲 속에서 산행 준비를 마치고, 완만한 산 사면을 오른다. 상수리나무들의 녹색, 새 순이 밝은 햇빛 아래 반짝인다. 상큼한 산 냄새가 코끝에 와 닿는다. 상쾌하다. 능선에 올라서자 경사가 급해지더니, 이윽고, 산행 표지기가 어지럽게 달려 있는 870m봉에 오른다. 좁은 공간에 사방이 나무에 가려 조망이 별로다. 철쭉 한 그루가 연분홍 꽃잎을 활짝 피우고, 화사하게 서 있다.

<신록의 대간길이 상큼하다>

<870m봉 정상 가까이에 핀 연분홍 철쭉>

 

등산로는 내리막을 거쳐 평평하게 이어진다. 등산로 주변에 야생화들이 얼굴을 내밀고, 여자 대원들은 산나물을 캐느라 등산로를 벗어나 숲 속을 헤맨다. 널널하게 산책하는 기분으로 걷는다. 길은 서서히 오르막으로 바뀌고, 정면 나무사이로 삼성산이 보인다, 우두령을 출발한지 약 45분이 지난 후, 삼성산 정상에 선다. 정상에는 갈대가 무성하고 삼각점이 박혀 있다. 조망이 좋은 곳이라고는 하지만 북서방향만 뚫리고, 나무에 가려 남쪽의 대덕산, 삼도봉 등 대간 능선은 조망하지 못한다. 아쉽다.

<당겨 찍은 삼성산>

 

삼선봉을 내려오다 전망이 확 트인 곳에 선다. 정면으로 가야할 능선이 눈앞에 펼쳐진다. 1,030m봉이 푸르게 우뚝 솟아 있고. 그 뒤로 누렇게 벗겨진 관측소가 이어진다. 그리고 멀리 황악산이 보인다. 동쪽으로는 주례리가 내려다보이고. 눈 아래, 숲에 묻힌 암자가 보인다. 삼성암인 모양이다. 당겨서, 카메라에 담는다.

<가운데 뾰족 한봉우리가 여정봉, 오른쪽 으로 관측소, 그 뒤로 황악산>

<주례리>

안부를 지나 등산로는 오르막으로 이어진다. 천천히 오르막길을 오른다. 정상에는 여정봉(1,030m)이라는 팻말이 나무에 걸려 있고, 대간길은 오른쪽으로 굽어, 급경사 내리막으로 이어진다. 저 아래 관측소가 보이고, 이윽고 관측소 앞 임도에 이르자, 산행 표지기가 왼쪽 숲으로 이어지는 등산로 입구로 유도한다.

<여정봉(1,030m)>

<관측소-대간길은 리본 달린 왼쪽으로>

임도를 따라 이어진 숲길은 다시 임도와 만난다. 아래에 헬리포트가 보인다. 바람재다, 바람재를 뒤로하고, 신록이 아름다운 봉우리 두개가 우뚝 솟아있다. 형제봉이다. 12시 8분 경 바람재의 헬리포트에 내려선다. 산행 시작 후 1시간 38분이 경과된 시점이다. 헬리포트에는 회장님과 대원 몇 사람이 쉬고 있다.

<바람재와 형제봉>

<임도에서 본 형제봉과 황악산>

형제봉으로 이어지는 급경사 길을 오른다. 20여분을 허위허위 올라, 신선봉 갈림길 이정표를 지나고. 나뭇가지 사이로 황악산을 카메라에 담는다. 12시 46분 경 형제봉을 지난다. 등산로는 다시 평지로 이어지고. 북서쪽으로 영동군이, 그리고 579번 지방도로가 아련히 내려다보인다. 다시 경사가 급해지면서 황악산 사면으로 이어진다. 뒤돌아 뾰족하게 솟은 형제봉을 카메라에 담는다. 1시에 능여계곡, 직지사 갈림길 이정표를 지나, 5분 후 황악산 정상에 선다.

<신선봉 갈림길 이정표>

<형제봉 오르다 본 황악산>

<굽어 본 영동군>

<뒤돌아본 형제봉>

황악산 정상에는 한뫼 산악회에서 세운 정상석이 서있고, 돌탑이 쌓여있다. 또 산림청에서 세운 커다란 백두대간 해설판도 자리를 잡고 있다. 기념사진을 찍고, 주위를 둘러본다. 북쪽과 동쪽방향의 시야가 트여 있다, 동쪽으로 멀리 김천시가 광활하게 펼쳐있고, 바로 아래로 직지사가 내려다보인다.

<정상석과 돌탑>

<김천시>

<직지사>


 
정상 동쪽 사면 나무그늘 아래에 혼자 앉아 김천시를 굽어보며, 도시락을 푼다. 쾌청한 날씨에 바람이 시원하다. 식사를 마친 대원들이 하나 둘 하산한다. 나도 천천히 따라 일어선다. 북쪽 헬리포트 앞에 세워진 장승같은 이정표는 북으로 곤천산, 동으로 지곡사, 남으로 형제봉/ 바람재를 가르치고 있다. 족히 3m 정도는 될 듯 싶은 멋대가리 없이 키만 큰 이정표다.

<황악산 정상의 장승 이정표와 헬리포트>

동쪽으로 내려가는 등산로를 따라 하산한다. 한 5분쯤 걸으니 황악산, 직지사 양 방향만을 표시한 장승 이정표가 서있다. 조금 더 내려서니, 잘 나 있는 등산로에서 벗어나 왼쪽으로 희미하지만 뚜렷한 등산로가 보인다. 회장님이 잘 나있는 등산로를 버리고, 왼쪽 길을 택하라는 곳이 여기인 모양인가 하고 망설이며, 뒤에 오는 대원을 기다린다.

 

뒤에 오던 대원도 왼쪽길이 맞겠다고, 그 길을 택하자고 한다. 함께 10여분 가까이 걷는다. 등산로임에는 틀림없지만 산행 표지기 하나 없는 것이 아무래도 이상하다. 나침반을 꺼내 방향을 본다. 우리가 지금 걷고 있는 길은 북으로 향하고 있고, 지도 위의 마루금은 북동 방향이다. 잘못을 확인하고, 서둘러 원점에 회귀하여, 잘 나있는 등산로를 따라 내려간다. 간간이 대간 표지 리본이 걸려있고, 멋대가리 없는 장승 이정표를 2번씩이나 지나치지만, 단순히 황악산, 직지사 양 방향만을 표시하고 있어 아무런 도움이 되지 못한다.

 

내려오는 길에 전망대에 선다. 뒤돌아보니 우두령을 출발하여 지나온, 870m봉을 비롯하여, 삼성산, 바람재, 형제봉 등이 황악산을 향해 달리는 모양이 한 눈에 들어온다. 뒤로는 멀리 석교산이 보인다. 가히 장관이다.

<걸어온 능선- 삼성산, 바람재, 형제봉으로 이어진다.>


마주 등산객 두 사람이 올라온다. 이 길이 궤방령 가는 길이냐고 물었더니, 궤방령은 잘 모르겠고, 자기들은 직지사에서 올라오는 길이라고 한다. 그런데 한 사람이 말을 보탠다. 요 아래에서 K 산악회에서 온 사람이, 혹시 도중에, K 산악회에서 온 사람들을 만나거든, 이 길을 따라 계속 내려오라고 전해 달라고 부탁하더란다. 비로소 안심하고 비탈길을 내 닫는다.

 

2시 24분, 여시골산, 직지사, 황악산이 갈리는 삼거리에 도착한다. 이곳에는 제대로 세 방향을 표시하는 장승 이정표가 서 있고, 쉬었다고 가라고 친절하게 벤치까지 마련해 놓고 있다. 이제까지 달랑, 양 방향만을 표시한 이정표만을 세운 사람들의 무신경이 참으로 한심하게 느껴진다. 일행들을 뒤 따라 여시골산 오름 길을 부지런히 걷는다. 후미를 기다리던 회장님을 따라 잡고, 나물 캐는 여자대원들을 지나친다.

<직지사 삼거리>

실제로 이 구간은 알바를 할 만큼 길조심을 해할 곳이 많지는 않은 것 같다. 북으로 달리던 대간길이 황악산에서 북동쪽으로 휘어진다는 것만 기억하고, 잘 나있는 등산로를 따라, 산행 표지기가 지시하는 방향으로, 그리고 무조건 이정표의 직지사 방향으로만 진행하면 만사 오케이라 하겠다. 복잡하게 생각하면 오히려 헷갈린다. 오늘도 중위 그룹은 하산 길에서 왼쪽 길을 따라 걷다가, 뒤쫓아간 회장님이 다시 데리고 나왔다고 한다.

등산로 왼쪽으로 바위굴이 땅 속으로 깊게 떨어진다. 아마도 여시굴인가 보다. 지루한 길이 계속된다. 나뭇가지 사이로 빼꼼이 얼굴을 내민 황악산을 카메라에 담는다. 무덤 1기를 지나고, 산행 표지기가 어지럽게 매달린, 봉우리에 오른다. 여시골산인 모양이다.

<여시굴>

<뒤돌아 본 황악산>

 

평평하게 이어지던 등산로가 급경사로 떨어진다. 저 아래로 차들이 지나가는 소리가 들린다. 이윽고 등산로는 수로을 건너 임도로 이어진다. 3시 15분 경, 수로에서 젊은 홀대간꾼을 만난다. 몇 일을 걸었는지, 수염이 더부룩하지만, 무척 선량해 보이는 얼굴이다. 옆에 내려놓은 배낭은 내 배낭의 두 배는 넘겠다. 해 지기 전에 야영 터를 찾아야 할 터인데, 아마도 황악산 정상 못 미쳐, 헬리포트에서 자게 될지도 모르겠다.

