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를 타고 경춘가도를 달리다, 가평으로 들어서면, 갑자기 주위의 산세가 웅장해지고 골이 깊어져. 이제까지의 단조로운 가도(街道) 풍경과는 확연히 달라지는 모습에, 번번이 신선한 충격을 받았던 것을 기억한다. 이제 한북정맥을 종주하고, 영춘지맥을 달리다보니, 충격처럼 받았던 그 신선한 느낌이 어디에서부터 비롯된 것인지를 확연히 이해할 수가 있을 것 같다.


경기도에서 세 번 째로 높은 산인 국망봉(1158.1m)에 올라, 주위의 명산들을 둘러본 사람들은, 북쪽으로 바로 눈앞에 있는 신로봉과 신로봉에서 서쪽으로 흐르는 아름다운 암릉(岩稜)에 매료되어, 저 암릉을 꼭 한번 타보고 싶다는 생각을 해보았을 것이다.

 

서쪽으로 아름답게 흐르는 신로봉 능선

 

암봉에서 가리산으로 이어지는 신로봉 능선


2006년 11월 25일(토).

잭 대장이 가이드 하는 한북정맥 13번째 산행일이다. 뜻이 맞는 동호인들끼리 하는 산행이라 바쁠 것도 없다. 신로봉 서쪽 암릉을 타보려고, 잭 대장은, 지난 구간에는 3Km가 넘는 거리를 걸어, 신로령에서 국망봉 휴양림으로 하산한 바가 있다. 따라서 오늘은 누구나 한번쯤은 가보고 싶어 하는 신로봉 서능을 오를 기회가 생긴 것이다.


오늘 참여인원은 모두 13명이다. 잭 대장이 예약을 받을 때는 16명 정도라, 25인승 버스를 준비했지만, 불가피하게 참여하지 못한 대원들이 생겨, 한 사람이 두 자리를 차지해도 좋을 정도로 좌석에 여유가 있다. 내촌 휴게소에 잠시 머물었던 버스는 이동면을 향해 북상한다. 차창 밖으로 국망봉을 포함한 정맥능선이 따라오고, 정면에 가리산이 우뚝 솟아 있다. 맑은 날씨에 시계도 좋아, 오늘은 하루 종일 멋진 조망을 만끽한다.


오늘의 산행기록은 아래와 같다.

『(09:19) 삼거리 버스도착-(09:20) 산행시작-(09:30) 안산 김공묘(09:57) 공터-(10:21) 능선 갈림길-(10:30~10;33) 전망암-(10:52) 가리산 갈림길-(12:02) 신로봉 정상 직전 암릉-(12:18) 신로봉 정상-(12:28) 이정표<국망봉 2.87K, 도마치봉 4.89K>-(12:36) 헬기장-(12:45~13:30) 중식-(13:51) 824m봉-(14:21) 도마봉-(14;40) 샘터-(14;52) 도마치봉-(15:15) 삼각봉-(15:32~15:38) 백운산 정상-(16:53) 광덕고개』중식 시간 45분을 포함하여, 총 7시간 33분이 소요된 산행이다.


* * * * *


47번 국도를 타고, 포천군 이동면 장암리로 들어선 버스는 도평교 조금 못 미치는 지점에서 오른쪽 새마을 입구 도로로 들어선다. 이윽고 도로는 비포장으로 바뀌고, 차의 흔들림이 심해지더니, 버스는 산행 들머리인 삼거리에 정차한다. 이곳은 지난 4월, 산이사회 정기산행으로 가리산 산행 시 지났던 곳이라 낮이 설지가 않다. 지난봄에는 짙은 황사 때문에, 조망이 엉망이었으나, 오늘은 초겨울 맑은 날씨에 가시거리가 꽤나 멀다.

 

초겨울


산행준비가 끝난 일행들이 왼쪽 임도로 들어서며 산행을 시작한다. 뒤로 가리산이 뾰족하게 머리를 내 밀고 있다. 들머리 단체사진을 찍기 위해, 대원들이 모여서서, 잭 대장을 기다린다. 9시 30분, 안산 김공의 묘를 지나고, 참호와 교통호가 어지러운 황량한 오르막길을 따라 오른다.

