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실기암 위의 철쭉

부드러운 방아오름

제주도에서 ‘자주올레’ 펜션을 짓고 있는 정성원 사장이 안내하는 3박 4일의 제주도 속살여행이 5박 6일로 연장이 된 이유 중의 하나는 한라산 산행 때문이다. 이번 여행에 참여한 대원들은 모두 몇 차례 한라산을 등반한 경험들이 있지만, 15년 만에, 지난 2009년에 개방된 돈내코 코스는 모두 아직 인데다, 한라산의 철쭉이 지금 한창이라는 소리를 듣고 보니, 어찌 한라산을 빼 놓을 수가 있겠는가? 

 

2011년 6월 3일(금)
오늘 오후에 재판이 있어, 엊저녁 비행기로 상경하려던 김연수 사장이 안개로 비행기가 뜨지 못하자, 할 수없이 우리들과 하룻밤을 더 묵고, 오늘 아침 비행기를 타기로 한다. 정 사장이 소머리국밥과 몸국을 잘하는 ‘미미식당’에 전화를 하여 7시 30분에 식사를 할 수 있게 해달라고 부탁을 한다. 8시에 문을 여는 미미식당이지만, 걱정을 많이 하는 김 사장을 생각하여, 그래도 아침을 먹이고, 공항까지 데려다주어야겠다고, 당초에는 7시에 식사를 할 생각이었지만, 전화를 받는 식당 아주머니의 뜨악한 반응에 순간적으로 7시 30분으로 수정하여 겨우 허락을 받아낸다.

제주시내 미미식당, 음식이 깔끔하고, 식당 아주머니의 서비스가 좋다.

 

하지만 마음이 급한 김 사장은 식당에 도착하자. 이제 공항도 멀지 않으니, 택시로 공항으로 가서, 상황을 보는 것이 좋겠다며 택시를 불러 달랜다. 정 사장도 더 이상 말류를 하지 못 하고, 김 사장을 떠나보낸 후. 느긋하게 아침식사를 마친 우리들은, 9시 13분에 영실휴게소에 도착하여, 산행준비를 하고, 9시 20분 경 산행을 시작한다.

영실 휴게소 도착

산행코스-오늘산행 약 12.8Km

 

산죽 사이로 잘 정비된 등산로를 따라 천천히 걷는다. 산속의 아침 공기가 상큼하다. 일본인 등산객 두 사람을 만난다. 중년의 이들 두 남자는, 매년 한라산을 찾는다는 한라산 팬이다. 한라산에 대해서도 우리들보다 더 많이 알고 있는 것 같다. 점차 고도가 높아지자, 오른쪽으로 오백나한과 영실기암이 옅은 안개 속에 모습을 보이기 시작한다.

상큼한 아침공기를 마시며 걷고

500나한

영실기암

 

산행시작 후 30분 쯤 지나자, 철쭉이 보이기 시작한다. 올해는 계절이 늦어 일주일 쯤 지나야철쭉이 만개할 것이라고는 하지만, 지금도 등산로 주변과 영실기암 쪽으로 보이는 철쭉들이 무척 아름답다.

등산로 주변의 산죽과 철쭉


영실기암과 철쭉 1

영실기암과 철쭉 2

이제 시선을 돌려 멀리 서쪽으로 질펀하게 펼쳐진 초원과 부드러운 오름을 굽어본다. 안개가 끼어 시계가 바튼 것이 유감이지만, 한라산에서 만 볼 수 있는 유장한 풍광에 한동안 넋을 잃는다. 앞서거니, 뒤서거니, 함께 걷던 두 중국 청년들도 한라산의 멋진 풍광이 놀랍다는 반응이다.

광활한 평원

볼레오름

세오름

볼레오름과 세오름

10시 30분, 구상나무 고사목지대를 지나고, 고개를 한 굽이 넘어서자, 저 앞에 한라산 정상 외벽이 우뚝하다. 관목과 산죽, 그리고 철쭉이 어우러진 고산평원과 그 위로 부드럽게 솟은 오름 사이로 이어지는 마룻길을 천천히 걷는다. 10시 52분, 노루샘을 지나고, 11시 해발 1,700m의 윗세오름에 이른다. 윗세오름은 평일인데도 꽤 많은 등산객들로 붐빈다.

고사목 지대 1

고사목 지대 2

한라산 정상

평원과 오름 그리고 그 사이로 이어지는 마룻길

노루샘

윗세오름 1

윗세오름 2

 

윗세오름에서 주위를 둘러본 후, 휴게소 그늘에 앉아 과일을 들며 잠시 휴식을 취하고, 11시 13분, 남벽분기점으로 향한다. 11시 21분, 서벽 통제소에 접근하여, 한라산 서벽을 가까이 보고, 남쪽으로 방향을 틀어, 방아오름 전망대 남벽분기점 전망대, 그리고 남벽통제소를 차례로 지나며 백록담을 둘라 싼 험상궂은 암벽과 주변의 한 없이 부드러운 오름, 그리고 광활한 평원에 흠뻑 매료된다.

뒤돌아 본 윗세오름 휴게소

서벽통제소

서벽 1

서벽 2

서남쪽에서 본 암벽

남벽 1

남벽 2

부드러운 오름

평원 1

평원 2

 

윗오름세까지는 등산객들이 붐비더니 돈내코 코스에는 우리들뿐이다. 이 멋진 한라산 남쪽 풍광을 우리들만이 전세를 내어 즐기다니, 이 얼마나 큰 행운인가? 저 아래 부드러운 알방아오름 쪽에서 하얀 구름이 억새와 철쭉 그리고 키 작은 관목으로 뒤 덮인 고산평원 위를 뒤 덮으며 몰려와 우리들을 감싸더니, 고도를 높여 백록담 암벽으로 달려가며 서서히 흩어진다. 선경이 따로 없다.

흰 구름이 피어오르더니

 

우리들을 감싸고

 

남벽으로 접근하며 엷어진다.

 

점차 고도가 낮아진다. 이제 한라산 남벽은 철쭉 꽃밭 뒤로 머리만 보인다. 12시 52분, 넓은 들 전망대를 지나고, 산죽과 참나무 사이로 아름답게 이어지는 돌길을 걷는다. 2시 3분, 적송지대를 지나고, 이어 썩은 뭄통을 거쳐, 2시 45분 밀림입구로 나온다. 서귀포시가 아련히 내려다보이고, 오른쪽으로 구조물이 있는 미악산(米岳山,567.5m)이 가깝다.

철쭉꽃 밭 뒤로 머리만 보이는 한라산 정상

넓은들 전망대 주변 풍광

철쭉

돌길

썩은 물통 1

썩은 물통 2

억새지대

미악산

 

2시 50분, 돈내코지구 안내소로 내려와 택시를 부르고, 서귀포시 공설묘지를 지나, 1131번 도로에서 택시를 기다린다.



 

(2011. 6. 22.)

 
Posted by Urimahn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