 

독일어에 "아인잠카이트(Einsamkeit)", "즈바이잠카이트(zweisamkeit)"란 말이 있다. 또 "군중 속의 고독(Alone with Everybody)"이란 말도 있다. 혼자 있어도 고독하고, 둘이 함께 있어도 고독하고, 군중 속에서도 고독을 느끼는 것이 사람이란 소리다. 고독이라는 것은 마치 그림자와도 같아서, 떨쳐 버릴 수도 없는 것인 모양이다. 그래서 우리들은 "고독을 스스러워하지 않고, 외로움을 외로움대로 있게" 해 달라고 기도를 한다. 젊은 홀대간꾼에게서는 이러한 기도소리가 크게 들려오는 것 같다.

 

궤방령으로 내려서면서, 앞에 보이는 가성산을 카메라에 담는다. 길가에 하얗게 꽃을 피운 조팝나무 한 그루가 아름답다. 3시 28분 경 도로에 내려서서, 오른 쪽 궤방령 쉼터 부근에 정차해 있는 버스에 오른다. 버스에서 땀에 젖은 상의를 갈아입고, 쉼터 정자로 향한다. 쉼터에는 산악회에서 준비해 온 따듯한 밥과 국, 그리고 김치와 나물이 스티로폴 상자에 담겨져 있다. 막걸리를 반주로 대원들과 함께 식사를 한다.

<궤방령 내려가다 본 가성산>

<길가의 조팝나무>

<궤방령 쉼터>

후미대원들이 도착하여 식사를 마치고, 나물을 캐느라, 떠나기를 아쉬워하는 여자대원들을 독촉하여, 4시 20분 경 버스는 서울을 향해 출발한다.


(2005, 5. 12.)

[대빵 / 2005-05-13,14:49:38]

우림님

이번이 빠진 구간이셨군요.

나머지 구간도 꼭 안전산행하시기 바랍니다.

우림님의 산행기는 후배 백두대간 대원님들에게 많은 도움이 되고 있습니다. 좋은글 항상 감사드립니다 [삭제]

2 [우림 / 2005-05-15,15:07:08]

대빵 님 !

외도를 했음에도 너그럽게 포용해 주셔서,

대단히 고맙습니다. [삭제]

3 [東城.... / 2005-05-16,16:25:20]

우림님 오랜만입니다. 6차대에서는 땜방 세줄이 없는지요.

빼재에서 칠현계곡의 6차대 14일 대간코스에는 처녀치마,

개불알꽃이 꽃은 피지 않았지만 엄청 깔려있데요.

이름이 이상해서 필화사건이 또 생길라....또 뵙지요..... [삭제]

4 [우림 / 2005-05-17,15:13:43]

동성 님 ! 반갑습니다.

6차대 산행모습에서 즐겁게 산행하는 모습은 보았지요.

지난주에는 어려운 코스를 다녀오셨네요. 삼도봉은 올라도 올라도

계속 오름세가 이어지던 것이 기억나네요.


땜방을 해야하는 구간은 덕유산군의 일부 구간인데,

6차대에서는 7월에 그 곳을 산행할 계획이더군요.

물론 홀수 토요일은 6차대와 함께 땜방하지만,

짝수 토요일에 걸리는 구간은 정맥산행과 겹쳐,

부득이 외도를 하게되겠네요, 그렇지 않으면 7차대까지 기다려야 하니 말입니다.


산정에는 언로가 열려 있으니, 더 이상 필화사건 걱정말고,

자유롭게 표현하여, 읽는이들을 줄겁게 해주시기 바랍니다.


사진으로 산행모습 계속 지켜보겠습니다.

건강하고, 즐산하시기를..... [삭제]



Posted by Urimah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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죽령이 도 경계임을 알리는 알림판이 충청도 쪽과 경상도 쪽이 많이 다르다. 죽령, 문경새재, 추풍령 등 관문 역할을 하는 곳이 세 군데나 있어, 두 지역이 빈번히 교류는 해 왔을 터인데도, 오랫동안 백두대간으로 갈라져 살아왔기 때문에 이처럼 표현 방식에 큰 차이를 보이는 것 같아 재미가 있다.

 

<충청도 쪽 도경계 알림판>

 

 

<경상도 쪽 도경계 알림판>

 

2004년 12월 18일(토)
오늘은 백두대간 제 32 소구간을 산행한다. 교통 편의상 역코스를 취하여,『죽령(696)-샘터-1,133봉-1,286봉-삼 형제봉(1,261)-안부(1,150)-도솔봉(1,314.2)-묘적봉(1,148)-묘적령(1,000)』까지 마루금을 타고, 단양군 대강면 사동리로 하산한다. 마루금 도상거리 약 8Km, 날 머리 약 4.5Km, 합계 12.5Km에, 산악회가 제시한 기준 소요시간은 약 6시간이다.

 

후미당에서도 마루금 소요시간 4시간 10분, 중식 30분, 날 머리 소요시간 1시간 20분 합계 6시간으로 목표를 삼아, 모처럼 산행소요시간이 산악회와 일치한다.

 

도솔봉과 묘적봉은 소백산 군의 연봉들이지만 죽령을 경계로 그 남쪽에 떨어져 있어 소백산과는 분리된 감을 준다고 한다. 소백산 연화봉이나 장군봉에 올랐으면, 소백산 다녀왔다고 하지만, 도솔봉 산행 후에는 도솔봉 다녀왔다 하지 소백산 다녀왔다고는 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하지만 이 지역도 철쭉과 산죽 군락지 그리고 암봉들과 계곡으로 유명하여 최근에는 많은 사람들이 찾는다고 한다

 

<삼형제봉에서 본 도솔봉과 묘적봉>

 

이미 많이 다녀왔기 때문인가? 오늘 산행 총인원은 30명이 채 못된다. 버스가 중앙고속도를 달린다. 산악회 인솔자가 마이크를 잡고 오른쪽으로 보이는 금수산 등을 가르치며 산행하기 좋은 산이라고 소개한다. 아울러 중부내륙고속도로가 완전 개통되어 문경 주변의 명산들 찾기가 수월해 졌다고 알려준다.

 

9시 40분이 조금 지나 버스는 죽령 휴게소에 도착한다. 일행은 풍기 쪽으로 이동, 죽령 돌 표지 앞에서 단체사진을 찍는다. 바로 앞에 죽령주막이 있다. 초가집에 청사초롱이 내 걸렸다. 앞으로 넓은 주차장, 그 옆으로 장독대가 마련돼 있다. 정겨운 모습이다. 주모를 찾아 막걸리라도 한 사발 먹고 싶은데 사정이 허락하지 않으니 아쉽다.

<죽령 주막>

 

죽령주막 건너편, "소백산 국립공원 자연관찰로" 안내판이 붙은 곳에서 등산로로 진입한다. 9시 50분 경이다. 공원 관리직원이 사람 수를 센다. 산불예방 기간도 끝나 제대로 입장료를 내고 모처럼 국립공원으로 당당하게 들어가는 거다.

 

등산로 바로 입구에 죽령 옛길을 알리는 이정표가 서있다. 옛 자취를 되살려 보존하자는 뜻에서 영주시에서 1999년 5월, 2.5Km에 달하는 그 옛날 오솔길을 다시 정비하여, 안내판과 함께 단장을 마친 곳이다. 옛 것도 여유가 있어야 보존할 수 있다. 외국을 여행하면서의 느낌이지만, 우리도 1인당 GNP가 2만 불 정도에 이르면, 즉 우리나라 총 GNP규모가 8 천억 불에서 일조 규모가 되면, 우리에게도 꽤 여유가 생길 거라는 생각이 든다.

<옛 죽령길 안내도>

 

등산로는 울창한 침엽수림 사이로 완만한 경사를 이루며 산허리를 감돌아 이어진다. 10시9분 첫 번째 헬기장에 도착한다. 왼쪽으로 가야할 능선이 보이고, 멀리 삼각형의 날카로운 봉우리가 보인다. 방향으로 보아 아마도 삼 형제봉 중 하나인 듯 싶다. 조금 오르니 오른 쪽 나뭇가지 사이로 소백산의 천문대가 보인다. 경사가 점점 심해진다. 죽령과 도솔봉의 고도 차는 약 600m 정도에 달한다. 이제부터 땀께나 빼야한다.

<첫번째 헬리포트에서 본 가야할 능선>

 

10분 후 첫 번째 이정표에 이른다. <죽령 1,3Km, 도솔봉 4.7Km>. 바로 뒤에는 돌탑이 서있고, 바닥에 철판이 박혀 있다. 글씨가 불분명하지만 아마도 종철이 묘비인 모양이다. 길은 계속 오르막이다. 철쭉의 가지들이 얼굴을 때리기도 한다. 군데군데 산죽 군락지도 보인다. 10시 45분 1,130m 지점의 <소북 11-13> 구조 표지목을 지난다. 1,133봉이 가깝다.

<돌탑과 동판>

 

 119구조대 표지목-해발 1130m

 

길은 더욱 더 가팔라진다. 왼쪽으로 굽은 능선위로 중위 팀이 지나는지 시끌버끌 요란하다. 왼쪽 능선 길 나뭇가지 사이로 김진희 대장의 붉은 재킷도 보인다. 11시 3분. 1286m 봉 이정표 앞에 선다. 사진을 찍으며 주위를 살피는데, 선우 대장이 여전사 한 분과 함께 올라온다. 선우 대장이, 이정표에는 등산로 없음이라고 표시한 방향으로 올라가면, 전망대가 있다고 귀띔해 준다.

<1286봉 이정표>

 

낙엽 쌓인 경사를 오르니 왼쪽으로 커다란 바위가 절벽 위에 솟아 있다. 바위 전망대에 오른다. 앞으로 가야할 삼 형제봉, 도솔봉 능선이 한 눈에 들어온다. 참으로 장관이다. 이제부터 오늘 산행 구간의 기막힌 조망 즐기기가 시작되는 거다.

<전망 바위에서본 도솔봉 가는 길, 그리고 도솔봉.>

 

전망바위가 절벽 끝에 솟아 있어, 이 곳에는 삼 형제봉으로 이어지는 안부로 바로 내려서는 길이 없다. 할 수 없이 올랐던 길을 되돌아 내려서니 선우 대장이 올라온다. 이정표가 서 있는 곳으로 돌아와 안부로 향한다. 이번에는 김진희 대장이 되돌아온다. 전망대 조망이 어떠냐고 묻는다. 그냥 지나쳤던 모양이다. 조망 끝내준다고 풍을 떤다. 김진희 대장은 전망대로 향하고 나는 급경사 암릉길을 따라 안부로 향한다.

