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자도 나바론 절벽길

 

쿰부히말을 함께 다녀왔던 대원들의 모임인 “EBC 클럽“에서 추자도를 가보자는 이야기가 나오자, 제주도에서 ”자주올레“ 펜션을 짓고 있는 정성원 사장이, 구체적인 계획은 자신이 짜 보겠다고, 귀찮은 일을 자청한다.

 

 

추자도는 육지와 제주도 중간 지점에 있고. 목포·완도·제주에서 출발하는 정기여객선이 운항된다. 따라서 서울에서 추자도를 가는 방법은 목포나 완도 또는 제주를 거쳐야하는데, 비수기의 저가항공을 이용하면 제주도를 경유하는 것이 비용도 적게 들고 시간도 단축되는 이점이 있으니, 우선 제주도로 와서 제주도 속살 구경도 하고, 그리고 추자도도 다녀온다면 일석이조의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는 것이 정 사장의 아이디어다. 돌 하나로 두 마리 새를 잡겠다는데 누가 반대를 하겠는가?

 

2011년 6월 1일(수)
제주도에 온지 사흘 째 되는 날이다. 지난 이틀 동안은 정 사장의 안내로 주로 제주도의 신비로운 오름들을 둘러보고, 오늘 드디어 추자도로 향한다. 제주 특별자치도 제주시 추자도는 상추자, 하추자, 추포, 횡간도 등 4개의 유인도와 38개의 무인도를 합쳐 42개의 군도로 형성되었다고 한다.

추자도 지도(펌) - 크릭하면 커짐

 

추자도는 바다낚시와 갯바위낚시로 이미 낚시꾼들에게는 널리 알려진 섬이지만, 2010년 6월, 제주도 올레 18-1 코스인 추자도 올레길이 열린 이후, 추자도의 아름다운 자연풍관을 즐기며 올레길을 따라 걷는 도보여행자들이 부쩍 늘었다고 한다.

추자도 올레 - 크릭하면 커짐

 

우리도 추자도에서 1박을 하며, 거리 17,7Km에, 7~8시간이 걸린다는 올레길을 걸어 볼 생각으로, 9시 30분에 출항하는 배를 타려고, 제주연안여객터미널로 나온다. 멋진 정원과 현대식 건물을 갖추고 있는 여객터미널이 제주도의 재력을 과시하듯 당당하다. 쾌속선 핑크 돌핀호를 탄다.(요금 12,500원) 목포가 기착지인 핑크 돌핀호에는 아침이라 그런지 빈 좌석이 절반 넘게 보인다. 핑크 돌핀호는 10시 40분, 우리들을 추자항에 내려준다.

제주연안여객터미널 정원

기념탑

여객터미널 입구

추자항 도착

 

배에서 내리니 제주연안여객부두와는 달리 움푹 들어간 작은 내항에 울긋불긋 자리 잡은 나지막한 건물들이 무척 정겹게 느껴진다. 인근 슈퍼에 들러 물 등 필요한 물건들을 구입하고, 길을 물어, 10시 52분, 첫 번째 방문지인 최영장군 사당으로 향한다.

배에서 내려 본 항구

 

10시 58분, 등대산 공원 정자 쪽으로 이어지는 오르막길을 오르며, 오른쪽 바다 위에 점점이 떠있는 섬들을 본다. 추자도에 38개나 되는 무인도가 있어 제주도의 다도해라고 불린다는 이야기가 실감이 난다. 공원을 내려와 우체국 골목을 지나고, 면사무소, 추자초교를 거쳐, 잘 손질된 최영장군 사당 경내로 들어서서 주위를 둘러본 후, 11시 13분, 돌계단을 올라 장군의 사당에 경배한다.

등대산 공원으로 오르다 본 북동방향의 섬들, 염섬, 추포도, 횡간도, 검등여, 검은 가리 등이다.

면사무소 담 위에 올레길을 가리키는 조형물이 보인다.

잘 손질된 사당 경내로 들어서고

최영대장 신사

 

아래에 제주특별자치도 기념물 11호로 지정된 최영장군 사당에 대한 석비 안내문을 소개한다.