 

들머리 단체사진- 잭 대장


황량한 능선길이지만 바람도 없고, 햇볕은 따듯한 모양이다. 계절을 착각한 진달래가 이곳저곳에서 꽃망울들을 터뜨리고 있다. 경사가 가팔라지면서, 능선으로 오르는 산 사면에 수북이 쌓인 낙엽에 발목까지 빠지며, 발이 미끄러지는 바람에, 맥이 빠지곤 한다. 9시 54분 경기 소방에서 세운 위험표지판을 지난다.

 

토치카와 위험 표지판


9시 57분, 억새가 무성한 공터에서 가리산을 가까이보고, 장암리를 굽어본 후, 10시 21분, 능선 갈림길에 올라, 왼쪽 능선을 타고 달려, 10시 30분 전망암 위에 선다. 눈앞에 가리산이 커다랗게 다가오고, 그 왼쪽으로 명성산이 뚜렷하다. 동쪽 정면으로는 신로봉에서 흘러내린 암봉이 우뚝하고, 그 오른 쪽으로 국망봉이 뾰족하다.

 

가까이 본 가리산

 

전망암에서 본 명성산

 

신로봉 능선의 암봉


전망암에서 내려서는 길이 제법 가파르고, 험하다. 하지만 위험한 정도는 아니다. 전망암에서 내려서서, 헬기장을 지나고, 다시 황량한 참나무 숲길을 오른다. 10시 52분, 119 긴급연락처 팻말이 서있는 가리산 갈림길에 선다. 직진하면, 암봉으로 오르는 길이고, 왼쪽은 계곡을 건너, 가리산으로 이어진다.

 

갈림길


직진하여 가파른 길을 오른다. 코가 땅에 닿을 정도의 급경사 오르막이 계속된다. 다시 경기 소방의 위험팻말을 지나고, 119 긴급연락처 팻말이<가리산 2-3(갈림길2)> 서 있는 능선 분기봉에 서서 잠시 주위를 둘러본다.

 

능선 분기봉에서 본 가야할 암릉

국망봉

 

서쪽의 이동면


V자형, 급경사 계곡을 내려섰다, 두 손 두 발을 모두 사용해 암봉에 올라서면, 또 다른 암봉이 눈앞을 막아선다. 이런 과정이 헤아릴 수 없게 계속된다. 안부를 지날 때, 오른쪽 계곡 쪽에서 불어오는 바람이 차고 거세다. 소나무를 스치는 바람소리가 거대한 파도소리를 내고 있다.

 

신로봉 오르다 뒤돌아 본 가리산 - 잭 대장

11시 57분, 수직 암벽이 앞을 막아선다. 오른쪽으로 삼각봉에서 신로령으로 내려오는 방화로가 보이는 것을 보면, 이제 거의 다 올라 온 모양이다. 수직암벽을 왼쪽으로 우회하여 암릉에 오른다. 암릉 위에는 청청한 소나무 한 그루가 아름답고, 그곳에서 심천대장이 여유롭게 주위의 조망을 즐기고 있다. 뒤로는 신로봉 정상의 암봉이 우뚝하다.

앞을 가로 막는 암벽

신로령으로 떨어지는 마루금

신로봉 정상을 눈앞에 둔 암릉에서 조망을 즐기는 심천 대장


12시 18분, 텅 빈 신로봉 정상에 선다. 바람이 차기 때문인지, 앞섰던 대원들은 서둘러 정상을 내려서서 저 아래 방화로를 걷고 있다. 주위의 사진을 찍고, 대원들을 따라 신로봉을 내려선다.

 

신로봉 정상에 오르며, 뒤돌아 본 지나온 암봉,

 

신로봉 정상에서 본 지나온 마루금

 

가야할 길과 대원들,


12시 28분. 방화로로 내려서서 이정표를 지난다. <국망봉 2.87Km, 도마치봉 4.89Km> 뒤돌아 삼각봉과 신로봉을 카메라에 담고, 오른쪽으로 헤라크레스의 근육처럼 울퉁불퉁한 능선너머로 보이는 화악산(1468m)을 조망한다. 그리고 비로소, 일행들을 뒤쫓아, 방화로를 속도를 내어 달린다. 12시 36분 헬기장을 통과한다. 저 아래, 넓은 공지에서 점심채비를 하는 대원들이 보인다.