 

앞에 차련 님이 아드님과 함께 조심조심 내려간다. 등산로는 안부를 지나 다시 가파른 바위 위로 이어진다. 뒤돌아 1,286봉 전망대를 돌아본다. 절벽 위에 우뚝 솟은 모습이 올돌하다. 어느 틈에 내려왔는지 김진희 대장이 따라 붙는다. 삼 형제봉 오름 길에 잠시 쉬며 차련 님에게서 선식을 탄 음료수를 얻어 마신다. 아드님은 73년 생으로 함께 대간 길을 걷는 것이 차련 님에게는 무척 대견스런 모양이다.

<뒤돌아 본 전망대 바위>

 

11시 34분 삼 형제봉에 오른다. 목표 시간보다 약 15분 정도 빠른 진행이다. 이 곳에서는 소백산의 연봉들이 깨끗하게 보인다. 천문대, 비로봉, 국망봉, 특히 죽령에서 천문대로 오르는 길까지가 손에 잡힐 듯 보인다. 끝내주는 조망이다.

<삼형제봉에서 본 소백산 천문대 방향>

 

5분쯤 내려서서 전망바위에 선다. 이곳에서는 도솔봉으로 흐르는 능선이 한 눈에 보이고, 뒤로는 걸어 온 봉우리들이 펼쳐져 있다. 역광이지만 도솔봉을 배경으로 사진을 찍는다. 전망대를 내려서니 계단이 이어진다. 11시49분 이정표를 지난다.<도솔봉 1.7Km, 죽령4.3Km>. 급경사 계단을 따라 1150m의 안부로 향한다.

<삼형제봉에서 본 도솔봉>

 

완만한 능선길이 끝나고, 도솔봉으로 향하는 오르막길을 오른다. 곳곳에 암릉이 이어진다. 뒤돌아, 삼 형제봉과 1,286봉을 카메라에 담는다. 12시 30분 도솔봉에 오른다. 제법 널찍한 정상에는 정상임을 알리는 동판이 박혀있고, 자그마한 돌탑이 서있다. 누군가가 나뭇가지에 태극기를 걸어 놨다. 정상에 서니 사방이 확 트였다.

<뒤돌아 본 삼형제봉>

 

<뒤돌아 본 1286봉>

 

<도솔봉 정상 동판>

 

멀리 북으로 소백산 연봉들이 보인다. 더 멀리 태백산도 보인다고 하지만 구분을 못한다. 가까이는 1,286봉, 삼 형제봉이 보이고, 흰봉산도 알아보겠다. 남쪽으로는 묘적봉 등 지난 번 지났던 산들이 누워 있다. 동쪽으로는 가까이 풍기읍이, 그리고 멀리 영주가 보인다. 서쪽으로는 월악산, 금수산이 보인다지만 가벼운 가스에 가려 식별치 못 한다.

<묘적봉 가는 길>

 

<눈아래 펼쳐진 풍기읍>

 

급경사 길을 내려선다. 눈앞에 펄쳐진 헬리포트를 지나는 중위 팀이 보인다. 앞 팀이 1185봉을 지나며. 급사면을 내려서는 우리들을 보고, 양팔을 높이 벌려 포즈를 취하라고 소리친다. 내려오는 우리들의 모습을 카메라에 담는 모습이 보인다. 경사가 완만해지며 걷기 편한 능선길이 계속된다.

<뒤돌아 본 도솔봉>

 

<1185봉에서 본 묘적봉>

 

1시경에 안부에 내려선다. 안부 낙엽 쌓인 사면에 열 대여섯 명에 달하는 중위 팀이 막 도시락을 풀고, 점심을 들려는 참이다. 합류하여 함께 식사를 한다. 중위 팀과 후미 팀이 합수를 한 셈이다. 지난 산행부터 우정 님이 중위 팀에 끼어 들어, 중위 팀 진행속도에, 알게 모르게 브레이크를 거는 모양이더니, 드디어 양 팀이 합수하도록 유도한 모양이다.

 

1시30분 경 식사를 마친 대원부터 묘적봉으로 향한다. 15분쯤 지나 묘적봉에 오른다. 좁은 정상에는 작은 돌탑과 묘적봉이라는 표지석이 놓여있다. 기념사진을 찍고 서둘러 하산한다. 오른쪽 사면으로부터 강한 바람이 불어온다. 모자를 눌러 쓰고 빠르게 진행한다. 2시 2분 높다란 암벽 전망대에 오른다. 바람이 더욱 거세다. 서둘러 주위의 사진을 찍고 묘적령으로 향한다. 2시 8분 묘적령에 도착한다.

<묘적봉 정상>

 

<전망대에서 본 묘적봉과 도솔봉>

 

이제는 중위, 후미의 구별이 없이, 20여명 가까운 대원들이 편대를 이루어 조심스럽게 사동리로 향하는 비탈길을 내려선다. 차련 님 아들이 뒤로 쳐진다. 앞선 차련 님은 아들이 걱정이 되는지. 뒤돌아보고, 아드님이 보이면 다시 걷는다. 오늘은 중간에서 신발 끈을 고쳐 매던 잭 울프 님이 후미를 보는지 뒤로 쳐져 젊은이를 앞세우고 내려온다. 차련 님은 비로소 마음을 놓는다.

 

지난주 내려왔던 길이라 그런지 먼저처럼 지루하지가 않다. 이윽고 골짜기로 내려서서 냇물을 따라 걷는다. 가문 데도 냇물의 수량은 풍부한 편이다. 워낙 산이 깊기 때문인 모양이다. 임도를 거쳐 유원지에 내려선 것이 3시 30분 경이다. 오늘은 5시간 40분 정도 산행을 한 셈이다.

 

중위, 후미 구분 없이 함께 어울려 하산하는 역사적인 장면을 버스 앞에서 카메라에 담는다. 이윽고 모든 대원들이 버스에 오르고, 3시 54분, 버스는 서울로 향한다.

 

박달재 휴게소에서 묵채밥으로 저녁을 하고, 지난 번 9위에 이어 오늘은 5위로 입성한 東城 님이 한 방 쏘겠다 하여, 연탄 한 장 집에 예약을 한다. 버스는 7시가 못되어 서울에 도착한다. 성탄 준비로 바쁜 차련 님 모자와 얼른 집에 돌아가 강아지 오줌을 뉘여야 하는 처량한 신세의 사나이를 제외한 전원이 양재역과 강남역 중간에서 우르르 하차한다. 참으로 부러운 분위기이다.

 

 

(2004. 12. 19.)

Posted by Urimah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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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4년 12월 11일(토)
오늘은 저수재에서 묘적령까지의 마루금을 탄다. 경북 예천군 상리면, 문경시 문경읍과 충북 단양군 대강면의 경계에 걸친 이 지역은 일반적으로 저수재에서 죽령까지를 한 구간으로 보고,1312.4m의 도솔봉을 이 구간의 주산으로 삼는다.우리는 이제 아기자기한 암릉들이 많은 백두대간의 조령산군을 지나 웅장한 소백산군으로 진입하게 된다. 하지만 마루금 도상거리가 약 19 Km 정도에 달해, 당일 산행으로는 무리라고 보고, 이를 3l, 32 두 개의 소구간으로 나눈다.

 

제 31소구간의 코스는 『저수재(850)-투구봉(1,080.6)-시루봉(1,110)-배재(950)-싸리재(900)-흙봉(1,056)-뱀재(940)-돌탑(1,033.5)-솔봉(1,102)-묘적령(1,000)』까지의 마루금이다. 우리는 이 마루금을 타고, 사동리로 하산한다. 도상거리는 마루금 11Km, 날머리 4.5Km ,합계 15.5Km에, 산악회가 제시하는 산행기준 시간은 약 6시간 30분이다.

 

후미당은 마루금 산행시간 5시간, 점심 30분, 날머리 소요시간을 1시간 30분으로 계산하여, 총 산행시간은 7시간으로 잡는다. 하지만 산행 종료 후에 보니, 실제 산행시간은 총 6시간 10분 정도가 소요된다, 점심 시간 30분과 날머리 소요시간 1시간 30분은 예정 시간과 비슷하지만, 마루금 산행시간은 4시간 10분 정도로 단축된다. 마루금의 등산로가 점점 뚜렷해지면서 아마도 소요시간이 많이 단축되는가 보다.

 

아직 어둠이 가시지 않은 서초 구민회관 앞. 각 산악회에서 동원한 대형버스들이 긴 행렬을 이루고 줄지어 서 있고, 등산객들이 몰려든다. 주 5일 근무제의 영향인가?, 경기침체로 사오정, 오륙도들이 더 늘어서인가? 40, 50대에서 산을 찾는 사람들이 부쩍 많아진다. 이런 현상을 보고, 우리나라에 그 나마 산이라도 많아서 다행이라고 보도한 신문기사가 문득 생각난다.

 

우리 버스는 마지막 경유지 복정역에서 한 무리의 대원들을 태우고 출발한다. 산악회에서는 총 대장이 혼자 나와 연신 담배를 갈아 물며. 진두지휘한다. 산악회 대장이 간단히 인사한다. "버스가 치악 휴게소에서 정차할 예정이니 그 때까지 조용히 쉬시기 바랍니다."

 

예년에 비해 따듯한 날씨가 지속되어, 스키장마다 울상이라고 하지만, 아침의 밖의 날씨는 쌀쌀한 모양이다. 버스 안과의 기온 차가 커, 창문에 수증기가 엉겨, 밖을 볼 수가 없다. 나도 모르는 사이에 잠이 들었나 보다. 버스가 속도를 늦추는 낌새에 잠이 깬다. 창문의 수증기를 닦아내고 밖을 내다본다. 창 밖으로는 옅은 안개 속에서 동쪽 하늘이 붉게 물들어 있고, 남한강이 산굽이를 감돌아 흐른다. 하얀 백사장과 벼 그루터기만 남은 논이 을씨년스럽다.