 

“고려 공민왕 23년(1374년) 탐라에서 원의 목호(牧胡), 석질리(石迭里) 등이 난을 일으키자, 정부에서는 최영 장군으로 하여금 이를 진압케 하였다. 장군은 원정 도중 심한 풍랑으로 이곳 점산곶(點山串)에서 바람이 잠잠해지기를 기다리는 동안 도민들에게 어망편법을 가르쳐 생활의 변혁을 가져오게 하였다고 한다. 그 뒤 이곳 주민들이 이러한 장군의 위덕을 잊지 못하여 사당을 지었다고 하며, 매년 봄, 가을에 봉향하고 있다.

 

1970년 국고보조에 의해 건물이 복원되었으며, 1971년 8월 지방분화재로 지정되었고, 1094년 사당단청 및 담장을 보수함으로써 옛 모습을 찾게 되었다.“

 

사당 뒤로 이어지는 아름다운 송림을 지나, 돌탑이 있는 전망대에서 추자도 주변에 점점이 떠있는 섬들과 추자항, 그리고 하추자도의 돈대산을 바라본다. 이어 시멘트도로로 내려섰다, 11시 26분, 이정표가 있는 봉글레산 입구 갈림길에서 오른쪽으로 들어선다.

돌탑이 있는 전망대

추자항과 하추자도

이정표

 

11시 30분, 조망이 좋은 전망바위에 선다. 낙조 전망대라는 표지목이 가리키는 북서쪽으로 추자 2경인 직구도가 작게 내려다보이고, 그 오른쪽으로 나바론의 험준한 암벽들이 우뚝우뚝 솟아 있다. 남동쪽으로는 지나온 길과 하추자도가 펼쳐진다. 이곳에서 아드님과 함께 추자도 관광을 오신 84세 할아버님을 만난다. 배에서 내릴 때부터, 연로한 노인의 사진을 찍던 아드님의 모습이 시선을 끌더니, 우리보다 앞서 이곳 벤치에 앉아 주위 조망을 즐기고 있다. 경주에 사시는 분인데, 아드님이 제주도에 근무하고 있어, 모처럼 두 분이 추자도 관광길에 나섰다고 한다.

전망바위에서 만난 부자 관광객

추자 2경, 직구낙조의 직구도

절벽능선

남동쪽 조망

 

11시 37분, 돌탑과 산불감시초소가 있는 봉글레산 정상을 지나 정자와 이정표가 있는 도로로 내려와 이정표를 따라 오른쪽 나바론절벽 전망터로 향한다. 나중에 알고 보니 올레길은 왼쪽 내리막이다. 이윽고 나바론 절벽 전망터에 이른다. 아무리 보아도 절벽 위 암릉이 올레길 같지는 않지만, 암릉을 따라가면 결국 올레길로 표시되어있는 나바론 절벽 정상과 만날 수 있겠다는 생각에 채석장 옆, 로프가 드리워진 암릉을 오른다.

봉글레산 정상

이정표

나바론 절벽

 

암릉을 올라 작은 암봉에 이르러 보니, 가야할 방향에 깎아지른 암봉 너덧 개가 우뚝우뚝 용립해 있어, 암릉길이 만만치가 않겠다. 이쯤에서 후퇴를 하는 것이 정석인데, 암벽등반 훈련을 받은 바 있는 김연수 사장은 벌써 앞을 막아선 암봉을 타고 있으니, 되돌아오라고 할 수도 없겠다. 좁은 암릉길을 조심조심 걷는다. 발이 미끄러져 몸의 균형을 잃으면 그걸로 끝장이다.

첫 번째 암봉을 오르는 김연수 사장

지나온 암릉길

 

암봉을 하나씩 하나씩 조심스럽게 넘는다. 다행인 것은 오르기가 어려운 암봉에은 희미하지만 왼쪽 사면으로 우회로가 나있다. 표지기 하나 걸려 있지 않은 것을 보면 등산객들이 지난 길 인 것 같지는 않고, 약초꾼들이 다닌 길인 듯싶다. 다시 암를길을 걷는다. 저 아래 하얀 포말을 그리며 유람선이 지나가고, 뒤돌아 보면 지나온 암봉들이 옅은 운무 속에 겁나게 도열해 있다.