 

지나온 길 - 삼각봉, 신로봉

 

화악산


방화로를 내려서다. 마주 오는 등산객과 인사를 하고 바라보니, 아는 얼굴이다. 산정산악회 백두대간 2차대 대원인 김영길 씨가 아닌가? 한강기맥을 함께하면서 친숙해진 얼굴이다. 이렇게 반가울 수가 있나? 국망봉 구간을 땜방하러, 혼자 산행에 나섰다고 한다. 한 동안 이야기를 나누지만, 가는 길이 정 반대라 아쉽게 헤어진다. 12시 45분, 바람을 등지고 뿔뿔이 흩어져, 점심식사를 하는 대원들과 합류한다. 잭 대장 등은 바람을 피해, 교통호로 들어가 버너를 피우고 찌개를 끓이고 있다.


어한주(禦寒酒)를 몇 잔 마시고, 식사를 다 마친 후에야, 심천대장, 덕암대원, 잭대장이 차례로 찌개를 들고, 교통호에서 나온다. 돼지고기 찌개가 아니라, 라면에 만두와 썬 떡 또는 수제비를 넣은 것이지만, 따끈하고, 제법 얼큰한 것이, 먹을 만하다. 선 채로 떡과 만두 등으로 또 한 번 식사를 한다.


1시 30분, 얼추 식사를 마치고, 심산대원과 함께 먼저 출발을 한다. 이 구간은 등산로가 신작로처럼 뚜렷하고, 가는 방향의 목표물들이 분명하여 알바를 할 걱정이 전혀 없는 곳이다. 1시 38분, 도마치봉 3.89Km를 알리는 이정표를 지나고, 낙엽송들이 멋지게 사열하고 있는 방화로를 지나, 1시 51분, 삼각점이 있는 824m봉에 오른다. 주위의 조망이 좋다.

 

낙엽송의 사열을 받으며 방화로 행진

 

골짜기 너머로 명지산-우정

 

화악산 오르는 길


2시 21분, 정상석<해발 863m>이 서 있는 도마봉에 오른다. 너른 헬기장이다. 바로 눈앞의 도마치봉에서 흥룡봉을 지나, 서쪽으로 흐르는 능선이 장관이다. 이 능선은 금년 2월, 산이사회의 정기산행으로 백운산에 올랐다가 하산을 했던 코스라 더욱 더 반갑다.

 

도마치에서 당겨찍은 복주산

 

도마치봉에서 서쪽으로 흐르는 능선


도마치봉을 향해 달린다. 서쪽으로 가리봉이 아름답다. 정맥종주를 하는 젊은이들과 자주 마주친다. 대견하고 든든하다. 2시 40분 샘터에서 물을 보충하고, 2시 52분 헬기장인 도마치봉에 오른다. 정상석은 보이지 않고, 이정표만 서 있다.<백운산 2.0Km, 흥룡봉 1.6Km>

 

도마치봉을 향해 오르는 대원들- 경담

 

샘터

 

도마치봉 정상


3시경, 850m봉에 오르니, 정면, 나뭇가지사이로 삼각봉(970m)이 지척이다. 850m봉을 내려서서 안부를 지나고, 로프가 걸린 급경사 오르막을 올라, 3시 15분, 삼각봉에 오른다. 119 긴급연락처 팻말이 서 있고, 이정표가 있다. <도마치봉 1Km, 백운산 1Km> 이어서 가파른 내리막을 지나고, 완만한 오르막을 거쳐, 3시 32분 백운산 정상(904m)에 오른다. 삼각점<갈말 27, 02 재설>과 이정표가 있다. 이제 광덕고개까지는 3.2Km가 남았다.

 

백운산 정상의 이정표

 

백운산 정상에서 본 광덕산, 상해봉, 회목봉


백운산 정상에서 대원들이 모두 모여, 기념사진을 찍고, 남은 음식들을 처분한다. 이제 해 떨어질 시간도 멀지 않다. 3~4차례 작은 봉우리를 넘어야 하지만, 전체적으로는 내리막길이다. 속도를 내서 달린다. 4시 51분 매표소를 지나고, 4시 53분 광덕고개에 내려서서 오늘 산행을 마감한다.

 

광덕고개

 

광덕고개에서 본 황혼 속의 가리산


(2006. 11. 26.)


뒤풀이.

고개 아래 너른 주차장에서 버스를 기다린다. 이윽고 버스가 도착하고, 장암 2 리에 있는 이동 매바위갈비집에 도착하여, 일행은 돼지갈비 파티를 벌인다.



Posted by Urimah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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