 

<버스 창을 통해 본 남한강>

 

치악 휴게소에서 커피를 마시며 대원들과 담소한다. 주로 겨울장비 준비에 관한 이야기들이 오간다. 가장 신경을 쓰는 부분이 신발인 모양이다. 오늘 새로 장만한 겨울 신발을 신고 나온 대원들이 여러 명 눈에 뜨인다, 그 외에 장갑과 오버트라우저에 대한 관심들이 높다.

 

버스는 저수재를 향해 구불구불 굽어진 산 사면을 타고 힘겹게 오른다. 이윽고 9시 56분 저수재에 도착한다. 산악회 대장은 버스에서 내려 스트레칭으로 몸을 풀고 산행을 하도록 유도 하지만 이에 익숙하지 않은 대원들은 쑥스러운지 서둘러 산행을 시작한다. 대장이 가까스로 대원들을 모아 단체사진을 찍는다.

 

주위의 사진을 찍고, 10시경 왼쪽으로 난 등산로로 진입한다. 이제 해도 높다랗게 뜨고 하늘은 쾌청하다. 다소 쌀쌀한 느낌의 대기가 상쾌하다. 잡목사이로 이어진 가파른 등산로는 땅이 얼어 딱딱하다. 이윽고 등산로는 낙엽송 사이로 이어지면서 솔잎이 깔린 지면이 부드럽게 느껴진다. 10여분 오르니 경사가 완만해 지고, 진달래 군락지로 이어진다. 키가 한 길이 넘는 나무들이 길가에 도열해 있다. 가지만 봐서는 진달래인지 철쭉인지 구분이 어렵다. 이런 진달래 군락지가 5분간 계속되더니 다시 잡목지대로 연결되며 경사가 급해진다.

 

10시 28분 촛대봉에 이른다. 정상에는 단양군에서 세운 정상석이 서있다. 〈촛대봉, 높이 1,080m, 배재 2.5Km.〉 맑게 개인 날 촛대봉에서 보는 전망이 일품이다. 가장 두드러지게 눈에 뜨이는 것이 천주산(天柱山)이다. 높지는 않지만, 올돌하게 솟아 사방을 굽어보는 모양이 과연 하늘을 떠받치는 형세다. 지난번 지나온 문봉재, 옥녀봉의 웅장한 능선이 바로 코앞에 펼쳐 져 있다. 사진을 찍고, 주위를 둘러보는 사이에 대원들은 모두 앞서 나간다. 산악회 대장 마저 앞서 나가고, 나는 최후미로 쳐진다.

 

<촛대봉 정상석>

 

 

 

<촛대봉에서 본 천주산>

 

500m정도 나가니 이정표가 서 있다. 이정표는 촛대봉과 고비밭, 싸리밭 방향을 알려준다. 앞서 걷던 산악회 대장이 뭐라고 소리친다. 가까이 다가가니 투구봉을 지나쳤단다. 우회하지 말고 직진해야하는데, 우회하는 대장을 뒤를 따르는 나에게 직진하라고 소리친 모양이다. 뒤돌아 투구봉에 오른다. 맑은 날씨에 역시 조망이 좋다. 정면으로 시루봉이 보이고, 앞으로 가야할 능선이 굽이구비 흐른다. 남쪽으로 용두리 일대가 굽어보인다. 그 뒤로 산들이 첩첩이 겹쳐 있다.

 

<투구봉에서 본 시루봉과 가야할 능선>

 

 

<투구봉에서 본 용두리 방향>

 

10시 54분 시루봉에 오른다. 최후미인데도 목표시간 보다 약 10분 정도 빠른 시간이다. 아무 표시도 없는, 전망대 같은 모양이라, 무심히 지나치면 시루봉이라고 알아보기가 어렵겠다. 동쪽으로 시계가 좋아, 지나온 투구봉과 저수재 건너편 능선이 보인다. 시루봉 급경사 길을 내려온다. 앞에 오솔길 님이 보인다. 중위 그룹을 쫓다가 몇 번 길을 헤매다 보니, 후미로 쳐졌단다. 헤매다 제 길을 찾았으니 다행이지, 혼자서 길을 잃으면, 겨울 산에서는 위험하다. 그래서 확실하게 중위 그룹에 붙거나, 아니면 후위 팀을 따라야 한다.

 

<시루봉에서 본 투구봉과 저수재 너머 능선>

 

11시 36분 경 1,053봉을 지난다. 오솔길 님이 앞서 치고 나간다. 나는 전망대에서 산악회 대장의 설명을 들으며 조망을 즐긴다. 서쪽으로 올산과 황정산 위치를 알려준다. 북쪽으로는 도솔봉과 옥녀봉이 우뚝 솟아 있다. 송전선 사이로 가야할 능선이 가까이 보인다. 발 아래로는 남조리 단양 유황온천장이 보인다. 시루봉과 1,084봉이 나무에 가려 카메라로 제 모습을 잡을 수 없는 것이 아쉽다.

 

<배재 이정표>

 

<뒤돌아 본 1,084봉>

 

 

<1,053봉에서 본 북서 방향의 조망>

 

 

<1,053봉에서 본 북동 방향의 조망>

 

11시 53분 싸리재에 도착한다. 전망이 좋은 곳마다 멈추어 사진도 찍고, 조망을 즐기며 최후미로 왔는데도 목표시간에 비해 30분 정도 빠른 진행이다. 싸리재에서 은영 당수와 차련 님이 쉬고 있다. 이제 산악회 대장을 포함, 4명이 후미 그룹을 이루고, 대장의 설명을 들으며 즐산을 한다. 여전히 하늘은 눈이 부시도록 푸르고, 하얀 비행운이 한가롭게 번지고 있다. 차련 님이 하늘을 보며 감탄한다.

 

<싸리재에서 본 1,053봉>

 

12시 25분 훍봉에 오른다. 조망이 일품이다. 도솔봉이 가깝게 다가선다. 산악회 대장이 서남쪽으로 지리산 줄기를 가르친다. 그래서 보니 대청봉과 중봉이 보이는 것 같다. 서쪽으로 이제 천주산이 멀리 보인다. 따듯한 햇살, 상큼한 대기, 청명한 날씨에 일망무제(一望無際), 사방으로 탁 트인 조망을 즐기며 차련 님이 최상의 산행이라고 즐거워한다. 차련 님은 천상 선두기질은 아니다.

 

<흙봉에서 본 지리산 방향>

 

<흙봉에서 본 천주산>

 

흙봉을 내려서서 12시 38분 경, 오른 쪽으로 돌탑을 보고. 12시 44분 경 송전탑을 지난다. 송전탑을 지나면서 서쪽으로 지나온 능선과 봉우리를 둘러본다. 새벽 5시경 아침을 먹었더니 배가 고프다. 1시에 길가에 배낭을 풀고 점심차비를 한다. 산악회 대장이 다가오더니 자기는 한 30분 더 걷겠다고 한다. 후미당의 3인이 오붓하게 점심을 즐긴다.

 

<송전탑 부근에서 본 걸어온 길>

 

1시 30분 점심을 마치고 출발한다. 10분쯤 걸으니 넓은 헬리포트가 나타난다. 입구에 이정표가 서 있다. 아마도 뱀재인 것 같은데, 현 위치를 단순히 헬기장으로 표기하고 있다. 산악회 대장이 혼자 기다리고 있다. 선두 팀을 제외한 중위 그룹이 이곳에서 모여 식사를 하고 한 10분전에 출발했다고 한다.

 

<멀리 본 황정산>

 

차련 님과 은영 당수는 먼저 출발하고, 나는 산악회 대장의 설명을 들으며, 주위를 살핀다. 사진을 찍는다. 카메라에서 밧데리를 갈아 달라는 사인이 온다. 대장도 먼저 출발하고, 나는 배낭을 풀어 충전된 밧데리를 꺼내, 교환한다.

 

다시 최종후미가 되어 천천히 경사면을 오른다. 식후라 쳐졌어도 서두르지 않는다. 필요하면 속도를 낼 수 있다고 생각하니 최종후미로 쳐져도 조금도 불안하지 않다. 천천히 주위를 살피며 호젓한 대간 길을 마음껏 즐긴다.

 

산악회 대장을 따라붙고, 무전기로 교신하는 사이에 추월하여, 앞선 은영 당수를 쫓는다. 솔봉은 언제 지났는지도 모르고 지나치고, 2시 16분 모시골 정상 이정표를 지난다. 이제 마루금도 얼마 남지 않았다. 속력을 내 본다. 저 앞에 은영 당수가 보인다. 천천히 뒤를 따른다

 

<1,027봉을 지나며 본 도솔봉>

 

2시 46분 묘적령에 도착한다. 길바닥에 사동리 방향을 가르치는 산악회 종이표지가 돌로 눌려져 있다. 직진하는 길은 조령으로 향하는 길이다. 왼쪽 급경사 내리막을 조심스럽게 내려선다. 잔돌들이 뒤섞인 너덜지대다. 발목을 조심하며 속도를 줄여 천천히 내려선다. 경사가 급하고, 곳곳에 암릉이 있어 자일을 걸어 둔 곳도 있다. 험한 길이다.

 

<나무에 걸린 묘적령 이정표>

 

산악회 대장이 따라오는 기척이 없다. 기다릴 수도 없어 세 사람이 조심조심 경사면을 내려선다. 이윽고 급경사 사면이 끝나고, 등산로는 골짜기로 내려서며, 경사는 완화되지만 냇가를 따라 이어지는 길은 돌길이 계속된다. 이제 물소리와 앞서거니 뒤서거니 하며 걷는다. 개울가 그늘진 곳에는 어름이 덮여있고. 그 사이로 냇물이 졸졸 흐른다. 차련 님이 마치 봄날의 개울을 보는 것 같다고 즐거워한다.