유람선

지나온 능선

지나온 절벽

 

마지막 암봉의 내리막 초입은 거의 직벽이다. 앞 사람들의 도움으로 겨우 이곳을 통과하여 암릉에 서니, 저 아래, 하얗게 포말이 이는 바위 위에 빨간 옷을 입은 낚시꾼들이 내려다보인다. 다시 작은 봉우리 하나를 넘자, 비로소 군부대 철조망이 앞을 막는다. 철조망을 오른쪽에 끼고 부대가 있는 정상을 왼쪽으로 우회하여, 12시 52분, 군부대 입구에 서서, 저 아래 추자항을 굽어본다.

직벽 내림

까마득하게 내려다보이는 낚시터

 

한 시간이 넘게 위험한 암릉에서 헤매다, 나바론 정상 군부대 입구에 이른 것이다. 철조망을 따라 약초꾼들이 지나다니는 희미한 길이 계속 이어지지만, 우리들은 왼쪽 계단을 통해, 추자항으로 내려와서, 조기매운탕으로 점심식사를 한다.

추자도 수협

 

점심을 먹으면서 의논을 한다. “운 좋게, 기대하지도 않았던 천애(天涯)의 나바론 절벽 암릉을 걸었다. 그러니 추자도에서 구지 일박을 하며 머무를 필요가 있겠는가? 식사 후 버스로 하추자도로 이동하여, 돈대산을 오른 후, 4시 10분 제주행 쾌속선을 타는 것이 좋겠다.”라는 결정이 내린다.

 

2시에 정기노선 버스에 오른다. 기사양반이 시원시원하다, 돈대산 입구에서 내려달라고 부탁을 하니, 돈대산에 올랐다, 3시 반경에 추자대교에서 기다리면, 우리들을 픽업하여 추자항까지 태워다 주겠다고 한다. 2시 20분, 예초삼거리에서 내려 올레길을 따라 돈대산으로 향한다.

정기노선버스

예초 돈대산 입구,

 

올래길 주변이 꽃밭이다. 비릿한 냄새를 풍기는 찔레꽃이 지천이고, 외래종 개민들레가 천하를 평정하고 있다. 이어 잘 손질 된 계단길을 지나, 2시 37분, 팔각정이 있는 돈대산 정상(164m)에 오른다. 좌우로 조망안내판이 두 곳에 있는 것을 보면 조망이 뛰어난 곳인 모양이지만, 지금은 운무에 가려 조망을 즐기지 못한다.

찔레꽃

개민들레

계단길

돈대산 정상 팔각정

 

운무가 점점 짙어지는 하산길이 멋지다. 2시 50분, 산불감시초소가 있는 바위전망대에 서지만 보이는 것은 운무뿐이다. 일박도 하지 않고 가겠다하니 추자도 산신령님이 화가 나신 모양이다. 고도가 낮아지면서 운무가 사라지고 다시 꽃밭길이 이어진다.

하산길 1

하산길 2

예초리포구

바위전망대

 

2시 58분, 묵리교차로 올레표지판을 지나고, 3시 6분 표지판이 있는 담수장으로 내려서서, 아스팔트도를 따라 걷는다. 3시 9분, 왼쪽에 은달산 오르는 올레길 표지목이 보이지만, 무시하고 아스팔트도로를 따라 3시 17분, 추자교 삼거리에 도착하여 추자교를 건넌다.

묵리교차로 올레표지판

담수장 입구

도로를 따라 걷고

은달산 길 표지목

추자교 삼거리

하추자 올레길 안내도

추자대교

추자도 연륙교량 가설의 유래

 

추자대교를 건너, 상추자도에서 버스를 기다린다. 이윽고 버스가 도착하여 시원시원한 기사양반을 다시 만나고, 추자항에서 배를 기다린다.

 


(2011. 6. 15.)

 
Posted by Urimah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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