 

3시 44분 임도로 내려선다. 차련 님은 임도를 따라 내려가고, 은영 당수와 나는 냇가로 내려가 세수를 한다. 물이 차다. 내려온 길을 뒤돌아본다. 묘적령이 지는 해를 받고 밝게 빛난다. 심심산골, 임도를 따라 내려오는 길은 한적하고 평화롭다. 하루 산행을 마감하는 대간병 환자들의 마음도 이 길을 닮아 평화롭고 차분하다.

 

<사동리 하산길>

 

 

<뒤돌아 본 묘적봉 방향>

 

임도가 크게 왼쪽으로 휘어지는 곳에 이정표가 서 있다. 이정표는 도솔봉 방향과, 죽령방향을 가르친다. 〈이곳부터는 소백산맥입니다〉 하는 안내판도 서 있다. 우리는 이미 소백산맥 경내에 들어와 있는 거다, 정면으로 도솔봉이 햇빛을 받고 서 있다. 아름답다. 이윽고 사동리 유원지로 내려선다. 버스는 유원지 한참 아래에 멈춰 있다. 4시 10분 버스에 도착한다. 산악회 대장이 언제 내려왔는지 벌써 내려와 있다. 의아해하는 표정을 보더니 지름길을 알고 있다고 한다.

<지는 해를 받고 선도솔봉 능선>

 

마루금 11Km가 양에 차지 않아, 도솔봉을 오른 대원 한 분을 기다리는 동안, 맥주로 갈증을 푼다. 4시 35분 대원이 도착한다. 항상 선두를 달리던 분이 도솔봉에서 돌아오는 길에 알바를 하고, 그 덕에 최후미로 도착한다. 소탈한 이 대원은 버스에 오르자마자, 장난끼를 섞어, 버스 바닥에 넓죽 엎드려 큰절을 하며 기다리는 대원들에게 미안함을 표시한다. 만년 선두가 후미의 심정을 이해하는 순간이다. 버스는 서울을 향한다.

 

5시30분 버스는 박달령 휴게소에서 30분 간 정차한다. 산악회 대장은 묵밥이 별미이니 먹어보라고 권한다. 대중가요 "울고 넘는 박달재"에서는 "도토리묵을 싸서 허리춤에 달아주며.."라는 노랫 말이 나온다. 과연 박달재는 도토리묵이 유명한가 보다. 정식이름은 "묵채밥"이라고 한다 .

 

"박달재의 금봉이"가 나이가 들었나? 휴게소의 곱상한 아주머니가 상을 차려준다. 도토리묵을 청포묵처럼 썰어, 가늘게 썬 잘 익는 김치를 곁들이고, 김을 부셔 넣었다. 아마 밥을 말아먹으라고 그랬는지 더운물을 부어 한 대접이 가득하다.

 

떠먹어 보니 맛이 좋다. 밥을 말으니 큰 대접으로 넘쳐날 정도로 양이 많다. 시원하고, 고소한 것이 과연 별미다. 하지만 양이 많아 먹어도 줄지를 않는다. 맛은 좋지만 먹는 양이 작은 나는 질리는 느낌이다. 물을 붇지 말고, 도토리묵만 김치와 김에 버무려 먹었으면 더 좋을 뻔했다. 어쨌든 박달령 휴게소의 묵채밥은 별미다.

 

버스는 7시 30분 조금 지나 서울에 도착한다. 양재역에서 착화식을 하려는지 한 무리의 대원들이 어우러져 함께 하차한다.

 

 

(2004. 12. 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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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대산(1,433.5m)은 비로봉(1563)을 중심으로 호령봉(1560), 상왕봉(1493), 두로봉(1421), 등 높이 1400-1500m급의 네개 봉우리와 함께 오대산을 이룬다. 그 중 동대산은 주봉인 비로봉과 마주 보며 어깨를 나란히 하고 있는데, 그 덩치가 오히려 주봉 보다도 더 장대하다

 

지리산 노고단에서 천왕봉까지의 도상거리는 약 25.5Km, 1,000m가 넘는 봉우리가 20여 개가 넘지만, 백두대간 마루금에 놓여 있는 것은 17-18개 정도이다. 백두대간 제 47구간인 진고개에서 구룡령까지의 구간은 마루금 도상거리 약 21Km, 1,000m를 넘는 봉우리 18개를 지난다. 물론 지리산은 고도 차이가 심한 봉우리들이 많이 있지만, 동대산 구간도 동대산, 두로봉, 만월봉, 응복산, 1,280m 봉, 약수산 등에 오르는 길은 만만치가 않다.

<오대산과 동대산 구간 산행코스>

 

<동대산 구간의 대간능선 - 산악회 사진>

 

오늘은 이런 동대산 구간을 무박산행 한다. 배낭을 챙기는 것을 보고 있던 집사람이 한심한 생각이 드는 모양이다. 자기는 다리를 다쳐 깁스를 해, 거동도 불편한데, 강아지는 어떻게 밖으로 데려 나가 오줌을 뉘라고, 나 몰라라 배낭을 챙기고 있으니, 저런 사람하고 이제껏 한평생을 같이 살았나? 하고 속은 것 같은 느낌마저 들었을 지도 모른다. 그래도 일기예보에 토요일에는 전국적으로 비가 온다는 소리를 듣고, 한마디한다.

 

"산에는 눈이 올지 모르니 아이젠 잊지 말고 가져가요."

 

그래서 아이젠을 찾아, 배낭 밑에 넣는다. 비 올 것에 대비하여, 방수재킷, 오버트라우저, 갈아입을 여벌 옷, 그리고 방한용 옷까지 넣으려니 배낭이 꽉 찬다. 지난 주 황장산 구간 산행 시, 전날에 온 눈이 산에 남아있어, 설경은 훌륭했지만, 아이젠이 필요할 정도가 아니었던 것에 생각이 미치자, 슬그머니 아이젠을 꺼내 놓는다.

 

동대산 구간의 대간 길 내리막은 대부분이 북향이다. 오르막길에는 눈이 없지만 내리막길에는 예외 없이 눈이 덮여있다. 곳곳에 결빙된 곳도 있어 위험하다. 특히 두로봉에서 내려오는 길은 경사가 급하고, 여기저기 빙판 길이 많다. 이런 길이 약 1.5Km 정도나 계속된다. 한 두 차례씩 넘어지지 않은 대원이 없다. 아이젠 없이 이런 길을 걸으려니 시간이 걸리고, 체력이 많이 소모된다. 경상도의 눈과 강원도의 눈, 동쪽 길에 쌓이는 눈과 북쪽 길에 쌓이는 눈 - 실제로 경험을 해보아야 그 차이를 알 수 있으니, 스스로 생각해도 참으로 멍청하다. 아침에 일어나니 양어깨가 뻐근하다. 그만큼 스틱 웍이 심했단 이야기다

 

하산 후 구룡령 휴게소에서 하산 주를 하며, 점심을 먹는 자리에서, 대원 한 분이 질책한다. 아이젠 무게가 얼마나 된다고 잔머리를 굴려 빼놓다니 말도 안 된다는 거다. 겨울산행에서는 무조건 가지고 다니라고 한다. 원칙을 무시하고, 잔머리 굴린 게 창피하다.

 

눈 속에 미끄러지고 비를 맞으며 걸어, 동해를 비롯해 인제군, 홍천군, 평창군을 굽어 볼 수 있다는 그 좋은 조망은 전혀 즐기지 못한다. 아쉽다. 기회를 잡아 다시 한번 이 구간엘 와야겠다.

 

2004년 12월 3일(금)
금년도 저문다. 12월 첫 주의 산행은 백두대간 제47구간을 무박으로 행한다. 코스는 『진고개(970)-동대산(1,433.5)-1,296봉-차돌바위(1,242)-두로봉(1,421.9)-1,234-신배령(1,211)-만월봉(1,279)-응복산(1.359.6)-마늘봉(1,126.6)-약수산(1,306.2)-구룡령(1,013)』으로 도상거리는 약 21Km이나, 산림청에서 추정하는 실제거리는 약 40Km이다. 산악회에서는 기준시간으로 약 10시간에서 11시간을 제시한다.

 

후미당의 목표시간은 산악회와 조선일보 자료, 그리고 여러 선답자들의 산행기를 참고로 하여, 약 11시간으로 정한다.

 

서초 구민회관 앞. 다른 때와는 달리 썰렁하다. 토요일 비가 온다는 예보 때문인지, 산악회 버스를 기다리는 등산객들이 별로 보이지 않고, 우리대원들도 몇이 안 된다. 버스는 11시 20 정각에 도착, 기다리던 대원들이 버스에 오른다.

마지막 경유지 복정역에 도착하지만 여기서도 세 분만이 차에 오른다. 산악회 인솔자도 보이지 않는다. 대원 한 사람이 서둘러 핸드폰으로 연락을 취하니, 산악회 인솔자는 양재역에 있다고 한다. 시간을 잘 못 안 모양이다. 택시를 잡아타고, 서둘러 오라고 연락하고, 버스는 복정역에서 기다린다.

 

이윽고 산악회 인솔자가 도착하고 버스는 다시 출발한다. 오늘 참여 인원이 대간회원 과 토요회원을 합쳐 30여명 정도라 버스 안은 널널한 느낌이다. 후미당 당원은 6명이 결간, 당수와 당원 1명만 참여하여 개점 휴업상태를 면치 못한다.

 

어느 결에 잠이 들었던 모양이다. 버스 안이 밝아지면서, 산악회 인솔자는 버스가 소사 휴게소에 20분간 정차하겠다고 알려준다. 잠이 덜 깬 상태로 휴게소를 둘러보니 먹을 게 없다. 잠이라도 쫓아야겠다고 커피를 마신다.

 

버스가 출발하고, 산악회 인솔자가 자료를 배포하며 주의 할 점들을 이야기한다. 동대산 구간은 현재 휴식년제가 시행되어 입산이 통제된다. 산림청에 수 차례 입산허가를 신청해 봤지만 허가가 나오지 않는다. 따라서 불가피하게 불법 산행을 하는 수밖에 없다. 다른 산악회들도 다 그렇게 한다. 산행준비는 버스 안에서 완료하고, 버스가 진고개에 도착하면 신속하게 산행을 시작한다. 랜턴은 선두만 키고, 나머지 대원들은 불을 키지 않은 채 동대산까지 선두를 따라간다.

 

2시 30분 경 버스가 진고개 주차장에 도착한다. 너른 공간이 돼서 그런지 아주 깜깜하지는 않고, 한쪽에 서있는 전화부스에서 불빛이 환하게 흘러나온다. 헤드 랜턴을 밝힌 선두를 따라 대원들이 조용히 움직인다. 불빛이 없어도 못 걸을 정도로 캄캄하지는 않다. 하지만 불을 밝힌 선두와 거리가 멀어지면서 하나 둘 랜턴을 켜기 시작한다.

 

가파른 사면을 올라간다. 바람소리가 요란하다. 바람은 차지만 추울 정도는 아니다. 500여 미터쯤 오르니 이정표가 서 있다. 사진을 찍을 생각도 못하고 부지런히 걷는다. 너른 헬리곱터장에 이른다. 동대산 정상 같은데 아무표시도 없다. 한 귀퉁이에 "오대 02-06"의 긴급구조 팻말이 박혀있다. 시각은 3시 37분이다

<아무 표지도 없는 동대산 정상, 구조 표지목만 서있다.>

 

동대산을 지나 북쪽 사면으로 이어지는 내리막길에 눈이 남아 있다. 간간이 미끄러운 곳이 있지만 아이젠이 필요한 정도는 아니다. 하지만 점차 경사가 심해지면서 결빙된 곳도 생겨, 대원들이 하나 둘 아이젠을 착용한다. 미끄러운 길을 조심조심 내려간다. 4시 10분 경, 표고 1,300m지점의 이정표 앞에 선다, <동대산 2Km, 두로봉 5Km>

 

미끄러운 길을 더듬더듬 내려선다. 이윽고 안부를 지나 완만한 사면을 오른다. 오르막길은 거짓말처럼 길이 말짱하다. 멀리 오른쪽 뒤로 불빛이 명멸한다. 위치로 보아 강릉의 불빛이라고 짐작한다. 4시 43분 해발 1,230m, 차돌배기 이정표에 도달한다. 두로봉까지 3.9Km가 남았다. 캄캄한 밤에도 허옇게 형태가 뚜렷한 커다란 바위가 서 있다.

<차돌바위>

 

바람이 자고 사방이 조용하다. 아무도 없는 새벽길을 완만한 사면을 밟으며 천천히 오르니 무박 산행의 묘미는 "조용함"에 있다는 산꾼들의 이야기가 실감이 난다. 5시 33분 "오대 02-16"의 구조 팻말을 지나 6시 21분 헬기장에 도착한다. 특별한 표시가 없어 이 곳을 두로봉으로 착각 한다. 나중에 확인해 보니 1,383봉이다. 멀리 동해안 쪽으로 불빛이 줄지어 늘어서 있다. 후미의 위치를 확인하는 무선이 들어온 모양이다. 후미대장은 두로봉이라고 대답하고, 상대방은 두로봉에서의 내림길이 무척 미끄러우니까 조심하라는 소리가 들린다.

<1,383봉 - 어둠 속에서 두로봉으로 착각한다.>

 

완만한 경사를 타고 등산로가 뚜렷하게 이어진다. 6시 48분 두로봉에 도착한다. 두로봉 정상에는 정상석도 없다. 이정표 하나가 방향과 거리를 알려준다. <북대사 4Km, 동대산 7Km>. 어둠 속에서 기념사진을 찍고 가파른 사면을 내려선다. 눈이 다져져서 반들거리는 사면이 장난이 아니게 미끄럽다. 지그재그로 스틱을 앞으로 찍으면서 겨우겨우 균형을 잡으며 내려간다. 경사가 심한 곳은 길을 버리고, 눈 덮인 숲길을 마구 타고 내리거나, 스틱은 손목에 걸고, 나무 가지에 매달려 내려간다. 아이젠을 가져오니 않은 것이 두고두고 후회가 된다.

<두로봉 정상의 이정표>

 

이런 내림길이 거의 1.5Km 정도 계속된다. 넘어지지 않으려 안간임을 다해 내려선다. 다행이 날이 밝으며 주위가 훤해진다. 경사가 끝나고 넓은 잡목지대에 이른다. 참나무들이 잎은 다 떨군 채 하늘을 향해 우쭐우쭐 용립해 있다. 나뭇가지 사이로 하늘이 훤하다. 나뭇가지에 산행 리본이 무수히 걸린 곳에 이른다. 아마도 1,234봉인 모양이다. 7시 53분 후미 팀이 처음으로 휴식을 취하며 양갱, 초콜릿 등으로 간식을 즐긴다.

<참나무 숲사이로 먼동이 터오고...>

 

1,211봉으로 오르는 완만한 길을 걷는다. 참나무 사이로 키 작은 산죽들이 힘을 잃고 쳐져있다. 뒤를 돌아보니 힘겹게 내려 온 두리봉이 나뭇가지 사이로 보인다. 8시 21분 신배령에 도착한다. 신배령에는 이정표가 서 있다. <두로봉 2,5Km, 1시간 30분 소요, 응복산 4.8Km, 2시간 30분 소요>

<풀죽은 조릿대 군락>

 

<뒤돌아 본 두로봉>

 

<신배령 이정표>

 

너른 잡목지대를 지난다. 군데군데 녹다만 눈이 희게 남아 있고. 대간 길은 1,210봉을 향해 다시 가파르게 이어진다. 정상을 넘어 내려서는데 후둑후둑 빗방울이 떨어진다. 하늘에는 구름이 낮게 드리워져 있고, 사방이 어둑해진다. 한차례 비가 내릴 기세다. 8시 45분 경 안부에 내려서서 비가 더 오기 전에 이 곳에서 아침을 먹자고 배낭 벗는다. 비는 내리지만 피할 곳도 없다.

<너른 대간 마루금에는 녹다만 눈이 남아있고,>

 

라면에 뜨거운 물을 부어 덮어놓자. 경사진 사면을 따라 욱재 님이 우산을 받고 유유히 내려온다. 아침 채비를 하는 것을 보더니 비를 맞으며 어떻게 식사를 하느냐고 묻는다. 비가 더 오기 전에 서서라도 후딱 먹어치우자 했더니, 비 맞고 먹다가 땀 식으면 추워서 못 견딜 거란다. 더 걷다가 바위 밑이나, 나무 그늘을 찾자고 제안한다. 후미대장과 관영 님도 풀었던 배낭을 다시 챙긴다. 말없는 동의 표시다. 하지만 이미 라면에 물을 부은 나는 어쩔 수 없다.

 

세 사람을 먼저 보내고 커다란 떡갈나무에 기대어 비를 맞으며 김밥과 라면으로 아침을 먹는다. 서둘러 식사를 마치니 춥다. 남은 더운물로 커피를 타려고 커피 믹스를 찾으나 보이질 않는다. 아마 집사람이 도시락을 챙길 때 빠뜨린 모양이다. 뜨거운 물을 한 컵 마시니 추위가 좀 가신다. 식사를 하겠다고 뒤로 쳐졌던 오늘 처음 나온 젊은이 두 사람이 지나간다. 눈 아래로 비안개 속에 산들이 산수화처럼 아름답게 펼쳐져 있다.

<떡갈나무에 기대 서서아침을 먹으며 보는 산수화>

 

많이 오는 비는 아니지만 쉽사리 그칠 비 같지도 않다. 갈 길은 아직도 먼데, 바지가 젖고, 신발에 물이 들어와 발이 젖으면 견디기 어렵다고 보고, 오버트라우저를 입고, 비닐로 등산화 발등을 가려 발이 젖지 않게 채비를 한다. 빗속에서 배낭을 뒤적이며 이렇게 채비를 하는데 꽤 시간이 걸린다. 9시 20분 채비를 완료하고 천천히 사면을 오른다. 이제는 폭우가 내려도 끄덕 없겠다.

 

맨 꼴찌로 쳐져, 서둘러 걷는다. 만월봉은 언제 지난지도 모르고 지난다. 눈 쌓인 비탈길에서 후미대장이 기다리고 있다, 세 사람이 기다리다, 욱재 님과 관영 님은 방금 전에 출발했다고 한다. 식사를 했느냐고 물었더니 마땅한 곳이 없어 못했다는 이야기다. 서둘러 앞선 사람들을 쫓는다. 젊은이 둘이 앞에 보인다. 뒤를 따르다가 미안하지만 일행을 쫓아야겠다고 양해를 구하고 추월한다. 후미대장은 어쩔 수 없이 젊은이들 뒤를 따른다.

<비나리는 대간길>

 

가파른 사면을 허덕허덕 오른다. 10시 40분 응복산 정상에 도착한다. 날씨가 차지는지 비가 우박으로 변하고 안개는 더욱 짙어진다. 이정표와 정상의 모습을 카메라에 담고, 눈 덮인 긴 비탈길을 구르듯 달린다. 가끔씩 백두대간 리본들이 나뭇가지에 매달려 있으나, 산정산악회 리본은 눈에 뜨이지 않는다. 지도에서 응복산 정상 부근에 길 주의 표시가 있고, 약수동 하산길이 있다고 봤는데 혹시 알바를 하는 게 아닌가 은근히 걱정이 된다. 마음은 급해도 어쩔 수 없이 멈춰 서서 지도를 꺼내본다. 하산하면서 왼쪽으로 크게 굽었으니 방향은 틀림없다. 안심하고 미끄러운 눈길을 달려 내려간다. 저 앞에 녹색의 배낭 커버가 보인다.

<응복산 정상>

 

컨디션이 좋지 않다고 하더니 관영 님이 욱재 님과 떨어져 천천히 걷고 있다. 어느 사이에 비는 멎었다. 마늘봉은 어떻게 지나는 지도 모르고 지난다. 12시 10분경 1,261봉을 지나고, 1,280봉 오르는 비탈길에서 욱재 님이 기다리고 있다. 이들은 약수산 오르기 전에 아침을 먹는 게 좋겠다고 도시락을 푼다. 백세주를 꺼내 한잔씩 나눠 마시고, 나는 앞서 1,280봉을 향해 된비알을 오른다. 12시 28분 1,280봉에 이른다. 길은 서남쪽으로 급격히 휘고, 산악회 방향 표지가 땅바닥에 돌로 눌러 놓아져 있다.

<1,280봉 정상>

 

1,280봉에서 약수산 까지는 도상거리가 약 1.5Km 정도다. 힘이 빠지고 마음이 조급해져서인가, 이 거리가 가도가도 끝이 없는 것 같다. 대간길은 고도를 완화시키려는지 이리구불, 저리구불, 휘어지고 업 다운도 심하다. 저 사면에 올라서면 약수산일 듯 싶어 허위허위 오르면 길은 휘어져 다시 뚝 떨어진다. 뒤에서 발자국 소리가 들리고, 욱재 님과 관영 님이 뒤따라온다.

 

비는 멎었지만 안개는 여전하다. 대간길은 다시 된비알을 오른다. 배낭이 무겁게 느껴지고 허리가 아프다. 눈길에서 많이 지친 모양이다. 1시 28분, 언덕 마루턱에 올라서니 기가 막힌 전망대다. 하지만 지금은 보이는 것은 안개뿐이다.

 

1시 30분까지는 구룡령에 도착하겠다는 목표가 물 건너 가 버린다. 맥이 탁 풀린다. 배낭을 벗어놓고 관영 님과 둘이 휴식을 취한다. 뒤따라오던 욱재 님는 보이질 않는다. 아마도 중간에서 후미를 기다리는 모양이다. 물도 마시고, 초콜릿도 먹으며 힘을 키운다. 전망대 바위에 서서 아래를 내려다본다. 안개만 자욱하다. 관영 님이 먼저 출발하겠다고 떠난다.

<좋은 위치의 멋진 전망대 - 보이는 건 안개뿐.>

 

전망대를 지나 한 굽이를 돌아 언덕을 오르니 약수산 정상임을 알리는 동판이 바위에 박혀있다. 1시 36분이다. 정상을 코앞에 두고 바로 앞 전망대에서 쉰 거다. 관영 님은 벌써 지나쳤는지 보이지 않는다.

<약수산 정상>

 

사진을 몇 장 찍고 서둘러 하산한다. 새로이 돌계단을 만드는지 돌 위에 뿌려 논 횟가루가 신발에 엉겨붙어 발걸음이 무겁다. 급사면을 내려서니 능선길이 평평해진다, 고목으로 만든 의자들이 한가하게 놓여있고, 길가에 사람 키 정도로 밑동만 남은 고목이 의연히 서 있다. 한차례 오름세를 오른다. 1,218봉을 지난다. 이제는 내리막 길 뿐이다.

<밑둥만 남은 고목>

 

2시 10분 경 구룡령 휴게소에 도착한다. 화장실로 가 엉망이 된 신발을 닦고, 땀에 젖은 상의를 바꿔 입는다. 세수도 마친 후 배낭을 버스에 두고 식당으로 향한다. 식당 안은 훈훈하다. 자리에 앉아 맥주를 마시니 마치 집에 돌아온 듯 편한 느낌이 든다.

 

후미대장이 도착한다. 약수산을 넘어 1,218봉까지 두 젊은이를 안내를 하고는, 아침도 못 먹어 배가 고파 먼저 내려온다고 한다. 하지만 3시가 넘어도 젊은이들은 도착하지 않는다. 이윽고 젊은이들이 도착해 식사를 한 후 4시가 다 되어 버스는 서울로 향한다. 이들 30대 젊은이들은 백두대간은 처음 해 본다고 한다. 후미대장이 없었다면 큰일 날 뻔했다고 고마워 하더란다. 혼이 난 모양이다. 덕분에 11시경에 하산한 선두 팀은 5시간 가량을 기다리는 신기록을 세운다.

 

버스는 8시가 넘어 서울에 도착한다. 일부 대원들이 고생한 후미대장 등을 위로하기 위해 뒤풀이를 하겠다고 제일생명 사거리에서 우르르 몰려 내린다.

 

 

(2004. 12. 5.)

Posted by Urimah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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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장산(黃腸山, 1,077.3m) 은 경북 문경시 동로면에 있는 산으로 백두대간이 지나 간다. 국립지리원에서 발행한 1/25,000지도에는 황정산(黃庭山)으로 표기되어 있고, 동국여지승람, 대동지지에는 작성산(鵲城山)으로 표기되어 있으며, 문경군지(1982년)에는 황장봉산(黃腸封山)으로 표기되어 있으나, 정확한 이름은 황장산이라 부르는 것이 옳다.

 

그것은 황장목이 많고 1925년 조선총독부 임시 토지 조사국에서 발행한 『조선의 산악 명칭과 소재 높이』에 황장산이라고 표기되어 있으며 현존하는 노인들이 황장산이라고 부르고 있기 때문이다. 작성(鵲城)과 봉산(封山)표석이 있는 산이며, 울창한 계곡과 암릉에 많은 등산객이 찾고 있다. (이상 문경시 홈페이지에서 발췌)

소나무의 한 종류인 황장목(黃腸木)은 균열이 적고 단단해 임금의 관(棺)이나 대궐을 만드는데 많이 쓰인 귀한 나무이다. 이 때문에 조선조 숙종 때인 1680년에 이 산에서의 벌목과 개간을 금지하는 봉산(封山) 표석이 동로면 명전리 벌천계곡 하류에 세워졌다. 또 산 깊숙한 문안골 계곡에는 우람한 석문이 있는 작성산성(鵲城山城)이 있는데 축조방식으로 보아 고구려 시대 것으로 추정된다. (이상 산림청 자료)

<눈 덮인 황장산 - 대빵님 사진>

 

2004년 11월27일(토)
오늘은 백두대간 제30구간을 산행한다. 산행코스는『안생달(500)-작은차깃재(740)-묏등바위(920)-황장산(1.077.3)-황장재(920)-치마바위(1,000)-폐백이재(850)-벌재(650)-옥녀봉(1,077)-저수재(850)』이다. 도상거리 약 13.5Km 에, 산악회 기준 소요시간은 6시간 30분이다.

 

이 구간은 거리는 짧아도, 암벽과 암릉지대가 있고, 고도차도 있어, 2개의 소구간으로 나누어 산행하기도 한다. 또는 무박 산행을 하기도 하니, 당일산행으로는 만만찮은 코스다. 후미당에서는 소요시간을 7시간 30분으로 계산한다. 하지만 산행시작이 작년과 같이 10시 30분이라면, 해 떨어진 후에야 하산을 하게된다. 따라서 이를 피해, 일몰 전 5시 30분 경에 하산키 위해 목표 산행시간을 7시간으로 조정한다.

 

어제는 서울에 첫눈이 왔다. 첫눈이 항상 그렇듯이 강설량도 많지를 않고, 기온도 높아 눈이 땅에 떨어지기 전에 녹아버려 미쳐 쌓이지를 못한다. 그래도 흩날리는 첫눈의 눈발을 보면, 아직도 마음이 설렌다. '황장산에는 눈이 쌓였를까? 잘 하면 눈을 밟아 볼 수 있을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아이젠이 필요할 정도는 아니겠지? 힘든 일정이니 조금이라도 배낭무게를 줄이려면 가져갈 필요는 없겠지?.'

 

버스 차창 밖으로 보이는 고속도로 주변 산들에는 눈 온 흔적도 없다. 눈을 밟아 볼 수 있는 기회가 사라져 적이 실망한다. 버스가 문경읍으로 접어든다. 주위의 산들이 하얗게 눈을 이고 있다. 가슴이 뛴다. 서둘러 저 눈 속을 걸어보고 싶어진다.

 

노련한 버스기사는 새로 개통한 도로를 이용하여, 9시 45경 안생달에 우리들을 내려 준다. 작년보다 약 40분간 시간을 단축한 것이다. 이래서 일몰 전까지 여유시간을 번다. 산행 준비를 마치고, 9시 50분 경 산행을 시작한다. 후미당의 은영 당수는 여자 대원을 앞세우고 저만치 앞서 나간다. 오늘은 차련 님이 결간하여 정총 님이 앞서는 모양이다.

<안생달 이정표>

 

계곡을 따라 걸으며, 주위를 보니, 서쪽으로 지난주 올랐던 대미산이 눈에 덮여, 반쯤 구름에 가린 모습으로 신비롭다. 오른쪽으로는 감투봉에서 흐르는 능선 위에 우뚝 솟은 이름 없는 봉우리가 눈 속에 아름답다.

 

등산로는 계곡을 버리고 울창한 낙엽송 사이로 이어진다. 하얀 눈 위에 앞선 대원들이 밟고 간 길이 뚜렷하다. 갈색의 솔잎이 쌓인 길이다. 눈 속에서 대원들의 등산복이 더욱 선명하다.

<눈 덮인 소나무 숲길>

 

10시 13분, 작은처갓재에 도착한다. 안생달을 출발하여 23분이 경과 된 시간이다. 후미당 당수는 오솔길 님을 앞세우고 이미 통과했다고 한다. 7시간의 목표산행이 신경에 쓰이는 모양이다. 작은처갓재에서 합류한 東城 님, 영환 님, 정총 님 등 후미당 당원들과 무리를 지어 묏등바위를 향해, 눈 쌓인 사면을 기어오른다.

 

15분쯤 오르니 너른 바위가 나타난다. 바람에 날렸는지, 바위 위에는 눈이 드믄드믄 보일 뿐이다. 주위의 푸른 소나무들이 눈 속에 아름답다. 이 전망대에서 눈 덮인 깨끗한 대미산을 본다. 그 아래 멀리 중평리가 내려다 보인다. 카메라가 밧데리 부족이란 사인을 계속 보낸다. 어제 새롭게 충전하여, 예비 밧데리도 준비하지 않았는데 일이 난처하게 됐다.

<전망대 바위>

 

<전망바위에서 본 대미산>

 

묏등바위를 오르는 슬랩 구간에는 자일이 두 줄 늘어져 있다. 눈에 젖어 바위가 미끄러워 자일이 없었다면 고생할 뻔했다. 묏등바위를 지나 커다란 바위를 옆으로 통과하여야 하는 구간이 나타난다. 역시 자일이 2중으로 매어져 있어, 눈으로 미끄러운 바위에, 더 한층 스릴을 느끼며 무사히 통과한다.

<묏등바위 오르기 - 대빵님 사진>

 

암릉지대를 지나니 잡목 지대가 이어진다. 왼쪽은 깎아지른 절벽이다. 북동쪽에 부는 바람에 실려 능선 길에는 제법 눈이 쌓이고, 잡목들이 소복이 눈을 뒤집어쓰고 있다. 아름다운 눈꽃이 활짝 피어 우리들을 반긴다. 아름다운 풍광에 넋을 잃는다.

<황장산의 첫눈꽃>

 

11시 17분 황장산 정상에 도착한다. 목표시간 보다 약 7분이 뒤졌다. 전망바위에서, 조망을 즐기고, 눈꽃에 팔려 시간을 보낸 탓이다. 오솔길 님과 은영 당수는 이미 통과하고 보이지 않는다. 이제부터 열심히 따라 붙어야겠다.

<황장산 정상석 - 대빵님 사진>

 

<눈 덮인 감투봉>

 

대빵 님과 함께 황정산을 내려오며, 주위 산들에 대한 설명을 듣는다. 왼쪽으로 뾰족 솟은 산이 투구봉, 저 멀리 북동쪽으로 보이는 산이 황정산이란다. 대간 길에서는 벗어난 산이지만 무척 아름다운 산이라고 설명한다. 설명을 듣고 사진을 찍었지만 밧데리 부족으로 그림을 얻는데 실패한다. 참으로 아쉽다. 수고스럽지만 대빵 님이 찍은 사진을 올려 주시면 좋겠다.

<멀리 보이는 투구봉 - 대빵님 사진>

 

이야기를 하며 걷던 대빵 님이 감투봉 우회 길에서 직진한 발자국을 보고, 소리를 치며 달려 나간다. 직진하면 배창골로 빠져 다시 안생달에 이르는 길이다. 무심코 걷다가는 자칫 알바를 하기 쉬운 길이다. 대빵 님은 알바를 한 대원들을 잡으러 쫓아가고, 우리들은 왼쪽으로 크게 떨어지는 급사면 우회로로 내려선다. 뒤따라오던 선우 대장이 못마땅해 한다. 대간 길이 동쪽으로 진행된다는 것만 알아도, 반대 방향으로 난 길을 따라가며 알바를 할 턱이 없다는 지적이다.

 

급사면 내리막에도 자일이 걸려 있어 미끄럽지만 위험한 길은 아니다. 다행히 알바한 대원들이 많이 떨어져 있지 않아, 대빵 님이 이들을 데리고 함께 모습을 보인다. 오솔길 님과 은영 당수도 끼어있다. 급경사 길에서 정체되어 모두가 한 무리를 이룬다. 알바한 대원들을 눈이 살려 준 셈이다. 눈이 없었다면 발자국이 남을 리 없고, 그러면 아무리 대빵 님이라도, 알바 사실을 눈치채기 쉽지 않았을 것이다.

 

12시 조금 못 미쳐 10여명이 넘는 후미 일행들이 황장재에 모여, 과일 등 간식을 먹으며, 함께 쉰다. 정확한 시간은 사진이 나오지 않아 알 수 없으나, 여기까지의 목표 시간 2시간을 크게 넘기지는 않는다. 휴식 후 오솔길 님이 선두, 그 뒤를 은영 당수가 받치는 후미 편대가 985봉을 향한다.

<황장재 휴식 -대빵님 사진>

 

등산로는 오르막을 거쳐, 암릉 길로 이어진다. 비구름이 짙어지며, 날씨가 흐려진다. 양쪽이 절벽인 칼날 능선으로 이어지기도 한다, 바위 위의 눈이 녹아 바위가 미끄럽다. 조심스럽게 진행한다. 스릴 있는 암릉 능선 길이다. 대빵 님이 치마바위를 알려준다. 카메라에 담았으나 후에 보니 역시 그림은 없다. 따라서 치마바위를 통과한 시간도 모른다. 아쉽다.

<칼날 능선길 - 이하 대빵님 사진>

 

<암릉길>

 

<치마바위>

 

<황장산 암봉>

 

1시 20분 경 폐백이재에 이른다. 대빵 님과 함께 걷던 여자 분이 이 꼭대기에서 폐백드릴 일이 있었냐고 하며 웃는다. 東城 님과 영환 님이 시장하다고 이 곳에서 점심을 하겠다고 한다. 다른 대원들은 대부분 점심을 버스에 두고 와, 벌재에 가서 식사를 해야한다. 두 사람을 뒤에 남기고 일행들은 기나긴 비탈길을 내려서서, 2시 5분 경 벌재에 도착한다. 후미당 목표 시간보다는 약 15분 뒤진 시각이다.

<벌재에서의 중식>

 

<벌재의 황장산 안내도>

 

버스기사 이야기에 의하면 점심도 거르고 통과한 선두 팀보다는 약 1시간 반, 점심을 먹고 통과한 중위 팀보다는 약 1시간 뒤진다고 한다. 점심시간을 감안하면 이제는 선두와 중위간의 시간차는 존재하지 않는다. 15분만에 식사를 마친, 오솔길 님과 은영 당수가 2시 20분 경 먼저 출발한다. 알바를 하느라고 뒤진 15분을 점심시간 단축으로 커버한다. 무서운 목표의식이다. 목표인 7시간 안에, 따라서 4시 50분 이전에 저수재에 도달할 기세다.

 

5분 후, 앞서 출발한 사람들을 따라 벌재를 출발한다. 폐백이재에서 점심을 한 東城 님 등이 걱정이 된다. 산굽이를 한차례 돌아 임도를 건넌 등산로는 급경사 오르막으로 치 닫는다. 산행기를 쓰시는 분들의 표현으로 빡센 오름 길이다. 점심을 먹은 후라 천천히 걷는다. 아니 점심이 아니더라도 빨리 걸을 수 있는 길이 아니다. 천천히 걸으면 아무리 경사가 심해도 힘들 건 없다.

 

이윽고 823봉에 오른다. 뒤따르던 대원이 오른쪽 신발 끈이 풀렸다고 귀띔해 준다. 산행 중 신발 끈이 자주 풀려, 일부러 풀리지 않는다는 방법을 배워, 그대로 묶었는데, 잘 못 묶인 모양이다. 길옆으로 비켜서, 배낭을 내려놓고, 신발 끈을 다시 맨다. 오늘 새로 온 남녀 두 분이 지나친다.

 

신발 끈을 고쳐 매고 앞을 보니 신발 끈이 풀렸다고 가르쳐준 대원은 이미 간 곳이 없고, 지나쳐 간 남녀 두 분이 저 멀리 앞으로 걸어가는 것이 보인다. 맥이 탁 풀린다. 천천히 뒤따른다. 1,020봉으로 향하는 급경사 길을 오른다. 오르막길은 결국 체력이 말해주나 보다. 대간 산행을 하며 보행법도 배웠고, 쌍 스틱의 도움도 받지만, 오래 지속되는 오르막길에서는 여전히 뒤로 쳐진다.

 

뒤에서 인기척이 난다. 벌재에서 東城 님과 영환 님을 기다렸던 선우 대장이 두 사람과 같이 뒤따라온다. 1,020봉쯤에서 선우 대장은 앞서나가고, 3시 40분 경, 1.040봉에 이른다. 이제는 세 사람만 최후미에 남아, 서로 앞서거니 뒤서거니 부지런히 걷는다. 능선 길에서 뒤돌아보니 대빵 님도 이름을 모르겠다던 봉우리가 구름사이로 내려 비치는 햇빛 속에 누워 있다. 영환 님이 예수 그리스도 재림 장면 같다고 한다. 허허 실수로 카메라 셔터를 눌러 본다. 신기하다. 나중에 보니 이 그림만은 유일하게 살아 있다.

<찬란한 햇살 속의 무명봉>

 

4시 10분 경 옥녀봉에 이른다. 문복대(門福臺)라는 돌 표지가 서있고, 높이가 1.074m로 표기되 있다. 이제는 큰 오름길도 없다, 다 온 거다. 서둘러 내리막길을 달린다. 바람이 거세지며, 사방이 벌써 어둑해지는 느낌이다.

<옥녀봉(?) 정상석>

 

5시경에 저수령 휴게소에 도착한다. 화장실에서 땀에 젖은 상의를 바꿔 입고 식당으로 들어오니, 東城 님과 영환 님도 도착해 있다. 후미당에서 나이 먹은 세 사람을 제외하면 모두가 산행시간 목표를 달성한 거다. 영환 님은 새로 산 등산화를 신고 발이 부르터 절뚝이면서도 최선을 다 한다.

<저수령>

 

막걸리 몇 잔을 마신다. 버스는 5시 20분 서울로 출발한다.

 

서울로 향하는 버스 속에서 오늘의 산행을 반추하며, 반성한다. 산행 목표시간 설정에 무리가 있은 듯 싶다. 처음에 계산한 7시간 30분 정도가 역시 합리적인 목표다. 일몰이라는 요소에 지나치게 집착하여 이를 무작정 7시간으로 수정한 것에 무리가 있은 듯 싶다.

 

7시간 30분이 목표였다면, 선두에 선 오솔길 님도 보다 여유 있는 산행을 즐길 수 있었을 거다. 영환 님도 부르튼 발을 달래며 걸을 수 있었을 거고, 은영 당수도 주위를 살필 여유가 있어, 감투봉 우회 길 부근에서 알바를 피할 수 있었을 지도 모른다. 무엇보다도 아쉬운 것은 편대산행 시간이 더 길어졌을 가능성을 놓친 것 같아 자책감에 빠진다.

 

 

(2004. 11. 28.)



Posted by Urimah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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